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8.03.08 08:30

아내가 일 나가 늦은 저녁에야 돌아오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대체로 세 식구 가족 식사 준비는 집에 있는 내가 한다.
거창한 음식은 할 수 없고 
기껏 밥을 짓고 국 하나 끓이는 일이 전부다.

이것마저 가끔 힘들 때가 있다.
다른 식구들을 위해 따로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해먹기가 귀찮으면 집 근처 중국집에서 혼밥을 하곤 한다. 

이 중국집은 
점심메뉴를 점심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제공한다.
괜찮은 가격으로 한 끼를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국 하나에 야채 샐러드, 밥, 고기로 구성된 접시 하나다. 
가격은 4.5유로. 0.5센트는 봉사료로 남겨 놓는다.




엊그제 한국의 한 지인으로부터 페이스북 실시간 쪽지를 받았다.
먹음직한 아래 음식 사진도 첨부되었다.



마침 식구들을 위해 밥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맛있는 한국 음식을 본 터라  
밥하기가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딸아이에게 쪽지를 보냈다.


아침 8시에 학교로 가 저녁 8시에 돌아오니
딸아이는 12시간 집을 비웠다.


"집 보고싶다"라는 딸아이 말에 
애궁~~~ 
그만 외식하고픈 마음을 삭제하고 쌀을 씻어야 했다. 

(아래는 아내와 딸아이가 모처럼 함께 한 노래 영상.)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2.10 08:25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2주일이 지났다. 처음엔 시차 부적응으로 새벽 3-5시에 일어났다. 이제 평소처럼 7시경에 일어나게 되었다. 며칠 전 부엌에는 불이 훤했다.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7학년(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부엌문을 똑똑 두드렀다.

"들어와."

접시에는 빵과 소시지가 아니라 사과 두 쪽이 있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사과니?"
"그래. 사과 한 개를 네 쪽으로 짤랐어. 벌써 배가 부르네. 아빠가 한 쪽 먹어라."
"배가 고플텐데. 아니 괜찮아."
"우와, 이제 아빠 딸이 과일로 밥을 먹네. 대단하다. 한번 결심한 바를 이렇게 실행하는 것을 보니 너는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럼그럼 ㅎㅎㅎ"
 
딸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 속 걱정 되는 바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과자 군것질 대신 간식으로도 고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고기는 훈제고기나 훈제소시지다. 채소와 함께 먹기를 권하지만 채소는 고기맛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듣지를 않았다.

구워 먹는 고기 중에는 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자기도 한국인임을 느끼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모질 지가 못하다. 육식의 편식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억지로 딸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리니 육식을 좋아하지만 크면 좀 스스로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기로 했다. 종종 소나 돼지 등을 잡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참혹한 모습을 보기 싫다면서 거부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아이의 식생활이 확 바꿨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딸아이에게 일어났다.



1월 23일 한국에서 돌아온 후 그 다음날 가게에서 돌아온 아내가 딸아이 이야기를 했다. 봉지에는 과일만 담겨 있었다.
"내가 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딸이 말려서 안 샀어."
"이유가 뭐래?"
"어제 고기를 먹었으니 한 동안 고기를 먹지 말자고 했어."
"고기쟁이가 웬 일이야."

방에서 키위 여러 개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 딸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왜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고기 말고 과일에서도 단백질을 얻을 수 있데, 고기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어."
"그래. 그 유튜브 동영상을 아빠에게 한번 보내봐."

아래는 1월 27일 페이스북으로 딸아이가 보낸 영상이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기로 결심하게 한 영상이다. 
 


"내가 이 영상에서 나오는 영어를 다 알아들었니?"
"그럼, 그러니까 내가 고기를 덜 먹고 과일을 많이 먹기로 했다."
"아빠, 우리 여름에는 정말 과일만 먹고 살자."
"리투아니아에는 과일이 많지 않아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과일 많이 먹도록 하자."

딸아이의 식생활 변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획기적인 변화는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그 동안 육식의 편식에 야단치지 않고 스스로 변화되길 바라면서 지켜본 것이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앞으로 딸아이에게 즐거이 과일을 사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09.25 05:40

세 식구가 더불어 사는 우리 집 설거지는 대체로 각자가 한다. 자기 접시, 숟가락, 그릇 등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각자가 물로 씻는다. 며칠 전 10여일 출장을 다녀온 후 식사시간이었다. 다 먹은 그릇을 그대로 식탁 위에 놓아두고 부엌문을 나서자 아내가 한 마디했다.

"여기가 호텔 식당인줄 알아!?"
"아, 미안해. 며칠 동안 쌓인 습관 때문에......"
"출장갔다 왔으니 오늘은 그냥 내가 씻을게."

밥먹기는 좋아하고 설거지는 싫어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인지상정이 아닐까...... 하지만 누군가는 설거지를 해야 한다. 러시아 웹사이트에 설거지하지 않고 접시를 사용하는 법이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1. 깨끗한 비닐봉지와 접시를 준비한다


2. 접시를 비닐봉지 안에 넣고 음식을 그 위에 음식을 놓는다


3. 먹는다


4. 비닐봉지를 버린다


5. 만세!


진정으로 물을 아끼고 설거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딱 어울리는 간단한 해결책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02.02 08:53

우리 집 식구는 모두 넷이다. 넷의 식성이 각각 다르다. 배고프면 스스로 해결하는 날이 더 많다. 다 함께 식탁에서 오붓하게 식사하는 날이 적다. 언젠가 아내는 주말에는 가급적이면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기를 권했다. 처음엔 잘 되었지만 얼마 가지를 않았다.

큰 딸 마르티나는 밥을 먹으면서 인터넷을 하고, 작은 딸 요가일래는 밥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TV 만화를 봐야 하기 때문에 뿔뿔이 각자 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부엌에 남는 사람은 아내와 둘뿐이다.  

지난 토요일 아내가 정성을 들어 맛있게 음식을 준비했다. 가족을 모두 부엌으로 불러모아 함께 먹자고 했다. 그런데 마르티나가 접시를 들고 나가려고 했다.

"모처럼 함께 먹자고 하는데 나가니?" 아내가 한 마디 했다.
"아빠가 소리 내서 밥을 먹으니 신경이 써여."라고 마르티나가 답했다.
"난 살다보니 아빠의 소리에 점점 적용이 되었다."

사실 뜨거운 국물 등을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먹기가 힘든다. 다른 식구들은 국을 조금 식힌 후 먹는다.모두 소리에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늘 노력은 하지만 오물오물 소리없이 밥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가 주의하도록 금지문을 써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요가일래는 종이를 가져와 글을 썼다. 이렇게 해서 우리집 냉장고 문에는 냠냠 쩝쩝 금지문이 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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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손님으로 가면 아내는 어떻게 밥을 먹냐를 살핀다.
"당신 오늘 정말 소리 내지 않고 밥을 먹더라. 웬 일이야? 집에서도 그렇게 해봐."
"그런데 집에서는 왜 잘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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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냠냠 쩝쩝 소리 내지 마세요."

이제 이 금지문이 기도문이 되어 식구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노력해야겠다.

* 최근글: 비둘기 가족 단란에서 비참까지 생생 포착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