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해당되는 글 125건

  1. 2022.02.14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어디 갈 때 필히 챙겨가는 이 음식 1
  2. 2021.12.31 85세 폴란드인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해주다 4
  3. 2021.12.25 크리스마스에 12가지 음식을 먹어야 1년 내내 건강
  4. 2021.12.15 코로나로 못 먹은 한국음식 한꺼번에 왕창 먹어야지
  5. 2021.11.23 이집트 여행 - 레스토랑 특식에서 뷔페 음식이 그리워
  6. 2020.12.30 유럽인 아내가 냄비밥 타지 않고 눌어붙지 않게 하는 법
  7. 2020.11.11 유럽에서 어느 종류의 사과를 사면 좋을까
  8. 2020.10.29 팔십 노파가 일러준 장수식품 크랜베리 보관법
  9. 2020.10.23 유럽인 장모님의 붉은젖버섯 요리 간단하나 맛 좋아 2
  10. 2020.10.20 큰갓버섯 - 유럽인들이 즐겨먹는 또 하나의 버섯
  11. 2020.09.23 와~ 크랜베리가 천지 삐까리 - 유럽에서 첫 따기 체험 1
  12. 2020.09.15 한국산 김 제품 유럽에서 최초로 제조되다
  13. 2020.07.03 치커리차는 유럽인들이 커피 대용품으로 마셔 1
  14. 2020.05.22 원통 호밀빵 속 버섯국 꼭 맛보길
  15. 2020.05.08 유럽 처갓집 텃밭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
  16. 2020.04.21 기피하는 쐐기풀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17. 2020.04.03 김 모락모락 나는 감자요리 쿠겔리스가 식욕 당겨
  18. 2020.04.01 고3 딸이 만드는 렌틸콩 밥 간단하지만 맛나
  19. 2020.03.09 이제야 소면 대체품을 찾아서 비빔국수를 해먹다
  20. 2020.02.23 겨울철 별미인 바다빙어에서 오이 냄새가 물씬
  21. 2020.02.15 유럽인 아내 몰래 사과 속에 마늘을 먹다가 그만
  22. 2020.02.04 유럽인 아내가 마늘 가득한 대야에 화들짝 놀라
  23. 2020.01.15 돼지감자, 감자해바라기, 해뿌리, 땅사과, 땅배의 공통점은 바로 뚱딴지
  24. 2019.12.18 1인분 숯불갈비로 세 사람이 넉넉하게
  25. 2019.11.20 몰타 모스타 원형 성당에 왜 거대한 폭탄이 있을까
  26. 2019.10.14 모스크바 고려인 집 음식들 - 된장까지 만들어 2
  27. 2019.09.21 러시아 다차에서 먹어 본 양고기 요리
  28. 2019.09.03 한국 깻잎으로 유럽인들에게 삼겹살을 대접하다
  29. 2019.04.03 고2 딸이 등교 전 부엌에 남긴 쪽지 - 치아 씨 요리 1
  30. 2018.12.11 찬장 밖으로 나온 곡물 보관 방법에 매료되어
생활얘기2022. 2. 14. 06:11

요즘 유럽은 베이징 동계올림픽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가능성이 더 큰 화제다. 이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직접 해당국은 아니지만 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우호국인 리투아니아는 아주 민감한 위치에 놓여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만약을 대비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아뭏든 전쟁은 피해야 한다.
 
일전에 키예프에서 온 우크라이나 지인이 우리집을 방문했다. 여행가방에서 잘 포장된 무엇인가를 꺼낸다. 숙성된 돼지비계다. 지인은 먹기 좋을 만큼 직접 비계를 잘게 썬다. 
 

두 가지로 양념한 비계를 가지고 왔다. 

 

 

빵 위에 얹어서 아침에 돼지비계를 먹으면 하루 종일 배가 든든하다고 한다.

 

조금 남아 있는 인삼주가 있어서 돼지비계에 답례를 한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로 나갈 때 고추장이나 김치를 챙겨가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렇게 돼지비계를 챙겨 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돼지비계 안주로 보드카 잔을 서로 부딪히는 날이 전쟁 대신에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2. 31. 05:27

코로나바이러스는 친구나 지인을 대면으로 만나는 것을 어렵게 하지만 예전보다 오히려 접촉빈도는 엄청 많아지게 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국제어 에스페란토 친구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1년에 한 번쯤 국제행사에서 만나 우정을 나눈다. 지난 4월 비대면 강연자로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로만(Roman)을 섭외하는 일을 맡았다. 로만은 폴란드뿐만 아니라 세계에스페란토계에서도 많은 활동을 한 사람이다. 그는 폴란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스페인어권을 담당한 프로듀서(PD)로 정년퇴임을 했다. 
 
로만의 저서 <Verda Simio>
이 강연이 계기가 되어서 로만과 수시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안에  갇혀 있는 동안 그는 서랍에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50여년이 지난 에스페란토 원작을 찾아냈다. 이를 모아 책(Verda Simio)으로 펴내기로 하고 나에게 교정을 부탁했다. 꼭 답례를 하고 싶으니 폴란드 바르샤바로 올 경우 연락하라고 했다. 마침 일전에 여권 발급 신청으로 폴란드 한국 대사관을 방문했다. 드디어 바르샤바로 간다고 하니 이렇게 답이 왔다.
 
"비행기로 오면 공항으로 마중 갈 것이고 버스로 오면 버스역으로 마중 갈 것이고 기차로 오면 기차역으로 마중갈 것이다. 어떻게 올 것인가?"
"승용차로 가는데 대사관에서 일을 보고 연락을 할 것이다."
"대사관에서 일 마치면 내 집으로 와라."
 
유럽 사람들은 친구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사에 대해서는 서로 잘 모른다. 나이가 구체적으로 몇 살이며 가족은 몇이며 등등. 아내가 세상을 떠난지는 알고 있지만 혼자 사는지, 자녀와 사는지, 자녀가 있는지 등은 모른다. 여러 궁금 사항을 머리 속에만 맴돌게 하고 로만이 알려준 주소로 쉽게 찾아간다. 다행히 한국 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아파트로 들어가니 신상털기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벽장 위에 80이란 숫자 장식물이 놓여 있다. 한국 나이로 로만는 올해 85세다. 홀로 살고 있다. 몇 해 전 몬테카지노(Monte Cassino)에서 폭염 아래 취재를 하다가 손상된 청력을 제외하고는 기력이 왕성하다. 
 
로만과 초유스
거실로 들어가니 벌써 네 명 분의 접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로만 그리고 우리 식구 셋

접시의 문양이 참 토속적이고 예쁘다. 몇 해 전에 돌아간 아내가 젊은 시절 폴란드 벼룩시장을 찾아다니면서 구입한 것이다라고 한다.

 

이제 85세 로만이 손수 요리해서 우리 가족을 대접한 음식을 아래 소개한다. 
정오라 따뜻한 커피를 먼저 청한다. 예쁜 커피잔 문양만큼 작고 작은 숟가락도 마음에 든다.
 
반주가 없으면 식사 의미도 없다고 하면서 진토닉(술 1)을 권한다. 술을 거의 먹지 않지만 흔쾌히 응한다.
 

 
전식으로 청어 두 종류를 내놓는다. 청어를 보자 아내는 미소를 띄우고 나를 보자 웃는다.
왜일까?
청어는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아주 즐겨 먹는다. 그래서 군침의 미소를 띄었다. 나를 보고 웃은 것은 바로 내가 평소 청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귀한 손님 대접하듯이 청어가 전식으로 나오니 내 반응이 궁금해서 웃는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니고 두 종류다. 
 
소금에 절인 청어
토마토 소스에 넣은 청어
"청어를 먹을 때 보드카(술 2)가 필수다." 
 

"빵도 필수!"

 

유럽 거주 초기에 먹은 청어가 너무 짜고 잔가시가 많아서 꺼리게 되었다. 한잔 기운으로 오늘 한번 먹어보자.

 

아, 청어가 이렇게 맛있다니!!!

잔가시는 빵과 함께 밑으로... ㅎㅎㅎ

 

 
본식이다. 약한 불에 오랫동안 요리한 모로코 음식이다.
"우리 부부가 모로코로 갔을 때 먹은 음식이 정말 맛있어 아예 요리기구인 토기까지 구입해 가져와 이렇게 내가 직접 요리한다."
 

야채와 고기(모로코에서는 양고기, 폴란드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니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푹 삶는다.

 

"이 음식을 먹을 때는 포도주(술 3)를 마셔야 한다. 포르투갈 포로투 와인이다."

 

좁쌀처럼 생긴 쿠스쿠스(접시 속 하얀 음식)를 감자나 밥 대신에 먹는다.

 

이제 후식이다. 마지팬(마르치판)이다. 
 

아몬드가 많은 부분을 접시에 담아준다.

 

후식엔 예거마이스터(jagermeister 술 4)다.

약초와 향료 56가지 재료로 만든 독일 술이다.

 
가정집에서 레스토랑 음식을 격식있게 먹게 되었다.
85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혼자 외국음식을 요리를 해서 술 4종류와 함께 손님 대접을 이렇게 극진히 해주다니 참으로 감동 그 자체다. 세계 곳곳에 나이나 민족이나 종교를 떠나서 이런 에스페란토 친구들을 두고 있다는 것이 삶의 큰 기쁨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2. 25. 14:48

보통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장을 본다. 그런데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12월 22일 예기치 않게 코로나바이러스 3차 백신접종 부스터샷을 맞아서 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구 셋이서 다 슈퍼마겟을 가지 못하는 사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에서 비교적 팔팔한 나에게 크리스마스 전야를 위한 구입할 목록이 작성되었다.
 
1. 생선 - 연어, 송어, 청어, 대구 중 아무거나
2. 양귀비씨앗
3. 게맛살
4. 오이
5. 애호박  
 
구입할 목록에는 육류가 없다. 이유는 가톨릭 신도가 대다수인 리투아니아는 대림절부터 크리스마스 전야까지 가급적 육식을 하지 않는다. 특히 크리스마스 전야에는 신도가 아니더라도 육식을 하지 않는다. 참고로 유럽 여러 나라들의 육류소비량이다. 1인당 1년에 먹는 육류량이다. 가장 많이 육류를 먹는 나라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폴란드,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순이다.
 
목록 쪽지를 챙겨 24일 아침 일찍 인근 대형 슈퍼마겟으로 간다. 생선매장에 가니 싱싱한 생선은 없고 거의 허물허물한 생선만 남아있다. 이런 것을 사 가지고 갔다가는 핀잔 듣기 십상일 것이다. 냉동매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냉동매장의 생선판매대는 텅 비어 있다. 벌써 어제 다 팔린 듯하다. 집 냉장고 냉동실 한 칸 깊숙히 생선이 숨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돌아온다.
 
다행히 냉동실에 대구와 바다빙어가 있었다. 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 전야 음식에 생선이 빠지만 안 된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폴란드, 체코 등 중동유럽 나라들은 생선 중 주로 잉어를 먹는다. 그리고 반드시 12가지 이상 음식이 준비되어야 한다. 숫자 12가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 예수님의 제자가 12명이고, 1년은 12달로 되어 있고, 하루는 낮과 밤 각각 12시로 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12가지 음식을 먹어야 1년 12달 배고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서너 시간 동안 식구 셋이 준비한 음식이다(코로나바이러스가 없었는 평년 같으면 식탁 의자가 부족해 임시 의자를 더 갖다 놓아야 했는데 말이다...) 
 
준비하다보니 12가지가 넘어버려...

양귀비씨앗을 갈아서 즙을 내서 만든 물에 건빵을 넣은 음식 - 필수음식이다

삶은 강남콩
미역줄기무침
김치
게맛살과 완두콩
파전
사과케익
튀긴 생선알
튀긴 대구
호박전
튀긴 바다빙어
지속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상황과 달라진 시대상이 그대로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상에도 드러난다. 식구 셋이 먹고 있는 모습을 호주 시드니에서 곧 아침을 맞을 큰딸이 스마트폰으로 지켜보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상에 스마트폰도 필수가 된 듯하다

다가오는 1년 12달 내내 세상 사람들 모두 건강하길 기원하면서 음식 하나하나 숫자를 세면서 먹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2. 15. 06:23

2021년은 한국과 리투아니아가 상호 외교 관계를 맺은 지 30년을 맞는 해다. 그동안 10주년과 20주년을 맞아서는 다양한 대중문화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런 뜻깊은 기념해를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몇몇 소규모 행사가 이뤄졌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음식 행사다. 한국과 리투아니아 교류와 친선에 기여한 리투아니아 주요 인사들과 한국 교민들이 초대되어 한국음식으로 마련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미콜라스 로매리스 대학교(Mykolo Romerio universitetas) 부설 세종학당과 리투아니아 한인회가 이 행사를 주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이뤄진 이 행사에는 40여명의 사람들이 11월 19일 빌뉴스 레스토랑 쳡쳡(Čiop Čiop)에서 모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이 시작된 이후 거의 만 2년만에 처음으로 한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신미라 폴란드-리투아니아 겸임대사, 한국-리투아니아 의원친선협회 회장 안드류스 쿱친스카스(Andrius Kupčinskas), 미콜라스 로매리스 대학교 잉가 잘레냬네(Inga Žalėnienė), 세종학당장 로라 타모슈냬네(Lora Tamošiūnienė), 리투아니아 한인회 강성은 등이 참석했다. 
 
주요인사들의 인삿말이 끝난 후 이소진 유학생이 한국음식을 소개했다. 음악공연과 더불어 한식뷔페 만찬이 이어졌다. 광천김 리투아니아 공장은 참석자들에게 양념김을 선물했다. 이날 행사를 아래 사진으로 소개한다.

 

왼쪽으로부터 세종학당장, 대학교 총장, 한인회장
리투아니아 겸임 대사
한국-리투아니아 의원친선협회장
한국음식 소개 
음악공연과 함께 한식뷔페 만찬이 행해졌다.

 

평소 집에서 한국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요가일래는 한식만찬이라고 한국인 아버지를 따라 기쁘게 행사에 참가한다. 이날 요가일래는 보통 먹는 음식량의 세 배 이상을 먹는다. 

"우와, 이렇게 많이!"
"또 가져올거야."
"다 먹을 수 있어?"
"물론이지."
"그래도 너무 많다."
"지난 2년 동안 맛있는 한식을 먹지 못했으니 오늘 이렇게 한꺼번에 왕창 먹어야지."
 
맛있는 음식 준비와 분위기 있는 장소 마련에 애쓴 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모두 감사하고 수고했습니다. 어려운 시기 잘 이겨내고 마음껏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3. 21:16

이집트 홍해 후르가다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막을 관광단지로 개발해놓았다. 대부분 개별여행보다는 항공편, 숙박 그리고 음식비가 포함된 관광상품을 이용한다. 하루 세 끼가 다 비용에 포함이 되어 있다. 오늘은 음식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은 객실이 약 1000개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인데도 사람들이 엄청 많다. 물론 백신접종을 2차까지 다 마쳤거나 완쾌된 사람들만이 투숙할 수 있다. 그래도 첫날은 걱정스러워 대중이 모이는 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차츰 감각이 무뎌진다. 주위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데 혼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 호텔 직원들은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답답해서 그런지 코를 내놓고 있는 직원도 더러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세 기가 포함된 관광상품이다.
리조트 음식에 대한 다녀간 사람들의 평은 극과 극이다. 좋았다와 나빴다 둘 중 하나다. 이는 음식 맛 자체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주변 환경이나 본인의 입맛에 기인하기도 하겠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뷔페식이다. 식사 때가 되면 특히 식사시작 시간에 배고픈 수 백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눈에 맛있게 보이는 음식은 한순간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으니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다시 오면 음식 쟁반이 비어 있거나 찌꺼기만 남아있다. 물론 잠시 후 다시 채워진다. 음식은 부족함이 없다.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먹으니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크게 감탄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 - 석류, 대추야자, 멜론
마르티나는 이틀까지 음식에 그렇게 만족 못하더니 그 후부터는 아주 잘 먹는다.
“왜 그렇게 변했니?”
“처음에는 여행피로도 있고 맛이 낯설어서.”
 
후식용 제과류 - 제과점에 온 듯하다
오렌지와 멜론 늘 나온다. 

고기, 밀가루 음식, 야채, 과일(대추야자, 감, 석류, 멜론, 오렌지 등), 빵, 제과류 등 다양한 음식이 풍부하다. 야외에서는 닭고기나 생선 등 꼬치구이 음식도 있다. 음료수, 칵테일, 포도주(식당에서 식사 중에만), 맥주 등도 무한으로 마실 수 있다. 특히 이집트는 쌀이 생산되는 곳이라 흰쌀밥부터 여러 양념 첨가물이 들어간 쌀밥까지 다양하다. 알랑미가 아니고 한국에서 보던 쌀 모양과 똑 같다(빌뉴스 집에서 한번 해먹을 생각으로 이집트 쌀 한 봉지를 구입했다). 

 

닭 꼬치구이와 양파 - 자주색 양파를 원없이 먹는다.
평소에 먹지 않는 소혀 요리도 과감하게 먹어본다.
스파게티와 양념밥 - 이집트 쌀밥이 참 맛있다.

 

아내 대신 이번에 장모님과 큰딸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데 모든 정보는 아내가 알고 있다. 수시로 “뭐 해라”, “쇼핑센터로 가라”, “빨리 특식 예약을 하라” 등등 지시를 내린다.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는지 오후 3시 후에는 바다에서 수영하지 말라고 한다. 아마 한 때 이집트 홍해에 청상아리가 출몰해 관광객들을 공격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관광상품 안에 체류하는 동안 세 차례 호텔 레스토랑에서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우리 세 사람은 호텔 대형식당의 뷔페식 음식이 좋아서 레스토랑 특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별로 못한다. 그런데 북쪽에서 지시가 내려온다. “왜 관광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특식을 하나도 하지 않았나?”라는 다가올 핀잔을 떠올리면서 수요일에 예약을 해본다. 그런데 떠날 때까지 벌써 특식 예약이 다 꽉 차 있다고 한다. 상황을 이야기 하니 호텔을 떠나기 전 저녁 식사 자리를 예약해준다. 만약 이런 관광상품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호텔 투숙 첫날 예약창구에 가서 특식예약을 하길 바란다.

드레스코드까지 명시된 레스토랑이라 큰 기대를 하고 가본다. 해변 모래사장이 보이는 곳이다. 하지만 칠흑 같은 밤이라 바다 야경을 볼 수가 없다. 한 가지 유럽과 큰 차이점은 호텔 로비 바나 레스토랑 내에서도 흡연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투숙객들에게 특식을 제공하는 호텔 내 한 레스토랑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면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음식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해당되는 음식은 튀긴 오징어, 모둠생선 등이다.

 

 
붉은 색 음식은 무료 특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식으로 두 가지 그리고 주된 음식으로 소고기, 닭고기, 오늘의 생선을 선택한다. 이날 나온 음식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해물 샐러드

해물 스프 - 모처럼 아주 뜨거운 국물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좋다.
주된 음식 - 닭가슴살
주된 음식 - 이날의 생선 
후식 - 과일아스크림

한마디로 특식을 평하자면 음식이 다 짜고 뷔페에서 여러 음식 중 선택해서 먹는 것이 이 특식보다 더 좋다. 특식 세 개가 다 예약이 안 된 것이 참 다행이다는 것에 세 사람의 의견이 같다. 레스토랑 특식 음식 앞에서 뷔페 음식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2. 30. 05:08

전기밥솥이 없는 곳에서 밥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때 밥 당번은 유럽인 아내다. 

한국인의 주식이 밥이니 처음 몇 번은 내가 맡아서 했다.
늘 조심한다고 하지만 밑에는 밥이 타버렸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부탁도 하지 않고 아내가 도맡아서 한다. 
신기하게도 아내가 하는 밥은 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눌어붙지도 않는다.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밥을 잘할까?!

유럽인 아내의 대답은 이렇다.
1. 물은 조금 더 넉넉하게 넣는다 (예, 쌀이 두 컵이면 물은 세 컵)
2. 냄비 뚜껑은 냄비를 완전히 덮어서 증기나 물거품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만약 많이 새는 곳이 있으면 부엌수건이나 천으로 뚜껑과 냄비 사이를 막는다)
2. 강불에 밥을 끓인다
3. 막 끓기 시작하면 불세기를 낮추고 뚜껑을 열지 않고 12분 동안 더 끓인다
4. 12분 지난 후 불을 끄고 뚜껑을 열지 않은 채 12분 동안 놓아둔다

이렇게 하면 아래와 같은 밥이 완성된다.


아쉬움은 남는다. 
구수한 숭늉차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1. 11. 05:23

인구가 280만명인 리투아니아는 최근 들어 매일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수가 천 명이 넘고 있다. 10월 하순 2주간 임시 방학을 거쳐 이제는 11월 29일까지 학교가 폐쇄되었다. 하지만 1대1로 진행되는 수업은 이번 주부터 비대면이 아니라 학교에서 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음악학교 피아노 수업 등이다.

대면수업이 있기 전이라 지난 주말에 지방에 있는 처가를 다녀왔다. 처가집 텃밭에는 11월인데도 풍성하지는 않지만 상추, 파, 미나리 등이 또 다시 자라고 있었다. 바로 포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과나무에 제법 적지 않은 사과가 달려있었다. 나무타기를 잘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사과나무로 올라가봤다. 


그런데 사과 하나가 정말 엄청나게 크다. 이 사과 종류는 흔히 겨울사과로 불린다. 주로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정식 이름은 안토노프카(anonovka)이고 원산지는 러시아다. 폴란드, 벨라루스, 발트 3국 등에서 인기가 있다. 신맛이 아주 강하다.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주로 사과 파이를 만들 때 사용한다. 또한 사과가 단단해서 얼핏보면 여기서는 자라지 않는 모과와 많이 닮았다. 익기 전에는 사과가 매우 시고 단단해서 거의 먹을 수 없다. 그런데 다 익은 사과는 나름대로 맛이 있고 또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얼마나 큰 사과일까? 초유스 주먹의 두 배다.


무게를 재어보니 무려 사과 하나가 482그램이다.


유럽에서 나오는 사과를 먹어본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사과도 한국 사과가 최고, 배도 한국 배가 최고!"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사과의 종류는 전세계적으로 7500개 이상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슈파마켓 사과 판매대다. 여러 종류가 있어 어느 사과를 사야할지 망설여진다. 요즘 사과 1kg 가격은 한국돈으로 700원-2500원 정도다.  


이곳에서는 아직 부사 사과는 보지 못했다. 부사의 달콤한 맛과 바삭바삭한 식감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맞는 차선의 사과로 어느 것이 있을까?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껏 유럽에서 먹어본 사과 중 한국에서 먹어본 부사에 가장 근접한 맛을 내는 사과는 조나골드(jonagold, 요나골드)라 생각한다. 조나골드는 1942년 미국 뉴욕에서 만든 품종이지만 유럽에서도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대체로 사과 크기가 크고 껍질이 얇다. 육즙이 많고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다. 그야말로 씹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유럽 슈파마겟 사과판매대에서 무슨 사과를 사야할까를 망설이는 사람에게 이 조나골드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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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10. 29. 07:30

지난 9월 초순 북유럽 리투아니아 숲 속을 산책하다 적지 않은 양의 크랜베리를 채취했다[관련글: 와~ 크랜베리가 천지 삐까리 - 유럽에서 첫 따기 체험]. 


유럽인 아내는 꿀과 함께 크랜베리를 믹서기로 갈아서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겨울철용으로 보관하고 있다. 참고로 크랜베리는 넌출월귤이라 부르기도 한다. 직접 채취한 양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번 일요일 아내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나와서 거리 노점상으로 다가간다.  


"이 크랜베리 얼마요?"
"킬로그램당 3유로 (4천원). 이 크랜베리는 바레나(Varėna) 숲에서 채취한 것이다."
(바레나 지역은 빌뉴스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버섯과 야생열매로 유명하다)

아내는 슈퍼마켓에서 이미 가격을 알아봤는지 흥정도 하지 않은 채 크랜베리 2킬로그램을 담아달라고 한다. 6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노점상은 말을 이어간다.



"크랜베리를 늘 먹어서 내 얼굴이 이렇다."
"어떻게 먹기에?"
"내 방법을 알려줄테니 그렇게 해봐라."
"어떻게?"


"방법은 간단하다. 
준비물은 크랜베리. 꿀, 호두, 생강이다. 
모두 다 함께 섞어서 갈면 된다. 
하루에 한 숟가락으로 먹으면 건강엔 최고다.
내가 올해 86살이다. 
그리고 쉽게 크랜베리를 싱싱하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은
그냥 통에 깨끗한 물을 넣고 이 안에 크랜베리를 넣으면 된다.
필요한 만큼 건져서 먹으면 된다."


첨가물: 호두


첨가물: 생강



말도 안 되지만 노점상 할머니는 아직 80살이 안 된 장모님도 훨씬 젊어 보였다. 

지금까지 크랜베리에 꿀만 넣어서 보관해오던 아내는 60대로 보이는 팔십 노파가 일러준 대로 생강과 호두까지 넣어서 믹서기로 갈았다.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천연 야생의 크랜베리가 좋은 효과를 발휘해 겨울철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길 바란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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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10. 23. 05:53

일전에 북유럽 리투아니아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장모님댁을 다녀왔다."내일 아침 날씨가 좋은데 버섯 채취하러 가고 싶어요.""좋지.""그물버섯이 아직 있으면 참 좋겠어요.""내가 그물버섯이 많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같이 가보세."
그물버섯은 학명으로 볼레투스 에둘리스(boletus edulis)고 포르치니(porcini)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 사람들은 이 버섯을 최고로 꼽는다. 향과 질감이 좋다. 연하면서 쫄깃하다. 바로 아래 사진 속 버섯이 그물버섯이다. 이 버섯을 잔뜩 기대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소나무와 전나무가 울창한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물버섯 한 송이도 찾을 수 없었다. 인적이 있는 것을 보니 하루 전이나 우리보다 일찍 누군가 채취하고 갔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9월 하순이라 벌써 버섯철이 지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하는 찰나에 "마지막으로 저 전나무 숲으로 들어가보자"하면서 장모님이 앞장을 섰다.

      

"와~~~ 이리로 오게."

"그물버섯이요?"

"아니. 다른 버섯."

 

푹 쌓인 전나무 솔잎과 이끼 위에 버섯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버섯 이름이 뭐예요?

"Ruduokė 혹은 rudmėsė."

 

이 버섯을 채취하는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이 버섯의 학명은 lactarius deliciosus (lactaria deliciosa agaricus deliciosus)이고 영어로는 saffron milk cap 혹은 red pine mushroom이다. 한국어로는 붉은젖버섯이다. 주름살을 살펴보면 붉은색 계통이다. 

 

 

 

 

한참 동안 붉은젖버섯을 채취하니 내 손가락과 손바닥은 붉은색이 아니라 당근색으로 변했다.  

 

 

한편 주름살이 상처를 입으니 점점 녹색으로 변했다. 집으로 와서 다시 붉은젖버섯을 꼼꼼히 손질을 했다. 

 

 

갓 채취한 버섯을 요리했다. 붉은젖버섯은 날 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모님은 아무리 좋은 식용버섯이라도 무조건 두 차례 끓인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인들이 즐겨 해먹는 붉은젖버섯 요리법을 소개한다. 

 

1. 버섯을 두 차례 끓인다

2. 돼지비계와 양파를 잘게 썰어 팬에 굽는다

3. 밀가루를 넣는다

4. 크림을 넣는다 

5. 소금을 넣는다  

6. 끓인 버섯을 두 차례 물로 씻어낸다

7. 버섯을 소스에 넣고 잘 섞는다

 

이렇게 삶은 햇감자 함께 붉은젖버섯 요리가 접시에 담겼다. 간단한 요리법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맛이 아주 좋아서 두 접시를 말끔히 비웠다. "붉은젖버섯이 그물버섯만큼이나 맛있다"고 말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점심이었다. 

 

 

붉은젖버섯을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봤다. 다음해부터는 숲 속에서 그물버섯만 찾지 말고 이 붉은젖버섯도 찾아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0. 20. 05:49

몇 해 전 가을 리투아니아 숲 속에 현지인 친구의 권고로 채취한 버섯을 집으로 가져와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관련글: 아내에게 독버섯으로 오해받은 큰갓버섯]. 아래 사진이  바로 당시 채취해서 찍은 버섯이다.  
   

확실하게 식용버섯인 줄을 몰라서 그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채취한 식용버섯이라면서 이와 유사한 버섯 사진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사진들 중 최고 압권은 슬로바키아 니트라(Nitra)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 페테르(Peter Baláž)가 찍은 것이다[아래 모든 사진은 페테르가 제공한 사진. La subaj fotoj:  kompleze de Peter].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이 버섯이 amanita vaginata(우산버섯)이냐?"
"이 버섯은 macrolepiota procera(큰갓버섯)이다. 맛좋은 식용버섯이다."

그동안 이 버섯을 우선버섯으로 알고 있었는데 페테르 덕분에 이 버섯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또한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버섯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유럽인들이 즐겨먹는 버섯은 그물버섯, 꾀꼬리버섯(살구버섯), 붉은젖버섯 등이다.   

큰갓버섯의 갓은 양산이나 우산을 빼닮았다. 처음에는 둥글다가 점점 볼록해지고 편평해진다. 나중에는 이름대로 큰갓이 된다. 온대 기후에서 주로 습한 풀밭에서 자란다. 


줄기가 길쭉하다. 주로 갓을 먹고 줄기는 가죽처럼 질겨서 버린다. 분말용으로 먹을 때에는 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구니 왼쪽에 있는 갓처럼 큰갓버섯의 갓은 이렇게 넓고 평평하다.



유럽 사람들은 이렇게 버섯을 채취해 겨울철 식량을 준비한다.


바구니 가득 채취한 큰갓버섯에 만족해 하는 슬로바키아 페테르 부부...


차 짐칸이 이날 채취한 큰갓버섯으로 가득 찼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보통 큰갓버섯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나?"
"가장 맛있는 요리는 빵가루를 발라서 튀긴 요리다. 그냥 기름 위에 날것을 튀겨서 소금, 후추, 마늘 등으로 양념해서 빵 위에 발라 먹기도 하다. 이 밖에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어 소스나 수프에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숲이나 풀밭에서 큰갓버섯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채취해서 위에서 페테르가 말한 대로 요리를 해서 먹어봐야겠다. 한편 큰갓버섯과 유사하게 생긴 독우산광대버섯과 흰독큰갓버섯은 독성이 강한 버섯이므로 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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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9. 23. 18:42

일전에 북유럽 리투아니아 북서 지방에 있는 습지공원을 다녀왔다. 공원입구에서 보니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나무들의 키가 점점 작아진다. 어느 곳에 이르면 마치 자연 속 분재공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의 습지는 물이끼로 덮여 있는 이탄습지다. 산성화된 토양이고 영양분이 부족해 식물들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이 습지공원은 3.6km에 이르는 널빤지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다. 일부 구간을 아래 영상에 담아봤다.

    
입구에서 들어서니 공원 관리인이 묻는다.
"습지공원을 관광하러 왔나? 아니면 열매를 따러 왔나?"
"한번 둘러보려고 왔다. 무슨 열매가 있나?"
"9월부터 크랜베리 등 야생열매 따기가 허용되고 있다."
"어디에서 왔나?" 
"한국인인데 빌뉴스에서 왔다."
"안녕하세요."
"우와~~ 한국어 인삿말을 할 수 있다니!"
"친척 중 한 명이 한국인과 결혼해서 런던에 살고 있다."

널빤지 산책로를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관목 숲이 나온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빨간 열매 등이 더러 눈에 들어온다. 바로 월귤(lingonberry, cowberry, brukė, vaccinium vitis-idaea), 넌출월귤(cranberry, vaccinium oxycoccos), 들쭉나무(bog bilberry, bog blueberry, vaivoras, vaccinium uliginosum) 열매다. 

* 관목 가지에 붙어 있는 열매가 월귤 즉 링곤베리(lingonberry)다.

    

* 바닥 위에 가느다란 줄기로 이어져 있는 열매가 넌출월귤 즉 크랜베리(cranberry)다. 



안으로 한참 들어가자 널빤지 산책로 양옆으로 빨간색 열매가 그야말로 천지삐까리다. 지천에 널려 있다. 넌출월귤 열매다. 학명으로는 vaccinium oxycoccos이고 흔히 크랜베리(cranberry)라 불린다.     


따면 솔찬히 딸 수 있을 듯하다. 더 이상의 둘러보기를 포기하고 가족 모두 주저앉아 따기 시작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크랜베리는 비타민의 보고다"라면서 따기를 재촉한다. 따기가 아니라 그냥 줍기다. 맛을 보니 아주 시큼하다. 이끼 위에 살짝 드러난 줄기에 간당간당 붙어 있다. 손가락을 갖다대면 그냥 떨어진다.  


이날 이렇게 딴 크랜베리가 2킬로그램이다. 유럽에서 30여년 살면서 처음으로 크랜베리 따기를 체험해봤다. 아내는 꿀을 넣어서 크랜베리를 믹서기로 갈아서 유리병에 담았다. 


"크랜베리는 비타민 C와 E가 풍부하니까 매일 찻숟가락으로 한 번씩 먹자"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크랜베리는 피부노화방지, 치주병, 위궤양, 야맹증, 시력개선, 간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9. 15. 02:52

올해 1월 초 리투아니아 빌뉴스 대형슈퍼마켓에서 수북히 쌓여 있는 한국산 김을 보게 되었다 [관련글]. 어느새 유럽의 변방 중 하나로 여겨지는 발트 3국 리투아니아까지 이렇게 한국산 김 제품이 대량으로 슈퍼마겟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 빌뉴스 대형슈퍼마켓 리미(Rimi)에서 판매되고 있는 김 
 
* 한국에서 조제된 제품

지난해 빌뉴스 한인 한 사람이 머지않아 리투아니아에 한국산 김 제조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설마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제조 공장을 차릴 정도로 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을까라는 그때 든 의구심도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리투아니아 시장이 아니라 유럽 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빌뉴스 공항 근처 산업단지 내에 자리잡고 있는 광천김 제조 공장을 일전에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에서 가져 온 포장 기계 및 장치들이 조립 완성되어 드디어 지난 5월부터 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원초 상자, 기계 장치 등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한글이 이날따라 더욱 자랑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은 김밥이나 스시를 만들 때 사용하는 김과 흔히 도시락김으로 알려진 김이다. 특히 고소하고 짭짤한 후자의 김을 먹어본 주변 현지인들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리투아니아에서 빌뉴스에서 현재 제조되고 있는 김

* 리투아니아에서 빌뉴스에서 현재 제조되고 있는 김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 전체 김 제품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정도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적극적인 영업 및 판매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아쉽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유럽 최초로 설립된 한국산 김 제조업이 순조롭게 정착되고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길 기대한다. 이날 방문한 한국산 김 제조 생산 과정을 아래 영상에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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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7. 3. 13:23

요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청색, 청색 또는 청보라색을 띠고 있는 야생화가 하나 있다. 도심이나 도로변 풀밭 어디에서는지 자주 눈에 띈다. 학명은 cichorium intybus(키코리움 인티부스)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살이풀로 원산지가 유럽이다. 영어로는 chicory이고 한국어로는 치커리 또는 치코리다.       


한 줄기에 지는 꽃, 피는 꽃, 곧 필 꽃이 층을 이루어 공존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심을 가로지르는 내리스(Neris) 강변 풀밭에서 만난 치커리꽃이다.


유럽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는 커피, 녹차 또는 홍차, 허브차 등이다. 젊은 시절 언제든지 커피를 마셔도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오후 2-3시 이후 마신 커피는 잠들기를 방해한다. 종종 늦은 오후나 저녁에 커피가 생각날 때 유럽인 아내가 권하는 차가 있다. 

바로 카페인 성분이 전혀 없고 색깔이나 향이 커피에 아주 유사한 약초차다. 바로 치커리차다. 유럽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치커리 뿌리를 굽거나 볶아서 분말을 만들어 커피 첨가물이나 커피 대용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치커리 추출액은 건강에 아주 유익하다. 소화기관을 보호하고 특히 만성 간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다. 또한 항진균, 항산화 및 항암 성분을 가지고 있다[출처].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감소시키고 당뇨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곽 있다[출처].   
  

뿌리를 캐낸다
깨끗이 씻어서 길쭉하게 짜른다
섭씨 140도에서 4시간 정도 굽는다
구운 치커리 뿌리를 빻는다
같은 비율로 빻은 커피 분말에 넣는다
빻은 치코리 가루를 3-4분 동안 끓여서 커피 대신에 마신다

직접 치커리 뿌리를 캐서 구을 수도 있으나 추출액이나 분말을 이곳 유럽 가게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어제 가게에서 산 치커리 추출액이다. 에스토니아에서 만든 제품이다.
치커리 추출액 100 그램 영양표시는 아래와 같다 
열량 286칼로리
지방 0.1그램
탄수화물 70그램
섬유질 0.08그램
단백질 8.9그램


실온에서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면 된다. 
추출액을 찻숟가락 반 개에서 한 개로 뜨거운 물이나 우유 200밀리리터에 넣어서 잘 젓은 후에 마신다.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치커리 첫 맛은 커피처럼 쓰다. 
기호에 따라서 연유나 설탕을 넣어서 마실 수 있다.
색깔이 완전 블랙커피다. 


뜨거운 물에 치커리 추출액을 찻숟가락 한 개를 넣어 마셔본다. 약간 쓰지만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마셨던 구수한 숭늉 한 사발을 떠올리게 해서 설탕이나 연유를 넣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언제 다시 유럽여행문이 열릴지 알 수 없지만 특히 발트 3국이나 러시아에 올 기회가 있다면 이 치커리차를 맛보길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20. 5. 22. 17:52

중유럽이나 동유럽 그리고 북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아침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빵이 하나 있다. 짙은 갈색이나 다크 초콜릿색을 띤 빵이다. 보통 밀가루로 만든 빵은 흰빵이라 부르고 이 빵은 흑빵이라 부른다. 또한 주된 재료가 호밀(라이보리)이라 호밀빵이라 부른다.  

이 지역은 호밀이 많이 자란다. 2018년 세계에서 호밀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독일, 러시아, 폴란드, 벨라루스, 덴마크 순이다. 또한 발트 3국 중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도 호밀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

호밀빵은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망간 등 필수적인 영영소 함량이 풍부하다. 미국 식약청에 따르면 하루에 호밀 베타글루칸(beta-glucan) 4그램 이상 섭취하면 혈중콜레스테롤 지수이 낮아지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가 줄어든다. 

호밀빵은 밀도가 높고 시고 강한 맛이 난다. 소화가 천천히 되어서 흰빵보다 더 늦게 배고픔을 느낀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특유한 맛으로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럴 때 현지인이 자주 하는 말이 "흰빵보다 흑빵이 훨씬 건강에 더 좋아!"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챙겨가는 음식 중 하나가 호밀빵이고 외국에 살거나 유학하는 자녀에게 종종 소포로 보내는 음식 중 하나가 호밀빵이다. 오늘은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인근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호밀빵 버섯국(버섯수프, 버섯스프)를 소개한다. 집에서 빵굽기가 쉽지 않는 일이므로 주로 음식점에서 먹는다. 

호밀빵 버섯국를 주문하면 이렇게 원통 빵이 나온다. 생긴 모양이 버섯을 닮았다. 일반적으로 몸통이 통통한 그물버섯을 닮았다. 그물버섯은 가장 비싼 유럽산 버섯 중 하나다. 그물버섯에 관한 내용은 해당글에서 읽을 수 있다. 


버섯국은 보이지 않고 왜 호밀빵만 가지고 왔지라면서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짙은 갈색의 덮개를 열면 뜨거운 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감자, 당근, 강남콩, 양파, 셀러리, 버섯, 소시지 혹은 고기 등의 재료로 국을 만든다. 
미리 구워놓은 원통형 빵의 속을 파낸다.
그리고 그 안에 국을 붓는다. 
녹색의 파슬리가 시각을 자극해 미각을 돋구는 듯하다.    


유럽인들은 국에 사워크림(sour cream)을 넣어서 즐겨 먹는다. 
사워크림은 시큼하고 톡쏘는 맛을 준다.
국물이 아주 뜨거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빵은 다 먹을 수 있다. 국으로 더 부드러워진 빵벽을 긁어서 먹는 재미도 솔찬하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세 가지(전식, 주음식, 후식) 음식을 먹는다. 이 버섯국은 전식으로 시키는 음식이지만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발트 3국이나 중동유럽이나 북유럽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꼭 한번 이 호밀빵 버섯국를 맛보길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8. 18:53

북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Vilnius)에 살고 있는데 보통 두 달에 한 번꼴로 지방 도시에 있는 처가를 방문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명절인 성탄절과 부활절에는 필수적으로 처가를 다녀온다. 올해 부활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부활절를 기해 전국 이동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3월 16일부터 실시된 격리 조치가 4월 28일부터 2단계로 완화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어머니날을 기리기 위해 처가를 방문했다. 리투아니아는 어버이날이 없다.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고 6월 첫째주 일요일이 아버지날이다. 어머니날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찾아뵙고 알뜰히 챙기지만 아버지날은 건너뛰기 일쑤다.

어머니날 선물로 아내는 좋아하는 치즈케익을 집에서 직접 구워 가져갔다. 유럽에 널리 분포되어 자라는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열매로 "엄마에게"(mamai)라는 글자까지 장식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장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강타하는 것은 뜰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꽃들이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서 자연 속 봄철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리투아니아 보통 사람들의 정원과 텃밭(다차, 주말농장, 별장텃밭)에서 만난 식물들을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잔디밭을 가득 수놓은 데이지꽃이다.    


데이지는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라틴어로 데이지는 bellis perennis다. bellis는 "아름답다" 그리고 perennis는 "여러해살이 식물"을 뜻한다. 홍자색 꽃망울이 서서히 하얀색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고산돌냉이꽃(alpine rockcress, arabis alpina) 또는 산돌냉이꽃이다.


옴팔로데스베르나꽃(omphalodes verna) 또는 푸른눈메리꽃(blue-eyed Mary)이다. 옴팔로데스는 그리스어로 배꼽을 의미하는데 열매의 모양이 배꼽과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Verna는 '봄철, 봄'을 뜻하는 라틴어 'ver'에서 나왔다.


무스카리꽃(muscari) 또는 포도히아신스꽃(grape hyancinth)이다. 알뿌리 형태의 구근식물로 포도알처럼 생긴 말끔한 청색 꽃송이들이 향긋한 향을 뿜어낸다. 


팬지꽃(pansy) 또는 삼색제비꽃(viola tricolor)이다. 마치 미소짓는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봄의 여왕으로 불리는 튤립꽃이다. 강렬한 붉은색 립스틱을 위로 밀어올리고 있다.


사과꽃이 곧 터지려고 한다. 


아직은 부드러운 작약 줄기가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두 종류의 체리나무 즉 벚나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 않은 왼쪽 벚나무에는 신버찌가 열리고 하얀색 꽃이 핀 오른쪽 벚나무에는 단버찌가 열린다. 흔히 체리로 불리는 대부분이 바로 후자다. 전자를 신버찌 벚나무, 후자를 단버찌 벚나무라 부르고 싶다.


신버찌 벚꽃도 이제 막 피려고 한다.


단버찌 벚꽃은 곧 질 것이다. 일찍 핀 만큼 단버찌 수확이 더 빠르다. 단버찌는 당도가 높아서 날로 먹거나 통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이에 반해 신버찌는 주로 잼을 만들어 먹는다. 


단독주택 뜰은 잔디밭과 채소밭으로 나눠져 있다. 아직 비어 있는 왼쪽 부분은 곧 양배추와 오이가 심어질 것이다. 오른쪽 부분은 딸기와 마늘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어놓았다. 장모님 텃밭을 제외하고는 아직 유럽에서는 이렇게 하는 텃밭을 본 적이 없다.

왜 장모님은 오래 전부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상 마늘을 같이 심어놓으면 병충해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뜰에 핀 꽃을 구경하는 동안 장모님표 쿠겔리스(kugelis)가 구워지고 있었다. 이 감자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투아니아 음식 중 하나다[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이제는 보통 사람들의 텃밭(러시아어로 다차, dacha)에는 이맘때(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를 알아보자. 우선 텃밭은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던 옛날 소련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이별장이다. 리투아니아어로는 sodas인데 이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보통 소규모 집과 채소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주말이나 여름철 휴가를 즐기고 또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한다. 보통 면적은 600제곱미터 즉 180평 정도다. 예전에는 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채소밭으로 활용했으나 지금은 일부를 잔디밭으로 조성해 편하게 쉴 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텃밭에 빠질 수 없는 과일나무 중 하나가 사과나무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는 여러 사과나무가 자란다. 사과나무 밑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튤립꽃이 피어나 있고 이것이 지고나면 작약꽃이 피어오른다.   


노란색 민들레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도로미쿰꽃(doronicum orientale, leopard's bane)이다. 해바리기꽃을 연상시킨다. 


데이지꽃이다. 꽃잎의 하얀색이 홍자색을 조금씩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단버찌 벚나무 두 그루다. 기둥 하반부가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약품을 첨가한 석회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벌레 등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둘째로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껍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셋째로 부드러운 껍질이 쉽게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년 이른 봄에 한 번만 칠한다. 이랑에는 10일 전에 감자를 심었다.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나무다.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위에 언급한 치즈케익 위에 있는 열매가 바로 이 블랙커런트 열매다.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열매다. 열매가 까맣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한 보라색이다. 맛은 새콤달콤하고 향은 진하다. 술을 담그기도 한다.  


레드커런트(redcurrant) 나무다. 이것도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꽃이 황록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개미 한 마리가 식사 중이다. 

7월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다. 열매는 날로 먹기도 하고 콤포트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파가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 


텃밭에 거의 필수적으로 있는 온실이다. 모종을 키우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상대적으로 약한 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키운다. 


온실내 오른쪽은 양배추 모종이 자라고 왼쪽은 드문드문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홍당무 등이 자라고 있다. 모종을 옮겨심은 후 이 온실은 대부분 토마토로 가득 찬다.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맑은 연두색 상추를 보자마자 봄철에 제맛인 상추쌈이 떠오른다.   


텃밭 가장자리에 산딸기아속 라즈베리(rasberry)가 자라고 있다.  


마늘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마늘을 요리에 자주 사용한다. 장모님은 매년 마늘 수확 후 마늘주를 만들어 선물한다.


이렇게 텃밭도 둘러보았다. 새록새록 피어오르거나 자라나는 새생명을 보니 코로나바이러스로 닫혀 있던 눈과 마음이 환하게 열린 듯했다. 장모댁을 떠나기 전 장모님이 요리한 음식이다. 

이 음식 이름은 양배추말이다. 돼지고기와 밥 그리고 양념을 해서 데친 양배추잎으로 둘러감은 후 토마토소스에 푹 끓인 것이다. 뜨끈뜨끈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감자와 양배추는 바로 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짐칸에는 감자 한 포대가 실려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4. 21. 01:54

봄이 왔건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봄을 즐길 수가 없다. 아파트 발코니 너머 돋아나는 연두색 새싹을 바라본다. 유럽에 30여년을 살아도 이렇게 봄이 오면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쑥, 다래, 냉이, 미나리, 두릅 등의 시골 봄나물을 떠올리곤 한다.

유럽에서는 야생 봄나물을 뜯어서 음식을 해먹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늘은 쐐기풀 (urtica dioica)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쐐기풀은 유럽 사람들이 기피하는 가장 대표적인 풀 중 하나다. 왜 기피할까?

잎이나 줄기에 포름산을 많이 포함한 털이 있어 만지거나 스치면 벌에 쏘인 것처럼 아주 따갑다. 심할 경우 긁힌 피부에는 한동안 선명하게 붉은 줄이 도드라져 있다. 유럽 수풀에서 반바지나 반팔을 잎고 부주의하게 돌아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피부에 따끔따끔한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십중팔구는 지나가다가 쐐기풀에 우연히 스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초 유럽에서 겪은 일화는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쐐기풀의 정체를 아직 잘 몰랐을 때다. 한번은 폴란드 친구들과 숲속에서 산책을 하는 데 한 어린 친구가 쐐기풀을 꺾어 장난을 쳤다. 

아마 그는 쐐기풀을 모르는 나에게 쐐기풀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내 뒤에서 쐐기풀로 여러 번 슬쩍슬쩍 내 팔을 때렸다. 그러자 따끔따끔한 통증이 느껴졌고 더 이상 장난치지 마라고 부탁했다. 그런데도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장난을 이어갔다. 

"그럼 한번 쐐기풀로 실컷 때려봐라"면서 사나이의 객기를 부려봤다. 숲길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면서 윗옷을 벗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 내 온 몸통을 앞뒤 좌우로 쐐기풀로 때렸다. 일생에 쐐기풀에 쏘일 양을 이날 다 받은 듯했다. 따갑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오히려 내가 쾌감으로 받아들이니 그 친구는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해 그만두게 되었다. 이는 한동안 그들에게 전설이 되었다. 


* 빌뉴스 도심 담벼락에서 자라고 있는 쐐기풀


1992년 봄 헬싱키를 잠시 다녀왔다. 이때 핀란드인 친구가 숲으로 산책을 가자고 했다. 

"오늘은 쐐기풀을 뜯어 무침을 해먹어야겠다."
"쐐기풀은 쏘는 독성이 있는데."
"어린 싹은 그런 것이 없어."
이날 난생 처음 쐐기풀 무침을 먹어봤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그 정확한 맛은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한 끼 식사는 참 잘했다.

얼마 전 세르비아 에스페란토 친구(Jovan Zarkovic)가 건강에 좋은 쐐기풀 요리를 맛있게 해먹었다고 하면서 그 요리법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사진과 글을 허락했다. 

준비물
쐐기풀 새싹 20개
양파 1개
기름 1숟가락
달걀 5개
우유 약간
크림 약간

요리법
달걀을 깨서 우유와 크림에 넣어 젓는다
끓는 물에 약 5분 정도 쐐기풀을 삶는다
짤게 썰은 양파를 기름에 볶는다
그 위에 삶은 쐐기풀을 얹는다
그 위에 저은 달걀을 붓는다
뚜껑을 덮고 약 5분 정도 약한 불에 끓인다
소금으로 양념을 한다                            

이렇게 하면 세르비아 시골 사람들이 옛부터 즐겨 먹는 음식이 식탁 위에 오르게 된다. 이를 보고 있으니 쑥으로 만든 요리 같다. 
 


수백년 전부터 쐐기풀의 효용이 알려져 있다. 이것을 먹은 젖소의 우유는 지방이 더 함유되어 있고 새는 더 빨리 자라고 살이 찐다. 또한 닭은 더 큰 달걀을 낳는다. 쐐기풀은 머리카락을 강하게 하고 비듬을 없애준다. 쐐기풀은 제과, 약제, 향수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쐐기풀은 관절염, 통풍, 습진, 이비인후 장애, 출혈방지, 헤모글로빈 수치 증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럽 수풀에서 피부에 스쳐 지나가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겠지만 이제는 쐐기풀이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유용한 약재나 식재로서 다가온다. 아직 북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쐐기풀 새싹이 돋아나지 않고 있다. 기회 되면 나도 세르비아 친구처럼 음식으로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4. 3. 04:48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외출금지령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고 있다.

약국과 식품점을 제외한 모든 가게는 영업이 금지되어 있다. 대체로 이곳 유럽 사람들은 집밥이나 도시락 싸가기가 일상화되어 있으므로 식당이 영업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재택근무가 권장되어 온가족이 하루 종일 집에 같이 있는다.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 준비해서 집밥을 먹는 일이 더 잦아졌다. 가족이 다 모였을 때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자주 해 먹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감자요리 쿠겔리스(kungelis)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물론 집집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보통 재료는 다음과 같다.
감자
돼지고기나 닭고기
달걀
양파
끓인 우유
소금과 후추
 
- 생감자를 깎아 강판 혹은 전기갈개에 간다
- 양파도 간다
- 간 감자와 양파를 달걀과 긇인 우유와 함께 잘 섞는다
-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 그릇 바닥에 기름을 칠한다
- 재료를 반 정도 그릇에 붓는다
- 그 위에 양념한 돼지고기나 닭고기(우리 집은 닭다리 선호)를 얹는다
- 나머지 재료를 그 위에 붓는다
  


- 오븐에 굽는다
- 보통 섭씨 220도에서 15분 동안 구운 후 다시 섭씨 180도에서 1시간 굽는다

바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리투아니아 감자요리 쿠겔리스가 완성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새콤한 맛이 나는 사워크림(생크림을 발효시켜 만든 크림)을 발라서 먹는다. 사워크림 없이 먹어도 맛이 있다. 사워크림 대신에 구운 돼지비계와 함께 먹기도 한다.    


오븐에서 갓 꺼낸 뜨거운 쿠겔리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투아니아 음식 중 하나다. 남으면 다음날 후라이팬에 데워서 먹어도 맛있다. 아내에게 쿠겔리스를 조만간 또 해 먹자고 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20. 4. 1. 17:51

리투아니아는 2월 28일 첫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후 3월 중순부터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리투아니아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 하나로 모든 교육기관이 3월 13일부터 기약 없는 임시 휴교다.

음악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도 재택근무한다. 정상근무하듯이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인 요가일래도 온라인으로 집에서 수업을 듣는다. 4월 중순에 있는 첫 졸업시험 과목인 영어 시험도 무기한으로 연기된 상태다.

장보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 식구가 하루 24시간 꼬박 함께 집에 머무른 지 벌써 20일째다. 다행스럽게 평소에 거의 각자가 식사를 알아서 해 먹어서 음식을 준비하는 데에는 식구간 갈등은 없다. 아침은 일어나는 시간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알아서 챙겨 먹는다. 점심도 저녁도 배고픈 시간이 각자 다르니 스스로가 알아서 해 먹는다.

그렇지만 같이 먹을 때가 있거나 아니면 다른 식구를 위해 많이 해서 남겨 둘 때도 종종 있다. 어제 하루는 요가일래와 비슷한 식사 시간이었다.

"아빠, 내가 오늘 렌틸콩 밥을 해서 먹을 건데 해 줄까?"
"좋지. 렌틸콩이 혈당을 낮추는 데도 좋고 심혈관에도 좋다고 하더라."  
"내가 손가락을 다쳤으니까 나중에 씻는 데 좀 도와줘."
"알았어."

요가일래가 즐겨 먹는 렌틸콩 밥 요리하기는 아주 간단하다. 

먼저 고구마를 깨끗하게 씻는다. 
고구마는 리투아니아에서 자라지 않는다. 주로 스페인에서 재배된 수입농산물이다. 그래서 감자보다 훨씬 비싸다. 보통 1킬로그램당 감자는 0.3유로고 고구마는 2유로다. 6-7배 가격차다.


씻은 고구마를 4등분한다.
기름을 바른 철판 우에 놓는다.
뚜껑으로 철판을 덮고 고구마를 익힌다.  


렌틸콩을 4번 정도 물로 씻는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돌솥을 이용해서 약 15-20분 정도 렌틸콩을 삶는다.
물이 서서히 증발되면서 렌틸콩이 삶아진다.    


양과 염소 우유로 만든 치즈다. 그리스산 치즈다.


이렇게 해서 
주황색 고구마 
하얀색 치즈
녹갈색 렌틸콩 요리가 완성되었다. 


분이 가득한 렌틸콩
단맛이 나는 고구마
새콤하고 짭짤한 치즈가 함께 한 그릇 한 개를 싹 비웠다.
아빠보다 더 건강식을 해서 먹는 딸이 부럽기도 하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9. 05:54

유럽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아내가 유럽 리투아니아인이다. 여기서는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혼자서만 밥을 준비해 다른 식구들을 위해 차려주는 일이 많지 않다. 서로 다른 직장출근이나 생활양식으로 인해서 보통 각자가 알아서 자기 음식을 해먹는다. 누가 나를 위해 밥을 차려줄 때까지 특별한 일 없이 가만히 기다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족이 집에 다 있는 주말에는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거들어서 함께 밥을 해먹는다. 우리 집 경우에는 밥을 주도적으로 준비한 사람은 설거지에서 열외가 된다. 식사 준비 기여도가 제일 낮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솔선수범해서 설거지한다. 하지만 자기가 먹은 식기류 등은 대체로 자기가 씻는다. 

며칠 전 아내와 딸이 정말 모처럼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그런데 면이 유럽에서 30년 살면서 처음 먹어본 것이라 참으로 신기했다. 집에서 만두류의 음식은 자주 먹지만 스파게티류의 면은 거의 먹지 않는다. 이번 스파게티 면은 굵기가 잔치국수의 소면 같았고, 맛이 한국 분식점의 쫄면 같았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했다.

"이제야 면을 제대로 찾았네!"라는 탄성마저 절로 나왔다.
"아직 면 남아 있어?"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찬장에 있어."
"봉지와 같이 있지?"
"그래. 왜?"
"상품 이름을 기억해 놓았다가 다 먹으면 또 사 놓으려고."

이탈리아에서 만든 스파게티 면이다. 
듀럼밀(durum wheat)을 부순 밀가루인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들었다. 듀럼밀의 듀럼은 라틴어로 durum인데 이는 딱딱하다라는 뜻이다. 듀럼밀은 밀 종류 중 가장 딱딱하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유량이 다른 종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파스타와 스파게티 면 종류 제조회사 그라노로(granoro)가 생산한 "카펠리니(Capellini) 16번"이다. 제품명도 재미있다. 이탈리아어로 "capellini"는 "가는 머리카락"을 뜻한다. 주말 혼자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해서 생각난 김에 이 면으로 비빔국수를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면은 끓이기도 쉬웠다. 끓는 물에 넣고 약 3분 정도 끓이면 된다.



카펠리니 면 색깔이나 굵기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잔치국수나 비빔국수의 소면을 그대로 닮았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자투리 보라색양배추와 쪽파를 활용했다. 마침 지난해 한국 사람이 선물로 준 고추장양념장이 맛을 더해주었다. 


그동안 혼자 해먹을 때에는 거의 대부분이 비빔밥 등과 같은 아주 단순한 일품요리였다. 소면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핑계로 좋아하는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는 아예 내 요리목록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아내가 요리에 사용한 카펠리니 면을 알게 된 덕분에 이제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이 요리 실력을 키워 언젠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대접해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3. 04:19

겨울철 발트해 해안에서 낚시꾼들이 가장 즐겨 낚는 물고기가 바다빙어다. 라틴명은 osmerus eperlanus, 영어명은 european smelt, 리투아니아어명은 stinta다. 얼음에 구멍을 내어 잡는다고 해서 얼음 빙氷 자를 써서 붙인 이름이다. 


길이는 15-18cm, 드물게 30cm다. 무게는 25-30g이다. 등은 녹색을 띤 갈색이고 측면은 푸르스름한 은색이고 배는 흰색이다. 


유럽 바다빙어는 발트해(Baltic Sea)에서 비스케이만(Bay of Biscay - 프랑스 서부 해안과 스페인 북부 해안으로 둘러싸인 만)에 이르는 연안에서 서식하다. 

바다에서 1년 정도 지나 길이가 10cm쯤 되면 민물에 올라와 알을 낳는다. 수심이 얕은 강이나 호수 모래 바닥에 알을 낳아 모래나 물풀에 붙여 놓는다. 수온 섭씨 9도에서 약 한 달 정도 지나면 부화된다. 보통 산란 시기는 2월에서 4월이다. 부화 직후 길이는 5-6mm이고 4-5cm로 자라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수명은 보통 2-3년이고 8년까지 살 수도 있다.
  
바다빙어는 매우 일반적인 상업용 물고기다. 2월 초순 리투아니아에서는 "팔랑가 바다빙어" 축제가 열린다. 바다빙어 1kg 가격은 6-9유로다. 

며칠 전 지방 도시에서 살고 있는 처남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낚시가 취미다. 현관문으로 들어오자마자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서 선물한다. 


비닐봉지 속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새어나오는 냄새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생오이 냄새가 물씬 나기 때문이다. 바다빙어다!!!


바다빙어는 리투아니아들의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슈퍼마겟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 처남이 직접 발트해 해변에서 낚시로 잡은 것이다. 


아내에게 요리를 부탁했다. 바다빙어는 비늘이 아주 작고 얇아서 벗겨내지 않고 그냥 먹는다. 그래서 손질하기가 편하다.


내장만 들어낸다. 알이 있을 경우엔 따로 떼어낸다. 사람에 따라서 알을 다시 몸속으로 넣어서 튀기기도 한다. 


밀가루에  묻혀서 튀긴다. 소금 약간을 뿌리면 요리가 끝이다.


바다빙어는 뼈도 연해서 바르지 않고 그냥 통채로 씹어 먹는다. 


유럽인 처남 덕분에 발트해에서 잡아온 싱싱한 바다빙어로 점심 한 끼를 맛있게 해결했다. 쫄깃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바다빙어 또 먹고 싶어진다. 아내는 "맛있는 것은 아껴 먹어야 한다"면서 냉동실에 넣어 놓는다. 애궁~~~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15. 05:36

일전에 비닐봉지에 가득 찬 마늘을 까서 플라스틱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그날부터 매일 아침 생마늘을 먹는다. 아무리 남편이 한국인이라고 이해하거나 마늘냄새에 민감하지 않거나 혹은 마늘이 건강에 아주 좋다는 것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자꾸만 마늘냄새가 난다면 마냥 좋아할 사람은 없겠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마늘냄새를 어떻게 없앨까?
생마늘을 먹은 후 영향을 주는 식품들에 대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사과가 냄새를 중화시키는 데에 가장 큰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는 사과에 내재된 효소가 마늘 속 화합물에 반응해 분쇄 작용을 하고 냄새를 제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커니 잘됐다.
왜냐하면 오래 전부터 아침 공복에 사과 한 개를 먹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 냉장고 보관실에 늘 사과가 보관되어 있다. 
이제 사과를 먹을 때 마늘을 얇게 썰어서 사과 사이에 넣어서 먹어야겠다. 


여러 날 동안 이렇게 생마늘을 먹었다. 유럽인 아내는 아직 눈치를 못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인 남편 건강이 우선이라 내색을 하지 않은 것인지 그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생마늘과 함께 먹은 사과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에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모처럼 햇빛이 쨍쨍하기에 아내와 함께 나란히 인근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거리를 따라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물었다.

"방금 어디서 독한 냄새가 났지?"
"나도 순간적으로 독한 냄새를 맡았어."
"독한 술냄새 같았어."
"우리 앞에 한 남자가 다가와서 지나갈 때 난 냄새가 아닐까?"
"당신 오늘 아침에도 생마늘 먹었어?"
"먹었지."
"생마늘 몇 쪽?"
"네 쪽."
"뭐라고?! 생마늘을 네 쪽이나!!!"

아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가 국을 끓일 때 넣는 마늘이 기껏해야 두 쪽이야. 그런데 당신은 아침에 생마늘을 네 쪽이나 먹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 어디 한번 내쪽으로 후우 불어봐."

살짝 후우 불어보니 아내의 목소리는 이제 추궁조였다.
"봐, 당신한테서 마늘냄새가 나잖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냄새 안 나도록 사과하고 같이 먹었는데..."
"이제는 네 쪽이나 먹지 말고 한두 쪽만 먹어!"
"나에겐 마늘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 말이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요일에는 아예 먹지 마!"


이렇게 내 자신과 약속한 "매일 생마늘 네 쪽 먹기"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사과의 마늘냄새 제거 효과를 과신한 결과가 아닐까... 유럽인 아내에게 마늘냄새를 들킨 날부터는 네 쪽을 한두 쪽으로 줄이고 사과도 더 큰 것으로 먹고 있다. 애궁~~~ 마늘을 마음껏 먹고 싶당~~~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4. 21:30

아내가 얼마 전 친정을 다녀온 후부터 부엌 라디에이터 밑에 마늘이 담긴 비닐봉투가 놓여 있다. 장모님께서 텃밭에서 재배하신 마늘을 건조시키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변국 사람들에 비해 마늘 소비량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예를 들면 연 1인당 마늘 소비량은 독일 300그램, 폴란드 200그램, 라트비아 300그램, 에스토니아 400그램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이들보다 월등히 많은 1.3킬로그램이다[출처]. 참고로 한국은 7킬로그램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여러 음식을 만들 때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맥주 안주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 것이 바로 마늘 튀김빵이다. 빵을 기름에 살짝 튀겨서 생마늘을 그 위에 바른다. 혹은 치즈와 마늘을 위에 얹어서 빵을 튀긴다.
 

우리 집 찬장에는 상비약처럼 마늘주가 있다. 장모님이 마늘을 수확한 후 늘 만드는 술이다. 방법은 간단한다. 생마늘을 병에 넣고 보드카를 부으면 끝이다. 아내가 감기 기운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때 한 잔씩 마신다.   


마늘의 효능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마늘은 최고의 천연 면역력 강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비타민 B, 알리신, 셀레늄, 마크네숨, 칼슘 등이 들어 있어 세균을 격퇴하고 심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 

새해 들어서 가급적 하루에 마늘 한 통(6-7쪽) 그리고 양파 한 개를 먹고 있다. 부엌 라디에디터 밑에서 건조시키는 마늘을 어떻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이번 주말에 들었다. 매번 매운 냄새를 맡으면서 마늘 한 통씩 까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다. 그래서 한꺼번에 어떻게 해볼까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했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딱 나왔다. 



따라해보기로 한다. 비닐봉투 안에 들어있는 마늘을 우선 한 쪽씩 쪼갠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담은 큰 대야에 두 시간 담겨 놓는다. 


나보다 늦게 잠에서 깨어난 유럽인 아내가 큰 대야에 가득 감긴 마늘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거실에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바가지 긁듯이 물었다.


"저 많은 마늘을 어떻게 하려고!?"
(순간 아내는 내가 한번에 모든 마늘을 요리해서 먹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마늘을 쉽게 까서 오래 보관하려고 하는 거야."
"당신이 어떻게 알아?"
"요리를 못하지만 내가 그래도 마늘 민족 출신이잖아!"
"그 동안 한 번도 이렇게 하지 않았잖아."
"어떻게 하는지를 유튜브로 벌써 다 알아놓았다."

두 시간이 지난 후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껍질이 너무 쉽게 벗겨졌다. 마늘 한 쟁반 까는 데 50분이 걸렸다. 손 조금 부어오르기도 했다. 


종이수건을 쟁반에 깔고 깐 마늘을 말린다. 
마른 마늘을 종이수건을 깐 통에 층을 이루면서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제는 먹을 때마다 마늘을 까지 않고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인 아내가 마늘냄새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아 퍽 다행스럽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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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1. 15. 15:39

얼마 전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텃밭 정리를 하면서 수확한 "토피남바스(topinambas)"를 주고 싶은데 먹을 것인냐가 물었다. 리투아니아어 단어 "topinambas"가 금시초문이라 대답하기 전에 먼저 아내에게 물었다. 

"토피남바스가 뭐야?"
"지난 여름 그 친구 텃밭에 갔을 때 온실 밖에서 자라고 있는 노란색꽃 식물을 기억해?"
"아니."  
"꽃이 작은 해바라기꽃를 닮았고 뿌리가 감자를 닮았어. 당뇨에 좋다고들 말해."
"그렇다면 빨리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토피남바스가 과연 한국어로 무엇일까?
친구가 가져오는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여러 언어로 된 이 식물 이름이 참 흥미롭다. 

학명은 헬리안투스 투베로수스(Helianthus tuberosus)다. 
헬리안투스(영어 발음은 힐리엔써스)는 해바라기(영어 sunflower)다. 어원적으로 고대 그리스어 helios(태양 sun) 와 anthos(꽃, flower)에서 나온 말이다. Tuberosus는 tuber(혹, 툭 솟아 오른 곳, 둥근 돌기, hump)와 -osus는 명사의 형사형이다.


친구가 봉지 한 가득 가져온 토피남바스다. 


위에 있는 사진처럼 꽃의 색이나 모양을 보면 영락없이 해바라기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뿌리를 보면 여기저기 돌기된 혹이 나 있다. 몸통과 색깔은 감자를 속 빼 닮았다. 


리투아니아어로 또 다른 이름은 감자해바라기(bulvinė_saulėgrąža)다. 폴란드어로도 감자해바라기(słonecznik bulwiasty)다. 이는 학명인 헬리안투스 투베로수스와 관련이 있다. 

영어로는 예루살렘 아티초크(Jerusalem artichoke), 해뿌리(sunroot) 또는 땅사과(earth apple)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로는 땅배(terpiro)다. 독일어와 러시아어로는 토피남부르(topinambur)다. 이는 브라질 연안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감자해바라기, 해뿌리, 땅사과, 땅배는 한국어로는 흔히 돼지감자로 알려져 있다. 이는 뚱딴지, 뚝감자를 말한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원사지는 아메리카다,
  

이렇게 깨끗하게 씻어서 난생 처음 돼지감자를 먹어본다. 
맛이 참 오묘하다.
생감자 맛같기도 하고 
사근사근 씹히는 배 맛같기도 하고
싱싱한 찰진 과육의 사과 맛같기도 하다. 


아, 이래서 여러 언어로 이 식물을 땅사과, 땅배, 돼지감자로 불리는구나... "가난한 사람들의 감자"로 불리는 돼지감자는 이눌린 성분이 많아서 당뇨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인 친구 덕분에 요즘 아침 식사 때 혹은 저녁 간식으로 돼지감자 하나씩 생으로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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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9. 12. 18. 04:01

일전에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를 다녀왔다. 이틀에 걸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카우나스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빌뉴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동 거리는 100킬로미터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려고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채 출발했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에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따로 없다. 간혹 주유소나 식당이 도로변에 있을 뿐이다. 하나를 놓치면 수십킬로미터는 족히 더 가야 다음이 나온다.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 첫 번째 식당은 그냥 지나쳤고 다음은 속도를 제 때 늦추지 못 해서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중간쯤 지나자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빌뉴스 집에서 밥해먹자는 아내의 제안을 뿌리치고 들어간다.  


숯불요리를 하는 식당이다. 식당명은 Grilio kepsniai - Šaltinėlis(옹달샘)다.


실내는 평범하고 깔끔하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맞이해 준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장식되어 있다.


뒷마당은 바로 숲과 연결되어 있다. 여름철엔 식사 후 산책하기에 좋겠다.  


음식메뉴판이다. 음식값은 티본 스테이크(안심과 등심 사이에 T자 모양의 뼈 부위를 이용하여 구운 소고기 요리)를 제외하고는 5유로에서 10유로 사이다. 도심에 있는 식당의 음식값은 여기보다 1.5-2배 정도 더 비싸다.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를 주문한다. 메뉴에 고기량이 적혀 있지 않다.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다. 얼마 후 종업원이 가져와서 놓는 돼지갈비 크기에 깜짝 놀란다. 


"이걸 (내가) 다 먹으라고? 여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걸 다 먹어?"
"다 먹어."
"와 믿을 수가 없어."


아무리 여기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정말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아침 식사를 건너 뛴 점심 식사다. 한번 시작해본다.


참 맛있다. 하지만 벌써 위가 그만 넣어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내가 두 조각을 도와주고 남은 것이다. 싸서 집으로 가져간다. 이날 저녁 아내와 딸이 이것을 반반으로 나눠 넉넉하게 저녁 식사까지 마칠 정도의 양이다.     


아내는 유럽 사람들이 아침 식사용으로 자주 먹는 부침개를 주문한다. 
이 또한 양도 많고 맛도 좋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가서 먹고 싶은 식당이다. 
위치를 알 수 있는 구글 지도를 올려본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0. 06:08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에서 비를 맞은 후 점심 무렵에 숙소로 돌아온다. 비 덕분에 숙소에서 점심을 해먹게 된다. 오후가 되자 조금씩 날씨가 맑아진다.   

아직 빗물이 남아 있는 발코니에 날아든 개미가 허위적거린다. 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저 개미들을 어찌할꼬? 부엌으로 가서 라면 젓가락을 가져와 건져 주니 날아간다.



점심 후 원형 성당으로 유명한 인근 모스타(Mosta)로 향한다. 몰타섬 북서부 내륙에 위치한 모스타는 인구 2만명 도시다. 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중심가에서 벗어난 버스 정류장에서 미리 내린다. 도로도 좁고 인도도 좁다. 가로수도 없는 거리에서 더욱 돋보이는 건물 한 채가 눈에 확 띈다. 2층 창문과 지붕에 화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


도심에 있는 원형 성당 앞 작은 공원이다. 몇 해 전 영국 런던에서 본 것과 같은 붉은색 공중전화 부스는 몰타와 영국과의 관계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몰타는 1800년에서 1964년까지 영국 지배를 받았고 지금도 영연방에 속해 있다.  


그 유명하다는 로마 가톨릭교 원형 성당이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더욱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정식 이름은 성모 승천 성당(Basilica of the Assumption of Our Lady)이다. 모스타 로툰다(Rotunda of Mosta) 혹은 모스타 돔(Mosta Dome)이라고도 불린다. 이 성당은 유럽에서 로마 베드로 성당과 런던 바울 성당에 이어서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둥근 천장(돔)을 가지고 있다. 성당 규모를 살펴보면 외부 지름이 54.86미터, 정면에서 후면까지 길이가 74.37미터, 벽두께가 8.28미터, 바닥에서 천장 전등까지 높이가 56.38미터다. 


모스타 인구가 늘자 1833년부터 새로운 성당을 짓게 되었다. 기존 성당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 둘레에 이 원형 성당을 지은 것이 참으로 특이하다. 28년에 걸쳐 새로운 성당이 완공될 무렵 1860년 기존 성당을 철거했다. 로마 가톨릭교에서 아주 중요한 세계성체대회가 1913년 이곳에서 열렸다.       


성당 앞에는 낯익은 동상이 보인다. 천국의 열쇠를 잡고 있는 베드로(왼쪽)와 책과 (부서져 일부만 남은) 검을 잡고 있는 바울(오른쪽)이다. 


성당 정면 벽에는 사도 네 명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설명하자면 가죽을 벗기는 칼을 잡고 있는 바르톨로메오, 긴 곤봉을 잡고 있는 야고보(소야고보, 알패오의 아들), 라틴 십자가(아래쪽이 위쪽에 비해 길쭉한 장축형 십자가)을 잡고 있는 필립보 그리고 어린 천사를 옆에 두고 있는 마태오다. 


성당 앞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 작은딸이 자기 용돈으로 가족 네 명 입장권(1인당 2유로)을 구입해 들어오라고 한다. 아주 넓은 성당 안에 때마침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도 조용히 앉아 기도에 동참한다. 장례식 끝무렵 팝송 "You raise me up"이 울려펴진다. 



첫째는 넓은 공간에 감탄한다. 둘째는 하늘색 벽과 벽화에 감탄한다. 그리고 셋째는 금색 무늬를 한 둥근 천장에 감탄한다. 성당 내부에 지붕을 받쳐 주는 기둥이 전무하다. 천장 내부 지름이 35.97미터다. 외부 높이는 59.74미터이고 내부 높이는 성당 외부 지름과 같은 54.86미터다.


1유로를 넣고 촛불을 켜고 기도한다.


의자 여섯 개를 일렬로 함께 묶여 놓았다. 미사 중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막을 수 있어서 좋을 듯하다.


성당 가운데 제단이 보인다. 


이 제단 그림은 성모가 승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1678년 몰타의 바로크 화가 스테파노 에라르디(Stefano Erardi 1630-1716)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대가 인상적이다. 강대 혹은 설교단은 설교 등을 위해 만들어진 단이다. 보통 성당 중앙칸 벽면에 붙어 있거나 가까이에 있다. 그런데 여기는 원형 성당이라서 그런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조개 껍질에 물을 담아 세례하는 모습이다. 이 조각상을 보고 있으니 기독교에서 조개 껍질이 세례를 상징한다는 말이 쉽게 기억된다.  


성당 안에 왜 머리에 뿔이 두 개 달린 조각상이 있을까? 미켈란젤로의 모세 조각품이 떠오른다. 뿔 달린 모세다. 미켈란제로는 성경에 근거해 뿔을 넣어 조각했는데 이는 히브리어의 '빛을 뿜다, 광채가 나다'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성모승천상은 1868년 처음 조각되었고 1947년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성당 내부 관람 중 안내표시판은 자꾸 폭탄 박물관을 가르킨다. 성당에 웬 폭탄 박물관이 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내용인즉 이렇다. 몰타는 군사적 요충지다. 제2차 대전에서 몰타 공방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이 포함된 연합국 군대와 독일과 이탈리아가 포함된 추축국 군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1942년 4월 9일 16시 40분 독일 전투기들이 폭탄을 투하했다. 


폭탄 3개가 성당으로 떨어졌다. 이 중 500kg 폭탄 한 개가 천장을 뚫고 성당 가운데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성당 안에서는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저녁 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폭탄은 폭발하지 않았다. 성당 옆에 떨어진 폭탄 두 개도 불발탄으로 남았다. "1942년 4월 9일 폭탄 기적"이 일어났다. 성당에 있던 사람들 중 사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 불발탄은 해체되고 몰타섬 서해안 바다에 버려졌다. 현재 전시되어 있는 폭탄은 복제품이다. 


아직 날이 밝기에 모스타 도심 거리를 돌아다녀 본다. 역시 여기도 누런색 석회석 건물이 대부분이다. 


건물벽 주로 현관문 옆에 붙어 있는 성물(聖物)은 경건함을 자아낸다[관련글:  몰타 거리 산책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다].


왕복 각각 1차선이다. 도로변 인도에 자리잡은 주유소 풍경이 몹시 낯설다. 어느 나라에서는 안전상 이유로 허가를 받을 수 없을 텐데 말이다. 도시공간 구조상 어쩔 수 없을 수도 있겠다.


시간이 지나니 배가 출출하다. 아내는 몰타에 와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를 먹어보자고 한다. 바로 파스티찌(pastizzi)다. 


모스타 제과점에서 1개당 50센트다. 치즈나 으깬 고기나 완두콩 등이 안에 들어 있다. 나는 완두콩 파스티찌를 고른다. 바삭바삭하고 아주 고소하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식구당 하나씩만 사 준 아내가 약간 원망스러워진다. 이거 먹으러 다시 몰타에 가보고 싶은 충동심이 일어난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0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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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14. 04:56

지난 9월 2주 동안 모스크바를 다녀 왔다. 1990년부터 알고 지내는 폴란드 친구 라덱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폴란드인이고 어머니가 고려인이다. 그의 선조들은 1800년대 말 연해주를 거쳐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정착했다. 라덱 이모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고려인이다. 이미 몇 차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이모를 만난 터라 흔쾌히 따라 갔다. 

유럽에서 30년 살면서 모스크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많은 기대를 하면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라 탔다. 밤낮없이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모스크바에서 라덱 사촌 갈리나 부부가 우리를 공항에서 반갑게 마중했다.  


공항에서 이모 댁이 있는 모스크바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만나는 도로나 아파트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했다. 인구 60만명이 사는 도시에 익숙한 내 눈은 1200만명이 사는 도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갈리나 오빠는 소련 시대에 지어진 아래와 같은 건물에 있는 방 두개 모스크바 아파트를 임대해서 받는 월세로 카자흐스탄에서 일하지 않고 가족이 편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체류하는 동안 어머니와 함께 사는 라덱 사촌 알로나는 임시 휴가를 내면서까지 우리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두루 안내해 주었다. 라덱 이모와 사촌들과 함께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라덱 이모는 모스크바는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밥은 되도록이면 식당에서 먹지 말고 집에 와서 먹으라고 했다. 체류 기간 내내 일흔 살 이모가 해주는 밥으로 거의 대부분 하루 세 끼를 먹었다. 고려인이 만든 음식은 어떠할까? 몇 해 전 취재 촬영 차 다녀온 칼리닌그라드에 사는 고려인들의 반찬가게(아래 동영상)가 먼저 떠오른다. 



10여일 동안 고려인 집에서 내가 먹은 음식들을 아래 소개한다. 한반도를 떠나서 산 지 150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이 집 음식들은 여전히 밥과 반찬과 국으로 이루어진 한국식이다. 첫날 점심 식탁에 오른 음식이다. 


생선오이무침이다.


시래국이라고 한다. 먹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시래기가 아니였다. 시래기는 보통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이다. 
"이 채소는 뭐?"
"민들레잎."
"민들레잎으로 시래기국을?!"
"그렇지. 싱싱한 민들레잎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차가운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둔다. 그러면 쓴맛이 줄어든다. 한 끼 분량씩을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둔다."
"우와~~~ 나도 내년 봄에 한번 해봐야겠다."       


직접 구운 따끈한 사과빵(애플케익)이다.


공원산책 중 간식으로 삶은 찰진 옥수수를 먹었다. 


저녁으로 내놓은 왕만두다. 이모가 직접 집에서 손수 만들어 쪘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렀는데 맛있어 또 손이 나갔다. 


왕만두는 다음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러 박물관 관람으로 시간에 쫓기는 우리들에게 아주 요긴한 먹거리가 되었다.


김치다. 물김치에 가깝다.


상큼한 오이무침이다.


한국당근이다. 고려인들이 배추 대신에 채썬 당근으로 담근 김치다.


닭육수로 만든 국수라 한다. 좋아하는 잔치국수로 보인다. 


아, 저 면이 소면이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스파게티였다. 하지만 맛은 좋았다. 


어느 날 아침 식사다. 빵 윗 부분을 드러내고 그 안에 달걀을 넣고 구웠다.


어느 날 저녁 식탁이다.


애호박무침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가지무침이다.


고추피클이다. 맵지 않게 보이지만 아주 매웠다.


미역된장국이다.


찐 수제 만두다.


소고기 시금치 볶음이다.


닭백숙이다.


고추 소고기 장조림이다.


양념된장이다. 아파트 발코니에서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발효시키고 있는 메주를 보여 주었다.  
 

소(양)곱창 요리다. 양은 소의 첫 번째 위장을 말한다.


삶은 수제 만두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기 전 먹은 저녁 식탁이다. 숙주나물무침도 보인다.   


소고기 필라프다. 필라프는 대체로 고기와 야채를 먼저 볶은 후 그 위에 쌀을 얹어 끓이는 음식이다. 이날 먹은 필라프는 기름지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고 맛이 아주 담백했다. 유럽에 살면서 여태까지 먹어 본 필라프 중 최고로 맛있는 것으로 기억 된다.


10여일 동안 위에 있는 맛난 음식으로 우릴 아들처럼 대해준 뱔라 이모(가운데), 폴란드 친구 라덱(오른쪽) 그리고 승용차로 우릴 이곳저곳으로 구경시켜 준 뱔라 이모의 둘째 딸 갈리나(왼쪽)다. 


150여년을 한반도에서 벗어나서 산 세대를 이어온 이들은 여전히 한국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결혼해서 따로 사는 손녀도 된장을 가져 간다고 한다. 작은 아파트 발코니에서 메주를 발효시키는 모습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젓갈과 이번에 알게 된 민들레시래기국을 나도 꼭 해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7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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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9. 21. 04:12

폴란드인 친구 라덱(Radek)의 초대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최근 함께 다녀왔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를 가면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양고기 꼬치구이인 샤슬릭이다. 

양고기 음식이라면 30여년 전 불가리아 산악지대에서 먹어 본 양고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때 양고기에서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나서 거의 먹지 못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몇 해 후 스페인 발렌시아 근교 시골에서 먹어 본 양고기는 참으로 맛있었다.

우리를 만나자마자 라덱의 사촌 갈리나(Galina) 부부는 우리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 살생을 싫어해 말리고 싶었지만 25여년만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촌 라덱과 처음 온 나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아 특별히 대접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싫은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우기 양 한 마리면 적은 돈이 아닐텐데 말이다. 

갈리나 부부는 양고기를 주로 먹는 카자흐스탄 출신이다. 상점에서 양고기를 살 수 있지만 고기의 품질과 신선도를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직접 양을 잡아 주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모스크바에 양고기를 즐겨 먹는 이슬람교도인 무슬림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살아있는 양을 잡아서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가 보니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런 곳에 양을 잡아 주는 곳이 있다니 참으로 의아하다. 공터 뒤에 양 축사가 있다.  


양철판으로 가려져 있는 곳에서 양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암컷 고기가 냄새가 덜난다고 한다. 냄새를 덜나게 하기 위해 어린 수컷을 거세하기도 한단다.  


양을 잡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라고 했지만 마당에 혼자 남아서 주변을 살펴 보았다. 건물 한 귀퉁이에 까마중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까만 열매를 따먹던 어릴 적 한국 시골의 여름이 떠오른다.
 

타지키스탄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이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양 한 마리를 잡아 사온 고기는 14킬로그램이다. 삶아서 먹을 부위, 숯불에 구워서 먹을 갈비, 꼬치구이를 해먹을 부위로 분리한다. 잡은 양 한 마리 고기 14킬로그램은 한국돈으로 약 15만원이다.   


양고기로 손님 접대하기 위해 가족들이 토요일 모스크바 근교 다차에 모였다. 


각자 맡은 일을 한다. 숯불을 피우고, 양파를 썰고, 감자를 깎고, 식탁을 차리고...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양고기를 요리하는 지를 유심히 살펴 본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양고기와 물을 숯불에 푹 끊인다.


둥둥 떠다니는 양고기 기름을 걷어 내서 썰은 양파 위로 붓는다. 어디에다가 이 기름 양파를 사용할까 궁금하다. 


기름을 걷어 낸 후 통감자를 넣는다. 


이렇게 두 시간 정도 푹 구운 양고기와 잘 익은 감자를 건져 낸다.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떼어 낸다. 


남아 있는 양고기 육수에 아주 얇고 네모난 파스타를 넣고 끓인다.  
   

우리 일행을 초대해 푸짐하게 접대해준 갈리나 부부다. 이날 양고기 요리는 남편이 다 했다. 그는 잡아 온 양고기를 먹기 편하도록 자르기 위해 칼 여섯 자루를 날카롭게 갈았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기 전까지 쏟은 정성이 대단하다.      


기름 양파의 용도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파스타를 한겹 한겹 쌓으면서 그 사이에 기름 양파를 넣는다.  


완성된 파스타 요리다. 수제비 맛이다.


양고기와 함께 육수에 삶은 텃밭 감자는 분이 많고 참 맛있다. 


일가 친척들이 둘러 앉아 삶은 양고기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한 접시 가득 담은 삶은 양고기 점심


후추만 뿌린 양고기 육수다. 고기 한 점 먹고 육수 한 모금 마시고... 오래 기억에 남을 삶은 양고기 점심이다.


보드카 반주가 없을 리 없다. 주량에 따라 술잔 속 보드카 양의 높이가 도레미다.


벌써 늦은 저녁을 먹어야 할 때다. 이제 숯불에 구운 양고기 즉 샤슬릭을 먹을 차례다. 먼저 숯불에 피망, 토마토, 가지를 굽는다. 그냥 먹어도 될텐데 왜 구을까?


바로 이렇게 구운 채소로 양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을 만들기 위해서다.


잘 구워진 양고기 갈비


피망, 토마토, 가지로 만든 양념에 찍어 고수와 함께 양갈비를 먹는다. 


갈비만으로도 배가 태산만큼 불렀는데도 텃밭 숯불 위에는 양꼬치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와서 양고기를 난생 처음 이렇게 푸짐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다차에서 양고기 요리로 가족애를 다지는 러시아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양 한 마리를 통채로 잡아 환대한 이들 부부가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오면 무슨 음식으로 대접할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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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9. 9. 3. 02:46

화창한 지난 토요일 200여평의 텃밭을 가지고 있는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가 초대했다. 2017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 받은 들깨 씨앗을 올해도 그는 자기 텃밭에 심었다. 

"텃밭에 들깨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언제라도 놀라와." 
"그러면 이번 토요일에 친구들을 불러 함께 한국 음식을 한번 해먹어 보자." 

이렇게 해서 그의 텃밭을 다녀왔다. 텃밭에는 내 주먹보다 두서너 배가 큰 토마토가 아주 탐스럽게 온실에서 자라고 있다. 금방이라도 토마토 한 개를 따서 먹고 싶을 정도로 붉은 색이 유혹한다.

온실 밖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심은 들깨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쌈을 싸먹기에 아주 적당한 크기의 잎들이 대부분이다.


함께 초대 받아 온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 한 명이 깻잎을 따고 있다. 상큼하고 향긋한 깻잎 향이 참으로 좋다고 한다.


지난 7월 초 한국인들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운 아내가 능숙하게 생깻잎김치를 만들고 있다. 


양념장이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법한데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는 현지인들을 위해서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심은 상추도 생깻잎과 함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심은 부추도 오이와 함께 시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삼겹살은 우리 부부가 준비했다. 고기 굽는 것을 원래 좋아하지 않지만 이날은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기에 내가 맡아서 했다.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 사과나무 밑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내는 생깻잎에 삼겹살을 어떻게 먹는 지를 보여 주고 있다. 집에서 가져온 쌈장도 참으로 요긴했다.


이날 처음으로 먹어본 삽겹살과 깻잎이 아주 맛있다고 하는 친구의 말이 그의 밝은 표정에 그대로 녹아나고 있다. 


튀는 삼겹살 기름에 살갗이 순간 통증을 느꼈지만 한국에서 가져 온 씨앗으로 심은 깻잎으로 현지인들을 한번 대접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좋았다. 친구는 깻잎을 마음껏 따가라고 해서 한 봉지 가득 따왔다. 덕분에 깻잎김치가 우리 집 밥상에 한동안 오를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4. 3. 04:42

흔히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특히 어머니는 학생보다 더 힘이 든다고 한다. 유럽에 살고 있는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이 점에 대해서는 거의 부담이 없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우리는 요가일래가 초등학생일 때가 제일 힘들었다. 아침마다 더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주고 학교가 1킬로미터 내에 있지만 데려다 주고 데려 와야 했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 우리 부부는 딸아이의 등교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엄마 아빠가 나를 학교 보내는데 고생했다. 이제부터 내가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더 주무세요."

그후 딸아이는 몇 차례 학교에 늦은 적이 있었다. 이때 "왜 늦잠을 잤니? 왜 학교 생활을 소홀히 하니?..."이라고 야단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왜 학교에 늦게 가면 안 좋은지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학교 생활에 충실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늦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전화기에 깨우기를 입력해 놓았다. 요가일래가 등교하려고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경우 깨우기 위해서다. 그렇게 서너 번 깨워서 "아빠가 최고야. 정말 고맙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부터 아빠가 일어나서 깨워야겠다."
"안 돼!!! 아빠가 깨우면 내가 아빠에게 의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스스로 생활 하기가 더 힘들어져. 절대 깨우지 마세요."

요가일래는 스스로 일어나 아침까지 챙겨 먹고 학교로 간다.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보니 냄비에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내용인즉 "엄마, 아빠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치아 사이로 끼어들기 때문에."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마치 봄날 연못가에 뭉쳐 있는 올챙이알 같았다. 처음 보는 음식이다. 한 숟가락 입안에 넣고 씹으니 톡톡 터졌다. 이 재미로 그만 반을 다 먹어버렸다. 이게 대체 뭘까....



아내에게 물어 보니 나에게 정체불명인 이 음식은 요즘 요가일래가 건강식으로 먹는 치아 (chia) 씨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니 치아 씨는 칼슘, 항산화제, 철분, 섬유질, 칼륨 등 영양분이 풍부하다. 아래는 요가일래가 재래시장에서 한국돈으로 6천원을 주고 구입한 치아 씨 400그램이다.



치아 씨 100그램에 내포되어 있는 영양분은 지방 34그램, 탄수화물 3.6그램, 섬유질 32.6그램, 단백질 23그램이다. 그리고 오메가 3이 20그램, 오메가 6이 7그램이다. 이 좋은 건강 음식물을 치아 사이로 낀다는 우려감으로 안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듯하다. 

맛있다고 하니 요가일래가 정식으로 치아 씨 요리해주겠다고 했다. 바로 그날이 왔다. 치아 씨로 음식을 만드는 모습으로 사진으로 찍어 주기도 했다. 아래는 요가일래의 치아 씨 요리법이다.

1. 1인당 한 끼 치아 씨 양은 35그램이다.



2. 1인당 우유는 약 200그램이다.



3. 치아 씨와 우유를 냄비에 넣고 약한 불에 끓인다.



4. 냄비 바닥에 눌지 않도록 자주 숟가락으로 저어 준다.



5. 조금씩 뻑뻑해진다.



6. 끓어 오르면 불을 끈다.



7. 불을 끈 후 10분 정도 놓아 둔다. 



8. 그 사이에 치아 씨 음식 위헤 올릴 것을 챙긴다. 후라이팬으로 사과를 조금 익힌다.



9. 뻑뻑해진 치아 씨 요리를 숟가락으로 푼다.



10. 그릇에 담는다.



11. 치아 씨 위에 익힌 사과, 잣, 대추야자, 탕콩버터 등을 얹는다.



이렇게 딸아이 덕분에 난생 처음 치아 씨 음식을 먹게 되었다.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한동안 배고픔을 잊었다. 이제부터 요가일래가 치아 씨 음식을 만든다면 치아에 낀다는 걱정을 제쳐 두고 언제라도 배급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톡톡 터지는 맛이 지금도 입안에 돈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2. 11. 07:55

나는 물건을 좀 넉넉하게 사자는 쪽이고 유럽인 아내는 꼭 필요한 만큼 사자는 쪽이다. 예를 들면 내 경우는 쌀 두 봉지를 한꺼번에 사서 하나는 먹고 다른 하나는 보관하다가 쌀이 떨어지면 곧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내 경우는 여유분을 보관해 두는 것보다 쌀이 떨어질 무렵에 쌀을 사면 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꼭 필요한 시점에 쌀 여유분이 없어서 쌀밥 대신에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봐라, 이럴 때를 대비해서 좀 더 사놓으면 좋잖아!"
"여기저기 보관함으로써 공간만 차지하는 것보다는 필요한만큼만 사는 것이 더 좋지!"

그래도 값이 싸면 넉넉히 사서 보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집 찬장은 열어 봐야만 그 안에 무엇이 보관되고 얼마나 남아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찬장 깊숙히 많이 남아 있는 물건인데도 없다고 생각하고 또 다시 사와서 바가지를 왕창 긁히곤 한다. 찬장 속 물건이 보이지 않으니까 있어도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밥을 지을 때 여러 곡물도 함께 넣고자 보관하고 있지만 흰쌀밥이 밥상에 오르기 일쑤다. 나이가 들어가니 눈에 보이는 것만 쉽게 요리해 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머문 지인의 집에서 좋은 방법을 얻었다. 바로 찬장에 있는 물건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지인은 재활용한 생수병에 곡물을 담아 부엌 선반 위에 올려 놓았다. 다양한 곡물 색깔으로 장식용에도 안성맞춤이다. 마치 곡물과 함께 더불어 숨 쉬며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우리 집의 물건 사기와 보관하기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보게 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빌뉴스 집에 있는 아내에게 우리도 이렇게 한번 해보자라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막상 집으로 돌아와 우리 집 부엌 환경을 살펴 보니 이 방법을 즉각 실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플라스티병 재활용도 할 수 있고 또 무엇이 얼마나 남아 있는 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방법은 부엌 환경이 되면 꼭 실행해 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