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05.13 06:33

딸아이는 곧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친다. 9월 1일 시작되는 6학년부터 달라지는 과목이 하나 있다. 제2 외국어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빌뉴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가 특화된 초등학교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프랑스어와 영어 중 하나를 선택해서 2학년 때부터 배운다. 물론 이렇게 선택한 제1 외국어는 졸업할 때까지 배운다. 

6학년부터는 제2 외국어 교육이 시작된다. 선택할 수 있는 언어는 프랑스어, 영어, 러시아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가족은 별 다른 고민 없이 러시아어를 선택했다. 그런데 걸림돌이 하나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는 제2 외국어로 러시아어가 없다. 프랑스어, 영어와 독일어만 있다.  

"아빠,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어. 제일 좋은 고등학교를 가려는 학생은 러시아어를 선택할 수가 없어."
"왜?"
"그 학교는 러시아어가 없어."
"안 좋다. 원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러시아어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너는 그 학교에 가고 싶어?"
"가고 싶지만 어려워."
"그 학교에 안 가도 돼지?"
"그래."
"그럼, 문제는 해결됐어. 러시아어를 선택하자. 어느 슬라브어 하나를 알면 다른 많은 슬라브어를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

* 제2 외국어로 러시아어 선택 동의서

소련시대 공용어였던 러시아어는 리투아니아가 1990년 독립을 선언한 후부터 배척되었다. 소련시대 우대를 받았던 러시아어 교사들은 교직을 그만두거나 새로운 과목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때 많은 교사들이 영어나 리투아니아어 교사가 되었다. 학교에서는 러시아어 대신 영어가 자리잡았다. 이 결과로 대부분 20-30세 이하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러시아어에 대한 지식이 없다.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우리 부부는 고민했다. 리투아니아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러시아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비록 찬밥 신세에 처해 있지만, 언젠가 다시 러시아어가 각광 받을 날이 올 것이다라는 기대로 러시아어 유치원을 결정했다.

3년을 다니는 동안 딸아이는 러시아어가 아름답다고 하면서 모국어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그 동안 러시아어를 많이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배운다면 그 옛날 뇌에 자연스럽게 저장된 러시아어가 쉽게 표출될 것이다.


* 유치원 시절 5개 언어로 노래하는 요가일래

러시아어가 없는 최상의 학교에 가지 못하더라도 러시아어를 잘 하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영어로는 서쪽으로 러시아어로는 동쪽으로 간다면, 훨씬 더 폭넓은 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10.03 06:07

곧 만 8살이 되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가 한국인이고, 엄마가 리투아니아인인 다문화 가정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발토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요가일래는 옆에 쌓인 한국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한 여자를 가르키면서 말을 걸었다.

"아빠, 이 사람 정말 예쁘다. 맞지?"
"그래, 아빠가 보기에도 정말 예쁘다."
"그런데, 아빠는 왜 예쁜 한국 여자하고 결혼하지 않았어?"
"엄마가 더 예쁘니까 결혼했지...... ㅎㅎㅎ"
"아빠가 한국 여자하고 결혼했으면, 내가 아빠 딸이 되었을까?"
"되었으면 좋겠니?"
"나 몰라."

어느 날 엄마에게 요가일래는 말했다.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어 엄마가 편할 수 있으니까......"
"그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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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모처럼 요가일래가 아빠 옆에서 컴퓨터를 오랫 동안 하고 있었다.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서 좋아?"
"좋아."
"왜?"
"그냥."
"그런데 안 좋은 것이 하나 있다."
"뭔데?"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해."
"그 대신 너는 여러 나라말을 할 수 있잖아."
"맞아."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서 안 좋은 이유가 바로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었으면 집에서 온 식구가 리투아니아어를 했을 테니까 다른 아이들처럼 리투아니아어를 잘 할 것이라고 요가일래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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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로 카메라를 만들어 아빠를 찍고 있는 요가일래

며칠 전 엄마가 리투아니아어 교재를 가르쳤다. 그때 요가일래가 잘 모르자 좀 언성을 높였다. 이때 요가일래는 당돌하게 말했다.

"엄마, 알아? 난 다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어!"
(이 말은 다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으니까 그것 하나 좀 모른다고 해서 너무 야단치지 마라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요가일래는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리투아니아어를 다른 아이들보다 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또한 강하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09.03 16:54

한국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결혼한 부부 10쌍 가운데 1쌍이 외국인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다문화가정이 이젠 낯설지가 않다.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배우자와 2세들의 언어문제일 것이다.

지난 여름 곧 일곱 살이 될 딸 요가일래와 함께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딸아이가 어떻게 어느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제일 궁금해 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글을 정리해서 올린다.

요가일래 엄마는 리투아니아인이고, 아빠는 한국인이다. 요가일래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 리투아니아어, 러시아어, 영어, 에스페란토이다.  

우리 부부는 리투아니아어도,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에스페란토로 만났다.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 부부의 일상 언어는 에스페란토이다. 이런 언어환경에서 요가일래가 다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래와 같은 원칙 때문이다.

1. 모태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무조건 한국어로만 말한다. 만 1세경부터  한국어 비디오테잎을 그냥 틀어놓았다. 자연스럽게 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 3세경부터 한국어 인터넷 학습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다.

2. 엄마는 무조건 리투아니아로만 말한다 (원칙: 어느 한 쪽이 두 말을 절대로 섞지 말 것. 적어도 만 3살이 되도록까지).

3.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리투아니아엔 영어가 현재 러시아어를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어가 다시 중요한 언어로 부각될 것이라 생각해 러시아어 어린이집에 다니도록 했다.

4. 영어 만화채널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보도록 했다. 어린이집에 갔다오면 잘 때까지 거의 영어채널을 틀어놓는다. 영어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아이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 

5. 부모는 늘상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 아이는 부모 대화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언어를 습득한다.

한국 다문화가정의 언어교육의 실상이 어떠한 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엄마가 베트남인이면, 늘 아이에게 베트남어로 말함으로써 자신의 모국어를 잊어버리지 않고, 또한 아이가 커서 엄마의 친척들과 대화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아빠도 조금씩 베트남어를 배워갈 수 있다. 한국에 산다고 한국어만 강요하지 말고, 배우자의 언어도 존중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 가정의 예가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아래에 요가일래가 5개 국어로 노래하는 동영상을 소개한다.


           ▲ 요가일래(당시 6살)가 4개 국어로 하는 양말 인형극

* 관련글: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