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2. 24. 06:15

12월 21일 
하필이면 세상 종말의 날에 수술날짜를 받았다. 고대 마야인이 남긴 마야력의 주기가 2012년 12월 21일로 끝이 난다는 이유로 지구 종말론이 나돌아 지구촌 곳곳을 뒤숭숭하게 했다.  
전날 우리 식구들은 하나같이 이 지구 종말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지구 멸망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멸망해가는 지구를 구경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종말론을 믿어 가족을 버리고 재물을 받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리투아니아에서 수술은 세 번째이다. 이번 수술은 비교적 작은 수술이었다. "어려운 수술이냐?"는 내 질문에 담당 수술의사는 "크든 작든 수술은 수술이다."라고 답했다. 전신마취를 해야한다고 하니 혹시나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수술일이 정말 내 지구 종말이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성대결절 수술을 받았다. 
지난 2월 담낭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 호흡기 튜브가 성대를 건드려서 상처가 났다. 이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수술 후 몸조리를 잘 해야 하는데 수술 때문에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개강일이 늦춰졌다. 그래서 수술마치자마자 그 다음주부터 한국어 강의를 세 차례하고 나니 목이 쉬고, 아파왔다. 그냥 감기 증상으로 목이 아픈 것으로 것으로 생각했다. 

2개월 후 종합진료소에서 성대 육안 진찰을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기에 안심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조금만 말을 많이 하면 목이 빨리 쉬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9월에 빌뉴스 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육안으로 진찰해보더니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나도 (의과대학에서) 강의하고, 당신도 (한국어를) 강의하니 어디 한번 카메라 주입 검사를 해보자"라고 했다. 열심히 찾아보더니 성대에 맺혀 있는 미세한 결절을 발견했다. 그는 수술을 권했다. 수술 일정도 올해 더 이상 강의가 없는 12월 21일로 잡아주었다. 

리투아니아는 수술일 3-10일 전에 관할 종합진료소(poliklinika)에서 수술에 필요한 모든 검사(혈액, 당뇨, 소변, 심전도 등)을 받아야 한다. 이 검사 결과와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수술 병원인 빌뉴스 대학교 병원으로 갔다. 먼저 진료의사 간호사가 서류를 확인한 후 수술 병동 입실 절차하는 곳으로 보냈다. 여기 가서 안내를 받아 해당 층으로 가면 간호사가 병실을 배정한다. 그런데 약 1시간 동안 배정을 받지 못하고 복도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수술 예정 임박한 시간에 방을 배정받았다. 깨끗한 1인실이었다. 간단한 성대 진찰을 받고, 곧 바로 수술실로 직행했다. 리투아니아어를 한다고 하니 모두들 반갑게 인사했다. 일원상 서원문을 외우면서 마취제의 위력에 서서히 의식은 사라졌다. 눈을 떠보니 대기실이었고, 병실에 실려오니 1시간 15분이 지난 후였다. 12시 15분에 돌아왔다.



1인실에 소파도 있었지만, 아내는 무사 수술만 확인하고 내 점심 식사를 대신 후다닥 먹고난 다음에 집으로 돌아갔다. 리투아니아에서 세 번 수술을 체험하면서 느낀 것은 환자 가족은 참 편하다라는 것이다. 환자 옆에 상시로 붙어있지 않고, 그저 방문 시간에만 잠깐 같이 있는다.
   


의사는 앞으로 5일간 가능한 절대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묵언수행하는 셈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보았다. 아침에 먹지도, 마시도 못했다. 저녁이 되니 그렇게 배가 고팠다. 저녁 식사로 나온 보리죽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그런데 수술 후 묵언수행을 처참히 파괴한 제1호가 생겼다. 
저녁 7시 18분 간호사가 체온측정기를 가지고 와서 겨드랑이에 넣어라고 하면서 나갔다.
"체온 측정했어요?"라고 조금 후에 와서 물었다.
"예, 35...."
"말하지 마세요!"

'그러면 아예 묻지를 말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묵은수행을 스스로 파괴해 후회했지만, 성대수술 후 첫 목소리를 확인하게 되어서 기뻤다. 

다음날 오전 퇴원 절차를 도우려고 아내가 왔다. 나는 종이에 쓰고 아내는 말을 했다.
"당분간 고개로 ‘예’와 ‘아니’라고 답할 수는 질문만 하도록 해라."

집으로 돌아와자 딸아이는 ‘아빠가 말할 수 없다’는 것에 신기해 했다. 나름대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생각해냈다. 박수를 네 번 치면 "딸아, 나 한테로 와! 도움이 필요해"라는 신호이다. 

아내가 가까이 오자 손짓으로 쫓아내었다. 아내가 영문을 몰라서 화난 듯했다. 종이에 이렇게 썼다.

"Kiam iu estas apude, mi volas paroli" (누가 옆에 있으면 말하고 싶어.)

아내는 딸들에게 이 쪽지를 전하자 식구들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생활 속 묵언수행은 모두에게 어렵다. 

덧붙여 성대수술 비용은 사회보장으로 해결되었다. 실제로 들어간 비용은 집에서 병원까지 왕복 자동차 연료비와 주차비였다. 1인실 배정받았다고 해서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12월 21일 지구의 종말은 오지 않았지만, 내 수술 역사는 이번 세 번으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란다. 모두에게 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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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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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생님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애독자 입니다.
    건강을빨리 회복하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남깁니다. 먼곳에서 다양한 이야기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수술을 하셨다길래 글을읽다가 놀랬네요.
    쾌유를 기원합니다.

    2012.12.24 08:40 [ ADDR : EDIT/ DEL : REPLY ]
  2. 구미사나이

    빠른쾌유바랍니다 ^^ 아니. 말하지말라고해놓고 온도체크햇냐고 물으면 어떻게해요 ㅋㅋ빵터졋어요 ㅋㅋㅁ

    2012.12.24 15:05 [ ADDR : EDIT/ DEL : REPLY ]

생활얘기2010. 3. 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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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2년이 채 남지 않은 50 평생에 처음으로 직접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옮기는 침대에 누웠다. 천천히 갔으면 좋을텐데 중년의 여간호사가 미는 침대는 왜 그렇게 빠른지 평소 발걸음이 빠른 아내도 뛰다시피해서 뒤따라왔다. (오른쪽 사진: 수술 후 왼손으로 써본 천지하감지위 天地下鑑之位 부모하감지위 父母下鑑之位 동포응감지위同胞應鑑之位 법률응감지위 法律應鑑之位. 하지만 한자 '감'자가 가물가물해 정확하게 쓸 수가 없었다.)
 
누워서 복도 천장의 전등을 보니 마치 빠른 자동차를 타고 도로 옆의 나무들을 보듯이 쌩쌩 지나갔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에는 볼이나 입술에 입맞추고 인사를 한다. 예상보다 2배나 길어진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자 아내가 몹시 기뻐했다. 갑상선 수술 후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내는 말을 해보라고 재촉했다. 말하기가 힘들었지만 목소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당신이 수술실로 들어갈 때 의도적으로 입맞춤을 하지 않았다."라고 아내가 말하면서 원만한 수술을 축하해주었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입맞춤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 입맞춤이 생의 최후 입맞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수술대에 누워 심장박동 확인기를 부착하고 또 주사액이 몸 안으로 들어왔다. 이 순간 수술대 위 전등을 쳐다보면서 수술 후 저 전등을 확인하고자 하는 기대감은 정신의 몽롱감과 반대해 점점 낮아졌다.

4시간 후인 오후 3시에 병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비몽사몽이었다. 마취 후유증으로 구토증상까지 일어났다. 여러 시간을 잠과 깨어남의 반복을 거듭했다. 내내 옆에서 아내가 지켜보고 있었다. 밤에 아내가 집으로 돌아가고 이젠 완전히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래서 혼자 남은 병실에서 손으로 제대로 글자를 쓸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확인해보고 싶었다. 평소 컴퓨터 자판기로 글을 쓰는 데 익숙해 가끔씩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웬지 낯설다는 느낌을 받곤한다. 수술대로 옮기는 침대에서 암송했던 일원상서원문(一圓相 誓願文)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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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팔 손 근육이 제대로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지 볼펜이 바람에 날려가는 듯 했다. 더욱이 몇몇 한자는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아리송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나니 수술이 원만하게 끝났음을 비로소 스스로 확인하게 되어 안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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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兎昇沈催老像 (옥토승침최로상)
金烏出沒促年光 (금오출몰촉년광)
옥토끼(달) 오르고 내려 늙음을 재촉하고
금까마귀(해) 뜨고 져 세월을 독촉하네.

求名求利如朝露 (구명구리여조로)
或苦或榮似夕煙 (혹고혹영사석연)
명예와 이익을 구함은 아침이슬 같고
고통과 영화는 저녁연기와 흡사하네.

勸汝慇懃修善道 (권여은근수선도)
速成佛果濟迷倫 (속성불과제미륜)
그대에게 은근히 선도 수행을 권하니
빨리 불과를 이뤄 미혹중생을 구하라.

今生若不從斯語 (금생약부종사어)
後生當然恨萬端 (후생당연한만단)
지금 세상에 이 말을 따르지 아니하면
다음 세상에 당연히 온갖 한탄을 하리라.


이 글은 보조(普照)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원효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야운(野雲)의 [야운자경(野雲自警)]이 합철된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나오는 글로 야운 스님이 지은 글이다. 병원생활하면서 여러 차례 필사를 하면서 마음을 다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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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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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 아프셨군요..
    가족이 곁에 있다해도 아프다는건...
    것도 낫선 이국땅에서 아프다는건 몸과 맘의 많은 감정선이 교차하는...
    그런 시간들을 가지셨겠습니다.
    쾌차바랍니다.

    2010.03.19 16:36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가족이 있지만, 그래도 "홀로 태어나 홀로 살면서 홀로 죽는다"라는 80세를 바라보는 어느 미혼의 리투아니아 연못 할머니의 말이 화두처럼 다가오네요.

      2010.03.20 16:20 신고 [ ADDR : EDIT/ DEL ]
  2. 하비비

    어머~~~ 한학자 같으셔요. 놀라워요.
    수술실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의 상황을 환자 입장에서 격고 느꼇던 기분을
    현장감있게 표현해주셨네요.
    그것도 한국이 아닌 리투아니아의 의료현장에서...

    초유스님의 요즈음 병원생활에 대한 글을 아주 관심있게 읽고 있답니다. 사실 제가 수술실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간호사였거든요.

    아무튼 빠른 쾌유 기원합니다.

    2010.03.19 22:31 [ ADDR : EDIT/ DEL : REPLY ]
  3. 어렵다^^
    잘보고 가요

    2010.03.19 22:50 [ ADDR : EDIT/ DEL : REPLY ]
  4. 길다

    줄여서 日暮途窮인데 一切唯心造 이라 .

    이게 핵심이죠


    적는 다 적긴 생각하긴 귀찮고 (핵심은 알겠는데)


    무식해서 손으로 적은건 판독이 안됩니다.


    그건 그렇고 한자문화권이야기 적어서 좀 적자면


    동양 -특히 동북아라고 치고 -에서 전설의 명약이 하나있는데

    雪上丹이라는 명약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전설에 따르면 겨울나기전에 뱀이 이거 저거 아무거나 막 먹다

    인삼이나 산삼같은 열사는거 먹고 보통의 뱀은 -냉혈동물인지라-그열을 못견디고 죽는데

    인삼이나 산삼을 먹고 열을 많이 가지고 살아난 일부의 뱀은 그 열에 몸이 흰색이 되고

    한겨울 눈위에서 뱀이 돌아다닌데

    그게 전설의 명약 설상단입니다. 물론 죽은사람도 살리고 그 죽은그것도 살린다고 합니다만

    이것이 가능할련지 잘은 모르지만 백사전설이 여기서 나온건지 모르겠네요


    이것먹고 아 는 많이 만들수 있을것 같지만

    2010.03.19 23:59 [ ADDR : EDIT/ DEL : REPLY ]
  5. 어흑~~
    영어 울렁증과는 스케일이 다르네요 ㅠ,.ㅠ

    알면 알수록 대단하신분이라 생각 되는분이시네요 ^^
    저두 열공좀 해야겠어요 ㅎㅎㅎ

    멋진 주말 되시구요
    얼릉 쾌차 하세요 ^^

    2010.03.20 12:03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Amosera 중 amo는 에스페란토 사랑이라는 뜻이라서 더욱 정감이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2010.03.20 16:27 신고 [ ADDR : EDIT/ DEL ]

기사모음2010. 3. 15. 05:01

이 글은 해외에서 갑상선 수술체험기 - 진단과 수술결정에 이어지는 글이다. 이 글은 해외에서 갑상선 수술체험기 - 입원과 수술 편이다. 드디어 3월 8일 오전 빌뉴스대학교 수술병원에 속한 보건소 담당의사와 수술병동 원무과를 거쳐 병실이 있는 5층으로 왔다. 병실 배정은 간호사의 몫이었다.

“두 청년이 있는 4인 병실이 어때요?”라고 간호사가 아내에게 물었다.
“아참, 오늘이 여성의 날인데 꽃을 잊었네. 꽃 대신 여기 초콜릿 선물을 받으세요.”라고 옆에서 내가 끼어들었다.

병원에서 있는 동안 혹시 친절한 간호사가 있으면 주려고 서너 개의 초콜릿을 준비했다. 순간적으로 초콜릿이 무슨 힘을 발휘했는지 간호사는 잠시 병실입실표를 살펴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비어있는 2인실 병실은 어때요?”
“좋아요.”

이렇게 방을 배정받았다. 화장실과 세면대가 딸린 방이었다. 입원 첫 날은 2인실 방을 독방으로 쓰게 되었다. 아내는 떠나고 홀로 남은 방에서 다음날의 수술을 잊기 위해 책을 쉼 없이 읽었다. 이 날은 식사제공이 없어 병원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어야 했다.

서류담당 의사로부터 수술에 관한 설명을 들었고, 여러 곳에 서명했다. 수술범위가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것으로 적혀있었다. 지난 번 수술의사를 면담할 때는 일단 갑상선 결절을 드러내면서 즉각 세포검사를 하고 악성으로 판단되면 전체를 제거하는 것으로 협의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일단 서명했다. 얼마 후 수술담당 의사가 병실로 와서 지난 번 협의를 확인했고, 서류담당 의사가 새로운 서류를 작성해왔다. 기존에 서명한 서류를 내가 보는 앞에서 찢었다.

오후에 마취의사가 찾아왔다. 그 동안 수술 경험과 마취 경험, 약물 부작용을 확인했다. 병원약국에서 수술 후 다리 근육 보호를 위한 띠 3m와 피부 접착제를 구입했다. 수술하면 봉합용 바늘과 실이 떠오르는 데 이제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 같아 몹시 놀라웠다. 간호사는 수술 후 상처 표시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안심시켰다. 수술과 회복에는 보통 2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3월 9일 10시 40분에 수술실 침대에 눕혀졌다. 저승사자가 내 침대를 끌고 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복도의 전등은 밝았다. 누운 침대는 모두 4개였다. 병실 침대, 병실에서 수술실 입구까지 이동 침대, 수술실 입구에서 수술대까치 이동 침대, 그리고 수술대 침대였다. 수술실을 주마간산(走馬看山)해보니 최신식 시설물이었다. 이어서 수술대 바로 위의 전등을 보고 있는데 정신이 몽롱함을 느끼자마자 그 후 기억은 사라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가 산만했다. 내 주위에 사람들이 뭔가를 정리하는 듯했다. 눈을 떠보니 수술대 전등이 아니었다. 회복실이었다. 병실로 돌아오니 수술 시작한 후 4시간 뒤였다.

우리는 정보를 알려줄 수 없어요 - 인상적이었다

수술실 앞 복도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아내와 장모뿐이었다고 한다. 수술시간이 길어지자 아내는 수술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붙잡고 “한국인 어떻게 되었나요?”라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물었다. 모두가 한결 같은 대답을 했다. “우리는 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어요.” 이 대답은 이번 수술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지난 번 2차 조직검사를 했을 때 결과를 전화로 문의했다. 그때도 “담당의사외에는 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혈액검사 결과를 물었을 때 “우리는 검사만 하지 분석결과는 담당의사가 한다.”라는 답을 들었다.

회복실에서 나와 병실로 와보니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병실에 의자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아내가 앉아있었고, 다른 하나는 시골에 사는 장모가 앉아있었다. 의식이 몽롱한 상태라 헛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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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겨진 사위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장모님

이 날 장모는 아침 일찍 일어나 250km 떨어진 곳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 빌뉴스로 오는 중에 아내에게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마치 시골집에 있는 것처럼 격려했다. 수술 받는 동안 수술병동에 도착한 후에야 아내에게 전화해서 정확한 위치를 물었다. 수술결과 불안에 떨고 있는 아내에게 장모의 출현은 큰 힘이 되었다. 사위와 딸에게 먼 길을 멀다하지 않고 깜짝출현으로 힘을 실어주신 장모님이 무척 고마웠다.

수술 직후 의사는 아내에게 암이 없음을 판단해서 한 쪽만 절개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술연구를 위해 보건소에 가지 말고 직접 1년간 몇 차례 수술의사한테 와서 향후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하는 데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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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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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서 너무 다행이네요!
    몸조리 잘하시고 얼렁 건강 쾌차하시길 바래요^^

    2010.03.15 06:23 [ ADDR : EDIT/ DEL : REPLY ]
  2. 바다하늘

    빨리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예전에 갑상선 검사를 받은 적 있는데, 다행히 아니라고 했지만요.

    2010.03.15 08:25 [ ADDR : EDIT/ DEL : REPLY ]
  3. 휴~~~큰일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2010.03.15 09:17 [ ADDR : EDIT/ DEL : REPLY ]
  4. 홍초

    한동안 블로그가 비어있길래 들어올때마다 혹시 아프신건가 생각했었죠.
    저도 지난해 대장암 수술하고 또 항암 치료도 마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건강하답니다
    초유스님 , 지금 힘드시겠지만 이제 괜찮을거예요.
    어서 건강하셔서 리투아니아 얘기 올려주셔요

    2010.03.15 11:28 [ ADDR : EDIT/ DEL : REPLY ]
    • 성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곧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2010.03.15 14:04 신고 [ ADDR : EDIT/ DEL ]
  5. 비밀댓글입니다

    2010.03.15 15:34 [ ADDR : EDIT/ DEL : REPLY ]
  6. 임영복

    빨리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10.03.15 17:14 [ ADDR : EDIT/ DEL : REPLY ]
  7. 한결

    멀리 타국에서 아프면 더 서럽던데 ...
    그나마 수술이 잘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10.03.15 21:26 [ ADDR : EDIT/ DEL : REPLY ]
  8. 베키네

    수술이 잘되어서 다행입니다.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며 예전 생활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2010.03.15 22:31 [ ADDR : EDIT/ DEL : REPLY ]
  9. 김모씨

    고생하셨습니다. 제 동생은 갑상선암으로 진단을 받아서 지금도 치료 중인데... 병원비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까지 와서 수술을 받더라고요. 외국도 외국 나름인가봅니다. 앞으로 건강하시길 빕니다.

    2010.03.16 02:09 [ ADDR : EDIT/ DEL : REPLY ]
  10. 나그네

    수술 잘끝난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몇달전에 갑상선에 종양이 있어서 검사를 받으러 갔었는데 다행이 혹으로 밝혀져서 수을은 하지 않고 1년에 한번씩 경과 보고를 하기로 했네요.

    이번에 제가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많이 알게되었는데 갑상선 쪽은 암으로 밝혀 지더라도 병의 진행속도가 느리고 치료를 하게 되면 재발 위험도 적고 완치율도 90%이상이더군요. 다른쪽보다는 굉장히 안정적이더군요.. 수술비도 다른 암에비해서 저렴하기도 하구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셔서 좋은 소식 많이 들러주셨으면 좋겠네요.
    님블로그 들락 거린것도 벌써 1년이 넘었는데 건강이 악화 되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스트레스 조심하세요.

    2010.03.16 12:21 [ ADDR : EDIT/ DEL : REPLY ]
  11. 하비비

    다행이라는 말이 이럴때 두고 하는 말 같네요.
    갑상선암은 중년이후의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종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랍니다.

    제 직장동료도 지금 갑상선암으로 수술예약이 되어있는상태지요.

    초유스님~~~
    이번 기회에 요가일래 엄마도 갑상선검사를 한번 받아보셨으면 좋겠네요.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행복하세요.

    2010.03.16 16:28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거한 결절에 대한 최종 조직검사는 한 10일 후에 나올 예정입니다. 아내는 오래 전부터 갑상선에 결절을 가지고 있어요. 결절 크기가 아직 작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고 있어요. 기원에 감사드립니다.

      2010.03.16 16:4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