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21.02.10 번데기를 먹으니 유럽인 아내가 으악~~~
  2. 2020.04.07 숲으로 가족을 데리고 간 아내 - 계획이 다 있었구나
  3. 2019.07.09 아, 웃으니 만사가 OK로구나 1
  4. 2017.03.09 세계 여성의 날에 아내에게 복분자 묘목 선물
  5. 2017.01.31 유럽인 아내가 알려준 100% 메밀밥 쉽게 하기 12
  6. 2015.02.17 한국인 남편과 살다보니 잔 받는 자세가 달라져 5
  7. 2014.12.11 남은 국으로 여전히 유럽인 아내와 실랑이 9
  8. 2014.11.25 스페인 단감 10일 후 달콤한 홍시로 변해 7
  9. 2014.05.19 아내의 정성으로 화병 속 생화가 시들지 않아
  10. 2014.03.10 꽃 선물 없어도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11. 2014.01.10 BMW 화재, 현지인 반응 - 한국 차 샀어야 5
  12. 2014.01.03 지상에서 하늘길 내려다보는 엄마의 심정
  13. 2013.10.18 공동 구매로 안마 받고 온 아내, 더는 안 가 3
  14. 2013.07.09 아내가 없으니 컵라면 봉지가 자꾸 쌓여간다
  15. 2013.05.15 유럽에서 교사인 아내가 받은 선물로 집안 장식 2
  16. 2013.05.09 따지고 분석하는 유럽인 아내 성격 탓에 세금 덜
  17. 2013.05.08 아내의 생일 선물로 꽃은 못 사고, 꼬냑만 1
  18. 2013.04.17 미역국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고 속인 이유 1
  19. 2013.03.11 물건을 찬장에 놓지 않고 그 선반에 붙인다
  20. 2013.01.14 아내 다리 사이에 다리 넣었다가 근육떨림 현상 해결 6
  21. 2012.09.10 외국인 설계사가 만든 김치제작도, 일목요연해 9
  22. 2012.04.24 겨드랑이 땀 냄새 확 사라지게 한 아내의 비결 7
  23. 2012.01.27 꿈에서 멋진 남자 만났다는 아내에게 안마 중단 1
  24. 2012.01.20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왜 투덜댔을까 한심해
  25. 2011.10.20 아내가 집 떠난 후 남편이 느낀 힘든 일들 3
  26. 2011.01.24 "저기 DOG 봐라"에 쏟아진 아내의 불만
  27. 2010.06.08 나이가 드니 부부 말싸움이 늘어난 이유
  28. 2010.05.25 아내 생일 선물 꽃 대신 장미나무로 기쁨 부활
  29. 2010.01.08 40대 아내가 영상편집에 푹 빠진 이유
  30. 2009.12.27 차가 견인되는 데 사진찍는 남편에 울화통
생활얘기2021. 2. 10. 18:35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꼭 필요하지 않으면 외출을 삼간다.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도보산책이고 다른 하나는 식료품 구입이다. 식료품 구입도 최소한이다. 딱히 먹을 것이 없어야 슈퍼마겟에 간다. 영하 15도의 혹한이라 산책하러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주로 산책에서 돌아오면서 식료품 가게를 들러곤 한다.
 
요즈음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빙어다. 이 빙어는 바다와 강을 회유한다. 주로 발트해와 내무나스(Nemunas) 강이 만나는 쿠르슈 마려스(Kuršių marios, 쿠로니아 석호, Curonian Lagoon)에서 잡힌다. 현재 시세는 1kg당 7-10유로다. 며칠 전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산책길에 빙어를 사왔다. 빙어는 크기가 작지만 밀가루에 묻혀 튀겨놓으면 살이 졸깃졸깃하다.
 
한편 냉장고에 1년 6개월 전에 한국 손님들이 주고 간 번데기 통조림 세 통이 있었다.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고 또한 눈에 잘 띄지 않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딱히 먹을 것이 없던 참이라 번데기를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아내와 딸이 산책을 나간 사이 혼자 있을 때가 기회다. 말하지 않아도 번데기를 먹는 사람을 잠시나마 비호감으로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배추, 대파, 양파를 썰었다. 
  
프라이팬에 야채를 먼저 볶은 후 그 위에 통조림 번데기를 붓고 조금 더 볶았다.  
 

약간의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볐다.
한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진작 먹지 않았지!"
 
번데기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유럽인 아내가 보더니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으악~~~ 어찌 벌레를 먹을 수 있나?"
"누에가 촉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비단의 원료가 되는 실을 만들고 바로 이 벌레가 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보기만 해도 혐오스럽다. 한동안 당신 보기만 해도 번데기가 떠오르겠다."
부엌문을 닫고 째빨리 나가버린다. 이런 아내에게 단백질 영양분, 혈액순환, 당뇨 등에 좋은 번데기의 효능을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그 선입견을 깨부시기가 불가능할 듯하다. 그냥 맛있게 한 그릇을 뚝닥 묵묵히 비우는 것이 상책... ㅎㅎㅎ
이렇게 이번주 3일을 점심으로 번데기 볶음밥을 맛있게 먹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4. 7. 05:15

다음주 일요일이 부활절이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코로나바이러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자가격리 내지 자가체류가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동제한령까지는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외출시 마스크 착용과 사람간 일정한 거리유지가 권장되고 있다.

이번 일요일 모처럼 날씨가 맑고 따뜻했다. 점심 식사 후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아내가 빌뉴스 교외에 있는 인적 드문 숲으로 산책할 것을 권했다. 딸까지 이에 동조하니 2:1이 되어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게 되었다. 


숲 입구 주차장 바로 숲길 옆에 보라색 꽃이 마치 우리를 기다리는 듯하다. 보라색 꽃이 아직 피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난해 떨어진 낙엽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자칫하면 사람들이 무심결에 그냥 밟고 지나갈 수도 있겠다.


어릴 때 한국의 고향 뒷산 무덤가에서 많이 본 할미꽃을 많이 닮았다. 학명은 pulsatilla vulgaris인데 보통할미꽃 혹은 평범할미꽃으로 번역될 수 있겠다. 서양할미꽃이라 불러도 되겠다. 

리투아니아어로는 šilagėlė인데 직역하면 숲꽃이다. 유럽에서 30년 동안 살면서 야생 숲에서 흔하지 않게 본 꽃이라 더욱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여름철 하늘이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춘삼월 날씬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애궁~~~ 이 일을 어찌 할꼬?!  


할미꽃 사진을 찍는 동안 아내와 딸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숲은 쭉쭉 곧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가 대부분이다. 바닥은 빌베리(bilberry) 관목이 온통 덮고 있다. 


지난해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아직 남아 있다. 푸른색 일색인 숲 속에 햇살에 빛나는 빨간색 열매가 돋보인다. 마치 군계일학을 만난 듯하니 내 전화기 카메라가 가만 있을 리 없다.  


노간주나무다. 아내는 벌써 손에 노간주나무 가지를 잡고 있다. 왜 일까? 일전에 우리 가족이 함께 본 기생충 영화의 송광호 대사가 떠오른다. 
"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여보, 역시 당신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이번 일요일은 종려주일(성지주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이다. 리투아니아는 가톨릭 신자가 약 80%다. 남쪽에서 성지로 종려나무 가지를 사용하지만 여기 북쪽에는 종려나무가 자라지 않으므로 자작나무나 버드나무 가지를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 가지를 마른 꽃 등으로 장식하고 이를 베르바(verba)라 부른다. 이와 더불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노간주나무 가지를 이날 성당에서 축성을 받는다. 

평년 같으면 아내는 대성당 가는 길에 노간주나무 가지를 길거리 상인들에게서 사서 미사를 본 후 축성을 받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온 식구들을 불러놓고 이 노간주나무 가지로 얼굴, 손, 허리 등을 팍팍 때린다. 순간적으로 엄청 따끔하고 그 통증이 한동안 지속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몸에 있는 악한 기운을 다 내쫓고 앞으로 1년 내내 안녕하길 바라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길거리 상인들도 없고 미사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아내는 우릴 숲으로 데리고 가서 노간주나무 가지를 꺾어서 기원의식을 치렀던 것이다. 


이 노간주나무 가지를 집으로 가져와서 내년 이날까지 잘 보관한다. 그리고 지난해 것은 이날 불로 태운다. 한 해의 안녕을 바라면 한 순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 7. 9. 06:11

여름철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다 보니 가족이 함께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며칠 전 아내가 백화점에 있는 가게에 볼 일이 있다고 해서 동행했다. 
잠깐이면 된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슬며시 불평이 꿈틀거렸다. 아내를 찾아 나섰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는 가니 
우연히 파란 광고 글자가 눈에 띄었다.
마치 웃음웃 자로 보였다.


바로 OK 글자를 수직으로 세워 놓은 것이다.



이날 본 광고다.



이렇게 상상해본 웃를 보면서 마음을 추스려 보았다. 
그렇더니 아내에게 불평하고자 하는 마음이 한 순간에 가라 앉았다. 
"아, 웃으니 만사가 OK로구나"라고 독백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3. 9. 08:15

북유럽 리투아니아에도 조금씩 봄이 가가오고 있다. 며칠 전 아파트 뜰에 하얀 꽃을 보았다. 갈란투스(galanthus), 스노우드롭(snowdrop), 설강화(雪降花) 혹은 눈송이꽃으로 불린다.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이 꽃 이름이 재미있다. Neĝborulo (네즈보룰로)인데 번역하면 "눈을 뚫는 것"이다. 눈을 뚫고 봄이 옴을 알리는 꽃이다. 


지금이 바로 봄이 오는 문턱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 꽃가게의 일년 대목 중 하나가 3월 8일이다. 이날은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 날이다. 이날 여성들은 가정이나 직장이나 남성들로부터 꽃선물을 받는 날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도 튤립 꽃 한 송이를 들고 왔다. 

"너도 꽃선물 받았네!"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우리 반 남자들이 꽃집에 가서 꽃을 사서 선물 주었어."
"아빠도 꽃을 선물해야 하는데 꽃사기가 싫어."
"꽃이 빨리 시드니까 그렇지?"
"맞아. 순간적인 기쁨을 위해 살아있는 꽃을 꺾는다는 것도 마음이 들지 않아."
"그러면 나는 꽃이 필요없으니까 아빠가 오늘 엄마한테 안마해줘라."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집에 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꽃을 사러 가게까지 가는 것은 사실 귀찮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 우리 집 두 여성이 좋아할 것 같았다. "남들은 다 하는 데 당신만은 안 해준다"라는 소리를 듣기가 싫고, 또한 이왕 이곳에 사니 이곳 문화에 같이 호흡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큰가게(슈파마켓) 앞에는 임시 꽃시장이 펼쳐져 있어서 많은 남성들이 꽃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큰가게에 들어가 꺾인 꽃 대신에 어떤 선물을 살까 찾아보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꼬냑 판매대를 둘어보았다. 꽃은 며칠이 지나면 시들지만 꼬냑은 한 잔씩 먹으니 더 오래 갈 수가 있겠다.

한참 고민 끝에 술 대신 식물을 사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 봄철이라 과일과 채소 판매대가 있는 곳에 복분자 묘목이었다. 마침 집에 큰 화분이 하나 있으니 그곳에 저 묘목을 심어 여름철 발코니에서 기른다면 붉은 딸기가 주렁주렁 열릴 것 같았다. 


딸아이를 위해서 향기가 짙은 히아신스를 선택했다. 꽃이 다 피어있는 것보다는 곧 피게 될 것을 샀다.
  

직장에 돌아와 묘목 선물을 받은 아내는 장모에게 방금 꽃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이렇게 이곳 남성의 의무 중 하나를 이행하게 되었다. 


늦은 여름날 발코니에 복분자 딸기가 정말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1. 31. 19:23

메밀하면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우리 집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메밀밥을 먹는다. 한국에 살 때 메밀국수는 참 좋아하지만, 메일밥을 먹어본 적은 없었다. 워낙 하얀 쌀밥에 익숙해져 있어서 메일밥 먹기에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냥 건강에 좋다기에 억지로 먹곤 했다. 

2013년 메밀 생산량에서 리투아니아는 세계에서 11번째이다. 인구 3백만여명에 면적 6만5천 평방킬로미터의 작은 나라임을 고려하면 적은 생산량이 아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감자 대신 메밀밥을 해서 고기와 함께 먹거나 메밀죽이나 메밀가루 부침개 등을 해서 먹는다. 


메밀은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비만을 예방하고 몸 속 열을 내려 피부미용에 좋다. 루틴 성분은 혈압과 혈당치를 낮춰 성인병과 고혈압 예방에 좋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손상된 간세포 재생을 촉지하고 간의 해독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도 지니고 있다. 

종종 편하게 밥을 하기 위해서 전기밥솥으로 메일밥을 해보았다. 한번 하고 나면 전기밥솥 벽면이 메밀껍질로 다 달라붙어 있어 씻기에 불편했다. 또한 밥하는 과정에서 물거품이 많이 새어나왔다. 그후 전기밥솥으로 하지 않고 아내가 해줄 때만 먹게 되었다. 얼마 전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당신도 이렇게 메밀밥을 해봐. 참 쉬워"라면서 메일밥 짓는 법을 알려주었다.

혹시 메밀밥 짓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두 번 물로 메밀을 씻는다.


씻는 동안 커피포토로 물을 끓인다.
씻은 메밀을 솥에 붓고 끓는 물을 그 위에 붓는다.


물이 어느 정도 끓을 때까지 불을 커놓는다.





불을 끄고 천 두 장으로 덮어놓는다.


이렇게 40분 정도 놓아두면 아주 부드러운 메밀밥이 완성된다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중학생 딸아이도 이렇게 지은 메밀밥을 요즘 들어 아주 즐겨먹는다. 메밀밥이 지니고 있는 여러 효능으로 우리 가족이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길 기대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17. 08:40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리투아니아어로 월요일은 'pirmadienis'(첫 째일)이다. 토요일 꽃가게에는 길다란 줄이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 잔치가 토요일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잔치에 다녀왔다.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처남의 생일 잔치였다.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이라 집에서 하지 않고 음식점을 빌렸다. 가족과 가까운 친척,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또한 연주 겸 노래하는 가수도 한 명 불렀다. 


이곳 사람들의 기념적인 생일잔치는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소개한다. 
먼저 저녁 7시에 시작한 잔치는 다음날 새벽 3시에 끝이 났다.
상에는 찬 음식들이 술 안주 겸 놓여 있다. 
따뜻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이어서 축하 건배를 돌아가면서 한다. 
한 사람씩 자리에 일어나 축하 인사를 건배를 제의한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자리에서 나와 음악에 맞춰 춤 추는 횟수가 잦아진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사이사이에 노래도 한다(홀로 부르기는 없고 전부 함께 부르기). 
춤추다 지치면 자리에 돌아가 다 함께 잔을 채운 후 건배한다.


혼자 술을 마시지 않고 건배를 제의하면서 같이 마신다.
다른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른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옆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 건배를 제의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에 앞에 앉은 나이가 더 많은 친척이 술을 따르자 
아내는 잔을 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왼손을 그 오른팔을 받쳤다.
그 순간 주위의 시선들은 아내의 이상한 술잔 받기 모습에 집중되었다.


이를 의식한 아내는 웃으면서 곧장 설명에 들어갔다. 
"한국인 남자와 살다보니 내가 이렇게 변했어. ㅎㅎㅎ 한국 사람들은 연장자에게 술을 따르거나 연장자로부터 술잔으로 받을 때 이렇게 해. 내가 이렇게 해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이 더 편해. 이렇게 하니 연장자에 대한 내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좋아."
"우와~ 설명이 멋지네. 한국 속담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지. ㅎㅎㅎ"

* 좌: 일반적으로 술을 받는 모습, 우: 이날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술을 받는 모습


이렇게 두 문화 속에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한 문화에 저절로 익숙해질 수 있다. 그 덕분에 주변인들에게 다른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또한 나아가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게 된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4. 12. 11. 07:55

어제 수요일 낮 유럽인 아내는 모처럼 미역국을 직접 끓였다. 간이 약간 밍밍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사실 밍밍한 것이 좋다. 흔히들 북유럽 음식은 짜다고 한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하는 말이 있다. 남편이 짜다고 불평하면 이렇게 말한다.

"짠만큼 당신을 사랑해~~~"

그러니 짜를수록 사랑의 깊이가 더한다는 말이니 화가 아니라 웃음으로 보답해야 되겠다. 사실 음식은 짠 것보다 덜 짠 것이 좋다. 그래야 취향에 맞게 소금이나 간장을 더 넣을 수도 있고, 고추장을 풀어서 먹을 수 있다. 

아내는 오후에 직장에 나간다.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후 음악학교에 수업 받으러 오기 때문이다. 이날따라 중학생 딸아이도 바빴다. 일반학교 마치고, 잠시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미술학교를 갔다가 곧당 음악학교를 갔다. 

나 또한 저녁에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수업 들어가지 전 식사를 한다. 그래서 아래가 낮에 끓어놓은 미역국이 식어서 냄비 채로 다시 끓렸다. 


이날따라 아내가 차를 가지고 와서 식구 셋이 다 같이 만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들어간 아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당신 또 남은 미역국을 냄비 채로 데웠지?"

대답 대신 내 머리 속에 아래 와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아. 또 시작이구나!'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
'한국인 남편의 고치기 힘든 습관이라 생각하고 그냥 스긍하면 살 되면 되지 않나...'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이를 좋아하는 읺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은 반복해서 끓일수록 그 영양분이 점점 감소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큰 냄비를 데우는 것보다 작은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나는 국을 끓이고 식힌 후 다시 한 번 더 끓여 놓으면 남은 국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길들여져 있다. 또한 국 일부만을 들어내지 않고 냄비 전체를 데우고 식힌 후 냉장고에 보관하면 더 좋다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대체로 주변 사람들은 국을 많이 끓여서 남기는 일이 거의 없다. 그저 그때끄때 먹을 만큼만 끓인다. 그러니 남겨서 이를 데우고 할 일이 없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살다보니 중간 냄비 대신에 큰 냄비에 끓여 남으면 다음날에 별다른 수고 없이 끼니를 때울 수 있다. 그런데 영양분 감소에는 전혀 관심 없고 냄비 채로 다시 데우는 남편이 못 마땅하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25. 06:13

일전에 "스페인 단감을 딸 위해 홍시로 만들어보다"에서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번 글은 그 후기인 셈이다. 홍시 만드는 데는 대봉감이 좋다고 한다. 떫은 맛을 맛을 지닌 감을 잘 보관하면 홍시로 변해 단맛을 낸다. 그런데 이미 단맛을 지닌 단감을 굳이 홍시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수입해온 단감


단감은 사근사근 씹으면서 그 단맛을 느끼면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자라지 않아 수입에만 의존하는 단감의 가격은 변화가 심하다. 시장에 많이 나올 때는 1킬로그램에 4리타스(약 1500원)하다가 금방 8-12리타스(약 3000원-4500원)으로 뛴다. 


값이 싸다고 왕창 살 수도 없다. 그래서 한번 이 단감을 가지고 홍시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근사근 씹는 단맛보다 후르륵 넘어가는 단맛을 더 좋아하는 나이에 접어든 것도 한 이유다. 단감을 홍시로 만들겠다고 하니 유럽인 아내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썩어면 다 버리게?"
"안 썩을 거야."

아내가 며칠 동안 집을 떠난 사이에 11월 14일(금) 5킬로그램 단감을 사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놓았다. 단감 사이엔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 부패를 촉신시킨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었다.


시일이 지나남에 따라 감귤색 단감이 점점 빨갛게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쪼개 넣어 놓은 사과가 점점 썩어가고 있다. 



이렇게 10일이 지난 후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감귤색 노란 단감은 사라지고 잘 익은 토마토색 빨간 홍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 사왔을 때의 단감(상), 스티로폼에 10일 동안 보관한 단감 (하)

색은 완전히 변하고, 껍질은 터지고, 속은 수분이 많고 물렁물렁했다. 차숟가락으로 퍼먹기엔 딱 좋았다.  



스티로폼에 10일 동안 보관한 단감,

이렇게 달콤한 홍시가 되어서 입안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20여년을 유럽에서 단감을 먹어왔지만, 홍시로 만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음악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단감 홍시를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았다.


"어때?"
"생단감일 때보다 단감 홍시가 훨씬 달콤하고 맛있네."
"이제 내가 단감 많이 사서 홍시로 만드려고 할 때 반대하지 않겠지?"
"않겠지만, 우리 집 냉장고 냉동실에 공간이 없어." 

단감 홍시를 많이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놓고 긴긴 겨울밤에 하나씩 얼음 홍시를 꺼어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다. 그렇다고 이를 위해 냉동고를 따로 살 수도 없고... 
그냥 상황따라 적당하게 해서 먹어야겠다. 썩으니까 홍시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아내에게 홍시가 더 맛있다는 사실 하나만 알게 해준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5. 19. 07:41

5월 초순 아내의 생일을 맞아 장미꽃 생화 다섯 송이를 선물했다. 5월에 태어났으니 다섯 송이를 선택했다. 딸아이는 다른 꽃 세 송이를 선물했다. 벌써 2주째이지만, 화병 속 생화는 둘 다 시들지 않고 있다.

* 처음 사온 날 찍은 사진

보통 서너 일이 지나면 화병 속 물이 흐려지고 냄새가 나고 물이 썩는다. 아울러 줄기가 흐물흐물해지고 꽃은 보기 싫게 시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 선물한 꽃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보다 더 싱싱한 것 같다. 우리 가족 모두 몹시 신기해 하고 있다.

줄 때는 아름다워 좋지만, 화병 속에 곧 시들어갈 꽃을 생각하면 생화를 사고자하는 마음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알고보면 참으로 간단하다.

예전에는 선물 받은 꽃을 물 담은 화병에 넣고 시들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번에 아내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매일 화병 속 물갈아주기다. 서너 일이 지나면 꽃이 시들기 시작하는 데 이번에는 처음 사올 때와 마찬가지로 싱싱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 사온 지 2주가 되는 꽃

언제까지 이 생화가 싱싱할까가 궁금해서 아내는 매일 물을 가는 데 재미가 붙었다. 처음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 물을 갈아주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바깥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실내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 물을 갈고, 또 저녁에 자기 전에 물을 간다.

"당신과 딸이 정성으로 꽃 선물을 했으니 이제 내가 정성으로 꽃을 관리해야지"

물갈아주기만으로 이렇게 여전히 싱싱하다니 놀랍다. 과연 얼마나 그 싱싱함이 지속될 지 몹시 궁금하다. 내일도 아내의 물갈이 정성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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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 3. 10. 05:21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런 행사에는 점점 감정이 무뎌져 간다. 전날 저녁 식사 식탁에는 우리 집 여성인 아내와 딸아이가 모두 모였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내일 여성의 날인데 아빤 꽃 선물 하지 않을 거야."
"꽃 선물 없어도 아빠가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그래, 마음으로 축하해주면 그만이지. 꽃은 살 필요가 없다."
"맞아."

기분 좋게 딸아이가 맞장구쳐 주었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이지만, 행사 때문에 아내는 출근해야 했다. 식탁에 홀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꽃은 어디에?"
"마음에서는 전하는 말이면 충분하지 무슨 꽃이 필요하나?!"
"그래도 받으면 여자로서 더 행복감을 느끼지."

아내는 출근하면서 심부름을 부탁했다. 딸아이가 이날 음악축제에 노래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노래 지도 선생님에게 감사와 함께 여성의 날이라고 꽃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뒤 딸아이와 함께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집 근처에 있는 꽃시장으로 향했다.

"아빠는 살아있는 꽃은 사기가 싫어."
"맞아. 며칠 후에 꽃은 시들어버리잖아. 꽃이 참 불쌍해."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꽃을 사기가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오늘도 그 중 한 날이다."

꽃시장에는 꽃을 사서 한 아름씩 안고 가는 남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속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다니는 음악학교는 이날 리투아니아 전국 음악학교를 대상으로 음악축제를 개최했다. 딸아이도 한국 노래 '반달'로 참가했다. 아래 영상은 이날 부른 노래이다.


아내는 이날 축제 사진촬영을 담당했고, 딸아이는 축제 결과를 기다렸다. 왼쪽 어깨로는 7kg의 삼각대를 메고, 오른쪽 어깨로는 6kg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먼저 음악학교로 나왔다. 

'자, 무거우니 집으로 곧장 갈 것인가? 아니면 슈퍼마켓을 들어 깜짝 선물을 살 것인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발걸음은 이미 슈퍼마켓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짝 핀 수선화 꽃 화분보다 이제 막 피려고 하는 수선화 꽃 화분을 골랐다. 그리고 빨간 장미꽃 색을 연상시키는 싱싱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딸기 두 상자를 구입했다.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오후 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와 딸아이는 부엌, 욕실, 방으로 다니느라 아직 거실까지 오지 않았다. 한참 후에 거실로 온 아내는 뜻밖의 수선화를 발견했다.

"우와~~~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우리 집에 일어났다."
"엄마, 뭔데?"
"거실 탁자에 가봐!"

내 두 볼은 두 사람으로부터 하나씩 점령당했다. 늦은 저녁에 두 처남이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성의 날이라고 여동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수선화 꽃 화분과 딸기를 받았다고 처남들에게 뿌듯해 하는 아내의 말말을 옆에서 들으니 이날 꽃 선물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는 나의 신념보다 때론 받는 이의 감정을 더 헤아리는 것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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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 10. 08:13

고민 끝에 차는 건물 앞에 주차
요즘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요일 아내는 동료 교사와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유명 성악 교수를 찾아갔다. 다가올 노래 경연대회를 앞두고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 방문을 마친 후 딸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학교로 향했다.

잠시 고민했다. 차를 아파트 마당에 주차해 놓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차로 학교에 갈 것인가. 동료 교사를 태우고 있는지라 그냥 학교까지 차로 가기로 했다.

학교에 도착해 또 다시 고민했다. 인근 도로가에 주차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 건물 앞 좁은 길에 주차할 것인가. 마침 공간이 있어 학교 건물 앞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교감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았다. 주차한 후 10여분 정도 지났다. 

믿기 어려운 상황 전개 - 트렁크에서 연기가 새어나와    
눈 앞에 있는 차 트렁크에서 연기가 엄청 새어나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우리 차였다. 112로 소방소에 즉각 신고했다. 그런데 벌써 소방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인이 연기나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리 차와 아내는 갑자기 학교의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로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다. 4명의 소방대원들이 달려와 트렁크에서 막 번지려고 하는 불을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모포로 쉽게 진화했다.


한국 차를 샀어야지
한국 차를 가지고 있는 한 동료 교사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봐! 이런 비싼 차 사지 말고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

아내는 잠시 동안 충격에 빠졌지만, 동료 교사들의 격려에 감사할 사항을 찾았다. 만약 차를 아파트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만약 차를 학교 건물 코 앞이 아니라 도로가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고스란히 우리 차는 앙상한 뼈만 남았을 것이다. 승용차 한 대가 전소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행인의 전화도 도움됐고, 또한 소방소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기름통 반대편 트렁크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트렁크에 있는 전기배선에 이상이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아내는 곧 바로 보험사로 전화해 후속조치를 밟아갔다. 종합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되고, 또한 수리하는 동안 차량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자동차 전기 수리사가 순간 떠올랐다. 그로부터 좋은 조언을 얻었다.

BMW 서비스센터로 
"BMW 차 제작결함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BMW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상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의 조언 덕분에 어제 견인차로 BMW 서비스센터로 우리 차를 보냈다. 이곳에서 빠른 시일내 정밀진단을 한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고난 차를 많이 견인하는 운전사의 말은 불행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신 차는 정말 운좋았다."    

이렇게 새해 첫 번째 달에 승용차 한 대를 공중으로 날릴 뻔했다. 불행 속 다행에 감사하면서 잠시 말썽을 피운 지금의 차에 더 애정이 간다. 하지만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라는 동료 교사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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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 3. 08:35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에게도 드디어 교환학생의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나라를 두고 고민하다가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내에 있는 여러 대학교를 두고 또 고민하다가 루이지애나 주도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이유 중 하나가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이다.

대학교측에서 1월 3일 열리는 첫 교환학생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적합한 비행노선을 찾다보니 공교롭게도 출국일자가 12월 31일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일에 가족이 헤어져야
보통 한 해의 마지막날과 새해의 첫날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바로 이날 식구들이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내가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성인이지만, 딸아이 혼자 낯선 뉴욕 땅에서 송구영신해야 하는 것이 아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중간 기착지인 뉴욕 공항에 마르티나가 도착할 무렵 아내는 페이스북(facebook), 바이버(viper), 스카이프(skype) 등을 켜놓고 첫 소식이 오길 학수고대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뉴욕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12월 중순에 마르티나는 뉴욕에서 하루 묵어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물었다. 이 쪽지가 올라가자마자 친구의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그는 뉴욕에 사는데 기꺼이 자기 집으로 초대해 재워줄 뿐만 아니라 1월 1일 뉴욕 시내 안내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막상 선뜻 도와준다고 하나 생면부지인 사람이라 걱정이 좀 되었다. 

친구의 친구 덕분에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맞이
뉴욕 공항에 잘 도착했고, 맨하탄에서 친구의 친구까지 제시간에 만났다. 이들은 2014년 새해를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맞이했다. 약속한 대로 1월 1일 이 새로운 리투아니아인 친구 덕분에 뉴욕 관광을 즐겼다. 한 친구를 잘 둔 덕분에 이렇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1월 2일 이른 아침 마르티나는 뉴욕을 떠나 뉴올리언스를 향했다. 도착할 무렵 아내는 또 다시 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공항 웹사이트에서 비행기가 연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유가 궁금한 나머지 아내는 여러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마르티나가 탄 비행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막힌 사이트를 찾아냈다.


flightradar24.com에서 하늘길을 내려다본다
flightradar24.com은 현재 시각 하늘에서 날고 있는 모든 비행기의 이동모습을 한 눈에 보여준다. 해당 비행기 아이콘을 누르면 이 비행기와 비행노선에 대한 정보가 뜨고 이동경로가 나타난다. 아내는 내내 비행기 이동경로를 지켜보면서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랬다. 마치 아내가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가고 있는 심정이었다.


참으로 놀랍다. 이렇게 지상에서 비행기의 하늘길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말이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야!"라는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당연히 즐겨찾기에 넣었다. 앞으로 공항에 손님을 영접하러 나갈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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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0. 18. 07:08

아내는 10살부터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40대 중반인 지금까지 피아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내의 직장 동료들도 거의 다 허리나 등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직업병으로 여겨진다.  

의식적으로 무거운 것을 들지 않으려고 하지만, 살다보면 무의식적으로 혹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땐 예외 없이 긴급 안마와 통증 온화 크림이 필요하다. 여러 번 병원에 가서 진료와 검사를 받았지만, 확실한 원인도 효과적인 치료법도 알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 병원을 찾아 마사지 물리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받는 그 순간에만 좋아지는 느낌이 들 뿐이다.

며칠 전 아내는 안마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세상의 많은 아내가 그러듯이 알뜰한 편이다. 그래서 공동 구매를 통해 안마 시간을 예약했다. 원칙은 안마 10회 분을 공동 구매하는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1회만 구입할 수가 있다. 아내는 일단 경험해보고 10회 분 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에도 공동 구매가 활성화되어 있다. 해외관광, 연주회, 건강보조품, 가전제품, 주방용품, 세차, 타이어교체, 미용, 호텔 등 공동 구매 품목도 참으로 다양하다. 정상가격에서 적게는 20%, 많게는 65%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절약 재미로 아내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동 구매를 했다. 때론 만족, 때론 불만족이다. 한번은 머리카락 자르기를 공동 구매했다. 미용실에 가니 북적돼야 할 것 같은데 텅비어 있었다. 미용사도 젊은 남자였다. 값싸게 머리카락을 잘라보려고 했는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미용사는 조금씩 깎으면서 마음에 드는지를 아내에게 자꾸 물었다. 손님 의향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미용실 경험 때문에 이번 안마 구매를 주저했지만, '아픈 자가 약자이니 그래도 한번 믿고 가보자'였다. 잔득 기대를 하고 안마사를 갔다. 한 시간 후에 돌아온 아내의 첫 마디였다.

"당신 손이 더 맵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당신이 안마를 더 잘 해."

겉으로는 아내의 칭찬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속으로 '아, 이제부터 내가 힘들겠네'라고 중얼거렸다.

아내가 등 안마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덩치가 아주 큰 남자가 들어오더니 안마사라고 소개하면서 안마를 시작했다. 덩치에 비해 너무나 약하게 안마를 해서 "언제 더 세게 할까 학수고대하다보니 한 시간 안마 시간이 다 끝났다"고 말했다. 

아내는 안마 10회 분을 한꺼번에 다 구매하지 않은 것에 큰 위안을 삼았다. 앞으로 공동 구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서비스의 질이 낮아서 장사가 안 되니까 할인 공세로 공동 구매망에 들어오는 업소도 있을 것이라면서 원인 분석까지 했다.

"맞아, 싸다고 다 좋지는 않지. 공동 구매는 항상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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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7. 9. 07:46

유럽의 대부분 나라와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가족 중심이다. 가능한 어디를 가든 가족, 혹은 부부가 함께 간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산 가족이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마르티나는 여름 방학인데도 집에 못 오고 있다. 이유는 방학을 집에서 보내다가 학년이 시잘 무렵 영국으로 돌아가면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시간제로 일하던 커피숍에서 방학 동안 정식으로 일하고 있다. 궁금한 분을 위해 알리자면 영국 스코트랜드 에딘버러에서 그가 받는 시급은 6.29파운드(한국돈으로 10500원)이다. 단기간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내년에 6개월 동안 중동 두바이에 있는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나머지 가족이 방학을 맞아 영국으로 가기로 했다. 아내는 세 식구(나, 아내, 작은 딸)가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시간을 찾아봤으나 불가능했다. 결국 아내와 작은 딸 둘이만 영국 에딘버러로 떠났다.

하루 이틀은 그런 대로 견딜만 했다. 식구 각자의 식성이 달라서 함께 있을 때도 같이 밥을 먹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아내가 요리해주는 따뜻한 음식은 모두가 식탁에 앉아 먹곤 한다. 

아내가 없는 동안 밥 때가 되면 더 바빠지는 듯하다. 요리를 해서 혼자 먹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허기진 배를 빨리 채울 것인가가 떠오른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간이식품으로 눈과 손이 가게 된다. 여름철이 되니 귀한 한국 간이음식들이 우리 집 찬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연은 간단하다. 여름철엔 발트 3국 관광안내사(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먹고 남은 음식들을 한국 음식을 그리워할 것 같은 나에게 선물로 주고 떠나기 때문이다. 


음식 선물을 준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 음식이 아내가 없는 지금 아주 중요한 먹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컵라면 봉지가 쌓여간다. 


버리지 않고서라고 핏잔을 줄 사람도 있겠다. 참고로 컵라면 봉지는 시골에 계시는 장모님이 이른 봄철 씨파종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모운다. 아내가 그리운 지, 따뜻한 음식이 그리운 지... 아뭏든 잘 있다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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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5. 15. 13:42

오늘 5월 15일 한국은 스승의 날이다. 중 고등학교 때 스승의 날에 우리 반 학생들이 모두 돈을 모아 담임 선생님에게 양복을 사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리투아니아엔 한국과 같은 스승의 날은 따로 없다. 단지 1994년부터 매년 10월 5일 세계 교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날도 그렇게 요란하지가 않다. 그저 이를 기억하는 학생들로부터 꽃 한 송이를 받는 일이 대부분이다.

리투아니아 학부모이나 학생은 교사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 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선물을 주고받는 풍토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가 개학하는 9월 1일이나 학년을 마치는 날에 예쁜 꽃 한 송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음악학교 등 특별학교 교사들은 이보다 좀 더 푸짐한 선물을 받는다. 음악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는 보통 연주 발표회가 끝나는 날 꽃다발 선물뿐만 아니라 약간의 과자 등을 받는다. 

어제 학년을 마치는 피아노 연주 발표회가 열렸다. 아내의 직장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그런데 이날 아내는 자동차로 출근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집으로 올 때 전화가 왔다.

"당신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와."
"왜?"
"가져가야 할 것이 많이 있어."
"뭔데?"
"내려오면 알아." 


많은 꽃다발에 선물상자가 여럿이나 되었다. 열어보니 평소에 비싸서 사기 힘든 샴페인, 초콜릿 등이 들어있었다. 


받은 꽃 선물을 화병에 담아 아내는 집안 곳곳에 놓아두었다. 지난 1년간 가르침의 농사가 한 동안 우리 집안에 꽃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스승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 

* 관련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초콜릿?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9. 06:33

유럽인 아내와의 생활에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답의 첫 마디는 "살다보면 유럽인 아내, 동양인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사람인 아내와 사람인 남편이 살아간다."이다. 

* 아내와 함께 찍은 그림자 사진

굳이 예를 들어 어려운 점을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우긴다면 대답은 이렇다. 두리뭉실하고 '좋은 게 좋다'와 '그냥 그렇게 해' 방식에 익숙한 남편에게 유럽인 아내의 따지고 분석적인 성격이 종종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왜 짜증내?"
"ㄱㄴㄷㄹㅁㅂ......"
"그건 이유라고 할 수 없지. 진짜 이유를 말해 봐. "
"ㅂㅁㄹㄷㄴㄱ......"
"그것도 이유가 안 되는데. 뭐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다 치고 그 뒤에 숨은 진짜 이유는 뭐야?"

이렇게 이어지는 따지기에 짜증 수준이 화 수준으로 급등하게 된다.

아내의 이런 따지고 분석하려는 성격 탓으로 최근 덕을 본 일이 있어 소개한다. 리투아니아는 매년 4월 30일까지 지난 해 발생한 종합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주민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낸다. 

지난 해 소득 활동은 좀 복잡했다. 우선 고정 소득은 빌뉴스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댓가로 받은 강사료이다. 다음은 여름철 관광 안내사로 받은 소득이다. 이것이 까다롭다. 처음엔 영업허가(verslo liudijimas) 제도로 활동했고, 중간에 이것이 없어지면서 개인활동(individuali veikla, 오른쪽 사진) 제도로 했다.

어떻게 종합 소득을 신고해야 할 지 정확한 정보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다 4월말에야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인터넷으로 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세금 관련 일은 해결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아내는 여기저기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었고, 의문 되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후에 인터넷 온라인을 통해 내 종합 소득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종합 소득을 신고한 지 불과 3일만에 국립 사회보장기금 기구(소드라: SODRA, 연금 등을 관리하는 정부 기구)에서 전화가 왔다. 요지는 사회보장세를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국세청에 신고한 정보가 그렇게 빨리 소드라로 넘어가다니...... 리투아니아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속도에 새삼 놀랐다.

"원래 세금 거두는 사람은 빠르잖아."라고 아내가 응답했다.  

"소득 신고액 기준으로 000를 납부해야 한다."라고 소드라 직원은 구체적인 납부 금액을 알려주었다.
"어딘가에서 30%를 제외한 금액에서 계산해야 한다고 읽었는데 아는 바가 없나?"라고 아내가 물었다.
"이것은 우리 측 사안이 아니므로 국세청에 문의해야 한다."라고 좀 차갑게 직원은 반응했다. 

아내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어느 정도 숙지한 후 국세청에 문의했다. 국세청 직원은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으로 관련 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내용인즉 개인활동으로 얻은 소득액의 30%는 지출 영수증 없이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지출 영수증이 있다면 30%이상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특별히 이를 위해 영수증도 챙기지 않았고, 또한 100%에서 세금을 계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30%를 제하는 것이 정답이니 여기에 만족했다. 아내는 마치 공짜 돈을 얻은 듯이 기뻐했다. 
   
총 소득액에서 30%를 제한다. 남은 액수의 70% 중 5%를 주민소득세로 국세청에 납부한다. 또한 그 70%를 반으로 나눈 금액의 28.5%를 사회보장세로 소드라에 납부하고, 9%를 의무 의료보험료로 낸다.

이렇게 계산해보니 소드라 직원이 처음에 제시한 납부 금액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마침 이날 저녁에 아내의 생일잔치가 중식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 차액으로 잔치비용을 부담하고도 솔찬한 액수가 남았다.

무엇인가 따지고 분석하려는 유럽인 아내의 성격으로 종종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 따라 아내의 이런 성격이 정말 박수칠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8. 07:07

너도밤나무 꽃 냄새가 코를 찌르는 5월 초순인 7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올해는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 이유는 봄이 평년보다 2-3주 늦게 왔기 때문이다.

* 같은 시기 지난 해 너도밤나무 꽃(좌)와 올해 너도밤나무 꽃(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5년과 10년 주기에 생일을 크게 한다. 생일이 있는 주말에 일가 친척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하면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렇지 않은 해에는 친지들에게 생일을 알리지 않고 가족과 함께 생일을 보낸다. 하지만 늘 어느 누군가는 축하하기 위해 올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한다. 오는 손님을 그냥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45번을 맞는 생일이라 무엇인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했다. 요즘은 별로 소용이 없는 듯하지만 아내는 시계를 가지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동안 한국에서 기념으로 받은 시계를 차고 다니지만, 오래 되어서 고장이 난다. 벌써 여러 차례 시계병원을 다녀왔다.

함께 살아도 이런 선물은 아내가 직접 고르는 것이 제일이다. 몇 번이나 사라고 권유했지만, 아내는 아직 사지 않고 있다. 딱히 살만한 것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는 손발이 차다. 특히 발이 시러워서 금방 잠에 들지 못한다. 술을 한 잔하고 잠자리에 들면 몸이 따뜻해져 잠이 잘 온다고 한다. 둘 다 술을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이마저도 행하지 않는다. 향이 좋은 꼬냑을 종종 아내는 상상한다. 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술값이 장난이 아니다. 좋은 포도주보다 값이 서너 배나 더 비싸다.

생일 전날 아내가 직장에 간 사이에 슈퍼마켓에 들러 최고의 꼬냑은 부담이 되어서 사지는 못하고, 중간 정도의 코냑을 선물로 샀다. 이는 이제까지 내가 구입한 술 중 제일 비싼 술이다. 아내와 함께 갔다가는 비싸다고 절대 사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산 꼬냑을 선물하니 아내는 기뻐했다.

이날 밤 아내와 꼬냑을 한 잔 하면서 '내일 아침 일찍 아내가 잠 든 사이에 살짝 나가서 꽃을 사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딸아이의 방해로 변경됐다. 

딸아이는 보통 밤 10시에 잔다. 이날은 숙제 때문에 10시 30분에야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11시경 딸아이 방을 보니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빨리 자야지. 엄마가 보면 꾸중할 거야."
"쉿! 아빠가 살짝 오기를 기다렸어."
"왜?"
"내가 내일 학교에서 집에 올 때 엄마에게 생일 선물할 꽃을 사올 거야. 아빠가 돈을 좀 줘."
"아빠가 내일 새벽에 사려고 하는데."
"아빠는 벌써 꼬냑을 선물했잖아. 나도 뭔가를 선물해야 하잖아. 내가 꽃을 살게."
"알았어. 돈을 줄 테니, 빨리 자."

* 역할 분담으로 꽃을 선물한 딸아이

이렇게 딸아이와 생일 선물을 분담하게 되었다. 저녁에는 친지들을 중식당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생일잔치를 했다. 아내는 지난 해 연말 하나뿐인 여동생이 사망한 이후로 여전히 잔치할 기분이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적인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 남편의 도리라 여겨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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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4. 17. 06:33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평소보다 더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화요일 아내는 직장에 가지 않는다. 직장이 음악 학교인 아내는 원칙적으로 수업이 있는 날과 그 시간에만 학교에 간다. 월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꼭 금요일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보다 늦게 잠자리에 든다.

이번 월요일 밤에도 그랬다. 아내의 수면제는 읽기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여년 동안 일간지를 정기 구독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신문 구독을 끊었다. 이유는 인터넷 때문이다. 아내는 이제 신문 대신 휴대폰, 아이팟 혹은 탭북으로 신문 기사 등을 읽으면서 잠에 든다. 어제는 고이 자는 남편을 깨웠다.

"왜 그래?"
"창문이 정신없이 흔들려 잠을 잘 수가 없어."
"리투아니아는 지진이 없는 나라잖아."
"그게 아니고 머리가 어지러워."
"봐, 좀 철분약을 먹었어야지."

아내는 평소에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다. 한 달에 한 번은 더 심한 현기증을 겪는다. 이 경우에 철분약 섭취를 습관화하라고 권하지만, 무슨 약이든지 복용을 꺼리는 아내는 참고 견디는 편이다. 

이날 비상약통에서 철분약을 꺼내 아내에게 주었다. 이어서 심장박동수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 같다고 해 심장약도 주었다.

"빨리 인터넷에서 빈혈 응급처치를 알아봐."
"미역국, 김, 다시마 등이 철분이 풍부해 좋다고 해. 내일 고기 넣고 미역국을 끓어줄 테니까 마음을 진정시키고 잠을 청해봐."

* 작년 가을 후(거의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발코니에서 생활

화요일은 정말 진짠 봄 같은 날씨였다. 낮 기온이 영상 14도였다. 처음으로 목도리 없이 외출했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발코니를 혼자 말끔히 청소하고 잠잘 때까지 발코니에서 생활했다. 한편 이날 딸아이는 친구들과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놀다가 평소보다 두 시간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빨리 집으로 와. 맛있는 미역국이 있어?"
"누가 했는데? 엄마 아니면 아빠?"
"네가 와서 먹어보고 말해."

딸아이는 아빠가 한 밥과 엄마가 한 밥, 아빠가 끓인 라면과 엄마가 끓인 라면, 아빠가 한 미역국과 엄마가 한 미역국을 구별한다. 구별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주로 전자만 먹으려고 한다. 

"미역국 맛 보니 어때?"
"정말 맛있어."
"누가 했을까?"
"엄마 냄새가 나는데."
"봐, 엄마도 미역국을 맛있게 할 수 있잖아."

* 식은 후의 미역국

아내와 나는 눈짓으로 딸아이의 짐작을 그냥 받아들이고,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이제는 엄마가 미역국을 끓이는 것을 직접 보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때론 아이에게 이런 편법으로 가르치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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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3. 11. 06:32

대부분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남편들보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아침식사로 직접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있는 지 꽤 오래되었다. 고기 요리가 주가 되는 점심은 주로 아내가 한다. 부엌 찬장 정리는 아내 몫이다. 

설탕이나 소금, 곡물, 양념 등을 찬장에서 찾아야 할 때가 있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아내에게 긴급 문의를 한다.

"여보, 소금 어디 있어?"
"잘 찾아봐."
"아무리 찾아도 없어."
"당신은 꼭 눈에 보이는 데서만 찾잖아."

하도 이런 일이 다반사라 아내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어디 있나?'라는 서너 차례 물음에 결국 아내는 부엌으로 무거운 걸음을 하고 쉽게 찾아주면서 잔소리한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재미난 사진을 보게 되었다. 바로 물건들이 선반 표면에 놓여있지 않고 선반 위에 붙여져 있다. 보자마자 아~ 탄성을 질렀다. 


공공 활용에도 도움이 되지만,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 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꼭 찬장 선반에서 물건찾기에 서투른 남편을 위해 만들어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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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 14. 07:01

오래 전부터 왼쪽 다리 근육이 떨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밤에 잠들기 전에 누워있을 때 나타났다. 통증은 전혀 없고 잠깐 떨리다가 금방 사라지고 그후에는 한 동안 증상이 없었다. 그래서 별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중순경 눈이 엄청 내린 후 날이 풀렸다가 다시 영하의 날씨로 이어졌다. 이런 날씨에도 산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인근 공원을 산책했다. 곳곳에는 빙판길이라 엄청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이날 후 갑자기 근육떨림 현상이 잦아졌다. 떨리는 부분은 단지 허벅지 앞쪽이었다. 


예전처럼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랬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떨림 현상이 육안으로도 쉽게 볼 수 있고, 나중에는 특히 누워있을 때 근육이 이리저리 요동쳤다.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푸른 아채를 많이 먹고 있는 터라 곧 자연히 없어지겠지라고 낙관했다.

며칠 전 잠들기 전 침대에서 아내가 자기 다리가 시리다고 하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내 다리를 사이에 끼어넣었다. 

"당신 왜 떨고 있어?"
"내가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 근육이 떨고 있어."
"언제부터?"
"일전에 빙판길 산책갔다 온 이후부터."
"이렇게 심한데 왜 아직 말 않했어?"
"잠시 후면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했어."
"병원 가서 진료를 받아야 겠는데."

시러운 자기 다리보다 근육떨리는 남편의 다리가 더 걱정이 되어 아내는 이내 심각했다. 

"혹시 원인이 마그네슘 부족이 아닐까? 나도 예전에 약간 근육떨림이 있어 마그네슘을 섭취했더니 해결된 적이 있었어."

다음날 아내는 약국에서 10일치 마그네슘을 사왔다. 하루치를 먹었는데 정말 기적처럼 근육떨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요동 대신에 종종 미동만 느낄 수 있었다. 


"약사가 일주일치만 먹어면 된다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10일치를 사왔어."
"우와~ 어떻게 하루치를 먹었는데 이런 효과가 있지! 인체는 참 신기해."
"봐, 진작 나에게 말했으면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진작 내 다리로 당신 다리를 따뜻하게 데워주어야 했는데 말이다."

이 경우 '병은 널리 알려야 빨리 낫는다'라는 말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함을 알려준다. 마그네슘 처방을 생각해준 아내가 고맙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9. 10. 06:34

일주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탈린에서 빌뉴스로 오는 국제선 버스에서 아내에게 전화해서 밥을 해놓아라고 말했다. 호텔이나 식당 음식만 먹으니 전기밥솥에서 한 따끈하고 찰진 밥이 몹시 먹고싶었다. 김치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들지 않았으니 없을 것이다.

아빠 현관문을 열자 딸아이가 제일 먼저 꺼낸 말이 식욕을 더욱 돋구었다.

"아빠, 엄마가 마리아(맛있는 김치를 담그는 한국인)님으로부터 김치를 샀어."
"정말?!"
"정말이지 빨리 밥 먹어."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내가 나를 위해 맛있는 김치까지 사서 준비해놓다니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김치통을 열자 감동은 조금 사그라졌다. 냄새와 빛깔이 사온 김치가 아니고 아내가 만든 김치임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10여년을 살면서 아내가 이렇게 나없이 혼자 직접 김치를 만든 일은 처음이다. 나 대신 아내는 딸아이와 함께 돌아올 나를 위해 정성껏 김치를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며칠 있으면 더 맛있을 거야!"
"내일 아침엔 김치찌게를 해먹어야지."

* 아빠 대신 난생 처음 김치 양념을 버무리는 요가일래

아내는 폴란드인 친구가 만든 김치제작도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폴란드인 친구 라덱은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 지난 여름 내가 만든 김치와 그가 만든 김치를 놓고 여러 사람들이 평가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그의 것이 내 것보다 더 맛있다고 했다. 

* 폴란드인 라덱이 만든 김치제작도

일전에 라덱은 자기가 만든 김치제작도를 나에게 보냈다. 역시 전력시설물 설계사답게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있다. 앞으로 김치 만들기를 묻는 현지인 친구들에게 이것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4. 24. 06:22

여름철이 다가온다. 흔히들 한국 사람은 마늘 냄새가 강하고, 서양 사람은 노린내 냄새가 강하다고 한다. 물론 조금 지나면 그 냄새에 익숙해지만, 유럽인들 사이에 살면서 보내는 여름철엔 내 코가 잠시나마 혹사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더운 여름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특히 냉방이 안 되는 승강기에는 그야말로 내 코는 고문을 당하는 듯하다. 바로 주위를 둘러싼 유럽 사람들의 겨드랑이에서 새어나오는 땀냄새 때문이다.


여름철 우리 집 목욕실 거울대에는 늘 겨드랑이 땀냄새 제거제가 놓여있다. 외출할 때마다 아내와 큰딸은 이 스프레이를 겨드랑이에 뿌리거나 물약을 바른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작은딸 요가일래는 언젠가 "아빠 닮아 겨드랑이 냄새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땀을 흘리게 하는 더운 여름날 아내와 함께 걸어갈 때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유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최근 낮 온도가 15도를 넘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자신의 겨드랑이를 내 코로 내밀었다.

"냄새 맡아봐!"
"그건 내게 고문이지."
"여기 옷 봐. 땀이 젖어있지? 한번 냄새 맡아봐!"
"어디 당신하고 하루 이틀 살았어? 벌써 10년을 훨씬 넘었는데 내가 그 냄새를 모를리가 없잖아!"
"그래도 한번 맡아봐!"

무슨 까닭이 있을 것 같아서 아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상하네. 평소 역거운 땀냄새가 안 나."
"그렇지?"
"그래. 한국 사람인 나하고 살다보니 당신 몸도 내 몸을 닮아서 그 냄새가 안 나는 것이 아닐까?"
"최근 알게 된 비책 덕분이야. 이젠 겨드랑이 땀냄새 제거제를 사지 않아도 돼."
"그 비책이 도대체 뭔데?"

아내가 알려준 비책은 향수도 데오드란트도 아니였다. 바로 유럽에서 빵을 굽을 때 사용하는 탄산 수소 나트륨(이하 제삥소다)이다. 베이킹 소다 혹은 베이킹 파우더라 부르기도 한다. 아내가 이를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먼저 겨드랑이를 씻는다
2. 제빵소다 분말을 손가락으로 조금 집어서 겨드랑이에 바른다

"당신 어디서 이 좋은 정보를 얻었는데?"
"리투아니아어로 된 기사를 읽었어. 제빵소다는 산성 성질을 중화시킴으로써 불쾌한 냄새를 제거할 수가 있다고 했어."

이 제빵소다 덕분에 올 여름에는 아무리 더워도 아내와의 거리가 좀 더 좁혀지길 기대해본다. 이렇게 욕실 거울대의 데오드란트 자리를 제빵소다가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제빵소다가 아내의 피부에 아무런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 27. 08:04

아내는 목덜미와 그 바로 아래 등 부위의 통증으로 자주 고생한다. 병원 검사를 아무리 다녀도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아내의 직장 동료 중에서도 같은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여러 있다. 그래서 지금은 직업병으로 여기면서 지낸다. 

지난해 10월 아내는 인도를 다녀왔다. 인도에 3주 체류 동안 아내는 고질병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이것을 인도의 딱딱한 침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 아내는 침대보다 땅바닥에서 잠자기를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겨울철이라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몇 번 정도 요를 두껍게 해서 자보더니 도저히 추워서 할 수 없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난방은 온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내 온도가 20도라도 방바닥 온도는 이보다 더 낮다. 양말을 두 개 신거나 덧신을 신고 지낸다.

인체공학을 적용한 침실 침대는 상대적으로 푹신하다. 하지만 딸아이 침대는 좀 딱딱하다. 이번주 아내는 주로 딸아이 침대에서 잤다. 어제도 그렇게 했다. 아침 아내가 자고 있는 딸아이 방으로 가보았다. 

"그래도 허리가 아파! 당신, 등 안마 좀 해줘~~~"
"덜 아프다고 딸아이 침대에 혼자 자놓고 왜 또 아프다고 하니?!"
"당신이 안마를 해주면 좀 나아질 수도 있어. 제발~~~"
"할 수 없지. 자, 배로 누워~~~"  

▲ 사진은 본문과 관계가 없음 [세상 모든 여성이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렇게 아내는 누웠고, 아프다는 부위에 집중적으로 안마를 시작했다. 안마를 받으니 통증이 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았는지 안마 받고 있는 아내는 지난 밤 꾼 꿈을 이야기했다.


"멋진 남자가 내가 바느질 하는 것을 도와주었지...... 정말 멋지고 친절한 남자였어......" 
"당신, 지금 내가 힘들게 안마하고 있는데 무슨 멋진 남자 이야기를 해대니?!"

농담조였지만 투덜대듯이 반응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얼굴은 불분명해 누구인지 식별할 수 없었어. 하지만 분명 당신은 아니였어......"
"에이, 나 더 이상 안마 안 할거야!"


사실 안마하는 손가락이 힘들었다. 아내의 꿈 이야기는 안마를 중단하는 데 아주 좋은 빌미를 제공해준 셈이었다. 아내도 미안했는지 "손가락 힘들어서 그렇지... 그래 이젠 좀 나아진 것 같아."라고 답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장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내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꿈 이야기를 했다.

"엄마, 어젯밤에 멋진 남자를 꿈에 보았어. 무슨 뜻이냐."
"꿈에서 멋진 남자를 보면 몸이 아플거야."라고  장모님이 해몽해주셨다.
"엄마, 쪽집게네. 허리 윗부분이 아파서 방금 남편이 안마해줬어."

장모님과 전화를 끊은 아내에게 한 마디 던졌다.

"당신, 제발 이제부터 꿈에 안 멋진 남자 좀 만나!!!!"

* 최근글: 14억 유로 지폐로 집 지은 실직 예술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 20. 06:18

어제 오전 아내와 함께 일이 있어 함께 외출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슈마마켓이 있었다. 우유, 치즈 등 간단한 식용품을 구입했다. 

계산대는 두 곳인데 한 곳은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계산대에 기다리는 줄이 약 15미터였다. 점원은 50대 중반쯤 보이는 여성이었다. 대부분 손님은 할머니였다. 

점원의 계산은 상당히 느렸고, 할머니들은 돈을 지불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했다. 동전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그 액수만큼 꼼꼼히 세아려서 지불했다. 거스름돈도 바로 계산대 앞에서 꼼꼼히 세아렸고, 영수증도 일일이 확인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면 벌써 "계산 좀 빨리 합시다!"라고 외쳤을 것 같았다. 

구입하는 물건을 바구니에 담는 데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값을 치루는 데 걸린 시간은 족히 20분이나 되었다. 달팽이처럼 느린 계산을 지켜보면서 줄서있는 아내를 향해 투덜댐의 눈웃음을 쳤다. 아내도 동감인지 다시 눈웃음으로 응대했다.

"괜히 슈퍼마켓에 들어갔네"라는 심정으로 산 물건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몇 걸음도 채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내가 뒷걸음을 치면서 말했다.

"당신, 우산 어디 있지? 
"내가 안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 슈퍼마켓에서 놓은 것 같다. 되돌아가야겠다."

▲ 손목에 걸려 있는 우산을 알아채지 못하고 슈퍼마켓으로 다시 들어가고자 하는 아내 

아내가 슈파마켓으로 다시 들어가고자 오른쪽으로 돌 때 왼쪽 손목에 걸려있는 우산이 보였다.

"안 가도 돼. 당신 왼쪽 손목을 봐!"
"이잉~~ 이럴 수가. 어딘가에 놓은 것 같았는데 내 손목에 있다니 어이없네."
"나만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야!"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이렇게 자주 까먹게 되는 것 같다.) 
"슈퍼마켓 계산대에 할머니들의 느린 행동에 속으로 투덜댔는데, 그 과보로 이렇게 내가 당하네 ㅎㅎㅎㅎ"
"그러게,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투덜댈 수는 없지. 우리도 자꾸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중이잖아."
"맞아. 우리가 한심해. 반성해야지."

* 최근글: 밤에 여성 팬티 사라는 전화를 받은 아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20. 09:41

10월 8일 아내는 훌쩍 아시아 인도로 떠나버렸다. 인도로 간다면 보통 정신 수양 내지 고행을 떠올릴 법하다. 아내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다행스럽다. 자신의 마음을 찾는다고 인도에서 더 오래 머물겠다고 고집한다면 가족의 균형이 깨질 것 같기 때문이다.

결혼한 후 아내가 딸아이와 남편을 남겨놓고 집을 떠나기는 이번이 처음이자 가장 긴 시간이다. 아내는 3주간 인도 정부 초청으로 델리에서 국제 리더쉽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아내없이 지내는 동안 가장 힘든 일은 뭐니해도 음식 장만이었다. 다문화 가정인 우리 집은 자기 식사는 자기가 챙겨먹는 일이 다반사이다. 아내는 리투아니아식, 나는 한국식, 딸아이는 잡식이다. 딸아이 음식은 라면, 국수, 미역국, 김치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내가 돕는다.

다양한 식품을 계획하고 구입하는 일은 아내의 몫이다. 그런데 아내가 없다. 특히 딸아이의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떻게 아이의 끼니를 해결하나?"가 가장 큰 화두였다. 아침은 빵 두 조각에 코코아차, 점심은 가게에서 구입한 닭고기, 저녁은 우유밥...... 그러면 내일은? 그리고 그 다음날은? 어느 날은 하루 세끼를 피자만 먹은 날도 있었다. 되돌아보니 어떻게 지금껏 끼니를 해결했는지 전설이 된 것 같다.

음식 장만에 버금가는 일이 설겆이이다. 왜 그리 딸아이는 물컵을 많이 사용하는지, 왜 그리 접시는 사방에 널려있는지...... 아내가 있을 때 자기 그릇은 자기가 씻는 일이 허다했다. 아내는 깔끔한 성격에 늘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귀찮아도 설겆이를 해야 했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부엌에는 씻어야 할 물컵, 접시 등이 쌓여만 갔다. 예전에 아내가 식기세착기를 사자고 제안했을 때 사버릴 것을...... 반대하다가 요렇게 생고생하는구나!

어제 결혼생활 처음으로 세탁기를 돌려보았다. 아내가 떠나기 전 어떻게 세탁기를 사용해야 하는 지 공책에 순서대로 하나하나 적어놓았다. 공책을 펼쳐놓고 세탁을 시작했다. 다행히 성공이었다. 세탁한 옷은 라디에이터에서 지금 잘 마르고 있다.

또 다른 힘들은 아직 미성년인 만 10살 딸아이를 돌보는 일이다. 딸은 특히 어두워지는 저녁 시간에는 홀로 있기를 싫어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월요일과 수요일 딸아이는 발레 수업을 듣고 저녁 6시경에 돌아오고, 나는 5시 30분경 수업을 듣기 위해 집을 나가야 한다. 아래는 바로 이때 딸에게 남긴 쪽지이다.


아내없이 지난 12일!
아내라는 존재, 엄마라는 존재가 가족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함을 새롭게 실감했다. 아내가 있을 때는 아내의 역할이 그렇게 대스럽지 않게 보였는데 막상 없으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였다. "있을 때 서로 잘 해!"라는 말이 뼈속까지 느껴지는 기간이었다. 몇 시간 후면 딸아이와 둘이서 한국을 방문할 시간이다. 여전히 아내없는 둘만의 시간이지만 한국에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 24. 07:48

지난 금요일 장모님이 계시는 시골 도시를 향해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시내 중심가를 빠져나가면서 옆 차선에 지나가는 차가 보였다. 그 차의 번호판에 써여진 "DOG"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순간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지나가는 차번호판을 보면서 단어놀이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저기 DOG 봐라!"
"어디?"

식구들은 개를 찾으랴고 두러번거렸다.

"도대체 개가 어디 있어?"라면서 옆에 앉은 아내는 잠시 후 불만 섞인 말투로 물었다.

"더 찾아봐."
"아빠, 말해!"
"저기 앞에 가는 자동차 번호판을 봐."

전혀 엉뚱한 답에 아내는 평소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봐라. 아빠는 항상 이래.
말을 하는 데 전혀 종잡을 수가 없어.
단 한 마디에 숨어있는 뜻을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어.
아빠는 우리 모두가 고성능 컴퓨터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든지 딱 한 마디 하면 우리가 재빠르게 뇌를 회전해 그 뜻을 알기를 바래.
DOG가 차번호판에 있을 것이라고 이 순간에 누가 생각이라도 하겠어?

DOG 말에
첫째 도로에 으슬렁거리는 개를 찾는다.
둘째 자동차 안에 타고 있는 개를 찾는다.
셋째 자동차 외관에 그려져 있는 개를 찾는다.
그런데 아빠는 차번호판을 생각하고 있어.
어느 정도 상대방과 비슷한 상황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해야지
전혀 다른 상황을 혼자 생각하면서 알아맞히라고 하니 힘들지.
아빠가 나이 먹어갈수록 의사소통이 점점 불확실해져가고 있어......"

DOG 말을 꺼낸 것이 후회스러웠다. 아, 늙어가고 있네(아빠, 늙었다고 생각하지 마).....

"절대로 차 안에서는 서로에게 불평 불만하지 말자. 방이 많은 집이라면 얼른 저 방으로 갈 수 있지만, 좁은 차 안에서는 어디 피할 곳도 없다."라고 큰 딸 마르티나가 개입하자 아내는 잠잠해졌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자동차 번호판은 앞부분이 철자 3개, 뒷부분이 숫자 3개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보는 사람의 언어 지식 여부에 따라 앞부분 철자 3개의 조합이 재미있어 관심을 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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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A를 보니 BoA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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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U를 보니 대우(DAEWOO)가 떠오른다.


  나이가 드니 부부 말싸움이 늘어난 이유
  공부 못한다고 놀림 받은 딸에게 아빠 조언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6. 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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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5월 첫 번째 일요일 어머니날에 비해서는 성대하지가 않다. 어머니날에는 딸아이가 꽃선물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지만, 아버지날은 그냥 "아빠, 사랑해!"로 말선물만 했다. 말선물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식두들은 놀이선물을 생각해냈다.

우리집 아파트 발코니에는 다트판이 걸려있다. 아내와 딸들이 우르러 몰려와서 식구 전부가 다트놀이를 하자고 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가족 모두가 놀았다. 이어서 점심을 먹은 후 아내와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가고 있던 요가일래는 갑자기 아빠 손과 엄마 손을 서로 잡게 하고는 앞으로 빠져나갔다.

"지금부터 저기까지 두 사람이 손을 꽉 잡고 간다. 놓으면 안 돼!"

모처럼 아내 손을 잡고 걸어가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쑥스러웠다. 마침 우리 앞에는 비둘기 네 마리가 먹이를 찾아 거리를 따라 종종 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쑥스러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잡고 있던 아내 손을 놓았다.

"아빠, 손 놓으면 안 돼. 다시 잡아!"
"야, 손 잡고 가니 비둘기에게 미안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사실 길이 좁아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말이 맞아. 비둘기가 질투하기 전에 손을 놓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맞장구쳤다.

각설하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부부 말싸움이 잦아지고 있다.

상황 1
"욕실에 가는 길에 면봉 좀 가져와."라고 아내가 말한다.
친절을 베푼다고 아무 말 없이 이쑤시개를 가져다 준다.
"아니, 면봉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왜 이쑤시개를 가져와!"
"나는 면봉이 아니라 이쑤시개라고 정말 들었어."
"아니, 금방 들은 말도 잊어버려?"
"아니, 금방 말한 말도 잊어버려?" 이렇게 구절이 이어질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런 경우 누가 맞고 틀리는 지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블랙박스 같은 기록장치가 사람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느낀다.  

상황 2
일요일 아내가 삼겹살을 구웠다. 부엌에서 굽는 것을 보면서 내가 먹을 만큼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거실  식탁에 와서 먹고 있었다. 아내도 접시를 들고 왔다. 맛 있으니 양이 적은 듯했다.
"삼겹살 더 있어?"
"굽지 않은 삼겹살이 더 있어!"
"그럼, 더 안 먹을래."
"직접 굽는 것이 싫어서 그래?"
"당연하지."
"부엌에 와서 눈으로 직접 굽는 장면을 보고도 고기가 얼마 남았는지를 기억 못해서 물어? 구운 삼겹살이 아직 남았으니까 가서 먹어."


이렇게 말싸움이 늘어나는 이유는 한 말도, 들은 말도 금방 잊어버린다. 기억력이 점점 둔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생생하게 듣기로는 A인데, 말한 사람은 B라고 한다. 내가 분명하게 A라고 말했는데 들은 사람은 B라고 한다. 상대방 말을 정확하게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대충 들으려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일전에 한 모임에서 들은 친구 이야기이다. 아내와 함께 다른 친구의 비싼 차를 직접 몰고 대형마트에 갔다. 장을 다 보고 주차한 곳으로 오니 차가 없었다. 등에는 벌써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자기 차도 아니고 남의 차인데, 그것도 비싼 차인데...... 이들 부부는 넓은 주차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를 못했다. 당황함 속에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혹시 대형마트 뒷쪽에 있는 주차장이 아닐까? 가서 보니 그곳에 차가 있었다. 들으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분명이 이렇게 했는데 (혹은 했다고 생각하는 데) 결과는 저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이런 갑다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늘어나는 말싸움이지만 오래 가지가 않는다. 바로 내가 반박할 순간에 내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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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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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처조카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한 동안 선물 선택을 궁리했다. 아내는 가까이 놓아두고 오래 동안 생각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선택하자고 했다. 하지만 딱 부러지게 무엇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누구로부터 초대를 받거나 누군가 기념일을 맞으면 무슨 선물을 할까가 제일 고민스럽다.

5월 7일 아내가 생일을 맞았다.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글에서 아내 생일 선물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등교하는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꽃집을 들렀다. 아내의 평소 지론대로 꽃보다는 나무를 사기로 결심했다.

"우리 장미꽃을 같이 사자. 그런데 꽃을 사지 말고 나무를 사자."
"아빠, 꽃은?"
"저 나무에서 꽃이 곧 필 거야. 내년에는 꽃선물 안 해도 된다."
"왜?"
"저 장미나무에서 또 꽃이 필 것이기 때문이지."
"아, 재미 있다."


이날 구입한 장미나무는 막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일어나서 거실 탁자 위 장미나무 쪽으로 쳐다보았다. 꽃망울이 예쁘게 피어나 있는 것을 보자마자 아내를 불렀다.

"빨리 와봐. 여기 당신을 위한 꽃이 있어."
"우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내가 생일선물을 잘 골랐지."
"최고야!"
라며 아내는 볼에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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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나무를 선물했더니 아내의 생일 선물 기쁨은 지금도 지속된다.

5월 7일 장미나무 선물에 아내는 기뻐했고, 이날은 꽃이 피어난 것에 대해 기뻐했다. 만약 생일에 나무가 아니라 꽃송이를 샀더라면 한 일주일 후면 시들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장미나무를 샀더니 2주일 후에 핀 꼿으로 생일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내년에는 (선물을 안 사고) 여기 피는 꽃으로 할 거야."
"가계살림에 도움되니 오히려 좋지."  
 

* 관련글: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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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1. 8. 10:27

아내는 리투아니아아인으로 40대이다.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부수적으로 음악학교 누리집 웹마스터로 봉사하고 있다. 남편이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보다 인터넷에 더 능숙하다는 평 때문에 떠맡게 된 것이다. 기본틀은 만들어주었고, 새로운 내용을 채우는 일은 아내 몫이다.

초기엔 일일이 알려주어야 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도움 요청없이 혼자 척척 잘 하고 있다. 남편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촬영일을 한다는 것을 안 학교에서는 중요한 행사마다 은근히 부탁하곤 한다. 찍어온 것을 아도비 프리미어로 편집해서 유튜브를 통해 누리집에 올리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다가 바쁜 일이 있고 보면 행사일에서 점점 멀어지고 영상은 새소식이 아니라 헌소식이 되어버릴 때도 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아내의 부탁은 더욱 더 간절해진다.

"당신 편집해줄 거야? 말 거야?"
"너무 바빠. 나중에"
"그럼, 좀 가르쳐줘. 내가 해보게."


이렇게 해서 몇 번 가르쳐주었으나, 영상편집이 그렇게 호락호락 그저 먹기가 아니다. 사실 부부간에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처음에는 쉬운 듯하나 시간이 점점 갈수록 짜증과 불만이 늘어난다. 결국에는  안 가르치는 것만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운전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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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21일 열린 음악학교 공연행사

며칠 전 아내는 지난 12월 21일 열린 학교행사 영상을 혼자 편집해보겠다고 팔을 걷었다. 컷 짜르기, 작업줄에 넣기, 한 컷 작업 후 바로 프로젝트 저장하기 등을 대충 일러주었다. 그리고 이날 점심과 저녁식사는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아내는 컷자르기와 컷연결하기 매료에 푹 빠져서 밥 준비뿐만 아니라 밥 먹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을 하니까 서로 연결되는 컷의 오디오까지 심오하게 고민하다보니 그 고민 자체에 재미가 들었다. 엄청난 수고 끝에 연결한 컷이 마음에 들면 마치 희열의 최고 절정에 오르는 것 같다고까지 소감을 말했다.

"축하해, 당신! 그 동안 잘 가르쳐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재미를 얻었다니 앞으로도 쭉~ 계속 혼자 하세요."


위 영상은 이날 아내가 난생 처음으로 혼자 편집해 완성한 것이다. 가뜩이나 노안으로 힘드는데 이제 아내가 새롭게 영상편집에까지 재미를 얻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편하게 될 것 같다.

* 관련글: 초2 딸의 음악학교 공연회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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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2. 27. 07:11

지난 20일(일요일) 친척 부부와 함께 우리 부부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도시를 다녀왔다. 가는 동안 빌뉴스 지역에서는 내내 눈이 내리는 악천후였다. 하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니 눈은 내리지 않았다.

일을 보고 빌뉴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목적지를 100km 앞에 놓아두고 차가 말썽이었다. "안전을 위해 시동을 꺼겼으니 가까운 서비스 센타에 가서 점검을 받으라"라는 내용의 메세지가 떴다. 가까운 서비스 센타라!!!

4차선 140km 고속도로인데 중간지점에 도시가 하나 있을 뿐이다. 그외에는 정말 허허 벌판이다. 눈은 쏟아지고, 밤은 어둡고,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으니 그야말로 두려움과 공포감마저 일어났다. 경고 메세지를 무시하고 여러 차례 앞으로 거북이 속도로 나아갔지만 지속적으로 경고음이 나오고, 차의 시동은 매번 자동으로 꺼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니 부담없이 일단 견인차를 불러기로 했다. 보험조건 중 목적지까지 견인차로 차를 운반하고, 택시로 사람들을 태워주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눈오는 밤 8시에 신속하게 견인차가 올리는 만무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니 차분한 목소리로 가까운 지역에 있는 견인차를 수소문하겠다는 답이 왔다. 2시간 이내에 도착한다는 추가 전화가 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눈이 펑펑 쏟아지는 도로가에 정차해 기다리는 것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는 데에 모두 뜻을 모았다. 요령이 생겼다. 경고음이 울리고 난 후 신속히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기어를 d에서 p에 놓으니 차가 자동으로 시동을 끄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엔진과 밧데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었지만 이 요령 터득으로 30km를 더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마침내 중간 지점인 주유소에 도착해 견인차와 택시를 기다렸다. 긴장이 확 풀렸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아직 종합보험에 들기를 꺼려하고, 대부분 책임보험만 든다. 이런 견인의 경우를 당하니 종합보험에 가입해놓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계약조건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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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가 견인되자 사진기를 꺼내 현장을 찍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당신은 우리 차가 견인되는 데 도대체 어린애처럼 사진찍을 마음이 어디에서 나오나?"라고 울화가 치미는 듯 말했다. 서비스 센타에 가서 받을 원인진단과 수리 비용견적을 생각하니 아내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차만 견인차에 보내고 우리 일행 모두는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오면서 이제는 집에 돌아간다는 안도감에 농담들이 오고갔다. 아뿔싸, 견인차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적어놓지 않았다. 물론 보험회사와 한 통화기록은 남아있지만, 혹시 견인차의 운전수가 나쁜 마음을 먹고 우리 차를 빼돌린다면 어덯게 하나..... 농담 반 걱정 반이 대화 속에 묻어나왔다.

"당신이 아까 사진을 찍어놓길 이제 생각해보니 정말 잘 한 것 같다."라고 아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최근글: 유럽 차에 붙은 초록색 단풍잎의 의미는?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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