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 2. 14. 08:38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다. 어제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대형상점을 들러니 그 어느 날보다 초콜릿과 꽃이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밸런타인데이보다 '여성의 날'에 이런 선물을 더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라기보다는 남녀 여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선물을 주고 받는다. 꼭 여인이 아니더라도 가족 구성원끼리도 선물을 주고 받는다. 

며칠 전 한 지인니 카카오톡으로 인터넷에 뜨다니는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밸런타인데이와 안중근 의사와 무슨 관련이 있어 이런 내용이 전해질까 궁금해졌다.

먼저 이날 초콜릿을 전하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1936년 일본 코베의 한 제과회사가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함으로써 "밸런타인테이 = 초콜릿 선물일"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 정착되었다고 한다.    



한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는 뤼순 감옥에 갇혀 사형선고를 받는다. 

바로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 1910년 2월 14일이다. 그리고 같은 해 3월 26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후 일본의 제과회사가 초콜릿 광고를 시작했다. 과연 그 회사가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을 인식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초콜릿 장사를 대대적으로 꾀했는 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밸런타인데이의 사랑 확인과 더불어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것도 좋겠다. 아래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다.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 한국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2.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 3.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 
4.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 8. 군대를 해산시킨 죄 
9. 교육을 방해한 죄 
10.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 
11.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 
12.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13.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 
14.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 
15.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고 한일간이 멀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의병 중장의 자격으로 죄인을 처단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일 양국이 더 친밀해지고, 또 평화롭게 다스려지면 나아가서 오대주에도 모범이 돼 줄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 결코 나는 오해하고 죽인 것은 아니다.

그가 저격후 러시아어로 외친 말이 "코레야 우라! (Корея! Ура!, 대한민국 만세)"이다. 참고로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우생은 우리 집의 공용어 에스페란토의 열렬한 사용자였다[관련글: '에스페란토’로 항일을 노래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2. 15. 07:11

2월 14일 어제 발렌타인 데이였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를 모처럼 자동차로 태워오기 위해 학교 정문에서 기다렸다. 나오는 여학생들 얼굴에는 붉은 하트가 여기 저기 붙여져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 얼굴에는 하트가 없었다.

"오늘 남자애들로부터 하트 안 받았니?"
"받았지."
"그런데 왜 없어?"
"가슴에 있지."
"그래, 사랑은 가슴에 있어야지."

(집에 와서 외투를 벗은 딸아이의 가슴에 예쁜 하트가 빛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가족이 슈퍼마겟을 들렀다. 아내와 딸에게 물었다.

"오늘 발렌타인 데이인데 내가 특별히 뭐 사줄까?"
"집에 초콜릿이 많이 있잖아. 필요없어."

그래도 이날만큼 아내와 딸은 마음놓고 물건을 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멋있게 보낼 것 같은 발렌타인 데이는 우리 가족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는 그저 평일이었다. 저녁에 페이스북에 접속한 아내가 불렸다. 

"와, 여기 좀 와봐. 엘비나의 발렌타인 데이 정말 멋있다."
"환상적이네. 엘비나 행복하겠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엘비나는 여고 2년생이다. 이날 남자친구과 함께 특별하게 집안을 장식했다. 하지만 둘 다 서로 모르게 만들었다. 엘비나가 방에서 장식하는 동안 남친은 거실에서 장식했다. 감성적이고 예술감각 있는 엘비나답게 발렌타인 데이를 아주 낭만적으로 보내는 것 같아 보는 우리가 부럽고 즐거웠다. 

"역시 10대는 달라.... 당신 부럽지? 새우 삶아서 포도주 한 잔 줄까?"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좋지. 당신이 웬일이야!"
 이렇게 삶은 새우와 포도주를 아내에게 바쳤다.

"새우가 덜 삶아졌네! 당신 제대로 삶았어?"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렇게 중년의 발렌타인 데이는 멋없게 끝났다. 아래는 여고2 엘비나 사진[출처: source lin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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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1. 1. 24. 10:36

아기고양이, 아기말괄량이, 아기소년, 아기연인, 이쁜이, 아기마음, 아기돼지, 아기나비, 아기극락조, 아기열매, 아기꽃망울, 아기태양, 아기토끼, 아기새, 아기진주, 아기고래, 아기개구리, 아기물고기, 아기코끼리, 아기백조, 아기별, 망아지, 아기곰 등등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을 호칭으로 사용한다. 나이 차이가 많더라도 삼촌, 고모, 이모라 부르지 않고 이들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부부간에도 이름을 호칭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연인, 배우자 혹은 자녀들을 정답게 부를 때는 주로 위에 열거된 단어들을 사용한다.  

* 관련글: 동식물 이름으로 연인을 불러요

통통하면서 귀여운 사람을 부를 때에는 아기곰이 적격이다. 최근 노르웨이의 사진작가 Ole Jorgen Liodden가 찍은 북극곰 사진을 보면서 바로 이 연인의 호칭 아기곰이 떠올랐다. 곁에 있으면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사진작가의 허락을 얻어 아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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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09. 11. 20. 10:05

인터넷 사회교류망 페이스북을 즐겨 사용하는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동영상 하나를 친구로부터 소개받아 전해주었다. 거리싸움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유튜브 동영상이다.

빙판 위에 술 취한 두 친구가 몸싸움을 하고 있다. 화해하는 듯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 왼쪽에서 연인 한 쌍이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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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한 쌍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자 한 친구가 취기를 부리는 듯  뒤로 돌면서 오른팔을 휘들러 여자를 친다. 여자는 충격을 받아 뒤로 움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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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연인의 남자친구는 번개처럼 주먹 속사포처럼 두 남자를 여러 차례 일방적으로 때려눕힌다. 술이 취해서 그런지 적수가 되지 못한다. 연인의 남자 친구는 마치 프로권투 선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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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영상을 본 딸아이 소감: "내 남자친구도 이런 사람이면 정말 좋겠다." 위기 상황에서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둘 다 보호해줄 수 있는 듬직한 남자친구를 가진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여자일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서 불량배 같은 사람들 옆으로 지나갈 때는 아무리 남자친구가 힘이 세더라도 앞으로는 미리 여자친구를 그들로부터 먼 쪽에 대동하고 걸어갈 것을 권하고 싶다.

* 최근글: 구급차 안에서 18세 응급환자 성폭행 파문
               유럽인 아내의 카메라에 잡힌 바이올린 신동 고려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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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2. 6. 10:04

블로그를 하면서 생기는 좋은 일 중 하나는 바로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와 다시 연락이 닿는 것이다. 어떤 글로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종종 방명록에 글을 남긴다. 최근 방명록에서 "대석아 넘 오랜 만이다"라는 옛 친구의 글을 읽었다.

"대석아"라는 반갑게 부르는 말에 그 동안 만나지 못한 15여년 세월이 정감으로 가득 찬 듯하다. 한국 사람들은 친한 친구 사이엔 이렇게 보통 이름에 "아"를 붙이고, 가족 구성원 사이엔 이름 마지막 자에 "아"를 붙인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에서 어떨까? 딸아이 요가일래를 "요가일래", "요가", "일래야"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마는 요가일래 이름 대신에 "아기토끼"라고 흔히 부른다. 기분이 좀 좋지 않을 땐 가끔 엄마에게 "요가일래는 사람인데 왜 당신은 자꾸 동물이름으로 불러요?"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어디 살고 있지요?"라고 반문한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애인이나 남편/아내를 동물이름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 아기곰, 아기토끼, 아기고양이, 아기개구리, 아기제비, 아기캥거루, 아기메뚜기, 아기여우, 아기사슴, 아기나비, 아기물고기 등으로 부른다.

최근 리투아니아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delfi.lt는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부르냐?"라는 설문을 조사했다. 결과는 단연 아기토끼가 41%로 1위이다. 이어서 아기고양이가 29%로 2위, 아기곰이 9%로 3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글을 쓸 생각을 하면서 길을 가다가 대형광고판에 써진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Kalbėk su savo zuikučiu" (자신의 아기토끼와 말해라) "Kalbėk su savo kengūryte" (자신의 아기캥거루와 말해라).

자, 오늘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기토끼야, 이리 와!", "아기고양이야, 무엇을 먹고 싶니?", "아기곰아, 한 잔 할래?"라고 한번 말해 보세요.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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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8. 15. 10:57

“발 주세요!”
“아빠, 예쁘게 말해 보세요!”
“아빠 딸 요가일래, 발 주세요!”

“더 예쁘게!”
“우리 아름다운 요가일래, 발 주세요!”

“아빠, 더 예쁘게!!!!”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예쁜 나비, 발 주세요. 이렇게 해야지!‘
“예쁜 나비, 발 주세요.”
라고 하자 그제야 딸은 이불 안에서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언젠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아이를 아침에 깨우면서 한 대화였다. 이처럼 리투아니아인들은 가족 구성원이나 연인 사이에 동식물 이름을 호칭어로 즐겨 사용한다. 가끔 대화 도중 상대방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머뭇거릴 때가 있다. 호칭에 따라 호감을 얻을 수도 있고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말에는 가족, 친척, 인척간 호칭들이 매우 복잡하게 세분화되어 있다. 집안 대사로 일가친척이 모였을 때, 상대방의 호칭을 잘 몰라 서먹하거나 당황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대가족과 씨족 중심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구성원간 뚜렷한 구분을 필요했으므로 이러한 호칭들이 풍부하게 발달되었다.

자기, 00씨로 서로 부르던 연인들이 결혼을 해서 접하는 호칭들은 우선 부부간 호칭(여보, 당신, 00씨, 00아빠, 00엄마)을 비롯해서 처가 식구들에 대한 호칭(장인, 장모, 처남, 처형, 처제, 아주머니, 처남 댁, 형님, 동서, 00서방), 시가 식구들에 대한 호칭(아버님, 어머님, 아주버님,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형님, 동서) 등 실로 다양하다. 예절 바른 며느리 사위가 되기 위해서는 이 호칭들을 미리 잘 익혀서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

부부간엔 이름을 호칭으로 부르는데
리투아니아어에도 혈연관계를 표현하는 호칭들이 있다. 하지만 장인과 시아버지, 장모와 시어머니, 형과 동생, 누나와 누이, 처남과 동서, 처제와 형님 등이 서로 다르지 않는 등 한국어만큼 세분화되지 않았다. 이런 호칭도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를 제외하고는 실생활에 드물게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을 호칭으로 사용한다. 나이 차이가 많더라도 삼촌, 고모, 이모라 부르지 않고 이들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부부간에도 이름을 호칭으로 부른다. 아내를 소개할 때도 집사람이라 하지 않고 아내의 이름을 말한다. 아내를 00 엄마, 남편을 00 아빠라고 부르는 법도 없다. 여기서도 개인을 매우 중시하는 이들의 문화를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사회나 직장에서도 나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친숙한 사이에는 이름을 부른다. 한편 영어권에서는 성(姓) 앞에 Mr.를 붙이는 것과는 달리 리투아니아에서는 개인 이름 앞에 붙인다.

연인끼리는 아기고양이와 꼬마를 즐겨 사용
아주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연인(戀人)간 호칭이다. 이름을 호칭으로 즐겨 사용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이지만 연인 사이엔 이름을 호칭으로 쓰지 않기를 더 좋아한다. 우리나라 연인들은 보통 '자기, 오빠, 00씨, 형, 아저씨'이라는 호칭을 쓰는 반면에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다양한 동식물 이름을 사용한다. 가장 흔한 연인간 호칭은 아기고양이, 꼬마, 아기태양 이다. 여기서 '아기'는 조그마하고 귀여운 것을 의미하는 리투아니아어의 접미사를 한국어로 표현한 것이다.

예전에 리투아니아 신문과 잡지에 자주 나온 한 광고엔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연인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들이 그림과 함께 모아져 있었다. 이를 보니 친척간 호칭과는 달리 연인간 호칭이 너무나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한번 살펴보자. 아기고양이, 아기말괄량이, 아기소년, 아기연인, 이쁜이, 아기 마음, 아기돼지, 아기나비, 아기극락조, 아기열매, 아기꽃망울, 아기태양, 아기토끼, 아기새, 아기진주, 아기고래, 아기개구리, 아기물고기, 아기코끼리, 아기곰, 아기백조, 아기별, 망아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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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연인간 호칭들을 담은 광고지의 일부 

연인간 호칭을 바꿔 불러보자! 아기곰아
지루해진 듯한 연애를 싱싱하게 하는 방법으로 그 동안 별 생각 없이 사용해오던 호칭을 한번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기, 오빠, 00씨라고 부르던 호칭 대신에 애교를 섞어 아기꽃망울아, 아기곰아, 아기개구리야 라고 한번 불러 보자. 아무래도 우리나라 연인 귀에는 생소하고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에선 사랑하는 사람의 성격과 특성과 연애 상황에 따라 동물 이름에 귀여움을 표현하는 접미사를 붙여 즐겨 사용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