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20.07.17 딸까지 가세하니 김치 만들기가 이젠 수월해져
  2. 2019.12.01 몰타 여행 - 몰타에도 한국 당근 샐러드가 있다니
  3. 2019.05.07 외국 거리 진열창에 써진 한글에 드는 생각
  4. 2018.02.25 새 이름이 멋쟁이새, 친구들이 사진 보더니 놀라
  5. 2016.09.21 비닐 쓰레기 주운 듯하지만 요긴한 먹거리 3
  6. 2015.06.05 만나자마자 한국 음식 선물 준 관광객에 눈물 글썽 4
  7. 2015.04.17 한국시: 주요한 - 빗소리 - 에스페란토 번역 1
  8. 2015.04.04 한국 운전면허증에 첫 취득일이 없어 당한 불편 7
  9. 2015.03.12 도로에서 목격한 음주 운전자 어떻게 해야 하나 2
  10. 2015.02.23 매운 라면 먹으려는 딸아이의 꾀에 웃음 절로
  11. 2015.02.22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나무들 6
  12. 2014.01.07 쇼핑 목록에 한글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4
  13. 2013.12.30 외국인들, 강 공장장과 공 공장장에 박장대소 1
  14. 2013.10.24 외국에서 잃어버린 스마트폰, 페이스북으로 되찾다 1
  15. 2013.09.26 '보기에 답답' 2층에서 1층으로 짐 내리기
  16. 2013.09.09 특이한 수박 자르기, 수박물 걱정은 뚝!! 7
  17. 2013.08.09 유럽인이 한국 여권에 신기해 하는 이유는? 54
  18. 2013.06.14 한국차에 아주 만족하지만, 별다른 의미는 없다 2
  19. 2013.03.25 한국인이라서 놀림 받은 딸, 그나마 다행 4
  20. 2013.02.11 한인들이 각자 마련해온 설 음식이 이렇게 푸짐 6
  21. 2012.10.11 외국서 날아온 벌금 무시했다간 이자가 눈덩이 3
  22. 2012.09.13 낯선 외국 관광지에서 듣는 애국가에 뭉클 3
  23. 2011.09.13 추석, 한국 교민과 교환 학생을 잇는 가교
  24. 2011.09.08 국어가 연속 2시간인 외국 초4 수업시간표
생활얘기2020. 7. 17. 07:40

외국에 오래 살다보니 특히 우리 집은 다문화가정이라 굳이 김치 없이도 살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 집 냉장고엔 거의 늘 김치를 담은 항아리나 플라스틱통이 자리잡고 있다. 한때는 김치가 떨어질 무렵 김치맛에 빠져 있는 유럽인 아내가 김치를 만들자고 성화를 부렸다. 

초기엔 김치 만드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었다. 소금에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들고 배춧잎마다 양념을 바르는 일체의 과정을 혼자서 해야 했다. 김치 만들기에 다소 게으름을 피우자 아내는 "그러면 양념은 내가 준비하고 나머지만 당신이 좀 해"라면서 거들기 시작했다.

우리 식구가 먹을 김치만 만드는 때보다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을 김치를 만드는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배추 여러 포기를 다듬고 소금에 절이는 데 제법 시간과 수고가 든다. 아직까지 이 일은 내가 한다.   


무, 양파, 마늘, 당근, 생강 등으로 김치양념을 만드는 일은 이제 아내가 맡아서 한다.    


올해 들어서 그동안 김치 만들기에 항상 방관자였던 고등학교 3학년 딸 요가일래가 어느 날 배추에 양념을 바르고 있는데 끼어들었다.


"아빠 내가 한번 해봐도 돼?"
"이거 하고 나면 손가락에 양념이 스며들어서 매운 맛이 있을 거야."
"괜찮아. 나도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직접 한번 해볼래."
"그럼 해봐."    


이렇게 해보더니 그후부터 김치를 담글 때마다 양념 바르기는 요가일래가 전담하고 있다. 특히 요가일래는 밥에다가 김치만으로 만족스럽게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이렇게 식구 세 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니 김치 담그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귀찮아서 다음으로 미루는 일도 없게 되었다. 하나 더 좋은 점은 협력해서 만들어놓은 김치 맛이 각자 마음에 썩 들지 않아도 누구 하나 선듯 "왜 이렇게 맛없게 담갔니?"라는 투정이 사라졌다. 

아래는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아이유의 한낮의 꿈>을 부르는 요가일래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2. 1. 03:44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몰타 여행 마지막 날 일출을 맞으면서 므디나를 둘려본 멋진 경험을 간직한 채 우리 가족은 202번 버스를 타고 우선 짐을 보관할 수 세인트줄리언스(Saint Julian's)으로 이동한다.

음료수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우선 세인트줄리언스 밸유 슈파마켓(Valyou 위치는 여기)으로 들어간다. 이쪽저쪽 판매대를 둘러보는데 익숙한 샐러드가 눈에 들어온다. 당근을 얇게 채을 썰어 만든 샐러드다.   


이 샐러드의 이름이 "한국 당근"이다. 이 음식은 소련 시대 고려인들이 한국 김치 맛을 내기 위해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소련의 한 구성원이었던 발트 3국 슈파마켓에서는 지금도 "한국 당근"을 쉽게 볼 수 있다. 싱싱한 샐러드로 팔기도 하고 유리병에 보존해 팔기도 한다.   

보통 당근을 채썰어 후 카르다몸(cardamom), 설탕, 마늘, 식용육, 식초 등으로 버무려서 만든다. 이미 숙소를 떠난 여행 마지막 날이라 아쉽다. 몰타에서 파는 "한국 당근" 샐러드를 맛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가격은 얼마일까? 350그램에 3.67유로로 약 4700원이다.


깨끗한 넓은 세인트줄리언스 해변 산책로를 따라 짐보관소로 향한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저녁 7시이라 우리는 짐을 보관하고 슬리마(슬리에마 Sliema)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짐보관소의 위치(구글 지도)는 세인트줄리언스만 호텔 1층에 있다.  


51 Censu Tabone Street라고 표기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무인 짐보관소다.


짐을 보관 후 홀가분한 우리는 이미 둘러본 해변 산책로 대신 골목길을 선택해 슬리마 쇼핑 지역 쪽으로 이동한다. 건축자재는 보통 누런빛 석회석이라 거리 분위기가 아주 단조롭다. 하지만 발코니와 현관문의 색깔은 집집마다 개성적인 색깔로 칠해져 있다.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곳인데 악기 상점이 하나 있다. 해외여행지에서 향토색이 짙은 악기를 사는 것이 아내의 취미다. 점원이 첫눈에 우리가 리투아니아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아보고 리투아니아어로 말을 건다. 아니, 어떻게 이를 수가!!!
"어떻게 리투아니아 사람이 이곳 몰타에서 악기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이 몰타 사람이라서요."
"여기 여름철에 살기는 어때요?"
"너무 더워요."
"그러면 겨울철에는요?"
"중앙난방시설이 없어서 추워요."
"제일 여행하기 좋은 때는요?"
"9월에서 10월 중순까지가 좋은 듯해요."   


이번 몰타 여행에서 내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전선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전선이나 통신선 등이 지하에 묻혀 있다. 그래서 도심에 전봇대가 없다. 몰타는 전선 등이 창문 위나 발코니 밑에 있는 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걸어서 거리 구경을 하면서 쇼핑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Tower Road 위구글 지도)에 이른다.


아내와 딸이 쇼핑을 하는 동안 늘 그렇듯이 밖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곧 엄청난 비가 쏟아질 듯하다.  


다행히 쇼핑을 마치고 점심을 먹는 식당이 있을 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식당 출입문에 떨어진 빗물이 유리를 바깥 풍경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살짝 열린 출입문 사이로 보이는 거리는 그야말로 급류가 흐르는 개울로 변해 있다. 우산도 없는데 저 비를 맞았더라면 한순간에 흠뻑 젖었을 것이다.    



폭우는 차츰 그친다. 우리는 슬리마에서 세인트줄리언스로 가서 짐을 찾아 인근에서 공항행 TD2 버스를 타고 몰타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라이언에어 비행기로 3시간 20분만에 빌뉴스에 도착한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 여행을 다녀왔다. 몰타에서 9일을 머무는 동안 많은 곳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여러 곳이 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해본다. 몰타 가족여행기(15편)를 쓰면서 자꾸만 비취색 아름다운 지중해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 동안 읽으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5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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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 5. 7. 04:35

모처럼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아내가 자기에 딱 맞는 빌뉴스 도심 안내 여행 (가이드 투어) 광고를 지난 토요일 봤다. 안내 여행의 주제는 바로 스타니스와프 몬뉴슈코(Stanisław_Moniuszko)였다. 그는 벨라루스, 러시아, 폴란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문화 행사가 빌뉴스에서 열렸다. 유료 안내 여행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궁금했다. 생각보다 많이 와서 단체 둘로 나눴다. 스타니스와프 몬뉴슈코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쓰고자 한다. 


2시간에 걸친 도보 안내 여행을 마치고 도미니코나이 거리를 따라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폴란드 합창단의 몬뉴슈코 음악 공연이 열리는 빌뉴스대학교 요한 성당으로 향했다.



길을 가다가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말했다.

"여보 저기 봐!"

"뭐가 있는데?"

"바로 한글이 있어!!!!"



한국인 나보다 한글에 눈이 더 밝은 아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것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구나.... ㅎㅎㅎ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정말로 진열창에 아주 선명하고 큼직한 한글이 적혀져 있었다.



가게 간판에서 한국어나 한글 표기가 영어나 로마자로 대체되는 시대에서 이렇게 유럽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빌뉴스 거리에서 선명한 한글 표기를 진열창에서 보게 되다니 잔잔한 감동이 마음 속에 일어났다. 

 


내 머릿속에는 비현실적 과장 글귀가 냄돌았다 - "한글은 한국이 아니라 외국이 지킨다". 다음 학기빌뉴스대학교 한국어 강의 첫 수업은 이렇게 시작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이 한국어를 배우면 대학교 오는 길에 있는 도미니코나이 거리 가게 진열장에 써진 이상한 문자를 읽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 문자가 다 영어 단어의 한글 표기다. "영어를 한글로 씁시다"라는 주장하는 사람도 있거나 나올 수도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8. 2. 25. 07:52

며칠 전 하얀 눈이 하늘하늘 내리기에 거실 창문 틀에 기대어 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새 두 마리가 먹을 것을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서 내리는 눈을 조용히 맞고 있었다. 


두 마리인데 왜 색깔이 다르지?
알고 보니 암수다. 
암컷은 몸통이 회색을 띤 갈색이고



 수컷은 몸통이 주황색이다.



머리는 푹 파묻혀 있고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다.
마치 그 모양이 복어를 닮았다. 



모처럼 색깔이 확 틔는 새를 보자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어~~~~디에서 (이 새를) 봤지?"
"우리 집 창문 밖에서..."
"내일 (나도) 밖에 나가 찾아봐야지."
"왜 감탄했니?"
"sniegena를 정말 정말 오랜만에 봤네. 언제 마지막으로 본 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어~~ 나는 (우리 집 앞 나뭇가지에 있는 이 새를) 자주 보는데."



친구가 리투아니아어로 이 새 이름을 sniegena라고 하자
한국어 이름이 궁금해졌다. 

몇 번 검색을 해보니 
라틴어로 Pyrrhula pyrrhula (피르르훌라 피르르훌라)다.
한국어 이름을 보자마자 참 신기했다. 
이 새는 참새목 되새과의 한 종으로 
한국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겨울철새라 한다.

한국어 이름이 참 멋지다.
이 새의 한국어 이름은 <멋쟁이새>!!!



잎이 다 떨어진 잿빛 나뭇가지에서
통통한 몸매를 주황색 넥타이로 맨 멋진 모습이라
누군가가 <멋쟁이새>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을까...

이제 이 새의 한국어 이름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6. 9. 21. 20:17

이제 발트 3국 여행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겨울철이 다가올 수록 점점 날이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간식이나 음식물을 현지 가이드에게 선물로 주는 빈도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지난 번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인솔자의 친절한 부탁 덕분에 관광객들과 작별하는 날 아침 음식물을 담은 비닐 봉지가 내 옆자리를 가득 메웠다. 내 가방보다 더 컸다. 마치 비닐 봉지 쓰레기들을 주운 듯했다. 



빌뉴스행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동안 리가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득 찬 봉지를 먼저 보았는지 종업원이 재빨리 다가왔다. 마치 내 입장을 막으려는 듯했다. ㅎㅎㅎ 더 이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나도 재빨리 음식을 주문했다.



마침 이때가 추석이 낀 주였다. 차장으로 막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비닐 봉지 속에 들어있는 한국 음식에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한 열흘 정도는 집에서 주로 이 한국 음식을 먹을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입안에 침이 맴돌았다.



집에 오자마자 펼쳐보니 참깨라면, 신라면, 안성탕면, 우동, 새우탕, 진짬뽕, 육개장, 짜파게티... 라면 천국이었다. 남은 것을 한국으로 다시 가져가는 대신에 이렇게 현지에 남겨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5. 07:18

여름철이다. 리투아니아 관광청으로부터 관광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을 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발트 3국을 방문하고 있다.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부차적으로 얻게 되는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 음식이다. 발트 3국 현지 음식 적응을 걱정해서 적지 않은 한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음식을 가져온다. 


지금까지 경험에 따르면 여행이 다 끝나고 헤어질 무렵에 조금스럽게 "남은 한국 음식을 줘도 될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이렇게 선물 받은 한국 음식으로 한 동안 식사를 즐긴다.   

그런데 일전에 만난 관광객들 중 60대 두 자매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해서 기억에 남는다. 공항에서 단체를 영접을 한 후 시내 호텔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가이드님, 혹시 한국 음식을 자주 먹나요?"
"자주 먹을 기회가 없어요."
"그럼, 먹고 싶으세요?"
"그렇죠."
"한국에서 가이드님께 드릴려고 미리 한국 음식을 봉지 담아왔는데 드려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진 남겨진 한국 음식을 받았는데, 이렇게 가이드에게 줄 한국 음식을 미리 따로 챙겨가지고 왔다고 하니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내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거렸다.


집에 와서 봉지를 열어보니 고추장, 김, 컵라면, 과자 등이 적지 않게 담겨져 있었다.



감동 자체였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답례를 받다니...  현지 한국인 관광안내사를 이렇게 배려해주는 두 자매는 오래도록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틈틈히 한국시를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하고 있다. 

최근 주요한의 빗소리를 번역해봤다.



약 100년의 시임인데도 어떻게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구사할 수 있는 지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Pluvsono


Verkis JU Yohan

Tradukis CHOE Taesok

 

Pluvo venas jen.

Plumon sternas jam nokto en kviet’;

pluvo flustras do en la domĝarden’,

kiel kokideto pepas en sekret’.


Lun’ malkreska estis kiel faden’; 

kvazaŭ eĉ en stelo fluus printemp’,

blovis ĵus kun mildo varma vent’,

sed en ĉi obskura nokto pluvo venas jen.


Pluvo venas jen.

Kiel gast’ de koro pluvo venas jen.

Mi akceptas kun fenestra malferm’,

tamen sen aper’ alflustrante pluvo venas jen.


Pluvo venas jen. 

En ĝarden’, ĉe fenestr’, sur tegment’ 

novon kun la ĝoj’ en sekret’

ja al mia kor’ vi portas - pluvo venas jen.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4. 05:33

몇 명 되지는 않지만 교민들의 숙원이 해결되었다. 바로 한국과 리투아니아간 운전면허 상호 인정 및 교환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어 지난 1월부터 발효되고 있다. 운전 건강증명서를 담당 종합진료소에서 발급 받고 운전면허증 번역문을 번역소에서 찾았다.


필요한 서류를 다 갖추고 운전면허 업무를 관장하는 리투아니아 기관(Registra)을 방문했다. 상호 인정에 대한 내용을 담당 직원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잠시 후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 운전면허증 어디에도 최초 취득일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것이 원이었다. 발급일은 첫면 사진 밑 오른쪽에 적혀 있다. 면허증 갱신기간이 무려 1년간으로 되어 있는 것도 직원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물론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 운전면허증 뒷면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공란이었다. 



직원은 현재 한국 운전면허증에 나와있는 발급일을 리투아니아 면허증 취득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10년 전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는데 지난 해 7월 경신하면서 이 한국 운전면허증을 반납했다. 그러므로 2005년에 취득했다는 것을 리투아니아 기관에 증명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최초 취득일이 중요할까?

교환해서 받을 리투아니아 운전면허증에 한국 운전면허증에 있는 날짜 2014년 7월 17일이 기재되면 아직 운전한 지 일년도 안 된 초보운전자 취급을 받게 된다. 제한속도 시속 130km 고속도로에 초보자는 시속 90km만 달릴 수 있다. 이를 모르고 130km 밟고 달리다 교통경찰에 걸리면 40km를 초과하게 된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보험이다. 특히 종합보험을 들 때 초보자는 더 많이 낸다. 종합보험에 든 우리 승용차는 현재 약정서에 따르면 초보자가 운전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리투아니아 운전면허증으로 내 차를 운전할 수가 없게 되다니...   


취득일 좀 기재해주세요

공란으로 남아있는 한국 운전면허증 뒷면에 최초 취득일이 적혀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러면 오랜 기간이 지나 내가 언제 첫 면허증를 취득했지라는 의문이 생겨 인터넷 접속으로 조회해야 하는 수고도 면할 수 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운전면허증 앞면 견본이다. 성, 이름, 생년월일, 발급일자, 발급기관, 면허증번호 등등 모두가 숫자로 적혀져 있다. 이는 유럽연합 통일이다. 즉 숫자 1의 의미는 성, 숫자 2의 의미는 이름...    



뒷면을 한번 살펴보자. 9번은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유형이다. 승용차는 B이다. 10번이 중요하다. 바로 최초 취득날짜가 기재되어 있다. 11번은 언제까지 유효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결국 이날은 운전면허증 교환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일단 대사관으로부터 최초 취득일에 대한 영사확인서를 받아오면 이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개설되지 않아 이웃나라 겸임국인 폴란드 대사관에 부탁해야 한다. 아쉬었다. 아, 한국 운전면허증에 취득일만 적혀 있어도 이런 불편과 헛걸음을 하지 않을 텐데... 


왜 한국에는 이 최초 취득일 기재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을까... 의문이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12. 09:29

유럽 리투아니아 직장은 한국과 같은 회식이 거의 없다. 직장이 음악학교인 아내는 1년에 입학식이나 스승의 날을 제외하고는 회식이 없다. 이마저도 대개 오후에 시작해 저녁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온다. 자기가 맡은 수업 시간 직전에 출근해 수업 시간이 끝나면 퇴근한다.

대부분 주변 현지인들 중에 평일 밖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힘든다. 종종 주말에 현지인들을 만나는데 보통 부부가 함께 한다. 차를 가지고 온 부부에게 술을 권할 때에는 먼저 물어본다.

"오늘 누가 운전?"
"지난 번엔 남편이 마셨으니 오늘은 차례." 아니면 "지난 번에 아내가 마셨으니 오늘을 차례."라는 답은 듣게 된다.

그래도 덩치 큰 사람은 맥주 500cc, 덩치 작은 사람은 300cc 정도를 모임 초기에 마신다. 대리운전사라는 직업이 아직 없다. 회식문화도 없으니 생기더라도 흥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음주 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젠가 리투아니아 경찰청 형사국장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어 옷을 벗을 적이 있다. 그는 정년퇴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있었다.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이 곧 바로 적발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나드는 음주 운전자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얼마 전 이와 관련해 화제가 된 러시아 동영상이 있다.
앞서가는 차가 중앙선을 넘나들고 있다.


뒤에 오던 운전자가 신호등 앞에서 멈추고 있는 차로 달려가 운전석 문을 연다.
이어서 운전자를 운전석에서 끌어내리면서 자동차 열쇠를 뽑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그 운전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다. 밀치니 그대로 뒤로 넘어진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다양한 일들이 러시아 도로에서 일어나고 있다. 참견한다고 화를 입을 수도 있는 러시아 도로인데 음주운전사를 발견하고 이렇게 자동차 열쇠까지 뽑아 더 큰 사고를 막고자 한 이 러시아 시민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2. 23. 07:31

올해는 한국을 떠나 산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니 한 가지 생활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재치기이다. 이제는 라면을 끓일 때나 김치를 담글 때나 늘 재치기한다. 심지어 고춧가루가 든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재치기한다. 바로 매운 고춧가루가 코를 자극해서 이를 유발한다. 한국 방문시 식탁에선 재치기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매운 라면은 외국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별미 중 별미일 것이다. 아버지만 한국인인 13살 딸아이요가일래는 라면을 좋아하고 잘 먹기 때문에 자기도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우겨댄다.

똑 같은 방법으로 엄마가 끓이는 라면은 맛이 없고, 아빠가 끓이는 라면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라면 요리는 늘 내 몫이다. 매울 것 같아 라면스프를 다 넣지 않고 끓여주면 금방 반응이 나온다. 

"아빠, 난 매운 라면을 좋아해. 이번에도 스프 다 안 넣었지?"
"그래"
"앞으로 다 넣어줘."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아주 드물게 라면을 끓여 준다. 지난 금요일 기특하게도 딸아이는 손님 맞이를 위해 큼직한 거실 창문 세 개를 딱는 중이었다. 

"아빠, 오늘 라면 끓여줘."
"매운 것 자주 먹으면 안 좋아."
"반드시 해줘야 돼."
"왜?"
"내가 라면을 먹으면 목 구멍이 따뜻해지고 노래가 더 잘 나와."
"ㅎㅎㅎㅎ 라면을 먹으면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그럼 오늘 해줘야지."
"내가 음악학교에 갈 때마다 라면을 끓어줘."


라면 꼭 먹으려는 이유를 이날은 노래 부르기에서 찾았다.
 
라면과 노래 부르기라... 

요가일래의 주장대로 정말 매운 라면을 먹으면 목이 트이고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이 된다면 "노래방 가기 전 반드시 라면을 드세요"라는 라면광고가 나올 법하다. ㅎㅎㅎ  

한편 요즘에 요가일래는 매니큐어를 즐겨한다.
"매니규어 안 하면 안 되나?"
"내 친구들이 전부 하고 학교에 와."
"손톱이 숨을 쉰다고 하는데."
"아빠는 나를 사랑해?"
"사랑하지."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사랑해야지."
"네 손톱은 매니큐어 하지 않아도 예뻐."
"고마운데 그건 아빠 생각이야. 요즘 검은색이 내 스타일이야." 

이렇게 벌써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딸아이에게 하지 말라고만 계속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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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감탄 세계화제2015. 2. 22. 08:54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나무들 사진이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이 사진을 보니 지난해 라트비아 체메리 국립공원에서 본 나무가 떠올랐다.수백년은 족히 된 나무의 가지 하나가 땅으로 내려 앉아 마치 줄기가 된 듯한 모양을 지니고 있었다.



촬영 실력이 없어 아래와 같은 분위기의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참으로 보기 드문 나무였다. 아래는 폴란드 웹사이트 joemonster.org가 소개한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나무들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일본 등나무 (수령 144년) 


예멘 용혈수


브라질 봉황목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참나무


뉴질랜드 바람으로 굽은 나무


미국 하와이 레인보우 유칼립투스


독일 본 벚꽃나무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미국 포틀랜드 단풍나무


미국 아우스캐롤라이나 참나무


북아일랜드


캐나다 철쭉 (수령 12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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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 1. 7. 07:39

최근 아내가 모처럼 집을 비웠다. 지방 도시에 일이 있어 이틀 동안 집을 비웠다. 집에 남은 딸아이와 함께 밥때가 되어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했다. 

"아빠가 뭘 해주면 좋겠니?"
"아빠, 우리 각자 알아서 먹자. 아빠는 아빠 좋아하는 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거."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한 끼는 쉽게 해결되었다. 어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다시 밥때가 되었다. 배가 고픈 딸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아빠, 우유가 없어! 달걀도 없어! 난 공부할테니까 아빠가 가게에 갔다와."
"그럼, 아빠가 사와야 할 물건들을 써봐라."
"알았어. 리투아니아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당연히 한국어지."
"어려워. 그래도 한번 써볼게."

이렇게 딸아이는 부엌에서 힘들게 쇼핑목록을 한글로 썼다.


게란         계란
오랜지     오렌지
굘           귤
팡           빵
옴뉴수     음료수

살펴보니 한글 표기의 어려움이 고스란힌 담겨져 있었다. 
에, 애  ('게'인지 '개'인지는 문맥이나 써여진 글자로 구별한다)  
파, 빠  (대부분 주변 유럽인들은 파와 빠를 구별하지 못한다)  
으 (대부분 유럽어는 이에 해당하는 철자가 없다)

"그래도 해바라기씨는 정확하게 썼네. 이젠 정말 더 열심히 한글책을 읽고 쓰는 공부를 해야겠다."
"맞아."


하지만 돌아서면 딸아이는 또 잊어버린다. 그래도 종종 이런 계기를 활용해 자극을 주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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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2. 30. 08:40

긴 크리스마스와 주말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리투아니아는 국민 대다수(77%)가 로마 가톨릭교를 믿는지라 크리스마스 국경일은 3일이다. 24일, 25일, 26일이 쉬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이 3일 휴가를 보냈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휴가를 보낸 가족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집처럼 보냈을 것이다.

24일은 가족과 음식 만들기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만찬이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를 일절 먹지 않는다. 만찬 식탁에는 12가지 음식[관련글 읽기]이 올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주부 한 명이 일하기에는 힘이 든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도와서 음식을 준비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서 기도한 후 미사빵을 나눠먹는다. 이날은 편식하지 않고 12가지 음식을 고르게 먹는다. 식탁에는 혹시 방문할 사람을 위해 빈 의자, 빈 접시와 수저를 마련한다. 식사 후 식탁에 둘러앉아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찬송가도 부른다. 이날은 식사 후에도 식탁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집도 있다. 그리고 성당에서 열리는 밤 미사에 참가한다. 

 


25일은 가족과 함께

25일 성당 미사에도 참가한다. 이날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날만큼 우리 가족은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동 놀이를 하기로 했다. 유럽 지도 놀이와 화투 놀이를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함께 했던 부엌이나 거실에서 식구들은 자기 방으로 한명씩 사라졌다. 낮에는 "오늘은 함께 놀아야 돼"라고 책망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함께 놀기가 이젠 지루해"에 공감도가 높아져 갔다.

 

26일은 친구들과 함께

휴가 3일째는 주로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초대에 응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척 부부 한 쌍과 친구 부부 한 쌍, 그리고 이들의 딸과 남자친구를 초대했다. 어른이 모두 8명이었고, 나라는 4개국(한국, 리투아니아, 이집트, 스페인)이었다. 친척의 남편이 이집트 사람이고, 친구 딸의 남자친구가 스페인 사람이다.

먼저 탁구 놀이로 시작했다. 이어 찬 음식을 먹으면서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한 음식으로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식탁에서 가장 웃음을 선사한 것은 혀 꼬이게 하는 각 나라말의 문장이었다. 

외국에서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현지인들이 놀이삼아 질문한다. "너, 이 (리투아니아어) 문장을 따라할 수 있어? 한번 해봐! 해봐!"
잘하든 못하든 외국인의 시도에 현지인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런 경우에 가장 좋은 대응책은 이것이다. "그럼,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번 따라해봐!"

 

혀 꼬이게 하는 문장

이날 모임에 나온 각 나라말 중 혀 꼬이게 하는 문장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순서는 아랍어, 리투아니아어, 스페인어이다. 

 


제일 나중에 한국어 차례였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았던 문장을 소개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이 문장에 모두가 대장대소했다. 이 한국어 문장이 4개 언어 중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낙점되었다. 이런 즐거움과 유쾌함 속에 모처럼 빌뉴스 우리집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였다. 그야말로 "즐거운 성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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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3. 10. 24. 07:29

일전에 한국에서 젊은이 4명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와서 현지인 대학생들과 교류하면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뜻 깊은 일을 했다[관련글: 외국인에게 한글 이름 쓴 부채를 선물한 청년들]. 

이들이 빌뉴스대학교 교정에서 한글 이름을 예쁘게 써서 선물을 하는 행사를 마칠 쯤 일행 중 한 명의 스마트폰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일을 한 것에 시샘이라도 한 듯이 그만 불행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일행은 이틀 후에 리투아니아를 떠나 라트비아로 떠났다. 

스마트폰의 귀중함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전화기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정보가 제일 아깝다. 분실 소식을 접하자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이 발벗고 나섰다. 

우선 이들은 행사장을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혐의자로 보이는 사람이 사진 속에 등장했다. 일행이 연주를 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가방에 올려놓았다. 

* 사진제공: 아가타

그런데 어느 순간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이 마치 자기 스마트폰인 것처럼 집어들어 보고 있었다. 대범하기 짝이 없다. 그 앞에는 카메라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내 주머니에도 사실 스마트폰이 들어있었다.

현지인 친구들은 일단 이 사진을 증거물로 해서 경찰서를 찾았다. 현지 경찰은 사진만으로 혐의자를 잡는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TV나 신문 등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찾지 않는 이상 사진 속의 혐의자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때 현지인들 친구 뇌리에 번쩍이는 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페이스북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들은 이 사진을 퍼나르면서 정보를 주고 받았다. 알고보니 혐의자는 상습범으로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 당한 사람도 있었다. 그가 특정 백화점에 자주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그 백화점으로 갔다. 

그는 또 다른 대상을 찾아 배회하고 있었다. 경비원이 그를 잡아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인계되었다. 다행히 아직 그가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었고, 스마트폰은 한국인 원주인에게 무사히 되돌아갔다. 혐의자는 미성년자로 여러 차례 경찰서을 드나들었다.

뜻하지 않고 행사장을 찍은 사진과 페이스북 덕분에 소중한 스마트폰을 되찾게 되었다. 페이스북으로 인해 사진 증거가 확실한데도 혐의자를 찾는데 회의적이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경찰들이 우습게 돼버린 꼴이다. 외국이든 국내든 스마트폰 분실이나 도난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에서는 이렇게 열성적으로 도와준 리투아니아 현지인들이 없었다면 스마트폰을 되찾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 일행과 리투아니아 현지인들 사이에 더할 나위 없이 참다운 사람 살기의 구수한 맛을 느꼈을 것이다.   

아래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된 동영상이다. 먼저 지하철 출입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한 남자의 재빠른 동작에 속수무책으로 도둑맞았다. 특히 외국에 나갔을 때에는 주변 상황을 잘 살펴보고 스마트폰을 공개적으로 사용할 지를 결정해야겠다.


아래는 식당에서 일가족이 스마트폰을 슬쩍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다. 기 막히는 수법이다. 스마트폰이 든 가방은 등 뒤가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무릎에 놓은 것이 상책이다. 



세상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런 행위가 사라져야겠지만 우선 각자가 조심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 깜박하는 경우가 잦아지니 스마트폰없이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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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3. 9. 26. 07:03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볼거리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힐 수 있는 것이 검은 머리 전당이다. 1344년 검은 머리 길드에 의해 세워졌다가 1941년  독일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 1948년 소련에 의해 그 폐허마저 완전히 철거되었다가 리가 800주년을 맞아 1995년에서 1999년까지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다.   

현재는 관광안내소, 박물관, 그리고 일부는 라트비아 대통령 임시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이 곳을 방문했다.  


인부들이 일하는 장면이 눈에 띄였다. 2층에서 판자를 내리는 작업이다. 그냥 주변에 막을 치고 던져서 내리면 수월할 텐데 말이다. 줄에다가 판자를 매고 내리는 것이다.  



문화재를 보호하고 또한 소음을 내지 않고 작업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하지만 빨리빨리에 익숙한 눈에는 참 답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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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9. 9. 06:35

빌뉴스 교외에 사는 친구로부터 모처럼 연락이 왔다. 토요일에 함께 자기 집에서 사우나를 하자고 했다. 폴란드에서 손님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오는 데 같이 가도 되나?"라고 물었다.
"우리 집 뜰과 사우나는 충분히 넓으니 염려하지 말고 같이 와!"라는 답했다. 

우리 식구 세 명과 폴란드에서 온 손님 세 명과 함께 친구 집을 방문했다. 먼저 뜰에서 친구가 직접 구운 빵과자와 함께 차와 커피를 대접 받았다. 


친구는 다래도 내놓았다. 뜰 울타리에서 5년 동안 키운 다래나무가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다. 말랑말랑한 다래는 당도가 높아 참 맛있었다.


종교의식에 가까운 친구집의 사우나는 늘 인상적이다. 친구집 사우나에 대해서는 일전에 올린 글이 있기에 여기선 생략한다[관련글: 종교의식 방불케 한 유럽 친구집 사우나 체험].


우리가 가져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먼저 사우나를 하고 식사를 한다.   

무엇보다도 이날 우리 일행에게 신기한 모습은 바로 친구의 수박 자르기였다. 먹기 좋고, 보기 좋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수박이 자라지 않는다. 대체로 중앙 아시아나 남유럽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된다.

이날 친구가 보여준 수박 자르기는 아주 간단했다. 


먼저 수박을 통채로 식탁 위에 올린다
칼로 깊이 듬성등성 자른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먹는다



도마에 흘러내린 수박물을 닦아낼 필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처음 보았다. 길게 자른 수박을 먹을 때 팔뚝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신경써인다. 하지만 비록 볼품은 없지만, 이렇게 먹기에 좋을 만큼 자른 수박을 먹어보니 정말로 수박물은 걱정은 없었다.

"우와~ 정말 쉽고 좋네! 우리도 이제 이렇게 수박을 잘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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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3. 8. 9. 06:53

일전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생긴 일이다. 리투아니아인 점원이 한국인 손님이 보여준 한국 여권을 보더니 신기한 듯 미소를 지었다.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왜 그래요?" 
"여기 봐요! 이런 여권도 있어요."

점원이 손가락으로 가르킨 부분이 바로 영문으로 표기된 성이다.

LEE (wife of SHIN)

얼핏보면 Lee의 뜻(설명)이 신(Shin)의 아내로 여겨진다.
보통 설명을 할 때 괄호 부호를 달기 때문이다.

영문 이름에 이렇게 누구의 아내라고 설명한 것은 나도 처음 보았다. 한국인에게 물었다.


"여권 발행을 신청할 때 이렇게 누구의 아내라고 해달라고 부탁했나요?"
"아니요. 전혀 부탁하지 않았어요. 가서 받아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국민 개개인의 여권인데 이렇게 꼭 누구의 아내라고 토을 달아야 했을까...... 이 여권을 심사하는 각 나라의 출입국 직원들은 모두 신기해 할 듯하다.

한편 리투아니아 여성은 결혼하면 대개 남편의 성을 따른다. 성에 접미사 ienė가 붙고, 이는 아내라는 뜻이다. 즉 남편 성이 Čojus면, 아내는 Čojienė이다. 즉 Čojus의 아내라는 뜻이다. 여성의 성 자체에 이미 결혼 유무가 나타나기 때문에 굳이 위에 있는 한국 여권처럼 누구의 아내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는 리투아니아 내에서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권에 이렇게 wife of shin이라고 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결혼증명서나 결혼증을 보여주거나 소지하면 된다. 외국에 나가서는 가장 중요한 개인 서류인 여권에 누구의 아내라고 밝히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이 분의 남편 여권에는 husband of LEE라고 표기되어 있을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6. 14. 05:49

낯선 지방이나 나라에 벗이 있어 만나면 참으로 기쁘다. 일전에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내려오는 국제선 버스를 기다리면서 약 5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혼자 사진도 찍으면서 탈린 구시가지에 산책할까하다가 그 동안 몇 차례 에스페란토 행사에서 만나서 이름 정도 알고 지내던 에스토니아인을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먼저 며칠 전 페이스북으로 "모월 모일 모시에 시간이 있으니 괜찮다면 만나고 싶다"는 쪽지를 남겼다. "나도 시간이 되니 꼭 만나고 싶다. 내 전화는 다음과 같다"라고 금방 답이 왔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전화를 하니 곧 내가 있는 곳으로 차로 올 테니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라고 했다.

파란색 현대차가 다가왔다. 안에는 덩치가 큰 바로 그 지인이 타고 있었다. 악수를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단지 여러 사람들 사이에 조금 알고 지내는 사이인테 우리는 만나자마자 오랜 친구가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 외국인이 가기 어려운 곳으로 구경시켜주려고 하는 데 어때?"
"나야 좋지."

그는 소련 시대 해군이 주둔해 통행이 금지되었던 곳으로 안내했다. 지금은 탈린 시민들이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겨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탈린 구시가지의 또 다른 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화강암이 해변 바다 위에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해변에서는 바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 사방 천지가 모두 분말가루같은 모래뿐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여러 이야기 중 몇 가지가 관광안내사(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내 머리 속에 속속 잘 들어왔다. 

- 탈린은 스웨덴의 스톡홀름, 핀란드의 헬싱키,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형성된 도시이다.
- 탈린은 동쪽 내륙에서 나오는 왁스를 수출하고, 발트해를 통해 소금을 수입하던 전초기지였다.
- 독일 기사단이나 스웨덴이 지배하던 시절 지배계층은 에스토니아인들과 결혼하지 않았지만, 제정 러시아 시대 러시아인들은 토착인들과 결혼했다. 그래서 에스토니아인의 DNA는 러시아인에 더 많이 닮았다.
- 에스토니아 북부 지방은 석회암이 대부분이고, 저기 있는 화강암은 빙하가 녹으면서 스칸디나비아에서 흘러내려온 것이다.


그가 타고온 현대차 이야기다.

"현대차에 만족하나?"
"이 차는 관용차이다. 매년 3년마다 우리 부처에서 새로운 차로 교체해준다. 내 개인차도 한국 자동차 회사가 만든 기아차이다."
"정말? 어때?"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다양차를 운전해보았는데 한국차도 이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아주 만족한다. 하지만 이제 한국차라는 데에 별다른 큰 의미가 없다."
"왜?"
"알다시피 자동차를 비롯한 전자제품 등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한국차도 사실 100% 한국차라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과거의 부정적인 선입견만을 고집해 그 특정 나라의 차를 평가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나도 동의한다. 그래도 네가 한국인인 나를 한국차로 구경시켜주니 기분은 좋다. 그런 뜻에서 오늘 저녁식사는 내가 쏘겠다."


그는 내가 손님이라면서 극구 자기가 내겠다고 했지만, 오랜 친구처럼 나를 맞아준 데에 대한 고마움으로 내가 먼저 지갑을 열어 계산했다. 우리 둘이는 서로 모국어가 다른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존재와 위력에 대해 새삼스럽게 감탄하면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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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 3. 25. 07:11

며칠 전 스웨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와 스카이프(skype)로 모처럼 문자로 대화했다. 

"요가일래가 고민이 많은 모양인데 학교생활에 대해 부모한테 자세한 이여기를 안 하나보지."
"주리하고 대화하는 것을 우리가 다 듣고 있는데..,,,,"
"주리가 심각하게 이야기하길래. 여긴 또 틀리니까. 바로 학부모 호출해서 사과시기고 하니까."
"내일 한번 물어볼게"

비교적 딸아이와 소통을 잘 하는 편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딸아이의 고민을 제3자로부터 듣게 되었다. 벌써 딸아이가 부모보다 친구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는 나이가 되어버렸구나를 생각했다. 사춘기로 접어들 나이가 되어버렸다.

다음날 분위기를 살펴서 딸아이에게 물었다.

"학교에 무슨 문제가 있니?"
"아니 없어."
"있는 것 같은데."
"아이, 벌써 잘 끝났어."
"그러면 문제가 있었네. 아빠에게 말해봐."
"친구들이 좀 놀랬어."
"뭐 때문에?"
"내가 리투아니아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만 엄마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놀릴까?"
"내가 자기들이 하지 못하는 한국말도 잘 하고, 또 좀 잘 나가니까 그런가봐."
"선생님에게 말했어?"
"했지. 친구들이 사과하고 이제 사이좋게 잘 지내."
"어떤 친구가 그렇게 말했나?"
"그건 말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좀 지난 후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아빠나 엄마에게 그런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친구에게 했나?"
"아빠나 엄마는 벌써 학생이 아니잖아. 학교 일은 학생이 제일 잘 조언해줘."
"그래도 앞으로는 부모에게도 말해줘야지."


앞으로도 이런 유시한 일을 많이 겪을 수 있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이런 경우에 늘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창안한 자멘호프가 1905년 제1차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에서 행한 연설의 한 구절로 한 세기가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시시하는 바가 크다.   

"지금 처음으로 수천 년의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여기 프랑스의 작은 해변도시에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다른 민족인 우리는 낯선 사람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기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형제로 모였다. 오늘 영국인과 프랑스인, 폴란드인과 러시아인이 만난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 

어제 밤 잠들기 전 아빠의 팔을 베고 누워있는 딸아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너는 한국 사람인 것이 좋아. 아니면 안 좋아?"
"물론 좋지."
"왜?"
"전부 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서로 어울러 사람으로 살아가면 재미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친구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때론 놀려대도 자기가 한국 사람인 것을 좋아한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11. 06:22

외국에서 보내는 설은 한국에서 보내는 설과는 견줄 수가 없다. 설날에 한인들이 모이기로 했다. 이번에는 각자 집에서 음식을 마련해오기로 했다. 이렇게 모인 음식은 그야말로 푸짐했다.


"네가 사는 곳에도 떡국 먹을 수 있나?"라고 설날을 즈음하여 흔히 질문을 받는다.
"먹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도 넉넉하게 잘 먹었지."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에 과식을 하고 말았다. 모두가 새해에 많이 복 짓고 많이 복 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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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2. 10. 11. 06:03

이 나라에서 싸게 산 물건을 저 나라에서 비싸게 팔아 이득이 생긴다면 누구나 쉽게 나설 것이다. 여름 방학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려고 준비하는 마르티나는 영국 친구들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담배이다. 영국은 리투아니아보다 훨씬 담배값이 비싸다. 영국은 담배값이 보통 7파운드(1만2천원)으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으로 입국하는데 허용되는 담배 가치수는 800이다. 마르티나는 담배 두 보루를 사서 영국으로 출발했다. 경우지는 노르웨이 오슬로였다. 환승하기 위해 나오는데 세관검사을 받게 되었다. 담배 두 보루가 문제였다. 노르웨이는 담배 한 보루만 허용된다고 하면서 두 번째 보루를 압수하면서 벌금까지 부과했다. 노르웨이가 최종 도착지가 아니라 단지 환승지일 뿐이라고 통사정했지만 먹혀들지가 않았다.

벌금은 집주소로 고지서가 갈 테니 그때 내라고 했다. 정말 외국까지 고지서를 보낼까 의구심을 가지면 환승을 무사히 하고 영국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노르웨이로부터 편지가 우리 집에 도착했다. 뜯어보니 설마했던 바로 그 벌금고지서였다. 2012년 9월 3일 발행한 편지에 9월 21일까지 입금하라고 했다. 담배 한 보루를 불법으로 소지한 벌로 벌금이 300크론(한국돈 5만8천원)이다. 이에 마르티나는 자신의 당시 상황을 메일로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 10월 19일까지 납부하라는 노르웨이 2차 벌금고지서

어제 2012년 10월 1일 작성한 2차 편지가 도착했다. 벌금 300크론에 지연 납부에 대한 이자금 430크론(8만4천원)이 더해져서 모두 730(14만2천원)크론이었다.

* 벌금 300크론이 한 달만에 730크론으로

벌금 300크론, 이자 430크론, 한달 이자율 143%

한 달만에 벌금 300크론(5만8천원)이 730크론(14만2천원)으로 불어났다. 또 지연하고 지연하다보면 벌금 만원대가 멀지않아 수백만원, 수천만에 이르게 생겼다. 작은 이득을 보겠다고, 또한 환승국이라 출입국 제한 물품에 대한 지식 습득을 하지 못한 점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 

외국에서 날라온 벌금고지서라고 무시했다가는 어떤 낭패를 당할 지 모르겠다. 모두들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비록 외국 주소이더라도 악착스럽게 벌금을 거두어들이고자 애써는 노르웨이 세관당국이 얄밉지만, 본받을만하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9. 13. 04:19

2-3년 전부터 발트 3국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관광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관광안내를 하면서 만나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가 처음으로 발트 3국을 여행하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발트 3국이 한국 사람들에게 아직은 낯설다.

이런 낯선 관광지 거리에서 갑자기 한국 애국가를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자유의 상, 검은 머리 전당, 베드로 성당, 화약탑, 스웨덴 문, 리가성, 대야곱 성당 등 볼만한 것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스웨덴 문을 통과해 대야콥 성당을 거쳐 나오다보면 많은 관광객들이 자주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삼형제 건물이다. 건물 셋이 나란히 있는데 이는 중세 시대 주거지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 하얀색 건물은 15세기, 가운데 노란색 건물은 17세기, 왼쪽 초록색 건물은 18세기에 지어졌다. 지금 이 세 건물은 라트비아 건축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 앞에서 호른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다가오는 관광객들이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를 재빨리 파악해 그 나라와 관련된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그는 한번도 틀리지 않고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애국가를 연주했다.

그가 애국가를 연주하자마자 관광객들은 깜짝 놀란다. 대부분 한국인들의 반응은 이렇다.

"어머, 우리가 한국 사람인 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애국가를 연주할까?"
"팁 줘야겠네."
"맞아, 팁 받으려면 이 정도는 수고해야지."


일전에 안내한 관광객들은 모두 여고 동창생들이었다. 갑작스런 뭉클함으로 이들은 듣기만으로는 부족해서 호른 연주에 맞춰 다 함께 애국가를 불렀다. 한국인의 기상을 보는 듯했다.

노래를 마치자 이들은 지갑이나 호주머니에서 팁을 꺼냈다. 애국가 덕분에 이날 아침 호른 연주자는 대박을 맞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박수로 이에 응답했다. 물론 팁을 기대하고 연주하겠지만,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알 수 있는 한 장면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13. 07:52

추석이다. 9월 12일은 월요일이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한국에는 중요한 명절이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평범한 월요일에 불과하다. 특히 이날 아내는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일해야 한다. 한국 교민들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6시 30분이다. 모임에 늦을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는 6시에 발레 수업을 마친다. 5시 30분경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일었다. 곧 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없이 간 딸아이를 데리려 가야 했다. 가는 길에 천둥과 번개가 바로 코 앞까지 온 듯했다. 

▲ 몇일 전 우박이 내렸을 때 찍은 동영상. 어제는 이 우박보다 훨씬 더 큰 양의 폭우가 내렸다.
 
 
6시 발레 교실을 찾아가자 집으로 어떻게 돌아갈까 걱정하던 딸아이는 아빠를 보자마자 그렇게 기뻐했다. "아빠, 사랑해!!"라고 외치면서 학생들 사이로 달려왔다. 밖으로 나오니 천둥과 번개는 잠잠해졌으나, 비는 더욱 거세졌다. 도로와 거리가 온통 개울이 된 듯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물이 무릎까지 오기도 했다. 딸아이를 엎고 건너야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데 우리가 추석 모임에 가야 하나?"
"아빠, 가야지. 한국 사람들이 다 모이잖아."
"하지만 비가 정말 무섭게 내린다."
"그칠 거야."

우산이 어느 정도 막아주었지만, 둘 다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었다. 그런데 6시 30분이 넘자 하늘이 감쪽같이 개기 시작했다. 햇볕이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이것이 천지개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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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저녁 음식의 일부
 

우리 식구는 저녁식사가 열리는 한인회장님댁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공간이 부족해 신발이 2층으로 쌓여있었다. 늘 그렇듯이 맛있는 음식이 코와 눈, 그리고 입을 즐겁게 했다.

▲ 일부가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신발은 이날 모임의 규모를 말해준다.

이번 추석은 이제까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인 모임 중 최대 규모였다. 교민 30명과 교환 학생 30명, 모두 60명이 모였다. 빌뉴스뿐만 아니라 카우나스에서도 교환 학생들이 왔다. 거실과 방에는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일부의 무리가 빠져나간 후지만 모임을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캠코더를 꺼냈다.  


▲ 한국에서 리투아니아로 온 교환 학생들
 

교민과 학생들이 서로 통성명을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추석 저녁을 보냈다. 어찌 보름달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이국땅에서 모처럼 만난 한인들의 온정으로 느끼는 기쁨을 능가할 수 있겠는가! 해가 갈 수록 늘어나는 한국인 교환 학생들 덕분에 빌뉴스의 추석은 더욱 젊어지고 활기찬 듯하다.

* 최근글: 유럽 식탁에 바퀴벌레 튀김 음식이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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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9. 8. 07:52

9월 1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일반학교와 음악학교 4학년생이 되었다. 음악학교에는 처음으로 음악사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날 첫 수업에 갔다온 온 요가일래는 음악사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아주 좋아했다. 수업 중 선생님과의 질의응답을 전했다.

"우리가 음악사 시간에 무엇을 배울까요?"라고 선생님이 물었다.
"작곡가들에 대해서 배우겠죠"라고 한 학생이 답했다.

"최초의 악기는 무엇일까요?"라고 선생님이 또 물었다.
"물론 북이죠."라고 한 학생이 자신있게 손을 들고 대답했다.
"북도 오래되었지만, 그 북보다 더 먼저 있었던 것이 있지요. 대답할 사람 없어요?"

교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렸다. 요가일래가 손을 들었다.

"제 생각에는 목소리(성대)입니다."
"맞아요. 역시 가수 요가일래는 뭐든지 다 알아요."라며 선생님은 칭찬했다.

음악사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 바로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생님의 칭찬 여부가 학생들의 호불감에 큰 영향력을 끼침을 쉽게 알 수 있다. 딸아이가 지루해할 것 같은 음악사의 첫 수업에 좋은 인상을 받아서 다행스럽다.

* 4학년 개학일에도 여전히 학부모가 자녀를 동반한다.
  
어제 일반학교 4학년 다음 선생님으로부터 이번 학년 시간표를 받았다.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4학년의 시간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초등학교 4학년 수업시간표
 
먼저 주 5일 수업에 총 수업시간은 24시간이다. 각 과목의 수업시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리투아니아어 7시간
수학             4시간
영어             3시간
세계 알기      2시간
음악             2시간 
체육             2시간
미술, 기술     2시간
윤리, 종교     1시간
무용             1시간

초등학교 4학년인데 여전히 국어인 리투아니아어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그 다음은 수학이다. 영어와 불어 중 선택한 외국어 수업이 3시간이다. 국어 수업이 두 시간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돋보인다. 한국의 초등학교 4학년의 국어와 수학 등의 수업시간은 몇 시간일 지 궁금해진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유럽 초등학교 2학년 수업시간표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