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11.08.17 05:16

최근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사진 한 장이 흥미로웠다. 내용은 시조였다. 리투아니아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는 서진석 교수이다.

사진은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중급반 학생이 한국어로 적어낸 시조을 담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도 어려운데 시조까지 배우다니...... 가르치는 사람도 대단하고 배우는 사람도 대단하다.  

시조는 고려 중엽에 발생한 우리나라 전통시의 하나로 특히 조선시대에 유행했다. 시조는 초장(3, 4, 4 혹은 3, 4), 중장(3, 4, 4 혹은 3, 4), 종장(3, 5, 4, 3)으로 구성되어 있는 정형시이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여대생이 지은 시조이다.

* 글쓴이: Lineta Gvazdauskaitė (니네타 그바즈다우스카이테) * 사진출처: 페이스북

한국어 공부해요. 어려워요!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요. 선생님이 설명해요.
문화가 재이있어요! 눌리워요! ㅋㅋㅋ

"눌리워요"는 "놀라워요"으로 여겨진다.

내용의 문학성은 간과하더라도 세 줄을 나눠 음절을 맞추느라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종장의 마지막 음절 "ㅋㅋㅋ"가 돋보인다.

에스페란토로 배우기 시작한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를 에스페란토로 가끔 지어본다. 한국의 정형시 시조도 시를 좋아하는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관련글: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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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음 배울땐 정말 어렵다고들 하더군요.
    알고나면 쉬운데 말이죠.ㅎㅎ

    자 ㄹ보고가요

    2011.08.17 06:38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09.11.07 07:17

하이쿠는 17음절로 된 일본의 정형시이다. 한 줄로 쓰기도 하지만, 보통 3줄로 된 짧은 시이다. 3줄은 각각 5음절, 7음절, 5음절로 구성된다. 주로 자연을 기술한다. 하이쿠는 읽은 사람들로 하여금 선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이쿠는 자연을 기술만 하고, 논평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이는 독자의 몫이다.

이 하이쿠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한국에서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원불교 교전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진행했다. 그때 번역 윤문 작업에 참가한 스페인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일본에 유학했고, 일본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가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가 일본의 옛 하이쿠로 스페인어로 번역한 책이었다.

스페인어로 된 하이쿠 책! 하이쿠와 스페인어에 문외한 사람에게 이 책은 그 동안 서고의 기념품으로만 남았다. 그러다가 2007년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요코하마에서 열렸다.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대회 일일 신문을 꼬박 읽었다. 이 신문에 하이쿠에 대한 강연 기사가 있었고, 관련 웹사이트가 적어져 잇었다. 2003년의 하이쿠 단어가 되살아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리투아니아에도 하이쿠 애호가들이 활발하다. 빌뉴스 2009년 유럽 문화 수도를 기념해 발간한 "빌뉴스를 위한 하이쿠" 책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하이쿠처럼 시조를 읊을 날이 올까?

이후 종종 하이쿠를 에스페란토로 써보곤 했다. 계절과 느낌을 17(5+7+5) 음절에 딱 맞게 기술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만 흥미로웠다. 하나의 하이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때론 하루를 꼬박 시름하기가 했다. 왼쪽은 에스페란토 언어이고, 오른쪽은 이를 번역한 것이다.
             Jen kandelaro                     촛불 무리가
             fajras tombejan nokton —    묘지밤을 밝힌다 —
             vintra komenco                   겨울의 시작  (11월 1일은 묘지에 촛불을 밝히는 날이다)  

             Soras la blanko                   파란 하늘에  
             sur la ĉiela bluo,                  하얀 색이 떠올라  
             galopas hejmen.                 집에 달린다.

             Malantaŭ nubo                   구름 뒤에는
             la brila bela suno                 빛나고 예쁜 해가
             ĉiame lumas.                      늘 빛을 낸다
.
 
이렇게 에스페란토로 일본의 하이쿠를 지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로 한국의 전통적인 정형시 시조때문이다. 오래 전에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노산 이은상의 시조집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아직 에스페란토 초보자라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일본의 하이쿠를 접하니 이제서야 노산의 에스페란토 시조집이 공부하고 싶어진다. 책부터 구해야겠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한국의 시조를 열심히 공부해서 에스페란토로 직접 시조를 써보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조의 세계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 한국의 시조도 일본의 하이쿠처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영어 홍수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에스페란토
* 최근글: 유럽 슈퍼마켓에서 만난 한글 '도시락'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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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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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나라가 세계인들로 부터 존경받을 만한 위치를 점하면 세계인들이 절로 우리를 본받으려 노력하지 않을까요? 단지 경제적인 부국이라 하여 세계인들의 시선이 일본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겠죠? 즐거운 주말 되세요. ^^*

    2009.11.07 07:19 [ ADDR : EDIT/ DEL : REPLY ]
    • 경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유산도 세계가 서로 이해하고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2009.11.07 08:10 신고 [ ADDR : EDIT/ DEL ]
  2.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주말 즐겁게보내세요^^

    2009.11.07 07:29 [ ADDR : EDIT/ DEL : REPLY ]
  3. 고산골 뚜버기

    기본적으로 하이쿠는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은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데 에스펠란토어로 하이쿠를 배우다니요... 참 대단하십니다. 창피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케이오키쥬쿠에서 국문학(일본어)을 전공했습니다만 얼마전 겨우 하이쿠의 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시와 마찬가지로 하이쿠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가 전부가 아니던데요...

    2009.11.08 20:47 [ ADDR : EDIT/ DEL : REPLY ]
    • 정형틀에 맞게 계절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저는 주로 아래 사이트에서 하이쿠 활동을 합니다. 에스페란토로 되어 있지요. 일본인 에스페란티스토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www.vastalto.com/hajko/hajko.cgi?

      2009.11.08 21:03 신고 [ ADDR : EDIT/ DEL ]
  4. 최 기자님의 블로그에 맘 잡고 왔더니 이런 좋은 글을 보게 되는군요. 유럽에서 기세를 못 펴고 있는 시조 때문에 저도 항상 아쉬워하던 참이에요. 그러던 중 제가 강의하는 한국문화사 내용 중에 시조를 일부러 집어넣었고, 학생들한테 매 학기 한 편씩 시조 써오기를 숙제로 써오기를 시키고 있어요. 지난 학기 학생들은 전부 한 두 편씩 제출을 했고, 이번 학기 학생들은 다음 주 화요일(11월 17일)에 시조를 가지고 올 겁니다. 지난 학기는 학생들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2011년 쯤 저희 학교 주최로 시조쓰기 경연대회를 열어볼까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답니다. 학생들이 쓴 시조는, 제가 게을러서 정리를 못 하고 있는 조만간 소개해 드릴게요 ^^.

    2009.11.14 03:30 [ ADDR : EDIT/ DEL : REPLY ]
    • 우와, 좋은 생각과 숙제를 내셨네요. 시조 정리되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2009.11.14 03:43 신고 [ ADDR : EDIT/ DEL ]
  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16.03.31 21: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