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04.01 06:01

흩어진 식구들이 모이는 유럽의 명절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집에도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딸이 돌아왔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식구별로 선물을 사가지고 왔다. 작은딸에게는 신발을 선물했다. 굽이 높은 신발이다. 이 신을 신으니 아빠 키보다 커졌다. 반에서 키가 작은 축에 속하는 딸에게 아주 마음에 드는 선물이다.

여담으로 한마디했다.
"아빠는 이런 신발은 별로다."
"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사실을 부풀러서 보이게 하니까 안 좋다."
"그래도 커 보이니까 좋잖아."

나에게 준 선물은 약통이다. 내용물은 비타민D 알약이다. 딱 맞는 선물이다. 햇볕이 많은 한국에 살다온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오니 특히 겨울철 몸안에 제일 부족한 것이 비타민D다. 검사를 할 때마다 정상치 밑에 있다. 담당 가정의사는 겨울철 비타민D 복용을 권한다. 구입한 약이 물약이다. 한 방울씩 숱가락에 떨어뜨려 물을 타서 먹는다.

* 체내 비타민D 기준치 75-250에 못 미치는 50.2


그런데 이번에 받은 선물은 알약이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약통을 열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 영국에서 제조된 비타민D 


"이거 배달사고 난 것이지?"
"아니, 방금 봉해진 약통을 직접 열었잖아."
"그런데 약이 왜 이렇게 적어? 바닥만 채워졌잖아."
"생산된 그대로야."

* 밑바닥만 채워져 있는 약통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어떻게 상대적으로 큰 약통에 이렇게 바닥만 채워져 있을까... 자원낭비라는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12.19 07:55

한국 기업인들이 12월 18일 리투아니아 샤울레이와 파네베지스 시청을 방문하는 데 동행했다. 샤울레이는 리투아니아 4대 도시로 인구가 13만명, 파네베지스는 샤울레이 다음으로 큰 도시로 인구가 11만명이다.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아침 8시경에 출발했다. 샤울레이는 수도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3년 전 국제 에스페란토 행사가 이 도시에서 열렸다. 당시 시장 초청으로 시청회의실을 방문했고, 다과, 음료수, 커피 등을 푸짐하게 대접받았다.

목적지를 30km 남겨두고 시간이 좀 남아서 도로 옆 식당에 들어갔다. 3년 전을 생각하면서 시청에 가면 적어도 손님한테 커피 정도는 나오겠지라고 기대하면서도 커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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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울레이 시청사 (사진출처: http://lt.wikipedia.org/)

이렇게 도착한 샤울레이 시청. 시청 입구 1층 내부 복도에는 희미한 자연채광이 전부였다. 3층이 있는 소회의실까지 가는 데 복도와 계단 어디에도 전등이 켜져 있지 않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사무실이 있다. 그래서 자연채광 말고도 전등불이 켜져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샤울레이 시청 고위관계자와의 만남은 한 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기대했던 커피는 커녕 물 한 잔도 없었다. 도착하기 전 커피를 사서 마시기를 정말 잘했다. 리투아니아는 한국처럼 구멍가게나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추운 날씨라 난방이 강해 방이나 사무실에 있으면 쉽게 갈증이 느낀다. 건조하기 때문이다.  

이어 샤울레이에서 80km 떨어진 파네베지스에서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이동했다. 이 도시는 좀 다르겠지 기대했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복도의 천장에는 전등이 잔뜩 달려있었다. 하지만 모두 꺼져 있었다. 샤울레이 시청 복도보다 더 어두웠다. 일행은 모두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명색이 시청인데 좀 밝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된 어느 호화 시청이 떠올랐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물 한 잔도 없었다. 빨리 끝내고 타는 갈증을 해소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회의 내내 머리 속에 맴돌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손님이 "뭐 좀 주소!"라고 먼저 부탁하는 것은 실례이다. 주인이 제안해도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답하는 것이 예이다.

방문을 마친 후 고위관계자는 환송하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 복도가 어둡다는 일행의 수근댐을 알아채린 듯 복도 천장을 가리키면서 한 마디 했다.

"Taupumas!"(타우푸마스, 절약이라는 뜻)

회의탁자에 없는 물, 복도에 꺼져 있는 전등, 이 모두가 결국 국민세금 절약 때문이었다.

* 최근글: '새끼'와 '임마'가 '시키마'로 변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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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8.22 09:53

지난 해 1월말경 딸아이가 만 6살 때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에 있는 화장지 뭉치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유가 궁금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처럼
화장실에서 소변을 본 딸아이가 그만 물을 내리는 것을 잊어버렸다.
딸아이의 화장지 낭비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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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써야한다고 일러주기 위해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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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스러운 방법이지만, 이 두 사진을 비교해주면서 딸아이게 물었다.

"친구야, 화장지 재료가 나무인데 너처럼 낭비하면 더 많은 나무를 베야 한다."
"아빠, 정말 미안해. 나때문에 더 많은 나무가 아플 거야. 앞으로 화장지를 조금 쓸께."
"나무와 화장지한테 미안하다고 해!"
"옙, 알았습니다, 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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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짐한 딸아이는 그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이제 습관이 들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아빠의 교육법에 순응해준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관련글: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펑펑 울던 7살 딸, 엄마를 쉽게 용서했어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5.09 09:41

며칠 전 학교에 다녀온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부엌에서 "쏴~~~"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다가 차차 굉음으로 변해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부엌으로 달려가니
아내가 가스불 위에 주전자로 물을 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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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웬 일로 주전자를 다 샀지?"
"앞으로 차나 커피 등을 위해 물을 끓일 때는 주전자로 사용한다".  

그 동안 우리 집 부엌에는 물 끓이는 일반적인 주전자가 없다.
이유는 간단한다. 바로 전기주전자 때문이다. 물을 끓이는 데 아주 편하다.
전기 코드를 꽂아 놓아 누르기만 하면 가열된 후 자동으로 꺼진다.
가스불에 주전차를 올려놓고 잊어버려 주전자를 태워먹을 염려가 없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가열된다. 대부분 가정이 이 전기주전자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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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편한 전기주전차를 왜 아내가 포기할까?
아내의 설명이 따랐다.
가스 ㎥         2.02리타스
전기 kWh      0.35리타스

우리 집 한달 평균 전기사용량    
           300kWh x 0.37리타스 = 111리타스 (5만5천5백원)
우리 집 한달 가스 사용량           
           4㎥ x 2.02리타스 + 기본금 2.12리타스 = 10.20리타스(5천백원)

앞으로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그날리나 원전 폐쇄
전기값을 현재보다 2-3배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순간적으로 전기량을 많이 먹는
전기주전자를 포기하고 일반 주전자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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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이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전기주전자를 사용하지 않자 차를 마시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가스불을 켜고 기다렸다가 꺼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주전자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있다.
차 대신에 물 마시는 횟수가 늘어났다.
아내가 산 주전자 때문에 우리 집 전기값이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

알뜰한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남편들 박수 한 번 쳐주십시다. 

* 관련글: - 체르노빌과 같은 이그날리나 원전 폐쇄 목전에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