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8. 5. 11. 05:41

토요일 낮잠에 푹 빠져 있었다.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기에 그만 무시하고 더 자버릴까...
식구 모두가 집에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인종 소리가 점점 길어져 
어쩔 수 없이 눈을 비비면서 현관으로 가야 했다.
토요일 추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였다.

아내에게 물었다.
"요가일래는 어디 갔지?"
"미술학교에."
"왜?"
"친구와 경제 과목 숙제하러 간다고 하고 갔어."
"아니, 미술학교에서 왜 경제 과목 숙제를 하지?!"
"돌아오면 직접 물어봐."

고등학교 1학년생 경제과목 숙제가 참 특이하다.
경제와 예술을 연결해서 상품 광고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요가일래의 학교 생활을 지켜보니 
많은 숙제들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협력해서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세 명이 공동으로 하는 숙제다.

주제를 정하고
각본을 짜고
동영상을 찍고
배경음악을 찾고
편집을 하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미술학교에 다니는 요가일래는 상품을 그림붓으로 정했다.
그림을 그리는데 붓이 낡아서 제대로 그릴 수가 없었다.
이때 친구가 새로운 붓을 가져다 주어 
만족스럽게 그림을 다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상품명 막스 코헨도
붓 10개 사면 물감 선물!!!



어도비 프리미어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조금 설명해주자
요가일래는 금방 익숙해지면서 아래 광고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상호협력을 꾀하는 숙제를 내주다니
40여년 전 내 고등학교 시절과는 완전 천양지차로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5. 2. 05:32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가 얼마 전 방에서 손뼈 모형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뭐하니?"
"숙제하고 있어."
"무슨 숙제인데?"
"생물."
"우와~~ㅍ힘들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딸아이는 생물을 좋아한다. 리투아니아 중학교 생물책을 한번 대강 훑어보니 마치 인체 의학개론 책처럼 보였다. 어려워 보여서 배우고 싶을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어느날 딸아이는 농담처럼 말했다.
"내가 나중에 의학을 공부하면 아빠가 좋아하겠지?"
"물론이지. 먼저 서양의학을 공부하고 나중에 동양의학을 좀 더 공부하면 참 좋겠다."
"내가 정말 의학을 공부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줘야 돼!"
"뭐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생각해보자."


요가일래는 모형을 다 만든 후 부위별로 뼈이름을 붙였다. 숙제는 새벽 한 시에야 끝났다. 내 어린 시절엔 시험에 나올 수도 있는 뼈이름을 연습장에 반복으로 쓰면서 힘들게 외웠을 법하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이렇게 여러 시간 손뼈 마디마디를 직접 만들면서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히는구나!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까지도 낼 수 있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17. 08:23

또 한 주말이 지나갔다. 이번 주말 유럽 리투아니아 전역 날씨는 여기 현지인들 표현대로 "개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강풍이 불고, 해가 났다. 해가 쨍쨍해 밖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자 이내 눈이 쏟아졌다. 바람이 없어 산책가고자 하면 금방 강풍이 불어서 가로수가 휘청거렸다. 이런 날씨에 상책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주말 서양란 뒤 하얀 구름이 어느 순간 몰려와 하얀 눈을 뿌렸다

주말에 식구 셋이서 모두가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아무런 기척없이 여러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주말에 학교 숙제가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물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오래하면 부모의 조언이 따른다. 딸아이가 무엇을 하나 살펴보니 열심히 실로 팔찌를 짜고 있었다.

"지금 뭐하니?"
"언니 생일에 줄 팔찌 선물을 만들고 있어."
"안 어려워?"
"쉬워."
"어떻게 배웠니?"
"유튜브에서."


"허리 아플테니 쉬면서 해."
"언니 거 끝나면 엄마 거 만들고, 그리고 아빠 거도 하나 만들어줄게."
"그래? 수호신으로 모셔야겠네."
"이제 팔찌 사달라고 조르지 말고 이렇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당연하지."

* 실팔찌 모두가 직접 짠 것이다

이렇게 주말에 공부에 시달리지 않고 실로 팔찌를 짜면서 시간을 보내는 딸아이가 부럽다. 한편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인터넷이 없던 옛날 옛적에 베를 짜는 선조들의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5. 13. 06:33

며칠 전 초등학교 5년생인 딸아이의 수학 숙제 때문에 잠시 동안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학교에 일하러 집을 나서면서 아내가 부탁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당신이 요가일래의 수학 숙제을 도와줘."

'초등학교 수학 문제쯤이야 쉽게 알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빠, 이거 정말 어려워. 아빠가 도와줘."
"그래. 알았다."

소숫점 세 자리까지 나오는 나누기 문제였다. 보니까 한국에서 40년 전에 배운 수학과는 수식 표기와 푸는 방식이 다 달랐다. 특히 풀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한국어로 그 방식을 설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우선 한국은 곱하기를 x, 나누기를 ÷로 표기하는데 리투아니아는 곱하기를 ., 나누기를 :로 표기한다.

푸는 방식은 12 ÷ 4이면 한국은 4┌ 12로 뒤의 숫자가 앞으로 가고 앞의 숫자가 뒤로 가는 방식으로 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푼다. 리투아니아는 아래 사진에서 붉은색으로 네모칸을 표시한 것처럼 12 └ 4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푼다. 물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답은 마찬가지이지만, 리투아니아 학교에 다니므로 한국식보다는 리투아니아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좋겠다. 


소숫점 자리 수가 많아지자 딸아이가 정말 어려워했다. 아예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빠, 이것은 초등학교 5학년생이 풀 수 없는 문제야. 아빠도 힘들어 하잖아."
"그래. 엄마가 아빠보다 리투아니아어로 더 잘 설명해줄 거야. 그리고 정말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알려고 하다보면 머리가 더 아플 거야. 숙제를 다 못해 간다고 너무 불안하고 걱정하지마. 선생님에게 솔직히 말해 -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으니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이날따라 아내가 늦게까지 일하고 밤 10시경에 돌아왔다.

"수학 숙제는?"
"설명하기 어려워 당신을 기다렸지."
"뭐?!"

피곤한 아내는 불만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이 문제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라 믿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내의 언성은 높아지고, 딸아이의 눈물은 점점 진해졌다.

급기야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아내의 참을성은 한계에 도달했고, 불만과 질책은 쏟아졌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요가일래 수학 숙제 하나도 해결해주지 못 했어! 당신은 오늘 도대체 뭐했어?"

100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모르더라도 강요해서 딸에게 지식을 주입시키느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모르더라도 내일은 알 수도 있다. 스스로 해결 능력이 자연스럽게도 생길 수도 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을 윽박질러서 가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숙제를 다 하지 못해서 학교에 가면 해온 친구들과 비교가 된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것이 딸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신, 이제 그만해!!! 자, 숙제 다 못 해도 되니까, 요가일래 너는 자러 가라. 벌써 밤 11시다. 그리고 내일은 일체 컴퓨터도 할 수 없고, 텔레비전도 볼 수 없다. 오로지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라. 봤지? 네 숙제로 결국은 엄마와 아빠가 서로 얼굴 붉히게 되잖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네가 좀 잘 해라."
"정말 어려워. 학교 가기 싫어."
"내일 아침 되면 학교에 가고 싶을 거야. 숙제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잠을 자라. 세상에는 모르는 것도 있어야지. 모르니까 학교에 가는 것이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19. 07:22

우리 집 애완동물은 난쟁이 햄스터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딸아이의 숙제가 자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에 대한 글짓기였다. 딸아이는 열심히 글을 써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평소 애완동물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갖지 않고 있는 나에게 한마디했다.


"봐, 우리가  적어도 햄스터라도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없다면 딸아이가 어떻게 숙제를 잘 할 수 있겠어?!" 

딸아이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내가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거나 같이 놀아주면서 관심을 보일 때다. 어느날 주는 해바라기 씨를 잘도 받아먹기에 먹이통이 비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또 해바라기 씨를 넣어주었다.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받아먹지 않겠지라고 믿으면서 이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다음날 우리 한 구석이 엄청 높아져 있음을 발견했다. 햄스터는 먹이를 저장할 수 있는 볼주머니가 있고, 또한 둥지에 저장을 해둔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해바리 씨로 정말 두툼한 태산을 쌓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아빠가 햄스터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많이 주면 안 돼. 
 이제 아빠도 햄스터에 대해 공부를 좀 해!" 
"아빠가 많이 무식해서 미안해."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11. 22. 07:07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부모는 성적통지표를 기다린다. 자녀는 성적이 좋으면 기분 좋게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보여주는 것을 차일피일 미룰 수 있겠다. 때론 부모로부터 꾸지람을 모면하기 위해 성적표를 조작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성적통지표를 부모가 더 이상 기다릴 필요도 없고, 자녀가 조작할 수도 없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웹사이트가 있다. 지난 9월 5학년이 된 후부터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자주 한 웹사이트를 들어간다. 로그인할 때마다 아빠가 보지 못하도록 비밀번호를 엄밀히 친다.  

"뭐 보는 데?"
"오늘 숙제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려고?"
"어떻게?"
"여기에 들어가면 각 과목마다 숙제가 무엇인지 선생님이 적어놓았어."

어느날 아내가 말했다. 이 사이트는 선생과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학부모가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지를 담임선생이 확인할 수 있다. 

"자녀 학교생활 대한 부모의 관심도를 선생이 확인할 수 있으니 당신도 기회있는 대로 들어가봐." 

이렇게 아내는 자신의 이용자명과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이 사이트는 tamo.lt이다. 현재 이 사이트를 활용하는 학교는 490개, 선생은 약 3만명, 학생은 24만명, 학부모는 19만명이다. 학생수와 학부모수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 왼쪽에 이 사이트에 참가한 학교수, 선생수, 학생수, 학부모수 통계가 적혀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자녀의 학교 생활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새소식, 수업, 성적, 출석, 수업표, 숙제, 학생간 성적 비교 등이다.  

* 그날 그날 숙제가 적혀있다 

* 수업 결석수가 적혀있다

이 사이트에 부모나 학생으로 접속하면 오르지 해당 자녀와 관련된 정보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영어 성적란에는 자녀 이름만 뜨고 나머지 학생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다. 한편  학생들은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등을 서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소통 게시판도 있다.  

* 성적과는 순위에는 해당 자녀 이름만 나타나고, 나머지는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제 자녀는 숙제나 성적과 관련해서 거짓말이나 꾀를 낼 수가 없게 되었다. 자녀가 숙제가 하기 싫어 오늘 숙제가 없다고 우기면 바로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면 된다. 이 사이트 덕분에 딸아이는 집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이실직고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오늘 수학시험에 점수를 아주 적게 받았는데 화내지 마!" 

선생님이 일일이 학업내용, 숙제 등을 기재하느라 수고하지만, 인터넷과 이 사이트 덕분에 부모는 집에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참으로 수월한 세상이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10. 12. 06:28

"아빠, 내가 참 착하지?" 
"왜?"
"오늘 학교 갔다와서 텔레비전도 안 보고 컴퓨터도 안하고 계속 공부했잖아."
"그래. 네가 공부 많이 하면 아빠가 정말 기쁘다."
"나도 기뻐지."

한국으로 치면 딸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리투아니아는 중학교 1학년생이다. 초등학교 시절과 가장 달라진 것은 숙제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창의적인 숙제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일전에는 있었던 자연과목 숙제는 지렁이 잡기였다. 친구들과 모여서 지렁이가 살만한 곳을 찾아서 흙과 함께 지렁이 4마리를 잡아왔다. 


최근 미술 숙제는 각기 다른 모습을 한 15명의 사람을 그리는 것이었다.


"아빠, 오늘 리투아니아어 숙제가 뭔지 알아?"
"내가 어떻게 알겠니?"
"자기가 읽은 동화를 친구들 앞에서 소개하는 거야. 그런데 난 한국 동화를 소개하려고 해."
"정말?"
"정말이지. 한국 동화 아주 재미있어. 아빠, 흥부와 놀부, 아니면 해와 달이 된 오빠와 동생, 아니면 까치의 보은을 할까?"
"네가 선택해야지."
"흥부와 놀부는 너무 길다. 까치의 보은이 좋겠다."

*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한국 전래 동화

덤으로 일전에 딸아이가 전해준 소식이다.

"아빠, 오늘 음악 시간에 우리 반 모두가 강남스타일 춤을 췄다."
"어떻게?"
"음악 선생님이 왔는데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강남 스타일을 틀어달라고 소리쳤지."
"강남 스타일 때문에 너도 기분 좋아겠다."
"물론이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동화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려는 것을 보니 딸아이가 다문화 가정 아이로 밝게 자라고 있는 듯해 안심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2.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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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지난해 12월 학교 국어 과제물로 그림을 곁들인 이야기 쓰기를 받았다. 한동안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몇번이고 반복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스럽게 쓴 작은 이야기 책을 학교에 제출했다. 최근 받아온 이 소책자를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글쓰기 숙제가 마음에 들었다.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어로 쓴 이야기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어린 주자나(Zuzana)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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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옛날에 작은 개미 주자나가 살았다. 그는 아주 아주 음악을 좋아했다. 주자나는 거의 매일 아이팟(이는 작은 컴퓨터)으로 노래를 들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waka, waka", "oki doki", "rock that bod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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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자 동급생들은 주자나를 조롱했다. 그녀를  공부꼴찌라 불렀다. 그들은 "야, 너 두다나, 너는 확실히 확실히 음악가로 성공할 수 없어. 하하하!"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주자나는 "너희들이 들으면, 얼마나 잘 기타와 함께 내가 노래를 부르는지 이해할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주자나는 기타를 치려고 했지만, 로레타 선생님이 그녀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여기 문자쪽지 내용이다. "안녕, 주자나, 내일 학교에서 14시 50분에 음악 경연이 열린다. 너가 경연에서 연주하길 기쁘게 부탁해."

(두다나: 왜 주자나가 두다나라고 잘못 썼니라고 묻자 딸아이는 동급생들은 놀리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지 않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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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나는 이 소식을 듣고 그렇게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세계 재주꾼 대회에서 연주하듯이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 경연에 갈 시간이 왔다. 프로그램에는 12명의 참가자 중 그녀가 제일 마지막에 연주할 것이라고 써여져 있었다. 그녀의 작품은 "난 할 수 있어"였다. 주자나가 무대에 올라가자 적의적인 여자 동급생들은 야유하는 소리와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주자나가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자, 모두가 한 순간에 조용해졌고 입을 떡 벌리고 끝까지 들었다. 경연 우승자가 주자나라고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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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나는 아주 기뻤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 여자 동급생들이 그녀와 함께 갔다. 어린 주자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예의바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예의바르고 싶다면, 항상 예의발라야 한다.

* 관련글: 8살 딸, 숙제로 직접 만든 공룡 이야기 책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2. 7. 02:29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글에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의 숙제 이야기를 했다. 2010년 5월초부터 시작한 숙제가 드디어 5월 12일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했다. 그 동안 틈틈히 이야기와 함께 공룡 그림을 붙이고 또 배경 그림을 그렸다. 집안에 탁자가 여기 저기에 있는데도 요가일래는 누워서 숙제하는 것을 좋아한다. 꼭 한국에서 어렸을 때 아빠가 했던 것처럼...... 여러 차례 책상을 이용할 것을 권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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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저녁 늦게야 이야기책을 직접 만드는 것을 완성했다. 내용은 육식공룡인 레리스가 초식을 한다고 동료들이 놀려대지만, 두 친구는 레리스를 위로한다. 그리고 모두가 다 같이 친구가 되자라고 한다. 읽어보니 논리적 전개가 너무 엉성하다. 하지만 육식공룡이더라도 초식한다고 놀려대거나 따돌리지 말고 모두 친구가 되자라는 뜻은 참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8살)가 완성한 작은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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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슬픈 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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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레리스라 불리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았다. 레리스는 아주 이상한 육식동물이다. 그가 풀을 먹기 때문에 이상하다. 모두가 그를 놀려댔기 때문에 그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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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의 친구 게리스와 가리스는 그를 위로했다. 그런 공룡들이 있는데 너의 친구들이 풀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놀려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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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라고, 확실히 그럴 수 없어. 확실히 있어, 있고 말고, 있단 말이야. 공룡은 고개를 들고 나갔다. 레리스야, 괜찮아, 고마워. 레리스는 공룡을 붙잡고 음식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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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스와 가리스가 가고 또 갔고, 말썽꾸러기 다리스를 보았고, 그에게로 달려갔다. 다리스야, 다리스야, 기다려! 그들은 달려가 멈췄고 빨리 말했다. "만약 이상한 공룡을 본다면, 우리와 함께 친구가 되어야 해." 그리고 가던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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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내 친구 주리스가 고기를 먹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정말 그는 초식동물이야! 그래, 이젠 게리스, 가리스, 그리고 레리스와도 친구로 지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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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우리는 친구할 거야. 만세, 만세, 만세!

* 관련글: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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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5. 7. 07:45

며칠 전부터 요가일래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틈틈이 공룡 그림을 오려붙이고 색칠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꾸며나가고 있다.

"너 왜 그렇게 하는데?"
"숙제야."
"숙제가 뭔데?"
"공룡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거야."
"어떤 이야기인데?"
"자기가 지어야 돼. 그리고 공룡이름도 자기가 지어야 돼."
"어렵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요가일래가 어렸을 때 공룡 이야기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이 본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10쪽을 만들어 공룡 그림을 붙이고 옆 장에는 관련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꾸민 이야기 책을 학급 반아이들 앞에서 읽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고 한다.

요가일래가 지어가고 있는 책 제목은 "Liudnas Leris"(슬픈 레리스)이다. 육식공룡 레리스는 육식을 하지 않고 초식을 하자 친구 공룡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완성된 후에 알려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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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쓴 것을 읽어봐. 그리고 고쳐줘!"
"야, 이건 사실과 다르잖아."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상상대로 하는 거야."

최종적으로 요가일래가 어떤 이야기로 어떤 책을 만들어낼 지 벌써 궁금해진다. 비록 쪽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초등학교 2학년생들에게 이런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키우는 숙제를 내주는 학교 선생님이 대단해 보인다.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도 이런 숙제를 받을까? 아래 사진은 숙제에 몰두하고 있는 요가일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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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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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0. 21. 08:07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의 숙제나 과제를 보면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가족이 합심해서 하는 것도 종종 있다. 어제 한 과제물이 후자의 경우이다. 일년 농사 수확물이나 가을 상징물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무엇을 만들까 여러 날을 고민했다. 여러 생각 끝에 딸아이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수박, 아빠가 좋아하는 애호박, 엄마가 즐겨먹는 감자 등을 이용해 거북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서 어젯밤 세 식구가 모여 함께 거북이를 만들어보았다. 과정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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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은 아니였지만, 가족이 다 함께 만든 (약간) 거북이를 닮은 작품을 보고 흐뭇해 한 요가일래에게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주었다.

* 관련글: 그림으로 그린 7살 딸아이의 하루 일과
* 최근글: 아내의 제자들이 방문해 전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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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0. 20. 08:09

이제 한 달 후에 만 8살이 될 딸아이에게 지금 몇 살이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7살이라고 답한다. 리투아니아에는 무조건 생일을 기점으로 나이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요가일래의 어제 숙제는 그림으로 하루 일과를 그리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저학년에도 숙제가 있다. 보통 숙제는 한 두 개 정도이고, 집중해서 하면 금방 끝낼 수 있는 것들이다. 거의 주말에는 숙제가 없다. 마음 놓고 주말을 보내라는 뜻인 것 같다.

어제 숙제는 생각과 그림 솜씨가 조금 필요한 것이었다. 하루 일과를 세분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색칠까지 칠해야 했다. 먼저 초안 그림을 그려놓고 최종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 솜씨가 제법인 듯하다. 요가일래가 숙제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시간별 일과는 아래 그림에서 나타나 있으므로 설명하지 않음을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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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이 그림으로 표현한 하루 일과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숙제가 끝난다.

* 관련글: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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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