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03.17 07:42

유럽 리투아니아에 요즘 날씨가 맑아 기분마저 좋아지고 있다. 마침내 하늘이 잿빛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자기 실체를 드러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하늘도 완연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왜 기분이 좋니?"
"오늘 수학 시험 아주 잘 봤어. 만점 받을 거야."
"지난주에 보고 또 수학 시험이 있었어?"
"여러 명이 다시 시험 봤어."

사연인즉 이렇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수학을 아주 힘들어했지만 지난해부터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서도 거의 부모 도움 없이도 혼자 쉽게 잘했다. 이 덕분에 반에서 성적도 상위권이다. 

3월 초순까지 1등 하던 딸아이는 중순이 되자 20등으로 내려앉았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1등이 20등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평가를 하는데 모두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3월 전체 과목 평균 성적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9명중 무려 22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험 번수가 학생마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5번이고, 어떤 학생은 13번이다. 어떤 학생은 5번 시험 쳐서 평균 점수 9.8을 받았고, 어떤 학생은 13번 시험 쳐서 9.5를 받았다. 등위는 전자 학생이 더 위에 있다. 

지난주 백분율를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 전날 자기 분에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공부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서 반에서 등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부모 입장에선 쭉 최상위권으로 그대로 끝까지 가주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렇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적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후 한마디 살짝 했다. 

"네가 반에서 하위권으로 내려가 마음이 좀 아프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텔레비젼도 덜 보고, 인터넷도 덜 하고, 취미생활도 덜 하고..."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
"그거야, 아빠 딸로서 사랑하지."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하면 더 이상 점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 내가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테니까 지금 점수가 중요하지 않아."
"그래, 점수로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을 게. 하지만 그래도 좋으면 좋지..."

재시험을 보다
지난주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은 학생이 비교적 많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이는 목적이 성적으로 학생 순위를 매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 습득을 점검하는 데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지난번 나쁜 점수는 기록에서 삭제된다.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라는 딸아이의 말이 오래도록 내 귀에 남을 것이다. 이날 점수가 낮다고 크게 야단치지 않기를 참 잘했다. 그렇다가는 딸에게 깊은 상처만 줄었을 법하다. 

* 요즘 실팔찌 만들기에 푹 빠진 딸아이 요가일래


공부가 전부인 경쟁 사회에 익숙해진 옛 버릇이 나도 모르게 그날 튀어나와버렸다. 덕분에 딸아이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공부보다 실팔찌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02.11 06:33

리투아니아 학교는 시도 때도 없이 시험이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다. 과목 선생님이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치른다.

좋은 점은 있다. 벼락치기 공부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배운 바를 확인한다. 시험범위가 좁으니 아이들에게 부담이 덜하다. 부담없는(?) 시험이 학교 생활의 일상인 셈이다.       

학업에 대한 평가에는 크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그가 속한 반(집단)의 결과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1개 학급에서 수 10%, 우 20%, 미 40%, 양 20%, 가 10%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절대평가는 집단의 결과는 달리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목표에 어느 정도를 달성했는 지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학생 모두가 '수'를 받을 수 있다. 

리투아니아 학교는 상대평가제를 취하고 있다. 자녀의 학업성적 확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7학년생(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의 학급의 1학기 종합성적을 살펴보자.


'수'에 해당하는 전과목 평균 9점 이상 학생수는 29명 중 13명이다. '우'에 해당하는 8점 이상 학생수는 8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21명이다. 2/3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다. 


2월부터는 2학기이다. 지금껏 종합성적에서 9점 이상 학생수는 10명이다.     
   


1학기보다 성적이 다섯 단계나 뛰어올랐다. 부모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은 시험이 없나?"
"물리 시험이 있어."
"너는 물리가 좀 약하잖아."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이 쉽게 이해돼."
"만점 받으면 아빠가 돈을 줄게."
"싫어."
"왜?"
"내가 돈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공부하잖아. 내가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할아버지가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주었지. 돈 받는 재미가 솔솔했지. ㅎㅎㅎ"
"난 돈 필요 없어."
"그래 너 말이 맞다. 돈 받으러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지식을 얻는 것이니까 열심히 해라. 약한 물리에서 만점을 받아 네 평균점수가 올라가면 참 좋겠다. 이대로 쭉 가면 최고로 좋은 고등학교에서도 갈 수 있겠다."
"싫어."
"왜?"
"그긴 경쟁이 너무 심해."
"그래도 가면 좋지 않을까? 좋은 대학교에 갈 가능성이 높잖아."
"알았어. 재미있게 공부해볼게."

잠들기 전 딸아이는 인사하면서 덧붙였다.
"오늘 아빠와 얘기를 많이 해서 참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12.12 07:41

한때 세계 도처를 휩쓸었던 노래 - 싸이의 강남스타일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난 지 벌써 상당히 오래 된 것 느낌이 든다.
역시 대중 인기란 이렇게 그 시기가 지나면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런데 폴란드 한 웹사이트에서 강남스타일의 위력을 최근 보았다.
폴란드 어느 학교의 종교 시험지에 있는 "강남스타일"이 눈에 확 들어왔다.


9번 문제이다.
9. 크리스마스 때 뭘 부르나?
a) 축제 노래      b) 강남스타일      c) 찬송가

2014년 세계 뉴스의 정점들인 푸틴과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있는 것으로 보니 시험은 올해 12월에 있었던것으로 추측된다. 세상에 많고 많은 노래 중 강남스타일이 이렇게 폴란드 시험지에 등장하다니... 한때의 강남스타일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아래는 2013년 6월 에스토니아 초등학생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강남스타일 춤을 선보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11.27 07:51

일전에 "중학생이 되자 확~ 변한 딸의 생활상" 글에서 유럽 리투아니아 중학교 1학년생 수업내용을 소개했다. 오늘은 시험 성적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흔히 말한다.
"내일 시험 있어."
"또 시험이야!"
"모레도 시험 있어!"
"뭐!?"
"힘들겠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시험일이 다가오면 밤을 꼬박 새면서까지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평소처럼 밤 10시에 잠을 잔다. 왜 그럴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따로 없어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해 그날 하루 내내 모든 과목 시험을 치지 않는다. 과목마다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시험일을 달리한다. 동일한 내용에 대한 수업을 서너 차례 진행한 후 선생님이 이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시험을 낸다. 시험공부 분량이 많지 않아서 한꺼번에 힘들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적 자주 점검하기 때문에 평소 느슨하게 공부하다가 시험일이 다가와서야 벼락치기 공부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한국에 있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여긴 따로 없다. 

평가점수는 1-10점이다. 아래는 학생수 29명의 성적표이다. 이번 학기 지금까지 평균성적이 9점(90점)이상이 12명, 8점(80점)이상이 7명, 7점(70점)이상이 7명이다. 80점이상 학생이 19명으로 전체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다. 아래 붉은 칸을 한 것이 과목(러시아어)당 평가번수(Pazymiu)이다. 한 학생은 6번, 다른 학생은 10번, 또 다른 학생은 15번이다. 학생마다 다르다. 동일한 번수로 시험을 쳐서 얻은 점수 합계를 나눠 평균점수를 내고 순위를 정해야 맞을 듯한테 그렇지가 않다.



그렇다면 또 다시 그 까닭이 궁금해진다. 그 답이 아래 붉은 칸에 나와 있다.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과목당 성적을 평가하지 않고, 그 과목에 대한 지식습득을 평가는 내용이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번수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성적내용은 복잡다단
성적에 포함되는 평가내용은 이렇다.
실습 
자립작업: 시험문제를 주면 학생들이 교과서나 기타 자료 등을 이용해 스스로 답을 내는 
이론
취합 (반복되는 과제 제출을 종합해서 평가)
다른 기관이 발행한 평가(예, 다른 기관이 주최하는 수학 경시 대회 등 참가해서 얻은 점수)
필기시험
숙제
자립이나 가정 학습 점수 (병 등으로 결석일이 많은 학생의 경우)
일상사 (일반적인 학생들의 일)  
교실일 (예, 교실 환경미화)
프로젝트 (과제 발표)

막상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참 복잡하다. 하지만 과목당 필기시험 하나만으로 단순히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해서 그 과목의 성적을 매기는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학생마다 평가번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5.22 09:57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 중학교 3한년생이 한 명 있다. 이 학생은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에 다닌다. 즉 프랑스어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궁금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았다.

"제1 외국어 프랑스어와 제2 외국어 영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하나?"
"물론 영어다."
"왜?"
"영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데 프랑스어는 머리 속에서 일단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은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이 다민족이 살고있어 다언어권이다. 길거리 거지도 3-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곳이다. 

복잡한 리투아니아어에 비해 영어가 훨씬 쉽다고 다들 말한다. 물론 언어가 쉽다고 해서 그 언어를 누구나 다 쉽게 습득할 수는 없다. 언어 교육이나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을 이번 5월말에 마친다. 어제 딸아이의 영어 시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시험은 이렇다.
1. 학생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2. 주제를 준다. 준비를 위해 며칠 시간을 준다.
3. 두 명이 협력해서 영어로 내용을 작성한다.
4. 이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한다.
5.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영어 문법을 설명한다.

딸아이가 받은 주제는 "단순현재와 현재진행 시제"이다.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했다. 아래는 딸아이와 친구가 협력해서 작성한 문서이다.


딸아이의 영어 시험 결과가 휴대전화 문자 쪽지로 들어왔다. 10점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즉각 축하 쪽지를 보냈다.  


아, 문법이나 단어만 달달 외워서 영어 시험 쳤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영어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이라면 장차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중국 여대생들의 특이한 공부법이 유럽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여대생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도구를 이용해 천장에 묶고 공부하고 있다. 바로 졸음방지책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묶을 머리카락이 있지만, 남자는 어떻게 할까? 한 남학생이 신발 냄새를 맡으면서 졸음을 쫓고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졸음방지약을 먹으면서까지 고입과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때가 떠오른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지 못해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딸아이에게 종종 한마디한다.

"지금 모르거나 풀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네가 모르고 못한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돼. 억지로 어떻게 하려고 애써지 마. 시간이 지나면 쉽게 알 수도 있을 거야."

경쟁 지상주의 사회가 유발한 한 단면을 본다. 책상과 책에만 묶어놓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너른 세상에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2.19 07:47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과제와 성적, 가정통지문을 즉각적으로 받는다. 선생님이 시험성적을 채점해 컴퓨터에 결과를 입력하는 즉시 집에서 가만히 앉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며칠 전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데 지리 성적을 앱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하점이었다. 잘못 기재가 된 듯했다. 왜냐하면 지리 시험을 대비해 시험 전날 늦도록까지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에 딸아이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집으로 돌아오면 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자 했다. 

딸아이가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시험지에 있는 지도와 바다를 표시하는 숫자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보지 않았으니 선뜻 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집으로 온 후에 다시 상의하자고 했다. 

그런데 딸아이의 문자쪽지에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번역하면 이렇다.
"엄마를 사랑해.  Y.o.l.o. 인생은 한 번이야. 우린 한 번만 살아."
이에 대한 엄마의 답이다.
"그러니까 우린 노력해!!!"
 

시험에서 최하점을 받고도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생은 한 번이야"라고 답하는 12살 딸아이가 외계에서 온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좋지 않은 시험 성적 결과가 나왔을 때 선생님과 부모에게 가슴 조아리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 학급 성적이 낮아서 반 전체가 운동장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밀대로 매를 맞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가 시험지를 보여주었다. 정말이지 딸아이를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비판의 화살은 작고 희미한 세계 지도를 가지고 시험을 보게 한 지리 선생님을 향했다. 당장 지리 선생님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우리 부부는 재시험이 안 된다면 교장 선생님에게 항의할 태세였다.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선생님을 나무라지 마. 정말 좋은 선생님이야."
"네가 재시험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모아서 선생님에게 한번 말해봐."
"내가 학생이니까, 내가 해결해볼 게. 선생님에게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지를 물어볼 거야.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니까 안 좋게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

다음날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지리 선생님하고 얘기해봤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준데?"
"그렇게 하기로 했어."
"네가 어떻게 말했는데?"
"지도가 희미하다 말하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말했어?"
"내가 지도를 잘 볼 수 없어서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다시 시험을 보고 싶다고 말했어."

지도가 희미한 것을 탓하지 않고 지도를 잘 보지 못한 자기를 탓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나쁜 성적에 기죽지 않고 부모 참견 없이 재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딸아이에게 재시험 기회를 제공한 선생님도 멋지다. "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라고 가르치지만, 뜻하지 않게 최하점을 맞은 딸아이를 보니 안타까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07.19 06:27

리투아니아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 성적이 최근 발표되었다. 이는 대학 입학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이다. 성적에 따라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지난 월요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시장은 빌뉴스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생들 중 성적이 최고로 우수한 학생들을 초청해 시상했다.

학생들의 우수한 성적보다는 상을 받으러 단상에 오른 한 여고생의 패션이 더 관심을 끌었다. 이런 시상식에는 정장이 통례이다. 

그런데 이 여고생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최단 바지를 입고 나왔다. 


이에 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부정적이다. 리투아니아 인터넷사이트 balsas.lt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이렇다[출처 source link].

- 엄숙한 공공행사에 이런 옷차림을 하는 것에 동의하나?
1. 동의한다. 옷차림은 이런 행사에 어울린다. 어떤 나쁜점도 여기서 찾아볼 수없다. 12%
2. 동의하지 않는다. 이 여고생은 한계를 넘었고, 이런 행사에 어울리지 않은 옷을 선택했다. 50%
3. 리투아니아는 자유롭다. 어디에서든 어떠한 옷이라도 입을 수 있다. 30%

최고의 성적을 거둔 리투아니아 여고생의 돌출적인 옷차림은 리투아니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그가 왜 이런 옷차림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달성한 최고의 성적이 옷차림으로 뉴스의 촛점에서 벗어나버린 듯하다. 한편 행사장에서 강제 퇴출되지 않는 것을 통해 리투아니아 사회의 수용성을 엿볼 수도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12.08 08:11

Portikas
Frontonas
Orderis
Kapitelis
Antablementas: architravas, frizas, karnizas

무슨 용어일까? 건축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 위에 있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의 건축용어이다. 리투아니아어로 표기된 것이다. 어제 유럽 건축 역사(고대, 로마시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역사주의, 모더니즘 등) 시험을 보았다.

정말이지 1990년대 초반 헝가리 대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시험공부를 해보았다. 그것도 모국어 한국어가 아닌 리투아니아어로 보는 시험이었다. 

시험 일주일 전 교수는 그 동안 강의한 자료들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시험문제는 전부 주관식이었다. 한 단어로 답하는 것도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 문장으로 답해야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총 42개였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교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끝까지 시험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전혀 생소한 단어와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불혹의 나이에 암기까지 해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왜 내가 이 나이에 이 고생을 하지?"라고 몇 번이나 되내어 보았다.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옆에서 지켜보더니 참 신기해하면서 재미있어 했다. 대체 어떤 방법이었을까?


시험공부다운 시험공부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시험 공부할 때는 교과서와 참고서가 있었고, 옆에는 늘 하나 더 있었다. 백지로 된 연습장이었다. 추억의 시험공부법이다.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려면 바로 이 연습장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수없이 적었다. 처음에는 글자를 또박또박 써다가 암기에 속도가 나면 그냥 볼펜으로 의미없는 모양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이번에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이 옛날 방법을 택했다. 눈으로 반복해서 암기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잠시 후면 가물가물해졌다. 필기시험이므로 뇌가 다 외우지 못한다면 익숙해진 손이라도 답을 써내려갈 것 같은 바램이 있었다.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데?"
"먼저 눈으로 단어와 문장을 확실히 파악한다. 그리고 연관되는 단어나 문장을 떠올리면서 이해하고 습득한다. 예를 들면 단어 'kapitelis'를 보자. 에스페란토로 kapo가 머리이니, kapitelis는 '위'라는 의미가 있을 듯하다.....
."

아내는 건축용어 'kapitelis'의 뜻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아내의 추론이 맞다. 'kapitelis'는 장식된 기둥(column) 윗부분을 말한다. 암기하려고 종이와 볼펜을 낭비한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당신 정말 대단해!"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시험공부법에 대한 부모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초4 딸아이가 거들었다.
"아빠는 아빠에게 편하는 방법으로 시험공부하면 돼." 

부끄러움을 상쇄시키는 위로의 말로 들렸다. 중고등학교 시험공부 시절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지금도 연습장에 낙서하듯이 시험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 최근글: 상식을 뛰어넘는 러시아식 선거 수학은 이렇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03.30 08:14

오늘은 유럽 연합에 속해 있는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3학년 영어 시험지를 공개한다(사진을 누리면 더 크게 볼수 있음). 유럽 초등학교 영어 시험은 어떤 수준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듯해서 우리 가족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다.

먼저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일반적으로 2학년부터 제1 외국어로 영어를 배운다. 딸아이 말에 의하면 그 동안 학습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1쪽짜리 시험을 종종 치렀지만, 이렇게 2쪽에 걸친 시험은 처음이다  

시험은 모두 9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1항: 자기 소개
          2항: 부정관사 a, an 용법
          3항: 같은 표현의 축약형 찾기
          4항: is와 are 용법
          5항: 인칭대명사
          6항: 뒤섞인 문장 단어로 올바른 문장 만들기
          7항: 축약형 (딸아이는 리투아니아로 번역하기로 알고 다 번역해버렸다. 다행히 잘못을 발견)
          8항: 그림 보고 문장 만들기
          9항: 영어로 번역하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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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험지에서 보듯이 점수 매기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맞는 점수 더하기가 아니라 틀린 점수 빼기로 최종 점수를 %로 매긴다.

모국어 리투아니아어가 영어 공부에 방해가 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quick이다. 리투아니아어 발음 'ㅋ'은 k이다. 그래서 딸아이는 quick의 'c'를 빼먹고 'k'만 썼다. 또한 9.9에서 voras는 거미이다. 리투아니아어 거미는 남성형 명사이다. 이를 대신하기 위해 딸아이는 'He'를 썼다. 하지만 영어는 앞에 나온 일반 명사를 대신하는 단어는 단수일 경우 중성인 it이다.

점수를 매긴 시험지를 받으면 반드시 부모 중 한 사람이 확인하고 서명한다. 이렇게 서명한 시험지를 다시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딸아이는 엄마가 하는 서명보다 아빠가 하는 한글이나 한자 서명을 선호한다. 선생님에게 제출할 때 뭔가 좀 달라보여서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험지를 확인하면서 과거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운 영어 시험 공부가 떠올랐다. 그때 영어 단어 외우는 법은 연습지에 한 단어를 수십 번 이상 빽빽하게 적어내려가는 것이었다. 사실 머리가 외운 것이 아니라 손이 외운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방법을 식구들에게 해주었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딸아이에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러면, quick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외우지?"
"그냥 눈으로 여러 번 반복해 보면 알아."
"이잉~ 그렇게 쉽게?! 아빠도 옛날 이 방법을 썼더라면 종이와 볼펜을 엄청 절약했을텐데......"

* 최근글: 폴란드 장애인용 주차장 존중하기 이색 캠페인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10.28 17:10

시험을 치를 때마다 늘 감독관이 주시하고 있다. 시험부정행위를 막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녔을 때 시험쳤던 날이 떠오른다.

우리 반의 반이 3학년생 반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3학년생 반의 반이 우리 반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2학년생 한 줄, 3학년생 한 줄 이렇에 앉는다. 적어도 양 옆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행위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앞 뒤로 앉은 같은 반 친구 사이는 가능할 수 있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모두 종이로 머리 양쪽을 가리고 있다. 마치 말이 앞으로만 똑바로 가도록 눈측면을 가리는 말눈가리개와 같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할까......
(사진출처 /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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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화장실로 전화해! 문 열어줄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9.29 13:37

큰 딸 마르티나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다. 여름방학에만 해도 그렇게 공부 좀 하라고 권해도 방학이니까 공부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그야말로 놀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수학공부하기에 바쁘다. 수학이 제일 약하다. 일전에 개인교사를 찾아보려고 집으로 한 여대학생을 초대했다. 함께 한 시간 정도 공부하다가 그 여대생은 학교 선생이 내준 수학문제가 너무 어렵다면서 스스로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어제 집으로 온 광고엽서가 눈길을 끌었다. 망치로 못을 박는 모습이다. 망치 쇠뭉치에는 "부트쿠스", 손잡이에는 "역사학자 페트라스 부트쿠스 박사와 빌뉴스 대학교 교수 동료"라고 적혀 있다.

다른 못 네 개는 모두 구부려져 있는데 "부트쿠스" 망치가 박고 있는 못은 똑바로 잘 들어가고 있다. 화살표 바로 위에는 "대학입학을 위한 가장 똑바른 길"이라는 광고문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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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똑바르게 들어가고 있는 못이 보인다. 관련 사이트에 가보니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고등학교 졸업시험 준비를 위한 과외강좌를 안내하고 있다. 과거 리투아니아 대학교육은 무료였지만, 지금은 성적이 우수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업료를 내어야 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로 교직 종사자들의 월급이 삭감되었다. 이런 것이 맞물러 대학교수들이 과외강좌를 부업으로 개설한 듯하다.

가르치는 과목은 역사, 국어, 수학이다. 45분 수업료는 1인당 5천원이다.  현재 리투아니아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고등교육기관이 18개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경쟁이 달갑지는 않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잡지 광고에 명함이 붙여 있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04.20 17:49

어제 저녁 컴퓨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데
마르티나(고등학교 1학년)가 파일 4개를 스카이프로 보내왔다.
우리 집은 네트워크 프린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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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냐고 물으니 역사시험 준비용이라고 한다.
A4용지에 글자가 빽빽하게 채워진 문서이다.

"우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다니!!!"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가 생각이 났다.
길게 서술된 책 내용의 핵심사항을 일일이 공책에 적었다.
그리고 그 핵심사항을 다 외울 때까지 수십 번을 연습지에 쓰곤 했다.    

과거엔 공책에 적었지만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에 적어 프린트를 한다.
그래서 요점 정리 하느라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칭찬해주었다.

"어, 이것은 선생님이 한 것인데......"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자세히 물어보았다.
학교에 역사 선생님이 있는데,
이 선생님은 시험 때가 되면 자기가 가르친 것을
요점 정리해서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

학생들은 이 요점 정리한 것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시험문제는 주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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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선생님이 직접 요점 정리를 해서
메일로 보내주니 얼마나 시험공부가 편한가!
우리 시절엔 왜 이런 선생님이 없었을까?

하지만 스스로 요점 정리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느리고 힘들지만 이렇게 편하게 공부하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음에 한 표를 던진다.

그래도 요점 정리해주는 자상한 선생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 관련글:
              — 유럽학교 담임과 가진 첫 개별면담
              — 여고생들의 신나는 손바닥 난타
              — 웃음과 재미가 가득 찬 고등학교 입학 세례식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4.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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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만우절이었다. 거짓말에 웃는 날이다.
언론들은 진짜 같은 거짓뉴스를 만들어냈다.
어제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만우절 거짓뉴스임이 드러났다. 언론은 해당 기사에 만우절 기사임을 나중에 표시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만우절 장난 기사이다. 모두가 읽을 당시에는 공감이 가고 사실로 보였다.

시민들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 광장에 UF0 비행장 건설을 제안했다.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운영하는 특급호텔의 신축 중인 아파트가 국회의원들의 호텔이 될 것이다.

평소 이색적인 법안을 제출하기로 유명한 한 국회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경제위기로 국회의원의 월급이 15% 삭감된 것을 기반으로
국회의원들이 받는 리베이트 액수를 기존의 10%에서 7.5%로 삭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간 오가는 이날 거짓말은 거창하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주의심을 흐트러뜨리는 정도의 농담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일학년 딸아이가 엄마와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저기 풀밭 나무 밑에 버섯 봐!"라고 말하자
운전하던 엄마는 고개를 잠깐 돌려 풀밭을 내려다보았다.

딸아이는 엄마의 고개돌림에 "만우절이야!"라고 깔깔 웃어댔다.

이때 엄마는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는 딸아이에게 제안 하나를 했다.
이날 피아노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집에 가서 음악학교 가기 전까지 열심히 피아노를 친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피아노 연습을 거의 안 해서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이니까 피아노를 (멋있게) 친다.
선생님이 연습을 안 했다는 말에 깜짝 속는다."

이렇게 딸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리고 엄마의 제안을 그대로 실행했다.
결과는 속였다는 만족과 함께 만점을 받아왔다.

"아하, 날마다 오늘처럼 만우절이라면 시험마다 만점이겠구나!"
 
어설픈 깜짝 거짓말이지만, 이날은 모두 그런 거짓말에 ㅎㅎㅎ한 날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12.08 13:52

최근 미국의 조셉슨 연구소가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명 중 6명(64%)가 컨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 5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는 전교조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전교조는 아이들에게 커닝을 하라고 가르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든 한국이든 유럽이든 “시험 있는 곳에 컨닝 있다”라는 말이 통함을 알 수 있다. 

사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커닝을 조금이나마 하지 않았거나 해보려고 시도한 적이 없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부끄럽게도 초유스도 이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중학교 2학년 다닐 때였다. 시험지를 나누어주는 순간 우선 재빨리 주마간산처럼 문제들을 읽어간다. 정말 모르는 문제를 발견하면 앞뒤 친구에게 속사포로 답을 물어본다. 이때 감독선생님은 시험지가 끝까지 잘 배포되는지만 신경 쓰지 우리들의 속삭임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로 앞뒤에 앉은 친구들이 등수를 놓고 서로 심한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려고 했지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러한 어린 우리들의 태도는 벌써 심한 경쟁사회의 병폐에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대학교 다닐 때에는 보통 미리 예상문제를 수십 개 주었기 때문에 그것만 열심히 하면 큰 무리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특히 대부분 시험이 논술형이라 단답형과는 달리 커닝으로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때에는 교수와 일대일 구술시험이라 컨닝을 도저히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죽으라고 공부를 해야지 요행을 피울 수가 없었다. 졸업시험에는 교수 3명으로부터 그 동안 배운 과목에 대한 집중적으로 구두 질문공세를 받아야 했다.

언젠가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 있는 친구 집에 며칠 머문 적이 있었다. 이 친구 부인은 당시 대학교 생물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었다. 그 날 늦은 새벽까지 잠도 자지 않고 시험공부에 열중했다. 건데 아침에 공부한 흔적을 보여준 것은 바로 쪽지모음들이었다.

책을 읽고 암기한 것이 아니라 바로 쪽지 수십 장에 출제 예상되는 문제들의 답을 빽빽하게 써서 풀로 붙인 것이 그가 한 시험 공부였다. 이 쪽지를 손바닥으로 감싸고 감독관의 눈을 피해 몰래 베끼는 것이 생물학과생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컨닝방법이라고 말했다.

하기야 이 쪽지를 꼼꼼히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야할 지식을 부분이나마 얻었을 것일 것이다. 약삭빠른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이 쪽지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팔기도 한다. 이렇게 시험 컨닝은 동·서양이 따로 없다. 컨닝이 화두였기에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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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이 즐겨 사용하는 컨닝 방법 - 작은 책 만들기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06.19 18:29

지난 주 대부분 리투아니아 학교는 기말고사를 끝으로  벌써 8월말까지 이어지는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리투아니아에도 시험을 칠 때 학생들이 컨닝을 한다. 언젠가 한 친구가 시험 컨닝을 위해 만든 것을 보여주었다.

흡사 아주 작은 책 한 권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정도로 쏟은 정성이라면 만들면서 시험공부를 다 해버려 별 소용이 없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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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05.21 06:56

최근 일자 리투아니아 최대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는 폴란드의 유력 일간지 <Dziennik>(졘닠)의 기사를 소개했다. 내용인즉 졸업시험을 앞두고 고등학생들이 기침시럽을 먹는다는 것.

졸업시험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학생들이 안정을 취하기 위해 기침시럽을 먹는 것이 유행되고 있다. 암페타민 성분이 내포된 기침, 천식시럽 이외에도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에페드린을 복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물은 마약처럼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자주 그리고 장기적으로 복용함으로써 마약복용으로 일어나는 공포증, 약물 갈구증, 우울증, 자살충동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신문은 졸업시험을 앞둔 학생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평가시험을 앞둔 학생들조차도 기침시럽을 복용한다고 전했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 후 동유럽에 도입된 자유경쟁사회의 부작용이 결국 학생들을 새로운 위험지대로 내몰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시험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을까? 약물에 의존하면서까지 시험에 임해야 할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다.

* 사진출처: <례투보스 리타스> 누리집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