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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2 디카 셔터박스가 찍은 최후 컷이 우연히 고목
생활얘기2011. 11. 22. 09:31

올 11월이면 이 블로그를 운영한 지도 꼭 만 4년이 된다. 지금껏 방문수가 1천만이 넘었다(성원한 누리꾼 에게 감사드린다). 그 동안 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디카 캐논 20D로 찍었다. 2005년 5월 구입했으니 만 6년을 꼬박 사용했다.

당시 가계 살림에 한 방 먹일 정도로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아내에게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주 견고하고 화질이 좋은 카메라라 어렵게 설득했다. 더 나은 신제품이 빨리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사용했다. 지난해 친척이 구입한 캐논 550D를 보자 그렇게 좋아보였다. 기종 변경을 피력하자 아내는 "그렇게 비싸게 준 카메라를 두고 새로운 카메라을 살 수는 없지"라면서 점잖게 탐욕심을 눌렀다. (오른쪽 사진: 캐논 20d 셔터박스가 생명을 다하기 전 남긴 마지막 컷 중 하나. 예쁜 집에 약수가 있다.)

6월 중순 방송 촬용차 다른 다시를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약수로 유명한 휴양도시가 있었다. 모처럼 약수를 마시자고 하면서 그 도시를 들러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약수가 있는 공원으로 갔다. 슈퍼마켓에서 1리터당 2천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약수를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마음껏 마셨다.

이어서 전망 좋은 언덕으로 올라가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사방이 모두 푸른데 딱 나무 한 그루가 회색이었다. 껍질이 다 벗겨진 이 고목이 단연 돋보이는 풍광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찍고 나자 갑자기 카메라가 탁탁탁... 소리를 내고 "err99"가 화면에 깜박거렸다. 밧데리를 빼고 다시 넣어보아도 같은 현상이 지속되었다. "하필 고목을 찍어서 카메라가 고물이 되어버렸네"라고 생각하니 후회스러운 마음이 일어났다.

▲ 디카 캐논 20D 셔터박스가 남긴 최후 컷이 바로 이 고목 사진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을 해보았다. 원인은 셔터박스일 듯했다. 다음날 캐논 지정 수리소를 찾아갔다. 접수대에 있는 사람이 살펴보더니 대뜸 물었다.

"5만 컷 정도 찍었죠?"
"벌써 구입한 지 만 6년이 넘었으니 충분히 그 정도는 찍었을 것입니다."
"셔터박스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수리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700리타스(35만원) 정도."
"고치는 것보다 새로운 디카를 구입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네요."


잠시 아내와 상의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늘 한국의 가격과 비교하곤 한다. 언제 한국을 방문할 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수리비가 얼마 나올까 알아본다면 수리여부를 결정하자고 결론지었다.

"괜히 비싼 것을 싸서 수리비도 비싸잖아! 당신이 반영구적이라고 말했잖아!"라고 아내가 투덜거렸다.
"카메라도 생물이야. 이제 때가 된 거야. 그런데 참 묘하다. 마지막 컷이 고목이야!"
"그건 나도 신기해."
라며 아내도 이젠 셔터박스의 수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듯했다.

구입할 때 셔터박스의 수명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알았다하더라도 가지고 싶은 마음에 5만 컷이 무한한 숫자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5만 컷으로 셔터박스가 고장이 나니 5만이 너무 적은 숫자임에 아직도 몹시 아쉬워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