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10.28 08:16

이번 주말 딸과 함께 잠시나마 가을 놀이를 해보았다. 특별한 놀이는 아니였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10월 하순인 지금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이 lapkritis다. 이는 '잎이 떨어지다' 뜻이다. 계절 이름에 맞지 않게 올해는 벌써 10월 중순경에 단풍잎이 대부분 떨어졌다.  



며일 전 떨어져 수북히 쌓인 단풍잎을 보면서 딸과 함께 주말에 글자파기 놀이를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낙엽을 여러 장 주웠다. 좀 더 일찍 이 생각을 했더라면 훨씬 더 싱싱하고 색감이 선명한 단풍잎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좀 아쉬웠다. 


우선 단풍잎에 글자를 쓰고 파냈다. 문구는 '감사합니다'로 정했다. 

작업을 다 마치고 침실 창문 위에 걸어놓았다. 겨울에도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침 아내는 친척을 배웅하러 기차역을 가고 집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새로운 침대포를 사가지고 왔다. 창문 위 벽에 걸려있는 '감사합니다' 단풍잎을 보고 아내는 깜짝 놀랐다. 


"우와~ 멋있다. 건데 왜 감사합니다야?"
"당신이 침대포를 사가지고 올 줄 알고 달아놓았지. ㅎㅎㅎ"
(감사 생활이야말로 가정 화목의 큰 덕목이다. 이 문구를 일어나면서도 자면서도 보면서 생활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한국에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있으므로 자녀와 함께 한번 단풍잎으로 예쁜 장식품을 만들 수 볼 수도 있겠다. 방 안이 건조해 이내 단풍잎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코팅을 하는 것도 좋겠다. 한 순간의 가을 놀이 덕분에 우리 집 방 안의 장식품이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모처럼 아내와 딸로부터 좋은 생각을 해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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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풍으로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작품도 만드네요

    좋은정보 잘 가지고 갑니다...저도 한번 해볼까봐요...

    재밌을것 같습니다.

    2013.10.28 17:45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정화

    감사합니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야 할 말이 아닐까 합니다 넘 멋지네요 그곳 여행할 무렵도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2013.10.28 20:41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12.05.24 05:12

 "4계절을 순서대로 말해 봐."라고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부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지."라고 답했다.

이렇게 서양이든 동양이든 일반적으로 4계절을 말할 때 그 시작이 봄이고, 그 끝이 겨울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시작이고, 잎과 열매가 다 떨어진 겨울은 끝이다. 즉 봄은 생명이요, 희망이요, 기쁨이다. 반면에 결운 죽음이요, 절망이요, 슬픔이다. 

최근 방문한 바르샤바 친구집에 걸려있는 액자와 전등이 참 인상적이었다. 거실 천장에는 네 개의 등이 달려있었다. 그런데 등에 그려진 그림이 제각각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무엇을 상징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다. 이 네 개의 등은 친구가 직접 손으로 만든 것이니 세상에서 유일한 물건이다.


정면에 걸려있는 액자를 보니 혼란스러웠다. 왜 여름이 제일 왼쪽 시작점에 있고, 봄이 제일 오른쪽 끝점에 있을까? 일반적인 순서와는 전혀 달랐다. 다소 의아해 하는 내 모습에 친구 라덱이 그 까닭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이것은 내 철학이다. 흔히들 4계절 순서 끝을 겨울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를 봄이라 생각한다. 내 4계절 끝은 죽음과 슬픔의 겨울이 아니라, 바로 소생과 기쁨의 봄이다."


친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액자의 4계절 순서가 혼돈없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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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그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살 의욕이 없어지죠..
    긴 겨울을 이기는 것은 봄의 아름다움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하네요.

    2012.05.24 06:23 [ ADDR : EDIT/ DEL : REPLY ]

사진모음2008.06.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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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가정집 정원이나 도로변 식당에서 죽은 나무들을 이용한 장식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죽은 나무를 잘 정리해서 화분 받침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죽음이라는 어둠에 사람의 손길이 더해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인상적이다. 죽은 나무와 화려한 꽃은 사 속에 생, 생 속에 사를 사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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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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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있는 발상이네요~잘보고갑니다...

    2008.06.02 18: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미어캣걸

    와우, 정말 좋은 아이디어!
    나무 자체를 이용해서 그런지, 더 멋스럽네요. ^ ^

    저희집 마당이 넓었다면 해보고 싶은 생각이! 굳굳굳!

    2008.06.02 20:36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래요. 죽은 나무라고 해서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하면 좋은 장식물이 되지죠. 뭐하든지 사람하기 나름이네요...

      2008.06.02 21:44 신고 [ ADDR : EDIT/ DEL ]
  3. 블루오션

    혹시 이런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로 나무를 죽인거 같은 느낌은 안드나요?
    수형이나 수관의 직격을 보니까
    왜지 그런 느낌이...ㅡㅡ;;;

    2008.06.02 21:52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무리 장식을 위해서라도 산 나무 껍질을 베낄 정도로 사람들이 잔인할까요? 리투아니아에선 자기집 정원에 있는 교목을 함부로 베어나지 못합니다.

      2008.06.02 23:58 신고 [ ADDR : EDIT/ DEL ]
  4. 저도 생각해 왔던 아이디어인데...
    제 정원에 한번 꼭 시도 해봐야 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주시는군요~
    너무 예뻐요!!(추천~)

    2008.06.02 22:02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글이 의지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니 기브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8.06.02 23:5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