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3국 여행2020. 4. 22. 03:13

4월 21일 국경없는 기자회(RWB, Reporters Without Borders)가 "2020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전세계 180개국을 조사해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정했다. 언론자유의 제약과 침해 상황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점수가 낮을수록 언론자유도가 높다. 점수는 5등급으로 아래와 같이 나눠진다. 

하얀색: 00-15점 - 좋은 상황
노란색: 15-25점 - 만족스러운 상황
주황색: 25-35점 - 주목할만한 상황

빨간색: 35-55점 - 어려운 상황

검은색: 55점 이상 - 아주 심각한 상황 


이 지수는 언론 표현의 자유도를 측정한 것으로서 각종 현안에서 정치 자유의 척도로도 사용된다. 그러므로 순위는 대체로 정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높고 후진국일수록 낮다. 한국은 42위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 주변 국가로 대만은 43위, 일본은 66위, 중국은 177위, 북한은 180위다. 


선진국들이 많은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상위권이나 중상위권다. 1위는 노르웨이, 2위는 핀란드, 3위는 덴마크, 4위는 스웨덴, 5위는 네덜란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동유럽 국가들과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고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남유럽 국가들은 언론자유가 주목할만한 상황으로 순위가 48위 이하로 한국보다 낮다. 루마니아 48위, 크로아티아 59위, 폴란드 62위, 그리스 65위, 헝가리 89위, 우크라이나 96위다. 언론자유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가로 불가리아 111위, 러시아 149위, 벨라루스 153위다. 

[유럽의 지리적 구분은 여기 글을 참고]


* 발트 3국에서 언론자유지수가 제일 높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구시가지 모습


자, 그렇다면 50년 동안 소련 지배를 받아오다가 1990년대 초에 독립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 발트 3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12.60점을 받은 에스토니아가 14위

18.56점을 받은 라트비아가 22위

21.19점을 받은 리투아니아가 28위


발트 3국 세 나라 모두 23.70점을 받아 세계에서 42위를 한 한국보다 언론자유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4. 8. 22. 21:55

세월호 침몰 관련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행적은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김수창 전 제주 지검장의 상식을 초월한 야밤 행동이 지탄을 받고 있다. 도덕성이 누구보다도 요구된다.

최근 에스토니아 언론은 현직 대통령 영부인이 관련된 스캔들을 기사화했다. 에스토니아 대통령 영부인 에벨린 일베스(Eevelin Ilves, 46살)는 일반에 공개된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젊은 남자의 품 안에 안겨있는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 구설수에 오른 에스토니아 대통령 영부인 에벨린(46살)

 

에스토니아 언론 Kroonika에 따르면 영부인은 신분과 기혼임을 망각하고 공공 장소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과 입맞춤을 하는 등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8월 6일 저녁 탈린 중심가에 있는 커피숍 테라스에서 시작된 저녁 만찬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약 새벽 4시 30분 영부인은 자신의 젊은 파트너와 함께 레스토랑을 떠났다.   


* 외간 남자 품에 안겨 밤을 즐기는 에스토니아 대통령 영부인 에벨린


당시 에스토니아 대통령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Toomas Hendrik Ilves, 60살)는 에스토니아 내에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교제해온 현재의 부인과 2004년 결혼했고, 이 둘 사이에 딸이 한 명이다. 영부인도 대통령실도 이 기사에 아직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영부인의 은밀한 행적을 과감하게 언론이 다루는 에스토니아의 2014년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11위이다. 한국은 57위이다. 이 구설수로 인해 대통령과 영부인의 향후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을 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3. 20. 15:39

이 글은 방명록에 남긴 Stacy님의 아이템 제안으로 쓴 글이다. Stacy님은 "에스토니아의 주요 6개 신문이 취재원의 신원공개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입법하려는 정부 방침에 항의해 백지로 신문을 발행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라는 한국 인터넷언론의 글을 보고 취재를 부탁했다.

지난 목요일(18일) 에스토니아 6대 일간지가 신문 한 면을 백지로 발행한 에스토니아 전대미문의 백지신문 사태가 일어났다. 이는 에스토니아의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새로운 취재원보호법에 항변하기 위해서였다.   

Postimees, Õhtuleht, Äripäev 신문은 첫 면을 백지로 발행했고 Eesti Päevaleht, Maaleht, Eesti Ekspress는 다른 지면 전체를 백지로 발행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에스토니아 자유언론 웹사이트는  첫 화면을 마치 종이판 신문의 첫 지면을 백지로 발행한 것처럼 상단 주된 부문을 공백으로 놓아두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로운 취재원보호법은 에스토니아 법무부가 마련해 국회 본회의에서 4월 7일 처리될 예정이다.

에스토니아 신문들은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의 신원을 밝힐 것을 강요받고, 특히 심층기자들에게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고, 폭로성 기사를 발행하기 전 경고로서 발행자에게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3월 18일 3개 에스토니아 주요 일간지는 첫 지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례투보스 리타스 기사 촬영)

이에 에스토니아 신문협회와 기자협회는 이 법안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한편 에스토니아 정부관계자는 3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에스토니아 일간지들의 백지 항변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발틱-코스닷컴에 따르면 국무총리 안드루스 안십은 "언론이 백지로 자신에게 스스로 재갈을 물리고 있다. 법은 어떤 누구에게도 재갈을 물리지 않는다. 이 법은 절대적으로 유럽기준이고, 처음으로 언론인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에스토니아는 취재원 보호가 없다. 판사가 어떤 사건이든 기자를 심문할 수 있고, 기자는 진술을 거부할 아무런 법적인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장관 레인 량은 "이 법안은 취재원보호에 한계를 두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말했고, 재무부장관 유르겐 리기는 "이는 언론자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법원이 어려운 범죄사건에서 언론으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발트 3국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에스토니아는 2006년 인구 130만명, 1인당 GDP 17,802USD이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언론자유를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나라 중 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각국 언론자유 지수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는 6위(한국은 69위)이다.

현재 에스토니아는 정부와 언론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 법안의 통과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에스토니아의 세계적인 언론자유 명성에 이미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만은 확신하다.

* 관련글: 한국보다 훨씬 높은 발트 3국 언론자유 지수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10. 24. 05:41

10월 20일 국경없는 기자회는 2009년 세계 175개국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69위를 차지했다. 이는 2008년보다 무려  22계단이 떨어졌다. 한국의 이 언론자유 성적표는 그 동안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한국 언론 상황이 악화되었음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이제 20여년이 되어가는 발트 3국 언론자유 지수는 어떨까? 놀랍게도 이들은 상위권에 진입해 있다. 에스토니아 2008년 4위에서 2계단이 떨어져서 6위를 차지했고, 라트비아는 7월에서 5계단이 떨어져서 13위를 차지했다. 이는 경제 위기과 불황으로 인한 잦은 시위에 대한 취재환경의 변화를 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상위 20위권 안에 들어가 있다.
* 발트 3국과 대한민국 언론자유 지수
  국가   2008년   2009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대한민국
    17위
     7위
     4위
    47위
    10위
    13위
     6위
    69위

이 두 나라와는 달리 리투아니아는 2008년 17위에서 7계단을 뛰어 넘어 10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59계단이나 높은 성적이다. 현 한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언론자유 부분에서는 한국이 이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 속하는 발트 3국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경제가 이루어 놓은 높은 한국 이미지를 이 낮은 수준의 언론자유가 까먹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기자들의 즉석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발다스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 (2006년)  

초유스는 한국언론에 현지 취재물을 제공하고 있다. 그 동안 리투아니아에서 취재하면서 제약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성적표를 보니, 취재 때 자주 만나는 현지 기자들 보기에 부끄러움이 더 할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은 방송사 사장 임명을 둘러싼 언론인 체포, 촛불시위 관련 언론 탄압, 블로거 체포 등등 언론자유 지수를 떨어뜨리는 여러 행위들을 해왔다.

이 국경없는 기자회의 발표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69위로 매긴 데 대해 "항의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언론자유를 바라보는 정부 시각과 기자회 시각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쉽게 인정할 법하다. 그러니 한국 정부의 뜻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기자회에 항의한다는 것은 꼴사납기 그지없다. 항의가 아니라 언론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점검하고 마련하는 것이 민주정부에 어울리는 대처법일 것이다.

유 장관이 국경없는 기자회에 항의할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을 때 지난 해 국감장에서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며 욕설을 퍼붓는 유 장관의 동영상이 떠올랐다. 당시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했다.

* 관련글: 국회 식당, 흡연소 기자 취재 금지
               문화부의 웃기는 장관 욕설 해명

<아래에 손가락을 누르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1. 27. 16:21

지난 17일 개원한 제5대 리투아니아 국회는 초반부터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최근 국회는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제한한 규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곧 국회 내 음주 금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의원들이 국회에서 편안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출입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금까지 국회 내에서는 별다른 제약 없이 출입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었다. 이번 조치로 파파라치식 보도로 곤경에 빠질 수 있는  의원들이 많은 혜택을 입을 것 같다.

앞으로 출입기자들은 “여기는 취재활동 금지”된다는 안내문을 잘 주시해야 한다. 이번에 취재 행위가 금지된 구역은 국회 내에 있는 식당, 레스토랑, 흡연소, 화장실이다. 어길 시에는 경고나 출입증 무효화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돌발영상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식당, 레스토랑, 흡연소에서 취재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것인 일반적인 반응이다. 정치 사안을 놓아두고 심각한 표정을 나타내는 데에는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는 장면이 어울릴 것이다. 정치 사안의 원만한 해결을 나타내는 데에는 회의 후 여야 의원들이 식당에서 건배하는 장면이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곳에서 취재가 금지되어 있으니, 돌발영상 같은 보도에 어떤 장면이 나올 지 궁금하다.

혹시 이러한 제재가 또 다른 취재활동을 제한하는 전초전적인 것이 아닐 지 걱정된다. 리투아니아는 언론자유가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 속한다. 국제 언론감시및 언론인 지원단체인 "국경없는 기자들"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국 언론자유 지수 순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2007년 23위에서 2008년 17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은 2007년 39위에서 2008년 47위로 떨어졌다.

신임 국회의 이번 제한을 시작으로 출입기자 취재활동 제한을 더욱 강화시킨다면 그 동안 리투아니아가 쌓아올린 언론자유 지수에 큰 타격을 줄 것은 뻔한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금지조치는 해제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리투아니아 국회의사당 전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리투아니아 국회 헌법실 (세계 에스페란토 기자 대회 회의중)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리투아니아 국회에서 세계 에스페란토 기자 대회에 참가한 부산일보 정상섭 기자(왼쪽)와 초유스

* 관련글: 기자 위협한 폴란드 대통령
               나폴레옹 왈, "당신 기자증 있소?"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0. 27. 21:16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감장에서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세상에 알려졌다. 다음날 문화부는 "유 장관 스스로 격한 감정을 자신에게 드러낸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이 불충분한지 결국 문화부 장관은 급기야 마음없는 듯한 사과까지 하게 되었다. 

공인을 촬영하는 기자에게 이런 기세로 권력가가 대한다면 어디 무서워서 할 수가 있겠냐?

하지만 이보다 더 소름끼치는 일이 최근 폴란드에 일어나 주목 받고 있다. 여긴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관련되었다.

얼마 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때 폴란드의 선도적인 독립 텔레비전 방송사 TVN의 여기자가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그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자, 카친스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당신은 내 살생부에 올려있다. 당신은 그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을 끝장낼 것이다”라고 큰 소리로 기자를 위협했다.

이에 폴란드 언론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발언이라며 성토에 나섰다.

이 글을 쓰면서 때마침 폴란드 현지인 친구와 인터넷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내게 한 “카친스키는 가장 어리석은 폴란드 대통령이다”이라는 말이 생뚱맞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한국이든, 폴란드이든 권력가 앞에 위협 받는 기자들이지만, 이 권력가들의 언행들이 속속히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보면 여전히 기자들의 활활 타오르는 용기가 확연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사진출처: president.pl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