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19.11.08 06:18

몰타 가족여행 이틀째다. 첫 날 숙소가 있는 할 키르코프(Hal Kirkop)에서 여행 마지막까지 7일 동안 머무를 세인트 폴스 베이(Saint Paul's Bay) 숙소까지 가야 한다. 이번 여행계획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교통수단이다. 차량을 임대할까?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7명이고 이 중 한 명이 아기다. 돌아가는 날짜가 조금씩 다르다. 운전대 위치도 다르다. 몰타는 영국처럼 주행방향이 좌측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니 대중교통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는 7일 동안 무제한으로 버스를 탈 수 있는 교통카드(Tallinja Card Explore)를 1인당 21유로에 구입했다. 이 카드는 몰타와 고조 섬 둘 다 유효하다. 처음 승차해 유효화시킨 날부터 7일 동안이다. 우리는 동네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운전사한테 현금으로 승차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겨울철 1.5유로, 여름철(6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 2유로, 야간 3유로다. 이 현금 승차권으로 2시간 이내에 무제한으로 환승도 할 수 있다.     


첫 번째 버스로 몰타 수도인 발레타의 봄비(Bombi) 버스 정거장에 도달해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 대기소 옆에 일련로 늘어선 광고대가 눈길을 끈다. 단순한 광고용일까...


접이식 의자다. 좌판 양쪽에 광고가 붙어 있다. 광고 없는 플라스틱 접이식 의자를 버스 정거장에서 지금껏 종종 보았지만 이렇게 광고까지 붙어 있는 정거장 접이식 의자는 처음 보는 듯하다.



정거장간 거리가 짧고 급브레이크 잦아
목적지까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거장간 거리가 짧아서 버스가 자주 선다. 좋은 점도 있다. 어쩌다 시차 부적응으로 졸다가 한 두 정거장을 더 지나서 내려도 걸어서 되돌오는 데 크게 불편하지가 않다. 도로 폭이 대체로 좁다. 또한 보도 폭이 아주 좁은 곳이 많다. 어떤 곳은 지나가는 차에 부딛힐까봐 겁이 날 정도다. 운전사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잦다(멀미를 쉽게 하는 사람은 미리 이를 숙지하는 것이 좋겠다).


버스 시간표는 무시가 상책
이런 이유로 버스 정거장에 붙여져 있는 버스 시간표는 무용지물로 보인다. 7일 동안 버스를 타면서 제시각에 도착한 버스는 한 대도 없었다. 처음에는 시간표를 믿어보려고 했지만 시간표가 소용없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버스 시간표를 아예 안 믿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워야 
다가오는 버스가 정거장에 서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정거장에서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뻔히 있는데도 그냥 지나가 버린다. 왜 이러지? 우리가 사는 빌뉴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통문화다. 반대편 쪽 정거장에도 사람들이 기다린다.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세우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이 버스는 서지 않고 그냥 휙 지나가 버린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버스가 만석이고 내리는 사람이 없으면 서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사람이 많이 타고 있고 내릴 사람이 없고 또한 바로 뒤에 따라오는 버스에 사람이 적은 경우도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합당한 이유가 없는 듯한데도 지나가 버리는 버스를 여러 번 만났다.    



공유택시 앱도 준비해야 
길이 굽이굽이 돌거나 내리막길 오르막길이 연이어져 있어서 뒤에 버스가 오는지를 쉽게 볼 수가 없다. 버스를 하도 기다리다가 지쳐서 공유택시를 부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몰타에서는 에스토니아에 기반을 둔 공유택시 볼트(Bolt)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한편 비상시 버스 유리창 깨는 방법이 특이하다. 보통 유리창 옆에 조그마한 망치가 붙어 있다. 그런데 이번 몰타에서 본 것은 망치가 아니라 붉은 단추다. 비상시 노란색 봉인을 틀어서 깨고 붉은 단추를 치면 유리창이 깨진다.    


정차 단추를 눌러야
모든 정거장에 버스가 서지 않는다. 내릴 정거장 직전에 버스 안에 여기저기 붙어 있는 붉은 단추를 눌러 운전사에게 정차 신호를 반드시 보내야 한다. 내 정거장에 서 주겠지 하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특히 공항이동시 시간 주의해야
출국시 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할 때는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야 한다. 우리가 머문 곳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가 1시간에 한 대였다. 버스를 놓치거나 만석이라 버스가 정거장에 서지 않으면 1시간을 더 초초하게 기다려야 한다. 

몰타는 차량 주행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 조심해야 한다. 도로를 건널 때 항상 오른쪽을 먼저 살펴 봐야 한다. 참고로 이번 몰타 여행에서 이동노선이나 버스정보를 유익하게 준 앱이 바로 Moovit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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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9.11.06 17:16

유럽 리투아니아는 국경일(영혼의 날 - 돌아간 조상을 숭배하는 날)인 11월 1일을 기점으로 학교가 일주일 방학에 들어간다. 보통 이맘 때부터 흐리고 추운 날씨가 대세다.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은 lapkritis다. 이는 떨어지는 나뭇잎을 뜻한다. 

우리 가족은 거의 매년 햇볕이 부족한 긴긴 겨울철을 잘 견디기 위해 이맘 때 따뜻한 나라로 가족여행을 간다. 행선지 결정은 아내 몫이다. 봄부터 아내는 여행지와 더불어 저가 항공권과 괜찮은 숙박 시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지중해 키프로스와 몰타 중 고민하다가 몰타를 여행지로 정했다. 이유를 물으니 첫째 해수욕도 여전히 가능하고, 둘째 호주 큰 딸과 영국 조카 가족이 더 싼 비행기표로 올 수 있고, 셋째 공용어 중 하나가 영어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막상 가족여행을 떠날 때쯤 리투아니아는 기록적인 날씨로 여름날 같은 10월 날씨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족여행 안 가도 될 텐데... 10월 24일 오후 라이언에어 비행기를 탔다. 직항이다. 왕복 비행기표가 1인당 180유로다. 빌뉴스 공항에서 몰타 공항까지 소요 시간은 3시간 20분이다.

지중해 몰타로 접어들자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금방이라고 폭우가 쏟아질 듯하다.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는 찰나인데 참으로 아쉽다. 저런 먹구름은 우리가 머무는 8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10월 중하순 몰타 여행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몰타는 쉥겐조약(국경통과 간소화 조약) 가입국으로 비행기에 내려서 버스로 이동한 후 출입국 심사없이 우리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첫날 숙소는 공항 출입국장 반대편 쪽에 있는 할 키르코프(Hal Kirkop)에 위치해 있다. 다음날 아침 호주에서 큰 딸을 맞이해야 하므로 공항 인근으로 정했다. 도보로 20분 걸리는 거리다. 성 레오나르두스(Leonardus) 성당 바로 옆이다. 리투아니아 성당들은 대부분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이곳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하루만 묵을 숙소다. 석회석으로 지어진 호텔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호텔이 전자우편으로 호텔 출입을 할 수 있는 큐알코드를 보내왔다. 늦은 밤도 아닌데 설마 호텔 접수대에 종업원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 8시경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초인종도 없다. 어떻게 들어가지... 출입문 옆에 전자 기기 하나가 붙어 있다. 방법을 숙지하고 있던 아내는 전자편지에서 내려 받은 큐알코드를 찍는다. 그러자 전자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큐알코드로 호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도 접수대도 정말 없다. 방문 옆에도 큐알코드를 읽는 기기가 붙어 있다.   


깔끔하다. 그런데 방바닥이 낯설다. 리투아니아는 목재 바닥이 대부분인데 몰타는 타일이다. 여기가 더운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인용 침대가 둘이다.


침대 너머 오른쪽에 옷장이 보인다. 다른 침대 옆에도 넉넉한 옷장이 있는데 저기 텔레비전 옆에 굳이 옷장이 또 필요할까...
 

문을 열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옷장으로 위장된 부엌이다!!! 간단하게 요기할 거리를 만들 수도 있겠다.


몰타의 전원 꽂개집(콘센트) 형태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미처 변환 꽂개집을 준비하지 못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동그란 구멍이 두 개가 있는데 여기는 네모난 구멍이 세 개가 있다. 


서로 다른 꽂개(플러그)다. 


다행이 약간 변형된 꽂개집 덕분에 걱정 없이 충전할 수 있다.


아주 작은 규모의 호텔이다. 방이 총 6개다. 우리 가족만 투숙한 듯하다. 어떻게 유지가 될까... 그런데 나중에 아침 식사하는 것을 보니 방이 모두 다 손님으로 채워져 있다.


준비된 아침 식사 양과 종류를 보니 참으로 소박하다.


빵을 구우려고 전원을 넣어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주인인지 직원인지 현지인 한 사람이 식당으로 와서 벽에 붙어 있는 꽂개집 왼쪽에 있는 개폐기(스위치)를 작동시켜 준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을 때 굳이 꽂개를 뽑을 필요가 없이 그저 전원 개폐기만 닫으면 된다. 


아침 식사 후 찍은 호텔 정면이다. 모래색 석회석 건물과 남색 나무 창문이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호텔 바로 옆 성당이다. 하나면 충분할 텐데 왜 벽시계가 두 개나 있을까? 옆에 있던 요가일래가 답을 준다. 이것이 바로 몰타 특징들 중 하나다. 두 개의 종탑 아래 각각 시계를 걸어 놓는다. 오른쪽 시계만이 정확한 시간을 주민들에게 표시한다. 틀린 시간을 표시하는 다른 시계는 악령을 혼동시켜서 미사를 방해하지 못하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와~~~ 고마워~~~   


모처럼 다 함께 모였으니 가족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다른 숙소 입실 시간이 오후 1시라 아침에 마실 구경에 나선다. 온통 누렇고 누렇다.


공사현장이다. 벽이나 바닥이 다 누런 흙으로 보이지만 다 밝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감자가 자라고 있다. 흙 반 돌 반이다.


올리브가 익어 가고 있다. 


"와, 아몬드다!" 
식구들은 믿지를 않았다. 요가일래는 열매 하나를 집으로 가져 와서 깨서 먹어 보더니 그제서야 식구들은 내 말을 믿게 되었다. 30여년 전 헝가리 유학 시절 현지인 포도밭에 내가 심어 놓은 아몬드 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무궁화속의 꽃인 부상화다.


장미꽃도 여전히 피어 있다.


동네 작은 공원이다. 깨끗한 무료 화장실이 신기하다. 채소와 과일도 자라고 있다. 


수박이다. 이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로 접어드는데 저 수박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 가족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지중해 몰타에서 첫날을 보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최첨단 큐알코드 입실이다. 아침 식사를 도와주던 친절한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이 방법이 몰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나?"
"다른 호텔들이 사용하는 지는 모르겠다."
"어떤 좋은 점이 있나?"

"종업원을 두지 않아도 된다. 상주할 필요도 없다. 아침 준비와 청소 정리만 하면 자유롭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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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9.11.04 06:50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말타, Malta)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기억에 남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달팽이다. 모래빛 석회석의 담벼락으로 올라가 아직 자신의 점액으로 붙여 있는 달팽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또 달팽이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마치 담벼락 색으로 변신을 한 듯하다. 느림의 미학 상징 중 하나인 달팽이는 말라 죽을 수도 있는데도 왜 이렇게 담벼락 위로 올라가는 것일까...


어느 날 몰타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멜리에하(Mellieha) 베이를 다녀왔다. 가족이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동안 나는 해변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말라 버린 식물 줄기에 달팽이가 떼를 지어 붙어 있다. 혹시 저 달팽이들의 습격으로 꽃과 줄기가 시든 것이 아닐까...   


연두색 새잎이 자라고 있다. 저 잎은 무사할까....


바로 옆에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달팽이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다. 달팽이 나무로 이름 지어도 될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자기 몸에 지닌 점액질만 믿고 위로 위로 느리게 올라가다가 영양분이나 수분이 부족해 말라 죽은 달팽이들이다. 저 달팽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나에게도 있지 않을까...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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