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0. 17. 07:33

이제는 가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여름이든 대형상점에 가면 전열되어 있는 과일 종류가 거의 차이가 없다. 예를 들면, 북반구에 수박이 나지 않는 계절엔 남반구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되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따라 더 자주 먹고 싶은 과일이 사람마다 있기 마련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가을철에 제일 먹고 싶은 과일은 석류, 감, 밤이다. 그런데 이 과일들은 전부 남쪽 나라에서 온 수입품이라서 값이 제법 비싸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신토불이 과일 사과가 가장 좋다"라고 주장하면서 내 구매 욕구를 묵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내가 너그러운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다. 수입해서 들어오는 과일량이 많을 때 할인판매를 하는 때이다. 

* 리투아니아는 부가가치세가 21%이다.

며칠 전 대형상점(슈퍼마켓)을 가니 단감과 석류가 확 눈에 들어왔다. 아내의 습관대로 우선 가격을 확인해보았다. 스페인 단감은 1킬로그램에 9.99리타스(한국돈으로 약 4300원)이고, 이스라엘 석류는 1킬로그램에 11.99리타스(5200원)했다.


석류를 3개 사니 2킬로그램이나 되었다. 정상 가격은 1만원이나 할인을 받아 4200원을 주었다. 집에 와서 주먹으로 석류 크기를 비교해보니 두 배나 되었다. 


특히 석류는 딸아이도 아주 좋아한다. 

"아빠가 석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
"알아. 아빠가 벌써 이야기했잖아."
"그래. 아빠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뒷뜰에 석류나무가 자랐지. 그래서 가을이 되면 많이 따서 먹었다. 그런데 너는 왜 석류를 좋아하는데?"
"아빠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지."
"이를 한자성어로 말하면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버지가 딸에게 대대로 전한다)이다."


아빠가 좋아하니까 자기도 좋아한다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보니 웬지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석류를 보거나 먹을 때 '아, 이건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다'라고 생각하겠지...... 어디 자녀가 과일만 본받겠는가...... 부모가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1. 9. 06:23

요즘 슈퍼마켓 과일 판매대에 가면 가장 군침을 돋게 하는 과일은 다름 아닌 석류이다. 어릴 때 집 뒷마당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그 새콤하고 달콤한 맛은 수십년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어 석류를 볼 때마다 사고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석류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판매되는 석류는 대부분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그래서 값이 비싼 편이다. 1kg당 16리타스(9천원)이지만, 요즘은 제철이라 6리타스(3천원) 한다. 한국에서도 자라는 과일을 살 때에는 늘 아내 대신 고른다. 석류도 마찬가지다.    

검붉은색과 선홍색 사이에 있는 붉은색 석류를 고른다. 하지만 고민 끝에 고른 석류가 매번 잘익은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며칠 전 구입한 석류는 겉보기에 아주 잘 익어보였다. 집에 와서 칼로 짤라보니 완전히 반은 섞어있었다. 이날 석류 3개를 샀는데 두 개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하나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벌써 상했다. 특히 값이 싸졌으니 석류를 사자고 우긴 경우라 아내에게 몹시 미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석류뿐만 아니라 단단한 껍질로 인해 속을 확인할 수 없는 과일을 사다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긴다. 속이 상한 과일로 기분까지 상하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지금껏 유럽에 살면서 상한 과일로 가게에 가서 항의한 적도 없고, 항의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겉이 멀쩡하고 속이 상한 것이 어찌 이 석류뿐일까? 상한 석류를 보면서 자신을 한번 살펴보게 된다.
 
* 최근글: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아래에 손가락을 누르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