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12.10.23 06:53

발트 3국 리투아니아는 추수가 보통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이다. 주로 밀, 보리, 호밀 등이 재배된다. 추수가 끝난 후 들판에서 짚 뭉치들이 여기저기 있거나 아래 사진처럼 한 곳에 거대하게 모아져 있다. 짚은 축사의 바닥재로 사용된다. 그리고 동물 분비물로 더러워진 짚은 나중에 퇴비가 된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140킬로미터 떨어진 농촌 마을 나우야미에티스(Naujamiestis, 인구 800명)는 가을이 되면 언론이나 방송에 등장한다. 이 마을 문화원은 7년전부터 짚조각 공원을 만들어오고 있다. 

마을 농민들의 짚을 기증받아 문화원 직원들과 마을 어린이들, 학생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짚조각 작품을 만든다. 이 조각품은 마을 어귀 풀밭에 전시되어 오고가는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해마다 작품의 주제가 다르다. 

올해 주제는 '악기'이다. 그랜드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서양 거문고, 호른, 백파이프 등 다양한 악기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짚울타리에는 악보가 그려져 있다. 보기만 해도 손가락이 악보따라 움직이지는 듯하다. 


이 짚조각 공원은 가을에만 있는 한시적이다. 10월 하순에 날을 정해 짚조각품을 모두 불태운다. 그 이유를 마을 문화원장에 물었더니 답이 이렇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불태우는 것은 아름다운 정화(淨化)이다."

곡물 수확이 끝난 농촌 마을,
이렇게 짚이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되살아났다. 이 짚조각 공원은 마을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흐린 날씨가 점점 많아지는 가을날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짚조각품을 보면서 즐거움을 나눈다. 이제는 인근을 비롯한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7.05 08:24

일주일 동안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시골 도시로 아내와 딸들이 다녀왔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마자 9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외쳤다.

"아빠, 사랑해. 정말 한국말 하고 싶었다."

요가일래는 늘 리투아니아어와 한국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아빠가 함께 하지 못한 시간 동안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딸아이의 첫 외침을 들으니 한국어의 빈 자리가 그렇게 컸구나라고 느꼈다. 어젯밤 딸아이에게 시골에 있었던 일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았다.

- 가장 재미 있었던 일은?
- 비가 오는 데 호수에서 수영을 한 일이다.

- 가장 좋았던 일은?
- 친구들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개와 함께 놀았던 일이다.

- 가장 안 좋았던 일은?
- 언니가 사촌오빠와 이야기하면서 나를 비웃을 때이다.

- 아빠 안 보고 싶었어?
- 보고 싶었지. 한번은 보고 싶어 울었어.

 - 또 시골에 가고 싶어?
- 아니. 잠 잘 때 모기가 나를 물었어.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딸아이가 입을 열였다.

"그런데 아빠, 외할머니가 참 나빠."
"왜?"
"1000리타스(50만원)를 주었는데. 언니에게는 600리타스(30만원), 엄마에게는 400리타스(20만원) 나에게는 20리타스(1만원)만 주었어. 너무 적어!!!" 
"언니는 곧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가니까, 외할머니가 용돈을 많이 주셨을 거야."
"언니에게 500리타스(25만원) 주고, 나에게 100리타스(5만원)를 줄 수 있잖아!"
"너도 커면 많이 주실 거야."
"그래도 20리타스(1만원)은 너무 적어."
"20리타스라도 준 것에 고마워해야지."


▲ 외할머니와 좋아하는 완두콩을 심고 있는 딸아이
 

딸아이는 벌써 금액에 민감한 나이가 되었으니, 자기가 생각하는 연령차이에 비해 용돈차이가 너무 커서 외할머니에게 토라졌다.

"남이 받은 용돈 금액은 알려고도 하지 말고, 단지 네가 받은 용돈 금액이 적든 많든 감사히 받아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06.30 06:34

방학이 우리 집 가족을 이산가족으로 만들고 있다. 아내와 딸은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시골 도시로 떠났다. 일 때문에 홀로 집에 남아 있다. 항상 있던 식구들이 없으니 집은 조용하지만 허전하다.

도심이지만 마치 깊은 산 속에서 혼자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가족인지라 잘 무렵이면 시골로부터 안부전화가 온다. 하루 있었던 일이 이야기로 펼쳐진다.

어제 제일 중요한 일은 9살 딸아이가 드디어 장모님 아파트 또래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체 가구수가 23이다. 비슷한 또래가 있는 집은 딱 하나이다. 그는 고층에 살고, 우리는 저층에 산다. 서로 왕래가 없다. 주변에 놀이터가 있지만 또래 아이를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방학 전 주말에는 가끔 인근에 사는 학교 반친구들을 불러 노는 것이 전부이다. 이제 방학이니 학교 반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거의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쉬운 점이 바로 주변에 또래가 없다는 것이다. 시골 아파트 마당에서 또래를 만나 즐겁게 노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솟는다.

▲ 자랄 때 주변에 또래아이가 없어 대부분 혼자 집에서 놀아야 했던 딸아이(사자놀이하는 딸아이)
 

딸아이는 엄마에게 마당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엄마, 친구들이 내 얼굴을 가지고 싶데."

여담이지만 종종 딸아이를 보면서 동양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현지인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피부가 조금 다르다고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엄마,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오빠들이 나보고 예쁘다고 말했어. 그래서 내가 고마워라고 답했어. 그런데 오빠들이 여자아이로부터 고마워라는 말을 처음 들었데."

보통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예쁘다"라고 주파를 던질 경우, "너~ 꺼져"(eik tu, 반드시 화냄을 뜻하는 표현이 아님)라고 답한다. 이 남자들도 이런 통상적인 반응을 기대했는데, 딸아이가 "고마워"라고 답하자 당황하면서 신기해한 듯했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가 칭찬을 해주면 "고맙다"라고 먼저 말하라고 일러준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딸아이가 시골 또래아이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고 돌아올 보자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오길 기대해본다.

* 최근글: 소여물로 멋진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04.10 08:17

에스페란토 친구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는 ipernity.com 블로그를 심심치 않게 드나든다. 이들은 주로 자신들의 일상의 모습을 전한다. 가만히 앉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의 하루 생활들을 지켜보고 또 소식을 나누는 재미가 솔찬하다.

그 중 루마니아 할머니가 찍어서 올리는 사진은 늘 고향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교사로 정년 퇴임을 한 할머니(Lenke, 64세)는 독서, 자연 속 거닐기, 사진찍기를 취미로 한다. 최근 할머니가 올린 사진이 압권이다. 노출이 심한 상황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이용해 하얀 꽃을 부각시켰다(아래 사진).   


사진을 볼 때마다 사진 속 풍경이 나를 유혹한다. 1991년 루마니아를 처음 방문하고 아직 가보지 못했다. 목가적인 풍경이 넘쳐나는 루마니아로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다. 할머니의 허락을 얻어 여기 루마니아의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사진 Foto: Lenke Szász 출처 Fonto: http://www.ipernity.com/home/szasz.lenke]


나를 루마니아로 유혹하는 사진들...... 멀지 않은 장래에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 카메라를 찍찍 누르기만 할 수 있다는 할머니...... 지나치게 겸손하시는 듯하다.   

* 관련글: 한국사람이라서 아주 좋다고 기뻐하는 초3 딸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08.24 06:49

어제 폴란드 친구가 자신의 여름 휴가 사진을 보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으로 휴가를 보냈다. 그가 보내온 사진을 보니 몹시 부러웠다. 폭염 날씨 속에 정해진 일을 하느라 컴퓨터 앞에서 여름을 다 보내야 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니 절로 신세한탄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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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는 우크라이나의 목가적인 풍경이 물씬 담겨져 있다. 그런데 마차가 눈길을 끌었다. 마차 뒷에 번호판이 붙여져 있다. 조만간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에게 정말 마차가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 궁금증 해소는 조금 미루고 우크라니아 시골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친국의 사진을 소개한다.
(사진제공: 라덱 Rad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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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