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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식구들이 모이는 유럽의 명절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집에도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딸이 돌아왔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식구별로 선물을 사가지고 왔다. 작은딸에게는 신발을 선물했다. 굽이 높은 신발이다. 이 신을 신으니 아빠 키보다 커졌다. 반에서 키가 작은 축에 속하는 딸에게 아주 마음에 드는 선물이다.
여담으로 한마디했다.
"아빠는 이런 신발은 별로다."
"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사실을 부풀러서 보이게 하니까 안 좋다."
"그래도 커 보이니까 좋잖아."
나에게 준 선물은 약통이다. 내용물은 비타민D 알약이다. 딱 맞는 선물이다. 햇볕이 많은 한국에 살다온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오니 특히 겨울철 몸안에 제일 부족한 것이 비타민D다. 검사를 할 때마다 정상치 밑에 있다. 담당 가정의사는 겨울철 비타민D 복용을 권한다. 구입한 약이 물약이다. 한 방울씩 숱가락에 떨어뜨려 물을 타서 먹는다.
* 체내 비타민D 기준치 75-250에 못 미치는 50.2
그런데 이번에 받은 선물은 알약이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약통을 열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 영국에서 제조된 비타민D
"이거 배달사고 난 것이지?"
"아니, 방금 봉해진 약통을 직접 열었잖아."
"그런데 약이 왜 이렇게 적어? 바닥만 채워졌잖아."
"생산된 그대로야."
* 밑바닥만 채워져 있는 약통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어떻게 상대적으로 큰 약통에 이렇게 바닥만 채워져 있을까... 자원낭비라는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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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3 03:34 [ ADDR : EDIT/ DEL : REPLY ]절반이 아니라 바닥만 채워져 있습니다... 부활절 잘 보내세요.
2015.04.03 17:50 신고 [ ADDR : EDIT/ DEL ]이유가 뭘까요??? 정말 궁금해요 ㅎㅎ
2015.04.03 11:34 [ ADDR : EDIT/ DEL : REPLY ]그러게요.... 부활절 잘 보내세요.
2015.04.03 17:50 신고 [ ADDR : EDIT/ DEL ]재미있네요. 핑계는 있겠지만(약마다 따로 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통을 돌려쓴다든지 등의 핑계) 아마 큰 약 통이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이겠죠?
2015.04.07 13:33 [ ADDR : EDIT/ DEL : REPLY ]한국에서는 주로 과자나 음식이 과대포장의 대상으로 지탄받습니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얹어준다는 자조적인 유머가 돌 정도로요.
큰 약통이 눈에 잘 띈다에 한 표 꾹입니다.
2015.04.07 15:34 신고 [ ADDR : EDIT/ DEL ]약병도 과대포장을.하네요!
2015.04.15 00: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