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이 지은 <봄처녀>를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해봤다.

 

* 데스크탑 웹사이트로 보시길 권합니다.

 

봄처녀

노산 이은상


봄처녀 제 오시네
새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 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양
나가 물어 볼가나
Printempino

Verkis LEE Eunsang
Tradukis CHOE Taesok

Printempino venas nune,
ŝi vestitas en novherbo;
vualitas ŝi blanknube,
portas ŝuojn el rosperlo.
Ho, al kiu por vizito
venas ŝi kun flora sino?

Ĉu survoje al la homo
pasas ŝi ĉe mia domo?
Kia miro estas vere!
Ĉu al mi ŝi venas eble?
ĉu eliri por demando
afektante kun malsaĝo?

Fraŭlin' Printempo

Verkis LEE Eunsang
Tradukis GIM Taekeng

Fraŭlin' Printempo jen venas
kun nova vesto el herboj,
kun blanka ŝalo el nubo,
kun belaj ŝuoj el gemoj.
Por kio, kiun ŝi serĉas
kun florbukedo en brusto?

Ĉu nun sur vojo al kara,
ŝi mian domon trapasas?
Se ne ja strange, ho vere!
Ĉu vere al mi ŝi venas?
Eliru mi mem malsaĝa
demandi al ŝi kuraĝe!

이 시를 작곡한 홍난파의 "봄처녀"는 어떻게 번역될까...

봄처녀 제 오시네
Nun venas junprintempin'
새풀 옷을 입으셨네
vestita en freŝnova herb'.
하얀 구름 너울 쓰고
Blanknube vualita ŝi
진주 이슬 신으셨네
surportas ŝuojn el rosperl'.
꽃 다발 가슴에 안고
Kun floro sur tenera sin',
뉘를 찾아 오시는고

ho kiun jen vizitas ŝi?

 

님 찾아 가는 길에
Ĉu voje al sia hom'
내 집 앞을 지나시나
ŝi pasas antaŭ mia dom'?
이상도 하오시다
Ho kia miro estas ĝi!
행여 내게 오심인가
Ĉu eble venas ŝi al mi?
미안코 어리석은양
Ĉu ŝajnu stulta homo mi
나가 물어 볼가나
kaj iru por demand' al si?

* 에스페란토 "봄처녀" 가사와 악보는 아래 첨부물을 내려받으면 됩니다.

에스페란토_봄처녀_홍난파_이은상.pdf
0.06MB

Posted by 초유스

한국 평시조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황진이가 지은 <산은 옛 산이로되>를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한번 번역해봤다.
 

원문
山은 녯 山이로되 물은 녯 물 안이로다
晝夜에 흐르니 녯 물이 이실소냐
人傑도 물과 갓ᄋᆞ야 가고 안이 오노매라

 

현대어
산은 옛날 산 그대로인데 물은 옛날의 물이 아니로다
쉬지도 않고 밤낮으로 흐르니 옛 물이 그대로 있을쏘냐
사람도 물과 같아 가고 아니 오는구나
 
에스페란토 번역 - ĉiu verso el 4 trokeoj
 
Monto estas malnova
 
Verkis HWANG Jini (1506-1567)
Tradukis CHOE Taesok
 
Ja malnova estas monto;
ne malnova estas rojo.
 
Fluas ĝi en nokto-tago
ĉu malnovus do la akvo?
 
Akvon samas granda viro,
ne revenas li post iro!
Posted by 초유스

한국 평시조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황진이가 지은 <청산리 벽계수야>를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한번 번역해봤다.

 

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明月이 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1. Tradukita laŭ la nombro de la originalaj silaboj

En verdmont' blua rojo ne fieru pri facilflu'! (3-4-4-4).
Post ating' al la mar' malfacilas via reven'. (3-3-4-4)
De l' lunlum' plenas vakmonto; kial do ne resti plu? (3-5-4-3)
 
2. Tradukita laŭ trokeoj

En verdmonto roja bluo

ne fieru pri l' glatfluo.

 

Se la maron vi atingas,

la reveno malfacilas.

 

Vaka monto plenas lune

kial do ne resti plue? 

 

정가로 부르기 위해서는 그에 맞게 번역을 해야 하는데 이는 다음으로 미룬다.

 

참고: 시해석 1 | 2 | 3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8. 17. 05:16

최근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사진 한 장이 흥미로웠다. 내용은 시조였다. 리투아니아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는 서진석 교수이다.

사진은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중급반 학생이 한국어로 적어낸 시조을 담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도 어려운데 시조까지 배우다니...... 가르치는 사람도 대단하고 배우는 사람도 대단하다.  

시조는 고려 중엽에 발생한 우리나라 전통시의 하나로 특히 조선시대에 유행했다. 시조는 초장(3, 4, 4 혹은 3, 4), 중장(3, 4, 4 혹은 3, 4), 종장(3, 5, 4, 3)으로 구성되어 있는 정형시이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여대생이 지은 시조이다.

* 글쓴이: Lineta Gvazdauskaitė (니네타 그바즈다우스카이테) * 사진출처: 페이스북

한국어 공부해요. 어려워요!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요. 선생님이 설명해요.
문화가 재이있어요! 눌리워요! ㅋㅋㅋ

"눌리워요"는 "놀라워요"으로 여겨진다.

내용의 문학성은 간과하더라도 세 줄을 나눠 음절을 맞추느라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종장의 마지막 음절 "ㅋㅋㅋ"가 돋보인다.

에스페란토로 배우기 시작한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를 에스페란토로 가끔 지어본다. 한국의 정형시 시조도 시를 좋아하는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관련글: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1. 7. 07:17

하이쿠는 17음절로 된 일본의 정형시이다. 한 줄로 쓰기도 하지만, 보통 3줄로 된 짧은 시이다. 3줄은 각각 5음절, 7음절, 5음절로 구성된다. 주로 자연을 기술한다. 하이쿠는 읽은 사람들로 하여금 선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이쿠는 자연을 기술만 하고, 논평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이는 독자의 몫이다.

이 하이쿠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한국에서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원불교 교전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진행했다. 그때 번역 윤문 작업에 참가한 스페인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일본에 유학했고, 일본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가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가 일본의 옛 하이쿠로 스페인어로 번역한 책이었다.

스페인어로 된 하이쿠 책! 하이쿠와 스페인어에 문외한 사람에게 이 책은 그 동안 서고의 기념품으로만 남았다. 그러다가 2007년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요코하마에서 열렸다.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대회 일일 신문을 꼬박 읽었다. 이 신문에 하이쿠에 대한 강연 기사가 있었고, 관련 웹사이트가 적어져 잇었다. 2003년의 하이쿠 단어가 되살아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리투아니아에도 하이쿠 애호가들이 활발하다. 빌뉴스 2009년 유럽 문화 수도를 기념해 발간한 "빌뉴스를 위한 하이쿠" 책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하이쿠처럼 시조를 읊을 날이 올까?

이후 종종 하이쿠를 에스페란토로 써보곤 했다. 계절과 느낌을 17(5+7+5) 음절에 딱 맞게 기술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만 흥미로웠다. 하나의 하이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때론 하루를 꼬박 시름하기가 했다. 왼쪽은 에스페란토 언어이고, 오른쪽은 이를 번역한 것이다.
             Jen kandelaro                     촛불 무리가
             fajras tombejan nokton —    묘지밤을 밝힌다 —
             vintra komenco                   겨울의 시작  (11월 1일은 묘지에 촛불을 밝히는 날이다)  

             Soras la blanko                   파란 하늘에  
             sur la ĉiela bluo,                  하얀 색이 떠올라  
             galopas hejmen.                 집에 달린다.

             Malantaŭ nubo                   구름 뒤에는
             la brila bela suno                 빛나고 예쁜 해가
             ĉiame lumas.                      늘 빛을 낸다
.
 
이렇게 에스페란토로 일본의 하이쿠를 지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로 한국의 전통적인 정형시 시조때문이다. 오래 전에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노산 이은상의 시조집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아직 에스페란토 초보자라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일본의 하이쿠를 접하니 이제서야 노산의 에스페란토 시조집이 공부하고 싶어진다. 책부터 구해야겠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한국의 시조를 열심히 공부해서 에스페란토로 직접 시조를 써보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조의 세계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 한국의 시조도 일본의 하이쿠처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영어 홍수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에스페란토
* 최근글: 유럽 슈퍼마켓에서 만난 한글 '도시락'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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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