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에 해당되는 글 304건

  1. 2022.11.19 091 - 에스페란토 번역 - 아이유의 한낮의 꿈
  2. 2022.10.06 040 - 에스페란토 번역 - 아이유의 밤편지 2
  3. 2022.09.10 007 - 에스페란토 번역 - 거미의 구르미 그린 달빛
  4.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의 고즈넉한 풍경에 반하다
  5.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크씨기아 해수욕장은 천연 유황 SPA
  6. 2021.09.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은 가족 휴가에 좋아
  7. 2021.09.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칠리비 해수욕장은 넓고 얕고 길쭉하다
  8. 2021.09.05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은 바위섬이 절경
  9. 2021.09.03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
  10. 2021.09.01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에서 그리스 애국가의 작사자를 알게 되다
  11. 2021.08.21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해변의자 밑에 바다거북이 알을 까놓다니
  12. 2021.08.1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그늘막 주차장도 무료라니
  13. 2021.08.1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식당 주요리만 시켰는데도 전식과 후식도 나와 1
  14. 2021.08.11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카메오 섬 나무다리가 일출 조망 명소
  15. 2021.08.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포르토 브로미 청록빛에서 나 홀로 해수욕
  16. 2021.08.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나바지오 절경 담으려다 스마트폰 돌발 추락
  17. 2021.03.04 강에는 겨울 얼음과 봄 여름이 뒤엉켜 새 계절을 맞이한다
  18. 2021.01.30 003 - 에스페란토 번역본 - 인순이 <거위의 꿈> - 완성
  19. 2021.01.11 하얀 눈 모자를 쓴 알록달록한 인공새집들
  20. 2020.12.30 유럽인 아내가 냄비밥 타지 않고 눌어붙지 않게 하는 법
  21. 2020.11.11 유럽에서 어느 종류의 사과를 사면 좋을까
  22. 2020.10.29 팔십 노파가 일러준 장수식품 크랜베리 보관법
  23. 2020.10.24 대학생이 되었는데 교재비 달라고도 안해서... 14
  24. 2020.10.23 유럽인 장모님의 붉은젖버섯 요리 간단하나 맛 좋아 2
  25. 2020.10.20 큰갓버섯 - 유럽인들이 즐겨먹는 또 하나의 버섯
  26. 2020.10.16 호주 코로나 격리장소에서 제공받는 음식들
  27. 2020.10.16 4K 워킹투어 영상으로 리투아니아 니다를 둘러보자
  28. 2020.10.05 4K 워킹투어 영상으로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를 둘러보자
  29. 2020.10.01 4K 워킹투어 영상으로 리투아니아 트라카이를 둘러보자 3
  30. 2020.09.25 여객 대신에 화물을 싣고 나르는 에어버스 A330
한국노래 | Korea Kantaro2022. 11. 19. 22:37

Koreaj Kantoj en Esperanto | Korea Kantaro en Esperanto | Korea Populara Kanto
한국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를 틈틈이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노래를 수록한 책이 2022년에 발간되기도 했다. 

 

작사 최갑원 | 작곡 최갑원 | 노래 아이유(IU) 양희은 | 발표 2013년 | 번역 최대석

 

한낮의 꿈 | Tagsonĝo

 

밉게 우는 건 이제 그만 할까

이대로 어디로든 갈까

아니면 눈을 감을까

 

Ĉu mi jam ĉesu plori malaminde?

Ĉu mi ĉi tia iru ien

aŭ fermu la okulojn mi?

 

그렇게 아픈 건 잊어지지 않아

시간에 기대어 봐, 가만

한낮에 꿈을 꾸듯이

 

Ne eblas forgesi tian doloraĵon.

Apogi provu vin sur tempo,

jen kvazaŭ tage sonĝus vi.

 

살랑 바람이 가만히 날 어루만져

눈물이 날려

 

Briza ventoflu' en kviet' tuŝas min,

tiel blovas larm' de mi.

 

같이 있으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그래 줄 사람 어디 없나

 

Ĉu ne troviĝas leganta mian penson homo,

se mi kunestas kun tiu hom'?

 

비가 내리면 햇살을 대신하는 사람

늘 같은 사람 어디쯤 있나

 

Ĉu estas ie rolanta sunan brilon homo,

se falas pluvo de nuba ĉiel'?

 

행여나 그 사람 내 곁으로 오면

하루 다 나를 안아주면

그때나 웃어나 볼까

 

Se tiu min alproksimas pro bonŝanco

kaj tutan tagon min brakumas,

ĉu tiam provu ridi mi?

 

나만 혼자란 생각만 안 들게 해줘

날 웃게 해줘

 

Ne pensigu min nur pri ĝi, ke mi solestas,

estu ĝoj' kun mi.

 

같이 있으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그래 줄 사람 어디 없나

 

Ĉu ne troviĝas leganta mian penson homo,

se mi kunestas kun tiu hom'?

 

비가 내리면 햇살을 대신하는 사람

늘 같은 사람 어디쯤 있나

 

Ĉu estas ie rolanta sunan brilon homo,

se falas pluvo de nuba ĉiel'?

 

행여나 그 사람 내 곁으로 오면

하루 다 나를 안아주면

그때나 웃어나 볼까

 

Se tiu min alproksimas pro bonŝanco

kaj tutan tagon min brakumas,

ĉu tiam provu ridi mi?

 

졸리운 책은 덮어두고

한낮에 꿈을 꾸듯이

 

Jen kvazaŭ vi en tago sonĝus,

ferminte libron en dormem'...

 

에스페란토 "한낮의 꿈"의 악보와 가사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091_win10_501_tagsongxo_아이유_한낮의꿈.pdf
0.07MB

* 참고로 영어 번역 사이트는 여기로 

 

Posted by 초유스

Koreaj Kantoj en Esperanto | Korea Kantaro en Esperanto | Korea Populara Kanto
한국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를 틈틈이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노래를 수록한 책이 2022년에 발간되기도 했다.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아이유가 부른 노래 "밤편지"를 에스페란토로 번역해보았다. 

작사 아이유 | 작곡 제휘, 김희원 | 노래 아이유 | 번역 최대석

  
밤편지 | Nokta letero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Al vi lumon de lampir'
de l' estinta tag' sendos mi;
la lum' ĉe la fenestret' brilu dum nokt'.
Um~ ja tio estas, ke mi amas vin.
 
나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려
그럼 언제든 눈을 감고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 Ho, kiam pri l' unua kiso de am' pensas mi,
al mi la okuloj ĉiam fermiĝas,
um~ mi iras al plej fora lok' kun vi.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Jen kiel skribita vort' 
sur la sablo post reiro de ond'
vi ŝajnas foren malaperonta baldaŭe; 
do mi sopiras pri vi.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Ĉiujn vortojn el la kor'
tie ĉi nun ne eblas elpreni ja por vi,
sed tio estas, ke mi amas vin.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행운이 온 걸까
지금 우리 함께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요 Kiel do vi, feliĉ',
povis ĝuste jen trafi min?
Kiel estus bone kaj ĝoje,
se mi nune estus kun vi!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또 그리워 더 그리워 Jen kiel skribita vort' sur la sablo 
post reiro de ond'
vi ŝajnas foren malaperonta baldaŭe; 
mi sopiras vin, sopiras vin. 

나의 일기장 안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 Ĉiujn vortojn el kajer'
tie ĉi nun ne eblas elpreni ja por vi,
sed tio estas mia am'.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 이길 바라요 Al vi lumon de lampir'
de l' estinta tag' sendos mi;
la lum' ĉe ;a fenestret' brilu dum nokt'.
Um~ deziras belan sonĝon mi al vi.

  
* 참고글:  가사 해석 | 한국어 악보 | 영어 번역 | 

에스페란토 "밤편지"의 악보와 가사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040_win10_501_nokta_letero_아이유_밤편지.pdf
0.08MB

Posted by 초유스

Koreaj Kantoj en Esperanto | Korea Kantaro en Espperanto | Korea Populara Kanto 한국인들이 애창하는 노래를 틈틈이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노래를 수록한 책이 2022년에 발간되기도 했다.

 

몇 해 전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둘 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함께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시청했다. 그때 들은 "구르미 그린 달빛" 노래를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한번 불러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요가일래를 위해 번역해 보았다. 

 

작사 거미 | 작곡 거미 | 발표 2016년 | 번역 최대석

 

구르미 그린 달빛

Lunlumo pentrita de nubo

 

말하지 않아도 난 알아요

그대 안에 오직 한사람 바로 나란걸

Eĉ ne parolas vi, sed scias mi,

ke la sola homo nun en vi ja estas ĝuste mi

 

떨리는 내 맘을 들킬까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그런 나였죠

Timante pri malkaŝ' de mia kor',

eĉ ne povis laŭte spiri mi; do tia estis mi.

 

겁이 많아 숨기만 했지만
Kaŝiĝis mi nur pro multa timo.

 

내 사랑을 그대가 부르면 용기 내 볼게요

얼어있던 꽃잎에 그대를 담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 내게 오는 날

나를 스쳐 지나치지 않도록

그대만 보며 살아요
Sed se mian amon alvokos vi, kuraĝa estos mi.

Sur frosta foli' de flor' tuj vin surmetos mi;

en tago, do kiam vi al mi venos laŭ la vent',

por ke vi ne preteriru min tuŝe,

nur vidante vin, vivas mi.


아무도 모르게 키워왔죠혹시

그대가 눈치챌까

내 맘을 졸이고

겁이 많아 숨기만 했지만
Kreskigis amon mi sen via sci';

maltrankvila estis mia kor',

ke vi sentos pri ĝi. 

Kaŝiĝis mi nur pro multa timo.

 

내 사랑을 그대가 부르면 용기 내 볼게요

얼어있던 꽃잎에 그대를 담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 내게 오는 날

나를 스쳐 지나치지 않도록 기도 할게요
Sed se mian amon alvokos vi, kuraĝa estos mi.

Sur frosta foli' de flor' tuj vin surmetos mi;

en tago, do kiam vi al mi venos laŭ la vent',

por ke vi ne preteriru min tuŝe,kore preĝos mi.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게요

그대라면 어디든 난 괜찮아요

하찮은 나를 믿어준 사람

그대 곁에서 이 사랑을 지킬게요
Certe ne estos mi hezitema plu.

Se mi kun vi, ne gravos kie ajn por mi.

Vi estas la hom' kredinta min sen bon';

apud ĉe vi ĉi amon protektos mi.  


내 사랑이 그대를 부르면 용기 내 줄래요

얼어있던 꽃잎에 그대를 담아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 내게 오는

나를 스쳐 지나치지 않도록

그대만 보며 살아요

Do se mia amo alvokos vin, ĉu jam kuraĝos vi?

Sur frosta foli' de flor' tuj vin surmetos mi;

en tago, do kiam vi al mi venos laŭ ventblov',

por ke vi ne preteriru min tuŝe,

nur vidante vin, vivas mi.

 

에스페란토 "구르미 그린 달빛"의 악보와 가사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007_win10_501_lunlumoNubo_구름이그린달빛.pdf
0.08MB


영어 가사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6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마을은 자킨토스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32km 떨어져 있다. 행정 구역상 볼리메스(Volimes)에 속한다. 동일한 이름으로 자킨토스 최남단 부분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Agios Nikolaos 아이오스 니콜라오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는 행정 구역상 바실리코스(Vasilikos)에 속한다.   

 

 

북서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마을은 50여명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자킨토스 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철 자킨토스 도시 항구과 함께 케팔로니아 섬에 있는 페사다(Pessada)와 연결하는 연락선(페리)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서 유명한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보트가 출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DgganKkvAjPEo7pP8

 

이 마을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도처에 자라고 있다. 또한 원추형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을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 것이 간판이다. 난파선 해변(나바지오 해수욕장)과 파란동굴 관광 표구입을 안내하는 간판이다. "Tickets 티켓을"이다. "티켓들"을 "티켓을"로 쓴 것일까? 아니면 "티켓을 (여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를 줄인 것일까?
 
아무튼 이곳에서 한글을 만나니 반갑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통해 "태양의 후예" 촬영지를 많이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해변 식당 마당 위를 덮고 있는 포도나무에는 포도알이 영글고 있다. 도로변을 장식하고 있는 하얗게 칠한 화분에 피어난 꽃이 더욱 발갛게 보인다.

 

가운데 섬 이름도 마을 이름과 같다. 바람으로부터 항구를 보호하고 있다. 하얀 자갈로 이뤄진 작은 해수욕장이다. 늦은 오후라 거의 텅 비어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 남쪽으로 갈수록 작은 자갈은 돌덩이로 바뀐다. 정박해 있는 요트와 배들이 바람따라 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바람놀이하는 붉은 배 세 척을 한참을 지켜본다.

 

 

 

대형요트는 바람따라 홀로섬을 시야에서 가리고 보여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수욕장이자 포구다. 하얀색과 파란색 일색인 그리스 바다에 빨간색 배가 더욱 돋보인다.

 

여행 중 사진찍기만을 좋아하는데 여기서 한번 찍혀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5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떠나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가다보면 유황 냄새가 점점 강하게 코를 찌른다. 고개를 돌아 밑으로 가다보면 갑자기 오른쪽 앞에 새롭게 단장한 듯한 주차장이 나온다. 분명 근처에 명소가 있을 것만 같다. 여기가 바로 크씨기아(크시기아) 유황 해수욕장(Xigia sulfur beach)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YRUGuzKV5fkDnhCh9 

 

 

같은 이름으로 유황 해수욕장이 둘이다. 지도에서 밑에 있는 첫 번째 해수욕장은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위에 있는데 도로 옆에 있다. 후자가 차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우리가 들런 곳은 도로 옆에 있는 두 번째 해수욕장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방향 도로에서는 이 해수욕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곳 주차장은 자킨토스에 드물게 있는 사설이라 유료다. 젊은 주차요원이 다가와 주차권을 내밀자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다녀올 것이라고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그리스는 융통성이나 이해심이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나라이구나를 자킨토스에서 여러 번 체험하고 있다.  

 

주차장 끝지점으로 가면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에 푹 안긴 아주 작은 해수욕장이다. 유황 냄새가 더욱 심하다. 말 그대로 비경이다. 자고로 보물은 숨어 있어야 더욱 빛나는 법이다.    

 

하얀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해수욕장이다. 청록빛 바닷물이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탁해 보인다. 이유인즉 이 바닷물에 유황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록빛 바다가 하얀빛을 띠고 있다.

 

유황은 항암작용뿐만 아니라 피부병, 염증제거, 살균작용, 당뇨병, 뼈강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천연유황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을 수가 없다.

 

자킨토스에 있는 여러 해수욕장과는 달리 여기는 해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진다. 탁해 보이지만 물은 깨끗하다. 물이 다소 차가운데 오히려 다른 해수욕장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과 쾌적함을 주고 있다.

 

해변 절벽 그늘에서 여러 가족들이 자리를 차지해 한가함을 즐기고 있다. 구석진 곳에는 작은 매점이 있다. 음식은 절벽 위에 있는 식당이 바구니에 담아서 줄을 이용해서 밑으로 내려보낸다.

 

물 속에서 솟아난 작은 바위가 조류의 발로 보인다. 독소리나 칠면조가 물밑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노천에서 동굴 속 안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주름지고 튀어나온 바위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파란 하늘, 직각에 가까운 암석 절벽, 청록빛과 하얀빛이 섞인 고요한 바다... 
오랜 시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만 보면서 머물고 싶은 곳이다.
 

생존 수영의 정수인 누워뜨기다.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팔을 뻗어도 가라앉지를 않는다. 두 손과 두 발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도 말이다.

  

천연유황 해수욕장에서 수영하고 나오니 한동안 온몸이 미끈하고 썩은 달걀 냄새를 뿜어내고 있다. 다음 행선지인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향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5:03

그리스 자킨토스에 있는 알뤼카나스(알리카나스) 해수욕장(Alykanas beach)은 이미 소개한 칠리비(Tsilivi) 해수욕장과 비슷하다. 얕은 수심, 길쭉하게 뻗어있는 모래사장, 청록빛 바닷물, 물놀이 기구 등등...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tH9pen2b8FUa3VtUA

 

 

케팔로니아 섬과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가는 항구가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향하는 도로 언덕에서 잠시 쉰다. 밑으로 내려다보면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해변쪽 오래된 올리브나무와 언덕쪽 새로운 올리브나무들이 공존하고 있다. 원추형으로 우뚝 솟아있는 나무가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다.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알뤼카나스 전경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파란 하늘과 바다, 하얀 구름과 파도가 그리스 국기 색깔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다. 

 

수정같이 맑은 바다가 깊지 않아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딱 좋다.    

 

텅 빈 백사장에 한 사람이 침대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관광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바닷물 속 검은 물체는 야자수 잎이다. 
 

해변따라 쭉 걸어본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4:50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 중 주로 해수욕장을 찾아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겨본다. 오늘은 동쪽 해안선에 있는 칠리비(트실리비) 해수욕장(Tsilivi beach)을 소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Tsilivi beach: https://goo.gl/maps/GKrBxCKqD1JLg2tq8

 

자킨토스 중심도시에서 7km 떨어져 있는 칠리비 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 양옆에는 포도밭과 올리브나무밭이 도열해 있다. 도착하면 길쭉하게 뻗어있는 해수욕장이 한눈에 쫙 들어온다. 대부분 자갈이 섞여 있는 모래사장이다.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다양한 물놀이 기구도 준비되어 있다. 

 

반대쪽에서 작은 항구가 있는 데까지 걸어본다. 약 20분이 소요된다.   

 

해변을 따라 호텔이나 식당 등이 즐비하다. 

 

바다 넘어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Kefalonia, Cephalonia)다. 그리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언젠가 저 섬에서도 휴가를 보낼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어디를 가든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를 자주 볼 수 있다. 해수욕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해수욕장의 폭이 상당히 넓다. 저 텅빈 해변 침대의자에 사람들이 가득 찰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수심이 얕지만 바람이 불면 파도가 심히 넘실거린다. 한가로운 수영하기보다 파도타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가나스만 해변 해수욕장보다 동쪽 해변 해수욕장을 권한다. 

   

쭉 걸어가면서 칠리비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5. 16:05

그리스 자킨토스 동쪽 해안선에 위치한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Porto Zorro Beach)을 소개한다. 자킨토스 어디를 가든 바닷물은 수정처럼 깨끗하다. 발트 3국에 접해 있는 발트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청록빛 바다가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지금 여행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구글 지도 위치 Porto Zorro Beach https://goo.gl/maps/tdsKF5aqdGvnJpPeA

 
 
이 해수욕장은 인근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처럼 규모가 작고 모래사장이다. 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해양산(파라솔)이 해수욕장 좌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바다와 산 사이에 있는 해수욕장의 폭은 좁다. 그늘 없는 모래사장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일광욕을 하기엔 모래가 너무 뜨겁고 햇볕이 워낙 따갑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용료를 내거나 음료를 주문해서 해양산 아래 자리를 잡는다. 해양산 아래 의자 두 개 사용료가 하루 종일 7유로다.

 

모래 해수욕장이지만 해변쪽으로 갈수록 자갈이 섞여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자갈이 많이 섞여 있다. 저 멀리 수평선 넘어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 전경의 압권은 비록 작지만 바위섬 여러 개가 해변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윗부분은 초록 식물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바위를 덮고 있다. 이 바위섬들이 해수욕장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바위섬 쪽이 궁금해 가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걸어가는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바위섬 사이로 바라본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이다. 바닷물 속에도 바위들이 있어서 이에 의지하는 바다생물을 수중 관찰하기(스노클링)에도 아주 좋은 해수욕장이다. 

 

마치 사자나 챔팬지 한 마리가 해수욕장의 안전을 지키는 듯하다. 

 

바위섬 뒷편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등에 무엇인가를 바르고 있다. 한 무리는 왼쪽으로 더 들어가고 있다. 왜 사람들이 그쪽으로 향할까 궁금해진다. 따라 들어가본다.

 

 

이쪽 해변은 점토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점토 덩어리를 줍거나 긁어서 온몸을 칠한 후 일광욕을 즐긴다. 한번 시도해보니 바닷물에 씻을 때 마치 고운 비누를 칠한 듯하다. 그리고 매끈한 피부가 한동안 유지된다.  

 

점토암이 있는 곳에서 바라본 해수욕장이다.

 

촬영 세트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변 회갈색 더미는 야자수 잎이 밀려와서 뭉쳐 있는 것이다.  

 

보통 음료를 주문하면 해양산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포르토 조로 해수욕장은 둘 다 받는다. 음료와는 상관없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 하루 종일이 아니라 1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7유로 내기가 주저된다. 사정 이야기를 하니 계산하는 종업원이 그러면 음료값만 내라고 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3. 21:52

게라카스(Gerakas) 해수욕장[관련글]에서 라가나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 하나를 더 둘러보기로 한다. 바실리코스(Vasilikos) 마을에 위치한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해수욕장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rKHdkZzMpNek6XSXA  
 

게라카스 해수욕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에는 파라솔로 가득 차 있고 바다에는 수상놀이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라카스 해수욕장은 붉은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해수욕장으로 다가가는 바로 왼쪽 카페에서 갈증 난 목을 축인다. 입구 기둥에 붙은 글귀(Life is better at the beach - 해변에서 삶이 더 좋아)가 청록빛 바다를 방금 본 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카페에서 보라본 해수욕장 전경이다. 좌우로 빼곡 설치되어 있는 해양산(파라솔)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다. 예전 같으면 관광객들로 붐비었을 텐데 말이다. 해양산은 주로 왕갈대(arundo donax)로 만들어졌다.   

 

관광객이 없으니 물놀이기구도 쉬고 있다. 해수욕장 샤워기가 포도주병따개를 연상시킨다. 땅속을 파서 물을 퍼올려 위에서 뿌려주는 듯하다.

    

이곳의 해변에서는 검은빛 갈색 더미를 흔히 볼 수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있는데 얼핏 보면 해조류 같다. 종종 물기가 빠진 모래 해변을 걷다보면 습지 위를 걷는 듯 발밑이 푹신거림을 느낀다.

 

 

궁금해서 모래를 걷어내니 확 풀려진 카세트테이프 줄이 뭉쳐있는 듯하다. 이것의 정체는 파도에 휩쓸려온 야자수 잎이다. 세찬 바람이 야자수 기둥을 빗자루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해수욕장 왼쪽 바위 언덕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 성당이 눈에 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동방정교 성당이다. 대체로 이곳의 성당은 규모가 작고 아담하다.

 

성당 종탑이 참 소박하다. 파란색 바다만큼 하늘도 파랗다. 그리스 국기에 왜 파란색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얀색 또한 그리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색이다. 바다에는 하얀 파도가 넘실대고 마을에는 하얀 집들이 빛을 반사하고 있고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바위 언덕 위에는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면서 그리스 국기의 의미를 한번 알아본다. 파란색 네모와 하얀색 십자가는 동방 정교회를 의미한다. 파란색과 하얀색 가로줄 아홉 개는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1821-1829) 당시의 표어인 "자유가 아니면은 죽음"(Έλευθερία ή Θάνατος E-lef-the-rì-a i Thà-na-tos)의 음절 9개를 뜻한다. 파란색은 자유, 하얀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이 숫자 9는 자유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 ελευθερία(엘레프테리아)의 철자 수가 아홉 개라는 데서 유래되었다라는 설도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학술과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 9명을 의미한다라는 설도 있다. 지금의 그리스 국기는 1978년 12월 22일 제정되었다. 

 

동방 정교회 쪽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전경이다.

저 백사장에 관광객들로 붐비는 날이 언제 다시 돌아올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다. 

 
 
아래는 걸어서 둘러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을 영상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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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 14:25

자킨토스(Zakynthos)는 이오니아 제도 중 하나인 섬의 이름이자 이 섬의 중심도시 이름이다. 섬 전체의 면적이 410평방킬로미터로 제주도의 약 5분의 1이고 해안선은 약 123킬로미터다. 주로 절벽으로 이뤄져 있는 북서쪽 해안을 제외하고는 해수욕장이 곳곳에 이어져 있어 관광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섬 전체 인구는 4만여명이고 이 중 절반 가량이 자킨토스 도시에 살고 있다. 숙소인 라가나스(Laganas)를 차로 떠나 25여분만에 자킨토스 도시 중심에 이른다.   
 
 

자킨토스 도시에서 제일 먼저 카메라에 잡힌 것은 천사들의 모후 성당(Church of the Lady of the Angels)이다. 작은 규모의 아담한 성당이다. 1687년에 세워져 1953년 강진 때 붕괴되었다가 원형 그대로 복원되었다.  

 
6월 중순 이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로마 거리(Al. Roma)의 모습이다. 온갖 가게들이 즐비한 이 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만 아니였더라면 관광객들로 엄청나게 붐비었을텐데 말이다.  
[750여 미터 구글 위치: https://goo.gl/maps/v5WxHvetMKbWjLxC8]
 

시내 중심가 솔로모스(Solomos) 광장이다. 저 파라솔 아래서 사람들이 따뜻한 커피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세상사를 논할 날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유모차 한 대만이 텅 빈 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이 섬에서 태어난 디오니시오스 솔로모스(Dionysios Solomos, 1798-1857)의 조각상이다. 이탈리아어와 그리스어로 시를 쓴 그리스 시인이고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애국가 "자유의 찬가"를 작사한 사람이기도 하다.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1821-1829) 중인 1823년 그가 발표한 158절 "자유의 찬가"의 1절과 2절이 국가 가사로 지정되었다. 올림픽 폐막식 때마다 연주되는 그리스 애국가를 작사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나는 그대를 알아보노라
날카롭고 굳건한 검의 날로부터,
나는 그대를 알아보노라
지구를 내려다보는 권능의 빛으로부터.

그리스인의 성스러운 유해에서
다시 일어난 그대여,
전과 같이 용감하라, (×3)
만세, 오 만세, 자유여! (×3)
 

 

평화의 상징인 흰비둘기가 그의 하얀 조각상 머리 위에 앉아 있다. 마치 전쟁과 평화의 불가분의 관계를 말해주는 듯하다. 
       

어설프게 익힌 그리스 철자 읽기로 조각상 받침대에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읽어본다. 나중에 알아보니 바로 위에 언급된 그리스 애국가의 뒷부분 가사다. 

Απ τα κόκαλα βγαλμένη
των Ελλήνων τα ιερά,
και σαν πρώτα ανδρειωμένη, 
χαίρε, ω χαίρε, Ελευθεριά! 

 

솔로모스 광장을 지나자 청록빛 바다가 눈앞에 활짝 펼쳐진다. 뙤악볕이 내리쬐는 날이라 첨벙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바다 속에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좌우로 노닐고 있다.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니 우뚝 솟은 성당의 첨탑이 발길을 유혹한다. 저기까지 가봐야지... 

 

해변도로따라 이어져 있는 식당과 카페 중 한 곳에서 갈증 난 목을 잠시 축인다. 커피 한 잔 2.5유로(부가가치세 13% 포함), 맥주 500cc 한 병 3.5유로(부가가치세 24% 포함)다. 시원한 물 한 병과 감자과자 한 접시가 무료로 나온다. 공짜로 제공된 물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해변산책로 일부 구간은 현재 공사중이다. 청록빛 바다 속을 간간히 내려다보면서 성당 쪽을 향한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산과 바다 사이에 길게 쭉 뻗어있는 자킨토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인 디오니시오스 동방 정교회 성당(Saint Dionysios Orthodox Church) 전경이다. 성인 디오니시오스(1547-1622)는 이 섬에 태어나 동방 정교회의 대주교로 서임되었다. 그는 자킨토스 수호성인이다. 이 성당은 1925에서 1946년까지 20여년에 걸쳐 세워졌다. 1953년 6.8 강진에도 조금도 손상되지 않아서 주민들로부터 기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당 정면이다.
 

성당 앞 대리석 바닥에 새겨져 있는 큼직한 쌍두 독수리 문양은 콘스탄티노폴리스(오늘날 이스탄불) 중심으로 395년에 세워진 동로마 제국, 비잔티움 제국의 상징이다. 이 제국은 1453년 오스만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다. 

 

로마 가톨릭 성당은 예배석에서 성소가 훤히 보이는데 비해서 동방 정교회 성당은 성소와 예배석을 벽(iconostasis, 이코노스타시스)으로 분리하고 있다. 세 개의 문으로 이뤄진 이 벽 상단에는 예수의 12 제자가 그려져 있다. 보통 동방 정교회 성당 내부에는 좌석이 없지만 이 성당에는 의자들이 배열되어 있다.  

 

성당 내벽은 다양한 색상으로 바닥에서 천장까지 성화로 뒤덮혀 있다. 

 

아주 작은 색유리창(스테인드 글라스)으로 밖의 밝음이 비치고 있다. 어두운 빛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성당 내부에서 이 밝음이 더욱 돋보인다. 

 

성당 제단 오른쪽에 성인 디오니시오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디오니시오스 성당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성모 마리아 발현 성당(Church of Virgin Mary Faneromeni)을 찾는다. 밝은 색상의 벽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15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1953년 강진에 붕괴되었고 이후 원형대로 복원되었다.  
 
 

헌공함에는 "가난한 자를 위해"라는 구체적인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걸어서 자킨토스를 쭉 둘러본 후 자킨토스 항구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차를 타고 이동한다. 보할리(Bohali) 전망대다. 분홍색 유도화(협죽도), 붉은 지붕, 청록빛 항구, 492미터 스코포스(Skopos) 산, 오른쪽 저 멀리 일명 거북이 섬도 한눈에 들어온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QVzjQXTQ7MiPNWZ8A ]

 

이 전망대에서 마신 맥주 한 잔이 이번 자킨토스 여행에서 가장 비싼 맥주가 되었다. 500cc 한 잔에 4.5유로다. 역시 자리값이 한몫을 하는구나. 항구로 유유히 들어와 뿌뿌뿌 뱃고동 소리를 뿜어내는 여객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맥주값 기억이 서서히 사라진다.   

   

 
이날 자킨토스 시내 거리를 걸어서 둘러보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봤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21. 04:52

그리스 자킨토스 섬 라가나스(Laganas)에 있는 숙소에서 첫날 저녁을 보내면서 다음날 어디를 제일 가볼까를 의논했다. 라가나스에서도 좋은 해수욕장이 있다. 가까운 곳은 언제라도 도보를 다닐 수 있으니 먼 데부터 먼저 가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 어디로?

 

섬의 남쪽 곶에 있는 게라카스(Gerakas)로 가기로 한다. 이 해변 이름은 기억하기가 쉽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어로 gera는 "좋다"이고 kas는 "누구" 혹은 "무엇"이기 때문이다. 라가나스 숙소에서 게라카스 해변 바로 주차장까지 주행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도착하니 넓은 무료 주차장이 이 해변의 인기를 말해주는 듯하다. 6월 중순 오전이고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이라 주차장은 거의 텅 비어 있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 해변으로 진입랄 때 만나는 "일물부터 오전 7시까지 입장 금지" 안내판이 여기가 심상치 않은 해변임을 알려준다. 타원형으로 길쭉하게 뻗어있는 해변과 고요한 청록빛 바다 그리고 황금빛 모래사장이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이곳을 첫 방문지로 결정한 우리의 선택에 축복을 내리는 듯하다. 
관광지 해수욕장에 흔하고 흔한 요트나 배 한 척도 보이지 않고 물놀이시설도 없다.
왜 그럴까?
일부가 허물어져 내린 듯한 저 멀리 회색빛 절벽의 실체가 긍금해진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먼저 조약돌로 이뤄진 해변이 나온다. 
 
조그만 지나면 돌조각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고운 모래사장이 나온다. 사람들은 파라솔에 숨어있다가 더위를 참지 못하면 바다로 들어간다. 
 
 
낮 온도가 25인데도 모래사장에 내리쬐는 햇빛에 노출되어 있으면 견디기가 어렵다. 보통 여름철 해변이나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대부분 시간은 일광욕이 차지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일광욕 대신에 해수욕이다. 강한 햇빛 때문이다.  
 
이런 바다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그저 보고만 있어도 밀려오는 저 물결과 찰싹찰싹이 내 마음을 살랑살랑 씻어주는 듯하다.
한동안 멍하니 하늘과 바다 경계선을 응시해본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가 끝나지 않아서 이번 여행 떠나기에 소극적이었다.
저 잔잔하고 맑은 바다를 보고 있으니 오길 참 잘했구나...
 
모래사장 뒷편에는 사암이 층층을 이뤄 절벽을 만들어 놓았다.
척박한 소금기 땅에도 자라난 덤불식물이 분홍꽃을 피워 생명의 존귀함을 파란 하늘에 고하고 있다.      
 
저 절벽 오른쪽은 위아래 흙의 성분이 달라 경계가 뚜렷하다.
회색빛 흙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절벽을 향해 다가본다. 
절벽 가까운 곳은 다벗음인들의 휴식처이다. 

 

허물어져 있는 흙더미를 보니 접근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을 법한데 없다(첫 방문에는 없었는데 6일 후 다시 가니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누런빛 윗부분은 사암층이고 회색빛 아랫부분은 점토층이다.
 
 
사람들은 여기 있는 점토로 점토욕을 한다. 점토를 잔뜩 온몸에 발라서 햇빛에 인간도자기를 스스로 굽는다. 점토로 딱딱하게 굳은 몸을 바다에 들어가 씻어낸다. 마치 고운 비누를 칠한 듯이 온몸이 미끈미끈하다. 
 
언제 저 허약한 절벽이 허물어질지 모른다.
만약 이곳에 접근해 점토조각을 구하고자 할 때는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히 해변쪽으로 떨어져 나온 조각을 찾는 것이 좋다.  

 

점토 절벽쪽에서 바라본 게라카스 해수욕장이다.
한가롭기 그지 없는 풍경이다. 
 
해수욕장을 길게 반으로 갈라놓은 저 줄은 왜 쳐져 있을까?
 

라가 나스만(Laganas Golf) 일대 모래해변의 주인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동물이다. 바로 바다거북이다. 특히 게라카스 해변은 바다거북이가 알을 부화하는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몰부터 오전 7시까지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   

 

 

바다거북이가 이곳에서 밤에 알을 낳고 부화된 거북이가 바다로 나아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거북이와 관광객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해변이다. 사람들은 해변쪽으로만 다닐 수 있고 해안쪽은 입장이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발자국에 저렇게 많이 나 있을까?  

 
발자국은 바다거북이 생태연구원들의 것이다. 바다거북이가 알을 낳은 장소를 찾아 기록을 하고 있다. 알을 찾은 자리 둘레에 막대기로 표시를 해놓는다.  
 
보기 드문 광경을 목격한다.
파라솔이 설치된 해변 침대의자 바로 밑에 바다거북이가 알을 놓았다.
연구원들이 알을 꺼내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장면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아래 영상은 게라카스 해변 전체를 도보로 찍은 것이다. 
 
 
아래 영상은 게라카스 해변 광경이다.
 
 
이렇게 게라카스 해수욕장은 일주일 체류하는 동안 두 번이나 다녀왔다. 한 폭의 그림 속 해수욕장에 와 있는 듯하다. 물놀이 소음 없는 한적한 바다거북이 모래해변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17. 14:06

가족 해외여행을 가면 렌트카 이동이 습관이다.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꼭 필요한 날에만 현지에서 렌트카를 빌려서 이동하곤 했다. 그런데 렌트카를 현장에서 2-3일 동안 빌리는 비용이 비행기표를 구입한 후 즉시 1주일 동안 빌리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안 후로부터는 비행기표 구입시에 여행 내내 렌트카를 빌려놓는다.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에도 그렇게 한다. 자킨토스(이탈리아어로 잔테 Zante)는 이오니아 제도에 있는 섬 이름이자 중심 도시 이름이다. 자킨토스 도시는 해변과 쭉 뻗어있는 낮은 산 사이 좁은 공간에 길쭉하게 형성되어 있다.     
 

렌트카보험은 항상 완전면책보험(SC: Super Cover)에 든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카드로 1000유로 보증금을 걸어놓아야 한다. 완전면책보험에 들었다고 해도 현지 렌트카 직원은 추가 보험에 들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타이어 펑크나 연료 고갈, 차량키 분실 등 운전자 개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응급출동서비스는 무료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약시 차량이 아니다. 그것에 준하는 차량으로 스즈키가 눈앞에 세워져 있다. 6월 중순 8일 동안 자동변속기 소형차 렌트비용이 170유로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수요가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렌트카 직원과 함께 차량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한다.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촬영해놓는다. 렌트카를 받을 때 이미 연료가 가득 차 있다. 이는 반납할 때 연료가 처음처럼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 코르푸(Korfu 또 다른 유명 휴양지) 섬에서 렌트카로 여행한 경험이 있는 아내가 자킨토스는 처음이라 도로사정에 대해 렌트카 직원에게 묻는다.
 
"코르푸에 비해 여기 자킨토스의 도로사정은 어때?"
"난 코르투에 가본 적이 없어."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그리스의 현지인들은 그리스의 세계적 명소를 다 가봤을 것이라는 착각이나 짐작이 빚어낸 물음이다.  

 
그리스에서의 렌트카는 소형차가 좋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도심을 벗어나면 편도 1차선에 중앙선이 없는 좁은 도로가 태반이다. 도심에도 큰 도로를 제외하고는 도로 폭이 비교적 좁다. 자킨토스 도시의 가장 폭이 넓은 해변도로에 주차된 차들도 대부분 소형차다. 주로 중대형차가 주차된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도심의 거리는 좁아서 일방통행이고 한 사람이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인도가 좁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인도라고 부르기가 적합하지 않을 듯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처에 화초 화분이 좁은 인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집 아파트 실내 창틀에서 기르고 있는 화초가 이곳에서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인도에서 자라고 있다.
 

사설 주차장을 제외하고 도심뿐만 아니라 자킨토스 섬 전체 어디든지 주차비가 없다. 참고로 예를 들면 리투아니아 발트해 해변도시 팔랑가(Palanga)는 5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도심을 황색지대 녹색지대 적색지대로 구분해서 주차비를 받는다. 각각 시간당 0.60유로, 1.70유로, 1.20유로다. 빌뉴스(Vilnius) 도심 거리 대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료 주차다. 
 
 
낯선 지역에 가면 주차 공간을 찾고 주차비를 내는 곳을 찾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된다. 여기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특히 외지인에게는 참으로 편하다. 우리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바나나 해변의 그늘막 무료 주차다. 무료주차 안내판까지 세워져 있다.

 

6월 중순이라 낮 온도가 25도 내외지만 햇볕에 노출된 자리보다 그늘막 자리가 좋다. 시설투자를 아까워하지 않고 이렇게 찾아오는 여행객들을 환대해주는 듯해서 감사함을 느낀다.      

 

8일 동안 체류하면서 유료 주차장을 만난 곳은 딱 한 군데다. 유황 해수욕장(Xigia Sulfur Beach)으로 유명한 곳이다.  절벽 사이에 있는 아주 작고 작은 해수욕장이다. 도로에서부터 유황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래 4K 동영상으로 이 해수욕장을 소개한다.

 
 

도로에서 막 벗어나면 아스팔트로 덮인 잘 마련된 주차장이 나온다. 숫자까지 새겨진 주차장이라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잠시 후 주차원이 다가온다.

 

 

"여기 주차장은 사설이라 주차비를 내야."

"우린 저 아래 해수욕장에서 잠시만 머무려고 하는데..."

젊은 주차원은 건네주려고 하던 주차권을 거두면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의 너그러움과 이해심에 감사를 표한다. 

 

해수욕장에 가장 가까운 곳일지라도 빈자리만 있으면 주차비에 대한 걱정 없이 주차할 수가 있어서 정말 좋다. 숙소인 호텔은 바로 거리 건너편에 큼직한 호텔 주차장이 있다.   

 

8일 동안 이용한 렌트카의 연료 소비량은 22리터이고 비용은 36유로다. 렌트비 170유로와 주유비 36유로를 합쳐 206유로를 지불하면서 이번 여행에서 이동을 아주 편하게 했다.  

 

주유소에는 주차원이 있어 기름을 넣어주고 앞유리까지 청소해준다. 본인이 직접 주유를 하는 발트 3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장면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신용카드로 걸어놓은 보증금 1000유로가 풀릴 때까지 렌트 관련 서류와 인수할 때와 반납할 때 각각 찍어 놓은 자동차 상태 사진을 지우지 않고 보관해둔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16. 14:19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 숙소는 조식을 제공하는 호텔이다. 혹시나 식당 음식값이 비씨거나 여의치가 않을 경우 호텔방에서 종종 해결하기 위해 간이주방이 완비된 방을 예약했다. 그런데 일주일 머무는 동안 이 간이주방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쓸 필요가 없었다.
 
만족할 수준으로 나오는 호텔조식을 아침 9시경 든든하게 먹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호텔 식당에는 1회용 비닐장갑이 마련되어 있고 식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사과나 오렌지나 케익 한 조각을 챙겨서 곧 바로 해변이나 명소를 찾아나선다.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하면서 간식이나 음료로 약간의 허기를 달랜다. 주로 아내는 커피로, 난 맥주를 선택한다. 자킨토스 섬 내에서 커피와 맥주 가격은 같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 커피 한 잔 값은 부가가치세 13%를 포함해 2.5유로이고 맥주 500cc는 부가가치세 24%를 포함해 2.5-3.5유로다.
 

가장 비싸게 지불한 맥주(Mythos) 값은 4.5유로인데 자킨토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에 있는 식당에서다. 궁금해서 들어간 한 식품점에서 500cc 병맥주나 캔맥주는 1.6유로다. 어느 날 자킨토스 섬의 북동쪽 끝에 있는 마을 식품점에서 본 병맥주(Mythos) 500cc가 2.5유로다. 다른 곳에 비해 1유로나 더 비싸서 점원에게 물어봤다.  
"라가나스에서는 1.6유로 하는 것이 여기서는 2.5유로나 하네."
"다른 장소, 다른 가격! 여기가 낙원이니까."
 
해변에서는 주로 병맥주다. 상온 보관된 것이 아니고 냉장 보관된 것이다(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집에서 보통 상온 보관된 맥주를 마신다). 특이하게도 맥주잔은 냉동되어 있다. 유리잔에 하얗게 낀 서리가 맥주의 하얀 거품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이번이 난생 처음이라 더욱 더 신기하다. 한편 식탁마다 마련된 손소독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맥주를 주문하니 많은 식당이나 카페가 감자칩 같은 가벼운 안주를 무료로 준다. 그냥 주문한 맥주만 가져다 주는 발트 3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자킨토스 시내를 돌아다니가 들런 카페는 커피와 맥주를 시키자 시원한 물 한 병을 공짜로 준다. 세상에 유럽 카페나 식당에서 이렇게 물을 그냥 주다니... 우린 그저 감탄! 감사! 

 

이번 그리스 여행 중 마신 그리스 맥주는 알파(Alfa)와 미토스(Mythos)다. 알코올 도수는 둘 다 5%다. 짜릿하고 구수하다. 쓴맛이 리투아니아 맥주에 비해 덜하다. 술을 한동안 입에 대지 않다가 이번 여행에서는 거의 매일 마시게 된다. 뜨거운 햇살 아래 걷고 걷고 또 걷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원한 맥주가 절로 목안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한동안 그리스 맥주가 먹고 싶어 또 그리스에 가자고 보채본다.
 
이제 식당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역할을 각각 맡은 종업원들이 여럿이다는 것이 낯설다. 발트 3국은 일반적인 식당에서는 동일한 종업원 한 명이 자리로 안내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 주고 계산을 한다. 그런데 여기 그리스는 다르다. 해변을 산책하다보면 식당 밖에서 행인들에게 말을 걸어 메뉴를 안내하는 사람을 만난다. 

 

 

아래 사진에서 자신의 팔뚝을 잡고 고개를 떨구고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손님을 식당으로 안내하는 사람이다. 코로나바이러스만 아니였더라면 이 시간대에 엄청난 인파가 지나다닐텐데 말이다. 분홍빛 노을 아래 정박된 저 분홍색 배들이 얼마 나 지나간 호시절을 그리워하고 다가올 호시절을 고대할까...        
 
이렇게 안내를 받아 식당으로 들어가면 다른 종업원 한 명이 나와 비어있는 자리로 안내한다. 기다리다보면 또 다른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오고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또 다른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다 주고 이 종업원이 계산서를 가져다 준다. 이곳 자킨토스 섬 식당에서는 이렇게 3-4명의 종업원들과 접촉한다. 
 
종업원들은 아주 친절하고 말걸기가 체질화되어 있는 듯하다. 자리에 앉았는데 식탁이 좀 흔들린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이것을 본 종업원이 서서히 다가오더니 말을 걸어온다. 
"어디에서 왔나?"
"한번 알아맞혀 봐라."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여러 유럽 나라 이름을 언급했지만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종업원은 넌즈시 주머니에서 두꺼운 종이조각을 꺼낸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몸을 숙여 종이를 다리 밑에 꺼어넣어서 식탁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는듯 대화를 이어간다.
 

유럽 식당 메뉴는 전식, 주요리, 후식 그리고 음료도 되어 있다. 식당은 허기를 채우는 곳만이 아니라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우리에겐 음식 양이 많아서 주로 주요리와 음료만 주문한다.
 
그래도 종업원들은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여러 식당을 갔는데 음식값이 비슷비슷하다. 부가가치세 13%를 포함한 주요리 가격이 8-18유로다. 참고로 카드 지불이 되지만 우리가 간 모든 식당은 현금 지불을 선호한다. 식당이나 상점이 밀집된 곳에서는 여기저기 현금인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주요리를 주문한 후 대부분 식당은 빵과 올리브유로 가져다 준다. 순간 이것도 추가로 돈을 내는 것인가라는 의심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발트 3국은 빵도 따로 주문해야 하고 심지어 버터까지 값을 치러야 하는 식당들이 많기 때문이다.
 
\빵 이외에도 거의 전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이 무료로 나온다. 어느 식당은 따뜻한 빵과 소스 그리고 올리브를 내놓는다. 다른 식당은 치즈와 빵을 구워서 내놓는다. 또 다른 식당은 살짝 구운 토마토와 빵에 올리브유를 뿌려서 내놓는다.
 
주요리도 얼핏 적어 보이지만 먹을 수록 양이 많다. 이렇게 먹고 나면 후식을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후식 같은 것이 무료로 나온다. 아이스크림이나 수박 혹은 작은 케익이 나온다. 어느 한 식당은 소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그리스 전통주(tendura)까지 덤으로 준다. 
 
 
"몸집이 작은 우리에게 양이 많을 같아 주요리만 시켰는데 전식도 나오고 후식도 나오네."
"셋을 다 시켰더라면 아까운 음식을 남겨야 할 뿐 아니라 돈도 더 많이 내고..."
"사례금을 좀 더 챙겨 주는 것이 좋겠다."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식당들의 음식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모두 라가나스에 위치해 있다. 

 

1. SissleBang grill - 주요리 양고기과 오징어를 시켰는데 이렇게 나왔어요.

 

 

2. Greco's restaurant -주요리 볼로냐 스파게티와 해물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이렇게 나와요.  

구글지도 위치: https://goo.gl/maps/HZkUfsCJh9ouZzgF7 

 

 

3. Filoxenis restaurant - 주요리 꼬치구이와 해물 스파게티만 시켰는데 이렇게 나와요.

구글지도 위치: https://goo.gl/maps/N1KLnhH9nttDXCeT8

 

이렇게 두 사람이 식사를 하니 비용이 25유로에서 35유로 사이다. 음식값도 맥주값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주요리만 주문했는데 전식과 후식에 가까운 음식까지 내어주는 그리스 자킨토스 식당들이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러니 굳이 호텔 간이주방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밖에서 하루 한 끼를 먹어도 몸이 만족해 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11. 05:42

숙소가 그리스 자킨토스 라가나스(laganas)에 있어서 시간이 나는대로 라가나스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식사를 하곤 한다. 해변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큰 섬인 거북이 섬(아래 사진 왼쪽 가운데)이 보이고 아주 작은 섬인 카메오 섬이(사진 정 중앙지점쯤)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섬은 육지와 붙어있는 듯하다. 우선 자킨토스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명소들을 둘러보고 카메오 섬으로 가보기로 한다.
 

드디어 며칠 후 때가 왔다. 차로 이동하기보다는 해변을 따라 걸어가기로 한다. 라가나스 잔테 호텔 숙소에서 30여분이 걸린다. 라가나스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음 해변 아기오스 소스티스(Agios Sostis)까지는 절벽으로 이어져 있다.
다행이 물이 얕다. 긴바지나 치마를 걷어 올리거나 반바지로서 물이 젖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단지 간혹 물바닥에 있는 미끄럽거나 날까로운 돌을 조심해야 한다. 아기오스 소스티스(Agios Sostis) 항구에는 많은 배와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라가나스 숙소에서 걸어서 30분이 걸린다. 바닷물이 얕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나무다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그 옛날 홍수가 나면 무용지물이 되던 고향 냇가 나무다리가 갑자기 떠오른다. 흔들거림이 없는 견고한 다리다. 줄로 엮어진 다리난간이 더 운치를 더해준다.  
 
이 나무다리를 건너면 나무와 풀로 덮힌 280 에이커 면적의 카메오 섬에 닿는다. 1633년 강력한 지진으로 육지에서 떨어져 나가 형성된 섬이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이 섬은 개인 소유다. 1인당 입장료 4유를 내고 카드를 받는다. 이 카드로 섬 안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와 교환할 수 있다. 섬 안 에는 150여 미터에 이르는 해수욕장이 있다. 500cc 맥주 한 병이 23%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이 3-4유로이므로 입장료라기보다는 음료 값을 미리 지불하는 셈이다. 이 섬은 결혼식이나 파티장으로 인기가 많다. 
 
 
자킨토스 섬 어디를 가든 바닷물이 이처럼 맑다.
 

섬 안 입장은 다음으로 미루고 나무다리를 통해 육지로 나온다. 다리 입구에는 인근 거북이 섬 관광을 파는 업체들이 분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배편은 1인당 왕복 10유로이고 30분마다 한 대꼴이 있으면 돌아올 배편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한다.
 

 

아이오스 소스티스 해변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하기 위해 자리잡는다. 해변 침대의자에 앉아 있으니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는다. 커피가 2.5유로다. 종이컵에 담아준다. 병맥주가 500cc 3.5유로다. 이렇게 음료를 주문하면 침대의자(두 개에 7-8유로)는 대체로 무료로 사용한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수심은 멀리까지 얕고 바닷물은 잔잔하고 따뜻하다. 깊은 물에 두려움이 좀 있는데 이곳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겨본다. 
 

강렬한 햇살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는 해가리개(파라솔, parasol: para는 막다, sol은 태양을 의미한다)이다.   
 
자킨토스 여행을 마치는 날 다시 카메오 섬을 찾는다. 이번에는 일출 구경이다. 어디든지 해외여행을 하면 가능한이면 현지에서 두 가지를 꼭 하려고 한다. 하나는 일출 조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몰 조망이다. 이오니아해 일몰 조망은 아갈라스(Agalas) 산촌에서 며칠 전에 했다. 
 
6월 20일 라가나스 일출시각은 6시 14분이다. 조망과 촬영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카메오 섬에서 하기로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도보로 카메오 섬으로 향한다. 일출시각에 늦지 않으려고 빠른 걸음으로 간다. 도착하니 6시 10분이다.
 
 
해가 어느 지점에서 떠오를 것인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이폰 나침판 앱을 이용해 정확하게 위치(북동 59도)를 파악하고 스마트폰 두 대(갤럭시와 아이폰)를 삼각대로 고정시키고 6시 15분부터 촬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 가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일출시각이 6시 14분으로 나와 있는데 10여분이 지나도 해가 나올 줄을 모른다.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가사를 아래 가사로 바꿔본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바다에 내몸 던졌네"

 

태양 기운과 바다 기운 둘 다 받아볼 욕심으로 바닷물에 참방 뛰어든다. 이렇게 목욕재계를 한다. 이 덕분인지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곧 스코포스(Skopos) 산 정상 위로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 시각이 6시 30분이다. 아래 사진은 스코포스 산 정상과 라가나스 만의 일출 광경이다.    

 

카메오 섬이 일출 직후 햇살을 받고 있다.

 

카메오 섬으로 인도하는 나무다리는 아침 9시에 열린다. 이렇게 두 번이나 카메오 섬을 만난다. 섬 내부까지 들어갈 기회가 다음에 오길 바란다. 사실 또 자킨토스로 여행가고 싶다.

 

이렇게 자킨토스 여행에서도 일출광경을 조망하게 되었다. 아래는 일출광경을 아이폰에 담은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7. 17:59

나바지오 해변 절벽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얀 백사장과 비취색 바다가 해수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충동질한다. 그렇다고 수백미터 절벽 아래로 뛰어들기(다이빙)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바지오 인근에 접근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본다. 그 중 하나가 포르토 브로미(포르토브로미 Porto Vromi)다. 구글지도에서 확인해보니 15km 거리에 예상 소요시간이 30분이니 이것이 구불구불하고 험준한 길임을 미리 알려준다. 포르토 브로미는 나바지오 해변으로 배로 가는 가장 짧은 거리에 있는 항구다.  
 
가는 길에 도로변에 주차장까지 마련한 선물가게들이 우리를 멈추게 한다. 뭐라도 기념품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여행습관이기도 하다. 아나포니트리아(Anafonitria) 마을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도마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점원이 다가오더니 이 도마는 2000여년이 된 올리브 나무로 만든 것이다라고 한다. 2000년이라는 말에 장사꾼의 유혹에 말려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자 점원은 좀 더 설명을 이어간다. 2007년 그리스 대화재로 자킨토스키에 있는 여전히 열매를 맺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큰 피해를 보았고 그때 불탄 올리브 나무를 이용해 도마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수령 2000여년은 너무하다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떨쳐내기가 힘이 든다.  
 
"설령 2000여년이 아니더라도 200여년만 되어도 만족할 수 있겠다. 매일 사용할 수 있는 도마 하나를 기념으로 사자"라는 아내 말에 동의한다. 가게에 좀 더 빠져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주차장 마당을 둘러본다. 나뭇가지에 열려 있는 황색 과일이 딱 보기에도 자두다. 어릴 때 뒷밭에 있던 그 자두나무와 같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하나를 따서 먹어본다. 당도는 우리집 뒷밭의 자두에 훨씬 못 미친다. 
 
이제 해수욕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마리에스(Maries) 마을의 일몰식당(Sunset Taverna) 앞에서 우회전을 해서 포로토 브로미 길을 택한다. 포장은 잘 되어 있으나 길은 굽이굽이 하향이고 경사는 점점 더 가파라진다. 바다가 보이자 덩달아 몸속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듯하다. 포르토 브로미로 가는 길을 영상에 담아본다.           

 

 
이름에 항구(porto)가 있으니 그래도 항구 냄새는 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은 항구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나 작은 규모다. 나바지오의 파란빛 비취색과는 달리 청록빛 비취색 바다가 길게 뻗어 있다. 바다에는 나바지오로 가는 여행객들이 없어서 그런지 배들이 한가로이 둥둥 떠 있다.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아니라 하얀 자갈로 되어 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자신의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무슨 물고기가 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한 폭의 그림같은 바다에서 나 홀로 해수욕을 하다니 참으로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이곳에서의 나 홀로 수영은 오래오래 이번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6월 중순인데 바닷물이 아직 찬다. 이는 해변에서부터 곧 바로 바다가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라는 말이다.
 

 

 
아슬아슬 내려온 산길을 올려다보니 그저 평범한 언덕길로 보인다. 돌아가는 길은 수월할 듯하다. 적어도 바다쪽 낭떠러지 같은 길이 아래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라가나스(Laganas)로 돌아오는 길에 에코 호라(Exo Hora, Exo Chora)이 나온다. 오른쪽 도로가에 거대한 올리브 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딱 보기에도 범상하지 않은 나무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고 버텼으면 저렇게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무에 올라가지 마라"라는 안내판은 있지만 설명이 따로 없다. 일단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고 나무에 얽힌 사연은 나중에 검색해보기로 한다. 알고보니 수령이 2000여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다.
 
몇 시간 전 올리브 나무 도마를 판 상인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서 과장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 올리브 나무가 대신 말없이 증명해주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6. 15:30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이 발생한 이후로부터 백신접종을 한 후 6월 중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리스 이오니아 제도 자킨도스 섬으로 여행을 결정하면서 어디가 가장 가볼만 곳인가를 검색해봤다. 단연코 나바지오 해변(좌초선 혹은 난파선 해변)과 이곳을 절벽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최상위에 올라와 있다. 특히 이 해변은 KBS TV 텔레비전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그리스 촬영지다. 이 덕분에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한류팬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2018년 여론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니 안 가볼 수가 없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나바지오 해변은 그리스 자킨토스 서북부에 있다.

나바지오 해변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도보로는 접근이 불가능한다. 유일한 방법이 투어상품을 구입해 배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자킨토스에 도착해 이 해변 저 해변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가 않았다. 더우기 반드시 배를 타야만 하니까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동하는 버스나 차에서도 어지러워 책을 읽지 못하는 아내가 파도따라 출렁이는 배 타기를 아주 질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벽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나바지오 해변 풍광이라도 즐기기로 했다. 자킨토스 섬 어디에서라도 이곳을 쉽게 갈 수 있다. 물론 여행자에겐 대중교통수단이 아니라 렌트카로다. 나바지오는 섬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방문 시간이 중요하다. 아침 시간대에는 절벽이 해변을 그늘지게 함으로 햇빛이 빚어내는 광채나는 비취색 바다과 하얀색 해변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 특히 여름철 정오대는 뜨거운 햇빛이 기다리고 있다. 여름철은 대체로 늦은 오후(4시경부터)가 좋다. 
 

나바지오 해변은 이렇게 삼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숙소가 있는 라가나스(Laganas)에서 전망대까지는 34km인데 소요시간은 53분으로 나온다. 리투아니아에서 이 주행거리라면 25분 정도 걸린다. 50분 정도 예상되니 산악길이 예사롭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에다가 가파란 절벽 위에 있을 듯하다. 다행히 내 짐작은 다 맞지 않았다.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겪었던 그런 험준한 길[포르멘토르 등개까진 탄성과 지옥 길]은 아니였다. 
 
라가나스를 벗어나자마자 도로는 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도로 양옆에는 수백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올리브 나무들이 환영하고 작별한다. 도로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드물게 나타나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거리에는 중앙선 표시가 업다. 시야도 좁으니 자연히 속도를 멈출 수밖에 없다. 
 
구불구불한 길에 이르면 짐벌로 촬영을 하는 나를 대신해 운전하는 아내는 속도를 더 높인다. 마치 F1 곡선 주행의 묘미를 맛보기라도 하는 듯하다. 실은 갑자기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내가 몸을 미리 움직어 놓는 것이다. 아내는 이를 보고 내가 재미있어서 그러는 줄로 알고 더 빨리 달린다. 남의 속도 모르고 자기 마음으로 판단해버리는 것이 어찌 이 일뿐이겠는가...
 

 

마리에스(Maries)를 벗어나 계속 북쪽을 향하자 도로 좌우 산에는 그리스 대화재의 흔적이 역력하다. 2007년 6월부터 8월까지 그리스 곳곳에 산불이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 화재로 그리스 전체 면적 2%가 불태워졌고 자킨토스 섬도 큰 피해를 입었다. 
 
성 게오르기우스 크렘몬(St. George Kremnon) 수도원을 지나 나바지오 해변 전망대로 방향을 왼쪽으로 하는 지점에 차량 통제원을 만난다. 전망대 접근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원활한 주차관리를 위해 차량수를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명소이니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일지라도 많은 관광객들이 미리 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장에 가지 그렇지가 않다. 여러 언어로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상인 모녀가 관광객수와 손님이 거의 없음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하다. 
 
 
사진으로 본 나바지오 해변이 바로 눈앞에 펼쳐질 줄 기대했는데 흔히 보이는 넓은 바다가 시야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어디에 꼭꼭 숨어있을까? 일단 사람들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겨본다. 저기 낮은 돌벽과 철막대 난간이 보인다. 전망대 의자에 앉거나 서서 한참 동안 마음껏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허무하게 무너진다. 뙤약볕에 줄을 서 있는 뒷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아슬아슬 위험한 절벽이라 나바지오 절경을 볼 수 있게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나바지오를 이렇게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하는 동안 몇 십초에서 1-2분 이내로 봐야하다니... 아쉽고도 아쉽다. 다음에 혹시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혼자라도 투어상품을 이용해야겠다. 퍼뜩 동영상을 찍고 얼릉 사진을 찍고 난간 자리를 뒷사람에게 내어준다. 아래 영상은 나바지오 해변 전망대에서 6월 16일 오후 4시에 찍은 것이다. 해변 일부에는 아직 그늘이 다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물감을 온통 뿌려놓은 듯한 파란 비취색 바다와 바다로 기어들어가는 악어를 가로로 반 잘라놓은 듯한 수직 절벽이 낭떨러지 공포감을 잠시 감추어주고 탄성을 드러내준다. 대리석의 하얀색과 모래사장의 하얀색과 파도거품의 하얀색이 서로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하나가 된 듯하다. 때묻지 않은 천연의 고립된 모래해변에 물욕으로 가득 찼던 녹슬어 가는 난파선이 한 덩어리를 이뤄 황홀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염정제법 제호일미가 떠오른다(더럽다 깨끗하다 등 일체의 분별을 떠나서 본래의 참다운 모습은 평등무차별한 하나다).          

 

하얀 절벽과 하얀 모래사장에 난파선이 녹슬어 가고 있다. 

찰나 같은 순간이지만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에 만족해본다. 혹시나 한동안 사람들이 전혀 오지 않을 때를 기다리면서 난간 주변을 둘러본다. 시간이 갈수록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난간을 바다쪽으로 좀 더 길쭉하게 낼 법한데 말이다. 2018년 나바지오 절벽 일부가 떨어져 나가 일시적으로 해변이 폐쇄된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쉽게 공감이 된다. 절벽에서 해변까지 이르는 수직승강기 설치를 순간적으로 떠올려보지만 다 만족해버리는 것보다는 어느 여행이든 약간의 여운과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라는 믿음에 위안을 삼는다.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하는 순간에만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내내 아쉽다.

 
잠시 후 난간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돌발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 스마트폰을 그만 놓쳐버렸다. 불행히도 난간 위가 아니라 낭떠러지 위로 떨어졌다. 두 서너 명이 서로 손을 잡으면 쉽게 주울 수 있는 거리다. 그리스 현장 통제원은 한치도 양보없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스마트폰을 놓친 네덜란드 부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난감해 한다. 이런 일이 한 두 번 일어난 것이 아닐텐데 아무런 도구가 비치되어 있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야속하게도 스마트폰이 난간에서 손으로 닿을 수 없는 곳에 떨어지고 말았다. 

남편은 어렵게 주변에서 구한 마른 나뭇가지 두 개를 묶어 스마트폰을 끌어당겨본다. 실패다. 부인은 가게에 가서 빗자루를 빌려온다. 이 또한 실패다. 아내가 다시 나무판자 막대기를 구해온다. 하지만 묶을 끈이 없다. 주변 사람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부부만 애를 쓰고 있다. 야무지게 묶어야 하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보니 서툴어 보인다.

 

내 반바지 끈으로 야무지게 묶는다

누군가 도와줘야 되는데 그 누군가가 되고 싶어진다. 크게 쓸모가 없는 내 반바지 끈을 풀어서 막대기와 빗자루를 묶는 것을 돕는다. 물론 끈이 없는 내 반바지가 밑으로 훌렁 내려가지 않도록 배를 불룩 내밀면서 말이다. 부인도 자신의 안경줄을 급히 풀어 보탠다. 아쉽게도 이 도구 또한 실패다. 스마트폰은 야속하게도 절벽 끝쪽으로 더 가버린다. 이를 어찌할꼬?!  
 
 
부인이 번떡이는 기지를 발휘해서 차에서 갈고리를 가져온다. 이렇게 나와 남편이 합심해서 묶고 하니 누군가 좋은 끈을 건네준다. 이렇게 갈고리, 막대기, 빗자루 모두 세 개를 꽁꽁 묶어 스마트폰을 난간 쪽으로 끌어당겨본다. 이번에는 성공이다. 네덜란드 부부는 감사의 뜻으로 가게로 가서 음료 대접으로 사례하고자 한다. 이를 극구 사양하면서 "우린 한국과 리투아니아에서 온 부부다"라고만 말하고 작별한다.
 
이렇게 발 아래로 내려다 본 것만이라도 감사해야겠다.
"우리가 여기를 빨리 떠나지 않고 서성거린 이유가 바로 저 부부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닐지..."
"나바지오 해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이런 돌발사고로 더 추억거리로 남게 되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21. 3. 4. 06:29

저 쪽빛 하늘을 본 지 언제였던가!
비행기의 꼬리구름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젯밤 일기예보를 보니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다고 한다. 
 
일전에 가봤던 강은 날이 풀려서 빌뉴스 내리스 강은 군데군데 녹은 공간이 있어 물새들이 노닐 수 있었다. 
 

 

3월 3일 오전 일찍 내리스 강변을 따라 4K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봄기운을 느껴본다. 내리스 강은 빌뉴스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중심가를 흐르는 강을 세 구간으로 나눠 설명하면 넓은 소나무 숲 공원을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아랫구간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얼음 조각들이 밤새 영하의 날씨로 뒤엉켜서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윗쪽으로 올라갈수록 얼음 조각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 있다.

 

가운데 구간에 와보니 얼음 조각 덩어리들이 거대한 띠를 형성해 윗구간에서 떠내려오는 얼음 조각을 받아서 점점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 낮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엷게 열었던 얼음이 녹으면서 아랫구간에 공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강 윗구간에서 녹아서 크고 작은 얼음 조각들이 떠내려 오고 있다. 그야말로 해동이다. 때론 저 얼음 위에 무임승차하여 강유람을 즐기는 새들이 눈에 띈다.

 

저 멀리 리투아니아와 빌뉴스를 상징하는 개디미나스(Gediminas) 성탑이 보인다.

 

이날 강변을 따라 산책하면서 담은 4K 동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틈틈이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한국 가요를 번역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인순이가 노래한 <거위의 꿈>을 번역해봤다. 

 

 

날지 못하는 가금류 중 하나인 거위가

헛된 꿈은 독이라는 비난과 냉대 그리고 무시 속에서
보물처럼 꼭 간직한 꿈을 믿고 실현시키는 모습을 
상상만해도 새로운 힘을 얻는 듯하다. 
 

 

거위의 꿈
 
작사 이적
작곡 김동률
노래 카니발 | 인순이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 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 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Revo de ansero 
 
Verkis LEE Jeok
Komponis KIM Dongryul
Tradukis CHOE Taesok

Mi la revon havis nun.
Pro ŝiro kaj ignor' mi estis en ĉifon',

sed mi en mia kor'
funde tenis ĝin kiel la trezor'.

Ho, eĉ kiam iu hom',
sensence mokis min malantaŭ mia dors' en foj',

mi devis toleri ĝin, toleri povis ĝin
ja por tiu tag'.

Hom' kvazaŭ zorge diras jen:
kun van' la revo venenas,

kaj la mond', samkiel libro kun la fin',
ne estas jam returni sin ebla realec'.

Ja tiel.
Mi la revon havas nun.

La revon kredas mi.
Vi pririgardu min.

Al tiu mur' de sorto,
kiu frida staras nun,

potence
vidalvidi povas mi

kaj iam do, irinte trans la mur'
alflugi povas mi alte al la ĉiel'.

Eĉ ĉi pezega mondo
ja ne povas laĉi min.

En mia vivofin',
ho kiam ridos mi, kunestu vi.

Hom' kvazaŭ zorge diras jen:
kun van' la revo venenas,

kaj la mond', samkiel libro kun la fin',
ne estas jam returni sin ebla realec'.

Ja tiel.
Mi la revon havas nun.

La revon kredas mi.
Vi pririgardu min.

Al tiu mur' de sorto,
kiu frida staras nun,

potence
vidalvidi povas mi

kaj iam do, irinte trans la mur'
alflugi povas mi alte al la ĉiel'.

Eĉ ĉi pezega mondo
ja ne povas laĉi min.

En mia vivofin',
ho kiam ridos mi, kunestu vi.

Mi la revon havas nun.
La revon kredas mi.
Vi pririgardu min.

 

에스페란토 "거위의 꿈"의 악보와 가사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003_win10_501_revoDeBredansero_인순이_거위의꿈.pdf
0.07MB

 

성악가 전경옥님이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거위의 꿈>을 불러 세계 에스페란토계에 이 노래를 알리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 11. 02:12

지난 겨울 빌뉴스에는 눈이 거의 오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에 벌써 여러 번 내려 수북히 쌓여 있다. 도심 인도는 말끔히 제설이 되어 이동에는 불편이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이동과 왕래가 끊여 있지만 거의 매일 도보산책을 하고 있다. 

 

이번 주말 빌뉴스에 있는 베르캐이(Verkiai) 저택공원을 다녀왔다. 내리스 강이 내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1387년 기독교을 받아들인 리투아니아니아 대공작이자 폴란드 왕인 요가일라(Jogaila)가 이곳을 로마 가톨릭 빌뉴스 교구에 기증한 곳이다. 18세기 말엽까지 빌뉴스 주교의 여름철 관저로 이용되었다. 현재 궁전은 18세기 신고주전주의식으로 지어졌다. 

 

죽은 나무 한 그루가 공원 한가운데우뚝 서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데 심취해 있다.  

 

이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나무 기둥 둘레는 인공새집으로 가득 차 있다.

 

하얀 눈 모자를 쓰고 있는 알록달록한 인공새집이 새들에 대한 사람들의 배려만큼 돋보인다.  

 

죽은 나무와 인공새집의 멋진 조합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2. 30. 05:08

전기밥솥이 없는 곳에서 밥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때 밥 당번은 유럽인 아내다. 

한국인의 주식이 밥이니 처음 몇 번은 내가 맡아서 했다.
늘 조심한다고 하지만 밑에는 밥이 타버렸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부탁도 하지 않고 아내가 도맡아서 한다. 
신기하게도 아내가 하는 밥은 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눌어붙지도 않는다.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밥을 잘할까?!

유럽인 아내의 대답은 이렇다.
1. 물은 조금 더 넉넉하게 넣는다 (예, 쌀이 두 컵이면 물은 세 컵)
2. 냄비 뚜껑은 냄비를 완전히 덮어서 증기나 물거품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만약 많이 새는 곳이 있으면 부엌수건이나 천으로 뚜껑과 냄비 사이를 막는다)
2. 강불에 밥을 끓인다
3. 막 끓기 시작하면 불세기를 낮추고 뚜껑을 열지 않고 12분 동안 더 끓인다
4. 12분 지난 후 불을 끄고 뚜껑을 열지 않은 채 12분 동안 놓아둔다

이렇게 하면 아래와 같은 밥이 완성된다.


아쉬움은 남는다. 
구수한 숭늉차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1. 11. 05:23

인구가 280만명인 리투아니아는 최근 들어 매일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수가 천 명이 넘고 있다. 10월 하순 2주간 임시 방학을 거쳐 이제는 11월 29일까지 학교가 폐쇄되었다. 하지만 1대1로 진행되는 수업은 이번 주부터 비대면이 아니라 학교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음악학교 피아노 수업 등이다.

대면수업이 있기 전이라 지난 주말에 지방에 있는 처가를 다녀왔다. 처가집 텃밭에는 11월인데도 풍성하지는 않지만 상추, 파, 미나리 등이 또 다시 자라고 있었다. 바로 포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과나무에 제법 적지 않은 사과가 달려있었다. 나무타기를 잘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사과나무로 올라가봤다. 


그런데 사과 하나가 정말 엄청나게 크다. 이 사과 종류는 흔히 겨울사과로 불린다. 주로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정식 이름은 안토노프카(anonovka)이고 원산지는 러시아다. 폴란드, 벨라루스, 발트 3국 등에서 인기가 있다. 신맛이 아주 강하다.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주로 사과 파이를 만들 때 사용한다. 또한 사과가 단단해서 얼핏보면 여기서는 자라지 않는 모과와 많이 닮았다. 익기 전에는 사과가 매우 시고 단단해서 거의 먹을 수 없다. 그런데 다 익은 사과는 나름대로 맛이 있고 또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얼마나 큰 사과일까? 초유스 주먹의 두 배다.


무게를 재어보니 무려 사과 하나가 482그램이다.


유럽에서 나오는 사과를 먹어본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사과도 한국 사과가 최고, 배도 한국 배가 최고!"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사과의 종류는 전세계적으로 7500개 이상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슈파마켓 사과 판매대다. 여러 종류가 있어 어느 사과를 사야할지 망설여진다. 요즘 사과 1kg 가격은 한국돈으로 700원-2500원 정도다.  


이곳에서는 아직 부사 사과는 보지 못했다. 부사의 달콤한 맛과 바삭바삭한 식감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맞는 차선의 사과로 어느 것이 있을까?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껏 유럽에서 먹어본 사과 중 한국에서 먹어본 부사에 가장 근접한 맛을 내는 사과는 조나골드(jonagold, 요나골드)라 생각한다. 조나골드는 1942년 미국 뉴욕에서 만든 품종이지만 유럽에서도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대체로 사과 크기가 크고 껍질이 얇다. 육즙이 많고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다. 그야말로 씹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유럽 슈파마겟 사과판매대에서 무슨 사과를 사야할까를 망설이는 사람에게 이 조나골드를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0. 29. 07:30

지난 9월 초순 북유럽 리투아니아 숲 속을 산책하다 적지 않은 양의 크랜베리를 채취했다[관련글: 와~ 크랜베리가 천지 삐까리 - 유럽에서 첫 따기 체험]. 


유럽인 아내는 꿀과 함께 크랜베리를 믹서기로 갈아서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겨울철용으로 보관하고 있다. 참고로 크랜베리는 넌출월귤이라 부르기도 한다. 직접 채취한 양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번 일요일 아내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나와서 거리 노점상으로 다가간다.  


"이 크랜베리 얼마요?"
"킬로그램당 3유로 (4천원). 이 크랜베리는 바레나(Varėna) 숲에서 채취한 것이다."
(바레나 지역은 빌뉴스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버섯과 야생열매로 유명하다)

아내는 슈퍼마켓에서 이미 가격을 알아봤는지 흥정도 하지 않은 채 크랜베리 2킬로그램을 담아달라고 한다. 6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노점상은 말을 이어간다.



"크랜베리를 늘 먹어서 내 얼굴이 이렇다."
"어떻게 먹기에?"
"내 방법을 알려줄테니 그렇게 해봐라."
"어떻게?"


"방법은 간단하다. 
준비물은 크랜베리. 꿀, 호두, 생강이다. 
모두 다 함께 섞어서 갈면 된다. 
하루에 한 숟가락으로 먹으면 건강엔 최고다.
내가 올해 86살이다. 
그리고 쉽게 크랜베리를 싱싱하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은
그냥 통에 깨끗한 물을 넣고 이 안에 크랜베리를 넣으면 된다.
필요한 만큼 건져서 먹으면 된다."


첨가물: 호두


첨가물: 생강



말도 안 되지만 노점상 할머니는 아직 80살이 안 된 장모님도 훨씬 젊어 보였다. 

지금까지 크랜베리에 꿀만 넣어서 보관해오던 아내는 60대로 보이는 팔십 노파가 일러준 대로 생강과 호두까지 넣어서 믹서기로 갈았다.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천연 야생의 크랜베리가 좋은 효과를 발휘해 겨울철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길 바란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10. 24. 05:13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진로를 아예 바꿔놓았다. 올 2월까지만 해도 딸아이 요가일래는 영국 유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예술사를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1월부터 급하게 아엘츠(IELTS) 시험 준비를 했다. 2월 하순에 치런 아옐츠 시험에서 영국에 있은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좋은 성적을 얻었다. 입학원서를 낸 여러 대학교로부터 비대면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런데 3월 초순부터 유럽 전체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을 떠나서 총리까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버린 영국에서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학부는 리투아니아 국내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전공도 예술사에서 철학대학에 속해 있는 사회학과를 스스로 선택했다. 

국가고등학교졸업시험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어서 법학이나 국제관계학, 국제경영학 등 다언어능력을 살려서 장래에 직업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얻을 가능성이 높은 학과를 선택할 것을 부모로서 권했지만 "자기 인생길은 스스로 결정한다"라는 짧은 주장에 "그래 우린 너를 믿어"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리투아니아 대학 입학 전형은 두 가지다. 무료입학과 유료입학이다. 무료 최소 입학생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학과마다 무료 입학생수는 다르다. 요가일래는 무료입학 전형에 합격했다. 등록금, 기숙사비 등으로 걱정하지 않어서 좋다.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가계살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참으로 낯설다. 일전에 돈 이야기가 하도 없어서 물어봤다.

"한국에는 대학생이 되면 교재비도 솔찬하게 들어가는데 교재를 사달라고도 하지 않니? 교재 없이 수업을 하나?"
"살 필요가 없어. 학생들 모두 도서관에서 교재를 빌려."
"학생수가 수십명이 되는 학과도 있는데 그만큼 교재가 도서관에 다 있나?"
"다 있어."

며칠 후에 요가일래는 사회학과 1학년에서 배우는 심리학, 통계학 등 교재를 보여주었다. 


전부 헌책이다. 뒷표지를 보니 도서관 도서 일련번호가 붙여져 있다. 모든 교재를 이렇게 도서관에서 빌려서 앞으로 공부한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좋지만 책을 펴내 이것으로 가르치는 교수들은 부수입이 따로 없어서 어쩌지.... ㅎㅎㅎ




대부분 학생들은 컴퓨터 노트북에 기록하지만 직접 필기를 하는 것이 좋아서 큰 공책을 구입했다고 한다.



공책 뒷표지를 보니 가격이 적혀 있다. 공책 한 권에 3.5유로이니 한국돈으로 약 5천원 정도다. 대학생용 공책의 값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공책 산다고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안했어?"

"비싸지만 내 돈으로 샀어."

"그래도 공책 사 줄 여유는 있으니까 사달라고 해."

"괜찮아. 대학생이 됐으니까 이런 것도 이제 스스로 해결하도록 할게."


이렇게 자녀교육비에 걱정이 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세계 모든 나라가 적어도 국민의 교육과 의료를 책임져 주는 시대가 빨리 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0. 23. 05:53

일전에 북유럽 리투아니아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장모님댁을 다녀왔다."내일 아침 날씨가 좋은데 버섯 채취하러 가고 싶어요.""좋지.""그물버섯이 아직 있으면 참 좋겠어요.""내가 그물버섯이 많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같이 가보세."
그물버섯은 학명으로 볼레투스 에둘리스(boletus edulis)고 포르치니(porcini)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 사람들은 이 버섯을 최고로 꼽는다. 향과 질감이 좋다. 연하면서 쫄깃하다. 바로 아래 사진 속 버섯이 그물버섯이다. 이 버섯을 잔뜩 기대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소나무와 전나무가 울창한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물버섯 한 송이도 찾을 수 없었다. 인적이 있는 것을 보니 하루 전이나 우리보다 일찍 누군가 채취하고 갔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9월 하순이라 벌써 버섯철이 지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하는 찰나에 "마지막으로 저 전나무 숲으로 들어가보자"하면서 장모님이 앞장을 섰다.

      

"와~~~ 이리로 오게."

"그물버섯이요?"

"아니. 다른 버섯."

 

푹 쌓인 전나무 솔잎과 이끼 위에 버섯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버섯 이름이 뭐예요?

"Ruduokė 혹은 rudmėsė."

 

이 버섯을 채취하는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이 버섯의 학명은 lactarius deliciosus (lactaria deliciosa agaricus deliciosus)이고 영어로는 saffron milk cap 혹은 red pine mushroom이다. 한국어로는 붉은젖버섯이다. 주름살을 살펴보면 붉은색 계통이다. 

 

 

 

 

한참 동안 붉은젖버섯을 채취하니 내 손가락과 손바닥은 붉은색이 아니라 당근색으로 변했다.  

 

 

한편 주름살이 상처를 입으니 점점 녹색으로 변했다. 집으로 와서 다시 붉은젖버섯을 꼼꼼히 손질을 했다. 

 

 

갓 채취한 버섯을 요리했다. 붉은젖버섯은 날 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모님은 아무리 좋은 식용버섯이라도 무조건 두 차례 끓인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인들이 즐겨 해먹는 붉은젖버섯 요리법을 소개한다. 

 

1. 버섯을 두 차례 끓인다

2. 돼지비계와 양파를 잘게 썰어 팬에 굽는다

3. 밀가루를 넣는다

4. 크림을 넣는다 

5. 소금을 넣는다  

6. 끓인 버섯을 두 차례 물로 씻어낸다

7. 버섯을 소스에 넣고 잘 섞는다

 

이렇게 삶은 햇감자 함께 붉은젖버섯 요리가 접시에 담겼다. 간단한 요리법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맛이 아주 좋아서 두 접시를 말끔히 비웠다. "붉은젖버섯이 그물버섯만큼이나 맛있다"고 말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점심이었다. 

 

 

붉은젖버섯을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봤다. 다음해부터는 숲 속에서 그물버섯만 찾지 말고 이 붉은젖버섯도 찾아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0. 20. 05:49

몇 해 전 가을 리투아니아 숲 속에 현지인 친구의 권고로 채취한 버섯을 집으로 가져와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관련글: 아내에게 독버섯으로 오해받은 큰갓버섯]. 아래 사진이  바로 당시 채취해서 찍은 버섯이다.  
   

확실하게 식용버섯인 줄을 몰라서 그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채취한 식용버섯이라면서 이와 유사한 버섯 사진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사진들 중 최고 압권은 슬로바키아 니트라(Nitra)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 페테르(Peter Baláž)가 찍은 것이다[아래 모든 사진은 페테르가 제공한 사진. La subaj fotoj:  kompleze de Peter].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이 버섯이 amanita vaginata(우산버섯)이냐?"
"이 버섯은 macrolepiota procera(큰갓버섯)이다. 맛좋은 식용버섯이다."

그동안 이 버섯을 우선버섯으로 알고 있었는데 페테르 덕분에 이 버섯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또한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버섯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유럽인들이 즐겨먹는 버섯은 그물버섯, 꾀꼬리버섯(살구버섯), 붉은젖버섯 등이다.   

큰갓버섯의 갓은 양산이나 우산을 빼닮았다. 처음에는 둥글다가 점점 볼록해지고 편평해진다. 나중에는 이름대로 큰갓이 된다. 온대 기후에서 주로 습한 풀밭에서 자란다. 


줄기가 길쭉하다. 주로 갓을 먹고 줄기는 가죽처럼 질겨서 버린다. 분말용으로 먹을 때에는 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구니 왼쪽에 있는 갓처럼 큰갓버섯의 갓은 이렇게 넓고 평평하다.



유럽 사람들은 이렇게 버섯을 채취해 겨울철 식량을 준비한다.


바구니 가득 채취한 큰갓버섯에 만족해 하는 슬로바키아 페테르 부부...


차 짐칸이 이날 채취한 큰갓버섯으로 가득 찼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보통 큰갓버섯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나?"
"가장 맛있는 요리는 빵가루를 발라서 튀긴 요리다. 그냥 기름 위에 날것을 튀겨서 소금, 후추, 마늘 등으로 양념해서 빵 위에 발라 먹기도 하다. 이 밖에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어 소스나 수프에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숲이나 풀밭에서 큰갓버섯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채취해서 위에서 페테르가 말한 대로 요리를 해서 먹어봐야겠다. 한편 큰갓버섯과 유사하게 생긴 독우산광대버섯과 흰독큰갓버섯은 독성이 강한 버섯이므로 필히 주의해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0. 16. 13:01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은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모두가 뼈조리게 느끼고 있다. 특히 관광이나 모임 행사 등으로 사람들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이나 일거리를 잃게 되었다.  

호주 시드니에서 이벤트 회사에 다니던 큰딸 마르티나도 지난 3월에 직장을 잃었다. 해마다 1년에 한 번 정도 가족이 만나는데 국경봉쇄로 하늘길이 막혀서 유럽으로 돌아오거나 제 3국에서 가족을 만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사륜구동 레저용 차를 구입해 차박을 하면서 호주 곳곳을 돌아다녔다[관련글: 코로나19로 호주에서 실직한 딸 - 차박으로 탈출]. 다행히 실업수당이 나오서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었다. 

호주 여행을 하면서도 유럽으로 잠시 돌아올 기회를 기다렸다. 호주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해외 방문이 제한되어 있고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가족방문으로 허락을 받을 수 있는 서류 등을 호주로 보냈다. 이렇게 허락을 받자마자 지난 8월 하순 호주 출국 이틀 전에 비행기표를 구입했다라는 소식을 받았다. 아래 동영상은 멜버른에서 도하(Doha)로 오는 비행기의 객실 모습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요즘 항공기 승객들에게 개인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주고 있다.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호주 정부기관으로부터 국제전화가 왔다.
"무슨 이유로 전화했지?"
"호주를 출국한 날로부터 입국하는 날까지 실업수당 지급이 중지된다고 통보하네."
"어떻게 출국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역시 호주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나라다."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밟을 때 직원이 관련기관에 연락하는 것을 봤어."
"지급이 중지돼서 아쉽지만 호주는 선진국답다. 한동안 재워주고 먹어줄 여유는 있으니 편하게 지내라."

와, 이런 세상을 경험해보다니!
호주에서 온 사람들은 자가격리를 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1주일 동안 외출뿐만 아니라 거실에서조차 나가지 않았고 집안에서 욕실이나 화장실을 갈 때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부엌은 아예 출입을 못하도록 했다. 음식도 하루 세 끼를 부엌에서 거실까지 배달했다. 와, 이런 세상을 경험해보다니! 1주일 후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을 받은 후에야 우리 가족은 안심하고 자유롭게 접촉했다. 또한 마르티나는 이때부터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다.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2차 감염파동이 일어났다. 마르티나는 격리비용 국가부담 마감일에 유익한 정보를 알게 되어 왕복표가 아니라 편도귀국표를 7월에 급하게 구입했다. 즉 출국해서 귀국하는 비행기표를 이날까지 구입해야 격리비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는 정보다. 이렇게 격리시 들어갈 체류비 부담을 덜게 되었다.

역시 화술이 중요하구나!
또 다른 문제는 구입한 호주 귀국표의 첫 구간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항공사와 국제전화를 여러 차례하면서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퇴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직원과 우연히 연결이 되어서 대화를 나눴다. 옆에서 들어니 항공사 직원과 손님과의 대화라기보다는 친구와 친구 사이의 친근한 대화로 오인할 정도였다. 역시 화술이 중요하구나!

이날 대화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추가비용없이 항공 출발지를 영국 런던으로 변경할 수 있었다.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런던-아부다비-시드니 비행구간이 취소될 확률은 지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편도항공권을 구입 비용을 알아보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일반석 편도요금이 5000유로를 넘었다.        

당시 에디하드항공사 탑승은 출발 72시간 이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을 받아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할 수 있었다. 아래 동영상에서 보듯이 10월 6일 런던-아부다비 항공기뿐만 아니라 아부다비-시드니 항공기 객실 또한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      


격리시설에 지인을 만나다니 
시드시 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마치자 10여명의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고 경찰 안내 하에 격리장소로 이동했다. 격리장소는 항구가 보이는 시드니 중심가 4성급 호텔이다. 투숙 절차를 밟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나타났다. 이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이었다. 병에 들어가니 깜짝선물이 기다렸다. 리투아니아어 환영인사 카드와 쉬라즈 포도주 한 병이 탁자에 놓여 있었다.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듯이 지인을 이렇게 격리호텔에서 만나다니 그것도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니... 그래서 세상 복 중 인연복이 최고라고 하지 않았나...         


자, 이제는 격리 중에 제공받는 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호텔방 밖으로도 나갈 수가 없고 음식은 각방으로 포장 배달된다. 요일마다 메뉴가 달라지고 점심과 저녁은 각각 음식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예를 들면 토요일 음식이다. 



격리 중 어떤 음식이 제공되나

아침식사

소시지와 토마토 렐리시를 곁들인 시금치와 햇볕에 말린 토마토 프리타타

요구르트

초콜릿

과일음료수 

점심식사 

닭고기 또는 야채커리 중 택일

저녁식사

구운 닭고기 소시지 또는 계란볶음밥 중 택일



식사 때 음료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하이네켄 맥주 330ml 네 병이 15 호주달러(1만2천5백원)이다.  



적십자로부터 입국 환영과 더불어 도움을 원하다면 연락하라는 쪽지를 받았다. 



음식은 이렇게 표장 되어 각방으로 배달된다.



커리다. 사진으로 보기엔 그렇지만 맛은 괜찮다고 한다.



다행히 마르티나는 리투아니아 집에서 익숙해진 쌀밥 덕분에 이런 음식을 즐겨 선택한다.




생선과 감자 튀김이다.



이탈리아 요리 프리타타(frittata)다.



"주는 음식 맛은 어때?"

"먹고자 한다면 다 맛은 괜찮아."

"다 깨끗이 비우나?"

"아니. 아주 조그만 먹어."

"왜? 격리 중이니 음식이라도 먹고 기운을 내야지."

"많이 먹으면 기운이 넘쳐서 외출하고 싶어하는 충동심을 억누르기가 너무 힘들어. 그래서 최소한의 기운을 유지할 만큼만 먹어."



"보통 어떻게 하루를 보내?"

"유럽에서 한 달 살고 와서 시차에 적응이 아직 되는 않은 것도 있지만 낮에는 자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어.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른 바다와 맑은 햇볕을 보면 음성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갇혀 있다는 것 자체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그래서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자고 밤에 일어나 요가, 독서, 인터넷, 넷플릭스 드라마 보기 등을 하고 있어."

"격리생활은 할만해?"

"이럴 줄 알았으면 호주에서 밖으로 아예 출국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주는 2차 파동 조짐이 일어났지만 현재 잘 통제되고 있다. 10월 11일 새로운 확진자수는 인구 2천5백만명인 호주가 21명이고 인구 280만명인 리투아니아가 160명이다. 인구비율로 계산하면 리투아니아의 160명은 호주의 1430명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니 마르티나는 유럽 리투아니아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 통제가 훨씬 잘 되고 있는 호주로 피신을 잘한 셈이다.

Posted by 초유스

이제는 유엔의 지리적 분류에 따라 북유럽에 속하는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한때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가진 리투아니아 대공국(13-18세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6만 5천 평방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다. 인구는 1990년대 초에는 350만명이었지만 지금은 280만명에 불과하다.  

짧은 일정으로 리투아니아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주로 수도 빌뉴스[4K 영상으로 만나는 빌뉴스], 근교에 있는 트라카이[4K 영상으로 만나는 트라카이], 제2의 도시이자 잠시 임시수도였던 카우나스[4K 영상으로 만나는 카우나스 중심가] 그리고 수많은 십자가 언덕[4K 영상으로 만나는 십자가 언덕] 정도다. 

리투아니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곳이 여러 있다. 그중 하나가 발트해에 접해 있는 내링가(Neringa)다.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클라이페다[4K 영상으로 만나는 클라이페다]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소요시간은 수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여름철에는 페리를 타기 위해서 대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다리를 놓을 법한데 내링가의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놓지 않고 있다.

* 니다 여행의 백미는 바로 사구 걷기


* 저 멀리 사구에 러시아와 리투아니아의 국경선이 있다


* 여행객 초유스다


내링가(Neringa, 한국어로는 대체로 네링가로 표기하는데 내링가로 표기하는 것이 리투아니아어 발음에 더 가깝다)는 리투아니아에 속하는 쿠로니아 사주(Curonian Spit, 리투아니아어로 쿠르슈 내리야 Kuršių nerija)의 북쪽 부분을 말한다. 쿠로니아 사주는 총길이가 98km인데 리투아니아가 52km 그리고 러시아 칼리니그라드주가 46km를 차지하고 있다. 


내링가의 중심 도시는 니다(Nida)다. 먼저 니다의 볼만한 곳들을 아래 영상으로 소개한다.  


니다 중심가에서 토마스 만(Thomas Mann) 박물관까지 걸어가봤다. 토마스 만은 독일 작가로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1930-1932년 니다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철을 보냈다. 1932년 이곳에서 "요셉과 그의 형제들"을 집필했다. 토마스 만 박물관[4K 영상으로 만나는 토마스 만 박물관]에 대해서는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니다 해변이다. 발트해에 있는 이 해변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청정한 해수욕장이다. 여름철인데도 인적이 드물다.   


발트해에 지는 일몰도 영상에 담아봤다. 평온한 바다, 잔잔한 물결, 주황빛 노을... 사색하기에 딱 좋은 순간이다.  


니다 여행의 최고 백미는 바로 사막을 연상시키는 사구(모래 언덕) 방문이다. 마치 사막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에 따라 모래가 이동하면서 사구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지금은 생명력이 강한 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30여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그야말로 사막 그 자체을 보는 듯해서 감탄을 자아냈다. 사구 저 멀리 보이는 부분이 바로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다.  

Posted by 초유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거주국인 리투아니아에 머물러야 하는 올해 틈틈이 4K 워킹투어 길거리 영상 등을 찍고 있다. 일전에 가족과 함께 리투아니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클라이페다를 다녀왔다.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300km 떨어져 있고 왕복 4차선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여름철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130km이므로 3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다.   


참고로는 리투아니아는 자가용 승용차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따로 없다. 9인승 이상 승합차나 버스 그리고 3.5톤 이상 화물차 등은 도로세[1일 6유로 내지 11유로 - 관련사이트 vignette tariffs]을 내야 한다. 지정된 주유소나 인터넷으로 통행권을 구입할 수 있다. 


클라이페다[Klaipėda, Klaipeda]는 발트해에 접해 있는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항구도시다. 옛부터 부동항으로 해상 물류와 교통의 요충지다. 인구 15만명인 클라이페다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시내 중심가를 흐르는 다네 강을 따라 바다쪽으로 나아가는데 눈에 들어오는 목골 건물들의 모습이 낯설다. 리투아니아가 아니라 독일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클라이페다는 1252년 독일 기사단이 세웠고 옛 이름은 메멜(Memel)이다. 1919년까지 프로이센에 이어서 독일에 속했다. 1차 대전에 패한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이곳을 연합국에 빼앗겼고 프랑스가 임시로 통치했다. 


1923년 리투아니아인 거주자들이 반란에 성공함으로써 리투아니아에 흡수되었다. 1939년에서 1944년까지 다시 독일에 속했고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 리투아니아 땅이다. 전체 클라이페다 인구의 6%가 러시아인들이다. 


* 클라이페다 극장광장



이날 우리가 도착한 무렵이 저녁이었다. 우선 야간의 클라이페다 구시가지를 둘러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임에도 레스토랑이나 술집 야외 좌석은 사람들로 거의 다 차 있다.           



다음날 아침 쌀쌀하고 구름낀 날씨를 아쉬워하면서 클라이페다 구시가지 여기저기를 걸어서 둘러본다. 



오후로 접어들자 기온은 여름날이다. 일광욕뿐만 아니라 해수욕까지 기대하면서 클라이페다 맬른라게(Melnrage) 해변으로 향한다. 바닷물 가까이에 가니까 물렁물렁한 해파리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해파리가 그야말로 천지 삐까리다. 



해수욕을 할 수 없으니 커피가게가 있는 저 멀리까지 쭉 걸어가본다.



리투아니아 올해 9월은 50년만에 찾아온 따뜻한 날씨다. 여름철에 못한 해변 일광욕을 이날 짧으나마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거주국인 리투아니아에 머물러야 하는 올해 틈틈이 4K 워킹투어 길거리 영상 등을 찍고 있다. 수도 빌뉴스와 더불어 리투아니아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 중 하나가 바로 트라카이(Trakai)다. 빌뉴스에서 28km 떨어진 곳이라 기차나 버스로 도달하기도 쉽다.

* 갈베 호수 섬에 14세기 세워진 트라카이 성


먼저 카라이테(카라이마스, 카라임) 겨레가 살고 있는 거리(Karaimų gatvė) 시작점에서 트라카이 관광의 백미인 트라카이 섬 성(흔히 트라카이 성)까지 걸어서 가보자. 카라이테 겨레는 14세기 말 크림반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로 유대교를 믿고 터키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성 내부를 둘러보기 전에 "저 붉은 벽돌 성 안의 모습은 어떠할까?"를 상상하면서 요트나 유람선을 타고 성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요트 30-40분 탑승은 30-40유로고 유람선은 1인당 5유로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많다면 직접 페달을 밟아야 하지만 오리배를 추천하고 싶다. 어느 지점에 타는냐에 따라 약간의 차지는 있지만 성 전체를 둘러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0-30분 정도다. 일광욕까지 즐기면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1시간 대여료는 6-8유로다.


자, 이제 성 내부의 모습을 둘러보자. 
트라카이 성 개관은 아래와 같다.
05월-09월: 매일 10시-19시
11월-02월: 화-일 09시-17시 (월요일 휴관)
03월, 4월, 10월: 화-일 10시-18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성인 8유로, 학생 및 연금수령자는 4유로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료는 1.5유로를 내고 따로 구입해야 한다. 

아래 영상은 성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빌뉴스에서 숙소를 정해놓고 반나절이나 한나절 여행하기[참고글]에 딱 좋은 곳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9. 25. 04:01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항공 여객수가 급감하자 자구책 중 하나로 핀에어가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나르는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 5월 21일에 전했다[관련글: 코로나19로 A330 여객기 객실을 화물용으로 개조]. 핀에어 비행기는 빌뉴스에서 서울을 갈 때 주로 이용한다.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인의 정상적인 삶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인구가 280만명인 리투아니아는 9월 24일 하루 새로운 확진자수 138명으로 이는 지금껏 최대 규모다. 한국 인구비율로 하면 하루 새로운 확진자수가 3400명이다. 초기에 시행한 강력한 수준의 방역조치가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베트남행 항공노선이 단계적으로 재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하늘길은 여행객들에게는 요원하기만 하다. 핀에어 항공사는 여객기 일부를 개조해서 여객 대신에 화물을 객실에 싣고 운반하고 있다[사진출처 핀에어 인스타그램].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저 화물 대신에 여객으로 객실을 차지해서 한국을 한번 다녀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