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4. 8. 13:04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손님으로 가서 술을 마실 생각이 있으면 술을 가지고 간다. 지난 부활절을 지방 도시에서 보냈다. 동서는 화물차 운전수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닌다. 최근 러시아를 다녀왔다면서 신긴한 보드카를 가져왔다. 

보드카 병 밑에 작은 전등이 있어 여러 색깔의 빛을 낸다. 기념일이나 축제 때 딱 어울리는 선물이다.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어둠 속에서도 쉽게 술을 마실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4. 3. 06:38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처가집을 방문하는 때는 일년에 적어도 두 번은 고정적이다. 바로 성탄절과 부활절이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의 화목을 위해 이 두 경우만큼은 이탈할 수가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갔다. 

유럽 곳곳을 강타한 폭설이 리투아니아에도 주말에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간간히 눈이 내렸지만 폭설까지는 아니여서 다행이었다. 250km 거리를 이동하는데 일부 구간에서 눈이 내렸지만, 교통에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4월 1일 부활절 아침 창밖을 보니 밤새 내린 눈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성탄절로 착각하게 하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따뜻한 봄을 기대하고 있는데 꽃 부활 대신 눈 폭탄이 터진 부활절이었다. 


부엌 창가에 핀 실내 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리투아니아는 부활절 일요일과 아울러 그 다음 월요일에도 국경일이다. 이 이틀 동안 일가 친척이나 친구 집을 방문해 그 동안 절제해왔던 고기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신다.

찾아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중 처남이 찾아왔다. 처남은 감기로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급히 딸아이를 거실로 피신을 시켰다. 감기 예방의 최고는 감기 환자와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방문은 좋지만...... 아, 좀 참아주지. 전화로 충분하지 않나?"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도 부활절인데. 대신 빨리 우리 마늘 먹자!"

나는 사과 조각과 함께 생마늘을 먹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아내는 마늘을 조각조각 내어 빵에 얹어서 주었다. 


"자, 생마늘 치즈다!"
"그래도 먹기 싫어."
"감기 들어 고생하는 것보다 싫은 것을 먹는 것이 더 좋아. 엄마가 어렸을 때 이것이 최고의 감기 예방약이었다."


"한국 사람은 마늘의 자손이므로 마늘을 잘 먹어야 돼"라고 옆에서 거들었다. 이렇게 유럽의 리투아니아들도 마늘을 흔히 먹는다. 물론 가급적 외출이 없는 날 먹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4. 27. 06:50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은 어제 화요일 수업은 총 다섯 시간이었다. 그런데 4교시가 끝나자 전화가 왔다.

"엄마, 학교 식당에서 간식으로 꿀과자를 사먹었는데 배가 아파."
"그래서?"
"선생님이 조퇴 허락을 했어.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가."
"엄마가 지금 언니 일로 바쁘니까, 아빠가 학교로 가도록 할 게."
"알았어."


처음 이런 일이 생겼다. 걱정 가득 빠른 발걸음으로 딸아이 학교로 갔다.
머리 속에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 학교 식당을 찾아가 왜 이런 일이 생겼나를 따질까....
- 위생담당기관을 찾아가 학교 식당 위생상태를 점검해라고 요구할까....

이 날 꿀과자를 먹은 학생들 중 많은 학생이 같은 증세를 겪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딸아이 개인적인 몸의 요인이 야기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빠, 내 혀바닥이 검지?"
"왜?"
"양호 선생님이 약을 주었어."


집 가까이 오자 딸아이는 힘이 드는 듯 안아달라고 했다. 두 손으로 딸아이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벌써 무거진 딸을 안고 집으로 오면서 역시 부모사랑은 내리사랑이로다......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다행히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자 배가 아픈 증상이 나아졌다. 저녁무렵이 되자 딸아이는 완전히 원기를 회복했다. 아냥마저 떨기 시작했다.

"아빠, 안아줘."

딸아이를 안아주는 순간 딸의 무릎이 그만 내 코를 우연히 받아버렸다. 순간 충격으로 코피가 날 듯했지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살다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아파서 안았던 딸을 내려놓고 손으로 코를 만지면서 부엌에서 나왔다. 한참 후에 다시 딸아이와 마주쳤다.

"아빠, 정말 미안해. 아빠 코가 아팠지?"
"정말 아팠어."
"아빠, 아빠 코가 아픈 만큼 내 코를 때려!!!"

손으로 딸아이 코를 만졌다.

"아빠, 그렇게 말고, 정말 주먹으로 때려!!!"

* 우연히 아빠 코를 무릎으로 때린 딸이 자기 코를 때리라고 한다. 어느 아빠가 되갚음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한 후 딸아이는 눈을 감고, 아빠의 주먹을 기다렸다.

"아빠가 어떻게 너를 때릴 수 있겠나!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기특하다! 고마워!"
"아빠, 내가 미안하고 고마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 14. 09:38

긴긴 겨울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자주 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그림그리기이다. 어떤 때는 물감으로, 어떤 때는 볼펜으로 그린다. 그러다가 지치면 종종 아빠를 불러 동물 그리기 놀이를 한다.

"아빠, 그리기 놀이 하자."
"어떻게?"
"내가 동물 이름을 말하면 아빠가 그 동물을 그린다. 아빠가 동물 이름을 말하면 내가 그린다. 쉽지?"
"쉽지만, 아빠는 그림을 못 그린다."
"괜찮아."

얼마 전 요가일래가 그림에 전혀 소질이 없는 아빠에게 한 수 가르쳐주었다.

"아빠, 개를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릴 수 있는 지 알아?"
"몰라."
"내가 가르쳐줄게. 여자의 몸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그려봐."

딸아이는 동작 하나 하나에 사진을 찍도록 했다. 아래는 딸아이가 개를 그려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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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너무 허리가 없고 통통하다."
"아빠, 개를 그리려면 어쩔 수가 없잖아."

딸아이가 여자의 몸을 그리면서 그린 개 그림이 정말 개를 닮았나요?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