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2. 1. 27. 05:39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특히 오미크론에 창궐하는 무렵에 어디를 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런데 오고자 하는 사람을 거절하기도 어렵다. 스페인 카탈루냐 바르셀로나에서 딸의 친구가 우리집을 방문했다. 세계 에스페란토 어린이대회에서 여러 차례 만나서 서로 친구가 되어 교류하고 있다. 그는 국제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려서 미술대학을 가거나 부모 모두 건축가이어서 건축학과를 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국제경제학도가 되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답이 명쾌했다.
 
1. 스페인은 뛰어난 예술가가 많아서 그림그리기를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다. 그림그리기는 취미로 하기로 했다. 
2. 부모 영향으로 한편으로 건축가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될 수가 없다. 건축가 직업은 특히 경제상황에 너무 민감하다. 건설 경기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어렵다. 그래서 건축가 아버지의 권유로 경제학을 선택했다.
 
그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면서 낯설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빵에 그냥 소시지만 얹어 먹는다. 앞에 큼직한 버터가 있는데도 말이다. 건조해서 퍽퍽할 텐데 꾸역꾸역 먹고 있다.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버터나 마가린을 빵에서 발라서 먹는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앞에 있는 버터를 바르지 않고서?"

"우리는 버터를 바르지 않는다."

"그러면 그냥 빵만?"

"아니다. 버터 대신 올리브유(올리브 오일)를 뿌리거나 칠한다."

 

유럽인의 아침식사는 빵과 버터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때마침 찬장에 올리브유가 있어서 주니 아주 좋아했다. 우리집은 주로 샐러드를 만들 때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빵에 발라서 먹지는 않고 있다.  

   

손님이 올리브가 생산되는 남유럽의 사람임을 잊은 결과다. 스페인은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국으로 매년 600만 톤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올리브는 스페인 사람에게 김치와 같은 것이라는 표현도 있다. 
 
 
두 번째 생산국은 그리스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6월 그리스 자킨토스에서 찍은 올리브나무다. 수령이 2000여년이다.
 

여전히 올리브 열매를 맺고 있다.

 

같은 유럽이지만 이렇게 지역에 따라 식생활이 판이하게 다르다. 앞으로 남유럽 친구가 방문할 때는 버터와 올리브유를 함께 식탁에 올려놓아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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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27 08: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가족여행/그리스2021. 8. 7. 17:59

나바지오 해변 절벽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얀 백사장과 비취색 바다가 해수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충동질한다. 그렇다고 수백미터 절벽 아래로 뛰어들기(다이빙)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바지오 인근에 접근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본다. 그 중 하나가 포르토 브로미(포르토브로미 Porto Vromi)다. 구글지도에서 확인해보니 15km 거리에 예상 소요시간이 30분이니 이것이 구불구불하고 험준한 길임을 미리 알려준다. 포르토 브로미는 나바지오 해변으로 배로 가는 가장 짧은 거리에 있는 항구다.  
 
가는 길에 도로변에 주차장까지 마련한 선물가게들이 우리를 멈추게 한다. 뭐라도 기념품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여행습관이기도 하다. 아나포니트리아(Anafonitria) 마을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도마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점원이 다가오더니 이 도마는 2000여년이 된 올리브 나무로 만든 것이다라고 한다. 2000년이라는 말에 장사꾼의 유혹에 말려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자 점원은 좀 더 설명을 이어간다. 2007년 그리스 대화재로 자킨토스키에 있는 여전히 열매를 맺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큰 피해를 보았고 그때 불탄 올리브 나무를 이용해 도마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수령 2000여년은 너무하다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떨쳐내기가 힘이 든다.  
 
"설령 2000여년이 아니더라도 200여년만 되어도 만족할 수 있겠다. 매일 사용할 수 있는 도마 하나를 기념으로 사자"라는 아내 말에 동의한다. 가게에 좀 더 빠져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주차장 마당을 둘러본다. 나뭇가지에 열려 있는 황색 과일이 딱 보기에도 자두다. 어릴 때 뒷밭에 있던 그 자두나무와 같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하나를 따서 먹어본다. 당도는 우리집 뒷밭의 자두에 훨씬 못 미친다. 
 
이제 해수욕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마리에스(Maries) 마을의 일몰식당(Sunset Taverna) 앞에서 우회전을 해서 포로토 브로미 길을 택한다. 포장은 잘 되어 있으나 길은 굽이굽이 하향이고 경사는 점점 더 가파라진다. 바다가 보이자 덩달아 몸속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듯하다. 포르토 브로미로 가는 길을 영상에 담아본다.           

 

 
이름에 항구(porto)가 있으니 그래도 항구 냄새는 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은 항구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나 작은 규모다. 나바지오의 파란빛 비취색과는 달리 청록빛 비취색 바다가 길게 뻗어 있다. 바다에는 나바지오로 가는 여행객들이 없어서 그런지 배들이 한가로이 둥둥 떠 있다.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아니라 하얀 자갈로 되어 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자신의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무슨 물고기가 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한 폭의 그림같은 바다에서 나 홀로 해수욕을 하다니 참으로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이곳에서의 나 홀로 수영은 오래오래 이번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6월 중순인데 바닷물이 아직 찬다. 이는 해변에서부터 곧 바로 바다가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라는 말이다.
 

 

 
아슬아슬 내려온 산길을 올려다보니 그저 평범한 언덕길로 보인다. 돌아가는 길은 수월할 듯하다. 적어도 바다쪽 낭떠러지 같은 길이 아래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라가나스(Laganas)로 돌아오는 길에 에코 호라(Exo Hora, Exo Chora)이 나온다. 오른쪽 도로가에 거대한 올리브 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딱 보기에도 범상하지 않은 나무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고 버텼으면 저렇게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무에 올라가지 마라"라는 안내판은 있지만 설명이 따로 없다. 일단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고 나무에 얽힌 사연은 나중에 검색해보기로 한다. 알고보니 수령이 2000여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다.
 
몇 시간 전 올리브 나무 도마를 판 상인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서 과장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 올리브 나무가 대신 말없이 증명해주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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