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7. 11. 18:39

아침 일찍 호주에서 살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소리조차 기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와, 카이트(연)를 되찾았어!"
"뭐라고?"
"두 달 전에 잃어버린 카이트."
"어떻게 찾았니?"
"새로운 카이트를 오늘 구입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내 카이트를 찾았다고 아침에 시드니에서 전화가 왔어."  

마르티나의 취미는 카이트서핑이다. 이는 카이트(연)을 사용해 보드를 탄 상태에서 물 위를 활주하는 수상 스포츠다. 패러글라이딩과 서핑을 접목한 것이다.  


장비는 카이트, 조종용 라인(컨트롤바), 하네스 그리고 서핑보드다. 벨트처럼 허리에 차는 하네스(harness)는 카이트와 몸을 연결해주는 장치다. 카이트를 하늘에 띄워 바람과 저항하는 동력으로 서핑을 한다. 마르티나가 시드니 공항 앞바다에서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몇 해 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카이트서핑의 매력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바람을 가르고 물 위를 미끄려질 때 느끼는 짜릿한 맛이라고 한다.    



풍속과 실력에 따라 수미터 높이까지 점핑할 수도 있다. 
마르티나는 점핑을 시도하다 그만 바닷물에 첨벙... 


때론 하늘로 뛰어올라 얼마 동안 날 수도 있다.


카이트의 크기는 바람의 세기, 타는 사람의 몸무게 또는 서핑보드에 따라 다르다. 보통 4-15미터 정도다. 바로 아래 있는 카이트를 마르티나가 잃어버렸다.  


두 달 전에 카이트서핑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해서 자동차 짐칸에 실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카이트가 든 배낭만 사라졌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었을 것이다. 
몇 해 전 자동차로 크로아티아를 가족여행할 때 일이다. 휴게소에서 쉬면서 숙소에서 타온 커피를 잔에 붓고 보온병을 자동차 짐칸 위에 올려 놓았다.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그리고 차를 타고 이동했다. 나중에 커피를 마시려고 보은병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뿔싸, 짐칸 위에 올려놓은 보온병을 챙기지 않고 그냥 와버린 것이다. 정말 아내가 아끼던 한국산 보온병이었는데...       

마르티나가 정신을 가다듬고 살펴보니 자동차 짐칸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도중에 카이트가 밖으로 떨어져 나가버렸다. 카이트서핑 동호인들에게 잃어버린 사실을 알리고 경찰서에 분실신고를 하고 사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찾지를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두 달이 흘렸고 그동안 동호인에게 카이트를 빌려서 서핑을 하곤 했다.

새로운 카이트를 구입하려고 한 날인 오늘 시드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카이트서핑 장비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전화했다. 어떤 사람이 두 달 전에 길에서 카이트가 든 배낭을 주었는데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 사람의 주인 찾아주기 전화를 받자마자 친구는 카이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마르티나는 약 130만원 하는 새로운 카이트를 사려는 날 두 달 전에 잃어버린 카이트를 되찾게 된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 되찾기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실직한 마르티나[관련글은 여기로]에게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세상 어느 곳에는 이런 훈훈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하필 매장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마르티나 친구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30. 06:20

아파트 게시판에 꽂아놓은 20유로 사진이 공개되어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빠르게 펴지고 있다. 


20유로 습득물 
아파트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발견했음 
9월 11일 18시 30분

이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 한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습득물 공고 쪽지이다. 쪽지뿐만 아니라 20유로 지폐까지 붙여져있다. 

이 사진을 보면서 21년 전 처음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강하게 받은 인상이 떠올랐다. 당시 헬싱키에 사는 친구는 교외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주말을 이 별장에서 보내게 되었다. 별장에는 도심의 아파트에 준하는 살림도구와 가전제품 등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다음날 헬싱키로 돌아가는 데 친구는 자신의 별장 현관문을 닫기만 하고 담그지 않았다.

"문 잠그기를 잊지마!"
"여긴 잠글 필요가 없어."
"왜?"
"도둑이 없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잠그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잠거 놓으면 혹시 길을 잃은 사람이나 잠시 필요한 사람이 이 별장을 사용할 수가 없잖아."

잠거 놓지 않으면 남의 것이라도 누군가 가겨갈 것 같은 불안에 익숙한 나에게 당시 핀란드 친구의 말은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둑맞기를 걱정하는 대신에 필요한 누군가가 사용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친구는 나와는 분명히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여겨졌다. 

이런 경험을 가진 나에게 아파트 계단에서 주운 20유로 지폐를 게시판에 꽂아놓은 헬싱키 사람의 선행은 쉽게 이해된다. 

3년 전 우리 아파트 계단에서 한국돈으로 약 5만원에 해당하는 100리타스를 주웠다. 그래서 그 자리 벽에 습득물 안내 쪽지를 붙였다. 얼마나 후 우리 아파트 초인종을 누른 사람을 보니 바로 아랫층 이웃이었다. 그는 감사의 뜻으로 비싼 술을 선물로 가져왔다.   

▲ 2년전 우리 집 아파트 계단에서 현금을 주워서 주인을 찾는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번 여름 한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했다. 한 가게에서 한 손님이 지갑을 가게 진열대에 놓고 계산했다.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그만 지갑을 챙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15분 후 이 가게에 들러 지갑 여부를 물으니 대답은 뻔했다.  "전혀 본 적이 없어." 
 
잃어버린 모든 것이 제 자리에 그대로 있는 있는 세상을 원하는 것은 아니만,  분노감과 안타까움이 한 동안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 습득물 20유로를 아파트 게시판에 꽂아놓은 헬싱키 사람의 행위가 더욱 빛을 발휘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14. 07:17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을 외국 여행 마지막 밤 호텔에 놓아두고 그만 자기 나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이 경우는 좋은 편이다. 물론 이는 호텔 관계자가 정직하다는 전제 아래로 가능하다. 호텔에서 보지 못했다면 그냥 길거리에서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젠가 딸아이가 길거리에서 아이폰을 습득해 집으로 가져왔다[관련글: 하교길에 주운 아이폰 빨리 집으로 가져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수신 전화를 확인하고 그 전화로 휴대폰 습득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만약 주운 휴대폰이 꺼져 있을 때다. 암호를 모르니 수신 전화 번호를 확인할 수가 없다. 

휴대폰 습득과 관련한 사진이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어떤 정직한 사람이 휴대폰을 습득했다. 하지만 그 돌려주는 방식이 끔찍하다. 마치 현상금 공지를 보는 듯하다. 휴대폰에 못을 박아서 나무 기둥에 붙여 놓았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휴대폰 습득했음>
 
설정 냄새가 나지만, 현실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끝까지 착한 마음으로 주인을 찾아준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7. 27. 07:59

6월 29일 한국에서 온 손님 일행과 리투아니아를 떠나 이웃 나라 라트비아를 방문했다. 바로크 건축물로 유명한 룬달레 여름궁전을 찾았다. 궁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인근 식당에 들렀다.

아내는 혹시나 해서 방석 가방을 차에서 꺼내 들고 갔다. 식사하는 동안 이 가방을 내 옆에 놓아두었다. 식사를 하고 뜰에 있는 버찌를 보니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 이어 일행이 하나 둘씩 일어섰다. 식탁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곧장 궁전으로 들어갔다. 

여러 동안 우리 가족의 여름 일광욕을 편하게 해준 방석이 담긴 가방을 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리고 여름궁전 구경을 마쳤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거쳐 해변도시로 유명한 유르말라에 도착했다. 저녁 무렵이라 해수욕과 일광욕을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유르말라 해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방석을 집에서 가져갔는데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이 지난 후에야 방석이 떠올랐다. 식구 모두 그때까지 방석이라는 존재를 잊고 있다. 어디에 놓았을까? 모두들 쉽게 기억했다. 바로 룬달레 식당이었다.

"누가 가져갔겠지."
"가치도 없는데 누가 가져갔겠어? 
"식당에서 버렸을까?"
"그래도 당신이 이번에 가니 식당에 가서 물어나봐."

관광 안내를 하느라 7월 24일 룬달레 궁전을 방문했다. 방문을 마친 후 버스 타기 전 약간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고, 닫힌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달 전에 저 바같 식탁 의자에 방석을 놓아두었는데......"
"방석? 잠깐만."


종업원은 부엌에 들어가더니 라트비아어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오더니 의자 방석을 놓는 가구에서 여러 방석을 뒤적거렸다. 그 방석 사이에 우리 방석 가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거의 한 달이 다 지나가는데에도 보잘 것 없는 것을 보관하고 있다니!" 
기쁨과 감탄이 교차되었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앉았던 방석을 되찾게 되었다. 아직 되찾은 사실을 모르는 딸아이가 이 블로그 글을 본다면 제일 기뻐할 것 같다. 버렸을 것이라는 절망감으로 찾아갔는데 이렇게 되찾으니 기쁨이 배가 되었다. 이제 여행갈 때는 물건에 명함이나 이메일 주소를 붙여놓아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니 약간만이라도 선의를 가진 사람이 먼저 찾는다면 메일로 쉽게 연락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1. 22. 06:01

금요일 리투아니아 언론들은 30대 남자의 선행을 소개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82세 연금수령자 비타우타스는 시골에서 인근 도시로 일을 보러 나왔다. 버스정류장 근처 거리에서 지갑이 그만 그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 지갑뿐만 아니라 여권, 기타 증명서도 함께 흘러내려갔다. 그는 전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건설근로자 스타시스(36세)는 일을 마치고 거리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눈 덥힌 거리에서 살짝 지갑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주워보니 정말 지갑이었다. 그 속에는 1500리타스(약 70만원)가 들어있었다. 증명서로 쉽게 신원을 알 수 있었다. "연금수령자가 얼마 괴로울까?"라고 생각하면서 다음날 아침 곧 바로 그는 인근 경찰서를 방문해 주운 물건 모두를 그대로 주인을 찾아서 돌려주라고 맡겼다.

경찰은 지갑의 주인에게 연락해 전달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엄청나게 큰 금액을 잃어버려 무척 마음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찾게 되어서 정말 기뻤다. 70만원이면 누구에게나 큰 돈이다. 돈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그대로 돌려준 30대 리투아니아 남자의 선행에 박수를 보낸다.

▲ 2년전 우리 집 아파트 계단에서 현금을 주워서 주인을 찾는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 소식을 접하자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에 그동안 지갑이나 유실물에 대해 글이 떠올랐다.
- 아파트 계단에서 주운 돈 어떻게 했을까?
- 어둠 속에서도 모든 것이 검지만은 않네요 (잃어버린 지갑을 돌려받은 후 헝가리 노인의 반응)
- 자기 지갑을 몰라본 사람의 기적같은 행운

* 최근글: 화물차에 붙어있는 거대한 광고 15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6. 29. 09:00

며칠 전 9살 딸아이 요가일래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 둘이서 열심히 놀다가 그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딸아이는 친구를 가까운 네거리 신호등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왔다. 그런데 딸아이는 난데없이 20리타스(한국돈으로 약 1만원)를 흔들면서 기쁨이 넘쳐났다.

"아빠, 나 20리타스 주섰다!!!!" 
"그래? 그렇게 큰 돈을? 어디서?"
"내가 친구를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 20리타스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너는 기쁘지?"
"정말 기뻐!"
"그런데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슬플까?"
"잃어버린 사람이 바보야! 자기 돈을 잘 보관해야지. 떨어져 있는 것을 내가 찾았으니 이제 내 것이야."

잠시 침묵이 흘렸다.

"만약 잃어버린 사람이 아주 가난한 사람인데 그 돈으로 빵을 사려고 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배가 고플까?"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봐. 만약 주운 사람이 술주정뱅이인데 이 돈으로 술을 살 수도 있잖아. 내가 주워서 나중에 좋은 물건을 사면 잃어버린 사람도 좋아할 거야."
"주운 것은 혼자 쓰는 것보다도 좋은 일에 쓰는 것이 좋겠다. 나중에 그 돈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데 쓰자."
"안 돼. 이것은 이제 내 돈이야. 그러면 아빠가 이 돈만큼 다른 사람을 도와줘."

▲ 리투아니아 지폐 20리타스 앞면과 뒷면
 

보니 돈이 세뱃돈처럼 깨끗해서 아이들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쉽게 들 것 같았다. 또한 동전이 아니라 지폐이니 돈 욕심이 더 날 법했다. 딸아이에게 함부러 길에 있는 물건을 줍지 말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너보다 더 돈이 필요한 사람이 그 돈을 주워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 이젠 그만! 주위에 (잃어버린 돈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내가 먼저 보았고, 내가 주섰어. 나도 돈이 필요해. 자꾸 모아야 돼."

언젠가 딸아이가 자라서 "길에 흘린 물건이라도 줍지 말라. 흘려서 마음 아플 그 액과 물건을 같이 가져 온다."라는 소태산의 법어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회되면 딸아이가 주운 그 돈만큼 좋은 일을 하는데 쓰도록 지갑문을 항상 열어놓아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25. 07:29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산책다하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전봇대나 벽보, 담벼락 등에 잃어버린 것을 찾는 안내문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찾는 경우이다. 


그런데 일전에 본 전단지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찾고 있는 물건이 디지털 카메라였다. "제가 선물로 받은 것이고 제게 아주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찾아주시는 분에게 사례하겠습니다."  


무엇이든지 잃어버리면 참으로 속상하다. 일전에 어디를 다녀왔는 데 그 곳 욕실에 아주 좋은 긴수건을 사용한 후에 놓아두고 와버렸다. 집으로 돌아와서 물건을 챙기던 아내가 물었다.

"긴수건 하나 없어졌어."
"사용하고 (그 집) 욕실에 놓아두었는데."

아내보다 내가 먼저 욕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내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옆에 있던 딸이 끼어들었다. 

"잃어버릴 수 있지 뭐. 괜찮아!"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늘 되새기는 글이 있다:
[옛날 초(楚)나라 사람이 실물을 하매, 초왕은 "초인이 잃으매 초인이 얻으리라" 하였는데, 그 후 공자께서는 "사람이 잃으매 사람이 얻으리라" 하셨고, 우리 대종사께서는 "만물이 잃으매 만물이 얻으리라" 하시었었나니......] - <정산종사법어> 도운편(道運編) 제24장

* 최근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1. 28. 06:34

어제 낮 아파트내 계단에서 지폐를 발견했다. 지폐의 액수가 제법 컸다. 100리타스였다. 한국돈으로 5만원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주웠다. 아파트 내에 있는 계단이니 잃은 사람은 이웃 사람이거나 손님일 것이다.

횡재라 생각하고 그냥 지갑에 넣을 수도 있지만,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했다. 종이에 리투아니아어로 "어제 이 자리에서 발견한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쓰고 전화번호를 넣었다. 붙이기 전 이 안내문을 두 딸에게 보여주었다. 기발한 생각이라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서 요가일래와 함께 붙여놓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어제 100리타스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맞았다. 우리 아파트 현관문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알고보니 바로 아래층에 사는 청년이었다. 그는 100리타스를 가지고 쇼핑을 갔는데 계산하려고 보니 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조금 후 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그 청년이었다. 그는 스페인산 Torres 꼬낙 한 병을 감사 선물로 주었다. 극구 사양했지만 끝내 받아야 했다. 횡재로 얻은 기쁨보다도 이렇게 주인을 찾아준 기쁨이 더 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건을 주우면 어떻게 해야지?"라고 8살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물었다.
"주인을 찾아서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말보다 더 효과적인 실천을 통해서 요가일래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계기를 준 이웃집 청년이 무척 고맙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 최근글: 폴란드 대통령, 아동성범죄자 거세에 서명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