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2. 9. 30. 06:23

맛있는 오렌지나 귤 등을 먹으면서 그 씨앗을 버리기가 참 아깝다. 그래서 종종 자라고 있는 식물의 화분에 심어놓기도 한다. 운 좋게 싹이 돋아 나와 자라면 다른 화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잎이 말라 이별하게 된다. 귤이나 오렌지 씨앗을 심어 지금껏 한 번도 방 안에서 자란 귤이나 오렌지를 먹어보지를 못했다.

 

2004년 9월 25일 이웃나라 폴란드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그 집 뜰에는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는 또한 1991년 내가 심은 참나무가 벌써 크게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라 그 옆에 떨어진 호두 두 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이번에도 어김없이 화분 한 구석에 호두를 박아놓았다.

 

1991년 내가 심은 참나무를 뒷배경으로 2004년 9월 기념사진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12월 11일 호두에서 싹이 나왔다. 

 

씨앗에서 자란 귤나무 화분 구석에 싹이 나온 첫 번째 호두나무
씨앗에서 자란 귤나무 화분 구석에 싹이 나온 두 번째 호두나무

1년을 더 화분에서 키우던 중 아쉽게도 한 그루는 죽고 한 그루가 살아남았다.

 

2005년 5월 8일 귤나무와 호두나무가 한 화분에 공생하고 있다.

2006년 장모님의 텃밭에 옮겨 심었다. 다행히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자랄수록 텃밭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주변 식물을 햇빛을 가려서 옮겨 심기로 했다.

 

 

2013년 가을 장모님 소유 리투아니아 숲의 텅 빈 공간에 옮겨 심었다.

아래 사진은 2014년 4월 모습이다.

새로운 자리에서도 튼튼히 뿌리를 내린 듯하다. 

 

2019년 9월 18일 숲을 방문했다.

무성하게 자랐지만 아직까지 이 호두나무는 한번도 결실을 맺지 않았다. 

실생묘(씨모: 씨에서 싹터서 난 묘목)를 심으면

보통 6-8년 길게는 10년 정도 지나면 결실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호두 씨를 심은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호두가 생기지 않고 있다.

이제는 유실수로 기대하지 말고 그냥 숲 속 기념물로 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이 또 지났다.

2022년 9월 26일 장모님이 난데없이 사진 한 장을 페이스북 페신저로 보내주셨다.

호두가 생기길 간절히 원하는 사위의 마음을 알아 호두 열매를 보자마자 사진을 찍으셨다.

 

"호두 한 개만 달랑 열렸어요?"

"서 너 개 정도."

"이제 호두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으니 잘 관리해주셔야겠어요.

내년에는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2004년 내가 심은 나무에서 열린 호두를

직접 호두까기로 간식을 먹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6. 13. 19:38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간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유서 깊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왼쪽 팁은 1579년 세워진 빌뉴스대학교의 요한성당 종탑이고 오른쪽 첫 번쩨 건물은 17세기에 세워졌고 지금은 주리투아니아 폴란드 대사관이다. 이 거리 입구에 들어서니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향내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오른쪽 옆에 작은 공원이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나무 한 그루에 하얀 꽃이 피어 있다. 다가갈수록 향내가 더욱 더 달콤해진다. 이 나무의 정체는 무엇일까?



엘더(elder), 엘더베리(elderberry) 또는 삼부쿠스 니그라(sambucus nigra)로 불리는 서양접골목, 서양딱총나무다. 거의 유럽 전역에 걸쳐 공원이나 정원이나 숲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접골목(接骨木)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관절을 삐거나 뼈가 부러질 때 약으로 사용하는 나무다. 딱총나무 이름은 가지를 잘라서 안에 있는 심지를 빼내고 종이를 말아서 총알을 만들어 구멍에 넣고 쏜 것에서 유래한다. 줄기의 속이 독특해 꺾으면 '딱'히고 딱총소리가 난다는 설도 있다.           



연두색 꽃망울이 꽃 한 송이를 이루는 듯하다. 



꽃망울이 하나둘씩 터져 햐얀 꽃을 피우고 있다. 유럽에서 딱총나무는 4월에서 6월까지 꽃을 피운다. 열매는 검은색이다. 유럽 사람들은 겨울철 면역기능을 치유하는 데 이 열매를 사용한다. 열매는 약한 독이 있어 날 것으로는 먹지 않고 요리해서 쨈, 젤리, 소스 등으로 먹는다. 꽃과 열매로 과실주(와인)를 만들기도 한다. 



만발한 하얀 꽃줄기를 보니 크로아티아 친구의 상큼하고 향큼한 음료 만들기가 떠오른다.  




유럽 사람들은 옛날부터 딱총나무를 약재로 사용한다. 건조시킨 꽃은 중요한 치료약이다. 5-6월 신선한 꽃줄기를 꺾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서 말린다. 건조 후 줄기를 제거하고 말린 꽃더미를 듬성한 체로 친다. 차를 만들어 마신다. 진통, 항염증, 감기, 이뇨, 땀내기, 인후통 등에 효과적이다.           



차뿐만 아니라 청량음료로도 만들어 먹는다. 아래는 발칸반도 크로아티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가 딱총나무꽃 음료를 만들기 위해 유리병에 재워놓고 있다. 



일전에 그와 인터넷 대화를 통해서 딱총나무꽃으로 청량음료를 만드는 법(또 다른 요리법)을 알게 되었다.


"지금 bazga 음료를 만들어고 있어."
"bazga가 뭐지? 잠깐! 위키백과에서 찾아볼게... 아, 딱총나무 sambucus nigra!"
"맞아. 면역체계에 좋아."
"그렇다면 다 만들어서 우리 집으로 배달해줘."
"여기로 와서 맛봐!" 
"딱총나무꽃 음료는 어떻게 만들어?"
"사람이나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법은 이래. 준비물은 신선한 딱총나무꽃 40송이, 물 4리터, 시트르산 50g, 조각낸 레몬 6개다. 이 모두를 같이 해서 24시간 동안 재워놓는다. 액체만 분리해서 설탕 4kg을 넣는다. 설탕이 다 녹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2-3분 끓인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이 음료를 즐겨 마시나?"
"그렇지. 이 음료는 크로아티아를 비롯해 발칸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가장 오래된 음료(강장제) 중 하나다."


같은 유럽이라도 발트 3국이나 폴란드에서는 이 청량음료를 먹어본 적이 없다. 요즘에는 주로 로마제국에 속했던 영국, 독일, 오스트이라,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헝가리 및 슬로바키아 등지에서 이 청량음료를 마신다[출처]. 다음 번 크로아티아에 갈 때는 아주 상큼하고 향큼하다는 이 딱총나무꽃 청량음료(sok od bazge)를 꼭 마셔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6. 8. 04:29

유엔의 지역적 분류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북유럽에 속한다. 북위 53도54분에서 56도27분 사이에 위치해 있다. 4개절이 비교적 뚜렷하다. 5월 하순 빌뉴스 시내 중심가 공원 풀밭의 모습을 아래 동영상에 담아봤다.  


민들레꽃은 보통 4월 초순부터 6월 초순까지 핀다. 온통 초록색 천지인 풀밭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빨강색과 더불어 국기에 들어있는 초록색과 노란색은 리투아니아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색이다. 초록색은 녹지와 숲을 나타내고 희망과 자유을 상징한다. 노란색은 번영과 태양을 상징한다.    
 

생생하던 노란색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시들어간다.   


이렇게 꽃이 지고나면 씨가 생겨나서 하얀 솜처럼 부풀어오른다. 사물 분별력이 없다면 솜사탕인 줄 알고 민들레 씨앗 솜뭉치를 그냥 입안에 넣을 법도 하겠다.   


노란 꽃이 핀 민들레만큼 하얀 꽃씨 민들레도 풀밭을 아름답게 수 놓고 있다. 6월 초순이다.


이제 바람이 불면 저 꽃씨는 바람따라 이동해 새로운 곳에서 새삶을 준비할 것이다. 아스팔트 거리나 보도 블럭에 떨어지지 말고 풀밭에 떨어지길 바란다. 이렇게 민들레 꽃씨가 날리니 완연한 여름철이 오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6. 3. 05:22

6월초다.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 빙기스 공원 소나무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사과나무는 아직도 하얀꽃으로 꿀벌을 유인하고 있다. 


공원이나 거리에는 마로니에(말밤나무, 가시칠엽수, 서양칠엽수) 잎이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 이제 마로니에 밑에서 지나가는 가랑비를 잠시 피해갈 수도 있겠다. 

마로니에는 원래 그리스와 발칸반도가 원산지이지만 지금은 유럽 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마로니에의 라틴명이 hippocastanum인데 이는 그리스 단어 hippos(말 horse)와 kastanon(밤)에서 유래되었다. 열매는 식용 밤과 유사하지만 먹을 수가 없다. 독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열매껍질은 가시투성이다.   


리투아니아에 자라고 있는 마로니에는 보통 5월 초순에서 6월 초순까지 하얀색 꽃을 피운다. 꽃은 원뿔이다. 꽃잎 아래쪽에는 노란색 혹은 분홍색 반점이 있다.   


일부는 시들어가고 있다. 


일부는 꽃이 땅에 떨어져 환경미화원을 기다리고 있다.


집앞에 있는 가로수 마로니에와 그 꽃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종종 리투아니아에서 공원수나 가로수 중 붉은색 꽃을 피우고 있는 마로니에(가시칠엽수)를 꼭 빼닮은 나무를 만나게 된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마로니에 꽃이고 오른쪽이 또 다른 칠엽수 꽃이다.  


이 나무는 유럽 마로니에(aesculus hippocastanum)와 북미 파비아(aesculus pavia)의 교배종이다. 1818년 독일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 이름은 aesculus × carnea 또는 red horse-chestnut이고 한국어 이름은 붉은 마로니에, 붉은 말밤나무, 붉은 칠엽수 또는 붉은꽃 칠엽수다. 정원수나 공원수로 인기 있고 가로수로는 극히 드물다.  


유럽에서는 보통 5월에 꽃이 핀다. 마로니에와는 달리 열매껍질은 가시가 거의 없고 밋밋하다. 


걸어가고 있는 거리에서 만난 가로수 중 유일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로 단연 돋보였다. 그냥 지날 수가 없어 4K 영상에 담아봤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관광안내를 위한 해외출장이 없으니 집 근처에서 하얀꽃 마로니에와 붉은꽃 마로니에 둘 다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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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5. 31. 04:19

유럽에서도 쐐기풀(서양쐐기풀, urtica dioica)과 유사한 초본식물을 만날 수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에서는 5월 중순부터 가을까지 순백의 꽃을 피운다. 이 식물의 라틴명은 lamium album var. barbatum이고 영어는 white nettle(흰쐐기풀) 또는 white dead-nettle(죽은쐐기풀)이다. album은 흰색을 뜻하는 라틴어 albus에서 유래하고 barbatum은 수염을 뜻한다. 한국어는 광대수염, 산광대, 꽃수염풀, 흰쐐기풀 등으로 불린다.  


50-100cm 높이로 자라고 줄기가 네모형이다. 잎의 모양이 쐐기풀을 닮았지만 따끔따끔 찌르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죽은쐐기풀로 불린다. 쐐기풀의 잎이나 줄기에는 포름산을 많이 포함한 털이 있어서 만지거나 스치면 벌에 쏘인 것처럼 따갑다.  


광대수염꽃은 그야말로 순백색이다. 짙은 녹색 잎에 백색이 더욱 돋보인다. 가장자리에 하얀 털이 난다. 특히 꽃꿀(화밀, nectar)이 많아서 꿀벌이 좋아한다. 그래서 꿀벌쐐기풀(bee nettle)로도 불린다. 광대수염 1헥타르 면적에 최대 꿀 190kg까지 생산된다. 어린 새순과 줄기는 채소로 먹는다.


광대수염은 유럽에서도 약초다. 소화기, 호흡기 및 요로의 염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특히 여성질환 치료에도 유용하다. 최근 빌뉴스 중심가 산책길에서 만난 광대수염꽃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13. 04:16

아래는 5월 초순 이맘때 북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도심 공원의 모습이다. 
연두빛 새싹이 이젠 눈에 띄게 초록빛 잎으로 자라나고 있다.


큰 나무들이 많은 곳은 보통 풀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맨땅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맨땅뿐만 아니라 산책길을 황금색 물체가 촘촘히 덮고 있다. 


이 물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단풍나무 꽃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유럽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단풍나무는 학명이 acer platanoides고 일명 노르웨이 단풍나무라 불린다. 보통 20-30미터 높이까지 자라고 수명은 150-200년이다. 유럽 민간요법에 따르면 단풍나무 약재는 고혈압을 치료하고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고 빈혈과 비타민결핍증을 치료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  

꽃은 황록색, 연두색을 띠고 있다. 피고 있는 꽃은 초록색에 더 가깝지만 떨어진 꽃은 황금색에 더 가깝다. 아래 사진은 막 피어나고 있는 단풍나무 꽃이다[관련글: 연두색 단풍나무 꽃이 파란 하늘을 수놓다].


자연이 뿌려서 맨땅을 촘촘히 덮은 저 단풍나무 꽃을 보고 있으니 
불현듯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떠오른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밝고 가시옵소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8. 18:53

북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Vilnius)에 살고 있는데 보통 두 달에 한 번꼴로 지방 도시에 있는 처가를 방문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명절인 성탄절과 부활절에는 필수적으로 처가를 다녀온다. 올해 부활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부활절를 기해 전국 이동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3월 16일부터 실시된 격리 조치가 4월 28일부터 2단계로 완화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어머니날을 기리기 위해 처가를 방문했다. 리투아니아는 어버이날이 없다.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고 6월 첫째주 일요일이 아버지날이다. 어머니날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찾아뵙고 알뜰히 챙기지만 아버지날은 건너뛰기 일쑤다.

어머니날 선물로 아내는 좋아하는 치즈케익을 집에서 직접 구워 가져갔다. 유럽에 널리 분포되어 자라는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열매로 "엄마에게"(mamai)라는 글자까지 장식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장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강타하는 것은 뜰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꽃들이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서 자연 속 봄철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리투아니아 보통 사람들의 정원과 텃밭(다차, 주말농장, 별장텃밭)에서 만난 식물들을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잔디밭을 가득 수놓은 데이지꽃이다.    


데이지는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라틴어로 데이지는 bellis perennis다. bellis는 "아름답다" 그리고 perennis는 "여러해살이 식물"을 뜻한다. 홍자색 꽃망울이 서서히 하얀색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고산돌냉이꽃(alpine rockcress, arabis alpina) 또는 산돌냉이꽃이다.


옴팔로데스베르나꽃(omphalodes verna) 또는 푸른눈메리꽃(blue-eyed Mary)이다. 옴팔로데스는 그리스어로 배꼽을 의미하는데 열매의 모양이 배꼽과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Verna는 '봄철, 봄'을 뜻하는 라틴어 'ver'에서 나왔다.


무스카리꽃(muscari) 또는 포도히아신스꽃(grape hyancinth)이다. 알뿌리 형태의 구근식물로 포도알처럼 생긴 말끔한 청색 꽃송이들이 향긋한 향을 뿜어낸다. 


팬지꽃(pansy) 또는 삼색제비꽃(viola tricolor)이다. 마치 미소짓는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봄의 여왕으로 불리는 튤립꽃이다. 강렬한 붉은색 립스틱을 위로 밀어올리고 있다.


사과꽃이 곧 터지려고 한다. 


아직은 부드러운 작약 줄기가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두 종류의 체리나무 즉 벚나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 않은 왼쪽 벚나무에는 신버찌가 열리고 하얀색 꽃이 핀 오른쪽 벚나무에는 단버찌가 열린다. 흔히 체리로 불리는 대부분이 바로 후자다. 전자를 신버찌 벚나무, 후자를 단버찌 벚나무라 부르고 싶다.


신버찌 벚꽃도 이제 막 피려고 한다.


단버찌 벚꽃은 곧 질 것이다. 일찍 핀 만큼 단버찌 수확이 더 빠르다. 단버찌는 당도가 높아서 날로 먹거나 통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이에 반해 신버찌는 주로 잼을 만들어 먹는다. 


단독주택 뜰은 잔디밭과 채소밭으로 나눠져 있다. 아직 비어 있는 왼쪽 부분은 곧 양배추와 오이가 심어질 것이다. 오른쪽 부분은 딸기와 마늘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어놓았다. 장모님 텃밭을 제외하고는 아직 유럽에서는 이렇게 하는 텃밭을 본 적이 없다.

왜 장모님은 오래 전부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상 마늘을 같이 심어놓으면 병충해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뜰에 핀 꽃을 구경하는 동안 장모님표 쿠겔리스(kugelis)가 구워지고 있었다. 이 감자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투아니아 음식 중 하나다[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이제는 보통 사람들의 텃밭(러시아어로 다차, dacha)에는 이맘때(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를 알아보자. 우선 텃밭은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던 옛날 소련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이별장이다. 리투아니아어로는 sodas인데 이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보통 소규모 집과 채소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주말이나 여름철 휴가를 즐기고 또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한다. 보통 면적은 600제곱미터 즉 180평 정도다. 예전에는 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채소밭으로 활용했으나 지금은 일부를 잔디밭으로 조성해 편하게 쉴 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텃밭에 빠질 수 없는 과일나무 중 하나가 사과나무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는 여러 사과나무가 자란다. 사과나무 밑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튤립꽃이 피어나 있고 이것이 지고나면 작약꽃이 피어오른다.   


노란색 민들레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도로미쿰꽃(doronicum orientale, leopard's bane)이다. 해바리기꽃을 연상시킨다. 


데이지꽃이다. 꽃잎의 하얀색이 홍자색을 조금씩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단버찌 벚나무 두 그루다. 기둥 하반부가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약품을 첨가한 석회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벌레 등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둘째로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껍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셋째로 부드러운 껍질이 쉽게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년 이른 봄에 한 번만 칠한다. 이랑에는 10일 전에 감자를 심었다.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나무다.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위에 언급한 치즈케익 위에 있는 열매가 바로 이 블랙커런트 열매다.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열매다. 열매가 까맣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한 보라색이다. 맛은 새콤달콤하고 향은 진하다. 술을 담그기도 한다.  


레드커런트(redcurrant) 나무다. 이것도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꽃이 황록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개미 한 마리가 식사 중이다. 

7월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다. 열매는 날로 먹기도 하고 콤포트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파가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 


텃밭에 거의 필수적으로 있는 온실이다. 모종을 키우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상대적으로 약한 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키운다. 


온실내 오른쪽은 양배추 모종이 자라고 왼쪽은 드문드문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홍당무 등이 자라고 있다. 모종을 옮겨심은 후 이 온실은 대부분 토마토로 가득 찬다.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맑은 연두색 상추를 보자마자 봄철에 제맛인 상추쌈이 떠오른다.   


텃밭 가장자리에 산딸기아속 라즈베리(rasberry)가 자라고 있다.  


마늘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마늘을 요리에 자주 사용한다. 장모님은 매년 마늘 수확 후 마늘주를 만들어 선물한다.


이렇게 텃밭도 둘러보았다. 새록새록 피어오르거나 자라나는 새생명을 보니 코로나바이러스로 닫혀 있던 눈과 마음이 환하게 열린 듯했다. 장모댁을 떠나기 전 장모님이 요리한 음식이다. 

이 음식 이름은 양배추말이다. 돼지고기와 밥 그리고 양념을 해서 데친 양배추잎으로 둘러감은 후 토마토소스에 푹 끓인 것이다. 뜨끈뜨끈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감자와 양배추는 바로 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짐칸에는 감자 한 포대가 실려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 4. 24. 05:43

한국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라트비아 서부 지방에 있는 벤츠필스(Ventspils)를 다녀왔다. 손님들이 업무를 보는 동안 운전사와 함께 산책을 했다. 심어진 지 몇 해 되지 않은 잎갈나무 - 낙엽송 여러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에 가보니 새순이 막 돋아나고 있었다. 그 중 분홍빛을 띠고 있는 꽃이 보였다. 사실 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자라서 암 구과(솔방울)가 된다. 잎갈나무 - 낙엽송 방울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렇게 꽃처럼 생긴 봄철의 모습은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돋보이는 색을 지닌 것이 바로 암 구과이다.



신기하여 현지인 운전사와 함께 휴대전화으로 서로 누가 예쁘게 찍나 경쟁하듯이 찍어 보았다. 둘 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한계를 몹시 아쉬워했다. 아, 접사 렌즈...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9. 6. 06:02

어느 집이나 여행을 앞두고 겪는 고민거리들이 있다. 바로 그 중 하나가 집안에 있는 식물 물주기이다. 누군가에게 집 열쇠를 주고 부탁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지난 여름 3주간 한국 방문을 앞두고 아내는 집안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햇빛이 덜 들어오는 곳으로 한데 모았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라면서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식물 물주기를 해결하고자 했다. 

1. 굵은 실 이용하기
플라스틱통에 물을 가득 붓고 굵은 실 한 쪽 끝을 물에 담그고, 반대쪽  끝을 화분에 올려놓았다.


2. 플라스틱병 이용하기
플라스틱병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화분에 꽂아놓았다. 


이 덕분에 3주 후에 돌아와보니 식물들은 조금 시들어보였지만 물을 주니 곧 생기를 되찾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5. 3. 05:59

얼마 전 아내가 흙없이도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톱밥이나 휴지 등을 아파트에서 작은 양파를 쉽게 기를 수가 있다. 딱 2년 전 우리 가족과 2년 4개월을 같이 산 햄스터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 그때 남은 톱밥을 이용해 양파를 길러보기로 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물을 팔팔 끓여 톱밥에 붓는다 (일종의 소독 효과도 겸한다) 

2. 양파 윗부분을 자른다

3. 비닐봉지에 물기가 약간 촉촉한 톱밥을 넣는다

4. 그 위에 양파를 꾹 눌러 놓는다

5. 비닐봉지 안으로 입김을 불어넣는다

6. 비닐봉지를 밀봉한다



아래는 10일 지난 후 모습이다. 양파 줄기가 비닐봉지 윗부분에 닿으면 비닐봉지를 열어놓는다. 간간히 톱밥에 물을 뿌린다.



아래는 19일이 지난 후의 양파줄기 모습이다. 적은 양이지만 식탁에 오를 채소가 부엌 창가에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함과 기쁨을 준다. 


아래는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을 알려준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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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2. 6. 07:28

유럽에 살면서 종종 콩나물을 키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얼큰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물을 주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콩나물에서 나는 냄새도 있다. 특히 콩을 선별할 때 간과된 조각난 콩이 섞어가는 냄새를 뿜어낸다. 콩나물 키우기에 전혀 생소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콩나물에 물을 주고 콩나물을 다듬는 일은 다 내 몫이다. 나에게 콩나물 키우기는 그야말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어렸을 때 시골집 안방에는 콩나물 시루가 있었다. 동네 공동 우물에서 퍼온 물로 콩나물로 키웠다. 물을주는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좁은 콩나물 사이로 흘러 떨어지는 물의 똑!똑!똑! 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하다. 콩나물을 다듬을 때는 집에 있는 형제들이 모여 각자 할당량을 배분해 돕곤 했다.

좀 더 자랄 때까지 키우고 싶었는데 아내가 콩나물에서 냄새 난다고 빨리 정리하라고 재촉했다. 어제는 큰 마음 먹고 저녁 식사 후 욕실에 혼자 앉아 콩나물을 3시간 동안 다듬었다. 


간간히 그 옛날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또한 스마트폰으로 한국 영화를 시청하면서 콩나물을 다듬었다. 한편 이곳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콩나물을 구입할 수 있는데 콩나물을 직접 키운다고 괜히 시간낭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주는 힘들지만, 종종 생각날 때 이렇게 키우는 것도 추억 상기에 도움이 되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11. 08:11

일전에 딸아이의 한 친구가 파인애플이 다른 열대 과일처럼 나무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았는데 선인장처럼 땅에서 자라는 다년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매우 놀라워했다. 이처럼 일상에 흔히 접하는 식물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를 전혀 모르거자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 집 부엌 창문에 견과류 통이 놓여있다. 주로 호도, 땅콩, 그리고 캐슈(cashew)이다. 호도나무는 외갓집 텃밭에 자라고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있다. 땅콩도 잘 안다. 이웃 동네 사람이 강가 모래밭에 재배하고 있었는데 종종 동네 친구들과 여름철에 서리하곤 했다. 

그런데 이름 모르는 견과(나중에 안 이름: 캐슈)는 아래 사진을 보기까지는 몰랐다. 땅콩처럼 자라는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 견과를 먹으면서 언젠가 위키백과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해보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실제로 어떻게 자라는 지 헷갈리는 10대 식물 사진이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덕분에 견과류 이름 캐슈도 알게 되었고, 땅이 아니라 나무에 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 1 파인애플
파인애플은 브라질이 원산지로 다년초이다. 줄기에서 자란다.

 # 2 캐슈
캐슈는 북동 브라질이 원산지로 옻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이다. 

# 키위  
키위는 덩굴식물이다. 

# 커피콩
커피콩은 커피나무의 씨이다. 

# 계피
계피는 녹나무속으로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향신료이다. 

# 아티초크
아티초크는 여러해살이 엉겅퀴류로 식용으로도 쓰인다.

# 바닐라
바닐라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난초의 일종이다.  

# 쌀
쌀은 곡물인 벼의 씨이다.

# 잣
잣은 잣나무의 열매이다.

# 땅콩
땅콩은 콩과의 1년초이다.

이 글 덕분에 평소에 즐겨 먹는 견과 중 하나인 캐슈와 아이스크림에서 들어 있는 바닐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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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3. 5. 10. 07:4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는 이제 새싹이 점점 잎을 키우고 있다. 우리 집 아파트 창문가에는 단풍나무 연두색 잎이 쑥쑥 돋아나고 있다. 잎 가운데는 노란색 꽃이 수두룩하다. 


단풍나무는 잎이 각양각색으로 물드는 가을에 그 인기가 절정이다. 마치 이때가 되면 단풍나무 잎이 정작 꽃으로 둔갑한 듯하다. 사실 단풍나무 꽃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별로 없다. 그만큼 지금 막 피어나는 꽃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래는 리투아니아에서 피어나는 단풍나무 꽃이다. 


단풍나무 잎에 비해 꽃이 작지만, 그래도 음미해볼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8. 06:57

우리 집 아파트 발코니에서 파를 키우고 있다. 딱 하나를 제외하고 심은 파들은 모두 초록색 파줄기를 세상 밖으로 내보고 있다.  


어느 날 파 중 하나가 마치 버섯처럼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싹을 땅 밑으로 틔우는 파도 있다니 순간적으로 몹시 의아해 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궁금했다.


파 껍질을 살짝 만져 위로 들어올려보니 쏙 빠져 나왔다. 


이유인즉 껍질 윗부분이 너무 딱딱해 싹이 이를 뚫지 못하고 껍질을 윗쪽으로 밀어올렸기 때문이다. 


파 싹의 생명력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껍질 속에서 새싹을 틔워 그 몸통을 위로 올려버리다니...... 물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계속 자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지만, 껍질을 드러냄으로써 싹을 세상 밖으로 더 빨리 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4. 24. 07:00

요즘 음성치료를 받으러 빌뉴스대학교 산타리쉬케스 병원을 매일 아침 다니고 있다. 지난 해 12월 성대결절 수술을 받은 후 아직까지 목소리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보통 늦게 자는 편인데 병원 방문으로 12시 전에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한다. 7시 30분에서 8시까지 음성치료사와 함께 발성 연습을 반복적으로 한다. "ㅁ"(m)와 "ㄴ"( ㅜ) 발음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제 병원을 나서는 데 가로등과 덩굴식물이 시선을 끌었다.


'덩굴식물의 지지대로 가로등이 최고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4. 20. 05:59

이번 주 낮 기온은 기록적이었다. 18일 빌뉴스 최대 기온이 22도까지 올라갔다. 4월 중순에 보기 드문 여름 날씨이다. 꽃들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겠지만, 아직은 대부분 나무들이 새싹을 못 틔우고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맘때 집안에서 파릇파릇한 나뭇잎을 감상하면서 봄의 정취를 느낀다. 2월 하순 경에 버드나무 가지를 사거나 꺾어서 화병에 담아 거실에 놓아둔다. 우리 집 거실에 버들강아지가 주렁주렁 맺힌 버드나무 가지가 있다. 


얼마 전부터 파릇파릇한 잎이 나아  보는 이의 기분을 싱그럽게 하고 있다. 진달래가 없는 나라에서 이렇게나마 버드나무 잎으로 마음 속에서 완연한 봄을 앞당겨 본다.


겨울철 내내 거실에서 피고 있는 서양란도 봄날 햇살에 더욱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4. 8. 05:20

겨울 내내에 발코니에 놓아두었던 긴화분을 토요일에 욕실로 옮겨 물을 듬뿍 주었다. 그리고 씨앗을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극구 반대했다.

이유는 월력으로 보면 심을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모와 전화한 후 "지금은 달이 그믐으로 향하니까 씨앗을 심을 수가 없다. 심으면 씨앗이 자라지 않는다. 기다렸다가 그믐달이 상현달로 커질 때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4월 5일이 식목일이야. 그리고 3일 후면 그믐이야. 지금 심는다고 해서 씨앗이 자르지 않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토양, 온도 등이 맞으니 씨앗이 싹을 띄울 거야."
"고집 그만 부리고,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고대부터 해오던 대로 하면 안 돼?"

주말이다. 씨앗 심기 유혹에 벗어날 수 없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유혹에 넘어가기로 했다. 아내가 딸아이와 함께 볼링장에 간 틈을 이용해 부활절에 사놓은 딸기 씨앗 봉지를 뜯었다. 


딸기의 학명은 fragaria ananassa이고, 영어로는 strawberry이다. 에스페란토로는 frago인데 이는 바로 딸기의 라틴어 학명에 어원을 두고 있다.  

대형상점에서 풍성한 딸기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발코니에 놀고 있는 긴화분이 생각 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씨앗을 샀다. 아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극구 말렸을 것이다. 예전에 딸기 심었다가 큰 수확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고, 또한 한 봉지 가격이 10리타스(약 4천5백 원)이었기 때문이다. 


봉지를 뜯어보니 "애고, 잘못 샀구나!"라는 후회심이 먼저 들었다. 눈꼽보다 더 작은 씨앗이 달랑 다섯 알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가격으로 딸기를 사먹는 것이 더 현명할 듯하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다섯 개 씨앗을 심었다. 


아내의 말대로 달이 하현에서 그믐으로 향하는 때 심은 씨앗은 정말 싹이 트지 않을까? 아니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풍성하게 자라 적어도 하루 분량 딸기를 맺을 수 있을까? 두 서 달 후가 벌써 궁금하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5. 25. 07:31

최근 함께 산책을 하던 10살 딸아이가 갑자기 가로수 앞에서 멈추더니 한 마디했다.

"아빠, 이 나뭇잎 좀 봐. 꼭 심장을 닮았다. 사랑이네!"
"그래. 정말 심장을 닮았다." 


잎이 심장형인 이 나무는 바로 피나무이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나무 중 하나이고, 가로수로 널리 심어져 있다. 


지금 피나무는 꽃잎을 피우고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꽃잎이 사랑을 상징하는 심장을 닮아서 그런지 이 피나무는 사람에게도 아주 좋다. 유럽 사람들은 피나무의 꽃과 꽃잎을 따서 그늘에 말린다. 이를 끓인 물에 넣고 차로 마신다. 감기에 걸렸을 때 자주 마신다. 또한 신경쇠약, 불면증에도 좋다.


참고로 피나무는 열대 지방에 자라는 보리수와 잎 생김새가 흡사하다. 한대 지방에서는 피나무의 일종인 염주나무를 보리수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리투아니아에 자라는 피나무의 열매는 간혹 염주알로 사용할 수 만큼 큰 것이 있다. 

"잎이 사랑의 심장을 닮았다"고 말한 딸아이 덕분에 피나무는 꽃잎차로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해주는 나무임을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5. 21. 16:39

낯선 곳에 가거나 사는 동안 자기가 살던 곳의 같거나 비슷한 것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그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할미꽃이다.

다소곳이 고개 숙이며 피어오르는 한국의 할머꽃에 비해 리투아니아 할미꽃은 바람개비를 더 닮았다. 4월 대구수목원에 본 할미꽃과 리투아니아 가정집에 자르는 할미꽃을 비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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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수목원에서 본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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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가정집 화단에 자라고 있는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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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수목원 할미꽃                                  △ 리투아니아 가정집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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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가정집 화단에 자라고 있는 꽃 (이름을 모름)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5. 18. 08:19

리투아니아 텃밭에서 키우는 딸기는 이제 꽃을 피우고 있지만, 우리 집은 오늘 수확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확을 했다.

지난 해부터 발코니 화분에서 키우고 있는 딸기가 딸아이에게 올해 첫 수확을 안겨주었다. 그 동안 익어가는 딸기를 몰래 따먹지 않고 용케 잘 참아준 딸아이가 모든 수확물(고작 4개 ㅎㅎㅎ)을 선물로 받았다.

물을 주면서 만나는 딸기의 하루 하루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함께 살아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아빠, 최고!"라는 딸아이의 말은 수확물의 맛도 보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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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