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19. 10. 14. 21:12

모스크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하철 타보기다. 1200만명이 살고 있는 모스크바는 지하철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1935년 개통된 모스크바 지하철은 현재 노선이 15개고 역이 265개다. 

표 구입하기가 쉽다. 목적지를 선택할 필요없이 표발매기에서 1회권을 구입해 개찰구에 대면 문이 열린다. 나올 때는 표를 돌려주거나 대지도 않고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된다. 막 떠나려고 하는 열차를 잡아 타기 위해 뛸 필요가 없다. 열차 배차간격이 보통 1-2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모스크바 여행에서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했다. 집 앞 지하철 역사다.


답승장은 가운데가 뻥 뚫어 있다. 마치 자연채광을 받고 있는 여객선 격납고처럼 보인다. 


도심 지하철 역 승강장은 지하 깊숙히 건설되어 있다. 냉전 체제 시대에 적의 공습과 핵전쟁으로부터 방공호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승강기가 있어 오르내리기가 수월하다. 특히 내려갈 때 오른쪽 줄에 서 있으니 비워 있는 왼쪽 줄로 수시로 사람들이 성큼성큽 내려간다.   


승객과 환승객들이 많기로 이름 난 키옙스카야 역(아르바츠코 포크롭스카야 선)이다. 1953년에 개통된 3호선에서 내려 만난 이 역은 "모스크바 지하철역은 그야말로 지하궁전이다"라는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게 해준다.


하얀색 우랄 대리석과 도자기 타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통해 우크라이나 역사와 삶 등을 엿볼 수 있다.


연단 끝 벽에는 대형 모자이크 작품이 있다. 1654년 페레야슬라프 조약(러시아-우크라이나 통합)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1954년 만들어졌다. 지금은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팽배하고 있다.     


5호선 콜체바야 선의 키옙스카야 역이다. 벽은 우크라이나 전통 양식으로 고풍스럽게 장식 되어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 1호선 소콜니체스카야 선의 콤소몰스카야 역이다. 거대하고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돋보인다.  


3호선 플로샤디 레볼류치(혁명 광장) 역이다. 1938년에 개통된 역이다. 이 역은 온통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다.  


단체 관광객들을 지하철 역 안에서 자주 만난다. 


요즘은 지하철 열차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책을 읽고 있는 소녀다. 


여기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구나... 특히 수탉이 반질반질 빛나고 있다.  


어느 날 모스크바국립대학교가 위치한 참새의 언덕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강을 건넜다. 우릴 안내한 알로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2018년 월드컵 축구 경기장 인근 공원을 산책할 것인지 아니면 순환선을 타볼 것인지였다.


여행 중 내가 좋아하는 일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처없이 거리를 걷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하염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린 주저없이 순환선을 타고 모스크바를 둘러 보는 것을 택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14호선인 중앙 순환선은 원래는 화물용 철도 노선이었는데 2016년 여객용으로 개통되었다. 총 31개역으로 거리가 54km다.       


우리는 루즈니키 역에서 오후 3시에 탑승한다. 탑승장으로 다가오는 열차를 보니 깔끔한 최신형으로 보인다. 


맞다. 완전 최신형이다. 좌우로 좌석이 각각 한 줄에 두 자리다. 넓고 쾌적하고 조용하다. 몇몇 역을 제외하곤 빈자리가 자주 생긴다.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소련 시대 때 지어진 낡은 건물이 군데군데 시야에 들어온다. 


러시아 경제 발전을 잘 보여주는 모스크바 국제비즈니스센터도 차창 밖으로 보인다.


탑승한 루즈니키 역 한 정거장 앞인 쿠투조프스카야 역에서 오후 4시 35분에 내렸다. 꼭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이 순환선은 지하가 아니고 지상이다. 타고 내리는 모스크바 시민들을 만나고 차창 밖으로는 모스크바의 여러 지역을 두루 둘러 볼 수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일일 평균 승객이 7백만여명이다. 도심 지하철역들은 소련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거대한 역사박물관이자 미술박물관이자 조각박물관이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역동적인 삶과 함께 지하 예술세계를 감상하고 싶은 사람은 몇몇 도심 지하철역을 꼭 가보길 권한다. 한편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멍하니 모스크바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순환선을 타보길 권한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6. 6. 06:06

곧 2012년 유로컵 축구대회가 열린다. 6월 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막전이 열리고, 7월 1일 우크라이나키예프에서 결승전이 열린다. 혹시 축구에 관심있는 분들 이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오는 한국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오늘은 일전에 바르샤바를 방문해 타본 지하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르샤바 시내 교통체증은 유명하다. 지하철은 노선이 하나뿐으로 남북을 연결하고 있다. 남쪽 교외에 사는 친구는 차로 마중을 나올 수 있지만 교외와 시내 중심가 가운데까지 지하철 이용을 권했다.


바르샤바 지하철은 5년 전 마지막으로 타본 것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반 걱정반으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난해 서울을 방문해서 겪은 낯설은 지하철 승차법에 혼란스러웠던 일이 떠올랐다. 1회용 승차권을 구입하고 지하철을 탄 후 자동교환대에 표를 넣고 500원을 되돌려받았다. 번거러웠다. 함께 간 딸아이가 피곤하고 귀찮은 듯 "기념으로 그냥 표를 (빌뉴스) 집으로 가지고 가자"고 말했다.

바르샤바 지하철 중앙역에 도착하니 사람이 표를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 입구에 무인승차권 판매대가 있고, 동전이나 지폐,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선 사람이 지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여러 판매대로 돌아가면서 시도해 보았다. 다행히 내 지갑에는 동전이 있었다. 


판매대에는 지하철 노선과 권역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폴란드어로만 되어 있었다. 폴란드어를 조금 알지만, 약속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터라 당황스러웠다. 힘들었지만 1회 승차권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하철을 탈 때 승차권을 유효화시키기 위해 개찰구를 이용한다. 나올 때도 이 개찰구를 통해서 나오려고 하는데 현지인이 개찰구가 없는 곳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빌뉴스로 돌아올 때는 폴란드인 친구가 환승주차장까지 차로 이동한 후 중앙역까지 함께 지하철을 이용했다. 역시 현지인이라서 달랐다. 그는 1회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고, 20분 여행권을 구입했다. 가격 차이는 1즐로티(약 400원)이었다.   


참고로 바르샤바 대중교통 요금표는 다음과 같다. 이는 버스, 전차, 지하철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20분 여행: 2.60즐로티 (유효화를 시킨 이후부터 20분 동안 무제한 대중교통 수단 이용)
   40분 여행: 3.80즐로티 (유효화를 시킨 이후부터 40분 동안 무제한 대중교통 수단 이용) 
   60분 여행: 5.20즐로티 (유효화를 시킨 이후부터 60분 동안 무제한 대중교통 수단 이용)
   1회 승차권: 3.60즐로티(동일한 교통수단으로 유효화시킨 이후부터 120분 미만) 
   1일 승차권: 12즐로티 (유효화시킨 이후부터 24시간 동안 무제한 대중교통 수단 이용)
   3일 승차권: 24즐로티 (유효화시킨 날부터 마지막일 23시 59분까지)

어린이 학생 등은 50% 할인이다. 보다 상세한 바르샤바 대중교통 요금표(영어) 안내는 여기서 얻을 수 있다. 바르샤바 여행객을 위해 피상적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6. 28. 06:21

요즈음 한국에는 지하철에서 귀엽다며 아기를 만진 할머니, 원색적인 말투로 이 할머니를 페트병으로 때린 아기 엄마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이나 법조계에서도 고민스러운 일이다고 한다. 아기를 만진 것이 과연 폭행죄가 될까? 또한 페트병에 상해를 입지 않은 경우에 과연 유무죄를 논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지나친 반응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은 충분히 있을 법하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몇해 전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때가 떠올랐다. 지하철을 타고 우리 가족만 있을 때 딸아이가 자주 묻는 말이 있었다.

"아빠, 왜 한국 사람들은 내 머리카락을 만져?"
"기분 안 좋아?"
"짜증 나."
"꽃이 예쁘면 너도 만지고 싶지? 귀여워서 만지는 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네 할머니라고 생각해."
"그래도 싫어."
"그냥 웃으면서 견뎌! 조금 있으면 (리투아니아) 집에 가잖아." 

주로 중년이나 노년 여성들이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부드럽니?" "얼굴이 참 예쁘다"......

애정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유럽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느낀 것은 바로 자기 아이라도 밖에서는 잘 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조심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 한국인의 머리 쓰다듬기에 익숙하지 않은 딸아이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법하다. 우리 집의 경우 아이와 함께 공공 장소에 갈 때 특히 버스, 슈퍼마켓 등에서는 절대로 자기 손으로 입술이나 얼굴 등을 만지지 말도록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접촉한 것을 만진 손으로 그냥 입술이나 얼굴을 만지만 아무래도 위생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미루어보면, 아무리 귀엽고, 어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딸아이가 쉽게 이해가 된다. 

한국에서는 귀여운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이 우호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쁘다고 주저없이 타인의 아이들을 쓰다듬지 말고 그냥 미소와 함께 칭찬의 말만 해주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번 한국 지하철 경우는 극단적인 예에 속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머리 쓰다듬기의 미풍이 배척당하는 듯해서 씁쓸한 마음이 일어난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9. 16. 06:52

독일인 관광객과 홍콩 현지인 사이에 벌어진 실랑이를 담은 동영상이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하철 안에서 서 있는 홍콩 현지인이 손가락질하면서 중국말로 쉴 새 없이 말한다. 독일인은 참을성 있게 가만히 있는다. 현지인이 손바닥으로 독일인의 턱을 드는 순간, 독일인이 더 이상은 못 참고 현지인을 세차게 밀친다. 주먹으로 한방 먹일 것 같지만, 독일인은 끝내 참는다. 그리고 독일어로 경고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각자가 자기 언어로만 말하니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낯선 나라 여행 중에는 참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말할 때는 손가락질을 삼가하는 것이 좋다. 유럽 사람들에게도 손가락질은 상대방의 감정을 아주 상하게 한다. 가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르키곤 하는데 아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 최근글: 러시아 도로에 검문 경찰 향해 늑대떼 돌진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1. 11. 06:08

인터넷 사회교제망 페이스북에서 한 친구가 "바르셀로나에 No pants! Subway ride"라는 행사가 1월 10일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서 좀 더 알게 되었다. 이 행사는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하철이 있는 많은 도시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루어진다. 유럽에는 1월 10일 오후 4시-4시 30분이었다. 바르셀로나 행사에 대해선 벌써 유튜브에 영상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지하철이 없다. 이곳에서 지하철이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는 폴란드의 바르샤바다. 바르샤바에서도 속옷만 입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사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행사 참가들 (촬영: Maciek H. Parysek)

아래 영상은 각각 2009년(상), 2008년(하) 미국 뉴욕에서 열린 행사를 담고 있다.




"No pants! Subway Ride"라는 행사는 올해 9년째 이루어진 국제 행사이다. 유럽에서 추위가 극성인 1월에 이렇게 엉뚱한 사람들의 등장으로 한 순간 엉뚱함 속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최근글: 러시아 주유소에서 기름값 지불하는 독특한 방법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