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8. 14. 06:23

초등학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빌뉴스에 사는 한국인 친구가 한 명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난 둘이는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곤 했다.

이번 여름 방학 때 요가일래는 그 친구 집에 다녀와서는 배운 "묘기"를 보여주겠다면 소개했다, 컵송이다.
   
"아빠도 해봐! 정말 쉬워!"
"그런 어려운 것을 아빠에게 시키니... 그런데 노래를 부르면서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맞아. 나중에 그 친구와 같이 할게."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들었는데 며칠 후 우리 집에 그 친구가 방문했다. 막 출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요가일래는 부탁했다.

"아빠, 우리가 노래하는 것을 찍어! 잘 찍어야 돼!"
"알았어."


둘이는 거의 7년 동안 친구의 정을 나눴다, 그런데 바로 친구가 한국으로 곧 돌아가게 되었다. 둘의 우정을 간직하기 위해서 요가일래는 "아빠, 잘 찍어야 돼"라고 말을 한 듯했다. 


정말이지 어제 친구가 빌뉴스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둘이 언제 다시 얼굴을 서로 볼 수 있을 지는 기약이 없다. 먼 훗날 이 영상을 보면서 이들은 그 때 그 시절을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의 우정이 오래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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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7. 30. 06:26

러시아의 2살 1개월 여자 아이가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이다. 이유는 다양한 자동차의 로고를 척척 알아맞히는 것이다.


아빠의 도움으로 세발 자전거를 타고가면서 아이는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의 로고를 보면서 자동차 제조회사를 말한다. 


한국 자동차 "현대", "기아"를 알아맞히는 순간에는 더 귀엽게 보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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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 5. 9. 06:55

요즈음 햇볕이 많아서 좋다. '1년이 요즘만 같아라'라는 바램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딸아이도 학교에 갔다 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오후부터 저녁까지 햇볕이 드는 거실에서 생활한다. 


어느 순간 거실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그 소리라면 욕실이나 부엌에서 나야지 왜 거실에서 날까......


가보니 물 소리는 선인장 가시에서 나는 소리였다. 딸아이는 숙제를 하다가 잠시 선인장 가시와 놀고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손가락으로 가시를 훑어 내려올 때 나는 소리가 꼭 물이 흐르는 소리를 닮았다.


저러다가 가시에 손가락이라도 찔리면 피가 날 수 있고, 아플텐데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무섭게 쭈빗쭈빗 나온 가시를 이용해 졸졸좔좔 물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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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3. 5. 8. 12:57

스페인의 자선단체(ANAR, 위험에 처한 아동과 청소년 지원 재단)가 펼치고 있는 광고가 화제다. 바로 이 광고에는 숨겨진 쪽지와 안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어른은 볼 수 없고, 아이들만 볼 수 있다. 입체(3D) 광고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형상이 다르게 보인다. 


어른들이 보면 그저 잘 생긴 소년의 얼굴이다. 


하지만 10세 미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소년의 얼굴은 다르게 보인다.
 

소년의 볼은 맞아서 멍이 들어있고, 입술은 터져 있다. 이어지는 문구는 "누군가 너를 해칠 때, 전화하면 우리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더욱 간절히 바란다.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하루 빨리 일체의 때림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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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 4. 23. 07:15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너는 언제 자라나? 빨리빨리 자라거라!"라며 한숨을 내쉴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훌쩍 자라버렸다. 아직은 느끼지 못하지만, 조만간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다. 

1살 반경 딸아이는 언니와 놀다가 쇠 난간에 이마가 부딛혀 상처를 입었다. 그 흉터 자국이 남아 있다. 예쁜 얼굴에 있는 이 흉터를 볼 때마다 당시 제대로 주의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일전에 이 흉터 자국을 보면서 딸아이에게 말했다.


"나중에 네 이마에 있는 흉터를 제거하는 성형수술을 받자."
"안 돼. 나 안 할래."
"무서워서?"
"아니."
"그럼, 왜?"
"어릴 때 추억이잖아. 그리고 이 흉터를 보면서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잖아."
"그래. 네 생각이 옳다. 거울 볼 때 그 흉터를 보고, 그 흉터를 볼 때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는 거야. 그러면 그 자국이 흉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보다 더 아름답다. 오늘 우리가 한 말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


이마에 있는 흉터가 보기 싫은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추억의 징표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시로 생각하는 초등학생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아이가 어른을 가르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아무튼 딸아이가 이런 마음을 오래오래 변치 말고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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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 3. 26. 08:40

요즘 리투아니아 학교는 부활절 방학이다. 이번주와 다음주 2주일 동안이다.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친척의 두 딸이 우리 집에 와 있다. 컴퓨터에서 사진을 정리하던 아내가 7년 전 이 세 아이가 나란히 찍힌 사진을 찾았다. 당시 두 아이는 4살 반, 다른 아이는 5살이었다. 

아내는 우연히 같은 때에 만난 세 아이를 옛날 사진과 비교하면서 찍었다. 현재 두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큰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다. 세 아이 모두 이 비교 사진을 보면서 "세월 참 빨리 달린다"고 말했다.

▲ 2006년 3월 24일 모습
▲ 2013년 3월 25일 모습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아가, 언제 클까?"라고 희망 반, 한탄 반으로 스스로 물어보곤 했다. 이제10대 초반에 접어든 딸아이는 부모의 테두리에서 조금씩 벗어나려고 한다. 힘은 더 들었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가 서로 교감하면서 재미있게 살았던 것 같다.

한편 우리 집에 종종 놀러오는 3살 여자아이가 있다. 엄마는 리투아니아 사람, 아빠는 이집트 사람이다. 노래 부르기를 아주 좋아하는 이 활발한 아이를 볼 때마다 이 나이 때의 딸아이 모습이 떠오른다. "아, 저 때가 참 좋았지"라면서 아이의 부모에게 "딸과의 지금 시간을 마음껏 즐겨라"라고 말해준다. 

노래 부르는 모습으로 딸아이의 8년간의 변화를 비교해본다. 먼저 2004년 7월 18일, 딸아이가 2살 8개월일 때 비행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2006년 5월 12일 3살 6개월일 때 혼자 배운 영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아빠와 모태부터 한국어로만 대화를 한 덕분에 2013년 2월 24일 11살 3개월인 딸아이는 음악학교에서 한국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위와 같은 시기에 리투아니아어로 노래 부르는 딸아이의 모습이다.   



2살 8개월 딸아이는 소나무에 기대어 "산토끼"와 "비행기" 노래를 서툴게 부르던 딸아이는 어느듯 한국 노래 "반달" 등을 리투아니아 청중 앞에 부르는 아이로 자라났다. 앞으로 5년, 10년 뒤는 어떤 모습을 블로그 독자들에게 보여줄까...... 그저 건강하고 마음이 예쁘고 바른 아이로만 자라줘도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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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2. 12. 3. 07:22

최근 한국 사회를 경악하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별거 중인 부부의 4살 아들이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면서 보챘다. 엄마는 순간적인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아이의 빰과 머리를 때렸다. 이에 아이는 의식을 잃고 결국 엄마에 의해 저수지 속으로 버려졌다.

누구에게나 순간적인 감정은 쉽게 일어난다. 이 감정을 제어하고 그 순간을 벗어나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뿐만 아니라 타인의 운명도 결정짓게 된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거나 접할 때마다 "순간적인 감정에 살지 말고 큰 흐름에 나를 찾아라"라는 고등학교 때의 교훈이 떠오른다.

어떤 상황이라도 손으로 상대방의 얼굴이나 머리를 때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허리띠로 엉덩이를 때린다. 어쩔 수없는 상황이라면 학창 시절 익숙했던 회초리로 손바닥, 종아리 맞기를 꼭 기억하면 좋겠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는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새끼나 다른 동물을 구하는 동물이 있다.     

1. 도로 가운데 차에 치인 개를 구하는 개

 
2. 물에 빠진 새끼를 구하는 코끼리들



3. 물에 빠진 아기 염소를 구하는 돼지



4. 악어로부터 임팔라를 구하는 하마



5.  카누 탄 개를 구하는 개



6. 사자 무리 속에서 새끼를 구하는 버팔로들 


흔히 동물은 사람보다 어리석고 측은지심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극한의 위기에 빠진 새끼나 심지어 다른 종의 동물을 구해주는 동물을 보면 인간으로서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인간성 상실로 인한 사건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동물들이 인간성 회복을 일깨우고 촉구하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7. 5. 06:16

누구나 한번쯤 어린 시절 자기도 모르게 헤롱헤롱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릴 때 들판에서 일하시는 아버님께 참으로 가져간 막걸리를 혼자 맛보다가 헤롱헤롱해서 잠이 든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아래 사진 속 아이들은 왜 헤롱헤롱할까? 


바로 위스키를 든 초콜릿이다. 정말 먹고 찍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위스키 초콜릿 광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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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2. 4. 30. 07:22

카라이마스(karaimas 리투아니아어, crimean karaites 영어)는 동유럽에 살고 있는 유대교를 믿는 터키 계통의 민족이다. 이들은 원래 흑해 크림반도에 살고 있었다.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영토를 확보한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비타우타스(Vytautas) 대공(1390-1430년 통치)이 1397-1398년 흑해에서 카라이마스 400가족을 리투아니아 대공국 핵심 도시인 트라카이(Trakai)로 데리고 왔다. 이들은 전시와 위기시에는 대공작 호위 업무을 맡았고, 평상시에는 정원사 업무를 맡았다. 

카라이마스는 오랫동안 자신들의 신앙, 언어, 풍습, 문화, 요리법 등을 지켜왔다. 언어는 터키어 계통이고, 신앙은 구약 성서를 믿는다. 현재 세계에는 8500여명, 리투아니아에는 273명(2001년)이 살고 있다. 트라카이에는 카라이마스 거리, 교회, 학교, 박물관 등이 있다. 이들의 전통음식인 키비나스(kybynas), 큐베테(kiubete) 등을 맛 볼 수 있는 식당도 트라카이 성(城) 주변에 여러 개 있다. 

지난 토요일(28일) 리투아니아 관광안내사들을 위한 특별강좌에 참가했다. 이 강좌는 관광안내사들이 트라카이에서도 관광객들을 안내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카라이마스 박물관에서 카라이마스에 대한 강의를 받았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기 출생과 돌보기에 관한 풍습이었다.

* 트라카이 역사 박물관 카라이마스 민속전시실

카라이마스는 아기가 태어난 날에 따라 아기의 미래를 점쳤다[출처: source]. 
   월요일 - 아름다울 것이다
   화요일 - 행복할 것이다
   수요일 - 불행할 것이다
   목요일 -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다
   금요일 - 모두로부터 사랑받을 것이다
   토요일 - 평생 남을 위해 고생할 것이다
   일요일 - 아름답고, 책임감 있고, 행복하고, 착할 것이다.

이날 카라이마스 전문가가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카라이마스는 침대에 아기를 등으로 눕혀서 띠로 칭칭 감았다. 소변용으로 긴 관을 붙여놓았고, 끝에는 소변통을 달아놓았다. 심지어 무거운 돌로 발을 묶어놓았다. 얼핏보면 아기를 마치 고문하는 듯하다. 아기가 약 6개월이 될 때까지 이렇게 했다고 한다. 

아기가 엎드려 자다가 질식사 당한 안타까운 소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런 카라이마스의 황당한(?) 방법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또한 팔 다리 등 몸이 똑바로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이렇게 오래 누워있어서 아기 머리가 평평해지기도 한다.


이 사진을 본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좀 지나치지만, 쉽게 이해가 된다. 나도 아기였을 때 엄마가 3개월 동안 포대기로 나를 말아서 꼼짝달짝하지 못하게 했지."라고 말했다.


관을 붙여서 소변을 누게 하는 것이 참 특이하다. 지금과는 달리 일회용 기저귀가 없던 시절 이렇게 함으로써 천기저귀를 빨래해야 하는 시간과 수고를 덜게 한 좋은 방법인 듯하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뜻하지 않게 아기가 엎드려서 질식사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다. 카라이마스 민족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하루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2. 14. 08:33

며칠 전 딸아이가 한복을 입고 가까운 친척들의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과연 이 짧은 한복을 입고 노래 대회[관련글]에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자리였다. 이때 친척의 세살짜리 아들이 한복을 처음 보았다. 신기한 듯 기념 사진을 찍어달라고 자세까지 잡았다.
 

이 순간이 지나자 꼬마는 한복 치마를 위로 올리더니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는 치마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두 말이 필요없는 장난꾸러기...... 하지만 어린 시절 엄마 치마 폭에 들어가 장난쳐보니 않은 아이가 몇이나 될까? 한복 치마야말로 숨박꼭질의 좋은 은신처였다.

* 최근글: 여자가 예쁜 나라 10, 동유럽이 3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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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8. 10. 07:12

우리 집을 자주 방문하는 친척의 딸아이가 이제 만 한살 반이다. 우리 집에 오면 혼자 아장아장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이내 엄마가 뒤를 따른다. 무엇에 부딛히거나 무엇을 입에 넣는 지를 살피기 위해서다. 이렇게 부모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난 딸아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딸아이가 네살이었을 때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나 어때? 예쁘지?"


황당한 일이었다. 메직펜으로 양 미간 사이 바로 위 이마에 화장을 해놓았다. 인터넷에서 이마에 점을 찍는 인도 여인들을 보고 한 듯 했다. 여러 개의 점이 있는 것을 보니 한 개의 점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같았다.

"예쁜데 지울려면 고생 좀 해야겠네. 어떻게 메직펜으로 얼굴 화장할 생각을 다 했니?!" 


칭찬에 이어지는 나무람에 딸아이는 그만 뽀르퉁하게 토라졌다. 사실 이런 일들이 아이 키우기에 솔찬한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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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8. 1. 02:58

지난 주말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리투아니아 북서부에 있는 쿠르세나이를 다녀왔다. 장모님은 모친을 모시고 살고 계신다. 10살 딸아이 요가일래에게는 외증조모이다. 

외증모님은 곧 만 아흔살이 된다. 거동이 불편하다. 지팡이에 의지해 조금씩 걸어다니신다. 하지만 조금 먼 거리는 휠체어가 필요하다. 식구들 모두 집 인근에 있는 텃밭에 가기로 했다. 외증조모님도 휄체어에 태워 다녀오기로 했다.

▲ 외증조모를 휠체어에 태워 밀고 가고 있는 요가일래 
 

텃밭으로 가는 동안 요가일래가 즐겁게 휠체어를 밀고 갔다. 텃밭에서 집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 외증조모와 딸아이의 대화를 잠깐 엿듣게 되었다.

"내 지팡이, 내 지팡이 어디 있나?"
"할머니, 집에 있어요."
"빨리 내 지팡이 줘. 빨리 빨리 지팡이 줘."
"할머니, 집에 있다고 했잖아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 외증조모의 머리수건을 매어주고 있는 요가일래
 

텃밭에 있는 이웃집를 지나자 증조모는 또 다시 지팡이를 찾았다.

"내 지팡이 왜 안 주나? 벌써 집을 지났잖아!"
"할머니, 저 집이 아니라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이에요."

외증조모는 지팡이를 달라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셨다.

"내 지팡이, 내 지팡이!"
"할머니 10분만 가면 집에 도착해요. 그때까지 참으세요. 조금만 참으면 돼요."
"내 지팡이 내 놓아! 내 놓아!"
"할머니, 아이처럼 굴지마시고 어른처럼 조금만 좀 참으세요."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지팡이를 외증조모에 건네주는 요가일래
 

10살 아이와 90살 할머니 사이의 대회를 옆에서 들으면서 "나이가 들면 어른이 아이가 되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고, 한편 90살 외증조모의 응석을 끝까지 웃으면서 달래주는 10살 딸아이가 대견스러웠다. 딸아이가 저렇게 응석을 부린다면 초지일관으로 미소띠며 달래줄 수 있을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