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18.11.16 07:30

11월 초중순에 잠시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은 다름아닌 감이다. 때론 단감 때론 홍시였다. 잎이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익어가는 감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전북 익산의 한 주택의 좁은 뜰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다. 마치 굵게 묶힌 전선줄이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얇은 가지를 지탱해주고 있는 듯하다.  

  
경기도 수원 화성에 있는 동북노대(쇠뇌를 쏘기 위해 높게 지은 건물) 밖에서도 감이 점점 자연 홍시로 변해가고 있다. 손이 닿는다면 홍시를 따 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아래는 대구 팔공산 입구 봉무동에서 만난 감나무다. 인기척이 있는데도 새 한 마리가 홍시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비슷한 색상 속에서 어떻게 홍시를 잘 알아볼 수 있는지... 사다리가 있다면 올라가 나도 따 먹고 싶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긴 장대로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뭇가지 위에 몰랑몰랑한 빨간 홍시를 찾아 따먹곤 했다. 단감보다 홍시를 더 좋아한다. 어느 날 나와 이번 한국 방문에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는 홍시 한 쟁반을 대접 받았다.   


이 쟁반을 앞에 두고 그에게 물아보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
"보아하니 토마토네!!!"
"정말?"
"그럼 한번 먹어봐." 


"이잉~~~ 토마토가 아니네! 정말 달고 부드럽다. 뭐지?"
"떫은 맛이 사라진 잘 익은 감이다. 이를 홍시라고 해."
"난생 처음 먹어본 홍시 정말 맛있다."


정말이지 이날 대접 받은 홍시는 보기에 딱 잘 익은 토마토를 닮았다. 폴란드인 친구는 단숨에 홍시 하나를 먹어 버렸다. 내가 오물오물 씹으면서 꺼낸 감씨앗에 의아해 했다. 그는 홍시의 단맛과 물렁물렁함에 감씨앗을 느끼지 못한 채 쭉 빨아 먹어 버렸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면 먹기 힘든 홍시를 기회 있는 대로 마음껏 먹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02.26 07:31

거의 매년 음력 설날이 되면 우리 집에 행사가 하나 있다. 음력 1월 1일은 한인회장님 댁에서 교민들이 모여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설날이 있는 주의 주말에 유럽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다. 보잘 것 없지만 한국 음식을 마련해 함께 식사하면서 동양의 설날을 축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지난 금요일 초대했다. 가급적으로 동양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온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이날 붉은 색 옷을 입었다. 어떤 이는 인도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고, 어떤 이는 중국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다.  


아래는 우리가 마련한 음식의 일부다. 김밥은 원래 내가 만들기로 했으나, 갑자기 감기 기운이 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13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들었다. 잡채는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만들었다. 2월 초 우리 집에 온 한국 손님이 요리법을 일러주었다. 아내가 직접 잡채를 혼자 요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다들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성공한 듯했다. 김치는 아내와 내가 함께 담갔고, 닭고기는 아내가 요리했다. 세 식구가 이렇게 분업하여 설 손님 맞이 음식을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거실 상에 음식을 전부 놓았는데, 올해는 부엌에 놓고 사람들이 각자 먹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상이 좀 빈약해 보였지만, 술이나 음료수, 잔 등을 위한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식사를 마친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품이 걸린 문제 풀기가 시작되었다. 사전에 예고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긴긴 밤을 그냥 덕담과 잡담으로만 보내기에는 아까웠다. 모임이 좀 더 유익하도록 우리 식구들이 의견을 모아 한국에 대한 질문 10가지를 내고 맞추는 사람에게 한국적인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비록 여기가 리투아니아이지만, 한국인을 친구로 두고 있으니, 한국에 대해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순간적이라도 알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어떤 문제를 낼 것인가 참 고민스러웠다. 흥미를 끌어내야 하니 어려운 문제는 피하는 것이 좋고, 한편 꼭 맞히게 하는 것보다 지식을 갖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아내와 내가 의논해서 만들었고, 파워포인트 파일은 딸아이가 만들었다. 


열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월력에 따르면 1달은 몇 일이고 1년은 몇 일인가?
   아무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비슷하게 맞춘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2. (오늘 우리 집에서 먹은) 김치는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나?  
   가장 많은 재료를 말하는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3.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 기업 3개를 언급하고 각 기업은 무엇을 주로 생산하나?
   모두 삼성과 현대를 맞췄지만, LG는 첫 자가 L로 시작한다는 암시로 누가 맞췄다.
4. 한국은 언제 세워졌나?
   아무도 정확하게 몰랐다. 한 사람이 기원전 2000년이라 추측했다. 그가 상품을 받았다. 
   모두들 한국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것에 놀랐다.
5.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술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6. 언제 한국이 공식적으로 둘로 분단되었나?
   한 사람만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답을 맞혔다.
7. 한국에서 가장 큰 섬이고,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가진 섬은?
   정답을 맞혔다.
8. 한국어 철자 이름은?
   아쉽게도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
9. 언제 한국에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열렸고, 또 언제 한국이 또 이 대회를 유치하고자 하나?
   열린 대회 년도는 몰랐지만, 유치하고자 하는 대회는 알아맞혔다. 
10.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한 유럽 최초 국가는?
   서유럽 여러 나라들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고, 나중에 범위를 좁혀 동유럽, 발트 3국 중에 있다고 하자        그때서야 답이 나왔다. 답은 리투아니아. [관련글: http://blog.chojus.com/4173]
   한국과 리투아니아 사이에 이런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 기뻐했다.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서 한국 관련 질문과 답맞히기는 끝이 났다.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친구들은 "오늘 한국 음식도 맛있었고, 한국에 대해 공부도 잘 했다"면서 좋아했다. 우리 집 세 식구가 협력해 준비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5.02.02 08:33

3년 연속으로 1월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주된 이유는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열리는 원불교 국제선방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올해는 1월 16일에서 19일까지 충남 논산 삼동훈련원에서 러시아, 리투아니아, 일본, 중국, 파키스탄, 헝가리 등지에 온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합쳐 40여몀이 참가햇다.  


여러 행사들 중 외국인들이 참 좋아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 전통탈춤 강연 시간이었다. 것 흥미로워 이날 행사에서 재미난 것은 탈춤 동장 배우기였다. 


탈춤 지도를 맡은 에스페란토인 조문주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타령장단에 건드렁, 자진화장무, 여닫이, 멍석말이, 배치기, 어깨치기, 용트림의 7가지 동작을 하나하나 배웠다.



처음엔 외국인들이 어려워했으나 조금씩 장단에 익숙하게 되니 한삼을 끼고 아주 흥이 나게 춤을 췄다. 

  


그러자 말미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타령장단에 맞춰 자기 나라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한국인 참가들이 이들을 따라 그 나라 춤을 함께 따라 췄다.   


▲ 파키스탄 참가자

▲ 헝가리 참가자

▲ 일본 참가자

▲ 러시아 참가자

▲ 러시아 참가자와 조문주 선생님

▲ 헝가리 참가자와 조문주 선생님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탈춤 타령장단에 맞춰 한바탕 신나게 논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이렇게 한국 전통탈춤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또한 그 장단에 따라 자기 나라 춤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자 한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는 2017년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서울에 유치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이 유력한 경쟁자이다. [참고로 서울 대회 유치 지원 페이스북 좋아하기 누르기

이 대회에는 세계 80여국에서 2-3천명이 참가하는 규모가 아주 큰 에스페란토 대회이다. 만약 서울에서 이 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친교의 시간 등에서 이 탈춤을 함께 배우고, 나아가 각국의 참가자들이 자기 나라 민속춤을 선보여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각양각색 세계인이 다 함께 이 타령장단에 신명난 모습을 2017년 서울에서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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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첫면2015.01.19 05:52

유럽인 친구와 함께 잠시 한국에 와 있다. 
충남 산 속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따뜻한 햇살로 아기자기한 산들 위로 내려다보는 파늘 하늘이 참으로 멋지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쾌청한 겨울날이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우중충한 구름낀 날로 가득찬 겨울을 지내야 하는 북쪽 유럽 사람들에게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밖에는 파아란 하늘이요, 안에는 따끈한 바닥이 이 유럽인 친구의 찬탄을 자아내었다.
건물 안에서는 실내화를 사용하고 있다. 

사전에 친구에게 알려주었다, 한국의 방에는 복도에서 싣는 실내화를 벗고 방으로 들어간다고... 

나와 함께 방에 들어갈 때는 나를 따라 그도 방문 앞에서 실내화를 벗고 들어갔다.

그런데 방에서 아뿔싸...

어느 순간 방바닥에 다리를 뻗고 뭔가 적고 있는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복도와 건물 근처에서 신고 다니는 실내화가 그의 발바닥에 여전히...



"어~~ 친구야."

"왜?"

"네 발 좀 ㅎㅎㅎ"

"앗, 내 정신 좀 봐."

"그처럼 습관이 참 무서운거야."


유럽 생활 초기에 현지인 친구들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깨끗한 마룻바닥이라 신발을 벗으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실내화를 싣고 있는 현지인들도 그냥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종종 우리 집에 소포를 가져오거나 전기나 가스를 점검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파트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에게 "우리 집은 신발을 벗어야 돼요."라고 말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 사람이 나간 후 방이니 복도를 청소하는 것이 마음적으로 더 편하기 때문이다. 


유럽인이 한국의 집에 손님으로 와서 비록 사전 알림을 들었을지라도 습관으로 인해 신발이나 복도용 실내화를 신고 방안으로 들어오기가  쉽겠다. 습관의 위력이다. 그러니 낯선 곳에서의 처신에는 자기점검이 더 절실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2.18 07:38

1월에 한국 방문한 주된 목적은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다. 내국인 38명과 7개국에서 온 외국인 19명이 참석했다. 선, 종교, 요가 등 다양한 주제로 한 강연들이 열렸다. 한국음식 김밥 만들기 체험도 아주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요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외국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김에 밥을 얹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좋은 색깔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중국인: "어렵지만 직접 해서 먹어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헝가리인: "내가 만든 김밥은 자꾸 터져버린다. 짤라서 먹는 것보다 통채로 잡고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브라질인: "그냥 구경만해도 배가 부른다."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어울려 김밥을 만드는 광경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도 좋은 기회가 오면 유럽인 친구들을 초청해 김밥 잔치를 함께 열어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08 06:53

유럽에 살면서 사귄 좋은 친구들 중 한 명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폴란드인이고 어머니는 중앙 아시아 출신 한국인이다. 1991년 1월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서로 왕래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이 블로그에도 여러 번 직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이름은 라덱(라도스와브, 라도스와프)이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름에 한국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두 번째 이름을 "동일"로 지었다. 그래서 여권에는 첫 번째 이름과 두 번째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이는 "동쪽에서 온 한 사람"(東一)이라는 뜻이다. 

결혼을 늦게 한 친구는 지난해 10월에 첫 아들을 낳았다. 아내는 폴란드 북동지방 출신으로 리투아니아인이다. 이 지방 주민들은 대부분 리투아니아인이다.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아들에게 한국명으로 두 번째 이름을 선물하고자 했다. 

열심히 궁리하다가 나에게 부탁했다. 여러 가지 이름을 짓느라 나도 고민하다가 어느 한 순간에 친구의 한국어 이름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동일"이니, 아들은 "동이"로 하면 어떨까...... 대대로 "동삼", "동사", "동오"...... 친구는 아주 만족했다. 동쪽에서 온 1세대, 2세대, 3세대 등 두 번째 이름을 통해서 쉽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가 있겠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10월 하순 "동이"는 첫 돌을 맞았다. 비록 반쪽 한국인이지만 친구는 아들에게 한국인의 돌잔치 흉내를 내고 싶어했다. 9월에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돌잔치 상에 놓을 물건들이 무엇인냐고 나에게 물었다. 정말 한국식으로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최근 친구는 돌잔치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한마디로 대단했다. 탁자에는 검은콩과 흰콩으로 "축돌", "동이"으로 멋지게 장식 기념물을 만들었다. 


아들은 돌잔치 옷까지 입고 있었다. 아마 한국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듯했다. 


탁자에 놓은 돌잔치 물건 중 동이는 제일 먼저 책을 집었다. 그런데 더 깜짝 놀랄만한 사진이 있었다. 


친구가 돌잔치 옷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선물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이 아니고 이렇게 직접 만들다니!!!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폴란드에서 아들의 한국식 돌잔치 옷을 쉽게 구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대신 가위로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옷을 박았다. 


반쪽 한국인의 상상초월 한국 사랑을 느끼게 한다. 12년 전 해외 출장으로 딸아이의 돌잔치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니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폴란드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을 보자마자 "만세~~~"라고 친구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7.06 05:57

그 동안 나를 담당했던 의사 3명이 다니는 병원을 그만두었다. 임금이 더 높은 서유럽 나라로 이동한 것으로 여겨진다. 리투아니아에서 거의 모든 치료와 진료는 가정의사로부터 시작된다. 일전에 치료를 위해 가정의사 진료를 예약하기 위해 관할 종합진료소를 찾았다.

그런데 담당 가정의사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얼굴도 예쁘고 자상하게 환자를 대해주었는데 몹시 아쉬웠다. 예전에는 해당 거리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무조건 자동으로 등록이 되었는데 이제는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게 되었다. 

* 내가 다니는 빌뉴스 중앙 종합진료소

큰딸이 자신의 가정의사가 젊고 아주 씩씩하게 일한다고 소개했다. 딸의 이름을 말하고 아버지라고 소개하니 금방 딸을 알아보았다. 덕분에 초면인데도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진료소에 이런 의사도 있구나"라는 첫 인상을 받았다. 

나이가 벌써 50살이 넘었다고 하니 가정의사는 더욱 의욕적으로 대해주었다.  

"자, 이제부터 나와 함께 종합검진을 해보도록 하자."

가정의사는 간호사에게 필요한 모든 검사와 전문의 방문를 위한 일정을 잡도록 했다. 받아보니 빠른 시일에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약 2개월이 걸리는 일정이었다.  

- 정밀 혈액 검사
- 대소변 검사
- 심전도 검사
- 영양사 방문
- 비뇨기과 전문의 방문
- 안과 전문의 방문
- 내분비 기관 전문의 방문 

이렇게 해서 어제는 비뇨기과 전문의를 방문했다. 정년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 나이가 지긋한 의사로 보였다. 

"어디서 왔어요?"
"남한에서 왔어요."(이럴 때마다 한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한국이라고 말하면 분명히 '남쪽이냐 아니면 북쪽이냐'고 물어볼 것이 뻔하다.)
"몇 해 전에 서울에 갔어요."
"그래요? 얼마나 있었어요?"
"5일 동안 있었는데 한국이 참 좋았어요. 경치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디 아파서 왔어요?"
"아니요. 50살이 넘었으니 가정의사가 종합검진을 받아라고 일정을 잡아주었어요."

이렇게 대화를 하다보니 의사와 환자간 거리가 사라지는 듯 했다. 한국에서 받은 좋은 인상 덕분인지 의사는 정성스럽게 신장 등 관련 신체부위를 초음파로 검사해준 것 같았다. 검진을 마치고 비뇨기과 전무의실에서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국 사람들이 심어준 좋은 인상 때문에 외국 땅 리투아니아에서 내가 그 덕을 보는구나. 나도 내가 받을 생각은 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로 인해 오늘 나 경우처럼 다른 사람이 호의를 입을 수도 있겠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호의를 침소봉대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의사는 병과는 관련없는 어떠한 배경도 고려하지 않은 채 환자를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해 성대 결절 검사가 떠오른다. 종합진료소 전문의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듯했다. 의사는 아무런 성대 결절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후 대학병원 종합진료소를 찾았다. 이 의사도 아무런 결절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나가려고 하는 순간에 우연히 대회가 이어졌다.

"리투아니아에서 하는 일은?"
"지금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그래요? 나도 같은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 동료네요. 어디 한번 카메라로 더 세밀하게 성대를 살펴봅시다."

이렇게 해 결절을 찾았고,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아뭏든 의사가 한국에서 받은 좋은 인상으로 한국인인 내가 오늘 호의적으로 비뇨기과 진료를 잘 받았다. 리투아니아 의사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미지의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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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05.12 06:08

지난 5월 3일 폴란드 친구가 자전거 동아리 회원 8명과 함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웃 나라 폴란드에 살지만 대부분 리투아니아를 처음 방문했다. 친구 부탁으로 이날 빌뉴스 구시가지를 안내했다. 한 때 배운 폴란드어의 기본적인 어휘 덕분에 훨씬 빨리 친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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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바르샤바 자전거 동아리 회원 일행을 빌뉴스 구시가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유스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인 구시가지의 중요한 볼거리를 방문했다. 저녁에는 리투아니아의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갔다. 1박 2일 일정으로 온 일행이라 첫 밤이자 마지막 밤인 이날 너근하게 담소를 나누면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때 가장 큰 관심을 끌은 것은 바로 한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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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사람이 한글로 자기 이름을 어떻게 표기하느냐가 물었다. 이렇게 시작한 한글 표기가 결국 참석자 모두의 이름을 표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종이 위에 쓴 한글 이름은 고스란히 이들 자전거 동아리의 좋은 기념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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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표기된 이름을 다시 폴란드어 철자로 적고 있는 고샤(gosia)

외국인들 사이에 살면서 느낀 바에 따르면 한글은 처음 만난 외국인들과 쉽게 의사소통을 시작하게 하는 좋은 도구이다. 처음에는 이들에게 그리기 어려운 그림처럼 보이지만 여러 이름을 써내려가면서 이들은 한 철자의 동일한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재미있다면서 스스로 한글을 익혀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외국인과 쉽게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면, 먼저 통성명을 한다. 그리고 당신 이름은 한글로 이렇게 쓴다라고 하면서 써주면 대부분 좋아할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한글 자음과 모음을 가르쳐주면 함께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한글로 이름 표기해주기는 외국인의 호감을 끄는 데 아주 적격이다.

* 최근글: 술 마시기 전에 벌써 취해 버린 듯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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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