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10.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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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용도폐기된 숫벌의 최후에 가슴이 섬뜩" 글에서 우리 집 발코니에 나타난 말벌 이야기를 했다. 발코니는 창문으로 닫혀 있다. 해가 쨍쨍하던 어느 날 창문에는 10여 마리의 말벌이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서 얼굴에는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말벌 한 마리 한 마리를 살아 있는 채로 밖으로 내보냈다. (사진: 발코니 벽면을 기어오르는 말벌) 

그 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한 두 마리씩을 그렇게 내보내고 있다. 발코니는 침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말벌에 대한 딸과 아내의 두려움 때문에 요즘 거실을 임시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바깥 날씨가 추워지면 말벌도 자연히 사라지겠지라고 기대했다.

어제 새벽 욕실로 들어가려고 불을 켜는 데 바닥에 말벌 한 마리가 힘없이 기어가고 있었다. 비록 나약해 보였지만, 이것을 아내와 딸이 보았다면 얼마나 놀랬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이제 발코니에서 욕실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 말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창문을 닫아놓으면 발코니는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인데 말이다.

최근 중국에는 약초를 캐던 어머니를 따라 두 자녀가 산으로 갔다. 말벌떼의 습격을 받자 어머니는 두 아이들을 품에 안고 말벌의 공격에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딸은 끝내 말벌 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으로 우리 집 발코니 말벌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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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스는 이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를 모르고, 이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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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능숙한 젓가락질이 말벌을 강제퇴거시키는 데에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에 날씨 좋은 날을 택해 발코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드러내고 벽면 틈새를 살펴봐야겠다. 물론 응급처치용으로 식초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도심의 아파트 발코니에 말벌이 공존하니 갑자기 첩첩산중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추운 날씨에 미안하지만, 강제퇴거시키기 전에 말벌이 자진퇴거해주면 제일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 모르고,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 관련글: 민들레꽃의 아름다움에 홀려 벌에 쏘이다
               말벌 공포에 휩싸인 리투아니아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05.26 12:10

가끔 리투아니아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 식사 준비 전 늘 물어보는 말이 있다.

"포크, 아니면 젓가락?"

젓가락은 이들에게 낯설다. 하지만 대부분은 젓가락을 선택한다. 처음에는 잡은 음식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 아주 재미있어 한다. 우리 집에서 젓가락질을 배워 능숙하게 사용하는 리투아니아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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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집에 돌아갈 때는 여분의 젓가락이 있으면 달라고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다른 식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 관련글: 삼순이 양머리는 한국의 천재적 작품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06.2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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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9일 밤 만 여섯 살 반인 딸아이에겐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딸아이는 젓가락질을 하지 못해 늘 포크나 작은 플라스틱 집게로 음식을 먹었다. 또래의 한국 아이들은 모두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데, 딸아이만 하지 못해 좀 부끄러웠다.

한 때 가르쳐보았다. 그 당시 딸아이는 한 번 시도해보더니 젓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만 포기했다. 그런데 어젯밤 딸아이는 갑자기 나무젓가락을 잡더니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방법을 일러주자 그대로 따라하더니 바로 쟁반 위에 놓인 버찌를 젓가락으로 잡고 입안에 넣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 기뻐서 날뛰는 딸아이……. 역시 못함을 함으로 바뀌는 순간엔 모두가 짜릿한 기쁨을 누리는 법인가 보다. 딸아이 왈: "아빠, 나 이제 진짜 한국 사람이 됐다."

- "왜 안 배우다가 이제 젓가락질을 배우니?"
- "필요하니까."
- "왜 필요한데?"
- "우리가 한국에 가잖아."
- "포크를 가져가면 되지."
- "한국 사람들은 젓가락으로 먹잖아. 나도 할 수 있어야지."

어제 딸아이를 지켜보면서 억지로 무엇을 가르치는 것보다 "스스로 혼자 필요성을 느껴 해보는 것이 비록 늦을지라도 더 좋은 방법이다"고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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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