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20.04.29 성인된 딸 - 아빠, 이젠 내 영상 정리해줘~
  2. 2020.01.15 돼지감자, 감자해바라기, 해뿌리, 땅사과, 땅배의 공통점은 바로 뚱딴지
  3. 2017.03.22 한국어 수업 후 생일축하 노래에 숨은 진짜 이유가 1
  4. 2017.03.09 세계 여성의 날에 아내에게 복분자 묘목 선물
  5. 2016.12.09 크리스마스 계절에 참 멋진 광고 하나
  6. 2016.09.21 비닐 쓰레기 주운 듯하지만 요긴한 먹거리 3
  7. 2015.12.29 딸의 감동 선물 - 한 달에 열 가지 좋은 일 할게요 1
  8. 2015.11.06 생일 맞은 딸아이 오히려 부모에게 꽃 선물 5
  9. 2015.06.23 다기를 선물로 주고 간 여행객에 유럽인 아내 감동 1
  10. 2015.03.23 생일 선물로 한국 노래 잘하겠다는 딸애, 그 결과는? 14
  11. 2015.02.06 외국인이 한국에서 구입한 뜻밖의 선물 4
  12. 2015.01.28 이 한국 선물 하나로 모든 실망을 잠재우다 5
  13. 2014.12.24 이웃이 준 연말 선물은 잘 말린 최고 버섯
  14. 2014.12.23 유럽인 친척에게 딱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김치
  15. 2014.12.15 유럽인 장모님이 준 이 선물의 용도는 감기 퇴치
  16. 2014.12.08 천장에 거꾸로 매단 크리스마스 트리, 이해 돼 2
  17. 2014.09.26 딸 부탁으로 사탕 사주고 칭찬 받았네 2
  18. 2014.09.18 이웃이 선물한 낯설은 야생 버섯 먹을까 버릴까 2
  19. 2014.09.02 집들이 한번 했더니 화장실이 이 모양?!
  20. 2014.05.16 아내가 받은 꽃선물, 민족마다 확연히 달라
  21. 2014.04.09 날카로운 물건을 줄 땐 그냥 탁자에 놓는다 1
  22. 2014.03.17 실로 팔찌 짜면서 주말 보낸 딸아이 부러워 1
  23. 2014.03.10 꽃 선물 없어도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24. 2014.02.20 한국어 학생들이 생일 선물로 준 풍선 케익
  25. 2013.12.13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선택권을 드리다 2
  26. 2013.11.20 결혼 30주년 선물에 제격인 벌꿀 3리터 2
  27. 2013.11.04 한글로 문자 쪽지 보내게 스마트폰 사줘~! 2
  28. 2013.08.13 내 가방보다 관광객이 준 선물 봉지 더 커 3
  29. 2013.07.22 지령 쪽지로 스마트폰 선물하는 딸의 별난 방법 5
  30. 2013.06.25 할머니가 준 졸업 선물 앨범 열어보니, 헉!
요가일래2020. 4. 29. 04:21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리투아니아는 3월 13일부터 5월 11일까지 임시로 학교가 폐쇄됐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6월 초순경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현재 학교 수업은 모두 온라인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전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과제를 하나 주었다. 자기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 100여개를 이젠 정리해 달라는 것이다. 블로그에 자녀 이야기를 게재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2006년 9월 7일에 유튜브를 개설했다. 그동안 누적조회수는 640만 정도이고 구독자는 현재 2994명이다. 블로그는 2007년 11월에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13년 동안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최고 전성기는 티스토리에서 다음 블로거뉴스로 글을 보낼 때라 생각한다. 특히 2009년 초에는 내 글 중 여러 개가 동시접속자가 10,000-25,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정말 전설 같은 시기였다.
 

유튜브와 블로그 활동 초기에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적지 않게 게재했다. 그때도 미성년자 딸의 영상이나 사진을 올릴 때 아내의 동의를 얻어서 올려야 했다. 요가일래가 자라자 이제는 그의 동의까지 얻어야 했다. 올리고 싶었는데 동의를 얻지 못해 못 올린 이야기도 수두룩했다.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글의 수는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되자 여유로운 시간이 평소보다 많아졌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유튜브에 올라온 자기 관련 영상들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요가일래는 지난해 말 성인이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만 18세가 되는 생일이 성인 기준이다. 이제 성인의 눈으로 볼 때 어린 시절의 영상 속 장면 중에 쑥스러운 것도 있고 너무 유치한 것도 있었을 것이다.


"아빠, 내가 며칠 동안 
아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목록을 만들어 봤다. 
내가 그 목록을 보낼테니까 
그 영상들은 다 비공개로 해줘."
"알았다. 목록을 보내라."

그런데 보낸 목록 중에는 비공개로 하기에는 좀 아쉬운 영상도 적지 않았다.


"아빠가 보니까 조회수가 아주 많은 영상도 있다. 
특히 블로그 글 속에 포함된 그런 영상들은 
비공개로 하기엔 좀 아쉽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그런 영상들은 비공개가 아니고 
미등록이나 공개로 해서 
연결을 시켜 놓는 것이 좋겠다."
"알았어. 
아빠도 양보했으니 나도 양보해야지."

요가일래가 10살 생일을 맞이하자 태어난 때부터 그때까지 찍은 사진 수천장 중에 추억거리가 될 만한 사진들을 150초 영상에 담아서 선물을 해줬다.


이젠 성인으로 다 자라버렸으니 아버지와 딸 사이의 추억거리도 사라지는 듯하다. 만 20세가 되면 영상이 아니라 이 블로그 속에 등장한 아버지와 딸 사이의 이야기를 추려서 아주 극소수 한정판으로 책을 만들어서 선물할지 고려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 15. 15:39

얼마 전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텃밭 정리를 하면서 수확한 "토피남바스(topinambas)"를 주고 싶은데 먹을 것인냐가 물었다. 리투아니아어 단어 "topinambas"가 금시초문이라 대답하기 전에 먼저 아내에게 물었다. 

"토피남바스가 뭐야?"
"지난 여름 그 친구 텃밭에 갔을 때 온실 밖에서 자라고 있는 노란색꽃 식물을 기억해?"
"아니."  
"꽃이 작은 해바라기꽃를 닮았고 뿌리가 감자를 닮았어. 당뇨에 좋다고들 말해."
"그렇다면 빨리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토피남바스가 과연 한국어로 무엇일까?
친구가 가져오는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여러 언어로 된 이 식물 이름이 참 흥미롭다. 

학명은 헬리안투스 투베로수스(Helianthus tuberosus)다. 
헬리안투스(영어 발음은 힐리엔써스)는 해바라기(영어 sunflower)다. 어원적으로 고대 그리스어 helios(태양 sun) 와 anthos(꽃, flower)에서 나온 말이다. Tuberosus는 tuber(혹, 툭 솟아 오른 곳, 둥근 돌기, hump)와 -osus는 명사의 형사형이다.


친구가 봉지 한 가득 가져온 토피남바스다. 


위에 있는 사진처럼 꽃의 색이나 모양을 보면 영락없이 해바라기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뿌리를 보면 여기저기 돌기된 혹이 나 있다. 몸통과 색깔은 감자를 속 빼 닮았다. 


리투아니아어로 또 다른 이름은 감자해바라기(bulvinė_saulėgrąža)다. 폴란드어로도 감자해바라기(słonecznik bulwiasty)다. 이는 학명인 헬리안투스 투베로수스와 관련이 있다. 

영어로는 예루살렘 아티초크(Jerusalem artichoke), 해뿌리(sunroot) 또는 땅사과(earth apple)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로는 땅배(terpiro)다. 독일어와 러시아어로는 토피남부르(topinambur)다. 이는 브라질 연안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감자해바라기, 해뿌리, 땅사과, 땅배는 한국어로는 흔히 돼지감자로 알려져 있다. 이는 뚱딴지, 뚝감자를 말한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원사지는 아메리카다,
  

이렇게 깨끗하게 씻어서 난생 처음 돼지감자를 먹어본다. 
맛이 참 오묘하다.
생감자 맛같기도 하고 
사근사근 씹히는 배 맛같기도 하고
싱싱한 찰진 과육의 사과 맛같기도 하다. 


아, 이래서 여러 언어로 이 식물을 땅사과, 땅배, 돼지감자로 불리는구나... "가난한 사람들의 감자"로 불리는 돼지감자는 이눌린 성분이 많아서 당뇨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인 친구 덕분에 요즘 아침 식사 때 혹은 저녁 간식으로 돼지감자 하나씩 생으로 먹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7. 3. 22. 08:07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맞는다. 첫 번째는 여권상 생일이고 두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음력일이고 세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양력일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는 살아온 세월의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가 같다. 유럽인들이 크게 생일을 챙기는 기념일이다. 1월부터 아내는 종종 어떻게 생일을 보낼 것인지 물었다. 생일 챙기기에 무관심하자 무조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1. 일가 친척을 초대해서 식사 하기
2. 가족 해외여행 하기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일에는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두 번째 생일에는 또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세 번째 생일에는 내년 생일도 있으니 넘어가자라고 했다. 생일을 거의 챙기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장의 생일인지라 뭔가로 기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개 중 하나인 아주 오래 된 17인치 모니터가 지난 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로 번역 작업을 하는 데 세로로 돌리기(비봇 pivot) 기능이 있는 24인치 모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기념으로 이것을 사고 싶었다. 새로운 전자제품 구입에 인색한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어제 인터넷으로 주문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현관문에서 불렸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서 와. 왜?"
"빨리 여기 와봐."
딸아이는 노란 꽃 세 송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 주말에 올 새 모니터(화면 속 사진)와 딸아의 노란 색 꽃선물


어제 화요일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앞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서로 대화하더니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생신이 언제예요?"
"생일?! 난 생일이 없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생일을 물었다.   
 
1시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어제는 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더니 한 학생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오늘이 생신이시죠?"
"아니, 어떻게 내 생일을 다 알았지?"라는 되물음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겼다. 페이스북에 적힌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알았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에게 깜짝 기쁨을 알렸다.

"학생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었어."
"아빠, 사실은..."
"뭔데? 말해봐."
"아빠 학생들 중 하나가 우리 반 친구의 친구인데 내가 우리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자기 친구에게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인데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했어."
"뭐라고? 네가 다 연출한 거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3. 9. 08:15

북유럽 리투아니아에도 조금씩 봄이 가가오고 있다. 며칠 전 아파트 뜰에 하얀 꽃을 보았다. 갈란투스(galanthus), 스노우드롭(snowdrop), 설강화(雪降花) 혹은 눈송이꽃으로 불린다.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이 꽃 이름이 재미있다. Neĝborulo (네즈보룰로)인데 번역하면 "눈을 뚫는 것"이다. 눈을 뚫고 봄이 옴을 알리는 꽃이다. 


지금이 바로 봄이 오는 문턱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 꽃가게의 일년 대목 중 하나가 3월 8일이다. 이날은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 날이다. 이날 여성들은 가정이나 직장이나 남성들로부터 꽃선물을 받는 날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도 튤립 꽃 한 송이를 들고 왔다. 

"너도 꽃선물 받았네!"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우리 반 남자들이 꽃집에 가서 꽃을 사서 선물 주었어."
"아빠도 꽃을 선물해야 하는데 꽃사기가 싫어."
"꽃이 빨리 시드니까 그렇지?"
"맞아. 순간적인 기쁨을 위해 살아있는 꽃을 꺾는다는 것도 마음이 들지 않아."
"그러면 나는 꽃이 필요없으니까 아빠가 오늘 엄마한테 안마해줘라."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집에 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꽃을 사러 가게까지 가는 것은 사실 귀찮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 우리 집 두 여성이 좋아할 것 같았다. "남들은 다 하는 데 당신만은 안 해준다"라는 소리를 듣기가 싫고, 또한 이왕 이곳에 사니 이곳 문화에 같이 호흡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큰가게(슈파마켓) 앞에는 임시 꽃시장이 펼쳐져 있어서 많은 남성들이 꽃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큰가게에 들어가 꺾인 꽃 대신에 어떤 선물을 살까 찾아보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꼬냑 판매대를 둘어보았다. 꽃은 며칠이 지나면 시들지만 꼬냑은 한 잔씩 먹으니 더 오래 갈 수가 있겠다.

한참 고민 끝에 술 대신 식물을 사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제 봄철이라 과일과 채소 판매대가 있는 곳에 복분자 묘목이었다. 마침 집에 큰 화분이 하나 있으니 그곳에 저 묘목을 심어 여름철 발코니에서 기른다면 붉은 딸기가 주렁주렁 열릴 것 같았다. 


딸아이를 위해서 향기가 짙은 히아신스를 선택했다. 꽃이 다 피어있는 것보다는 곧 피게 될 것을 샀다.
  

직장에 돌아와 묘목 선물을 받은 아내는 장모에게 방금 꽃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이렇게 이곳 남성의 의무 중 하나를 이행하게 되었다. 


늦은 여름날 발코니에 복분자 딸기가 정말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6. 12. 9. 09:59

며칠 전 아내는 열심히 온라인에서 상품을 검색했다.
영국에 살고 있는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기 위해서다.
여러 고민 끝에 선택한 선물은 커피제조기(커피메이커, 커피 머신)이었다. 
선물을 보내겠다고는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주소를 알아냈다.

어제 선물이 조카집에 도착했다.
"누가 과연 이것을 보냈을까?"라고 
조카는 여러 시간을 상상 속에 파묻혔다.

조카가 술김에 샀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일까...
혹시 회사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냈을까...
조카 아내가 샀을까...

나중에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사는 이모가 선물을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헛된 상상에 놀았던 자신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고 했다. 

요즘은 이렇게 상점에 가지 않고도 
우제축에 가지 않고도 
편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아내가 "참 세상 좋아졌다!"고 감탄한다.

일전에 본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광고가 생각나서 소개한다.
폴란드 광고이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allegro에서 "Angielski (영어)" 검색한다.
그리고 택배로 온 상자를 연다.
초보자을 위한 영어 학습서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아들이 사는 영국으로 간다.

낯설어 하는 손자에게
"안녕, 내가 네 할아버지야."    


이 광고는 폴란드 온라인 유통시장의 최강자  알레그로(Allegro) 광고이다. 
내가 본 올해의 광고의 최고 멋진 광고로 꼽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6. 9. 21. 20:17

이제 발트 3국 여행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겨울철이 다가올 수록 점점 날이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간식이나 음식물을 현지 가이드에게 선물로 주는 빈도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지난 번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인솔자의 친절한 부탁 덕분에 관광객들과 작별하는 날 아침 음식물을 담은 비닐 봉지가 내 옆자리를 가득 메웠다. 내 가방보다 더 컸다. 마치 비닐 봉지 쓰레기들을 주운 듯했다. 



빌뉴스행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동안 리가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득 찬 봉지를 먼저 보았는지 종업원이 재빨리 다가왔다. 마치 내 입장을 막으려는 듯했다. ㅎㅎㅎ 더 이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나도 재빨리 음식을 주문했다.



마침 이때가 추석이 낀 주였다. 차장으로 막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비닐 봉지 속에 들어있는 한국 음식에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한 열흘 정도는 집에서 주로 이 한국 음식을 먹을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입안에 침이 맴돌았다.



집에 오자마자 펼쳐보니 참깨라면, 신라면, 안성탕면, 우동, 새우탕, 진짬뽕, 육개장, 짜파게티... 라면 천국이었다. 남은 것을 한국으로 다시 가져가는 대신에 이렇게 현지에 남겨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2. 29. 08:49

12월의 상징어 중 하나가 선물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어린 아이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용돈으로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한다. 이 선물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거나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 식사 후 서로 교환한다. 

한편 아직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사람들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써서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선물유무를 확인한다. 우리 부부는 여러 해 전부터 따로 선물을 교환하지 않고 가족 전체를 위해 평소에는 비싸서 사기가 부담스러운 생활용품 등을 구입해 왔다.

하지만 두 딸과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올해 딸아이로부터 무슨 선물을 받을까 궁금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생이니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도 꽤 된다.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식사에 12가지 음식을 먹은 후 딸아이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조그마한 종이곽이었다. 누런 상자종이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색종이를 그 위에 붙였다. 


과연 저 안에 무슨 선물이 들어있을까?
열어보니 이렇게 써여 있다.
   "사랑하는 부모님,
    모든 것에 감사 드리고, 계신다는 것에 감사 드립니다.
    행운, 건강, 사랑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두 분을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있을 법 선물 물건은 없고, 누런 종이에 색종이를 붙인 것만이 10장 있었다.
세상에 이런 선물도 다 있네라면서 하나하나 꺼내보려는 순간 딸아이가 안 된다고 했다.

"여기 10장이 있는데 한 달 동안 한 번에 딱 한 장만 빼야 된다."
"그러면 뭐가 있는데?"
"일단 하나만 빼봐."


이렇게 빼낸 것이 아래와 같다.

     "무엇이든지 부탁하십시오. (제가 들어드리겠어요)"


돈 한 푼 쓰지 않고, 폐품을 재활용하고, 선물 기대감을 한 달 동안 지속시키고, 더우기 10가지 선행까지 하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한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 설사 딸바보 소리 들어도 귀가 즐거울 수밖에 없겠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1. 6. 10:08

어제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생일이었다. 이제 만 14살이 되었다. 리투아니아 학제(4,4,4)로는 중학교 마지막 학년생이고, 한국 학제(6,3,3)로는 중학교 2학년생이다.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먹여서 학교에 보내야 할 법하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아침에 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등교하기 위해 딸아이가 집을 나갈 때 일어나 아파트 현관문을 잠그기만 하면 된다. 아침밥도 간단하지만 자기가 챙겨 먹는다.

"우리가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줄 수 있는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제 내가 혼자 할 수 있잖아. 그 동안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었으니까 이제부터는 그냥 늦게까지 잘 주무세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찡하다. 몸만 자라는 줄 알았는데 마음도 쑥쑥 자라서 아빠가 기분이 좋다.ㅎㅎㅎ"
"고마워."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노란꽃 꽃 한 송이를 손에 쥐고 왔다.


"이거 내가 산 선물이야. 돈이 없어 한 송이밖에 못 샀어."
"우리가 꽃 선물을 해야 하는데..."
"아니야, 아빠와 엄마가 없으면 내가 세상에 태어날 수 없잖아. 그래서 내가 꽃 선물을 해야 돼."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엄마와 상의해 좋은 선물을 할게."
"그래, 고마워."

그리고 반 친구들이 선물한 사탕 상자을 선물했다.

 

아내는 낮에 학교에서 돌아올 딸아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 놓았으니까 맛있게 점심을 먹어."
"우와~~~ 생일에 미역국을 먹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저녁에 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친 후 귀가하는 길에 갈등꺼리가 하나 생겼다.
'아, 배가 고프니, 빨리 집으로 갈까', 
'아니 그래도 큰가게에 들러 꽃 선물을 사서 집에 가자'
결국 평소 15분 귀가 소요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걸음도 가벼웠다.
장미 15송이를 사고자 했지만, 카드결제가 불가해 소지한 현금을 다 주고 3송이만 샀다.


"자, 이제 우리가 꽃 선물할 차례다. 축하해."
"정말 예쁘다. 고마워~~~"

자기가 우리에게 주는 꽃 선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더니 막상 꽃 선물을 받드니 아주 좋아했다. 더 먼 길을 택하기를 잘 했다. 자기 생일에 부모에게 꽃을 선물하는 어린 딸아이의 마음씀이 기특하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23. 06:15

여전히 발트 3국에서 이 나라 저 나라, 이 도시 저 도시를 한국 관광객들에게 안내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이다. 어제는 단체 여행객들과 헤어졌다. 라헤마 국립공원 습지 오솔길을 도보산책(4킬로미터, 1시간 15분)한 후 발트해 해변의 한적한 시골 마을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 에스토니아 라헤마 국립공원


점심 후 이들은 페테르부르크로 떠나고, 나는 탈린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때 한 여행객이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컵라면, 햇반, 김 등을 시장가방에 담아서 선물로 주었다. 탈린에서 새로운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이틀 동안 요긴한 음식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일전에 만나자마자 한국 음식을 선물한 관광객을 소개했다. 오늘은 이렇게 헤어질 때 선물한 관광객 한 분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소꼽친구들인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함께 왔다. 이 중 한 분이 다기를 가져왔다. 관광안내 중 보온병에 든 따뜻한 차를 주곤 했다. 관광지 설명 등에 시달리는 목에는 그야말로 보약이었다. 그런데 이 분이 다기 전체를 가져왔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마지막날 장거리 이동 중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나를 안으로 불렀다. 이 일행들은 커피 대신에 모두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작은 차주전자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작고 귀여운 찻잔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차를 권하기에 마셨다. 차를 다 마신 후 물었다.

"혹시 차를 좋아하세요?"
"우리 집 식구 모두 차를 좋아합니다."
"그럼, 비록 사용한 것이지만 이것을 다 주고 싶어요."
"아이구, 감사하지만 그렇게까지 호의를 베푸지 않으셔도 됩니다."


야외나 여행을 갈 때도 차를 마실 있도록 부피가 적게 나갔다. 이날 선물로 받은 차주전자와 찻잔 등이다.



예쁜 보자기에 든 이 선물 다기를 유럽인 아내가 보더니 한국인의 아낌 없이 주는 행위에 감동과 감탄을 마지 않았다. 소중히 아끼는 물건을 이렇게 아낌 없이 줄 수 있는 마음을 참으로 본받고 싶다.


한편 당시 옆에 있던 일행 한 분이 여행 중 마시려고 가져 왔던 믹스커피를 꺼냈다. 여행 내내 이 동창이 우러내는 차를 마시느라 믹스커피를 전혀 먹을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차 덕분에 이렇게 믹스커피도 한 봉지 가득 선물로 받게 되었다. 뭐니해도 아기자기한 다기는 휴대하기가 아주 쉽다. 이제 현지인 친구집 등을 방문할 때도 이것을 가져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본이라도 먼저 다도를 익히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기를 선물한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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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3. 23. 08:02

해마다 누구에게 찾아오는 의미 있는 날이 하나 있다. 바로 생일이다. 일전에 크로아티아 친구과 대화하면서 1년에 내 생일이 3번이다라고 하니 몹시 놀라워했다. 두 번도 아니고 3번이라니... 설명을 해주니 참 재미있어 했다.

먼저 여권상 기재된 태어난 해의 음력 생일이다. 바로 이날 생년월일이 공개된 사회교제망(SNS) 친구들로 가장 많이 축하를 받는다. 더우기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은 이날을 쉽게 기억한다. 리투아니아 국가 재건일인 국경일이 이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음력 생일인데 이는 해마다 달라진다. 서양력을 사용하고 있는 유럽이라 음력을 일상에서는 거의 잊고 산다. 셋째는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이다. 

축하받을 일이 세 번이라 많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생일 자체를 별다르게 찾지 않으니 오히려 받을 일이 없게 된 셈이다. 식구들이 손님들을 초대해 잘 챙겨준다고 하면 양력일에 하자고 한다. 양력일이 오면 벌써 여권상 생일이 지났는데 내년에 하자고 한다.

생일 축하 답례로 꼬냑을 준비했으나 도로 가져와 
이 세 생일 중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을 좋아한다. 바로 춘분이기 때문이다. 봄기운 받아 늘 생생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 현지인 친구들과 탁구 모임이 있었다. 그냥 가려하는데 아내가 가방 속에 꼬냑을 한 병 넣어주었다.

"오늘 모임에서 누군가 당신 생일을 알아보고 축하하면 그 답례로 이걸 나눠 마셔라."
"아무도 축하하지 않으면?"
"그냥 도로 가져와."
"내가 먼저 오늘 내 생일이니 한잔 하자라고 하면 안 되나?"
"그러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난 한국 사람인데."
"여긴 리투아니아잖아."

아내 말처럼 대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 것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자기 자신이 먼저 나서지를 않는다.

돌 선물은 은 숟가락
마침 이날 교민 친구 딸이 첫돌을 맞아 초대를 받았다.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선물 선택에 평소 많은 고민을 하는 리투아니아 아내는 돌 선물로 무엇을 살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은 숟가락을 선물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돌 선물로 은 숟가락


이 은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늘 풍족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돌케익이 두 개였다. 하나는 친구 딸의 첫돌 케익 ,다른 하나는 내 생일 케익으로 친구 아내가 배려해주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생일 케익과 축노래까지 받게 되었다.

생일 선물로 한국 노래 잘할게
이날 오후 딸아이가 음악학교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는 날이었다. 아침에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왜 생일을 안 하는데?"
"생일이 어제 같으니까 안 하지."
"그게 뭔데?"
"어제는 생일이 아니었잖아. 그냥 평범한 날이었잖아. 오늘이 지나가면 어제가 되잖아.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특히 하루 종일 착한 마음으로 지내면 되지."
"그래 알았다. 내가 오늘 한국 노래 잘 부르는 것으로 아빠 생일 선물을 할게."

* 한국 노래 잘하겠다라는 것으로 생일 선물한 딸아이 요가일래


변성기라는 핑계로 평소 집에서 노래 연습을 안 하던 딸아이가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 한국 노래를 잘하겠다고 하니 의외했다. 

"그래, 오늘 아빠 생일 기운으로 어디 한번 잘해봐라."
"고마워."

아래는 아빠 생일에 노래 경연 대회(참가자: 리투아니아 노래 1곡, 외국 노래 1곡)에서 부른 한국 노래 "바위섬" 영상이다.  



저녁 무렵 선생님이 전화로 결과를 알려왔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부른 "바위섬"이 "가장 아름다운 외국 노래"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정말 좋은 생일 선물이었다. 아내는 "당신이 탁구 모임에 가니까 내가 영상을 잘 찍는 것으로 생일 선물을 하겠다"고 했다. 촬영물 결과를 보더니 "무대 위 딸아이가 심리적으로 떨 것을 내가 대신 촬영하면서 떨어주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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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2. 6. 07:37

이번 1월 한국 방문에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가 동행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으로는 러시아인, 마음으로 유대인, 영혼으로는 우크라이나인이다"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유대인인 그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러시아에 살고 있다. 

8일 동안 익산, 논산, 부산, 서울 등지를 그와 함께 다녔다. 식사할 때마다 그가 안스럽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젓가락질이다. 



서투른 젓가락질로 그는 힘들게 밥을 먹었다.


"포크를 갖다줄까?"

"아니."

"젓자락질이 불편하잖아. 그냥 포크로 쉽게 밥을 먹는 것이 좋겠는데."

"한국에 왔으니 해봐야지."

"그래도 옆에서 보니 좀 안스럽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젓가락질로 밥을 먹어볼 수 있겠나!"

"맞아. 차차 하다보면 능숙하게 될 거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의 젓가락질 솜씨는 일취월장했다.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멀지 않아서 콩알도 집어서 먹을 수도 있을 듯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더라도 포크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지."

"뭔데?"

"내가 이 쇠젓가락을 러시아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쇠젓가락을 선물로?"

"러시아에 있는 일본식당이나 중국식당은 전부 나무젓가락을 주는데 여기는 다 쇠젓가락이라 신기해."

"그래서?"

"한국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내가 서투르면 안 돼지. 그래서 내가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야."

 


그와 함께 부산 국제시장을 들렀다.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선물 가게에는 다양한 젓가락이 진열되어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선물할 마음에 드는 쇠젓가락을 여러 개 구입하면서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십년을 외국인들 사이에 살면서 지금껏 한 번도 쇠젓자락을 그들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럽에 있는 아시아 음식점에서는 거의 대부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준다. 이를 사용하지 않고 기념으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쇠젓가락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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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1. 28. 08:54

가족 중 누군가가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남아 있는 가족은 행여나 돌아올 때 가져올 선물을 기대한다. 그래서 집 떠나는 사람의 선물에 대한 고민은 남아 있는 사람의 선물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깊다. 

한 지인은 늘 초콜릿을 선물로 산다. 초기에 그의 가족은 "뭘 이런 것을 선물로?!"라며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익숙해지자 "이번엔 어떤 초콜릿을 가져올까?" 기대감으로 차 있다고 한다. 

다른 지인은 쉬려고 여행가는데 선물 선택 고민으로 여행을 힘들게 할 수 없으니 아예 선물을 사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도 이젠 이를 당연히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기야 요즘 해외여행은 그 옛날 이웃 마실 나들이 가는 든한 기분이다.

이번 한국 방문을 앞두고 딸아이가 꼭 부탁한 선물이 있었다. 여권수첩이다. 딸아이는 직접 인터넷 검색을 통해 멋진 여권수첩을 봐두었다. 

* 딸아이가 부탁한 여권수첩


"아빠, 다른 것은 안 사도 되는데 꼭 이것은 사와야 돼, 알았지?"
"열심히 찾아볼게."

한국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기념품 가게 등에서 여권수첩을 찾아보았다. 어느 곳에서도 여권수첩은 없었다. 한국에서 출국일이 가까워지자 딸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출국 전날 밤에 숙소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보왔다. 과일가게의 커다란 배가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이거야! 이것이면 딸아이의 실망감을 다 잠재울 거야!'라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일반적으로 농수산물 반입 절차는 까다롭다. 잠시 고민했지만, 수화물 가방 속에 넣어 만약 걸린다면 순순히 그 절차에 응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 두 주먹보다 더 큰 한국 배 3개가 집까지 무사히 오게 되었다.


여행가방을 열자 딸아이는 다른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오직 한국 배였다. 
"아빠, 정말 고마워! 아빠가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 아빠 짱이야! 나 오늘 대박이다! ㅎㅎㅎ"


몇 해 전 한국을 같이 방문했을 때 먹어본 후 딸아이는 한국 배를 지금껏 먹어보지 못했다. 대형상점이나 재래시장 과일 판매대를 지날 때 딸아이는 한국 배가 아주 먹고 싶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이렇게 모처럼 한국 배를 먹게 되었다.

* 씨를 버리기가 아까워 일단 화분에 심어놓았다.


"한국 배가 정말 맛있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왜?"
"물이 많고 달고 사근사근 씹히는 맛이 정말 좋아!"
"여권수첩 못 사서 미안해."
"괜찮아. 이 한국 배가 최고야!"
"그렇게 생각하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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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첫면2014. 12. 24. 07:40

선물을 주고 받는 계절이다. 어제 낮 우리 집 아파트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비디오폰으로 보니 윗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손에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다. 문을 열고 보니 보니 버섯 목걸이였다. 버섯이 주렁주렁 실에 꿔메져 있었다.

"아니 뭘 이런 것을 다 주시다니..."
"숲에서 직접 채취한 버섯을 말린 것이에요.약소하지만 받아요."
"감사합니다."


이 버섯 이름은 리투아니아어로는 바라비카스(baravykas)고, 이탈리아어로는 포르치니(porcini)고 한국어로는 그물버섯이다. 버섯 몸통이 아주 다부지게 생겼다. 향, 씹는 맛, 그리고 감촉이 다 좋아서 여기선 최고로 값이 나가는 버섯이다. 교민들은 이 버섯을 두고 유럽의 송이버섯이라 부르기도 한다. 

올해따라 크리스마스이자 연말 선물로 받은 이 그물버섯에 아주 고마웠다. 
사연인즉 지난 가을 그물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원시림 수준의 숲 속에서 네 시간 정도 돌아다녔다. 그런데 한 개도 채취하지 못했다. 같이 같 일행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버섯 채취하러 집을 나설 때는 바구니 가득 이 버섯을 채취해 잘 말려서 햇볕이 거의 전부한 겨울철에 비타민D 섭취용으로 즐겨 먹기를 듬뿍 기대했는데 말이다. 숲 속에서 고생만 잔득하고 빈털터리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예전에 직접 찍은 그물버섯 모습이다. 보기에도 몸통이 단단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 버섯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벌레가 거의 없다. 



어제 받은 그물버섯 선물이 바로 이날을 떠올리게 했다. 아래집 윗집으로 살다보니 영감이 통했는지 이 버섯 선물을 받게 되어 기뻤다. 



말린 그물버섯을 찬장에 걸어놓고 국이나 라면을 끓일 때 몇 조각씩 떼어내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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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2. 23. 07:28

이제 이틀 후면 크리스마스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라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지만, 어느 때엔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민만 머리 속에 맴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인데 가까운 친척들에게 "올해는 무엇으로 선물해야 하나?"가 12월 초순부터 우리 집의 화두다. 

어린이들은 순진무구하다. 그저 자기가 받고 싶은 물건을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는 편지를 쓰기만 하면 된다. 이 또한 부모로서는 고민거리다. 어떤 아이는 그 편지를 다른 식구들이 뜯지 못하도록 풀로 꼭꼭 붙여놓는다. 이 경우 부모로서 먼저 그 받고 싶은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해내야 한다. 설사 알아내었더라도 그 물건이 황당하거나 값이 부모가 감당하지 못할 때는 역시 고민스럽다.

* 방문에 부모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몰래 포장하니 방해하지 마라는 딸아이의 안내문 


친척들도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살짝 이야기해준다면 좋겠다. 말이 가까운 친척이지 일년에 서너 차례 정도 만난다. 그러니 이 또한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이다'라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올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다. 며칠 전 한국어 종강 수업에 한 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다른 학생들은 초콜릿 등을 선물했지만, 이 학생은 집에서 직접 만든 사과잼과 토마토잼을 선물했다.

*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수강생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사과잼과 토마토잼


자, 그렇다면 우리 집은 올해 어떤 선물을 결정했을까?
12월초 유럽인 아내와 선물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올해 친척들에게 무엇을 선물하지?"
"친척들이 우리 김치가 맛있다고 하니 김치로 하면 어떨까?"
"하기야 지금까지 김치를 선물한 적은 없었지."
"평소보다 더 많이 담그면 되겠네."
"우리만이 할 수 있으니 김치 선물이 딱 좋겠다." 

유럽인 아내의 일가친척들은 결혼 초기에 김치를 냄새가 나는 괴상한 음식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김치에 익숙해지더니 우리 집에 오면 이들이 제일 먼저 찾는 음식이 바로 김치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느듯 김치는 이들에게 신(神)적인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김치 선물이 딱 좋을 수밖에... 

이렇게 아내와 함께 김치를 넉넉하게 담갔다. 소금을 뿌리고, 양념을 준비하고, 절인 배춧잎에 양념을 바르는데 더 많은 시간과 힘이 들었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 좋아할 친척들을 생각하니 힘들지는 않았다.    


어젯밤 아내는 먹기 쉽게 긴 배춧잎을 입에 넣기 좋을 만큼 잘게 잘랐다. 그리고 유리병에 김치를 담아 포장까지 마쳤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때 12가지 음식을 먹는다. 다가오는 새해의 12달 동안 건강하게 살자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 음식은 없다. 


* 유럽인 친척들의 크리스마스 전야 식탁에 오를 초유스표 김치

  

이 식탁에 우리가 만든 김치가 12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겨울철이라 김치에 마늘을 평소보다 2배는 더 넣었다. 매워서 입은 헐 수도 있지만 김치 효능으로 모두 건강한 새해를 맞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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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2. 15. 08:22

세상 어디나 누군가를 방문할 때 무엇인가 선물을 들고 간다. 일전에 지방에 살고 계시는 리투아니아인 장모님이 우리 집을 잠깐 방문했다. 빌뉴스 병원에서 진료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장모님은 몇 가지 선물을 가져 오신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훈제 돼지고기,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시골 치즈다. 그런데 이날은 사위를 위한 선물도 가져 오셨다. 바로 아래 플라스틱병에 담긴 것이다. 



무엇일까? 하얀 조각들이 밑에 깔려 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마늘 조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생마늘을 조각 내어서 밑에 넣고 그 위에 40도짜리 술 보드카를 부었다. 한마디로 마늘주다. 사위가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아시는데 왜 이 마늘주을 선물했을까?

"사위, 이게 뭔지 알아?"
"마늘이 있네요."
"이게 바로 내 겨울철 상비약이야."
"특별히 어디에 좋은 데는요?"
"이게 말이야. 감기에 특효약이야. 내가 이거 때문에 감기에 안 걸린다고."
"그럼, 언제 마시나요?"
"감기 낌새가 있을 때 바로 한잔씩 마셔봐. 그럼, 감기가 도망가."


마늘 보드카 = 고춧가루 소주
한국 사람들도 감기에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춧가루를 넣어 마신다고 하니 장모님이 맞장구를 쳐셨다. 
"봐, 매운 마늘이 매운 고춧고루와 서로 통하잖아."

부엌 찬장에 놓아 둔 것만으로 효과는 있는지 다행히 아직까지 이번 겨울에는 이 장모님 마늘주를 마실 기회가 없었다. 물론 계속 없길 바란다. 감기와 마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마늘로 감기를 예방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몇 해 전 독감이 유행했을 때 빌뉴스의 한 유치원에서는 아이 한 명도 독감에 걸리지 않아서 화제가 되었다. 그 비책이 마늘이다. 유치원 교사 두 명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걀 모양의 초콜릿 킨더 서프라이즈의 플라스틱통을 이용했다. 

이 통 안에 껍질을 깐 마늘 한 쪽을 넣는다. 이 통을 실로 묶어서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에 걸어 놓는다. 선생님이 아이들과 놀면서 가끔 이 통을 열고 마늘 냄새를 맡게 한다. 매일 새로운 마늘을 교체한다. 이 유치원은 음식에도 평소보다 더 많이 마늘 양념을 사용하고 있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마늘 냄새를 싫어한다. 아내나 남편의 접근을 막으려면 마늘을 먹으면 된다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감기 초기나 감기 예방을 위해 이 마늘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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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감탄 세계화제2014. 12. 8. 07:05

이제 얼마 후면 크리스마스다. 유럽에서 1년 중 가장 큰 축제일이다. 11월말이나 12월초에 도심의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다. 집집마다 거실에도 종교를 떠나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다. 우리집 거실에도 딸아이가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잡고 있다. 



나무 밑에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있다. 물론 그 안에는 크리스마스 때 받고 싶은 선물이 써져 있다. 만 13살 딸은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다. 딸은 산타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대문자로 "SANTA, STOP HEREe!"라고 썼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사진 한 장이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바로 세워져 있지 않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 밑에는 아이가 두 명 있다. 상황에 어울리는 멋진 발상이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된다.


이렇게 어린 아이나 개 등 반려동물이 있을 시 거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수난을 당하기 쉽다. 때론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모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환희와 축복을 가져다 주길 바라면서 특이하고 기발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소개한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일률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보다는 다음에는 가족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어서 위와 같이 색다른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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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 9. 26. 05:51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딸아이가 전화했다. 혹시 집에서 무슨 일이 있나해서 받기로 했다. 또한 생생한 한국어 대화를 들으면 학생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아빠!"
"왜?"
"집에 올 때 사탕을 30개 사올 수 있어?"
"있지."
"왜 사탕을 그렇게 많이?"
"내일 영어 시간에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데 학생들에게 질문할 거야. 맞으면 사탕을 선물할 거야."
"알았다."

수업을 마친 후 대학교 인근에 있는 가게를 찾았다. 무슨 사탕을 살까 고민스러웠다. 물어보려고 전화했다.

"아빠가 어떤 사탕을 사줄까?"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으로 보내줘."

* 딸아이와 페이스북으로 주고 받은 내용이다. 한글로 옮겨 적으면 이렇다:

제일 위에 세 번째. 건데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세려면 안 돼. 너무 많이 사지마.


정말 좋은 세상이다. 집에 있으면서도 인터넷 덕분에 원하는 사탕을 주문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가게에는 원하는 사탕이 없었다.

"내가 다른 큰 가게에 가서 사탕을 살게."
"아빠, 그럴 필요가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와. 아빠가 힘들잖아."
"내가 힘들어도 네가 좋으면 좋지."
"정말이지 그럴 필요 없어. 배가 고프잖아. 그냥 빨리 집으로 와."
"벌써 새로운 가게로 가고 있어."
"그러면 아빠가 사고 싶은 것도 사. 내가 돈줄게."
"됐어. 빨리 사서 가져갈게."

이렇게 사탕을 30개보다 훨씬 많은 50개 정도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 여는 소리에 딸아이는 밑으로까지 내려왔다.



"아빠, 정말 고마워. 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내일 영어 프레젠테이션 잘 해라."

감사의 뽀뽀를 막하려는 딸을 제지했다.
"밖에서 왔으니 세수한 후에 뽀뽀해. ㅎㅎㅎ"

강의 후 더 먼 길을 걸으면서 힘들었지만 이렇게 딸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것에 피곤을 잊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9. 18. 06:22

요즘 리투아니아 숲 속은 사람들로 붐빈다. 야생 버섯이나 열매를 채취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오후쯤 아파트 윗층에 사는 주부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거 숲에서 오늘 아침에 내가 직접 채취한 버섯이야. 한번 요리해 먹어봐. 맛있을 거야."
"아이구, 감사합니다."


막상 이렇게 받았지만, 우리 부부는 순간 고민스러웠다. 흔히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아니라 정말 낯설은 버섯이었기 때문이다. 그물버섯, 꾀고리버섯 등 두 서너 개 외에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전무하다. 이웃이 가고 난 다음 부엌에서 우리 부부는 경계심을 가지고 버섯을 대했다.

"우리 먹을까? 아니면 버릴까?" 아내가 먼저 물었다.
"설마 이웃이 이웃을 해하려고 버섯을 선물할까?"
"의도는 좋지만, 혹시 이 버섯들 중 정말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이 있을 수 있잖아!"
"이 세상 모든 버섯은 다 먹을 수 있는 데 한 번이냐 아니면 여러 번이냐 그 차이뿐이야."
"일단 이 버섯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먹을 지를 결정하자."


리투아니아어로 gudukas이고, 라틴명은 rozites caperate이다. 한국어로는 노란띠버섯이다. 검색해보니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는 버섯이다.

"맛일까?"
"양념에 따라서."

이웃은 친절하게 요리법도 일러주었다.
버터에 적당하게 튀긴 후 마지막에 양파를 짤게 썰어넣고 소금으로 간하면 된다.



이에 따라 아내가 요리했다.

처음에 의구심으로 보았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요리하기도 쉬웠다.



"이웃이 준 버섯량은 4-5번 정도 요리할 수가 있다."
"우와, 우리 음식값 많이 절약하겠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이맘때면 숲 속으로 가잖아."
"겨울식량 비축하러 우리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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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감탄 세계화제2014. 9. 2. 05:02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관심은 끈 사진이 한 장 있다. 바로 화장실 사진이다. 화장실 벽 삼면이 화장지로 쌍여 있다. 사진과 함께 제목이 "안전(혹은 보안)의 의미"(poczucie bezpieczenstwa)이다. 그런데 똑 같은 사진을 놓아두고 집들이를 경험한 한국 사람은 "집들이 한번 했더니 화장실이 이 모양"이라는 제목을 뽑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리투아니아 집들이 선물은 화장지나 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꽃다발, 화분, 그림액자 등이다. 


언젠가 현지인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한국에서 집들이 경험이 별로 없었으므로 잘 아는 리투아니아 교민에게 물어 화장지와 세제를 많이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가져간 이 선물에 대한 친구의 반응이 궁금했다. 손님 모두가 화장지와 세제를 가져오면 희소가치가 당연히 적지만, 이렇게 가져간 것은 우리밖에 없어 대환영이었다. 더욱이 이렇게 두 나라간 집들이 선물문화를 알게 돼서 좋다고 하면서 비우는 술잔의 수는 늘어만 갔다.


주인장의 건배사가 재미있어 영상 말미에 담아보았다. “여기 꽃다발이다 (모두가 다 함께 잔을 부딪칠 때 모습). 꽃다발은 꽃으로 되어 있다. 이 꽃이 땅에서 잘 자라도록 물을 주어야 한다. 자, 모두 잔을 비우자!” 리투아니아어로 잔을 다 비우자는 말은 “iki dugno"(이끼 두그노)인데, 뜻은 ”바닥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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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5. 16. 06:47

모처럼 정장 차림으로 아내가 직장인 음악학교로 출근했다. 하늘은 맑았지만 이맘 때는 언제라도 비가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아내가 한마디했다.

"내가 퇴근할 무렵 비가 오면 당신이 우산을 챙겨서 학교로 와."
"알았어."

아내가 퇴근할 오후 7시 30분 경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 뭉치가 여기저기 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잠시 후 아파트 입구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렀다. 우리 집 아파트 문을 열고 계단으로 올라오는 아내를 보았다. 

얼굴은 그야말로 꽃다발에 파묻혀있었다. 아내가 가르치는 피아노 학생들의 학년말 연주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꽃이나 선물 등으로 성의를 표한다. 그런데 선물한 꽃의 규모는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달렸다.

"이건 러시아인 학생이 선물했고, 이건 리투아니아인 학생이 선물했고, 이건 폴란드인 학생이 선물했어."
"우와, 정말 민족별로 참 다르네."

* 러시아인 두 학생이 각각 선물한 꽃다발

* 리투아니아인과 폴란드인 학생들이 선물한 꽃송이

물론 어느 민족 전체의 성향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내가 받는 꽃선물을 통해서는 민족에 따라 확연히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러시아인은 아주 큼직한 꽃다발이다. 이에 반해 리투아니아인과 폴란드인 학생은 꽃 한 송이나 세 송이에 초콜릿 등 과자를 선물한다.

"학생들에게 너무 과한 꽃다발 선물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되나?"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지."
"이 중 어느 꽃선물이 제일 마음에 드나?"
"다 마음에 들지만 꼭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면 이 은방울꽃 묶음이야."


숲 속 이른 아침에 즐길 수 있는 은은한 은방울꽃 향기가 이제 며칠 동안 우리 집 거실에 피어날 것이다. 한편 앞으로 러시아인을 축하할 때에는 아내가 받은 큼직한 꽃다발처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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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4. 9. 06:42

부엌에서 아내와 함께 요리할 때가 종종 있다. 더 날카로운 칼이 필요해 아내가 사용하고 있는 칼을 부탁한다. 이때 아내는 칼을 내 손으로 주지 않고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그냥 손잡이를 나를 향해 주면 그만인데 꼭 탁자에 내려놓고 그 칼을 내가 직접 가져가게 한다.


때론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을 때 치즈를 자르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식사용 칼을 부탁한다. 이때도 아내는 가까운 곳에 칼을 내려놓고 내가 가져가라고 한다. 처음에는 "줄려면 끝까지 손에 쥐여줘야지 꼭 한번 더 나를 수고스럽게 한다"고 불평하곤 했다. 아내의 행동은 심하게 해석하면 마치 나에게 불만을 표사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때로는 상당히 성의가 없어 보인다.
정말 성의가 없어서일까?

*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칼과 같은 날카로운 것을 줄 때 직접 주지 않는다.

사실 그렇지가 않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옛부터 칼이나 포크, 가위, 바늘 등 날카로운 물건을 상대방에게 직접 건네주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건네주면 이것이 두 사람간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물건을 가급적 상대방에게 선물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선물해야 할 상황이면 선물을 주긴 주되 이를 상징적으로 1원에 사라고 한다. 이 물건이 행야 가져다 줄 두 사람간 불화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경우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문의했다. 

미국 친구: 칼을 그냥 주거나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게 준다.
스웨덴 친구: 대체로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게 준다.
프랑스 친구: 프랑스인들은 칼 선물을 피한다. 칼을 받았다면 액운을 없애기 위해 동전을 줘야 한다.
브라질 친구: 우린 아무런 걱정 없이 직접 칼을 건넨다.
이탈리아 친구: 이탈리아 북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칼을 건넨다.
아르헨티아 친구: 칼을 직접 건네지 않는다. 이는 액운을 불러온다. 

액운을 피하기 위해 칼을 직접 건네지 않는 나라도 있고, 이에 개의치 않고 다른 물건 주듯이 칼을 주는 나라도 있다. 아뭏든 적어도 줄 때에는 날카로운 부분보다는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 건네는 것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17. 08:23

또 한 주말이 지나갔다. 이번 주말 유럽 리투아니아 전역 날씨는 여기 현지인들 표현대로 "개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강풍이 불고, 해가 났다. 해가 쨍쨍해 밖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자 이내 눈이 쏟아졌다. 바람이 없어 산책가고자 하면 금방 강풍이 불어서 가로수가 휘청거렸다. 이런 날씨에 상책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주말 서양란 뒤 하얀 구름이 어느 순간 몰려와 하얀 눈을 뿌렸다

주말에 식구 셋이서 모두가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아무런 기척없이 여러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주말에 학교 숙제가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물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오래하면 부모의 조언이 따른다. 딸아이가 무엇을 하나 살펴보니 열심히 실로 팔찌를 짜고 있었다.

"지금 뭐하니?"
"언니 생일에 줄 팔찌 선물을 만들고 있어."
"안 어려워?"
"쉬워."
"어떻게 배웠니?"
"유튜브에서."


"허리 아플테니 쉬면서 해."
"언니 거 끝나면 엄마 거 만들고, 그리고 아빠 거도 하나 만들어줄게."
"그래? 수호신으로 모셔야겠네."
"이제 팔찌 사달라고 조르지 말고 이렇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당연하지."

* 실팔찌 모두가 직접 짠 것이다

이렇게 주말에 공부에 시달리지 않고 실로 팔찌를 짜면서 시간을 보내는 딸아이가 부럽다. 한편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인터넷이 없던 옛날 옛적에 베를 짜는 선조들의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4. 3. 10. 05:21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런 행사에는 점점 감정이 무뎌져 간다. 전날 저녁 식사 식탁에는 우리 집 여성인 아내와 딸아이가 모두 모였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내일 여성의 날인데 아빤 꽃 선물 하지 않을 거야."
"꽃 선물 없어도 아빠가 사랑하는 줄 아니까 괜찮아."
"그래, 마음으로 축하해주면 그만이지. 꽃은 살 필요가 없다."
"맞아."

기분 좋게 딸아이가 맞장구쳐 주었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이지만, 행사 때문에 아내는 출근해야 했다. 식탁에 홀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꽃은 어디에?"
"마음에서는 전하는 말이면 충분하지 무슨 꽃이 필요하나?!"
"그래도 받으면 여자로서 더 행복감을 느끼지."

아내는 출근하면서 심부름을 부탁했다. 딸아이가 이날 음악축제에 노래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노래 지도 선생님에게 감사와 함께 여성의 날이라고 꽃 선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뒤 딸아이와 함께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집 근처에 있는 꽃시장으로 향했다.

"아빠는 살아있는 꽃은 사기가 싫어."
"맞아. 며칠 후에 꽃은 시들어버리잖아. 꽃이 참 불쌍해."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꽃을 사기가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오늘도 그 중 한 날이다."

꽃시장에는 꽃을 사서 한 아름씩 안고 가는 남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속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다니는 음악학교는 이날 리투아니아 전국 음악학교를 대상으로 음악축제를 개최했다. 딸아이도 한국 노래 '반달'로 참가했다. 아래 영상은 이날 부른 노래이다.


아내는 이날 축제 사진촬영을 담당했고, 딸아이는 축제 결과를 기다렸다. 왼쪽 어깨로는 7kg의 삼각대를 메고, 오른쪽 어깨로는 6kg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먼저 음악학교로 나왔다. 

'자, 무거우니 집으로 곧장 갈 것인가? 아니면 슈퍼마켓을 들어 깜짝 선물을 살 것인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발걸음은 이미 슈퍼마켓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활짝 핀 수선화 꽃 화분보다 이제 막 피려고 하는 수선화 꽃 화분을 골랐다. 그리고 빨간 장미꽃 색을 연상시키는 싱싱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딸기 두 상자를 구입했다.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오후 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와 딸아이는 부엌, 욕실, 방으로 다니느라 아직 거실까지 오지 않았다. 한참 후에 거실로 온 아내는 뜻밖의 수선화를 발견했다.

"우와~~~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우리 집에 일어났다."
"엄마, 뭔데?"
"거실 탁자에 가봐!"

내 두 볼은 두 사람으로부터 하나씩 점령당했다. 늦은 저녁에 두 처남이 아내에게 전화했다. 여성의 날이라고 여동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수선화 꽃 화분과 딸기를 받았다고 처남들에게 뿌듯해 하는 아내의 말말을 옆에서 들으니 이날 꽃 선물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는 나의 신념보다 때론 받는 이의 감정을 더 헤아리는 것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20. 06:14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평소와 같이 수업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다. 열쇠로 강의실 문을 열고 기다렸다. 수업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요일을 잘못 알고 강의하러 왔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강의실 열린 문 뒤에서 낯익은 한국어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려주지 않은 내 생일을 알았을까?
물어보니 페이스북에서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하얀색 풍선에 한국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 심지어 에스페란토 등으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초콜릿, 빵과자, 축하엽서도 받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일은 '생일'이 아니라 '생신'이라고 고쳐주고 싶었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았으니 참았다. ㅎㅎㅎ

무엇보다도 풍선에 그려진 케익이 보기에도 맛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학생들의 선물을 보여주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진짜 내 생일에 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

1년에 맞는 생일은 세 번이다. 
1. 여권에 기재된 음력 생일
2.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
3. 해마다 변하는 음력 생일

가족도 헷갈려 여러 해 전에 2번 생일을 진짜 생일로 정했다. 한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생일 축하 쪽지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Kun unua naskiĝtago, paĉiuka!!! Multege da sano, mono (por ke mi estu feliĉa ankaŭ), kaj sukceson en iu ajn ŝtupo en vivo! P.S. Mi gratulos vin en Marto denove.

아빠,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요. 아주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고(나 또한 행복하도록),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성공하세요. 추신: 3월에 또 축하할 거예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2. 13. 06:00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1년 중 자녀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다. 바로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줄 선물 때문이다. 자녀들은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자기 원하는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이 편지를 크리스마스추리에 놓는다.

먼저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주기 영상을 소개한다. 캐나다 항공회사 Westjet이 자신의 승객들에게 실시간에 선물을 주는 장면이다.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과 대화를 통해 받고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알아냈다. 승객들이 도착할 공항으로 그 선물을 배송한다. 승객들은 수하물 찾는 곳에서 깜짝 선물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감동이자 기적이다. 이처럼 유럽의 사람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막 만 12살이 되었다.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나이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어렸을 때에는 카드에 편지를 써서 봉투에 넣어 봉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냥 하얀 종이에 편지를 써서 산타 할아버지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어렸을 때에는 원하는 선물을 꼭 한 가지로 기입했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다. 다 받으면 좋겠지만, 욕심이 많다고 하나도 안 줄 수가 있으니까 일단 여러 가지로 적어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택해서 하나만 주시도록 했다.   

* 우리 집 크리스마스추리와 산타 할아버지께 쓴 요가일래의 편지

편지 번역본:
산타 할아버지 
올해 저는 너무 좋지 않고, 너무 나쁘지도 않았어요. 한마디로 보통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해에는 허리띠를 조금 더 조아야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선물과 좋은 한 해를 보내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아래 말할 몇몇 선물 중 무엇이 저에게 가장 유익하고 저를 가장 기쁘게  할 것인지는 할아버지께서 선택해주세요.

첫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의 새로운 앨범 "Midnight Memories"
두 번째는 파란색 책가방 "CONVERSE" 
세 번째는 원디렉션(One Direction) 향수 "Our Moment": 이 향수는  "Drogas"나 "Eurokos" 가게에서 살 수가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알다시피 제 부모님은 제가 원디렉션을 이렇게 좋아하는 건 약간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은 제가 얼마나 이 남자들을 좋아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들의 음악과 존재만이 저를 행복하게 해줘요.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원디렉션 "FANGIRLINTI"(팬걸되기)가 참 좋아요. 이는 이 남자들에 열광한다는 뜻이에요. 그들이 정말 내 마음에 들고, 저는 제 생각을 결코 바뀌지 않을 거예요. 원디렉션은 제게 하느님입니다. 끝으로 저에게 행복, 건강, 좋은 성적, 성취, 자기신뢰를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선물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나열해 산타 할아버지가 형편에 따라 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마음에 든다. 한편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딸아이의 믿음이 더욱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11. 20. 06:56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가 초대했다. 거실에 낯선 물건이 하나 놓여있었다. 위에는 생화가 말라서 건화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병 속에는 한눈에 봐도 꿀이 담겨져 있었다.


"꿀과 건화라. 이거 뭐지?"
"우리 부부가 결혼 30주년을 맞았는데 선물 받았어."


말이 필요없다. 참으로 딱 어울리는 선물이다. 선물 선택하기가 참으로 어려운데 정말 기발한 생각이다. 벌꿀처럼 달콤하고 부지런하게 산 30주년을 꿀 3리터에 다 담아버리다니...... 

이 꿀벌 선물을 보니 "이래서 사람은 자꾸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견문을 넓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1. 4. 06:33

이 블로그를 시작한 날인 11월 22일이 오면 꼭 만 6년이다. 종종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딸아이는 내일이면 만 12살이 된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생일이니 선물이 필요하다. 선물를 주는 일은 쉽지만, 선물을 선택하는 일은 참 어렵다.

어느 정도로 해야 적당하고, 무슨 선물을 해야 받는 사람이 좋아할까...... 

딸아이 친구들은 지난 주말 "무슨 선물을 원하니?"라고 문자로 딸에게 물어왔다. 이에 딸아이는 "딱히 필요한 것은 없지만, 네 마음이 원하는대로 해."라고 답했다.

며칠 전 대학생인 큰딸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두 친구가 축하하기 위해 기발한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생일을 맞은 친구가 곧 프랑스 파리로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이다. 그래서 이들은 상자 표면에 색종이로 프랑스 국기를 장식했다. 


그리고 상자 안에 치즈, 프랑스를 상징하는 바게트빵과 프랑스산 포도주를 넣었다. 재치있는 이들의 선물 선택에 우리 식구들은 박수를 보냈다. 

자, 이제 그렇다면 딸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1년 중 딸아이가 부모로부터 선물을 기다리는 날은 딱 두 날이다. 성탄절과 생일이다. 성탄절에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원하는 선물을 편지로 부탁한다. 생일에는 미리 가지고 싶은 물건을 부모에게 부탁한다. 

"올해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
"당연히 스마트폰이지."
"너무 비싸잖아. 왜 스마트폰이데?"
"화면이 크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또 아빠에게 한글로 쪽지도 보낼 수 있고......"
"이유가 참 많다. 학급 친구들도 가지고 있나?"
"있지. 많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어."
"나중에 사면 안 될까?"
"한 해라도 빨리 카카오톡으로 아빠하고 한글로 쪽지 보내기를 하고 싶어."

모태부터 지금까지 딸아이와는 한국어로 대화한다. 가끔 보내는 문자도 로마자를 이용해 한국어로 주고 받는다. 그런데 영~ 엉망이다.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아래는 딸아이와 최근 주고 받은 문자 쪽지이다. 


한국어 철자에 맞게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신데랄라 좀 써 오늘은."
"어디에 있어?"
"일어났니? 우리가 리나 묘에 있다."
"내가 집에 혼자 있어?"
"아니. 빌류스도 있지."
"아~. 빨리 집에 와."
"알았다. 물고기 먹어라. 그런데 조심. 뼈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또 잘거야. 안녕."

물론 횟수는 많지 않겠지만, 편하게 한글로 쪽지를 보내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에 "아, 그래 이제는 사줘야겠네."라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딸아이가 얼마나 정확하게 한글로 문자를 쓸 지 궁금하다. 스마트폰 덕분에 딸아이가 말하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쓰는 한국어에도 조금씩 익숙하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13. 05:17

관광안내사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행사 중 관괭객들과는 대개 일방통행식으로 의사전달이 이루어진다. 관광지에 대한 설명이 주된 임무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로부터 질문이 많을 때는 다소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동안 함께 했지만 헤어질 때는 마음이 찡하고 아쉬워하는 경우도 많다. 일전에 만난 단체도 이 경우이다. 식당에서 음식이 맞지 않아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이나 반찬을 꺼내 먹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그런데 이번 단체는 여러 날을 같이 보냈지만,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이 분들은 참 대단하다. 오로지 현지식에만 충실하시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서 공항으로 떠나기 전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 관광객들이 한 분 두 분 다가와 봉지에 든 것을 주었다.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실례가 될 듯해 주저되지만 혹시나 해서 이렇게 드립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이렇게 모인 음식 선물 봉지가 내 가방도 더 컸다.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대부분 컵라면, 소주, 한국 과자였다.


그 중에서 이번 대박 음식은 뭐니해도 무말랭이 무침이었다, 달콤매콤한 이 반찬을 먹어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적은 양이지만, 여러 끼를 절약해서 먹었다.


관광안내사 일의 또 다른 재미가 이런 것이다. 그 동안 음식 선물을 준 모든 관광객들에게 감사드린다. 외국에서 진짜 한국의 음식 맛을 느끼고 (찰나이지만) 즐길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관련글: 유럽 현지 식당에서 한국 반찬 먹어도 되나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7. 22. 05:49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이번에는 10일간 계속해서 집을 비웠다. 이 사이에 아내와 딸은 아내의 고향인 지방도시로 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집을 향해 빌뉴스 버스 정류장을 나섰다. 혼자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면서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 아내는 여러 날 동안 집을 비우면 냉장고에 음식을 남겨놓지 않는다. 오는 도중에 가게에 들러 빵, 치즈, 상추, 토마토, 복숭아 등을 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복도에 의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천장에 있는 전구를 교체하다가 그만 의자를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노란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쪽지에 사용한 언어는 아쉽게도 한국어가 아니라 국제어 에스페란토다.


1. 아빠, 다른 곳에는 절대 가지 말고 침실로 가서 베개 밑을 봐!


2. 달콤하게 과자를 먹은 후에 요가일래 방으로 가서 가구 유리문에 있는 것을 봐!


3. 아빠, 아빠의 삶이 달콤하기를 원해? 그렇다면 거실에 있는 소파로 가봐!


4. 이 과자를 맛보고 아빠 방으로 가서 소파에 앉아봐!


5. 이 맛있는 과자를 먹어봐! 하지만 아빠의 삶이 더 달콤하기를 원해? 아직 충분하지 않아? 그렇다면 FINNAIR 꼬리표가 있는 아빠 서랍장 서랍을 열어봐!


도대체 최종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혹시 한국을 방문하라고 Finnair(핀에어) 비행기표를 사놓지는 않았을까... 별별 생각이 떠올랐다. 


6. 아빠, 엄청 즐기고 아내와 딸에게 전화해!


삼성 갤럭시 노트 2 똑똑전화(스마트폰) 곽을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쪽지가 있었다.

"달콤함으로 아빠는 벌써 날아가고 있어?"  
(핀에어 꼬리표는 기분이 좋아서 날아가라는 뜻이구나......)


출장으로 집을 비운 동안에 아내와 딸은 내가 가지고 싶었던 똑똑전화(스마트폰)을 선물로 구입해놓았다. 똑똑전화 선물도 감동적이지만, 식구가 없는 빈 집에 이런 쪽지를 남겨놓은 것 그 자체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빈 집에 이 쪽지들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멀리 있어도 가족이고, 가까이 없어도 가족이다.'라고 독백을 해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6. 25. 13:25

얼마 전 리투아니아 주요 도시 광장에서 주말에 10대 후반의 남녀 학생들이 정장을 입은 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마친 후 학창시절 마감을 자축하는 행사이다. 7월에는 리투아니아 전역에서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다.



한 때 졸업 선물로 각광을 받은 것이 앨범이다. 이 앨범에 추억의 아날로그 필름 사진들을 현상해 담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그래서 앨범 선물은 구식이 되어버렸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할머니가 졸업 선물로 준 앨범이 화제를 끌고 있다. 
왜 일까? 
아날로그 선물 속에 담긴 할머니의 디지털 아이디어 때문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돈은 역시 아날로그나 디지털을 떠나서 모든 시대에 두루 통하는 받는 이를 기쁘게 하는 좋은 선물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