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9. 23. 18:42

일전에 북유럽 리투아니아 북서 지방에 있는 습지공원을 다녀왔다. 공원입구에서 보니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나무들의 키가 점점 작아진다. 어느 곳에 이르면 마치 자연 속 분재공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의 습지는 물이끼로 덮여 있는 이탄습지다. 산성화된 토양이고 영양분이 부족해 식물들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이 습지공원은 3.6km에 이르는 널빤지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다. 일부 구간을 아래 영상에 담아봤다.

    
입구에서 들어서니 공원 관리인이 묻는다.
"습지공원을 관광하러 왔나? 아니면 열매를 따러 왔나?"
"한번 둘러보려고 왔다. 무슨 열매가 있나?"
"9월부터 크랜베리 등 야생열매 따기가 허용되고 있다."
"어디에서 왔나?" 
"한국인인데 빌뉴스에서 왔다."
"안녕하세요."
"우와~~ 한국어 인삿말을 할 수 있다니!"
"친척 중 한 명이 한국인과 결혼해서 런던에 살고 있다."

널빤지 산책로를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관목 숲이 나온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빨간 열매 등이 더러 눈에 들어온다. 바로 월귤(lingonberry, cowberry, brukė, vaccinium vitis-idaea), 넌출월귤(cranberry, vaccinium oxycoccos), 들쭉나무(bog bilberry, bog blueberry, vaivoras, vaccinium uliginosum) 열매다. 

* 관목 가지에 붙어 있는 열매가 월귤 즉 링곤베리(lingonberry)다.

    

* 바닥 위에 가느다란 줄기로 이어져 있는 열매가 넌출월귤 즉 크랜베리(cranberry)다. 



안으로 한참 들어가자 널빤지 산책로 양옆으로 빨간색 열매가 그야말로 천지삐까리다. 지천에 널려 있다. 넌출월귤 열매다. 학명으로는 vaccinium oxycoccos이고 흔히 크랜베리(cranberry)라 불린다.     


따면 솔찬히 딸 수 있을 듯하다. 더 이상의 둘러보기를 포기하고 가족 모두 주저앉아 따기 시작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크랜베리는 비타민의 보고다"라면서 따기를 재촉한다. 따기가 아니라 그냥 줍기다. 맛을 보니 아주 시큼하다. 이끼 위에 살짝 드러난 줄기에 간당간당 붙어 있다. 손가락을 갖다대면 그냥 떨어진다.  


이날 이렇게 딴 크랜베리가 2킬로그램이다. 유럽에서 30여년 살면서 처음으로 크랜베리 따기를 체험해봤다. 아내는 꿀을 넣어서 크랜베리를 믹서기로 갈아서 유리병에 담았다. 


"크랜베리는 비타민 C와 E가 풍부하니까 매일 찻숟가락으로 한 번씩 먹자"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크랜베리는 피부노화방지, 치주병, 위궤양, 야맹증, 시력개선, 간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29. 05:40

11월 초순과 중순에 한국을 방문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의 가을 단풍을 즐겼다. 단풍의 대명사 중 하나인 은행나무 잎이다. 대구 팔공산 입구 봉무동에서 만난 은행나무 두 그루다. 한 나무는 벌써 잎이 다 떨어져 바닥에 노란 물감을 칠했고, 다른 한 나무는 노랗게 물든 잎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날씨가 포근하니까 제철을 잊어버린 개나리가 꽃을 피워 춘추의 공존을 보여 주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만난 단풍나무다. 녹색에서 노랑색을 거쳐 빨강색까지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효과가 정말 일품이다.


수원 화성에서 만난 단풍나무다.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에서 만난 위로 쭉 뻗은 단풍나무다.


내장사에서 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단풍나무다.


충남 서천 해변에서 멀리 않는 곳에서 만난 새빨강색 단풍나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열매가 보인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열매를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로 가져가 심어 보면 어떨까... 그래서 시과(평평한 섬유질의 날개가 달린 열매) 네 개를 따왔다.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일단 화분에 네 개를 심어 거실에 놓아 두고 있다.

 
과연 저 흙 속에서 단풍나무 싹이 틀까... 자라준다면 한국의 단풍나무 단풍잎을 리투아니아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리라...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5. 23. 06:12

요즘 주된 간식물은 호두와 땅콩이다. 호두는 리투아니아에 자라지만 흔하지 않고, 땅콩은 아예 자라지 않는다. 땅콩을 볼 때마다 한국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시냇가 모래가 주된 밭에 땅콩을 재배하는 사람이 있었다. 시냇가에서 목욕을 하면서 주인인 없는 틈을 타서 슬쩍 동네친구들과 한 두 포기 서리를 한 적이 있었다. 비린내가 났지만 맛있게 먹었다. 

100호가 사는 우리 마을에는 호두나무가 없었다. 어린 시절 외가 뒷밭에 자라는 호두나무를 처음 보았다. 겨울방학 때 외가를 방문할 때 호두를 즐겨 먹었다. 유럽에 20년 살면서 여러 나라에서 호두나무를 만났다. 하지만 한번도 호두나무 꽃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어제 일요일 짚 근처에 있는 빙기수 공원 깊숙한 곳에 있는 식물원을 우연찮게 다녀왔다. 호두나무의 잎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사이사이에 오그라들거나 축 늘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떨어져서 보니 마치 긴 벌레처럼 생겼다. 무엇일까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 이것이 호두나무 꽃일까?"

의문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결과는 호두나무 수꽃이다. 열려있는 호두는 보았지만 이렇게 수꽃이든 암꽃이든 호두나무 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서로 이웃 나라에 살지만 폴란드 사람들은 이 호두나무를 이탈리아 열매나무라 부르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그리스 열매나무라 부른다.

* 관련글: 4년만에 캐낸 호두나무, 인삼을 빼닮았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6. 30. 08:05

6월 중순 발트 3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와 빌뉴스를 안내했다. 발트 3국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음을 직접 체감하는 기회였다. 이들 관광객들은 70대 전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셨다. 연로함에도 대단히 건강하셨고, 설명에 경청하셨고, 많은 질문도 하셨다. (나도 저 나이에 저런 건강과 의욕을 가질까... 부러움이 앞섰다.)

이분들은 만나자마자 블루베리 이야기를 꺼내셨다.
"한국에는 요즘 블루베리 때문에 난리예요. 여기 어디서 살 수 없을까요?"
"글쎄요. 사려면 재래시장에 가야 하는 데, 보통 일찍 문을 닫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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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럽에 살면서 느끼는 아쉬운 것 중 하나가 한국에는 그렇게 흔한 골목길 과일가게나 식품가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떨어진 우유 한 곽을 사려고 멀리 떨어진 슈퍼마켓을 가야 한다.

이분들이 체류한 호텔은 바로 구시가지 중심가에 있었고, 또한 빡빡한 관광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구해 드릴 수가 없었다. 2박 3일 동안 안내하면서 결국 리투아니아 블루베리를 구해드리지 못했다.

요즘 아내는 재래시장에 자주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싱싱한 블루베리 등을 사기 위해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특히 블루베리 한 알이 비타민 한 알이라고 여긴다. 겨울철 건강을 위해 여름철 숲에서 나온 열매들을 되도록 자주 먹는다. 시장에서 사기도 하지만 직접 숲 속에 가서 따기도 한다.

블루베리를 깨끗하게 씻어 우유 속에 넣어 빵과 같이 먹는다. 블루베리는 당도가 낮기 때문에 설탕을 입맛대로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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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여름철 우리집의 흔한 아침식사나 저녁식사이다. 아래 동영상은 우리집 블루베리 식사 모습을 담고 있다. 일전에 만난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 블루베리를 구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처럼 블루베리를 한 번 드셔 보세요.

*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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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