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21. 11. 19. 15:47

단일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에 살다보니 환율에 둔감하고 또한 카드결제에 익숙해져 있으니 현금사용이 낯설다. 지금껏 대부분 해외여행에서는 따로 크게 현금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숙박이나 렌트 비용을 미리 카드로 선지급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집트 여행은 항공료, 숙박료 그리고 식사비 일체가 포함된 여행상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더욱 현금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인 친구는 출국일 저녁에 찾아와 1유로짜리 동전을 여러 개 가져가면 좋을 것이다라고 한다. 이유는 호의를 베푸는 종업원들에게 답례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요즘 환율에 따르면 1 유로가 1.14 미국 달러다. 그런데 이집트 후르가다에서는 1 유로와 1 미국달러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워낙 유로권 유럽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또한 환율계산하기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정찰제가 아니고 점원이 부르는 것이 값이다. 얼마나 흥정을 잘하는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내는 값이 달라진다.


글씨그림으로 이름을 써주는 곳의 가격표다.
작은 이름 10$€ 9새로운 화폐기호 등장)
큰 이름 15$ 15€

새로운 화폐기호 등장 10$€

하루는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데 종업원이 반갑게 다가온다. 몇 차례 좋은 식당 자리로 우리를 안내주고 음료수를 직접 받아서 가져다주는 등 편리를 제공해주던 사람이다. 이런 경우 매번 1 유로로 답례를 한다. 안면이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5 유로를 동전으로 줄 테니 5 유로짜리 지폐를 줄 수 있니?”
“마침 유로 동전이 바닥이 났는데 잘 되었다. 그렇게 하자.”
“이것은 안 될까?”라며 그는 말을 이어간다.
“뭔데?”
“10 유로짜리 지폐를 주면 동전 5 유로와 5 달러짜리 지폐를 줄 수 있다.”
“엄연히 유로와 달러는 가치가 서로 다르다. 그건 안 되겠다.”
“그러면 동전 5 유로와 5 유로짜리 지폐를 교환하자.”
“좋다.”
 


그는 1 유로짜리 동전 두 개와 50 센트짜리 4개를 탁자 위에 놓는다.
“동전 5유로가 아니라 합쳐서 4 유로밖에 안 된다.”
“나에게 팁으로 1 유로 주지 않을 것인가!? 그러니 4 유로다.”

주고받으면 되지 주지도 않고 줄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고 처음부터 4 유로를 주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듯하다. 더욱이 이날은 우리에게 아무런 봉사도 하지 않았다. 따지려고 하다가 우리는 웃으면서 “아, 여기는 이렇구나! 벌써 많이 써먹은 솜씨구나!“라고 우리끼리 말하면서 5 유로짜리 지폐를 건네주고 동전 4 유로를 챙긴다.

말 한마디에 65 유로 신발이 30 유로로
큰딸 마르티나가 호텔 내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간다.
“이 신발 얼마?”
“65 달러나 65 유로!”
“우리 친척 중 이집트 사람이 있는데 이집트 가격에 빠삭하다.”
“아, 그렇다면 30 달러나 30 유로만 줘.”
“이렇게 신발까지 사니 우리 할머니이게 냉장고 자석장식물 하나 주라.”
“그냥 가져가라.”

호텔 내 가게 진열장 모습
과자 한 봉지를 사는데 점원이 마르티나 옆에 바삭 붙어있다. 그 옆에는 할머니가 냉장고 자석장식물을 보고 있다.
“당신이 마음에 드니 할머니에게 자석장식물 하나 골라서 무료로 가져가라고 해라”라고 한다.
자석장식물은 1-2 유로라고 부른다. 2 유로에 그냥 가져갈 수도 있고 흥정하면 1 유로에 가져갈 수도 있고 손녀와 같이 가면 그냥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정찰 가격에 없다. 점원이 부르는 것이 값이다.
다른 날 호텔 내에 들어간다.
“이 치마와 가방이 얼마?“
“120 달러나 120 유로다.”
“둘 다 합쳐서 20 유로에 안 팔면 그냥 나갈게.”
“그러면 30 유로에 가져가라.”

다시 가고 싶은 남쪽이다!
120 유로는 요즘 환율에 따르면 137 달러다. 차이가 무려 17 달러다. 그런데 이집트 후르가다에서는 120 유로가 120 달러와 동일하다.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순진한 사람들로부터 폭리를 쉽게 얻을 낼 듯하다. 바깥세상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1 유로와 1 달러는 동일한 가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우리가 이들에게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듯하다. 아무튼 이집트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유로보다는 미국달러를 가져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 참고로 1 유로 동전이나 1 달러짜리 지폐를 여유 있게 가져가길 바란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5. 1. 12. 07:16

작은 나라들로 구성된 발트3국을 다니면 몇 해 전만 해도 화폐가 다 달라서 현금 사용자가 여행하기에 불편했다. 가게에서는 현지 통화만 고집을 해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하는 관광객들을 쉽지 않게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화폐 이름으로 에스토니아는 크론,  라트비아는 라트, 리투아니아는 리타스였다. 

그러던 것이 이 세 나라가 이제는 모두 유럽의 여러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공동화폐 유로(euro)를 도입하게 되었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라트비아는 2014년, 그리고 리투아니아는 2015년부터 각각 유로 사용 국가가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19번째 유로 사용 국가다. 사용하기 시작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일상에서 불편은 없다. 더우기 집안에 현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화폐의 모양과 이름이 바꿨을 뿐이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도 은행에 가져가면 자동 기계가 있어 쉽게 유로로 환전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가격  수치의 변화다.
이것이 착각으로 소비심리를 부채질할 수 있다.

1유로는 3.455 리타스다. 유로 수치에 비해 리타스 수치가 3배 이상이 높다.
수치가 높으니 리타스 가격이 괜히 더 비싸 보이고, 유로 가격은 더 싸 보인다. 


이런 가격 착각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당분간 리타스와 유로로 가격을 병행 표시해야 한다. 귤 1킬로그램당 리타스는 5.01이고, 유로는 1.45이다. 순간적으로 옛 가격 수치에 익숙한 눈에는 이렇게 가격이 엄청 싸져 보인다. 마치 가격 폭락이 이루어진 듯하다.

 


위에 영수증은 최근 큰상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후 받은 영수증이다. 많은 물건을 샀지만, 가격 수치는 겨우(?) 19,17이다. 


* 파란 원 안에는 지갑에 들어온 최초의 유로 동전


리투아니아 화폐로는 66.19이고, 유로  화폐로는 19.17이다. 괜히 싼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한 듯한 착각으로 당분간 지갑에서 돈이 더 쉽게 나갈 듯하다. 참가로 리투아니아 부가가치세는 21%이다. 물품 하나 구입으로 21%의 세금을 내게 된다. 가격 수치는 나아져 물품값이 싸게 보여 좋지만, 월급 액수가 더 낮아져 상대적으로 더 빈곤해 보인다. 팍 줄어든 월급 액수에 폭락해 보이는 가격이 더욱 씀씀이를 유혹질하고 있는 형국이 바로 지금이다. ㅎㅎㅎ



유로 도입과 비슷한 효과를 노린 듯한 서울의 어느 한 식당의 가격  차림표다. 14,000원 대신에 W14.0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편 서울의 또 다른 식당은 음식값을 아예 원화 대신 달러화로 표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이해가 쉽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9. 24. 06:33

유럽 인터넷 언론 보도(출처: 1, 2)에 따르면 그리스 북서지방 이오안니나(Ioannina) 도시의 한 광장 근처에서 지난 금요일 9-10살 어린이들이 놀다가 4만 3천유로가 든 가방을 발견했다. 이오안니나는 해발 약 500미터에 자리 잡은 도시로 이피로스 주의 주도이다.  

* 미치겔리 산에서 바라본 이오안니나와 팜보티다 호수 전경(사진: 위키백과)

이 가방은 버러진 건물 숨겨져 있었다. 이 건물은 인근에 사는 83세 할머니 소유로 밝혀졌다. 그는 3년 전 그리스가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은행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은행에 저축했던 돈을 찾아서 가방에 담아 건물에 숨겨놓았다.

그는 가방에 든 정확한 액수를 기억하지는 못하고 약 5만-7만 유로로 추측하고 있다. 그리스 경제 위기 시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은행으로부터 인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유로 지폐 뒷면에 표기된 EURO와 ΕΥΡΩ는 각각 라틴어와 그리스어이다

은행에 돈을 맡길 것인지, 집 안 어디에 숨겨놓을 것인지는 가진 자들의 영원한 고민이 아닐까...... 

연세 드신 이들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주 않고 집 안 어디에 숨겨놓다가는 아무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법하다. 혹시 할머니가 잊고 지내다가 어린이들 덕분에 다시 찾은 것은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1. 31. 08:56

올해는 유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해이다. 6월 8일 개막전, 7월 1일 결승전이 열린다. 이번 유로컵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동시 개최국이다. 참가국은 16개국이다.

A조: 폴란드, 그리스, 러시아, 체코
B조: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포르투갈 
C조: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크로아티아
D조: 우크라이나, 스웨덴, 프랑스, 잉글랜드
 
[Fot. Bartosz Bobkowski / Agencjac 출처 source link]
 

29일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이 개관되었다. 이곳에서 "유로컵 2012" 개막전이 열린다. 이 경기장은 면적이 20만4천 평방미터, 수용인원이 5만8천명이다. 총공사비로 6억4천백만달러가 소요되었다.


아래는 "유로컵 2012"이 열리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경기장 모습이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바르샤바 Warsaw
키예프 Kiev
그단스크 Gdansk
도네츠크 Donetsk
포즈난 Poznan
카르키프 Kharkiv
브로쯔와프 Wroclaw
리비우 Lviv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1. 27. 06:11

아일랜드의 실직 예술가 프랭그 버클리( Frank Buckley)는 더블린(Dublin)에 이색적인 집을 지어서 화제를 모우고 있다. 주된 건축자재는 다름 아닌 유럽 연합의 공용 화폐인 유로 지폐이다. 그가 집을 짓는데 사용한 지폐는 14억 유로(18억2천만 미화달러)이다. 

유로 지폐로 벽돌을 만들어 벽을 쌓았고, 찢어진 유로 지폐로 카페트를 만들었다. 부동산 건축 붐이 절정에 달한 4년 전에 완공된 후부터 비어있는 사무실 건물 로비에 유로 지폐 아파트를 지었다. 2011년 12월부터 그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그는 자신의 아파트를 "10억 유로 집"으로 부른다. 아파트는 거실, 욕실, 침실, 부엌 그리고 샤워실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건축비는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가장 큰 지출은 벽지인데 고작 35유로였다. 목재는 건건축자재 공급자로부터 기증받았다. 그렇다면 건축자재로 쓴 14억 유로 지폐는 무엇인가?


이는 아일랜드 중앙은행 조폐소가 사용을 중지시킨 유로 지폐였다. 그는 이 지폐를 구해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지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건물에 수십억을 쏟아부었다. 나는 무(無)에서 무엇인가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그는 현지 언론인들에게 말했다(출처, source). 그는 방문자들이 유로의 위상에 대해 생각해보고 화폐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화하길 바란다. 

그는 유럽 정치가들이 유로 통화를 보전하길 응원하다. 하지만 만약 떨어진다면 사용이 중지된 유로 지폐를 기쁘게 받아 더 많은 건축물을 짓고 싶어한다. 비록 더 이상 사용이 중지가 된 종이에 불과한 유로 지폐이지만, 이를 가지고 아파트를 짓고자 한 것은 참으로 예술가다운 발상이다.

* 최근글: 쏜살같이 활 쏘는 러시아女 화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 18. 07:42

며칠 전 저녁에 혼자 TV를 시청하고 있던 초등학생 4학년생 딸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급하게 불렀다. 

"엄마, 아빠, 빨리 와! TV에 에스페란토!!!"

부모의 공용어가 에스페란토이므로 딸아이가 TV에서 이 단어를 듣자 이를 큰 소식으로 여기고 부모를 불렀다. 딸아이가 보고 있던 프로그램은 "지식 퀴즈 10만 유로"였다.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알아맞히면 10만 유로(1억 5천만원) 상금을 받는다. 


문제:
"지폐에 EURO 단어는 2언어로 표기되어 있다. 하나는 라틴어이고, 다른 언어는 무엇일까?"
선택: 러시아어, 우드무르트어, 그리스어, 에스페란토

유로에 대해 잠깐 설명하고자 한다. 유로(통화 기호: )는 유럽연합의 공식 통화로 현재 유럽연합 17개 회원국과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9국에서 통용되고 있다. 2002년부터 정식으로 동전과 지폐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아직 유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로를 여러 번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유로 단어가 두 개의 언어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도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정답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위 네 개 언어 중 어느 것이 정답일까? 

학창시절 객관식 4지 선다형에 익숙한 솜씨로 머리를 굴러보았다. 유럽연합 통화이니 러시아어, 우드무르트어는 절대로 아닐 것이다. 남은 것은 그리스어와 에스페란토이다. 심정적으로 에스페란토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초기 회원국이자 유로존 회원국이다. 더욱이 유로의 에스페란토 표기는 EŬRO이다. U 자에 꺼꾸로 된 삿갓이 첨가되어 있다. 

그러므로 선택한 정답은 그리스어이다. 과연 그럴까? 아내와 딸아이는 집안에 모아놓은 유로 지폐를 가져와서 확인했다.
 

숫자 뒤에 표기된 EURO와 ΕΥΡΩ는 각각 라틴어와 그리스어이다. TV 퀴즈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딸아이가 불러주지 않았으면 여전히 이 두 언어의 존재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에스페란토 덕분에 유로 지폐에 있는 두 언어를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1. 15. 08:48

한 때 유럽 여행객들은 가는 나라마다 새로운 화폐로 환전해야 했다.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각국 동전은 처치하기 곤란한 짐이 되기도 했다. 베테랑 여행자들은 환율이 좋은 환전소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낯선 풍경이 되었다. 현재 유럽연합(EU)의 16개국이 유로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유럽 국가들은 경제공동체와 아울러 단일통화 도입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단일통화 도입이 확정됐고, 1995년에는 단일통화 이름이 ‘유로’로 결정됐다. 유로가 정식 화폐로 도입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마침내 2002년부터 자국화폐 대신 유로가 일상생활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유럽인들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단일통화를 추구해 왔다. 바로 만국공통어 사용을 주장하는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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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4년 소인이 찍힌 에스페란토 엽서 (4.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요구하라)
 
"프롬유로"는 단일통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을 촉진하기 위해 유럽투자은행과 유럽위원회 등이 1990년 설립한 비영리기구다. 이 기구가 펴낸 ‘유럽을 위한 유로’라는 책자에는 1934년 9월13일자 소인이 찍힌 우편엽서가 실려 있다. 루마니아에서 발행된 엽서의 발신지는 스페인, 수신자는 프랑스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사용자)다. 에스페란토로 쓰인 이 엽서는 유럽인들에게 호소하는 열 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을 믿어라, 유럽 단일경제구역 창설을 지지하라, 유럽 의회를 대표하는 공동의회 창설을 홍보하라 등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열 가지 내용 중 네 번째 사항은 ‘공동 유럽군대 창설과 유럽 단일통화 도입을 요구하라’다.

1907년부터 공동통화 제조 유통 … 회비 내고 잡지 구입 등에 사용
에스페란토는 세계평화 실현을 목표로 폴란드인인 자멘호프가 창안해 1887년 발표한 언어다.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초기부터 만국공통어 실현과 함께 단일통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에스페란티스토들 사이에서만 통용됐으나 이미 20세기 벽두에 유럽 공동화폐를 실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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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사용한 공동통화 "스텔로"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언어학자이자 에스페란티스토인 소쉬르의 제안에 따라 1907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스페스밀로’라는 공동통화를 제조해 사용했다. 독일 에스페란티스토인 차우나는 1921년부터 유럽 단일통화 연구에 몰두했다. 에스페란토 국제조직인 ‘세계연맹’은 기존 지폐에 이어 1959년부터 '스텔로(뜻은 별)라는 동전을 통용시켰다. 비록 에스페란티스토 사이에서만 사용됐지만 이 화폐는 회비를 내고 잡지를 구독하거나 도서를 구입하는 등 기존 화폐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유로의 아버지는 에스페란티스토
그렇다면 현재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euro)라는 이름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세계 에스페란토 협회 기관지 Esperanto 2010년 1월호는 이에 대한 글을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euro"라는 이름을 짓은 사람은 벨기에서 중학교 교사이자 에스페란티스토인 게르마인 피를로트(Germain Pirlo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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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에페란토 협회 기관지 "에스페란토" 2010년 1월호에 실린 관련 기사 화면 촬영

그는 1995년 8월 4일 당시 유럽집행위원장인 작크 상테르(Jacques Santer)에게 새로운 유럽 통화에 "유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자라는 제안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 해 9월 18일 상테르는 피를로트에게 그의 제안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냈다. 1995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

유로는 단일통화로 완전히 정착되고 있지만, EU는 여전히 회원국간의 언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EU는 회원국 언어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 확대로 인해 늘어나는 통번역비 등으로 업무어수(業務語數) 축소, 또는 하나의 공용어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유로와 에스페란토는 통일성을 추구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유로는 각국의 기존 화폐를 사라지게 하고, 에스페란토는 각국의 기존 언어들을 존중하는 1민족 2언어 주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유로와 에스페란토의 차이점이다.

* 관련글: 영어 홍수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에스페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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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