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02.16 07:5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였다. 올해는 그렇게 발렌타인 데이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특히 우리집은 한인들이 모이는 설날이라 발렌타인 데이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래도 지난 해에는 가족이 저녁에 초콜릿을 먹고, 또한 하트 스티커로 이마나 볼에 붙이고 이날을 보냈는데 말이다. (오른쪽 사진 촬영: Gratia KIM)
 
만 여덟 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올해 연초부터 요가일래는 인터넷 사회교류망인 페이스북과 대화프로그램인 스카이프를 통해서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후 같은 반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놀이를 같이 하거나 대화하는 것을 즐겨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반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야, 난 그를 좋아해. 그가 (채팅 프로그램에) 나타나면 무슨 말을 해야 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라고 친구의 도움을 구했다.

"여자아이가 먼저 남자아이에게 사랑해.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알았지?"라고 옆에 있던 엄마가 훈수했다. 여자는 남자가 고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다.

그후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그 좋아한다라는 남자와 대화를 소개했다.
"난 너를 좋아해."라고 요가일래가 용기있게 말하자,
"난 다른 애를 좋아해."라고 남자아이가 답했다.

"너 기분이 안 좋겠다."라고 아빠가 말하자,
"아빠, 그렇지만 괜찮아."라고 딸아이는 답했다.
역시 어린 아이는 쉽게 잊는다. 이렇게 희노애락을 마음 속 깊이 두지 않으니 근심걱정이나 불평원망이 눌러앉을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 나 한국 나이로 몇 살이지?", "아홉 살"

이후 딸아이는 별다른 마음의 감정없이 그 남자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인터넷 실시간 대화 프로그램은 요가일래가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무서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친구이다.

한편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으로 요가일래는 종종 친구들에게 간단한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며칠 전 요가일래는 먼저 말하기 전에 이렇게 자문을 구했다.
"아빠, 그 남자친구에게 'labas'(안녕이라는 리투아니아어 단어)가 한국말로 '사랑해'라고 가르쳐줄까?"
"그러면 그 남자친구가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labas' 대신 너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겠네."
"그렇지. 정말 재미있을 거야. 하하하"

 
"나중에 정말 그 친구가 한국말의 '사랑해'라는 진짜 뜻을 알아버리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안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옆에서 엄마가 충고했다.

물론 장난스러움이겠지만 '사랑해'를 듣고 싶은 딸아이에게 너무 합리적으로 충고한 것이 아닐까 후회스럽기도 하다.

* 관련글: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8세 딸아이의 노래실력 변천사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12.17 06:23

일전에 '혁대 없애기' 행사를 취재 촬영하려고
리투아니아의 한 초등학교 뜰을 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뭉쳐서 건물 밖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마주보는 앞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낯선 동양인을 발견하자,
이들은 하나 같이 지나가면서 "니하오!"를 외쳤다.
이방인을 보니 재미 삼아 인사한 듯 했다.
이들이 외친 "니하오"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니하오"를  외친 학생들 사이에 있는 초유스

1990년 처음 동유럽에 와서 여러 해 동안 많은 나라를 방문했다.
그때 특히 지나가는 학생 무리를 만나면 종종 인사를 받게 되었다.
이들의 짧은 인삿말은 어김없이 "곤니찌와" 혹은 "사요나라"였다.
당시 이들은 여행하는 동양인을 대부분 일본 사람으로 여긴 것 같았다.
 
지금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도심 거리를 걷다가
앞에서 만나면 "곤니찌와", 혹은 뒤를 지나치면서
"사요나라"라고 자기들끼리 끼득거리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아주 가끔 "니하오" 혹은 "니하오마"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이 외친 "니하오"라는 말은 의외였다.
하기야 중국제품이 사방에 널러 있고, 수십개의 중국식당이 있는
빌뉴스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여기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한 몫한 것 같다.

1990년 서울 올림픽이 2년이 지난 뒤였지만,
이 덕분에 적지 않은 유럽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이들과 쉽게 친밀한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된 적을 생각하면
아주 근거없는 추측은 아닐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니하오"를 외친 리투아니아 초등학생들

이렇게 낯선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곤니찌와"나 "니하오"를 들을 때마다
이 인삿말 대신 "안녕"이라는 말을 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 관련글: 이방인의 뜻밖의 한국말에 느끼는 단상
* 최근글: 영하 15도 날씨에 비둘기는 뭘 할까

<아래에 손가락을 누르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