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07.22 05:49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이번에는 10일간 계속해서 집을 비웠다. 이 사이에 아내와 딸은 아내의 고향인 지방도시로 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집을 향해 빌뉴스 버스 정류장을 나섰다. 혼자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면서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 아내는 여러 날 동안 집을 비우면 냉장고에 음식을 남겨놓지 않는다. 오는 도중에 가게에 들러 빵, 치즈, 상추, 토마토, 복숭아 등을 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복도에 의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천장에 있는 전구를 교체하다가 그만 의자를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노란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쪽지에 사용한 언어는 아쉽게도 한국어가 아니라 국제어 에스페란토다.


1. 아빠, 다른 곳에는 절대 가지 말고 침실로 가서 베개 밑을 봐!


2. 달콤하게 과자를 먹은 후에 요가일래 방으로 가서 가구 유리문에 있는 것을 봐!


3. 아빠, 아빠의 삶이 달콤하기를 원해? 그렇다면 거실에 있는 소파로 가봐!


4. 이 과자를 맛보고 아빠 방으로 가서 소파에 앉아봐!


5. 이 맛있는 과자를 먹어봐! 하지만 아빠의 삶이 더 달콤하기를 원해? 아직 충분하지 않아? 그렇다면 FINNAIR 꼬리표가 있는 아빠 서랍장 서랍을 열어봐!


도대체 최종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혹시 한국을 방문하라고 Finnair(핀에어) 비행기표를 사놓지는 않았을까... 별별 생각이 떠올랐다. 


6. 아빠, 엄청 즐기고 아내와 딸에게 전화해!


삼성 갤럭시 노트 2 똑똑전화(스마트폰) 곽을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쪽지가 있었다.

"달콤함으로 아빠는 벌써 날아가고 있어?"  
(핀에어 꼬리표는 기분이 좋아서 날아가라는 뜻이구나......)


출장으로 집을 비운 동안에 아내와 딸은 내가 가지고 싶었던 똑똑전화(스마트폰)을 선물로 구입해놓았다. 똑똑전화 선물도 감동적이지만, 식구가 없는 빈 집에 이런 쪽지를 남겨놓은 것 그 자체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빈 집에 이 쪽지들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멀리 있어도 가족이고, 가까이 없어도 가족이다.'라고 독백을 해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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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제 마음이 따듯해지네요..

    2013.07.22 06:27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침 출근길 엄청나게 내리는 비 맞으며 출근길에 읽었습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 지네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2013.07.22 08: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상하엄마

    너무너무 사랑스런 따님과 아내이십니다 ^^

    2013.07.22 16:56 [ ADDR : EDIT/ DEL : REPLY ]
  4. 이렇게 센스있는 따님을 두셔서 행복하실것 같네요^^
    오랜만에 참 훈훈해지는데요?

    저도 부모님께 잘해야겠네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2013.07.23 09:14 [ ADDR : EDIT/ DEL : REPLY ]
  5. 사랑스런 가족과 행복한 가정이 있어 외롭지 않으시겠어요.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 국가도 행복하잖아요.
    새삼 가족애를 일깨워 준 고마운 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2013.07.23 20:49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13.07.05 06:51

영국에서 유학하는 큰 딸 마르타나가 동영상과 함께 복수 사연을 보내왔다. 마르티나는 아파트 한 채를 공동으로 빌려서 살고 있다. 다른 여자 대학생 한 명, 그리고 남자 대학생 두 명이다. 이들은 1년 전 서로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되어 함께 살고 있다. 물론 각자가 자기 방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남자 두 명 중 한 명은 농담을 좋아하고 여자 둘을 골탕 먹이거나 놀래키는 것을 즐겨한다. 예를 들면 어두운 밤에 여자가 화장실이나 거실을 지나갈 때 숨어있다가 깜짝 놀래킨다. 때론 무섭고 황당한 가면을 쓰고 놀래킨다. 물론 악의가 없는 사람이라 순간적으로 당황하지만 이내 이들은 화해한다.

최근 두 여대생은 한번 이 남대생을 골탕 먹이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동안 일을 꾸몄다. 먼저 가게 가서 음식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랩을 큰 뭉치로 구입했다. 이어서 그의 방으로 들어가 보이는 족족 그의 물건들을 랩으로 칭칭 감쌌다. 

침대, 텔레비전, 노트북, 농구공, 옷장, 서랍장, 실내화......


가게에서 랩으로 쌓인 식품을 꺼날 때 고생스럽다. 먼저 손가락으로 랩을 제거해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에는 칼이나 가위가 필요하다. 이 점에 착안해서 여대생 둘은 이렇게 복수했다.

마르티나에게 물었다.
"그가 화내지 않았어?"
"황당해 했지. 그리고 플라스틱 병으로 나을 때리려고 하는 데 잘 피했지." 
"그가 물건을 푸는 데 도와주지 않았어?"
"당연히 안 도와줬지."
"자기 방을 안 잠궈나?"
"여긴 모두 안 잠궈."



이어지는 이야기다. 지금 아내와 작은 딸 요가일래는 일주일 전부터 마르티나를 방문하고 있다. 이들이 도착하자 마르티나는 복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요가일래가 불쌍한 언니를 도와주기 위해 또 다른 복수를 생각해냈다. 당장 그날 밤에 실행에 옮겼다.

남대생은 초콜릿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밤 11시경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올 쯤 여자 셋(마르티나, 요가일래, 마르티나 동거녀)이는 신발 가구에 숨었다. 그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놓으려고 가구 문을 열자 여자 셋이는 그에게 하얀 침대포를 씌었다. 한 바탕 배꼽 잡는 순간이 펼쳐졌다.

나 홀로 집에서 있지만, 이렇게 재미난 시간을 아내와 두 딸이 같이 보내고 있다니 나도 한바탕 즐겁게 웃어야겠다.

*  후기: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글에서 동거인은 공동으로 같은 아파트를 임대해서사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즉 같은 방을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동방인(同房人)이 아닙니다. 성별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임대해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변 유럽 사람들은 공동으로 아파트를 사용하는 데 남녀를 크게 구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남녀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산다라는 개념이 강합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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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그냥 칼로 자르면 되는거자나요..

    랩으로 감는게 더 힘들었을듯.

    2013.07.05 12:42 [ ADDR : EDIT/ DEL : REPLY ]
  2. ?

    환경오염..저거다 쓰레기 될껀데...쩝

    2013.07.05 13:17 [ ADDR : EDIT/ DEL : REPLY ]
    • 공감

      쩝.
      저두 환경오염에 한표...

      2013.07.05 17:27 [ ADDR : EDIT/ DEL ]
  3. 흠..

    넷이 뭐하는겨.

    2013.07.05 15:25 [ ADDR : EDIT/ DEL : REPLY ]
  4. ㅁㅁ

    복수를 했다고 해서 남자가 무슨 잘못을 했나 했더니 아무런 잘 못도 없이
    가벼운 장난도 아니고 완전 골탕먹이네요.
    피곤하게 아르바이트하고 11시가 넘어서 들어왔는데 저렇게 해놓고 치우는 것도 안 도와 주고....
    저 남자는 웃고 있지만 피곤한데 치우면서 짜증 났겠네요.
    저 남자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길래 또 다른 복수를 준비 한다니...
    복수의 의미를 잘 모르시는 듯.....

    2013.07.05 16:42 [ ADDR : EDIT/ DEL : REPLY ]
  5. 헐..

    뭐가 배꼽을 잡는다는건지;;;

    2013.07.05 16:58 [ ADDR : EDIT/ DEL : REPLY ]
  6. 매번 당해주는 남자가 참 착하네...
    불쌍한 남자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겠다..
    저 여자들의 지나친 장난에 대한 남자가 복수를 해야겠네...

    2013.07.05 17:06 [ ADDR : EDIT/ DEL : REPLY ]
  7. 파류

    저래 키워놓고선 한국에서 결혼시킨다고 하지마쇼

    2013.07.05 17:18 [ ADDR : EDIT/ DEL : REPLY ]
  8. jisamu

    다 큰 딸이 외간 남자와 한 집에서 문도 안잠그고 같이 사는데 암만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을

    하려해도 저는 당췌 이해가 안되네요.

    2013.07.05 17:57 [ ADDR : EDIT/ DEL : REPLY ]
  9. 말세

    이거 자랑이라고 올렸나요? 참 쿨하시네.

    2013.07.05 19:51 [ ADDR : EDIT/ DEL : REPLY ]
  10. 45

    장난 치는 사람이 더 힘들기만 하고.. 왠지 랩으로 정성스레 싸면서도 그동안의 증오와 한이 섞지 않았나 싶네요...
    장난도 쳐본 사람이 친다고 ㅋㅋ 안 해 본 거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그냥 문 위에 칼집낸 밀가루만 올려놔도 정신 못 차리게 해줄 수 있을텐데

    2013.07.05 23:08 [ ADDR : EDIT/ DEL : REPLY ]
  11. 야들아 어디 가

    참..어디 사는 사람들은 먹을 게 없고 씻을 데가 없는 경우도 허다한데 침 팔짜 좋다
    뭐가 좋다고 히히덕...어린애들도 아니고..
    저렇게 유난히 오버하며 히히거리는 건 다른 감정이 있어서일 수도 있음..
    역시 남녀칠세부동석이 최고의 미덕..

    2013.07.06 00:38 [ ADDR : EDIT/ DEL : REPLY ]
  12. 각박..

    웃자고 올린 글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네요.. 우리 사회가 각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남들이 조금이라도 여유있어 보이면 깎아내리고 싶어 하는 듯.. 그냥 한 번 웃고 가면 안되나요? 글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2013.07.06 08:56 [ ADDR : EDIT/ DEL : REPLY ]
  13. 쯧쯔...

    저렇게 남자랑 한집에서 동거하는 유학생활하고선 한국오면 좋은남자만나 시집가려고
    조신한척하겠죠? 각방쓴다고 뭐 아예 다른집에서 사는건 아니니 뭐라 변명은 못하겠죠..
    제말이 틀린건 아니니...

    2013.07.06 09:16 [ ADDR : EDIT/ DEL : REPLY ]
    • 걱정도

      저 윗분도 그렇고 쓸데없는 걱정이신 듯.... 저렇게 자유분방하게 자란 아가씨가 이런 분들 계시는 한국으로 참 시집 오고 싶겠어요. 남의 집 귀한 딸한테 말씀 예쁘게 하시네요.

      2013.10.06 01:32 [ ADDR : EDIT/ DEL ]
  14. 안녕하세요, Daum view입니다.
    2013년 7월 2주 view 어워드 '이 주의 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송고를 부탁 드리며, view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 view 어워드 바로가기 : http://v.daum.net/award/weekly?week=2013072

    2013.07.12 1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caesae

    일반서민들 흔한 유학생활인데...뭐가 문제인지? 옛 생각에 갑자기 그 친구들이 보고싶어지네. 사귀진 않았지만 날 좋아하는 나나란 옆방 일본애도 있었는데....늘 지갑에 콘돔 넣어 다니던 불가리아애랑 급 생각나네요..ㅎㅎ

    2013.10.23 05:3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