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09.03 05:31

발트3국 출장으로 8월 중순부터 거의 집을 비웠다. 다행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1일 가족과 함께 했다. 리가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4시간 걸려 빌뉴스 집에 밤 10시경 도착하니 전기밥솥에 솔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명히 리가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는데 밥을 해놓다니... 잠시 후 딸아이가 부엌으로 들어와 음식을 준비하려고 했다.

"아빠, 저녁 먹었는데."
"알아."
"건데 왜 지금 늦은 시간에 음식을 하니?"
"이제 학교에서 밥을 사먹지 않고 도시락을 사서 가져가려고. 김밥해서 가져갈거야."
"네가 직접?"
"그래. 엄마가 조금 도와주고 내가 할거야."


6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도시락으로 가져간 김밥이 놀림감이 되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그땐 아빠가 만들어주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이렇게 스스로 김밥을 사가지고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나가면 역시 세월은 참 빠르다. 김 위에 밥을 얹고 그 위에 계란말이, 오이 등을 얹으면서 딸아이의 말은 이어졌다.


"아빠, 내가 정말 한국인인가봐."
"왜?"
"김밥을 좋아하고 이렇게 김밥을 만들고 있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그래?"
"아버님, 감사합니다."
"왜?"
"나를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으니 정말 고맙지."
"아이구... 내일 아침에 아빠가 깨워줄게."

책장에는 벌써 중학교 2학년 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하루 수업수는 6-7시간이다.


학교 사물함에 놓을 물건을 보니 빗, 머리끈, 비상 간식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공부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하는 딸아이의 마음이 이번 학년 끝까지 쭉 이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2.11 06:33

리투아니아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시험이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다. 과목 선생님이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치른다.

좋은 점은 있다. 벼락치기 공부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배운 바를 확인한다. 시험범위가 좁으니 아이들에게 부담이 덜하다. 부담없는(?) 시험이 학교 생활의 일상인 셈이다.       

학업에 대한 평가에는 크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그가 속한 반(집단)의 결과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1개 학급에서 수 10%, 우 20%, 미 40%, 양 20%, 가 10%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절대평가는 집단의 결과는 달리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목표에 어느 정도를 달성했는 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학생 모두가 '수'를 받을 수 있다. 

리투아니아 학교는 상대평가제를 취하고 있다. 자녀의 학업성적 확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7학년생(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의 학급의 1학기 종합성적을 살펴보자.


'수'에 해당하는 전과목 평균 9점 이상 학생수는 29명 중 13명이다. '우'에 해당하는 8점 이상 학생수는 8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21명이다. 2/3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다. 


2월부터는 2학기이다. 지금껏 종합성적에서 9점 이상 학생수는 10명이다.     
   


1학기보다 성적이 다섯 단계나 뛰어올랐다. 부모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시험이 없나?"
"물리 시험이 있어."
"너는 물리가 좀 약하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이 쉽게 이해돼."
"만점 받으면 아빠가 돈을 줄게."
"싫어."
"왜?"
"내가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공부하잖아. 내가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할아버지가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주었지. 돈 받는 재미가 솔솔했지. ㅎㅎㅎ"
"난 돈 필요 없어."
"그래 너 말이 맞다. 돈 받으러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지식을 얻는 것이니까 열심히 해라. 약한 물리에서 만점을 받아 네 평균점수가 올라가면 참 좋겠다. 이대로 쭉 가면 최고로 좋은 고등학교에서도 갈 수 있겠다."
"싫어."
"왜?"
"그긴 경쟁이 너무 심해."
"그래도 가면 좋지 않을까? 좋은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잖아."
"알았어. 재미있게 공부해볼게."

잠들기 전 딸아이는 인사하면서 덧붙였다.
"오늘 아빠와 얘기를 많이 해서 참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11.27 07:51

일전에 "중학생이 되자 확~ 변한 딸의 생활상" 글에서 유럽 리투아니아 중학교 1학년생 수업내용을 소개했다. 오늘은 시험 성적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흔히 말한다.
"내일 시험 있어."
"또 시험이야!"
"모레도 시험 있어!"
"뭐!?"
"힘들겠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시험일이 다가오면 밤을 꼬박 새면서까지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평소처럼 밤 10시에 잠을 잔다. 왜 그럴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어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해 그날 하루 내내 모든 과목 시험을 치지 않는다. 과목마다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시험일을 달리한다. 동일한 내용에 대한 수업을 서너 차례 진행한 후 선생님이 이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낸다. 시험공부 분량이 많지 않아서 한꺼번에 힘들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적 자주 점검하기 때문에 평소 느슨하게 공부하다가 시험일이 다가와서야 벼락치기 공부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한국에 있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여긴 따로 없다. 

평가점수는 1-10점이다. 아래는 학생수 29명의 성적표이다. 이번 학기 지금까지 평균성적이 9점(90점)이상이 12명, 8점(80점)이상이 7명, 7점(70점)이상이 7명이다. 80점이상 학생이 19명으로 전체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다. 아래 붉은 칸을 한 것이 과목(러시아어)당 평가번수(Pazymiu)이다. 한 학생은 6번, 다른 학생은 10번, 또 다른 학생은 15번이다. 학생마다 다르다. 동일한 번수로 시험을 쳐서 얻은 점수 합계를 나눠 평균점수를 내고 순위를 정해야 맞을 듯한테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또 다시 그 까닭이 궁금해진다. 그 답이 아래 붉은 칸에 나와 있다.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과목당 성적을 평가하지 않고, 그 과목에 대한 지식습득을 평가는 내용이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번수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성적내용은 복잡다단
성적에 포함되는 평가내용은 이렇다.
실습 
자립작업: 시험문제를 주면 학생들이 교과서나 기타 자료 등을 이용해 스스로 답을 내는 
이론
취합 (반복되는 과제 제출을 종합해서 평가)
다른 기관이 발행한 평가(예, 다른 기관이 주최하는 수학 경시 대회 등 참가해서 얻은 점수)
필기시험
숙제
자립이나 가정 학습 점수 (병 등으로 결석일이 많은 학생의 경우)
일상사 (일반적인 학생들의 일)  
교실일 (예, 교실 환경미화)
프로젝트 (과제 발표)

막상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참 복잡하다. 하지만 과목당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단순히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해서 그 과목의 성적을 매기는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학생마다 평가번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9.12 05:30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만 7년이 되었다. 이 블로그의 한 부류를 차지하는 아버지와 딸아이 이야기의 주인공 요가일래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언제 다 자라나? 휴~"하던 시절이 훌쩍 가버렸다. 이제는 "벌써~ 소녀가 되었네!. 사춘기를 잘 넘겨야할텐데"라는 때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는 시간이 빨리 가면 참 좋겠다라고 바랬는데 지나고 나니 세월은 역시 빨랐다. 이제 6년을 더 학교 다닌 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언니처럼 외국에 공부하러 가면 함께 지낼 시간도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지난 여름 종종 큰소리로 대꾸하기에 한번 나무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이유없이 대꾸하면 안 되잖아!"
"나도 알아. 선생님이 우리가 그런 나이에 있다고 해서."
"그래도 아빠가 늘 마음이 예뻐야 된다고 네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쳤는데 이런 때 그 덕을 좀 보자."
"나도 알아. 아마 이런 날이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거야."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었다.

9월 1일 요가일래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먼저 유럽 리투아니아의 중학교 수업시간표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1주일 수업시간은 총 31시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1주일 수업시간이 22시간이다. 6년 후 11시간이 더 추가되었다. 가장 수업시간(5시간)이 많은 과목은 국어인 리투아니아어다. 이어서 영어와 수학이 각각 4시간이다. 역사, 생물, 지리, 러시아어, 체육, 작업이 각각 두 시간이다. 물리, 미술, 음악, 신앙, 정보기술, 학급시간이 각각 1시간이다. 역시 여기도 국영수가 최우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담임선생님과 조회는 매일 열리지 않고 월요일 딱 1시간이다.


그렇다면 중학생이 된 딸아이의 생활에서 확~ 변한 것은 무엇일까?
9월 1일 개학한 날 밤 다음날 학교에 가기 위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딸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 부모님이 일어나야 돼?" (즉 일어나서 깨우고 아침밥을 챙겨줘야 돼나?)  
"아니.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어. 내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까 그냥 부모님은 계속 자세요. 내가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서 먹고 학교에 갈거야."
"정말 그래도 돼?"
"정말이야. 이제부턴 내가 한다. 나도 이제 스스로 해야 할 나이잖아."
"그래. 그 결심을 존중한다."

그 후 며칠 동안 정말 딸아이는 스스로 잘 했다. 어느 날 아침 9시경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면서 '오늘도 학교에 잘 가겠지'하고 속으로 딸아이를 칭찬했다. 한참 후 일어나 세수하고 거실로 가는데 딸아이의 방문에 닫혀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열어보았더니 딸아이가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보다 학교에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에 자명종 시계를 6시 반에 맞추어놓았다. 일어났지만 3개월 여름방학에 여전히 익숙해져 있는 몸을 쉽게 일으켜세울 수가 없었다. 

침실에 있는 아내에게 살짝 와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야단을 치지 말자고 했다. 이번을 계기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스스로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후 요가일래는 휴대폰 자명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으로 맞춰놓았다.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이렇게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후에 음악학교로 출근하는 아내는 보통 늦게 잔다. 거의 집에서 일하는 나도 늦게 잔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 중 누가 먼저 일어나야 했다. 

"당신이 내일 일찍 일어나 딸아이 등교를 도와줘!"라고 서로에게 미루지 않게 되었다. 

이제 곧 만 13살이 되는 딸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부모 도움없이 등교를 하게 되었다. 이런 자립심이 지속되어 만 18세 성인이 되면 정말 스스로 세상살기에 익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5.22 09:57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 중학교 3한년생이 한 명 있다. 이 학생은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에 다닌다. 즉 프랑스어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궁금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았다.

"제1 외국어 프랑스어와 제2 외국어 영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하나?"
"물론 영어다."
"왜?"
"영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데 프랑스어는 머리 속에서 일단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은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이 다민족이 살고있어 다언어권이다. 길거리 거지도 3-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곳이다. 

복잡한 리투아니아어에 비해 영어가 훨씬 쉽다고 다들 말한다. 물론 언어가 쉽다고 해서 그 언어를 누구나 다 쉽게 습득할 수는 없다. 언어 교육이나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을 이번 5월말에 마친다. 어제 딸아이의 영어 시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시험은 이렇다.
1. 학생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2. 주제를 준다. 준비를 위해 며칠 시간을 준다.
3. 두 명이 협력해서 영어로 내용을 작성한다.
4. 이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한다.
5.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영어 문법을 설명한다.

딸아이가 받은 주제는 "단순현재와 현재진행 시제"이다.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했다. 아래는 딸아이와 친구가 협력해서 작성한 문서이다.


딸아이의 영어 시험 결과가 휴대전화 문자 쪽지로 들어왔다. 10점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즉각 축하 쪽지를 보냈다.  


아, 문법이나 단어만 달달 외워서 영어 시험 쳤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영어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이라면 장차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1 05:15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흔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클까"일 것이다.

엉엉 울어대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왜 우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일일이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옷을 챙겨 입혀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머리를 빗겨 묶어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까?"
학교 입구까지 손잡고 등교시켜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면서 접하는 이런 물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씩 저절로 해결된다.
딸아이는 만 12살로 한국으로 치면 곧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가 4년제라서 중학교 2년생이다.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은 딸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챙겨 주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늦은 밤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 잔 후에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질문이다.

"너는 언제 커서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가나?"
"아빠도 힘들지? 아직 내가 어리니까 아빠가 도와줘야지."
"빨리 스스로 혼자 아침밥 챙겨 먹고 갈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
"그래도 아빠가 깨워주고 아침밥을 준비해주면 좋잖아."

드디어 때가 왔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딸아이는 꼭 3일째 이를 반복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목요일 시차병으로 자명종없이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나니 다섯시였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감기에 완쾌된 몸이 아직 아니지만 하루 일을 시작했다.

6시 20분 누군가 방문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딸아이가 교복을 입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영처럼 보였다.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경 깨워야 일어난다.

"네가 웬일이야?"
"아, 이제 혼자 일찍 일어나기로 했어."
"그래? 잘 했다. 씻고, 스스로 아침밥을 준비해봐라."
"알았어."

딸아이 아침밥은 사실 간단하다. 빵 두 조각에 버터를 바르고, 뜨거운 물에 코코아와 우유를 타는 것이다.

* '부모님, 이제 아침 늦게까지 편히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아침밥 먹고 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지난 12년 동안 딸아이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한국 부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유럽인 자녀들은 이렇게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간다. 큰딸 마르티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챙겨 먹고 등교했다. 

아, 이렇게 해서 난생 처음 작은딸 요가일래는 2014년 2월 6일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로 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자명종을 맞춰놓고 딸아이를 깨우고 아침밥을 챙기는 일에서 마침내 해방된 셈이다.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9.04 06:19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 되었다. 9월 2일 개학식을 다녀왔고, 화요일 처음으로 6시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먼저 이번에 가장 달라진 점은 교복 착용이다. 학교가 교복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제 무슨 옷을 입고 학교에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또한 엄마와 아침부터 옷 선택으로 실강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상의만 통일된 교복이고, 하의는 학생들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 

* 교복 입은 요가일래

딸아이의 교복을 보니 학교 문장이 특이했다. 학교 이름 오른쪽에 있는 말풍선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각각 세 개 있다. 의문을 가지고, 그 의문을 해결한 후 얻은 기쁨을 느낌표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 학교 문장

화요일 딸아이가 학교에 간 후부터 우리 집은 허전했다. 여름 방학 동안 식구 모두가 같이 있을 때에는 몰랐는 데, 딸이 없으니 아내가 있어도 집안은 공허감이 돌았다.

"요가일래 언제 오나?"
"벌써 그리워?"
"없으니 집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딸아이가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나자, 각자의 방에서 있던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함께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보고 싶었어."
"그래?"
"나 또 학교 가고 싶어."
"금방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또 학교에 가고 싶다고?"
"그래."
"왜?"
"새로 전학온 학생이 둘이 있는데 정말 좋아. 같이 많이 놀고 싶어."
"그러면 네 짝궁이 질투하지 않을까?"
"아니야. 우리 둘이 하고, 새로운 친구 둘이가 모두 친하게 되었어. 새로 온 학생이니까 잘 모르잖아. 그래서 우리가 도와줘야 해."
"좋은 생각이다." 

딸아이 반은 제일 처음에는 25명이었으나, 중간에 들어오는 전학생들로 지금은 30명이다. 나도 시골에서 5학년을 마칠 쯤 대도시로 전학했다. 당시 시골 촌놈이라 따돌리는 대신 함께 놀아준 도시 친구들이 있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주었다.

"너도 아빠 친구처럼 새로운 학생들을 잘 보살펴줘라."
"알았어. 새로운 학생이 있으니까 학교 가는 재미가 더 있어서 좋아."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