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빈병으로 집 짓는 사람의 훈훈한 음식 대접"에서 맥주병, 보드카병, 샴페인병, 포도주병 등 버려진 빈병을 모아 집을 짓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을 소개했다. 이 사람외에도 주로 샴페인병만으로 집을 짓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이 있다.
리투아니아 파스발리스(Pasvalys) 도시 근처에 있는 시골 마을 발라켈레이(Valakeliai)에 살고 있는 페트라스 마야우스카스(72세)이다. 쓰레기장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단단한 샴페인병을 보고 줍기 시작했다. 그는 이 샴페인병으로 건강센터를 지어 자신의 건강관리법(당근즙마시기, 달리기, 냉수욕)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 2002년 당시 모습. 오른쪽 뒷편 목조 건물은 현재 샴페인병으로 지어져 있다.
2002년 9월 처음 그를 방문했을 때 건강기원탑만 샴페인병으로 세워져 있었고, 수만 개의 빈 샴페인병이 마당 곳곳에 널려 있었다. 2008년에는 건물 한 채가 세워졌고, 다른 건물은 외벽이 갖추어져 있었다. 거의 완성했으나 불이나 내부가 거의 소실되어 있었다.
2년이 지난 후인 일전에 그의 집을 또 방문할 일이 생겼다. 여전히 그의 건강센터는 건축중이었다. 많지 않은 연금으로 자신의 힘과 수집한 샴페인병만으로 지으려고 하니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래는 최근 찍은 그의 샴페인병 집 모습이다.
"언제 완공할 것인가?" "여든살 생일까지는 다 지을 생각이다. 그때 초청할 테니 꼭 와~"라고 답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정년퇴직한 후 쉬지 않고 샴페인병을 수거해 거의 10여년 동안 집을 계속 짓고 있다. 한 병 한 병 벽을 쌓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 나무를 심으련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이 떠오른다.
리투아니아 북동지방 로키쉬케스 도시 근처에 빈병으로 집을 짓고 있는 사람이 살고 있다. 비타우타스 야누쉬케비츄스(64세)는 호수가 있는 인근 숲 속에 사람들이 버려놓은 병들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이 유리병에 물이 들어가 얼면 병이 쉽게 깨어지고, 그 깨어진 조각에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숲 속 동물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빈병을 줍기 시작해 어느 정도 쌓이자 활용할 길을 찾다가 튼튼한 집을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쓸모없다고 버린 빈병으로도 튼튼한 집을 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16년째 계속 지어오고 있다.
두 해 전에 취재차 이 집을 방문했을 당시 새로운 건물은 외관까지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최근 이 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이번에는 외관뿐만 아니라 실내에도 바닥이 놓이는 등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기존 목조건물의 외벽을 다시 빈병으로 쌓아올렸다.
"지금쯤 새 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데."
"살려고 짓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와 재활용의 가치를 보여주기 짓고 있지. 모우는 대로 지어가고 있으니 언제 완공할 지 기약이 없지."
빌뉴스에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겨울철 날이 짧아 중간에 쉬지 않고 곧장 이 집을 향했다. 우리 일행을 만난 비타우타스는 먼저 식사를 권했다. 훈훈한 정이 스며든 푸짐한 음식 대접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날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 복싱 코치로 은퇴하고 시골에 살면서 빈병으로 집을 짓고 있는 비타우타스. 삼태극 부채가 눈에 띈다.
요즘은 가끔 마시던 술도 별 생각이 없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만나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분위기를 위해 첫 잔을 받아놓은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놓은 병마개를 만지막거리면서 그저 함께 대화를 나눈다.
▲ 리투아니아 야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마개들
이 병마개를 보통 사람들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금속예술가 Yoav Kotik (kotik-design.com)은 이것을 버리지 않고 여러 장식품을 만드는 데 재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 병마개를 이용해 반지,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을 만들고 있다. 역시 사람에 따라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사진출처, source link)
최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동서로 가르는 네리스 강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참가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바이킹 배에서부터 페트병으로 만든 배까지 다양한 배들이 등장해 모처럼 고요한 강에 활기를 듬뿍 넣어주었다. 특히 올해는 리투아니아라는 이름이 역사서에 최초로 등장한 지 100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그래서 1000년을 의미하는 각종 배 1000척을 마련했다.
빌뉴스 네리스 강 상류에서 출발해 7km 떨어진 빌뉴스 중심가로 노를 저어 내려오는 행사였다. 주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함께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이날 배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배는 페트병으로 만든 배였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인 카우나스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두 형제가 만들었다.
총 150개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이들은 여가를 보내기 위해 직접 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어느 날 버려진 페트병들을 보면서 이것을 모아서 배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150개 페트병으로 만든 배는 500kg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다.
함께 페트병을 수집해 배를 만들고 사이 좋게 지내는 할아버지 두 형제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폐타이어들" 글에서 리투아니아에 매년 쏟아져 나오는 폐타이어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투아니아 환경부는 타이어를 교체하는 회사가 폐타이어를 차주나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빌뉴스 시청은 폐타이어를 수거하는 일정한 장소를 정해 시민들이 직접 가져올 것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수거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수거한 폐타이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 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위 글을 올린 후 지난 해 빌뉴스에서 열린 "이색공간 예술" 행사가 떠올랐다. 당시 폐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의자, 커튼, 탁자 등이 시내 중심가에 전시되었다. 마치 폐타이어 재활용해 만든 거실을 보는 듯했다. 이 전시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환경과 재활용을 생각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