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16.12.30 딸아이가 방 밖에 휴대전화를 내놓고 자는 연유 (1)
  2. 2015.01.30 배우는 중이라는 딸에게 더는 화 못낸 사연 (9)
  3. 2014.12.05 12살 딸이 이베이로 구매한 첫 물품이 청실홍실 (14)
  4. 2014.09.12 유럽 중학생이 되자 확~ 변한 딸의 생활상 (2)
  5. 2014.04.10 냉장고 벽에 붙어놓은 종이 3개월만에 빛보다 (2)
  6. 2014.03.14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무서워하는 유럽 아이들 (1)
  7. 2014.02.11 자녀는 언제쯤 홀로 아침밥 챙겨 먹고 학교 갈까 (3)
  8. 2014.02.10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4)
  9. 2013.09.23 피자집 이쑤시개 쓸쩍하다 발칵된 딸에게 한 마디
  10. 2013.08.22 아빠, 신기한 과학 놀이 보여줄게 (4)
  11. 2013.08.01 아이의 관심을 끌려다가 아빠가 대머리?
  12. 2013.07.04 두 마리 어미 물새, '서로 다른 자녀 교육법' (1)
  13. 2013.04.05 컴퓨터 대신 바느질 재미에 빠진 딸아이
  14. 2012.11.19 부모 침실에 같이 자는 아이 이빨이 다 빠져 (2)
  15. 2011.04.04 부모 테두리를 처음 벗어난 초3 딸의 항변 (1)
  16. 2011.01.18 딸아이가 아빠에게 욕하는 재미난 방법 (1)
  17. 2010.12.30 종이를 구겨버린 딸아이와의 언쟁 (1)
  18. 2010.08.08 이럴 때 아들과 딸에 대한 엄마들의 생각 차이 (1)
  19. 2010.02.28 한국 스티커 때문에 협박당해 눈물 흘리는 딸 (9)
  20. 2010.01.18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31)
  21. 2010.01.07 초2 딸에게 커닝 가르치고 나쁜 아빠로 찍히다 (9)
  22. 2009.11.05 매질 상징인 혁대 모아 예술작품 만든다
  23. 2009.10.23 공부 못한다고 놀림 받은 딸에게 아빠 조언 (12)
  24. 2009.10.15 윽박지름식 가르침보다 지금 모름이 더 좋아! (7)
  25. 2009.10.14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3)
요가일래2016.12.30 08:59

11월 중순부터 가급적이면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계기는 휴대전화를 통신회사 수리소에 맡긴 것이다.  그 전에는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거의 손에 놓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컴퓨터 옆에 놓아두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교제망을 휴대폰으로 사용했다. 잠에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침대에서 휴대전화기를 뉴스 등을 읽어야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기가 수리소에 있는 동안 처음에는 없어서 아주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없는 것에 차차 익숙해졌다. 자기 전에는 책을 읽고, 잠시 쉴 때에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12월 중순 통신회사로부터 새 전화기 삼성 갤럭시 S7 엣지로 교체 받은 이후부터는 무선뿐만 아니라 아예 전화기 자체를 꺼서 작업방에 놓고 침실로 간다.

3일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딸아이의 하얀 휴대전화기가 딸아이 방문 앞 복도에 놓여있었다. 휴대전화기 전원도 꺼져 있었다. 


이틀 전에도 역시 방문 앞 복도에 휴대전화기가 놓여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이렇게 아빠따라 자기 전에 휴대전화기를 방 밖에 놓고 자는 것을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딸아이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아무쪼록 우리 집 세 식구 모두가 이 습관에 익숙해져 앞으로도 쭉 이어가면 좋겠다. 새해부턴 아내도 동참하길 기대해본다. 아래는 아내의 기타 반주에 노래하는 딸아이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1.30 08:39

최근 3주 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딸아이와 아내 둘만 집에 남았다. 물어보니 두 사람이 아주 화목하게 잘 지냈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내가 돌아온 후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내와 딸 사이에 한바탕 고성이 오고갔다. 결국 딸아이는 자기 방으로 가서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 이 사진은 이 글 내용의 옷과는 상관 없음


이유는 옷이다.
마음에 딱 드는 옷이 자기 눈에 확 들어온 딸아이는 그간의 옷 구입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꼭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내는 여러 가지 이유로 권하지 않았다. 

"내 돈으로 살 거야."
"아무리 네 돈이지만, 이미 있는 옷도 있고, 벌써 여러 차례 옷을 근래에 샀잖아."
"그래도 그 옷이 정말 마음에 들어. 엄마는 자기 생각만 하지 말고 내 마음도 좀 알아야 돼."
"알지만 이건 아니다."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 딸아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로 홀로 지냈다. 이런 경우 서너 시간 그냥 혼자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이다.


"그 욕심 하나만 없애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질 것인데..."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아내가 계속해서 구입 불가 이유를 설명하자, 딸아이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결국에는 '지금은 보기 싫다'고 아내마저 자기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 

이런 행동은 딸아이의 평소 심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듯해서 따끔하게 훈계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저녁 무렵 미술학교를 가야 하므로 딸아이의 기분을 더 이상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또 참았다.

평소 아내가 차로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데 이날은 낮에 입은 마음의 상처로 어두컴컴한 밤에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딸아이가 우겼다. 막상 조심해서 오라고 했지만 부모 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 갈코야 -> 갈꺼야, 갈거야


중간에 서로 만났는데 딸아이의 기분이 많이 좋아져보였다. 그래서 평온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오늘 낮에 엄마한테 네 마음이 약간 안 예뻤다."
"맞아."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나중에."
"항상 마음이 예뻐야 하는 것을 잊지 마."
"알아. 하지만 내가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잖아. 그러니 아빠가 이해해줘."
"옷이나 네 욕심보다 너를 낳아준 엄마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중요해."
"알아. 노력할게."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딸아이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낮에 딸에게 매섭게 훈계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훈계하기를 일단 멈추고 딸아이가 스스로 자기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시비이해를 분석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다. 그후 새 옷에 대한 딸아이의 생각은 거짓말처럼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4.12.05 06:38

어느 날 12살 딸아이가 이베이로 물품을 사달라고 졸라대었다. 현금으로 살 수 없고 신용카드로 구입할 수 있으니까 부탁했다. 비용도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아직 부모가 한 번도 이베이를 통해 물품을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제 12살 딸아이가 구입하겠다고 하니 이상했다. '아, 우리 부부는 이제 구세대가 되었구나!'라고 하면서 딸아이의 부탁을 끝내 들어주기로 했다.

"무엇을 사려고 하는데?"
"실을 사고 싶어."
"리투아니아에서도 실을 살 수 있잖아."
"그런데 여긴 실 색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
"그냥 적더라도 만족하면 안 될까?"
"다양한 색으로 실팔찌를 만들고 싶어."
"그래. 알았다."

이렇게 해서 이베이에서 딸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물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주문한 지 1주일후부터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파트 입구 안쪽에 마련된 우편함을 매일 확인했다. 소포가 왔음을 알려주는 우체국 통지서를 학수고대했다.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도 물품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송지가 중국이라 점점 기대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생돈을 날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한 달후 소포가 마침내 도착했다.  


요가일래는 수많은 실 색상 앞에 넋이 나갈 정도로 기뻐했다. 



이렇게 실을 구입한 이유는 바로 실팔찌를 만들기 위해서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실팔찌를 짜는 방법을 터득한 요가일래는 시간이 나는 대로 실팔찌를 짜고 있다. 모양을 구상하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복잡하지만 일단 이를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단순한 작업이다. 옆에서 지켜보니 인내심과 평정심을 키우는데 참 좋은 것 같았다. 



실팔찌를 만들어 자기 팔을 장식하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한다. 아래는 직접 만든 실팔찌를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보내려고 상자에 담았다.



* 이베이에서 구입한 실로 실팔찌를 만들어 팔에 장식하고 어제 피아노 연주를 한 요가일래


자꾸 짜다보니 실팔찌의 문양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주변에 실팔찌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도 생겼다. 힘들지만 스스로 만들어 주는 선물이라 더욱 값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달라고 조로기 전에 색실을 빨리 사줄 것을 아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베이를 통해 또다시 색실을 사달라고 하면 이제는 두 말하지 말고 우리 비용으로 사줄 준비가 되어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9.12 05:30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만 7년이 되었다. 이 블로그의 한 부류를 차지하는 아버지와 딸아이 이야기의 주인공 요가일래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언제 다 자라나? 휴~"하던 시절이 훌쩍 가버렸다. 이제는 "벌써~ 소녀가 되었네!. 사춘기를 잘 넘겨야할텐데"라는 때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는 시간이 빨리 가면 참 좋겠다라고 바랬는데 지나고 나니 세월은 역시 빨랐다. 이제 6년을 더 학교 다닌 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언니처럼 외국에 공부하러 가면 함께 지낼 시간도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지난 여름 종종 큰소리로 대꾸하기에 한번 나무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이유없이 대꾸하면 안 되잖아!"
"나도 알아. 선생님이 우리가 그런 나이에 있다고 해서."
"그래도 아빠가 늘 마음이 예뻐야 된다고 네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쳤는데 이런 때 그 덕을 좀 보자."
"나도 알아. 아마 이런 날이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거야."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었다.

9월 1일 요가일래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먼저 유럽 리투아니아의 중학교 수업시간표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1주일 수업시간은 총 31시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1주일 수업시간이 22시간이다. 6년 후 11시간이 더 추가되었다. 가장 수업시간(5시간)이 많은 과목은 국어인 리투아니아어다. 이어서 영어와 수학이 각각 4시간이다. 역사, 생물, 지리, 러시아어, 체육, 작업이 각각 두 시간이다. 물리, 미술, 음악, 신앙, 정보기술, 학급시간이 각각 1시간이다. 역시 여기도 국영수가 최우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담임선생님과 조회는 매일 열리지 않고 월요일 딱 1시간이다.


그렇다면 중학생이 된 딸아이의 생활에서 확~ 변한 것은 무엇일까?
9월 1일 개학한 날 밤 다음날 학교에 가기 위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딸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 부모님이 일어나야 돼?" (즉 일어나서 깨우고 아침밥을 챙겨줘야 돼나?)  
"아니.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어. 내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까 그냥 부모님은 계속 자세요. 내가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서 먹고 학교에 갈거야."
"정말 그래도 돼?"
"정말이야. 이제부턴 내가 한다. 나도 이제 스스로 해야 할 나이잖아."
"그래. 그 결심을 존중한다."

그 후 며칠 동안 정말 딸아이는 스스로 잘 했다. 어느 날 아침 9시경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면서 '오늘도 학교에 잘 가겠지'하고 속으로 딸아이를 칭찬했다. 한참 후 일어나 세수하고 거실로 가는데 딸아이의 방문에 닫혀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열어보았더니 딸아이가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보다 학교에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에 자명종 시계를 6시 반에 맞추어놓았다. 일어났지만 3개월 여름방학에 여전히 익숙해져 있는 몸을 쉽게 일으켜세울 수가 없었다. 

침실에 있는 아내에게 살짝 와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야단을 치지 말자고 했다. 이번을 계기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스스로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후 요가일래는 휴대폰 자명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으로 맞춰놓았다.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이렇게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후에 음악학교로 출근하는 아내는 보통 늦게 잔다. 거의 집에서 일하는 나도 늦게 잔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 중 누가 먼저 일어나야 했다. 

"당신이 내일 일찍 일어나 딸아이 등교를 도와줘!"라고 서로에게 미루지 않게 되었다. 

이제 곧 만 13살이 되는 딸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부모 도움없이 등교를 하게 되었다. 이런 자립심이 지속되어 만 18세 성인이 되면 정말 스스로 세상살기에 익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4.10 08:41

우리 집 냉장고 벽에도 예외없이 장식용 자석 기념품이 붙여져 있다. 지난 해 아내가 딸아이의 행동에 못마당해 훈계하는 것을 보고 딸에게 부탁하는 내용의 종이쪽지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3개월 전 또 다른 종이 하나를 붙여놓았다. 


내용은 하루하루 자신를 살펴보게 한다. 냉장고 곁을 갈 때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개월 동안 식구 어느 누구도 이 종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딸아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아빠, 저 종이 한번 읽어봐."   
"심지에 요란함이 있었는가......"
"아빠, 요란함이 뭐야? 어려워."
"요란하다는 것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면 심지는 또 뭐야?"
"마음 땅이라는 뜻이다."
"왜 마음이 땅이지?"
"자, 아빠 말을 들어봐라. 우리가 땅에 꽃을 심으면 나중에 꽃이 피지?"
"그래."
"아무 것도 없는 땅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나중에 그것을 수확하게 된다. 분홍꽃을 심으면 분홍꽃이 피고, 하얀꽃을 심으면 하얀꽃이 핀다."
"아, 알았다. 예쁜 마음을 심으면 예쁜 마음이 피고, 나쁜 마음을 심으면 나쁜 마음이 핀다."
"그래. 그래서 마음을 땅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어떻게 시끄러워?"
"이거 사고 싶다는 마음, 저거 갖고 싶다는 마음, 남을 불평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이렇게 많은 마음이 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없애야지."

며칠 전 아내는 냉장고 벽에 하도 많은 것이 따닥따닥 붙여있어서 떼어내려고 했다. 이를 본 딸아이가 아내를 막았다. 
"엄마, 이건 안 돼!"
"왜?"
"아빠가 써준 거야. 내가 이걸 종종 보면서 내 마음을 돌봐야 돼."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딸아이는 말했다.
"아빠, 엄마가 이걸 버리려고 하는 것을 내가 안 된다고 했어. 내가 잘 했지?"
"그래. 그것을 늘 보면서 네 마음을 살펴라."

그냥 휴지로 여기고 버릴 법도 한 데 아빠가 써준 것이라 잘 간직하겠다고 하는 딸아이의 행동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이제는 "마음이 시끄러웠나? 안 시끄러웠나?"라는 물음도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3.14 09:07

근래에 들어와 학교 수업이 다 끝났는데도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의 하교 시간이 늦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에 남아서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 놓아두다가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아내가 수요일 저녁에 한마디했다.

"앞으로는 음악학교에 가지 않는 화요일과 금요일에만 한 시간 정도 늦게 돌아오는 것을 허락한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노는 것도 정말 중요해. 엄마가 이해해줘야지."
"그래도 안 돼. 숙제도 해야 되고, 음악학교에도 가야 되고."

아내의 결정이 쉽게 이해된다. 자녀들이 학교에 남아서 놀다보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사춘기에 점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목요일이었다. 어머니의 결정을 하루도 안 돼서 잊어버렸는지 딸아이가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후 3시까지 돌아와야 했다. 딸아이는 3시 조금 후에 돌아오겠다는 문자쪽지를 보냈다. 그런데 시침은 점점 4시로 향해는데 딸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또 걱정이 되어서 쪽지를 보냈다. 


답은 이렇다:

내가 빨리 올게. 혼내지마. 친구를 혼내줬어. 엄마한데 내가 그렇게 늦게 왔는거 말하지마.


보통 한국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어머니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정다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 그 자체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깥 양반 아버지는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회초리를 들고 훈계하는 모습이 쉽게 떠오른다. 

어제 목요일 한국어 수업시간에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무서워했나? 어머니를 무서워했나?"

한결같은 대답은 "어머니를 무서워했다."였다. 

"대체로 유럽 아이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무서워할까?"
"그럴 것이다."
"왜 그럴까?"
"그냥 대대로 ㅎㅎㅎ."

유럽 아이들이 부모가 혼내는 방법 중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허리띠로 엉덩이 맞기다.

자, 왜 딸아이는 목요일 늦었을까? 
친구를 혼내주느라 늦었다고 했다. 여기서 혼내주다는 설득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학교에서 딸아이가 근래 서로 친하게 지내는 아이가 딸(A)을 포함해서 셋(A, B, C)이다. 그런데 B가 C에게 삐져서 사이가 좋지 않다. B는 딸에게 더 이상 C와 같이 놀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딸아이는 수업이 다 끝난 후 학교에 남아서 B를 설득했다.

"결과는?"
"친구(B)가 조금 좋아졌어. 내일 학교에 가서 더 말해야 돼. 그런데 내가 오늘 늦었으니 내일(금요일)은 내가 놀지 않고 수업 끝나고 바로 집에 올게."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일주일에 두 번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키는 것이다."

딸아이의 부탁대로 어제 늦게 온 것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1 05:15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흔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클까"일 것이다.

엉엉 울어대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왜 우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일일이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옷을 챙겨 입혀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머리를 빗겨 묶어주어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할 수 있을까?"
학교 입구까지 손잡고 등교시켜야 하는 아이에게서 "언제 커서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자녀를 키우면서 접하는 이런 물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 둘씩 저절로 해결된다.
딸아이는 만 12살로 한국으로 치면 곧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3월에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가 4년제라서 중학교 2년생이다. 
    
최근까지 매주 금요일은 딸아이를 깨워 아침밥을 챙겨 주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늦은 밤까지 일하고 서너 시간 잔 후에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질문이다.

"너는 언제 커서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가나?"
"아빠도 힘들지? 아직 내가 어리니까 아빠가 도와줘야지."
"빨리 스스로 혼자 아침밥 챙겨 먹고 갈 수 있도록 하면 참 좋겠다."
"그래도 아빠가 깨워주고 아침밥을 준비해주면 좋잖아."

드디어 때가 왔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딸아이는 꼭 3일째 이를 반복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아직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목요일 시차병으로 자명종없이 새벽에 일어났다. 일어나니 다섯시였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감기에 완쾌된 몸이 아직 아니지만 하루 일을 시작했다.

6시 20분 누군가 방문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딸아이가 교복을 입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환영처럼 보였다. 딸아이는 아침 7시 10분경 깨워야 일어난다.

"네가 웬일이야?"
"아, 이제 혼자 일찍 일어나기로 했어."
"그래? 잘 했다. 씻고, 스스로 아침밥을 준비해봐라."
"알았어."

딸아이 아침밥은 사실 간단하다. 빵 두 조각에 버터를 바르고, 뜨거운 물에 코코아와 우유를 타는 것이다.

* '부모님, 이제 아침 늦게까지 편히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아침밥 먹고 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지난 12년 동안 딸아이는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한국 부모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유럽인 자녀들은 이렇게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간다. 큰딸 마르티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 챙겨 먹고 등교했다. 

아, 이렇게 해서 난생 처음 작은딸 요가일래는 2014년 2월 6일 스스로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 먹고 학교로 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자명종을 맞춰놓고 딸아이를 깨우고 아침밥을 챙기는 일에서 마침내 해방된 셈이다.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0 08:05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친구 셋이서 시내 중심가에서 약 4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대형백화점으로 놀러갔다. 갈 때는 시내버스로 이동했고, 올 때는 일행 중 한 명의 어머니가 태워주었다. 이날 저녁 무렵 밖에서 손님을 만나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와니 거실에서 매니큐어 냄새가 났다.  

"오늘 뭐 샀니?"
"이거 매니큐어 샀어."

"아빠가 벌써 여러 번 말했잖아. 손톱, 발톱도 숨을 쉬니까 매니큐어 바르지 마라고."
"알아. 이건 그냥 놀이야."

"그래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기쁘면 아빠도 기뻐야지. 나는 매니큐어 놀이하면 기뻐."

"너는 기쁘지만, 아빠는 안 기뻐. 아빠가 안 기쁜 일을 네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아빠 생각이다. 아빠가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

"아빠가 어른이니까 어른 하는 말을 좀 알아들으면 좋겠다."
"알았어. 지울게.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나무라지 마. 그냥 놀이야."

"그래. 너는 아직 어리니까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마라."
"우리 반 여자들은 반 이상이 벌써 입술 화장, 눈 화장 하고 학교에 와."

"너는 아직 그렇게 하지 마."
"알았어."

여자가 아니니까 vs 어른이니까
"아빠는 여자가 아니니까 여자 마음을 몰라"라는 딸아이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딸아이를 키우는 동안 앞으로도 딸의 '여자가 아니니까' 주장과 아빠의 '어른이니까' 주장이 자주 충돌할 것이다. 


"너는 화장 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있는 대로 그냥 살면 돼."
"아무리 예뻐도 더 예뻐지고 싶은 것이 여자 마음이야."
"그러면 그 마음을 없애버려."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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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09.23 06:12

어제 일요일 비가 오지 않을 같아서 점심 후 아내가 부추겨서 식구 셋이가 함께 도심으로 산책을 나갔다. 얼마 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정형적인 가을비다. 집으로 돌아올까, 아니면 가게에 들러서 올까를 고민하게 하는 중간지점이었다.

이왕 집 밖에 나왔으니 잠시 후에 비가 그칠 기대로 가게까지 가기로 했다. 가게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나니 비가 조금 더 굵게 내렸다. 이때 선택하기에 딱 좋은 것은 찻집이나 식당이다. 가게 앞 피자집이 눈에 확 들어왔다. 

피자집 할인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아내의 말은 아버지와 딸의 단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피자를 다 먹은 후 영수증을 기다리는 동안이었다. 딸아이가 이쑤시개 네 개를 잠바 주머니에 쓸쩍 넣는 것을 보았다.


"아빠 딸,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뭔데?"
"바로 지금처럼 네가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가는 것이야!"

딸아이는 "아빠가 그런 말을 하니 내 가슴이 콩당 깜짝 놀랐잖아!"라면서 잠바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던 이쑤시개를 식탁 위 통 안으로 다시 넣었다.

"내가 사용하지 않은 이쑤시개 네 개를 가져가고 싶었어. 하나는 엄마, 하나는 나, 하나는 아빠 것이지. 그리고 하나만 더 가졌다. 그런데 아빠는 왜 호텔에서 샴푸(머리비누)를 가져오는데?"

여름철 발트3국 관광안내사로 일하면서 투숙한 호텔에서 샴푸를 가져오곤 했다. 어릴 때부터 비누로 머리를 감은 데 익숙해져 샴푸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딸아이는 아빠의 행위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 

"아빠는 아빠 몫으로 나온 것을 사용하지 않고 가져오는 것이고, 너는 필요 이상으로 더 가져가려고 하니까 문제이지."
"알았어. 안 가져갈게."

* 딸아이는 다시 이쑤시개를 통 안에 넣었다.

피자집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는 말했다.

"사실 내가 이쑤시개 여러 개를 잠바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밖에서 꼬치고기를 먹을 때 보통 이 잠바를 입잖아. 이 잠바에 이쑤시개를 넣어두면, 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네가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 아빠가 미안해. 하지만 집에 있는 이쑤시개를 그 주머니에 넣으면 더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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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08.22 06:52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통해 다문화 가정 딸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회있는 대로 소개했다. 가장 먼저 올린 글을 확인해보니 "러시아어 유치원 재롱잔치"였다. 2007년 11월 28일에 올린 동영상 글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딸아이는 지난 6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을까......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다. 이제는 아이가 아니라 점점 애띤 숙녀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일전에 친구집에서 찍은 요가일래의 모습이다. 


이번 9월 1일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친구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무슨 큰 것을 터득한 듯 자랑했다.

"아빠, 내가 신기한 과학 놀이를 보여줄게/"
"그래?! 뭔데?
"잘 봐! 정말 신기해."


"우와~~ 신기한 발견이네."

사실 누구나 어린 시절 이런 과학 놀이를 했을 법하다. 어린 시절 물을 채운 양동이에 끈을 메달고 돌리면 물이 쏟아지지 않는 것을 놀이 삼아서 즐겨하던 때가 떠올랐다. 

"이런 것은 아빠도 어렸을 때 많이 한 쉬운 놀이야"라고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비록 작은 발견이지만 딸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통해 경험하는 것을 존중하고 싶어서 칭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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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3.08.01 06:48

형제처럼 지내는 폴란드인 친구가 있다. 일전에 그의 초청으로 폴란드 푼스크를 다녀왔다. 40대인 그는 곧 만 1살이 될 아이의 아빠이다. 

사진을 찍는 데 아이가 카메라 렌즈를 보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자꾸 향했다. 그래서 친구는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신의 방법을 보여주었다. 바로 물구나무를 서서 발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의 우스광스러운 모습은 '아빠 노릇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아이의 재롱 대신 아빠의 재롱이다. 아이의 재롱을 지켜볼 날을 기대하면서 아직 아빠가 재롱을 떨어야 할 때이다.   



물구나무를 선 후 일어나 머리카락을 만지는 친구에게 우스개 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관심을 끌려다가 네가 대머리가 되었네!!!" 
"맞다, 맞어! ㅎㅎㅎ."

아이의 관심을 끌려고 이렇게 세상의 아빠는 반푼이, 칠푼이, 팔푼이 노릇도 기꺼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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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3.07.04 07:09

최근 두 호수에서 어미 물새와 그 어린 자녀들을 보게 되었다. 이들 두 어미 물새는 서로 다른 자녀 교육법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듯해 인상적이었다.   

먼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있는 카드리오르그 공원 호수이다. 호숫가에서 놀고 있던 새끼 물새들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호수 안으로 피해 갔다. 


이때 어미 다가와 천천히 이동하자 새끼들이 어미 등에 올라탔다. 어미 등에 공간이 부족해 새끼가 미끄러졌다. 그래서 그런지 어미는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호수 안으로 향했다. 어미 물새의 따뜻한 보살핌이 눈에 각인되었다.   

다음은 리투아니아 트라카이에 있는 갈베 호수이다. 어미 물새와 새끼 물새들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다리 근처에 오게 되었다. 그러자 이들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피해 달아나는 듯했다. 그런데 이 어미 물새는 첫 번째와는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어미 물새는 새끼 물새들을 등에 태우지 않고 잘 따라오지를 뒤돌아서 확인하면서 나아갔다. 새끼들이 못 따라 올 것 같으면 속도를 늦추었고, 이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다시 속도를 내었다. 새끼들 스스로 헤엄쳐 위기를 벗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듯했다.     


어미 물새가 판단하는 상황이 서로 달라서 이런 차이점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때론 등에 태워서 이동하는 따뜻한 보살핌도 필요하고, 때론 힘을 키우기 위해 그냥 스스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뭏든 이 두 마리의 어미 물새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서로 다른 자녀 교육법이 떠올랐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04.05 07:43

최근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에게 새로운 재미가 하나 생겼다. 바로 바느질이다. 집에 있는 천조각으로 주머니 등을 만든다. 어려운 것은 먼저 엄마에게 재봉틀로 깁어달라고 한다. 그 다음에 혼자 바느질로 무늬를 넣는다.


"바느질이 재미있어?"
"재미있지."
"그런데 이렇게 바느질 하는 것을 어디에서 배웠니?"
"학교에서."
"학교에서 가르쳐?"
"수업이 있어."
"앞으로도 컴퓨터 많이 하는 대신에 이런 것을 많이 만들어봐."
"알았어."


욕실에 갈 때마다 걸려있는 딸아이의 바느질 주머니를 볼 때마다 흐뭇한 마음이 일어난다. 정말이지 컴퓨터 대신 이런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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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2.11.19 10:31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아이는 잠들기 전 종종 묻는다. 특히 주말이면 더 잦다.
 
"아빠, 나 오늘 엄마하고 자도 돼?"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 나 오늘 엄마하고 자도 돼?"
"아빠한테 물어봐."

"아빠, 엄마가 말했는데 아빠가 결정하래."
"왜 엄마하고 자야 돼?"
"앞으로 내가 엄마하고 자는 날이 아빠가 엄마하고 자는 날보다 적으니까."
"어떻게?"
"나도 언니처럼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또 결혼하면 엄마하고 자는 날이 없잖아."

"아빠보다 엄마하고 자는 날이 적다"라는 말에 그만 양보했다.

"그래 오늘만 엄마하고 자."
"알았어."

말이 오늘만이지......  그런 날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녀를 아기침대에서 재운다. 아기침대는 부모 침대 바로 옆에 둔다. 여유로운 방이 있을 경우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는 다른 방에 재운다.

물론 엄격한 부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자기 방에서 혼자 자게 하고, 밤중에 깨어 울 때도 혼자 울다가 다시 잠들게 한다. 이는 아이의 자율과 독립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 위와는 다르다. 아이가 자기 방에서 혼자 울고 다시 잠들게 할 정도로 부모 둘 다 강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적어도 어렸을 때에는 부모와 함께 자면서 그 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따로 재워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보다 더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출산해서 얼마 동안에는 아기침대에 재웠다.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재웠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따로 방을 주지 않고 부모 침대 옆에 어린이용 침대를 놓았다. 

* 만 다섯 살에 다른 방에서 혼자 자기 시도, 실패

물론 몇 차례 혼자 자고 싶다고 해서 다른 방에서 재우기를 시도해보았다. 만 다섯 살 무렵 어느 날 혼자 자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혹시나 자다가 침대에 떨어질까 걱정되어 온갖 조치를 취한 후 재웠다. 그런데 밤중에 일어나 울면서 부모 침대로 돌아왔다. 

* 일곱 살 무렵 온돌방에서 혼자 자기 시도, 실패

일곱 살 무렵 한국 여행을 하면서 혼자 온돌방에 자겠다고 우겼다. 결과는 뻔했다. 자다가 무서워서 더 이상 혼자 잘 수 없다고 해서 언니와 같은 방을 사용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는 혼자 방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 그런 지 지금도 부모 침대에서 자겠다고 한다. 이제는 세 사람이 자기에는 침대가 좁으니 아빠가 양보할 수밖에......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부모들은 부모하고 자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어떻게 설득할까? 며칠 전에야 아내가 이야기 했다. [관련글: 쥐가 줄 돈에 유치빼기 아픔을 잊는다]

'부모하고 같이 자면 네 이빨이 다 빠져! 이빨 빠지면 보기가 흉하지? 어서 네 방에 가서 자!'

"당신 이 이야기를 왜 이제 와서 해?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했어야지."
"맞다."
"지금 이빨 다 빠진다고 이야기하면 안 믿지. 부모하고 안 자도 이빨은 다 빠지잖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4.04 08:0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어제 일요일 상상할 수 없는 날씨가 펼쳐졌다. 낮 온도가 무려 영상 15도였다. 봄이지만 지금까지의 낮 온도는 5도를 넘지 않았다. 더욱이 해가 쨍쨍한 날이라 사람들은 거리, 공원 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우리 가족도 처음 만난 봄의 포근함에 안기기로 했다.

초3 작은 딸 요가일래 왈: "아빠, 난 친구하고 밖에서 놀래!"
고3 큰 딸 마르티나 왈: "난 국어 시험 공부해야 돼!"

결국 우리 부부만 산책을 가게 되었다.  

"너 친구하고 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만 놀고 싫증나면 집에 가서 놀아!"
"예, 아빠 알았어요." (딸아이는 허락해줘 감사함을 느껴 존칭어를 사용했다.)

아내와 함께 빌뉴스 시내 중심가로 발길을 향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공원의 긴의자에 앉아 한참 일광욕을 즐겼다. 혹시 요가일래가 친구하고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나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놀이터에서 계속 놀고 있니?"
"아니, 타우라스 산에서 공놀이 하고 있어."
"약속한 놀이터에서만 놀아야지. 왜 좀 멀리 갔니?"
"한 곳에만 있으니 심심해."

타우라스 산은 집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언덕이다. 요가일래가 어릴 때부터 자주 놀러가는 곳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래 알았어. 그곳에만 놀고 다른 곳에는 가지마!"
"예, 알았어요."

일광욕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시내 중심가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요가일래가 놀고 있을 타우라스 산 옆으로 다가오자 아내가 전화를 해보았다.

"우리가 타우라스 산 가까이 있는데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나, 게디미나스 거리 공원에 와 있어. 아빠에게 비밀로 해! 조금 놀다가 집에 갈 게, 엄마!"

약속한 놀이터, 산, 그리고 이젠 더 멀리 있는 공원까지......
아직 한번도 부모와 약속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아무런 상의도 없이 먼 곳까지 가다니!!!!

"당신 먼저 집에 가. 내가 아이들 있는 곳에 가서 데리고 올 게."
 
요가일래가 있는 쪽으로 가는 도중에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전화했다.

"너 어디니?"
"공원인데 아빠 오지 말고 집에 가. 우리 조금 더 놀고 갈 게. 아빠가 오면 우린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아빠가 가고, 너가 오면 떠 빨리 만나자나!"
"우리 여기 더 놀 거야."
"안 돼! 그긴 낯선 사람들도 많고, 네가 처음 갔잖아. 아빠가 불안하니 빨리 와!"
"아빠 화내지 말고 기뻐해야 돼.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야 돼 -
와~, 우리 딸 정말 대단하다. 먼 공원까지 가서 놀고 있으니까."
"(목소리를 더 이상 높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모하고 약속한 장소를 벗어나면 안되잖아. 우리가 얼마나 걱정하는 지를 생각해야지."
"알았어. 그러면 천천히 오세요. 미안해요."

초3 딸아이는 이렇게 부모와 약속한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까지 가서 노는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는 이런 딸아이의 행동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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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기로 약속한 첫 장소인 집 앞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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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 영역을 넓힌 타우라스 산에서 나무타기 놀이를 하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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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화내지 말고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기뻐해야 돼!"

이제 해가 갈수록 딸아이의 당돌함은 거세질 것이다. 부모의 테두리를 점점 넓혀야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 최근글: 유럽 초등 3학년 영어 시험은 어떤 내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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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01.18 07:29

일전에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는 아빠에게 한국말 욕을 가르쳐달라고 다시 졸랐다.

* 관련글: 한국말 욕을 가르쳐달라는 딸아이 어떡해
              우리집의 국적불명 욕 '시키마'의 유래

"왜 또 그래? 몰라도 돼."
"화날 때나 친구들을 약올려줄 때 필요해. 리투아니아어로 하면 다 아니까 한국말로 할래."
"그렇다면 더 더욱 몰라야지."
"아빠, 가르쳐줘 제발!!!"

얼마 후 화제를 바뀌자 딸아이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까마득 잊어버렸다.

그 다음날 딸아이가 놀고 있는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나올려고 하자 딸아이가 잡았다.

"아빠, 잠깐만!"
"왜?"
"기다려!"

딸아이는 일시정지시킨 아이팟 Cee Lo Green의 음악파일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이내 "f*** y**"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이것이 끝나자 딸아이는 다시 일시정지를 시킨 후 말했다.

"아빠, 이제 가도 돼!"
"아빠에게 이렇게 욕하다니......"
"나 대신에 노래가 욕하니 재미있지? 하하하"

어제 저녁엔 혼자 "김씨표류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와서 조금 보더니 재미있다면서 처음부터 같이 다시 보자고 했다. 모래 위와 포도주 병으로 서로 대화하다가 "Who are you?" 모래 위 물음에 대한 포도주 병 답이 오지 않았다. 던지려다가 그만두었고, 다음날 남자는 사방을 찾아다녔다. 결국 찾지 못하자 그는 모래 위에 이렇게 한 줄 더 썼다 - "why?"

그리고 여러 장면이 바뀌고 폭풍우가 일어난다. 애써 가꾼 밭이 완전히 초토화된다. 날이 개자 그는 모래 위에 "F*** Y**"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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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한강정화작업"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들과 추격전이 벌어진다. 아직 영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딸은 물었다.

"아빠, 저 남자가 F*** Y**라고 욕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잡아가려는 거야?"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 너도 이제 이 욕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저렇게 잡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을 수 있지."
"우와, 무섭다. 나도 이제 안 해야겠다."

딸아이에게 이 학습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지만 이를 믿는 딸아이의 순진함에 웃음이 나온다.

* 최근글: 세계 50대 여성 모델 중 동유럽 출신 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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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12.30 08:30

A4 종이 여러 장을 스카치 테잎으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가 의자 뒤에서 붙이고 있었다. 얼마 후 붙이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종이를 구겨버렸다. 그리고 내 책상으로 가져왔다.

"종이를 구기면 어떻게 하니? 종이가 아프잖아."
"내가 화가 나서 구겼어."

"내가 화나면 너를 때려도 돼?"
"난 종이를 때리지 않고 구겼어."

"종이를 구기는 것은 때리는 것과 같아. 아무리 화나도 종이를 구기면 안 되잖아."
"괜찮아."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살아 있는 나무가 죽잖아."
"아빠, 그 말을 벌써 백 번도 더 들었어."

"아무리 말해도 네가 실행하지 못하니까 또 말하잖아."
"아빠, 나도 알아. 우리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이후 얼마 동안 딸아이와 대화 단절이 이어진다. 그리고 딸아이의 필요에 따라 대화는 쉽게 속개된다.

"아빠, 아까 잘못했어. 미안해."
"무엇을 잘못했는데?"

"종이를 구겼어."
"종이한테 미안하다고 해."

"종이가 사람이 아니잖아."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가 존중해야 돼."
"알았어. 종이야, 미안해."

종종 있는 딸아이와의 언쟁은 보통 위와 같다. 마음 한 구석에는 큰 소리로 윽박지르듯이 딸아이를 더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만 꾹 참는다. "어른에게 따지지 말고 대꾸하지마!"라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린 딸아이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놓아둔다.

가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말할 때, "아빠, 목소리 낮추고 화내지 말고 이야기할 수 없어?"라고 딸아이가 묻는다. 한편 버릇없이 키우는 것 같아 고민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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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 사진은 딸아이가 종이로 만든 눈결정체이다(관련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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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08.08 07:00

8월 첫 째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는 글 중 "아들과 딸에 대한 엄마들의 생각" 글이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글은 8월 5일 올라왔다. 벌써 조회수가 10만이 넘었고, 추천수가 2천에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호응을 엿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특별한 상황에서 사춘기에 있는 아들과 딸에 대한 엄마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대체로 아들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고, 딸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이다. 물론 모든 엄마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생각케 해준다.

이 글에 나타난 엄마들의 생각을 고려한다면 아들보다 딸 키우기가 부모 정신건강에 더 좋을 듯하다. 한편 아들에 대한 엄마들의 생각을 읽으니 2009년 11월 올린 "청소년 대다수, 성교육을 정식과목 도입 필요" 글이 떠올랐다. 아래 내용은 폴란드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자료출처 / source link) 

이럴 때 엄마들의 생각은?   아들에 대해서   딸에 대해서
자기 방문이 잠겨있을 때 "틀림없이 자위할 거야." "오, 불쌍한 소녀는 학교에서 틀림없이 힘든 하루였을 거야. 그에게 여유를 줄 거야."
1시간 이상 욕실에 있을 때 "틀림없이 자위할 거야." "오, 틀림없이 오늘 데이트를 위해 준비하고 있을 거야."
하루 종일 컴퓨터할 때 "틀림없이 자위할 거야."
혹은 "이 녀석은 친구도 없어.
상담사에게 보내야겠어."
"나의 어린 천사는 남자친구가 휴가중이라 지금은 아무 할 일도 없네. 얼마나 슬플까."
방과후 학교에 남아 있을 때 "제기랄, 담배피우고 있네!" "틀림없이 과외를 받고 있을 거야."
학교가는 날에 아플 때 "약 먹고 학교에 가." "오, 불쌍한 아기! 너를 위해 영화를 녹화해 놓았어. 집에 그냥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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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문이 잠겨있을 때의 상황이다. 우리 집은 각 방문마다 열쇠가 있다. 하지만 7년 전 이사를 온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모든 열쇠를 다 한 곳에 모아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바로 어느 날 딸아이가 토라져서 자기 방에 들어가 열쇠로 잠가버렸다. 자녀를 키우면서 흔히 겪는 일일 것이다. 이때 문을 열도록 달래는 데 무진장 수고를 했다. 그 댓가로 그날 모든 방문 열쇠를 수거해버렸다.

만약 어느 방문이라도 닫혀있고, 안에 사람이 있을 경우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도 돼?"라고 묻는 것이 우리 집 일상이다. 특히 위의 글 엄마 생각을 볼 때 이것을 철저히 습관화시켜야 아들을 키우는 부모가 난처한 상황을 직면하지 않을 것이다.

* 최근글: 다리가 귀걸이를 한 특이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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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02.2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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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한국에서 보내온 많은 스티커를 받은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주 행복했다. 학교 친구들에게 한국 스티커도 보여주고, 또 서로 교환할 기대감으로 몹시 설렜다. 토요일 가장 친한 친구의 집으로 놀러가 선물할 한국 스티커를 챙겼다. (관련글: 한국 스티커 받은 딸, 이게 꿈인가! 감탄 연발)

어제 아내와 함께 쇼핑을 하는 동안 요가일래는 친구 집에서 놀랐다. 빈손으로 보내기가 안되어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서 주었다. 요가일래는 스터커 한 종류 묶음과 심스 스티커 한 장을 선물주었다. 그리고 여러 다른 스티커를 서로 교환했다. 이 친구는 심스 스티커를 좋아했다. 둘 다 만족스러워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요가일래는 인터넷으로 이 친구와 재미나게 문자대화를 나누면서 놀았다. 그런데 한 순간 갑자기 요가일래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너 왜 우니?"
"친구가 아주 나빠!"
"왜?"
"친구가 심스 스티커를 모두 달라고 해. 줄 수가 없어."
"그런데?"
"심스 스티커를 다 주지 않으면, 학교 교실 아이들에게 내 짝사랑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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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발단이 된 심스 스티커

그 친구는 마음에 드는 한국 스티커 한 장을 선물받더니 그 스터커 한 묶음을 다 가지고 싶어했다.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친한 친구의 비밀을 서슴치 않고 폭로하겠다는 그 아이가 보통이 아닌 같았다. 불안과 부끄러움으로 눈물 흘리는 딸에게 아내과 같이 조언하기 시작했다. 요가일래가 이 심리전에 밀리면 안 될 것 같았다.

"폭로하라고 해. 오히려 잘 되었지. 너가 하고 싶은 말을 그가 대신 떠들어주니까. 그리고 아이들 짝사랑은 장난이니까 부끄러워하지 마."라고 아빠가 조언했다.
"만약 폭로하면 그가 왜 폭로하게 되었는지를 너가 친구들에게 폭로해버려."라고 엄마가 조언했다.

"이젠 평생 동안 절교한다고 쓸까?"
"그런 말은 쓰지 마라. 오늘 마음 상하더라도 내일은 또 변할 수 있으니까."

이어서 요가일래는 그 친구에게 교환한 스티커를 모두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이미 교환한 것은 자기 것이니까 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어떻게 답해?"
"그렇게 하라고 해. 좋은 친구가 스티커 때문에 이렇게 변한 것을 보니 앞으로 같이 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한국 스티커가 친구를 버릴 정도로 좋긴 좋은갑다. 그렇지?"
"정말 아름다워!"
"친구가 폭로한다고 겁먹거나 부끄러워하지마. 사실이잖아. 월요일 학교에 가면 반 친구들 모두에게 한국에서 받은 스티커 한 장씩 선물주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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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같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나누어줄 한국 스티커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던 요가일래는 월요일 반 아이들에게 선물할 스티커를 골랐다. 이 날 더 이상 친구와 인터넷 대화를 하지 않으니 요가일래는 부모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또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한국 스티커 때문에 괜히 친구관계를 끊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편 부모의 말을 듣고 쉽게 평정심을 되찾은 요가일래의 밝은 모습에 흐뭇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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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1.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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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늘 바라는 마음은 아이가 건겅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면서 자라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상식이 부모 입장에서 바라는 어른의 시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와 어른의 시각 차이로 인해 불협화음이 자주 일어난다. (상단 왼쪽 사진: 잡지 "Panele"의 메이크업 평가)

더 폭넓은 지식과 삶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내세우면서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 물론 이에는 나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보다 더 잘 하기를 바라는 욕심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의 엉뚱하고 온당치 못한 작은 행동에 호되게 질책하기도 한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를 잘 못하거나 책을 어늘하게 읽어도 "이것도 제대로 못하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부부간에도 아이교육에 대해 견해차가 현저하게 다를 수도 있다. 종종 아내로부터 아이교육에 너무 방관자자 같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는 아내의 "어릴 때부터 잘 해야 된다" 주의와 나의 "어릴 때는 좀 못해도 된다" 주의가 충돌하는 데서 비롯된다. 아이에게 정신적 압밥감이나 긴장감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교에서 발표할 내용을 다 준비하지 못해 불안해 하는 딸에에게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 몰라도 된다. 모르니까 학교에서 가서 배우는 것이지."라고 안심시켜려고 노력한다.

딸아이의 엉뚱한 화장(메이크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무겁게 자녀교육을 논한 것 같다. 최근 리투아니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있는 한 잡지 "Panele" 사이트가 화장을 한 가장 예쁜 얼굴을 평가하고 있다. 독자들이 자신들의 메이커업 사진이나 이미 나와 있는 사진을 올려 점수로 평가받고 있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을 보면서 딸아이가 처음으로 한 눈썹화장 사진이 떠올랐다.

2001년 11월 태어난 딸아이 요가일래가 2005년 3월 처음으로 자기 눈썹 화장을 직접 했다. 만 3살이었을 때이다. 그 동안 요가일래는 엄마와 언니가 색연필로 눈썹을 화장하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가 각각 다른 방에서 일하는 데 욕실 화장대 앞에서 한참 동안 요가일래가 놀고 있었다. "혼자 잘 놀고 있네"라면서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 후 컴퓨터로 태연하게 공부하고 있는 요가일래의 눈썹을 보자 황당함과 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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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빠를 닮아서 비교적 눈썹이 짙은 요가일래는 색연필 화장품으로 떡칠을 해버렸다. 마치 시커먼 테잎을 붙은 놓은 듯했다. 엄마는 비싼 화장품을 망쳐놓았다고 속상해서 야단을 치는 동안 아빠는 기념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단 화살은 곧장 요가일래에서 아빠쪽으로 향했다. "화장품 보관을 잘 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딸아이의 장군 눈썹에 거듭 웃음이 나왔다.

* 최근글: 모처럼 겨울 햇빛산책을 망쳐놓은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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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01.07 08:54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책을 가지고 낑낑대고 있었다. 내용인즉 오늘 수업시간에 책에 있는 내용을 보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가 생각났다. 당시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표력을 키우기 위해 한 단원의 내용 줄거리를 발표하게 했다. 논리력이 부족한 탓으로 스스로 줄거리를 만들기보다는 학습참고서인 전과에 있는 줄거리를 달달 외워 발표하곤 했다. 모두가 서로 하고 싶어서 교실 사방에는 "저요! 저요!"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죽지 않으려고 줄거리 외우기를 악착같이 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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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가 눈천사를 만들고 있다.

요가일래의 숙제를 보면서 "외우지 말고 그냥 여러 번 읽고 생각나는 대로 발표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완벽하게 외워서 멋있게 발표하고 요가일래는 어눌하게 단어 이어가기를 한다면 사실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엄마는 요가일래에게 여러 번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외워서 말하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외우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책을 들고 살짝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이 페이지를 복사해줘." (집에는 복합기능 프린터기가 있다.)
"왜?"
 "엄마를 놀라게 해주려고."


초등학교 2학년생이 커닝하겠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커닝은 나쁜 짓이니 하면 안된다고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공부의 동기부여라는 차원에서 "학교에서는 하면 절대 안된다"라고 말한 후 복사를 해주었다. 요가일래는 복사한 페이지에 해당 문구를 짧게 오려서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에게 책을 돌려주면서 이제 외워서 다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엄마가 보이지 않은 문 뒤에서 요가일래는 쪽지를 또렷하게 읽어내려갔다. 엄마는 외우기에 성공한 요가일래에게 웃음을 지었고, 요가일래는 엄마를 멋있게 속였다는 것에 깔깔 웃었다.

역시 아이들은 순진하다. 요가일래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쪽지를 내보이면서 비밀을 털어놓았다. 커닝을 경계하는 엄마는 버럭 화를 내었다. 그리고 추궁했다. 화살은 이제 아빠에게로 돌아왔다. 초2 딸아이가 책을 복사해서 커닝 쪽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할 것이라고 엄마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 발상은 순전히 어른인 아빠가 한 것이고, 아빠는 딸에게 커닝을 가르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아내는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다.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퍼붓는 엄마의 질책에 사실을 말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외우기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 것은 커닝이 아니라 외우기 놀이이다."라고 말한 후 그냥 침실에서 나와버렸다.


위 영상은 요가일래가 만 다섯 살일 때 직접 만들어 낸 한국어 이야기이다. 요가일래에게는 외워서 발표하기보다는 이렇게 직접 지어서 발표하기가 더 적합할 것 같다.  
 
* 관련글: 한국음식 좋아하는 미스 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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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09.11.05 15:44

augink.lt에 의하면 리투아니아에서는 두 가정 중 한 가정의 아이들이 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어린이 보호단체 "Gelbėkit vaikus"(어린이들을 돕자)와 통신회사 "옴니텔"이 공동으로 "책임 있게 길러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혁대로 상징되는 매질를 통한 강압적 교육방법보다는 부모와 자녀간, 선생과 학생간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한 창조적인 교육방법에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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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교육부 장관 긴타라스 스테포나비츄스 (사진: augink.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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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을 돕자" 단체 대표 라우라 나르부타이테 (사진: augink.lt)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11월 3일 "혁대가 필요없다" 행사를 시작했다. 이 행사는 더 이상 매질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부모와 교사들, 그리고 더 이상 매 맞을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혁대를 기증하는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간 이동버스가 리투아니아 10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이 혁대를 수거한다. 수거된 혁대들을 가지고 예술작품을 만들어 매질 교육을 지양하고 대화와 이해, 관용을 통한 교육을 널리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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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모은 혁대들은 한 달 후 예술작품으로 승화한다. (사진: augink.lt)
 

한 달 후 과연 수거된 혁대로 어떤 작품이 나올 지 궁금하다. 참고로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손이나 발로 자녀를 때리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 대신 혁대로 자녀의 엉덩이를 때린다. 매질 교육 대신 대화 교육을 촉구하는 이들의 캠페인이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 관련글: 공부 못한다고 놀림 받은 딸에게 아빠 조언
               윽박지름식 가르침보다 지금 모름이 더 좋아!
* 최근글: 유럽 학교에서 더 이상 걸 수 없게 된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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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10.23 05:06

며칠 전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심각하게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전했다. 내용인즉 남자 아이 2명이 자꾸 놀린다고 한다. 놀림의 이유는 요가일래가 글을 잘 읽지 못하고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우리 부부는 부끄러웠고, 스스로 책망해보았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급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딸아이를 놀리다니......
더군다나 아빠는 딸아이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보다도 똑똑한 아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이 딸이 공부를 못한다고 놀림을 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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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 요가일래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정식 시험이 없지만 수업시간에 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학업능력을 확인한다. 요가일래는 반 친구들보다 나이가 1년 내지 6개월 정도 어리다. 보아하니 요가일래 학업능력은 중간 정도인 것 같다. 만점이 20점인데 17-18점 정도 받는다. 이 정도면 잘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바로 20점 받은 남자 아이 둘이 자꾸 놀린다.
공부를 못해서 아니라 괜히 예쁜 요가일래에게 관심있어서 놀리는 것이 아닐까......

초등학교 2학년인데 공부 못한다고 하니 아내의 화살은 나에게로 향한다. 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아이의 학습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해서이다. 물론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억지로 가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해야 한다고 느낄 때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믿고 있다.

이번이 이런 경우이다.    

"너, 친구들이 놀리니까 기분이 어때?"
"안 좋아."
"기분을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공부를 잘 해야 돼."
"그래, 바로 그거야. 놀린다고 화내지 말고 공부를 잘하도록 노력하면 돼.
내일부터 집에 와서 복습과 예습을 조금만 더 하면 잘 할 거야.
그리고 다음에도 친구들이 공부하면 이렇게 물어봐:
너, 노래 잘 해? 너, 영어 잘 해? 너, 한국말 할 줄 알아? 너, 에스페란토 할 줄 알아?"

"그럼, 요가일래와 너를 놀리는 아이 중 누가 더 많이 알지?"
"그야 나 요가일래지."
"맞아. 그러니까 공부 못한다고 놀림을 받더라도 신경 쓰지마.
너 스스로 잘 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해.
지금은 그들보다 못하더라도 너가 그들만큼 잘 할 수 있을 것이야.
그리고 아이들이 너한테 욕을 하면 이렇게 말해:
방금 욕이 네 입에서 나왔니? 아니면 내 입에서 나왔니?
네 입에서 나왔으니, 네 입이 더러워지는 것이야.
친구야, 네 입이 참 불쌍하다
."

"요가일래, 아빠 생각이 어때?"
"좋아!"

* 관련글: 윽박지름식 가르침보다 지금 모름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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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10.15 08:01

초유스 블로그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요가일래는 늘 귀엽다는 댓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귀여운 요가일래 눈에도 눈물이 글썽이는 때가 있다. 바로 어젯밤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직장에 돌아와 저녁 뉴스를 본 엄마는 요가일래 학습을 지도했다. 침실 방에서 한 동안 조용하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부부 중 일방이 자녀에게 화를 낼 때, 우리 집은 일단 다른 한 쪽이 무관심과 무반응의 자세를 취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궁금했지만 참았다.
 
얼마 후 요가일래가 아빠 방으로 와서 울쩍이면서 아빠 품에 안겼다. 잠시 침묵이 흘렸다.
"무슨 일이니?"
"내가 모른다고 엄마가 화났어."
"사람은 모를 수도 있고, 화낼 수도 있지."

다소 화가 풀린 엄마에게 요가일래와 함께 갔다.
"한 시간 동안 목이 아파라 설명했는데 우박과 눈을 설명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아이에게 윽박 지르고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지."
"그럼, 당신이 한번 가르쳐봐!"
"아뭏든 그거 하나 설명 못한다고 아이를 주눅들게 하지마!"
"내일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확인할 텐데. 모르면 부끄럽잖아!"
"윽박 질러 가르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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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박을 줍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친구 사울류스

딸아이 학습지도 방식으로 부부싸움 일보 직전에 요가일래와 함께 방으로 왔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우박 동영상을 보면서 설명을 시도해보았다. 눈이 왜 생기고, 우박이 왜 생길까? 눈은 무엇이고, 우박은 무엇인가? 눈과 우박은 무엇이 다른가? 자료를 보지 않고 가지고 있는 과학지식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초등학교 2학년이 모른다고 화를 내서야......

"요가일래, 내일 선생님이 모른다고 나무라면 이렇게 대답해봐.
선생님, 어려워서 아직 다 몰라요. 알 때까지 공부하겠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요가일래에게 몰라도 되니 마지막으로 눈과 우박에 대한 책설명을 한 번 읽어보자고 했다. 다 읽은 요가일래는 "아빠, 엄마에게 가서 내가 조금 더 알았다고 말해줘."라고 말했다. 책의 설명을 보니 정말 어려웠다. 전문서적 같다. 엄마도 나중에 미안해 했다.

딸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 모른다고 창피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 말도록 가르쳐 주고 싶다. 그 대신 모르니까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심어주고 싶다. 부모나 선생이 모른다고 아이에게 화를 내면 그 화로 인해 아이가 호기심을 상실할까 걱정스럽다.

학생의 모름과 선생이나 부모의 화냄이 연속된다면 학교로 가는 어린 학생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 관련글: "선생님, 한 번만 더 말해 줄 수 있어요?"
               시험 전 요점 정리 메일 보내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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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10.14 08:53

지난 주말 우리 집에 한 바탕 난리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지난 여름 남자친구의 영국 대학 진학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르티나는 영국으로 갈 기회를 찾았다.

11월 1일과 2일은 국경일이다. 이때를 즈음해 학교는 일주일간 임시 방학이다. 이때를 위해 저가 비행기표를 지난 8월에 사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결국은 이 전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면 수업을 빼먹야 한다. 마르티나는 2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를 자기 용돈으로 구입해놓았다. 그리고 부모가 구입해준 1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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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 두 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새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 가까워지자 집안에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엄마는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1주일 체류는 이틀 수업, 2주일 체류는 칠일 수업을 빼먹게 된다. 엄마는 처음에에 완강히 거부했다. 이해할 만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반 친구들 중에는 심지어 한 달 수업을 빼먹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해외여행 갔을 때 직장 근무일을 빼먹었던 일을 지적했다.

"어차피 가는 것을 허락한 이상 1주일은 적다. 당신이라면 1주일이 좋겠나? 2주일이 좋겠나? 학교를 빼먹는 것이 가장 큰 유감이지만, 공부는 반드시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보내주는 김에 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마르티나가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하니, 빼먹은 수업을 나중에 열심히 보충하도록 하면 된다. 가끔이지만 자식에게 감동 주는 부모가 되는 것도 좋겠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하듯이 결국 아내도 받아들었다.

어제 아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여행을 떠나듯이 분주하게 마르티나 영국 여행을 위해 환전, 여행자 보험, 휴대전화 국제로밍 등 일을 했다. 저녁에는 가족 송별 피자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마르티나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 여행 기간은?
- 2주일이다. 10월 14일에서 28일까지.

- 왜 가니?
- 새로운 나라를 구경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할 대학교를 미리 가보는 것이다. (마르티나는 남친따라 영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 학교는 모두 몇 일 빼먹니?
- 수업일로 7일이다.

- 어떻게 보충할 것이니?
- 빼먹을 수업 내용을 다 복사했다. 남자친구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공부할 것이다.
(공부를 정말 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복사까지 한 것을 보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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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먹을 수업 내용을 복사해서 여행 가방에 넣었다.

마르티나의 여행에서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남자친구와 둘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6개월 후면 만18세 성인이 된다. 마르티나는 "이모는 16세에 시집 갔고, 외삼촌은 17세에 장가를 갔다. 내 나이에 엄마도 있다. 알 것은 안다. 하지만 난 학업과 경력을 가장 우선시한다. 25세 이후에 결혼할 것이다."고 확언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듯 엄마는 여행 떠나려는 딸에게 "피임하는 것 꼭 잊지마!"라고 말했다. 딸은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 알아!"라고 씩 웃으면서 답했다. 좀 어색하지만 이런 문제를 엄마와 여고생 딸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만큼 딸이 다 자랐음을 뜻한다. 아뭏든 딸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미래에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교를 잘 둘러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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