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2. 5. 7. 09:11

우리나라는 어버이날이 5월 8일로 확정되어 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해마다 변한다. 부모 모두를 기념하는 날은 없고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분리되어 있다. 어머니날은 5월 첫째주 일요일, 아버지날은 6월 첫째주 일요일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 10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다가왔다.

"아빠, 침실 열쇠 어디 있어?"
"침실 열쇠는 없는데. 왜?"
"내일이 어머니날인데 내가 선물을 몰래 준비할 거야. 엄마도 침실에 못들어오도록 해줘."

이렇게 요가일래는 저녁 내내 부모 방출입을 금지시키면서 무엇인가 만들고 있었다. 어제 일요일 딸아이책가방에서 숨겨놓은 선물을 꺼내 엄마에게 선물했다.

표지에서부터 벌써 정성이 듬뿍 담겨있는 선물일 것이라는 냄새가 풍겼다. 금빛 포장지로 아주 야무지게 포장을 했다. 과연 무엇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혹시 빛좋은 개살구는 아닐까......'


파손이 쉽게 되지 않도록 비닐포장지로 한 번 더 쌌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선물은 예쁜 장미꽃 한 송이였다. 


아내도 감동먹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내 자신도 감동먹었다. 곧 시들어버릴 생생한 장미꽃보다도 영원히 지지 않는 장미꽃을 엄마에게 선물한 딸아이가 기특했다. 아버지날 딸아이는 어떤 선물을 준비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2. 05:49

"어머니날에 헌정한 초3 딸의 시 한 편"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작은 딸 요가일래의 어머니날 선물에 대해 썼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3학년생인 큰 딸 마르티나는 무슨 선물을 했을까?

우선 토요일 이야기를 꺼낸다. 토요일 오후  마르티나는 어디론가 가서 저녁 무렵에 돌아왔다. 

"주말인데 공부 좀 하지!!!"
"오늘 벌써 4시간 공부했어."
"그래도 이제 한 달 후면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있잖아!"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주말에는 쉬고 싶어."
 
이렇게 대화가 끝났다.
늦은 저녁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은 마르티나는 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또 어딜 나가니?"
"오늘 자고 올 거야! 친구들 하고 포커치면서 파티하기로 했어."
"졸업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장학금을 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우리가 학비를 대줄 마음이 생기겠니?!일단 열심히 하는 것이 좋잖아!"
"공부시간과 시험성적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아!"

지난해 마르티나가 만 18세 성인이 된 후부터 우리 집의 잦은 대화 풍경이다. 미성인일 때는 우리 부부가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했으나, 성인이 된 후부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부모을 조언자보다 방해꾼으로 여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고3인 마르티나가 댄스클럽을 가거나 외박을 해도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단지 "조심해서 다녀와! 데려다 주는 친구가 없으면 택시타고 와!"라고 말할 뿐이다. 그렇게 토요일 밤 마르티나는 집에 있는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외박하러 친구집을 갔다.  

어제 일요일 어머니날이었다. 뜻밖에 마르티나는 오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꽃 송이와 어제 가져간 포도주 병을 들고 들어왔다. 이것을 엄마에게 어머니날 선물을 주었다. 포도주 병을 보면서 우리 식구들은 한 바탕 웃었다. 휴지로 포도주 병을 막았고, 그 안에는 다 마시지 않은 포도주가 남아 있었다. 

"우와, 이 포도주 정말 좋은 선물이다!!!!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어젯밤 아주 건전하게 보냈겠구만!"
 

* 꽃과 마시다 남은 포도주가 어머니날 선물 

남은 포도주를 다시 집으로 가져올 생각을 다 하고, 또한 이것을 어머니날 선물로 줄 생각을 한 마르티나의 재치가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5. 2. 05:43

어제 일요일 거리에는 꽃을 들고 어디론가 바삐 가는 사람들이 흔히 보였다. 바로 어머니날이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번째 일요일은 어머니날,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어느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일요일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정해서 자연스럽게 쉬면서 기념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자녀들은 선물과 함께 꽃을 어머니에게 바친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는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어머니 몰래 정성스럽게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은 물건이 아닌 자신의 작품이었다. 올해는 카드를 만들었다. 그 카드 속지엔 시 한 편을 지어서 썼다. 카드 앞 장은 종이를 오려 만든 나비 한 마리를 붙였다. 시는 5음절 4구로 된 아주 짧다. 


당신에게 쓴다

전 당신을 사랑해요...
전 지금은 침묵해요...
계신다는 것에 감사해요.
가진다는 것에 감사해요.
- 요가일래

사랑, 침묵, 감사! 
사랑하고 침묵하면서 계시고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딸의 이 마음이 오랫동안 변치 않기를 바란다.

* 최근글: 마시다 남은 포도주가 어머니날 선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4. 3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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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에서는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이 어머니날이다. 이날을 기해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찾아 고향으로 달려간다.

아버지날은 6월 첫 번째 일요일이지만 어머니날보다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어머니날이 일요일이므로 대부분 주말 내내 함께 보낸다.

자녀들은 선물을 하고, 어머니는 자녀들을 대접한다. 날씨가 화창하면 사람들은 텃밭에서 꼬치고기를 구우면서 한 바탕 즐겨운 시간을 보낸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다니는 음악학교는 어머니날을 맞아 부모님을 초청해 크고 작은 연주회를 개최한다. 장소는 음악학교일 수도 있고, 성당이나 기타 등등이다.

4월 27일 빌뉴스 구시가지 한 성당에서 음악학교의 전통악기과가 학부모를 초청해 연주회를 열였다. 요가일래는 이날 리투아니아 민요 "ak, tu pelėda"(야, 너 올빼미)를 불렀다. 연주하는 악기는 캉클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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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는 요가일래가 "엄마"(violeta palcinskaite의 동시)를 낭독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날 낭송한 시를 번역해보았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어는 대부분의 유럽어와는 달리 존칭어가 있다. 친근감을 표하기 위해서 이 시는 엄마를 '너'로 표현하고 있다.  

              엄마! 엄마! 엄마야!
              소리로 부른다.

              너는 나의 엄마야
              최고로 예쁘지.

              너는 나의 엄마야
              최고로 온화해.

              너의 맑은 미소로
              온 집이 다 밝아.

              첫 풀이 씻고 있어
              따뜻한 햇볕에.

              너는 최고로 좋아
              바로 내 거니까.


엄마의 맑은 미소로 가정뿐만 아니라 세상이 다 밝아지길 기대한다. 어머니날을 맞아 모든 어머니에게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 하소서!

* 관련글: 어머니날 선물 지분 50%를 아빠가 차지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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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5. 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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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월 8일 한국은 어버이날이다. 어린이날이 공휴일인데, 어버이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럽 리투아니아는 어떨까? 리투아니아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일요일은 어머니날, 6월 첫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어느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일요일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정해서 자연스럽게 쉬면서 기념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어머니날은 5월 3일이었다. 식구가 네 명인 우리 집은 바로 전날 엄마를 제외한 나머지가 은밀히 모여서 구수회의를 했다.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빠, 내일이 어머니날인데 무슨 선물을 할까?"
"어머니날인데 아빠는 열외다!"

"아빠,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내가 언니하고 선물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빠는 돈을 준다."
"평소에 용돈을 절약해 선물을 사야지......" (두 딸 모두 돈이 있으면서 자기돈 쓰기를 아까워한다)

"나는 예쁜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언니는 내일 아침 꽃가게에 가서 꽃을 산다."
"그림하고 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옆에서 언니가 거들었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 상품권을 사주자."
"좋은 생각이다. 상품권 가격의 50%는 아빠가 부담하고, 너희들은 각각 25% 부담한다."

가끔 아내가 "우리 집의 큰 아이"라고 불평하는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번 어머니날에는 큰 아기 몫을 좀 해보자고 선물 지분 50%을 기꺼이 쏘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딸도 선물 지분에 스스로 참가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고 나머지 반을 부담하도록 제안했다.        

이렇게 셋이서 합의했다. 요가일래는 방문을 닫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르니타는 상품권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가 일어나기 전 두 딸은 인근 꽃가게에 가서 튜립 아홉 송이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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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가 어머니날을 맞아 그린 그림이다 "MAMA MES TAVE MYLIM" (엄마, 우린  엄마를 사랑해요).

이들은 부엌에서 엄마를 위해 아침 커피를 탔다. 그리고 방안에서 막 일어나고 있는 엄마에게 가서 커피, 그림, 상품권, 꽃을 선물주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이런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고마워~"라고 엄마는 답했다. 상품권 선물 지분 50%가 아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이날 엄마는 아내가 아니라 엄마로서 즐겁게 보냈다.  


지난 해 요가일래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어머니날을 맞아 빌뉴스 시내 중심가 거리에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을 전시했다. 이렇게 전시된 꽃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 관련글: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 07:29

한국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봄의 절정인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등 가족을 위한 행사가 즐비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르지 않는다.

리투아니아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일요일은 어머니날이다. 그리고 6월 첫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하지만 아버지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이 날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드물다. 어제 가게에 같이 간 7살 딸아이는 "아빠, 어머니날에 무슨 꽃을 살까?"라고 벌써 선물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어린이날이 한국은 5월 5일이지만, 리투아니아는 6월 1일이다. 한국은 가정의 달에 평소보다 많은 지출에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을 법하다. 리투아니아에는 이런 걱정이 없다. 일년 중 아이들에게 가장 선물을 크게 많이 하는 날은 성탄절과 생일이 거의 다 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날에도 사실 자녀들이 꽃 선물 등을 하지만 어머니들이 한턱 쏘는 날이다. 자녀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음식과 술을 준비한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직장 일을 제외하고는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므로 굳이 특별히 가정의 달을 정할 필요가 없는 같다. 누구를 방문하더라도 부부 동반, 가족 동반이 주를 이룬다. 물론 10대들은 이런 것을 싫어해 그 시간에 또래 친구들과 즐겨 논다.

각설하고 우리 가족은 식구가 네 명이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 식구 네 명의 성이 모두 다르다. 부부가 성이 다른 것은 당연히 이해되지만 자녀와 아버지 혹은 어머니 성이 다르는 것에 의아해 할 법하다. 네 식구 성은 이렇다.

아빠 성은 "최"이고, 엄마 성은 "초예네"이다.
큰딸 성은 "암브로자이테"이고, 막내 성은 "초유테"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인들이 보면 적어도 세 식구는 한 가족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엄마 성 "초예네"는 "초유스"(최의 리투아니아어식 표현)의 아내라는 뜻이다. 결혼 서약식에서 신부는 자신의 성을 결정한다. 결혼 전의 성을 유지할 것인지, 남편의 성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사용할 것인지 결정한다.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라 이렇게 누구의 아내임을 나타내는 성을 선택한다.

막내 성 "초유테"는 "초유스"의 딸이라는 뜻이다. 큰딸 성 "암브로자이테"는 "암브로자스"의 딸이라는 뜻이다. "초유테"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절차가 복잡하고 또한 큰 의미가 없어서 그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하지만 만 18세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결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엄마 성을 근거로 해서 "초유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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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성이 각각 다른 네 명이 한 집에서 가족을 구성하고 살아가고 있다. 7살 딸아이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을 위에 소개하면서 5월을 맞아 모든 가족에 은혜와 화목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 관련글:
             
 - 결혼 여부 구별해주는 여자들의 성(姓)
               - 리투아니아에도 족보가 있을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