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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5 설날 노래하는 딸에게 새뱃돈 줘야 할까? 1
  2. 2008.12.30 점치는 놀이로 새해를 맞는다 1
생활얘기2009. 1. 25. 07:49

브라질 여행을 마치고 리투아니아 집에 돌아온 지 벌써 이틀 째이다. 3주간 집을 비운테라 오늘은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거리와 집안을 정리하는 데 보냈다.

책장을 정리하는 데 일곱살 딸아이가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그리고 가사를 다 몰라서 그런지 이어서 콧노래로 불렀다.

"그 노래 설날 노래인데, 어디서 배웠니?"
"인터넷에서 배웠지. 아빠는 이 노래 다 알아?"

"아빠도 다 모르는 데. 나중에 인터넷에 우리 한 번 찾아봐자. 왜 이 노래 불렀니?"
"며칠 있으면 설날이잖아! 아빠는 몰라?"

"알지만, 너는 어떻게 알았니?"
"인터넷에서 알았지."

인터넷이 좋긴 좋구나. 한국인 아빠보다도 더 빨리 설날이 언제인지 알려주고 말이다. 음력 달력이 없는 리투아니아에서는 설날이 언제인지 따로 알아봐야 한다. 브라질 체류 중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 올 설날은 1월 26일임을 알아두었다.

사실 리투아니아인과 함께 사는 가정에서 설날을 챙기는 일은 쉽지가 않다. 설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해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으로 설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갑자기 딸아이의 "까치 까치 설날은~" 노래를 들으면서 그 동안 딸아이에게 한국 설날 풍습을 직접 전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설날 어른들에게 절을 하는 것을 새배라고 해. 너 새뱃돈이 뭔 지 알아?"
"모르는 데."

"새배하면 답례로 주는 선물이 새뱃돈이야. 너도 새뱃돈 받고 싶어?"
"아니."

"왜?"
"난 돈이 필요없어."

새배보다 새뱃돈을 더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라서 흐믓함을 느끼지만, 올 설날엔 딸아이에게 한국 풍습대로 새뱃돈을 챙겨주자고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말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받으소서!!!
리투아니아 초유스 가족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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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2. 30. 07:34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인 설날은 한민족의 최대명절이다. 설빔을 입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고, 떡국으로 세찬을 먹고, 윷놀이 등을 한다. 하루 종일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들으면 일년 내내 그러하고, 좋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의 설날 풍습은 어떠할까. 오늘날 새해 첫날은 양력 1월 1일이지만, 이는 19세기경 서유럽에서 도입되었다.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은 설날을 어느 특정한 일로 정하지 않고 한 해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와 동일시했다.

지난 수세기 동안 리투아니아인들은 12월 24일에서 1월 6일 사이 새해 축제를 지냈다. 특히 성탄절 전야는 연중 밤이 가장 긴 날 중 하나이고, 성탄절은 지난해 끝이자 새해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리투아니아인들에게 설날 풍습은 성탄절 풍습을 다시 반복하는 정도이다. 그믐날이 '작은 성탄절 전야'로 불려진다. 이날 옛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기다리면서 다양한 점술과 놀이를 했다. 이들은 새해를 맞는 중요한 때를 잠으로 놓친다면 다가오는 일년 내내 게으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믐날과 설날의 최대 관심사는 미래를 알아보는 것이다. 처녀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물음은 새해에 시집갈지, 누가 애인이나 남편이 될지 등이었다. 총각들 또한 가정을 이루는 일로 골몰했다. 어떤 처녀가 그에게 사랑에 빠질지, 착하고 아름답고 근면하고 부유한 아내를 얻을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장년들은 수확은 풍성할지, 가축은 잘 자랄지, 폭우·폭풍·뇌우가 있을지 등을 알고 싶어했다. 노인들은 이 세상에서 일년을 더 살 수 있을지, 건강은 어떠할지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점술과 놀이가 행해졌다.

그믐날 물이 담긴 컵에 약간의 재를 넣고 휘젓고 난 후 컵 바닥에 남자 얼굴이 나타나는 지 살펴본다. 만약 나타나면 새해에 시집간다. 자정에 혼자 촛불 12개를 켜고 거울 앞에 앉아 거울을 응시한다. 남자 얼굴이 나타나면 시집간다. 머리를 문 쪽으로 하고 방바닥에 등으로 눕는다. 발을 위로 올리고 신발을 머리 너머로 던진다. 이때 신발 앞이 문 쪽을 보고 있으며 시집간다. 열매를 한 줌 집는다. 열매 수가 홀수이면 시집간다.

그믐날 밤에 빗이나 자물쇠를 베개 밑에 놓는다. 꿈속에서 머리를 빗겨주거나 문을 여는 남자가 남편이 된다. 종이 12장에 각각 다른 남자 이름을 적고 열 세 번 째 종이는 백지로 놓아둔다. 이 종이들을 섞어 베개 밑에 놓는다. 설날 아침에 일어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햇빛으로 읽는다. 종이 적힌 이름의 남자에게 시집간다. 만약 백지이면 홀로 그 해를 보낸다.

젊은 남녀들이 탁자 주위에 모여 가운데 촛불을 밝힌다. 돌아가면서 남자 혹은 여자는 누가 그를 혹은 그녀를 사랑하는 지 묻고 조심스럽게 촛불을 불어 끈다. 이 때 모든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촛불 연기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 지를 지켜본다. 연기 방향에 앉은 사람이 바로 질문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연기가 곧 바로 위로 치솟으면 아무도 그 질문자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 연기가 갑자기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면 방안에 있는 누군가 그 질문자를 미워하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운명을 점친다. 그믐날 사람들은 마른 나뭇가지를 눈 속에 꽂아놓는다. 설날 아침 자신의 나뭇가지가 넘어져 있으면, 그는 그 해 죽는다. 잠들기 전 소금을 침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탁자 위에 놓는다. 아침에 소금이 축축하면 그 해 죽고, 소금이 건조하면 계속 산다.

여러 물건을 탁자에 놓고 각각 접시로 덮어놓는다. 접시를 서로 섞어서 한 사람씩 순서대로 접시 하나를 열어본다. 물건마다 고유한 뜻이 담겨져 있다: 반지 - 결혼, 칼 - 사고, 연필 - 학업, 초 - 죽음, 호환 - 명예, 빵 - 만족, 새 - 사랑, 장난감 - 탄생, 열쇠 - 집. 자신이 선택한 물건이 새해 운세를 말한다.

날씨나 정황으로 새해의 운세를 예측한다. 설날 날씨가 맑으면 풍년이다. 몹시 추우면 부활절은 아주 따뜻하다. 아침에 온통 서리가 뜰에 앉으면, 좋은 해이다. 안개가 끼면, 전염병과 질병이 맹위를 떨쳐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함박눈이 내리면 젖소는 젖을 많이 낸다.

뜰에 까치가 많이 모여 지저귀면, 일년 내내 손님이 많고 행복하다. 첫 손님이 여성이면, 불운한 해이고, 남성이면 운이 좋은 해이다. 설날에 넘어지는 사람은 일년 내내 재수가 없다. 설날에 들은 첫 소식이 좋으면, 일년 내내 좋은 소식이 많다.

설날에 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총각들은 처녀들에게 새 베틀, 연인을 기원했고, 처녀들은 총각들에게 귀여운 여인, 보드카를 기원했다. 젊은이들은 선령(善靈), 악령(惡靈), 저승사자, 거지, 동물 모습 등을 한 옷을 입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풍작을 기원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음식물로 환대했고, 선물도 주었다.

설날에 한 태도가 일년 내내 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투거나 싸우지 않았고, 많이 웃으며 서로를 도와주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벌을 주지 않았고, 아이들은 착하게 행동했다. 부부는 서로의 앙금을 지우고 마음을 맞추기 위해 사과를 나누어 먹었다. 제마이티야 지방에서는 지난해의 잡귀들을 쫓기 위해 짚다발을 불태우기도 했다.

오늘날 리투아니아인들은 옛 사람들이 진지하게 해오던 이러한 점술이나 놀이로 인생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것을 실제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통해 온 가족이 이웃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요즈음 이러한 놀이 풍습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많은 젊은이들은 그믐날 저녁부터 설날 아침까지 마음껏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면서 보낸다.

거울 속에서 미래 남편을 찾으려고 애쓰는 처녀의 간절한 모습, 마을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풍작을 기원하는 젊은이들의 예절 있는 모습, 앙금을 씻고 한 마음을 이루기 위해 사과를 나누어 먹던 부부의 정다운 모습 등을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아쉽기도 하다.

         *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은 가장 밤이 긴 날이자 밝음이 태동하는 동지에 벌써 새해를 맞이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