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 2. 6. 07:37

이번 1월 한국 방문에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가 동행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으로는 러시아인, 마음으로 유대인, 영혼으로는 우크라이나인이다"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유대인인 그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러시아에 살고 있다. 

8일 동안 익산, 논산, 부산, 서울 등지를 그와 함께 다녔다. 식사할 때마다 그가 안스럽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젓가락질이다. 



서투른 젓가락질로 그는 힘들게 밥을 먹었다.


"포크를 갖다줄까?"

"아니."

"젓자락질이 불편하잖아. 그냥 포크로 쉽게 밥을 먹는 것이 좋겠는데."

"한국에 왔으니 해봐야지."

"그래도 옆에서 보니 좀 안스럽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젓가락질로 밥을 먹어볼 수 있겠나!"

"맞아. 차차 하다보면 능숙하게 될 거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의 젓가락질 솜씨는 일취월장했다.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멀지 않아서 콩알도 집어서 먹을 수도 있을 듯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더라도 포크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지."

"뭔데?"

"내가 이 쇠젓가락을 러시아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쇠젓가락을 선물로?"

"러시아에 있는 일본식당이나 중국식당은 전부 나무젓가락을 주는데 여기는 다 쇠젓가락이라 신기해."

"그래서?"

"한국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내가 서투르면 안 돼지. 그래서 내가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야."

 


그와 함께 부산 국제시장을 들렀다.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선물 가게에는 다양한 젓가락이 진열되어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선물할 마음에 드는 쇠젓가락을 여러 개 구입하면서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십년을 외국인들 사이에 살면서 지금껏 한 번도 쇠젓자락을 그들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럽에 있는 아시아 음식점에서는 거의 대부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준다. 이를 사용하지 않고 기념으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쇠젓가락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릴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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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rtorwkwjsrj

    많이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그것만 사용하지요.
    쇠젓가락사용은 한국이 유일하고, 한국이 원조입니다.
    (젓가락뿐아니라, 숟가락등 부엌주방용품은 제기등 특별한것외에는 거의 나무를 쓰지않습니다.)

    장점은 많아요. 위생적이고, 오래쓸수있고, 품위있고,
    세밀한것까지 다룰수있고, 더불어 손의 근육도 세세한 부분까지 발달합니다.

    2015.02.06 11:10 [ ADDR : EDIT/ DEL : REPLY ]
  2. 왠지..훈훈한 분위기^^

    2015.02.06 17: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하하

    당연하여 생각 못했던 부분이네요.
    저도 쇠젓가락을 선물해야겠네요 ㅎㅎ

    2015.02.07 11:18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09. 10. 22. 06:21

일주일 전 "용도폐기된 숫벌의 최후에 가슴이 섬뜩" 글에서 우리 집 발코니에 나타난 말벌 이야기를 했다. 발코니는 창문으로 닫혀 있다. 해가 쨍쨍하던 어느 날 창문에는 10여 마리의 말벌이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서 얼굴에는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말벌 한 마리 한 마리를 살아 있는 채로 밖으로 내보냈다. (사진: 발코니 벽면을 기어오르는 말벌) 

그 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한 두 마리씩을 그렇게 내보내고 있다. 발코니는 침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말벌에 대한 딸과 아내의 두려움 때문에 요즘 거실을 임시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바깥 날씨가 추워지면 말벌도 자연히 사라지겠지라고 기대했다.

어제 새벽 욕실로 들어가려고 불을 켜는 데 바닥에 말벌 한 마리가 힘없이 기어가고 있었다. 비록 나약해 보였지만, 이것을 아내와 딸이 보았다면 얼마나 놀랬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이제 발코니에서 욕실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 말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창문을 닫아놓으면 발코니는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인데 말이다.

최근 중국에는 약초를 캐던 어머니를 따라 두 자녀가 산으로 갔다. 말벌떼의 습격을 받자 어머니는 두 아이들을 품에 안고 말벌의 공격에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딸은 끝내 말벌 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으로 우리 집 발코니 말벌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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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스는 이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를 모르고, 이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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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능숙한 젓가락질이 말벌을 강제퇴거시키는 데에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에 날씨 좋은 날을 택해 발코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드러내고 벽면 틈새를 살펴봐야겠다. 물론 응급처치용으로 식초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도심의 아파트 발코니에 말벌이 공존하니 갑자기 첩첩산중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추운 날씨에 미안하지만, 강제퇴거시키기 전에 말벌이 자진퇴거해주면 제일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 모르고,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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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벌
    생각만해도
    후덜덜...
    속히처리하셔서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시길 ㅎㅎ

    2009.10.22 06:27 [ ADDR : EDIT/ DEL : REPLY ]
    • 조만간 발코니 틈새를 다 뒤져볼 계획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22 06:30 신고 [ ADDR : EDIT/ DEL ]
  2. 말벌 진짜 무서워요.
    조그맣다고(다른 벌들 보단 크지만...) 방심했다가는 큰코 다친다죠.
    생각만 해도 어릴적 기억때문에 아찔하네요 ㅡㅡ;;;;;

    2009.10.22 07:55 [ ADDR : EDIT/ DEL : REPLY ]
  3. ㅎㄷㄷ... 사진만 봐도 섬뜩하네요..
    개인적으로 약을 사서 뿌리심이....
    말벌 무섭네요. ㅡㅜ

    2009.10.22 14:28 [ ADDR : EDIT/ DEL : REPLY ]
  4. 하비비

    우리나라에서는 추석즈음에 말벌 사고가 많이 나지요.

    왜냐면 이때쯤이면 벌초들을 많이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저녁 9시 TV뉴스에 단골메뉴로도 등장하구요.

    만약 집안에 말벌이 들어왔다면 119에 신고하면 5분내에 출동해서 제거작업해주구요.

    119 상담전화도 참 많답니다.

    ***응급처치법***

    벌에 쏘였을때는 국소반응과 전신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전신반응은 병원으로 즉각 이송하지 않으면 사망할수가 있다.
    전신반응 : 호흡곤란. 오심, 구토. 어지럼증. 오한. 발열. 쇼크 실신등(즉각 119에신고 이송조치)

    쏘인부분에 벌침을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손가락으로 잡아 뽑으면 침안의 독소가 몸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으므로 카드나 명함등으로 긁어서 뽑는다.

    부종이 심할 경우 독이 퍼지는것을 늦추기 위해 얼음찜질을하고 경구형 항히스타민제와 국소 칼라민로숀을 발라주는것도 좋다.

    2009.10.23 14:54 [ ADDR : EDIT/ DEL : REPLY ]
    • 지난 봄 아내가 말벌에 쏘였을 때 손톱으로 뽑았는데 이젠 카도라 명함으로 뽑아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9.10.23 18:06 신고 [ ADDR : EDIT/ DEL ]
  5. 집에 창문이 틀안으로 공간이 있는 창이라면 말벌이 집 창틀 안으로 집을 지은것 같습니다 /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 아이들에게 위험합니다

    2012.06.30 16:27 [ ADDR : EDIT/ DEL : REPLY ]

사진모음2009. 5. 26. 12:10

가끔 리투아니아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생긴다. 이럴 때 식사 준비 전 늘 물어보는 말이 있다.

"포크, 아니면 젓가락?"

젓가락은 이들에게 낯설다. 하지만 대부분은 젓가락을 선택한다. 처음에는 잡은 음식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 아주 재미있어 한다. 우리 집에서 젓가락질을 배워 능숙하게 사용하는 리투아니아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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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집에 돌아갈 때는 여분의 젓가락이 있으면 달라고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다른 식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 관련글: 삼순이 양머리는 한국의 천재적 작품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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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이를 어쩌죠
    저보다 폼이 더 좋으신 분들이 넘쳐 남을...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자주 놀러 올께요
    제 블로그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전 이제 1달도 안된 초짜지만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터라...
    즐거운 하루되세요 ^^

    2009.05.26 12:34 [ ADDR : EDIT/ DEL : REPLY ]
    •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대장님 블로그로 기회 닿는 대로 방문하겠습니다.

      2009.05.26 17:44 신고 [ ADDR : EDIT/ DEL ]
  2. ㅎㅎ 다들 엉성하게 보이지만 젓가락질 잘하시네요
    잘 보고갑니다~

    2009.05.26 12:59 [ ADDR : EDIT/ DEL : REPLY ]
  3. 저도 여기서 자주 보는 풍경이네요.
    이 사람들 아주 재미있어하지요.
    젓가락질이 엉성하면서도
    떨어지지 않고 걸려서 올라오긴 하더라고요.^^

    2009.05.26 14:43 [ ADDR : EDIT/ DEL : REPLY ]
    • 독일인들로 리투아니아인들처럼 마찬가지네요. 좋은 날 보내세요.

      2009.05.26 17:45 신고 [ ADDR : EDIT/ DEL ]
  4. 유아용 젓가락에 어른 손가락이 끼워지니 재미있네요.
    각이 제대로 잡힌 분들도 몇 분 계시군요. ^^

    2009.05.26 22:55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08. 6. 2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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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9일 밤 만 여섯 살 반인 딸아이에겐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딸아이는 젓가락질을 하지 못해 늘 포크나 작은 플라스틱 집게로 음식을 먹었다. 또래의 한국 아이들은 모두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데, 딸아이만 하지 못해 좀 부끄러웠다.

한 때 가르쳐보았다. 그 당시 딸아이는 한 번 시도해보더니 젓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만 포기했다. 그런데 어젯밤 딸아이는 갑자기 나무젓가락을 잡더니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방법을 일러주자 그대로 따라하더니 바로 쟁반 위에 놓인 버찌를 젓가락으로 잡고 입안에 넣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 기뻐서 날뛰는 딸아이……. 역시 못함을 함으로 바뀌는 순간엔 모두가 짜릿한 기쁨을 누리는 법인가 보다. 딸아이 왈: "아빠, 나 이제 진짜 한국 사람이 됐다."

- "왜 안 배우다가 이제 젓가락질을 배우니?"
- "필요하니까."
- "왜 필요한데?"
- "우리가 한국에 가잖아."
- "포크를 가져가면 되지."
- "한국 사람들은 젓가락으로 먹잖아. 나도 할 수 있어야지."

어제 딸아이를 지켜보면서 억지로 무엇을 가르치는 것보다 "스스로 혼자 필요성을 느껴 해보는 것이 비록 늦을지라도 더 좋은 방법이다"고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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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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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딸아이의 생각이 대견합니다.
    젖가락질하는 표정이 너 이뻐고 귀여워요 ^^

    2008.06.21 09: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정말 절 기죽게 하는 따님이네요. 전 중학교 때 제대로 했는데..-.-;;
    (사실은 왼손잡이라서 그래요. 진짜예요.믿으셔야 해요)

    2008.09.20 22:1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