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12.21 08:11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은 만 13살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다. 그는 늘 손목에 다양한 무늬를 하고 있다. 지난 주 수업 내용이 취미였다.

"취미가 뭐예요?"
"그리기이에요."
"받침이 없을 때에는 '-이에요'가 아니라 '-예요'입니다."
"아~~~"
"취미가 그리기라서 손에 그림이?!"
"아, 이거요... 수업이 지루해 할 일이 없을 때 이렇게 그려요."
"선생님이 보면 뭐라고 하지 않아요?"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
"한국어에서는 이럴 때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가 아니라 '예, 뭐라고 하지 않아요'입니다."


학창시절 지루할 때 책에 참 낙서를 많이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학년을 마치면 책을 돌려주어야 하기 책에 낙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수업에 흥미가 없을 때 손이나 손목, 팔 등에 낙서를 한다.

며칠 전 비슷한 또래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손뿐만 아니라 양팔에도 그려져 있었다.


"오늘 수업 정말 재미 없는가봐?"
"맞아."

그리고 보니 다행히 1시간 반이나 지속되는 한국어 수업에 아직 이렇게 그리는 이를 본 적이 없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10.24 10:34

이번 학기에도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최근 한국어 수업 시간에 "지다"를 가르쳤다- 좋아지다; 많다 -  많아지다; 싸다 - 싸지다... 

"식구 많아졌어요"라는 문장이 있었다.    

"식구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그런데 "식구"라는 단어에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모두 키득키득 웃음으로 답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어 "식구"라는 발음에 해당하는 리투아니아어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단어는 무슨 뜻일까?

식구 šiku라는 뜻은 "똥을 누다"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웃을 수 밖에.

"식구 많아졌어요"라는 한국어 문장이 "똥이 많어졌어요"라는 소리를 들렸기 때문이다,


축제라는 말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축제는 Čiukčiai(축치인)을 뜻하는 츅체이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눈이 좁쌀처럼 생긴 아시아인들을 경멸해서 말하는 말 중 하나가 "츅체이"이다. 



사(4)과

사과(과일)

사과(잘못을 사과)도 동일하게 써지만 각기 뜻이 달라서 주목을 끌었다, 

 


행복

한복

항복도

비슷한 발음이라 학생들이 힘들어한다.



물고기

생선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고기 등에서 보듯이 고기는 죽은 것인데 왜 물고기는 산 것을 말하나?!



한국어 문장 중 "간장 공장......"을 알려주었더니 배꼽을 잡고 웃어대었다.



리투아니아어에 이와 유사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개리 비라이 개로이 기료이 개라 기라 게레: 좋은 남자들이 좋은 숲 속에서 좋은 기라(맥콜)을 마신다


이렇게 한국어를 가르치다보면 뜻하지 않게 수업 시간에 웃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9.12 05:30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만 7년이 되었다. 이 블로그의 한 부류를 차지하는 아버지와 딸아이 이야기의 주인공 요가일래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언제 다 자라나? 휴~"하던 시절이 훌쩍 가버렸다. 이제는 "벌써~ 소녀가 되었네!. 사춘기를 잘 넘겨야할텐데"라는 때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는 시간이 빨리 가면 참 좋겠다라고 바랬는데 지나고 나니 세월은 역시 빨랐다. 이제 6년을 더 학교 다닌 후 고등학교를 마치고 언니처럼 외국에 공부하러 가면 함께 지낼 시간도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지난 여름 종종 큰소리로 대꾸하기에 한번 나무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이유없이 대꾸하면 안 되잖아!"
"나도 알아. 선생님이 우리가 그런 나이에 있다고 해서."
"그래도 아빠가 늘 마음이 예뻐야 된다고 네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쳤는데 이런 때 그 덕을 좀 보자."
"나도 알아. 아마 이런 날이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거야."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었다.

9월 1일 요가일래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먼저 유럽 리투아니아의 중학교 수업시간표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1주일 수업시간은 총 31시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1주일 수업시간이 22시간이다. 6년 후 11시간이 더 추가되었다. 가장 수업시간(5시간)이 많은 과목은 국어인 리투아니아어다. 이어서 영어와 수학이 각각 4시간이다. 역사, 생물, 지리, 러시아어, 체육, 작업이 각각 두 시간이다. 물리, 미술, 음악, 신앙, 정보기술, 학급시간이 각각 1시간이다. 역시 여기도 국영수가 최우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담임선생님과 조회는 매일 열리지 않고 월요일 딱 1시간이다.


그렇다면 중학생이 된 딸아이의 생활에서 확~ 변한 것은 무엇일까?
9월 1일 개학한 날 밤 다음날 학교에 가기 위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딸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 부모님이 일어나야 돼?" (즉 일어나서 깨우고 아침밥을 챙겨줘야 돼나?)  
"아니.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어. 내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까 그냥 부모님은 계속 자세요. 내가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서 먹고 학교에 갈거야."
"정말 그래도 돼?"
"정말이야. 이제부턴 내가 한다. 나도 이제 스스로 해야 할 나이잖아."
"그래. 그 결심을 존중한다."

그 후 며칠 동안 정말 딸아이는 스스로 잘 했다. 어느 날 아침 9시경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면서 '오늘도 학교에 잘 가겠지'하고 속으로 딸아이를 칭찬했다. 한참 후 일어나 세수하고 거실로 가는데 딸아이의 방문에 닫혀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열어보았더니 딸아이가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보다 학교에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에 자명종 시계를 6시 반에 맞추어놓았다. 일어났지만 3개월 여름방학에 여전히 익숙해져 있는 몸을 쉽게 일으켜세울 수가 없었다. 

침실에 있는 아내에게 살짝 와서 상황을 설명하면서 야단을 치지 말자고 했다. 이번을 계기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스스로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후 요가일래는 휴대폰 자명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으로 맞춰놓았다.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이렇게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오후에 음악학교로 출근하는 아내는 보통 늦게 잔다. 거의 집에서 일하는 나도 늦게 잔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모 중 누가 먼저 일어나야 했다. 

"당신이 내일 일찍 일어나 딸아이 등교를 도와줘!"라고 서로에게 미루지 않게 되었다. 

이제 곧 만 13살이 되는 딸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부모 도움없이 등교를 하게 되었다. 이런 자립심이 지속되어 만 18세 성인이 되면 정말 스스로 세상살기에 익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05.22 09:57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중 중학교 3한년생이 한 명 있다. 이 학생은 프랑스어가 특화된 학교에 다닌다. 즉 프랑스어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제1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궁금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물어보았다.

"제1 외국어 프랑스어와 제2 외국어 영어 중 어느 언어를 더 잘하나?"
"물론 영어다."
"왜?"
"영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데 프랑스어는 머리 속에서 일단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유럽에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은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 등이 다민족이 살고있어 다언어권이다. 길거리 거지도 3-4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곳이다. 

복잡한 리투아니아어에 비해 영어가 훨씬 쉽다고 다들 말한다. 물론 언어가 쉽다고 해서 그 언어를 누구나 다 쉽게 습득할 수는 없다. 언어 교육이나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딸아이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을 이번 5월말에 마친다. 어제 딸아이의 영어 시험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시험은 이렇다.
1. 학생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2. 주제를 준다. 준비를 위해 며칠 시간을 준다.
3. 두 명이 협력해서 영어로 내용을 작성한다.
4. 이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한다.
5.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영어 문법을 설명한다.

딸아이가 받은 주제는 "단순현재와 현재진행 시제"이다.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했다. 아래는 딸아이와 친구가 협력해서 작성한 문서이다.


딸아이의 영어 시험 결과가 휴대전화 문자 쪽지로 들어왔다. 10점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즉각 축하 쪽지를 보냈다.  


아, 문법이나 단어만 달달 외워서 영어 시험 쳤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영어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험이라면 장차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03.0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22 06:31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가 일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한국어 강좌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13세부터 30살까지 10명이 배우고 있다. 

읽고 쓰기는 얼핏보면 쉬운 듯하지만 수업 진도가 나갈 수록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 중 여러 명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점 향상되고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이었다. 내용은 "~ 같아요"이다. 


"우리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 양 같아요"라고 읽고 있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었다. 선생님이 양처럼 착하다고 하는데 왜 웃을까? 

이것이 바로 언어에 담겨져 있는 문화 차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에게 양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과는 다르다. 우리는 양이 순함과 착함의 대명사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좋은 예가 용이다. 동양에서 용은 인간을 보실피는 수호신이지만, 서양에서 용은 쳐녀를 요구하는 괴물이다. 

우리는 양을 순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고집스럽고, 어리석고 아둔한 것이 바로 양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양은 이와는 다르다. 어린 양은 순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제 여자 친구는 아주 착하고 얼굴도 예뻐요. 천사 같아요"에 이들은 또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에는 또 왜 일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천사가 남성형 명사이다. 네 명의 대천사를 모두 남성형 이름으로 표기한다. 가브리엘류스(가브리엘),  미콜라스(미카엘), 라파엘리스(라파엘), 우리엘리스(우리엘)이다. 즉 "여자인 내가 어떻게 (남자) 천사처럼 생겼나?"라고 반문하면서 이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 리투아니아 사람이 눈으로 만든 천사상. 착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 언어의 이런 문화적 차이를 모르고 "당신은 양 같아요"라고 서양인에게 했다가는 본의 아니게 오해를 넘어서 욕을 한 꼴이 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특히 비유법(직유, 은유 등)을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11.01 07:39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 초급강좌를 듣는 수강생이 10명이다. 한국어 첫 수업에는 동기부여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라고 살짝 운을 뗀다. 즉 쓰기와 읽기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히 쉽다는 것에 학생들은 다 동의한다. 

하지만 수업일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가 쉽다"라는 명제는 촛점을 차차 잃어간다. '합니다'는 '해요'로 변화하고 갑니다는 '가요'로 변화한다. '생일'과 '생신', '은/는'과 '께서는', '에게'와 '께', '나이'와 '연세', '주다'와 '드리다' 등 높임말도 다양하다. 

학생들 입에서는 절로 한숨 소리가 난다. 어제는 동사와 명사의 높임말에 대해 강의했다. 자다-주무시다, 있다-계시다, 죽다-돌아가시다, 주다-드리다. 바로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저기저기 웃음꽃이 갑자기 피어났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해서 웃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리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학생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웃음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왜 웃니? 드리다가 뭐 이상해?" 

이 질문에 학생들이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러세요?"
"드리다가 꼭 diarrhea(다이어이어)로 들려요."
"뭐 diarrhea가 뭐지?"

드리다가 얼마나 심각한 단어인지 학생들이 리투아니아어로 설명하지 않고 영어로 설명할까? 궁금증이 더해 갔다. 즉각 인터넷에 접속해서 구글번역기에서 diarrhea를 쳐보니 viduriavimas(비두랴비마스)라는 답을 얻었다. 이는 설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드리다가 설사?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트리다'(tryda)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발음하는 d가 t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대석이라고 발음하지만, 이들은 태석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tryda는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속어이다. 


버젓한 한국어 수업 시간에 '드(트)리다(설사)'가 나왔으니 웃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드리다가 주다의 높임말이다. "어른에게 진지를 드리다"가 이들에게는 "어들에게 진지를 설사"로 들렸으니 말이다.

언어를 접하다보면 이런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A언어에서는 대스럽지 않지만, B언어에서는 유사한 발음 등으로 인해 이상한 뜻이 되는 경우이다. 에스페란토 farti 단어는 (잘) 지내다라는 뜻의 동사이지만, 영어 단어 fart는 방귀뀌다이다.  

한편 리투아니아어에 익숙한 딸아이는 지금도 종종 '그것은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다. 리투아니아어로 그것과 그 분, 그 사람은 모두 다 똑 같은 표현 'tas'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제 수업에서 배운 '드리다'는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한국어 단어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10.05 07:09

가리 대학생의 이색 시위가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목요일 한 대학교의 학생들은 속옷만 입고 강의실에 들어왔다. 이는 대학교 총장이 지정한 새로운 드레스 코드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언론 보도(출처 1, 2)에 따르면 이들은 헝가리 남서부 지방에 있는 커포슈바르(Kaposvár) 대학교 학생들이다. 수요일 대학교 총장이 학생들에게 "강의와 시럼에 의무적으로 남학생들은 어두운 색 계통의 양복과 구두를 해야 하고, 여학생들은 재킷과 블라우스와 바지 또는 긴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통지했다.

그는 "10월 1일부터 대학교 내에서는 미니스커트, 반바지, 해변슬리퍼, 짙은 화장, 부적합한 패션 악세사리, 단정치 못한 손톱이나 머리카락은 설 자리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가벼운 옷차림은 단지 여름철 더운 날에만 허용된다고 했다. 

총장의 고전적인 복장 강요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대학생들은 이날 속옷만 입기로 시위했다. 


"우리는 옷을 제대로 입었지만, 강의실이 너무나 더워서 허용되는 옷만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 학생이 재치있게 말했다. 이들 대학생들은 10월 7일 월요일에는 해변슬리퍼, 비치타월을 가져지고 강의실에 올 계획이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곳 대학생을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있다. 도에 지나친 옷이나 화장을 하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커포슈바르대학교에서는 정도에 벗어난 경우가 너무 많아서 대학교측이 이런 드레스 코드를 결정한 것은 아닐까...... 

대학교 총장과 학생들 사이의 복장 갈등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궁금하다. 30여년 전 까까머리와 교복을 입고 다니던 중고등학교 생활이 떠오른다. 

고전적인 복장 착용을 강제하는 헝가리 커포슈바르대학교의 속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대학교는 대학생 스스로가 학생 품위에 어울리는 복장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10.01 06:00

리투아니아인 아내 쪽으로 친척이 한 명 있다. 리투아니아 여자인데 이집트 남자와 결혼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할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은 지금 3살된 아주 예쁜 딸을 두고 있다.

생김으로는 리투아니아인보다 이집트인에 더 가깝다. 아이가 점점 자라감에 따라 특히 외할머니의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고, 이해할 만하다. 

리투아니아는 다민족 사회이다. 특히 60여만명 인구 빌뉴스는 리투아니아인이 57.8%이다. 하지만 서유럽 도시에 비해 다른 인종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면 생김새 때문에 귀여운 손녀가 겪을 마음 고생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것이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외할머니는 이들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떠나 영국 런던 등지에서 손녀를 키우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런던에도 차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리투아니아에서처럼 군계일학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듣고, 함께 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에게 물어보았다. 

"네 학교에서 아빠가 유럽인이 아니라고 학생들이 뭐라고 안 해? 너를 놀린다거나 따돌린다거나"
"아니. 그런 것이 없어."
"그래도 뭐랄까 너를 다르게 본다거나"
"아, 1학년부터 쭉 같이 다닌 학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런데 전학온 학생들이 종종 뭐라고 해."
"뭐라고?"
"나를 중국애라고 부른다거나, 눈이 좁은 아이라든가."
"그러면 너는 어떻게 반응하는데?"
"간단해. '안녕!'이라고 말하고 그냥 내 일을 계속해."
"마음이 좀 이상하거나 아프지 않아?"
"전혀. 안 그래." 

학교에서 밝게 생활하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며칠 전 딸아이가 학급에서 하는 재미난 놀이를 소개했다. 점점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고, 30명인 학급 내에서 친한 친구들끼리만 어울리게 되는 때이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이 놀이를 생각해냈다.

매주 한 번씩 각자가 다른 학급생 1명의 이름을 쓴 쪽지를 바구니에 넣는다.
매주 이름은 달라야 한다.
쪽지를 꺼낸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름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일주일 동안 쪽지의 학생에게 아무도 심지어 그 학생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관심을 가져준다거나, 칭찬을 한다거나, 학업을 도와준다거나 과자를 준다거나......

매주 돌아가니 그 동안 서먹했던 학급생과도 서로 좀 더 알게 된다. 이 방법을 학생들이 잘 활용한다면 학급 내 따돌림은 없거나 줄어들 듯하다.

딸아이는 잠자기 전에 책가방에 한국에서 보내준 사탕을 12개 넣었다. 쪽지에 적힌 학생에게도 주고, 또 그 친구에게만 주면 눈치채니까 다른 학생들에게도 주려고 12개나 챙겼다. 


"비싼 항공료 주고 한국에서 보내온 사탕인데 너무 많이 가져 간다. 조금만?"
"괜찮아. 있을 때 주는 거야."
"그래, 모두와 즐겁게 지내라. 그래야 학교 가는 재미가 있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5.02 07:06

이번 학기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초급 강좌에 돋보이는 여대생이 있었다. 이름은 유스티나이다. 수업은 총 20번(매번 90분)이었는데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대부분 수강생들처럼 K-Pop이다. 전공은 물리치료이다. 

함께 한국어 수업을 듣는 친구가 있는데 이 학생은 에밀리야로 미용(헤어디자이너)이 전공이다. 둘은 절친한 친구이다. 유스티나는 그의 헤어 스타일 모델이기도 하다. 


일전에 우리 집에서 한국어 수업 종강[관련글: 직접 요리한 닭도리탕으로 한국어 수업 종강]을 했는데 둘 다 참석했다. 이들이 가고 난 뒤 아내와 딸아이는 일제히 감탄했다고 말했다.

"아빠, 저 언니 머리 모양(헤어스타일, hairstyle)이 정말 멋있어!"
"그래? 아빠는 잘 못 봤는데. 역시 여자는 여자를 잘 봐."


검은 머리에 노란 네모가 있는 것은 얼핏 보았다. 강의는 일단 끝났지만, 페이스북 계정을 서로 알려주면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니 바로 이날 한 머리 모양 사진이 있었다. 즉각 쪽지로 질문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facebook.com]


"머리 스타일이 참 멋진 데 누가 했나?"
"친구 에밀리야가."
"스타일 이름은?"
"야밤의 도시."
"왜?"
"검은색은 밤을 뜻하고, 금색 네모는 아파트를 뜻한다."
"우와~~~"


이렇게 독창적인 머리 스타일을 하고 수업에 나타난 유스티나,
진작 알아봤더라면 칭찬부터 하고 수업을 시작했을텐데......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05.01 05:12

4월 29일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초급 수업 종강이었다. 직접 수업에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마지막 수업인데, 수업 장소를 어디로 할까요? 우리 집은 어때요?"
"우와~~~ 그렇게 해요!!!"
"그럼,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끝까지 남은 학생이 다섯 명이다. 음식에 관해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월요일은 아내가 늦게까지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요리는 내가 다 해야 했다.

"학생들에게 삼겹살 먹자고 했는데."
"당신은 고기 자르기를 정말 싫어하잖아. 손님을 거실에 두고 부엌에서 혼자 고기는 굽는 일은 좋지 않아."
"그럼, 뭐 할까?"
"닭도리탕은 어때?"
"직접 요리해본 적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서 한번 해봐야지."

참고로 닭도리탕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도리가 국어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닭볶음탕으로 고쳐 부르길 권하고 있다. 한편 한국어에도 도리가 있다. 토막, 부분, 베어나다, 도려내다의 뜻이다. 즉 닭을 도리내서 만든 탕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이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외국어간에는 이처럼 발음이 같거나 유사한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서로 엉뚱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아내 이름은 비다(Vida)이다. 써진 언어로 보면 한국 사람들에겐 "(머리가 텅) 비다", 또는 "(잘못해) 비다"가 될 수 있고, 스페인 사람에겐 "생명"이 될 수 있다.    

각설하고, 햄버거 등 단어는 순화해서 사용하자는 말은 없고, 한국어에서도 그 뜻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닭도리탕은 순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월요일은 왔다. 슈퍼마겟에서 부위별로 토막난 닭고기를 사왔다. 닭밑간은 아내가 해놓고 출근했다. 감자, 양파, 당근을 크게 썰었다.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을 만들었다. 수업 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해놓았다.


종강이지만, 끝까지 1시간 반 수업시간을 채웠다. 요리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가 4명을 더 데리고 왔다. 곧 있을 공연 준비 때문이었다. 거실은 북쩍북쩍거렸다. 모처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요리한 닭도리탕을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부족한 듯했다. 술은 입에 대지 않으려고 했으나, 학생들 분위기에 소주 6잔을 마셨다. 학생들에게 그 동안 노고에 답하기 위해 뜻하지 않게 식후 특별 공연도 마련했다. 실은 공연 연습인데 종강 기념 초청 공연처럼 되어 버렸다.  

"선생님, 진작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감사합니다."

다음 학기 강좌에는 초기, 중기, 하기로 나눠 학생들을 집으로 초청해 한국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으면서 수업하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03.23 08:31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수학 문제를 소개한다. 먼저 컴퓨터 계산기와 답이 다른 수학 문제이다. 암산하기 싫어 계산기로 두드린다. 정확한 기계가 정확하게 계산한 것이라고 우겨지만 실상은 아니다. 곱하기와 나누기가 더하기와 빼기보다 먼저 계산해야 한다.


이 보다 훨씬 더 난해한 문제이다. 6÷2(1+2)이다.   


괄호 안의 수식은 어떤 경우에서든지 우선순위가 제일 높다.

6÷2(3)이다. 

곱하기와 나누기가 있으면 순서대로 하면 된다. 
이 경우 답은 9이다.
그런데 2(3)을 먼저 계산하면 답은 1이다.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수학 문제가 아니라 바로 채점이다. 
질문: 곱하기로 각 종류의 꽃이 송이인 지를 계산하십시오


답은 맞지만 방법이 틀린다고 선생님이 줄을 긋고 학생의 답을 고쳤다.

5 X 3 = 15
3 X 5 = 15과 다르다고 정말 줄을 긋어 고쳐야 할 문제일까...... 수학에 대한 학생의 의욕을 잃게 하기에 딱 좋은 채점이다. 

물론 해석 방법이 다르지만 답은 똑 같다.
세 묶음에 각각 꽃 다섯 송이가 있다.
꽃 다섯 송이가 있는 묶음이 세 개 있다.  

내가 수학 선생님이라면 줄을 긋는 대신 동그라미를 쳤을 것이다. 모든 학생이 수학 선생님 방식대로 답을 했고, 이 아이만 이렇게 했다면 새로운 접근으로 인해 오히려 가산점까지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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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03.07 08:55

폴란드에 살았을 때 지인 한 분이 폴란드 사람이 아니였다. 대학에 유학와서 눌러앉아 수십년을 살았다. 주변 폴란드 사람들은 외국인인 이 분이 폴란드어를 자기들보다 훨씬 더 잘 한다고 칭찬했다. 이처럼 외국인이 현지인의 모국어를 더 잘 하는 경우도 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격증은 갖추지 못했다. 모국어가 한국어이고, 대학원 졸업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채용이 되었다. 그렇다고 외국어 언어학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은 아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국제어 에스페란토 석사 학위을 받았고, 여러 나라에서 에스페란토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읽고 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라고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가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외국어가 어디 있을까..... 한국어와 리투아니아어에서 비슷한 요소를 찾아서 가르칠 때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예를 들면
서울(e), 부산(e)
에는 장소격 조사이다. 
리투아니아어에도 e가 장소격 조사다. 
Kaunas -> Kaune, Palanga -> Palangoje, Jurbarkas -> Jurbarke 

며칠 전 수업 시간에 주격조사 이(받침 유)/가(받침 무)를 가르쳤다. 그런데 한 학생이 질문했다. 이 학생은 주격조사 이/가 외에 '나는 학생이다'에서처럼  주어로 사용되는 보조사 는/은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학생이다"와 "나는 학생이다"는 리투아니아로 동일하게 "Aš esu studentas"로 번역된다.

"한국어는 아주 어려워요. -는 언제, -가는 언제 사용하나요?"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한국어를 반세기 동안 사용하고 있지만, 한번도 은과 가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상황에 따라 저절로 나오는 대로 하기 말한다.

"정말 좋고 재미난 질문입니다. 한번 예를 들어서 분석해봅시다."


여러 문장을 칠판에 써보았다. 뭐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했다. "개는 옵니다"라는 표현에서는 다른 대상, 즉 고양이와 대조하는 경우이고, "개가 옵니다"라는 표현에서는 오다라는 행위의 주체가 '개'라는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보다 더 확실한 지식을 습득했다. 짧게 정리하면, '이/가'는 주격조사로 동사 행위의 주체를 나타낸다. '은/는'는 보조사로 보통 대조에 많이 사용된다. 주어와 같은 종류의 다른 대상을 염두에 두고 그 가운데 어느 특정한 하나의 대상을 언급한다. 또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에서처럼 어떤 대상에 대해 설명할 때 쓰인다. 

아, 이래서 "가르침이 배움이다"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이래서 어느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현지인보다 그 언어를 더 잘 알 수 있다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어제 한국어 수업은 "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한 학생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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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09.30 06:01

아내는 음악학교 피아노 교사 경력 20년째이다. 어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얼굴이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었어?"
"한 학부모로부터 불평(?)하는 전화를 받았어. 교사생활 20년만에 이런 전화 처음이야." 

이 학부모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9월부터 학년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다섯 번째 수업에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수업시간은 45분이다. 3년 전부터 리투아니아 정부는 재정지출 억제책의 하나로 교사 월급을 삭감했다. 수업시간수 줄이기로 월급을 내렸다. 즉 2시간 수업을 1시간으로 줄었다.

수업일수를 줄인 선생님도 있고 수업시간을 줄인 선생님도 있다. 아내는 후자를 선택했다. 일주일 두 시간 수업(45분 + 45분)이 이틀로 나누던 것을 한 시간(45분)으로 하루에 하지 않고, 시간을 45분에 25분으로 단축해서 이틀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합치면 5분을 더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정으로 주일의 첫 수업에 오지 못하면 다음 수업에 25분이 아니라 45분을 가르쳐 줄 수 있다.  

▲ 딸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아내
 

이날 피아노 수업이 25분이었다. 그런데 수업 중 다른 학생의 학부모가 전화를 했다. 아내는 학부모와 수업일정에 대해 상의했다. 수업 중 다른 동료 교사 방문처럼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한 5분 통화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그 학생을 보낸 후 다른 학생을 맞아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집으로 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그렇게 수업에 소홀하시면 어떻게 해요? 수업료를 내었는데 말입니다."

아내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내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제가 지금 수업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듯이 다른 부모도 용건이 있어 그렇게 전화할 수도 있고, 내용에 따라 좀 더 길게 통화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연주 발표회가 열기 전에는 여러 시간을 더 과외로 (무료로) 가르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요?"......

소심한 아내는 어제 저녁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당신은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놓아야 하겠네."
"당신이나 딸, 혹은 다른 학부모가 급하게 전화할 수도 있잖아."
"아뭏든 이번 학부모 지적으로 마음 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맥주 한 잔 어때?"
"좋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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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09.08 07:52

9월 1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일반학교와 음악학교 4학년생이 되었다. 음악학교에는 처음으로 음악사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날 첫 수업에 갔다온 온 요가일래는 음악사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아주 좋아했다. 수업 중 선생님과의 질의응답을 전했다.

"우리가 음악사 시간에 무엇을 배울까요?"라고 선생님이 물었다.
"작곡가들에 대해서 배우겠죠"라고 한 학생이 답했다.

"최초의 악기는 무엇일까요?"라고 선생님이 또 물었다.
"물론 북이죠."라고 한 학생이 자신있게 손을 들고 대답했다.
"북도 오래되었지만, 그 북보다 더 먼저 있었던 것이 있지요. 대답할 사람 없어요?"

교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렸다. 요가일래가 손을 들었다.

"제 생각에는 목소리(성대)입니다."
"맞아요. 역시 가수 요가일래는 뭐든지 다 알아요."라며 선생님은 칭찬했다.

음악사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 바로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생님의 칭찬 여부가 학생들의 호불감에 큰 영향력을 끼침을 쉽게 알 수 있다. 딸아이가 지루해할 것 같은 음악사의 첫 수업에 좋은 인상을 받아서 다행스럽다.

* 4학년 개학일에도 여전히 학부모가 자녀를 동반한다.
  
어제 일반학교 4학년 다음 선생님으로부터 이번 학년 시간표를 받았다.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4학년의 시간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초등학교 4학년 수업시간표
 
먼저 주 5일 수업에 총 수업시간은 24시간이다. 각 과목의 수업시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리투아니아어 7시간
수학             4시간
영어             3시간
세계 알기      2시간
음악             2시간 
체육             2시간
미술, 기술     2시간
윤리, 종교     1시간
무용             1시간

초등학교 4학년인데 여전히 국어인 리투아니아어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그 다음은 수학이다. 영어와 불어 중 선택한 외국어 수업이 3시간이다. 국어 수업이 두 시간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돋보인다. 한국의 초등학교 4학년의 국어와 수학 등의 수업시간은 몇 시간일 지 궁금해진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유럽 초등학교 2학년 수업시간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12.13 06:36

최근 블로그에 올린 "가수보다 교사가 되겠다는 9살 딸의 노래" 글을 보고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인이 글을 썼다.

지인은 딸아이 요가일래와 비슷한 나이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요가일래와 관련된 글을 보자 수업에 활용했다. 

아래 딸아이 노래 동영상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동시에 음악수업(음악감상)과 사회수업(다른 나라 문화 이해)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아 잘 따라주었고, 생생한 수업이 되었다고 했다.


비록 전혀 모르는 외국어인 리투아니아어로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한국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참조글 출처: 희망인 다음까페)

- 차분하고 고요해서 자장가 듣는 것 같아요.
- 구경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긴장도 않고 실수도 않고 완벽해요.
-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어요.
- 한 마디로 퍼펙트! 액설런트!
-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이 천사 같아요.
- 다시 들려 주세요 앵콜~~ 앵콜~~
- 한국어가 들렸어요 ' 미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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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텔레비전으로 요가일래 노래를 보고 있는 한국 초등학생들

공간적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딸아이 노래를 수업 교재로 삼아서 한국과 리투아니아를 서로 가깝게 해준 초등학교 교사 지인에게 감사한다. 이 한국 초등학교의 수업 소식을 딸아이에게 전해주자 딸아이는 교실 텔레비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아빠, 한국 교실에는 저렇게 큰 텔레비전이 있어? 참 좋겠다."
"그런가봐."
"우리 학교 교실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피아노만 있어."
"우리가 텔레비전을 교실에 선물할까?"
"좋지만, 필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저학년에는 영상수업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 최근글: 고기 자르는 정육 로보트 등장 화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10.14 08:53

지난 주말 우리 집에 한 바탕 난리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지난 여름 남자친구의 영국 대학 진학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르티나는 영국으로 갈 기회를 찾았다.

11월 1일과 2일은 국경일이다. 이때를 즈음해 학교는 일주일간 임시 방학이다. 이때를 위해 저가 비행기표를 지난 8월에 사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결국은 이 전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면 수업을 빼먹야 한다. 마르티나는 2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를 자기 용돈으로 구입해놓았다. 그리고 부모가 구입해준 1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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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 두 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새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 가까워지자 집안에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엄마는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1주일 체류는 이틀 수업, 2주일 체류는 칠일 수업을 빼먹게 된다. 엄마는 처음에에 완강히 거부했다. 이해할 만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반 친구들 중에는 심지어 한 달 수업을 빼먹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해외여행 갔을 때 직장 근무일을 빼먹었던 일을 지적했다.

"어차피 가는 것을 허락한 이상 1주일은 적다. 당신이라면 1주일이 좋겠나? 2주일이 좋겠나? 학교를 빼먹는 것이 가장 큰 유감이지만, 공부는 반드시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보내주는 김에 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마르티나가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하니, 빼먹은 수업을 나중에 열심히 보충하도록 하면 된다. 가끔이지만 자식에게 감동 주는 부모가 되는 것도 좋겠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하듯이 결국 아내도 받아들었다.

어제 아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여행을 떠나듯이 분주하게 마르티나 영국 여행을 위해 환전, 여행자 보험, 휴대전화 국제로밍 등 일을 했다. 저녁에는 가족 송별 피자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마르티나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 여행 기간은?
- 2주일이다. 10월 14일에서 28일까지.

- 왜 가니?
- 새로운 나라를 구경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할 대학교를 미리 가보는 것이다. (마르티나는 남친따라 영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 학교는 모두 몇 일 빼먹니?
- 수업일로 7일이다.

- 어떻게 보충할 것이니?
- 빼먹을 수업 내용을 다 복사했다. 남자친구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공부할 것이다.
(공부를 정말 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복사까지 한 것을 보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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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먹을 수업 내용을 복사해서 여행 가방에 넣었다.

마르티나의 여행에서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남자친구와 둘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6개월 후면 만18세 성인이 된다. 마르티나는 "이모는 16세에 시집 갔고, 외삼촌은 17세에 장가를 갔다. 내 나이에 엄마도 있다. 알 것은 안다. 하지만 난 학업과 경력을 가장 우선시한다. 25세 이후에 결혼할 것이다."고 확언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듯 엄마는 여행 떠나려는 딸에게 "피임하는 것 꼭 잊지마!"라고 말했다. 딸은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 알아!"라고 씩 웃으면서 답했다. 좀 어색하지만 이런 문제를 엄마와 여고생 딸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만큼 딸이 다 자랐음을 뜻한다. 아뭏든 딸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미래에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교를 잘 둘러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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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9.24 07:44

딸아이 요가일래가 초등학교 2학년 수업을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다가온다. 최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확정된 수업시간표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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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는 주 5일 수업이다. 담임선생님은 1학년때와 동일한 선생님이다. 현 담임선생님은 요가일래가 4학년을 마칠 때까지 담임을 계속 맡는다.

요가일래가 받은 일주일 총 수업시간은 24시간이다. 1학년때보다 2시간이 더 많아졌다. 수업은 45분, 휴식은 15분이다. 배우는 과목은 리투아니아어, 수학, 무용, 미술, 음악, 영어, 체육, 기술, 윤리, 세계지식으로 10과목이다. 외국어 교육이 추가되었다. 프랑스어와 영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수업 24시간 중 리투아니아어가 7시간으로 가장 많다. 이어서 수학 5시간, 영어·음악·체육·세계지식이 각각 2시간, 윤리·미술·무용·기술이 각각 1시간이다.

이외에 요가일래는 수요일과 금요일 학교수업을 마치고 곧장 음악학교로 가서 독창, 합창, 솔페지어, 피아노를 배운다. 음악학교에서는 일주일에 4시간 수업을 받는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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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