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05.15 13:42

오늘 5월 15일 한국은 스승의 날이다. 중 고등학교 때 스승의 날에 우리 반 학생들이 모두 돈을 모아 담임 선생님에게 양복을 사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리투아니아엔 한국과 같은 스승의 날은 따로 없다. 단지 1994년부터 매년 10월 5일 세계 교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날도 그렇게 요란하지가 않다. 그저 이를 기억하는 학생들로부터 꽃 한 송이를 받는 일이 대부분이다.

리투아니아 학부모이나 학생은 교사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 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선물을 주고받는 풍토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가 개학하는 9월 1일이나 학년을 마치는 날에 예쁜 꽃 한 송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음악학교 등 특별학교 교사들은 이보다 좀 더 푸짐한 선물을 받는다. 음악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는 보통 연주 발표회가 끝나는 날 꽃다발 선물뿐만 아니라 약간의 과자 등을 받는다. 

어제 학년을 마치는 피아노 연주 발표회가 열렸다. 아내의 직장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그런데 이날 아내는 자동차로 출근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가 집으로 올 때 전화가 왔다.

"당신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와."
"왜?"
"가져가야 할 것이 많이 있어."
"뭔데?"
"내려오면 알아." 


많은 꽃다발에 선물상자가 여럿이나 되었다. 열어보니 평소에 비싸서 사기 힘든 샴페인, 초콜릿 등이 들어있었다. 


받은 꽃 선물을 화병에 담아 아내는 집안 곳곳에 놓아두었다. 지난 1년간 가르침의 농사가 한 동안 우리 집안에 꽃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스승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 

* 관련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초콜릿?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07.23 06:44

한국에서 오신 스승님 일행을 6월 25일 바르샤바에서 맞이했다. 스승님은 원불교 좌산 상사님이시다. 교단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를 두 차례 역임하셨다. 상사님을 1982년 대학생 시절 종로교당에서 처음 뵈었다. 지금 유럽에서 살 수 있게 한 계기를 마련해준 분이다. 에스페란토 공부와 원불교 교서 번역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셨다. 

7월 4일 떠나는 날까지 모시면서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스승님과 함께 한 시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었다. 스승님이 떠나신 날 저녁부터 잘 때까지 10살 딸아이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10일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딸아이 마음 속에 차지한 비중이 아주 컸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 라트비아 룬달레 궁전에서 스승님과 요가일래
▲ 짧은 한복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 해 동안 입을 수 있는 예쁜 한복을 선물해주셨다. 

스승님께서 계시는 동안 일어났던 여러 일화 중 하나를 소개한다. 주무시는 방에 12장 달력이 벽에 걸려 있었다. 마침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때였다. 월을 바꾸기 위해 벽에서 달력을 떼내는 순간 함께 걸려 있던 도자기 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것은 딸아이가 노래 공연에서 받았던 상품이었다. 방을 지나가는 데 스승님께서 부르셨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깨어진 새를 보여주시면 말씀하셨다.  

"내가 달력 월을 바꾸려다가 그만 새를 바닥으로 떨어뜨렸어요."
"괜찮아요. 원래부터 새가 견고하게 붙어있지 않았어요."   

이렇게 며칠이 지나가고 떠나시기 직전이었다. 다 함께 거실에 앉아서 감상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스승님께서는 벌써 쓰레기통으로 버리셨을 듯한데, 깨어진 새 조각을 챙겨서 앞에 놓아두셨다. 그리고 딸아이 요가일래를 부르셨다.   


"내가 요가일래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하나 있는데, 할아버지가 잘못해서 이 새를 그만 깨뜨렸어요."
"할아버지, 괜찮아요."

그래도 상품으로 받은 예쁜 새가 아까운 듯 딸아이 눈에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스승님 일행을 환송하기 위해 온 식구가 공항으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와자 딸아이는 무엇이 급한지 물었다.

"아빠, 그 깨어진 새가 어디 있어? 쓰레기통에 버렸어?"
"왜?"
"깨어졌지만 할아버지 기념으로 오랫동안 보관하려고."
"아빠가 벌써 잘 보관하고 있어. 그런데 새를 보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마음 속에 보관해야 돼."
"뭔데?"
"지위와 노소를 떠나서 누구나 실수했다면 직접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법이지."
"아빠 말이 어렵다. 할아버지라도 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라는 말이지?"
"그래. 아이라도 할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라는 말도 되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