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02.10 08:25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2주일이 지났다. 처음엔 시차 부적응으로 새벽 3-5시에 일어났다. 이제 평소처럼 7시경에 일어나게 되었다. 며칠 전 부엌에는 불이 훤했다.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7학년(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부엌문을 똑똑 두드렀다.

"들어와."

접시에는 빵과 소시지가 아니라 사과 두 쪽이 있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사과니?"
"그래. 사과 한 개를 네 쪽으로 짤랐어. 벌써 배가 부르네. 아빠가 한 쪽 먹어라."
"배가 고플텐데. 아니 괜찮아."
"우와, 이제 아빠 딸이 과일로 밥을 먹네. 대단하다. 한번 결심한 바를 이렇게 실행하는 것을 보니 너는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럼그럼 ㅎㅎㅎ"
 
딸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 속 걱정 되는 바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과자 군것질 대신 간식으로도 고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고기는 훈제고기나 훈제소시지다. 채소와 함께 먹기를 권하지만 채소는 고기맛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듣지를 않았다.

구워 먹는 고기 중에는 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자기도 한국인임을 느끼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모질 지가 못하다. 육식의 편식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억지로 딸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리니 육식을 좋아하지만 크면 좀 스스로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기로 했다. 종종 소나 돼지 등을 잡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참혹한 모습을 보기 싫다면서 거부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아이의 식생활이 확 바꿨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딸아이에게 일어났다.



1월 23일 한국에서 돌아온 후 그 다음날 가게에서 돌아온 아내가 딸아이 이야기를 했다. 봉지에는 과일만 담겨 있었다.
"내가 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딸이 말려서 안 샀어."
"이유가 뭐래?"
"어제 고기를 먹었으니 한 동안 고기를 먹지 말자고 했어."
"고기쟁이가 웬 일이야."

방에서 키위 여러 개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 딸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왜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고기 말고 과일에서도 단백질을 얻을 수 있데, 고기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어."
"그래. 그 유튜브 동영상을 아빠에게 한번 보내봐."

아래는 1월 27일 페이스북으로 딸아이가 보낸 영상이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기로 결심하게 한 영상이다. 
 


"내가 이 영상에서 나오는 영어를 다 알아들었니?"
"그럼, 그러니까 내가 고기를 덜 먹고 과일을 많이 먹기로 했다."
"아빠, 우리 여름에는 정말 과일만 먹고 살자."
"리투아니아에는 과일이 많지 않아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과일 많이 먹도록 하자."

딸아이의 식생활 변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획기적인 변화는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그 동안 육식의 편식에 야단치지 않고 스스로 변화되길 바라면서 지켜본 것이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앞으로 딸아이에게 즐거이 과일을 사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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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04.07 06:29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딸아이가 무엇인가를 먹고 있다.
해바라기씨이다.

인터넷 신문을 읽으면서 아내가 무엇인가를 먹고 있다.
해바라기씨이다.

며칠 전 구입할 물건 목록을 들고 혼자 상점에 갔다. 그 목록에는 우리 집 애완동물 햄스터가 먹을 해바라기씨도 있었다. 항상 여유롭게 구입하고자는 점이 아내와는 다르다. 설탕 한 봉지를 사오라하면 두 봉지를 산다. 한 봉지를 거의 다 사용했을 무렵 다음 한 봉지를 사오지 않으면 설탕 없이 지내야 할 때가 있다. 

최근 설탕이 있는 줄을 알고 차를 다 준비했는데 알고보니 설탕이 없어 그 찻물을 버렸다는 소식을 딸아이는 페이스북에 올렸다. 

"봐라, 그러니 항상 물건을 좀 더 여유롭게 미리 사놓아야 한다. 이제 아빠를 닮아라."
"알았어."

그래서 햄스터에게 줄 해바리기씨도 넉넉하게 구입했다.

"햄스터 주려고 이런 엄청난 양을 샀어?" 역시나 아내는 예상대로 꾸지람 섞인 질문을 던졌다.
"나도 좀 먹으려고." 

사실 답이 궁색했다. 식구들이 그렇게 해바라기씨를 옆에서 먹어대도 내가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아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책망하듯이 즉시 해바라기씨를 수북히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나도 좀 먹으려고"라는 말에 책임져야 하는 의무감으로 한알한알 까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입안에 넣고 씹고 또 씹으니 고소한 맛이 자꾸 유혹한다.

* 햄스터와 내가 먹는 그냥 말린 해바라기씨

1990년 처음으로 동유럽 여러 나라들 방문하면서 공원 의자나 심지어 버스나 기차에서 사람들이 해바라기씨를 먹는 장면이 눈에 띄였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늦은 여름철 즐겨먹었던 해바라기씨였다. 그 후 도심에 살면서 수십년동안 해바라기씨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 우리 집 식구들이 좋아하는 볶은 해바라기씨

해바라기씨는 동유럽의 국민 간식이라 불릴 정도로 여기 사람들이 즐겨먹는다. 여기서 판매되는 해바라기씨는 대부분 헝가리에서 생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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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바라기씨가 참 크네요. 국내에서는 국산 해바라기씨가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후덜덜하고,
    최근 불만제로라는 프로에서 견과류에 대한 내용을 보고는 견과류 못먹겠더라고요.
    거기 해바라기씨는 완전 부러운데요. 잘 보고 가요. ^^

    2014.04.07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14.02.11 04:37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가장 신나게 한국 음식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는 표현은 "한국 음식은 다양한 반찬이 많아서 참 보기도 좋고 먹을 것이 많다."다. 맞는 말이다. 


반찬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면 식사 시간도 절로 길어져 느긋함을 쉽게 누릴 수 있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 먹은 한국 음식이라고는 고작 밥 그릇에다가 미역국이나 된장국 등 국 그릇 하나뿐이다. 김치나 밑반찬이 한 두 개 더 있다면 그야말로 진수성찬격이다. 

한국 방문 중 반찬이 많이 나오는 음식에 눈과 입이 즐겨웠다. 어느 날 서울에 있는 한식당으로 초대받았다. 나온 반찬이 무려 스무 가지가 넘었다. 남길 것 같았으나 네 명이 먹으니 말끔하게 다 비웠다. 

이날 반찬보다 더 신기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25여년을 살고 있는 지라 이를 처음 보게 되었다. 보통 음식을 쟁반으로 날라 식탁 위에 놓는다. 그런데 이 식당은 쟁반 대신 아예 식탁 상판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 상판을 기존 상판 위로 끼어넣었다.


'우와,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하다니! 참 신기하네. 우리 집 거실 식탁에도 이렇게 끼워넣을 수 있는 상판이 있으면 참 좋겠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우리 집 식탁에 손님 대접을 마친 후에는 음식 그릇 등을 부엌으로 수차례나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판이 있다면 상판을 통채로 부엌으로 옮긴다면 아주 수월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식탁 상판 이동에 주변 유럽인 친구들은 깜짝 놀라워할 것이다. 조만간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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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잼있네용~*

    2014.02.15 15: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09.03.18 12:1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럽생활 20년 변한 것 하나" 글에서
차에다 설탕을 타 먹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무엇일까?
부끄럽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소리 내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유럽은 비교적 찬 음식이 많다.
반면 한국은 금방 한 따끈한 밥과 팔팔 끊고 있는 국을 즐겨 먹는다.
찬 음식은 입안에 넣어 입을 닫고 오물오물 큰 소리 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뜨거운 음식은 그렇게 쉽게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밥을 먹게 된다. 

더욱이 면 종류를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먹기란 정말 힘 든다.
뜨거운 라면을 입안으로 후루룩하면서 먹은 그 맛을
우리 식구 중 누가 알랴?

그래서 한국인들이 모인 자리에 밥을 먹을 때가 가장 편하다.
바로 소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을 수가 있으니까.

식구가 네 명인 우리 집은 모두가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식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각자 해결한다.

함께 먹는 날이다 보면 가끔 불상사가 일어난다.
조심스럽게 밥을 먹다가 군기가 빠지면
입은 옛 버릇을 찾아 쩝쩝 소리를 낸다.

생각건대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닌데
낮은 소리에도 아주 민감한 다른 식구들은
이내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기분 좋은 날은 모두 ㅎㅎㅎ로 넘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저기압이면 일은 터지고 만다.

"함께 산다는 것이 뭐야?!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지.
뭐, 소리 좀 내서 먹는 것이 그렇게 거슬려?!"

"여기 살고 있으니, 여기 사람들처럼 먹으면 안 돼?!
20년을 살았으면 좀 바꿔야 되는 것 아니야?!"

이렇게 한바탕하고 나면 밥을 들고
부엌에서 컴퓨터 앞으로 자리이동을 해서
혼자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유럽인 배우자와 함께 살려면 이런 일 좀은 견더야지......  
(다른 분들도 비슷하죠? 아니면 나만 그런가......)

딸아이 요가일래가 하는 말이 떠오른다.
"아빠, 나 따라 해봐라 요렇게! 그러면 조용히 먹을 수 있지롱."

관련글:
            유럽생활 20년 변한 것 하나
            유럽에도 술 따르는 법이 있다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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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09.03.18 12:39 [ ADDR : EDIT/ DEL : REPLY ]
  2. 요새 가장은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한국인 가족인 저두 가끔은.....^^

    2009.03.18 14:37 [ ADDR : EDIT/ DEL : REPLY ]
  3. 안녕하세요.티스토리 입니다^^
    회원님의 포스트가 현재 다음 첫화면 카페.블로그 영역에 보여지고 있습니다. 카페.블로그 영역은 다음 첫화면에서 스크롤을 조금만 내리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님께서 작성해 주신 유익하고 재미있는 포스트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다음 첫화면에 소개 하게 되었으니, 혹시 노출에 문제가 있으시다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티스토리와 함께 회원님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09.03.21 2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지 라고 하셨잖아요, 본인만 이해받고 맞춰주길 원하시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님도 소리를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서로간에 참고 이해해준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네요..ㅎ
    그리고 한국문화도 옛부터 음식은 소리내서 먹지 말아라라고 했잖아요..^^

    2009.03.22 18:06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요. 어릴 때 아버님과 밥을 먹을 때 찍 소리 못하고 밥을 먹여야 했죠. 계속 노력 중입니다.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

      2009.03.22 18:13 신고 [ ADDR : EDIT/ DEL ]
  5. 09

    그게 습관이죠. 아무리 뜨거운거 먹어도 그냥 입다물고 먹을수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먹거든요.
    저희집에도 뜨거운거라고 소리내서 먹는 가족몇명이있어서 ..저도 정말 약간 아니 많이 스트레스 받았었는데요.
    아..가족이라 몇번 짜증내다 안되서 그냥 포기하긴했지만 가끔씩은 속으로 짜증나기도합니다.
    한번 입다물고 먹어보세요. 노력해해보셨나요?
    저나 다른식구들이 느끼는 뜨거운음식의 혀의 체감온도는 거의 똑같을거라 봅니다.
    저는 무진장 뜨거워도 소리 잘안냅니다. 그 소리때문에 제가 유심히 관찰해본결과 입을 열고 먹는거랑 입을 다물고 먹는차이가 있다는걸 알아냈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으면 관찰을 다했을까요?
    서로 이해하는 차원에서 한번 몇번만 참고 입다물고 먹어보세요. 어려운일도 아닌거같네요

    2009.03.22 22:42 [ ADDR : EDIT/ DEL : REPLY ]
  6. 흠..

    그건 정말 고쳐야할 습관인것 같아요..
    저도 같이 밥먹는 사람이 쩝쩝대고 먹으면 짜증이빠이....ㅡㅡ;;;; 정말 밥맛 뚝 떨어지거든요....

    2009.03.22 22:55 [ ADDR : EDIT/ DEL : REPLY ]
  7. ......

    남편이 밥 먹으면서 소리 내면서 먹는다는걸 최근에 알았네요. 그 동안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느순간 확 와닿더라구요.
    그것땜에 스트레스 꽤 받고, 너무 싫어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절대 모른다는거...
    직접적으로 말했더니 자존심 상해하길래
    밥 먹을때마다 일부러 남편 들으라고 아이한테
    입 꼭 다물고 씹으라고 주의 준답니다.
    글쓰신님도 고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

    2009.03.23 01:02 [ ADDR : EDIT/ DEL : REPLY ]
  8. ryu

    에휴~ 밥먹을때 소리 안내는 노력쯤이야모...
    전 그정도것들은 애저녁에 고쳤구요...
    더힘든건 여자들 셋(마눌,딸둘) 등쌀에 서서보면 소변튈까봐 변기에 앉아서 볼일보는겁니다 ㅜㅡ
    옛날에 그랬음 공처가냐 변태냐 이딴소리 들었을일인데,모 요샌 딸만 가진집들은 저같은 남편들 꽤 많습디다.
    한국에서두 이렇게 가장 맘대로 하던 시절이 끝났는데,글쓴이처럼 유럽배우자와 사신다면야 까짓꺼모 ㅎㅎ^^

    2009.03.23 01:28 [ ADDR : EDIT/ DEL : REPLY ]
  9. 전 예전에 식사할때 꼭 입안이 들여다 보이게 먹는

    남자와 만나서 밥 먹을때마다 꼭 유쾌하지 못한 구경을 해야 했습니다. 꼭 혀를 둘러내서 다 뭉개진 밥알과 반찬들의 믹서를 보게 하고... 왜 그렇게 보기 흉하게 입을 벌리고 먹어야 하는지... 그게 친해질수록 그러더군요 첨엔 쿨하게 매너있는 척 하다가... 어휴... 그럼 짜증이 나겠죠.. 제가 먹성이 좋은 털털한 편인데도 말이에요.. 밥먹을때는 가장 편하고 쾌적하게 먹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인데 말이에요. 정말 중요한 에티켓 같아요. 먹는 거니까요.

    2009.03.23 02:1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