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6. 19. 08:09

축구 월드컵 본선에 아직까지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나라,
농구가 제2의 종교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나라,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월드컵 조별 경기 모두를 생중계하고 있다. 덕분에 인터넷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를 시청했다. 


브라질과 시차로 새벽 1시에 러시아와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잠자리에 있을 우리 가족은 모두 TV 앞에 앉았다. 

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낮잠을 자둔 덕분에 피곤함 없이 지켜볼 수 있었다. 낮잠이 없는 아내와 딸도 남편과 아빠의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 때문에 응원에 동참했다.

"한국이 정말 이겼으면 좋겠다."
"왜?"
"러시아가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지탄을 받고 있잖아." 


공 점유율에서는 앞섰지만 수비를 뚫고 공격하는 장면이 없어 참으로 아쉬웠다. 그런데 한국이 종종 기회를 잡아 공을 차는 순간 우리 가족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밖으로 크게 지을 수 없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내기 위해서였다. 소리와 이웃 배려에 민감한 아내는 손가락을 입에 대면서 "쉿 쉿! 쉿!"을 연발했다.
  

새벽 1시면 이웃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텔레비전이 있는 거실 바로 위에는 윗층에 사는 독일인의 침실이기도 하다. 물론 몇 번의 함성 때문에 이웃 사람이 시비를 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웃을 배려하는 것이 좋다. 

경기가 끝난 시간인 새벽 3시엔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잠들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한국이 지지 않아서 마음은 가벼웠다. 페이스북 러시아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 "무승부였지만, 사실 러시아가 진 것이다. 한국 팀에게 축하를 보낸다."

알제리와의 경기는 헬싱키 시간대로 22일 밤 10시에 시작된다. 벨기에와의 경기는 밤 11시에 시작된다. 둘 다 밤 시간이라 또 다시 이불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한국 선수가 찬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준다면 솟구치는 기쁨과 환호을 억누르고 기꺼이 이불 속에서 미음으로 응원하리라......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4. 4. 12. 05:52

세계 곳곳에 크고 작은 축구 경기가 열리는 주말이 또 다시 어김 없이 찾아왔다. 리투아니아는 농구가 가장 인기이지만, 폴란드는 축구다. 폴란드 사람들의 축구 사랑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이들의 축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을 소개한다. 2012년 유로컵 축구대회에서 폴란드와 러시아 축구 경기 거리 응원이다.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광화문 거리 응원을 떠올리게 한다.  



폴란드 프로 축구 리그는 엑스트라클라사(Ekstraklasa)로 불린다. 1927년 바르샤바에서 설립되었다. 현재 16개 프로팀이 참가하고 있다. 아래는 바르샤바를 근거지로 하는 레기아 바르샤바(Legia Warszawa) 팀의 응원 모습이다. 


과열 응원으로 상대방 응원자들과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폴란드 축구 경기장에는 철창 구조물이 낯설지가 않다. 바로 극성 응원자들을 이곳에 몰아넣고 감시하기 때문이다. 


축구장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건지 철창 감옥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건지 헷갈리게 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상대 팀을 존중하고 축구 자체를 즐기는 응원 문화가 결여된 것이 아쉽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12. 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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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는 전통적으로 축구가 인기이다. 폴란드 축구대표팀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금메달,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은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1974년과 1982년 월드컵에서 각각 3위를 했고,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 2:0으로 졌다. 폴란드는 2012년 우크라이나와 함께 축구 유로컵 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최근 폴란드인들의 축구 응원을 엿볼 수 있는 동영상 하나가 화제를 끌고 있다. 12월 12일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다. "Lech컵 12세 미만 축구 대회"에서 폴란드 레흐 포즈난팀과 영국 토트넘 핫스퍼팀 경기이다. 어린이 축구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폴란드팀을 응원하는 열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래 동영상은 폴란드 카토비쩨에서 열린 배구 경기 현장이다. 폴란드 국가를 노래하는 순간이다. 이들의 응원을 보고 있으니 한국 축구의 붉은 악마의 응원을 연상시킨다. 참고로 폴란드는 배구 강국이다. 남자는 세계랭킹 9위, 여자는 8위이다.


* 최근글: 유럽 여고 3학년생의 하루 일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9. 8. 06:30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고향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아빠, 내 고향은 어디야? 한국 아니면 리투아니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으니까 내 고향은 리투아니아다."
"맞아."
"하지만, 그래도 한국도 조금 내 고향이다. 아빠가 한국사람이니까."

아빠에게 미안하다고 여기고, 또한 비록 조금이지만 한국을 고향으로 느끼고 있는 딸아이가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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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부부젤라'를 열심히 불고 응원하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어제 저녁 터키 남자 농구 월드컵에서 리투아니아와 중국이 8강진출을 향해 겨루었다. 함께 TV를 시청하면서 요가일래가 물었다. 처음엔 중국이 위협적으로 아주 잘하고 있었다.

"아빠, 리투아니아하고 한국하고 시합을 했어?"
"아빠 기억으로는 아직 없었는 것 같다."
"리투아니아하고 한국이 싸우면 누구를 응원하지?"
"네가 선택해야지."
"리투아니아를 응원하면 아빠가 불쌍하고, 한국을 응원하면 엄마가 불쌍하다."
"고민스럽네."
"그러니까 난 TV 경기를 보지 않고 응원도 하지 않을래."

이렇게 응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대화가 끝이 났다. 다음에 이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냥 둘 다 응원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쉽게 이해시켜줄 지 의문스럽다. 스포츠 경기에는 이기는 자가 있고, 지는 자가 있다. 그러므로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응원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6. 15. 07:11

올해 봄부터 페이스북을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친구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354명이다.

한국과 그리스 월드컵 경기가 후 페이스북으로 축하글이 올라왔다.

"오늘 너의 첫 경기에서 너의 승리를 축하한다. 너의 팀이 경기하는 것을 아주 유익하게 보았다.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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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한국의 승리" 대신 "너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한국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꼭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듯한 일체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 친구의 "너의 승리"가 즐겁게 받아들여진다.

비록 외국에 살지만 "나의 승리"가 되도록 열심히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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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기를 흔들고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응원하고 있는 우리집

* 최근글: 지구촌 후끈, 열혈 여성축구팬들
               5천만 유로 한국이 1억 유로 그리스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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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