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08.10 05:58

윗집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사이가 좋다. 아파트 관리일로 자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윗집 안주인은 꾸미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철 윗집 창가엔 여러 개의 화분이 놓여져 있다. 보기에 참 좋고 아름답다. 우리집도 하고 싶지만, 현재의 발코니 창문 구조상 불가능하다.

* 윗집 발코니 창가의 화분들

어느 날 창문 안쪽과 바깥쪽을 말끔히 청소를 했는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보니 창문에 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했다. 처음엔 비가 내렸나라고 했다. 그런데 창문을 열고 위로 쳐다보니 쉽게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윗집이 화분에 물을 줄 때 흘러내린 물이 말라서 생긴 자국이었다.

* 아랫집 우리집 발코니 창문

발코니에서 아내와 커피를 마시면서 이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
"말하기가 불편하지만, 윗집에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윗집도 그렇게 좋은 해결 방법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하지?"
"그냥 창문에 그려진 수채화라고 생각하고 여름 한철 참으면 되지 않을까? 행여나 윗집이 지나가다가 우리집 창문의 수채화를 보면서 한 감상을 얻어서 스스로 해결해주는 것이 최상이겠지."
"그게 좋겠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창문의 화분 흙물 자국을 수채화로 여기기로 했다. ㅎㅎㅎ 어제는 갑작스런 폭우가 내려쳐 흙먼지 자국을 말끔히 청소를 해주었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4.12.24 07:40

선물을 주고 받는 계절이다. 어제 낮 우리 집 아파트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비디오폰으로 보니 윗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손에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다. 문을 열고 보니 보니 버섯 목걸이였다. 버섯이 주렁주렁 실에 꿔메져 있었다.

"아니 뭘 이런 것을 다 주시다니..."
"숲에서 직접 채취한 버섯을 말린 것이에요.약소하지만 받아요."
"감사합니다."


이 버섯 이름은 리투아니아어로는 바라비카스(baravykas)고, 이탈리아어로는 포르치니(porcini)고 한국어로는 그물버섯이다. 버섯 몸통이 아주 다부지게 생겼다. 향, 씹는 맛, 그리고 감촉이 다 좋아서 여기선 최고로 값이 나가는 버섯이다. 교민들은 이 버섯을 두고 유럽의 송이버섯이라 부르기도 한다. 

올해따라 크리스마스이자 연말 선물로 받은 이 그물버섯에 아주 고마웠다. 
사연인즉 지난 가을 그물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원시림 수준의 숲 속에서 네 시간 정도 돌아다녔다. 그런데 한 개도 채취하지 못했다. 같이 같 일행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버섯 채취하러 집을 나설 때는 바구니 가득 이 버섯을 채취해 잘 말려서 햇볕이 거의 전부한 겨울철에 비타민D 섭취용으로 즐겨 먹기를 듬뿍 기대했는데 말이다. 숲 속에서 고생만 잔득하고 빈털터리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예전에 직접 찍은 그물버섯 모습이다. 보기에도 몸통이 단단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 버섯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벌레가 거의 없다. 



어제 받은 그물버섯 선물이 바로 이날을 떠올리게 했다. 아래집 윗집으로 살다보니 영감이 통했는지 이 버섯 선물을 받게 되어 기뻤다. 



말린 그물버섯을 찬장에 걸어놓고 국이나 라면을 끓일 때 몇 조각씩 떼어내어 먹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9.18 06:22

요즘 리투아니아 숲 속은 사람들로 붐빈다. 야생 버섯이나 열매를 채취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오후쯤 아파트 윗층에 사는 주부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거 숲에서 오늘 아침에 내가 직접 채취한 버섯이야. 한번 요리해 먹어봐. 맛있을 거야."
"아이구, 감사합니다."


막상 이렇게 받았지만, 우리 부부는 순간 고민스러웠다. 흔히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아니라 정말 낯설은 버섯이었기 때문이다. 그물버섯, 꾀고리버섯 등 두 서너 개 외에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전무하다. 이웃이 가고 난 다음 부엌에서 우리 부부는 경계심을 가지고 버섯을 대했다.

"우리 먹을까? 아니면 버릴까?" 아내가 먼저 물었다.
"설마 이웃이 이웃을 해하려고 버섯을 선물할까?"
"의도는 좋지만, 혹시 이 버섯들 중 정말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이 있을 수 있잖아!"
"이 세상 모든 버섯은 다 먹을 수 있는 데 한 번이냐 아니면 여러 번이냐 그 차이뿐이야."
"일단 이 버섯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먹을 지를 결정하자."


리투아니아어로 gudukas이고, 라틴명은 rozites caperate이다. 한국어로는 노란띠버섯이다. 검색해보니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는 버섯이다.

"맛일까?"
"양념에 따라서."

이웃은 친절하게 요리법도 일러주었다.
버터에 적당하게 튀긴 후 마지막에 양파를 짤게 썰어넣고 소금으로 간하면 된다.



이에 따라 아내가 요리했다.

처음에 의구심으로 보았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요리하기도 쉬웠다.



"이웃이 준 버섯량은 4-5번 정도 요리할 수가 있다."
"우와, 우리 음식값 많이 절약하겠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이맘때면 숲 속으로 가잖아."
"겨울식량 비축하러 우리도 갈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2.13 06:26

외출하려고 집을 나갈 때는 항상 아파트 문을 잠그기 전에 하는 일이 있다. 먼저 욕실로 간다. 혹시나 수도관으로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화장실로 간다. 변기에 물이 새지 않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부엌으로 간다. 가스밸브를 잠그기 위해서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의심이 들어서 다시 한번 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과실로 인해 이웃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는 보험에도 들었지만, 그래도 늘 확인하고 밖으로 나간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다시 한번 이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발코니 난간이 마치 혹한의 폭포처럼 변했다. 바로 이웃이 수도관 잠그기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종종 아파트에 단수조치가 내려진다. 정확한 시간 안내없이 단수조치가 내려질 때가 있다. 이때가 위험하다.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자 수도관을 연다. 물이 나오지 않자 닫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급한 일로 한 동안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혹한의 겨울철 바로 이런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02.12 07:33

어제 보건소를 다녀왔다.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동행할 계획이었다. 어제는 아내가 쉬는 날이라 보건소 예약을 세 군데나 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에도 아주 편해졌다. 인터넷으로 담당의사 진료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된다. 인터넷 예약이 없었을 때는 의사 근무시간에 맞추어 복도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요가일래 진료, 아내 진료, 나 진료 셋 모두 장소가 각각 다른 보건소였다. 3시, 4시, 5시였다. 내 진료예약 시간이 다가오자 아내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아직 아내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으니 혼자 담당의사에게 가라고 했다. 아내가 없으니 의사소통에 좀 문제가 있을 듯 했다. 하지만 다시 또 예약하려면 시간이 마냥 지체될 것 같았다. 진료 도중 아내가 도착한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라는 심정으로 보건소로 달려갔다.

리투아니아는 1차적으로 가정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필요한 검사와 해당 전문의를 결정한다. 이날 처음 대면한 가정의사는 참 친절했다. 편하게 대화했다. 낯선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리투아니아어 잘 하시네."
"정말 어려워요."

문법과 강조음이 형편 없다고 늘 생각하는 데 리투아니아인들은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외국인이니까 문법 등은 서툴지만 일단 리투아니아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칭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대화는 이렇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그렇게 먼 나라에서?! 온지 얼마나 되었어요?"
"10년."

"리투아니아에 50년 이상을 산 외국인들 중 아직 리투아니아어를 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라는 말이 첨가된다. 그리고 이들은 새내기 동양인이 말하는 것에 아주 만족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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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봄 함께 리투아니아어 강좌에 참가했던 리투아니아 거주 외국인들

보건소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모임을 나가려고 했다. 아내는 아직 아파트 내에 있었다. 먼저 현관문을 나오려는 참이었다. 그때 10미터 전방에서 할머니 두 분이 오고 계셨다. 현관문을 잡고 두 분을 기다렸다. 잠긴 문을 열려면 코드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따른다.

"안녕하세요. 들어가세요."라고 열린 문을 잡은 채 말했다.
"역시 외국인은 달라!!!"라고 답했다.

잠시 후 내려온 아내가 말했다.
"방금 할머니들이 당신을 존경한다고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리투아니아 사람 같으면 인사도 없이 그냥 모르는 척 문을 확 닫고 가버렸을 거야."
"인사 한 마디 하고 현관문 잡고 잠시 기다렸을 뿐이데 존경이라는 단어까지 듣다니......"


그렇다. 단기든 장기든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의 인삿말을 익혀 적어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꼬박꼬박 인사하고 현관문 잡는 것 같은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만 '존경'이라는 영광스러운 단어를 수확할 수 있게 된다.

3층에 사는 한국사람 정말 존경스럽다라는 소문을 할머니들이 쫙 퍼트리면 앞으로 더욱 더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니 부담스러워서 어쩌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8.24 12:27

주말 동안 혹시 윗층이나 아랫층 아파트의 잔치 등으로
잠을 잘 수 없었던 사람이 있을 법하다.
소리 나는 집을 찾아가 경고한 사람도 있을 있고 법하다,
분에 이기지 못하고 주먹 다짐을 한 사람도 있을 법하다.
정말 견디지 못해 고성방가나 행복추구권 위반 혐의로
경찰을 부른 사람도 있을 법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리투아니아에서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웃집 잔치 소란은 대체로 양해를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언젠가 자기집도 잔치 소란을 피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윗층에 살고 있는 독일인 남편과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잔치를 개최하는 날에는 어김 없이 아랫층에 살고 있는 우리집을 찾아온다.

종이 목도리를 두른 포도주 한 병을 들고와 양해를 구한다.
이웃간 상호 왕래는 없지만 늘 만날 때마다 인사를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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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양해 없이도 잔치로 아랫층에 폐를 끼치는 것이 수긍되는 사회인데,
이렇게 포도주까지 들고 사전 양해를 구하니 웃음으로 잔치를 축하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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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은 집을 비우고 시골을 가는 날이다. 포도주를 받는 것이 미안했지만, 이웃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쉽게 살 수 있는 포도주이지만,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 속에 이웃간 교류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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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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