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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8. 9. 4. 07:49

일반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딸아이는 잠시 쉬었다가 엄마와 함께 음악학교로 갔다. 엄마는다른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려 가고, 딸아이는 다른 선생님한테 피아노를 배우러 갔다. 엄마가 집에서 가르쳐도 되는 데 결국 다른 선생님에게 딸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자식보다 남을 가르치는 것이 더 쉽다고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말한다. 이렇게 오후는 나 홀로 집에 있게 되었다.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마신 차로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건데 이게 웬일일까? 화장실 문을 열저 전에 없던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내가 진동했다. 향수를 뿌린 아내가 나간 지도 꽤 되었는데 말이다. 9월 1일 개학한 뒤 오늘 첫 수업이 있는지라 향수를 진하게 뿌리고 간 아내의 자취라고 여기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서너 시간 뒤 아내와 딸아이가 돌아왔다. 엄마가 서재에 다가와 와서 대뜸 말을 건넸다.
"학교 막 가기 전 엄청난 손실을 입혔어!"
"무슨 손실을 입혔는데?"
"눈치 못챘어?"
"몰라!"
"화장실 가봐! 향수가 그윽하잖아!"
"맞아! 오늘 따라 색다른 냄새가 진동하더라고. 무슨 일 있었어?"

화장실에 가보니 변기수조통병 옆에 평소 욕실 화장대에 있어야 할 향수병이 놓여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깨어진 향수병이었다. 아내의 자초지종 설명이 이어졌다.

외국여행 갔다고 아내에게 선물해준 향수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동안 조금씩 아껴쓰다가 그만 부주의로 깨뜨리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끼지 말고 기회 닿는대로 사용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하는 아내가 안스러웠다.

"봐, 부주의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히는 지 새삼 깨달았지? 그러니 '주의'가 일상 생활에서 참으로 중요함을 알아야 해. 이번 일로 우리 모두 '주의'가 몸과 마음에서 익히도록 노력해보자."

이렇게 아내의 부주의로 이날 하루 만큼 우리집 화장실은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로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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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