생활얘기2014. 5. 16. 06:47

모처럼 정장 차림으로 아내가 직장인 음악학교로 출근했다. 하늘은 맑았지만 이맘 때는 언제라도 비가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아내가 한마디했다.

"내가 퇴근할 무렵 비가 오면 당신이 우산을 챙겨서 학교로 와."
"알았어."

아내가 퇴근할 오후 7시 30분 경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 뭉치가 여기저기 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잠시 후 아파트 입구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렀다. 우리 집 아파트 문을 열고 계단으로 올라오는 아내를 보았다. 

얼굴은 그야말로 꽃다발에 파묻혀있었다. 아내가 가르치는 피아노 학생들의 학년말 연주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꽃이나 선물 등으로 성의를 표한다. 그런데 선물한 꽃의 규모는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달렸다.

"이건 러시아인 학생이 선물했고, 이건 리투아니아인 학생이 선물했고, 이건 폴란드인 학생이 선물했어."
"우와, 정말 민족별로 참 다르네."

* 러시아인 두 학생이 각각 선물한 꽃다발

* 리투아니아인과 폴란드인 학생들이 선물한 꽃송이

물론 어느 민족 전체의 성향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내가 받는 꽃선물을 통해서는 민족에 따라 확연히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러시아인은 아주 큼직한 꽃다발이다. 이에 반해 리투아니아인과 폴란드인 학생은 꽃 한 송이나 세 송이에 초콜릿 등 과자를 선물한다.

"학생들에게 너무 과한 꽃다발 선물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지."
"이 중 어느 꽃선물이 제일 마음에 드나?"
"다 마음에 들지만 꼭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면 이 은방울꽃 묶음이야."


숲 속 이른 아침에 즐길 수 있는 은은한 은방울꽃 향기가 이제 며칠 동안 우리 집 거실에 피어날 것이다. 한편 앞으로 러시아인을 축하할 때에는 아내가 받은 큼직한 꽃다발처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25. 05:33

아내가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 마르티나와 스카이프(skye)로 대화하기이다. 마르티나는 아르바이트 생활하면서 느낀 재미난 언어 사건을 어젯밤 아내에게 했다. 그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일주일에 마르티나는 25시간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고 있다. 영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일하고 있는 커피숍에서 직원들의 언어 실수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지라 쉬운 단어도 어떨 때는 입에서 금방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엉뚱한 단어가 뜻하지 않게 튀어나온다.


1.
마르티나: "오늘 출근하는 길에 자동차 두 대가 서로 쾅~쾅~하는 것을 봤어요."
사장: "아~ accident?"  
마르티나: "맞아요."

이날 사장은 마르티나를 볼 때마다 "쾅~쾅~"이라고 놀려대었다.

2.
단골 프랑스인 고객: "물 주세요."
이날은 어떤 물을 원하는 지 몰라서 마르티나는 물 두 병을 가져왔다. 그리고 손님에게 설명했다.
"이것은 정상적인 물이고, 이것은 피시시~ 물입니다."
마개를 여는 시늉까지하면서 생생하게 탄산수를 설명하니 주변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순간적으로 "water with gas"와 "water without gas"가 떠오르지 않았다.


3. 
마르티나 동료 중 한 사람은 연봉 많은 애플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복잡하게 머리 쓰는 일이 싫어서 그만두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마르티나가 뒤에서 보니 그가 뭔가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르티나: "Do you have testicles?"
마르티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동료의 얼굴은 순간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분명 안경이라고 말한 것 같은데 왜 얼굴이 붉여졌을까 의아해하는 순간 마르티나는 엄청난 말실수를 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안경을 뜻하는 "spectacle"이라는 단어 대신 갑자기 의약용어 고환을 뜻하는 "testicle"이 튀어나왔다. 그러니 남자 동료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커피숍은 마르티나의 이 황당한 단어 실수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집에 있을 때에는 비교적 말수가 적은 데 낯선 곳에서 동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재미나게 하고 있는 마르티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