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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22. 06:32

집 근처에 있는 한 광장에는 매주 토요일 골동품 시장이 열린다. 날씨가 좋은 여름철엔 아침 산책길에 종종 들러곤 한다. 굳이 무엇을 사고자 하는 것보다는 어떤 옛 물건들이 있나 궁금하다. 고서, 동전, 기념뱃지, 은수저, 차주전차, 가구, 농기구 등등 다양하다. 어제 낮 바로 이 골동품 시장에 있다면서 친구가 전화를 했다. 시간 있으면 우리 집에 들러서 차라도 마시고 갈 것을 권했다.

"골동품에 관심 있어 갔니?"
"돈이 부족해 뭐 좀 팔아보려고."
"뭔데?"
"은숟가락."


그는 가방에서 은숟가락 두 개를 꺼내 보여주었다. 하나는 차숟가락, 다른 하나는 국숟가락이었다. 가격이 궁금했다. 적정가격은 차숟가락은 50리타스(2만5천원), 국숟가락은 100리타스(5만원)라고 했다.

"자네 같은 외국인이 오면 가격은 2-3배로 뛴다."
"그러니 내가 골동품 시장을 가지를 않는다. 불황인데 골동품 가격도 떨어지지 않았나?"
"세계 어디든지 언제라도 은은 은이다." (불황에 관계없이 은은 은값을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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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골동품 시장

왜 골동품을 간직하지 않고 팔려고 하느냐라는 물음이 이어졌다. 그는 두 직장을 동시에 다니고 있다. 하나는 부동산 중개업소이고, 다른 하나는 보험회사이다. 부동산 매매 수수료가 수입인데 불황으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버려 거래가 사라진 상태이다. 그러니 수입이 없다. 보험회사에서는 적은 기본금에 실적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두 달 동안 실적이 없으면 이 기본금마저도 받지를 못한다. 실직자는 늘어나고, 월급은 자꾸만 줄어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가 직장을 가진 소련시대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때는 길거리에서 검문해서 직장을 다니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 곧 일자리를 주는 시대였다. 적어도 걱정 없이 먹을 빵은 있었다. 먹을 것을 찾아서 이 쓰레기통 저 쓰레기통을 전전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부자는 없었지만, 우리 같은 평민들은 모두가 비슷한 월급에 비슷비슷하게 마음 편하게 살았다.  

"그렇다면 공산당에 표를 찍을 거니?"
"과거의 좋은 것은 버리지 말고 그대로 이어가자는 것이다."


자유와 경쟁이 주를 이루는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 모두가 직장과 기본적인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았던 소련 시대의 요소를 함께 구현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돈이 부족해 은숟가락을 팔아야 하는 친구에게 어제는 따뜻한 차를 대접했지만, 다음 번에 오면 따뜻한 밥을 대접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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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