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04.29 07:17

오늘 7살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데리고 왔다.
지난 해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여전히 등교와 하교 길에 딸아이와 함께 한다.
하지만 요즈음 하교 때는 학교까지 안 가고
학교와 집 중간 지점쯤 만난다.

오늘도 그렇게 만났다.
요가일래는 혼자가 아니라 남자 반친구와 함께 걸어왔다.
그는 늘 할머니가 하교 길을 함께 하고 있다.

넓은 도로의 인도이지만, 이 인도변에는 민들레꽃이 사방에 피어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자 반친구가 이 민들레꽃을 보자 갑자기 꺾어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 마디 했다.

"아빠, 정말 꽃이 아프겠다. 꽃을 저렇게 꺾으면 빨리 죽잖아!"
"그래 맞는 말이야!"

아파트 뜰에는 자두나무가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 저 하얀 꽃이 꼭 겨울 눈과 같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 꺾지 말고 함께 냄새 맡아보자!"

그 동안 요가일래는 공원에 놀려갔을 때
아름다운 꽃과 풀을 뜰어 꽃다발을 만들어
엄마 아빠에게 꽃선물을 주곤 했다.

오늘 요가일래 말이 진짜 씨가 되어 이제부터는 늘
그냥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는 데 그치기를 바란다.

* 관련글: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4.04 12:58

사용자 삽입 이미지
4월 2일 목요일 저녁 밤 9시경
딸아이는 배가 고프다며 잠자리에 들지를 않았다.
저녁 내내 일을 하다가 밥을 아직 안 먹었기에
모처럼 딸아이와 함께 부엌 식탁에 앉아
늦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먼저 7살 딸아이에겐 양념 김과 밥을 챙겨주었다.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 그릇에 김치를 담았다.

김치통을 열자 확 쏟아지는 김치 냄새를
맡으면서 딸아이는 평소처럼 김치 냄새에 찬탄했다.

"아~~, 김치 냄새 정말 좋다!"

이어서 딸아이는 김치통 안으로
코를 내밀고 시큼하고 쏘는 맛을 다시 음미했다.
그리고 딸아이는 한 마디를 더 했다.

"아빠, 우리가 이 김치 냄새를 우리 차 안에 놓으면 좋겠다."
"왜?"
"그러니까 우리 차에만 김치의 향긋한 냄새가 나니까!"

딸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김치 먹기를 권했을 때
딸아이는 "크면 먹을려요"라고 늘 답했다.
그러다가 만 6살이 된 어느 날
"아빠, 나 김치 먹을래!"라고 말했다.

그후 지금까지 딸아이는 배추는 먹지 않고
김치를 밥에 발라서 먹거나 밥을 김치에 찍어서 먹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치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면서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김치의 시큼하고 톡 쏘는 냄새를 향긋하다고 말하고,
이를 자동차 방향제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깜찍한 발상을 한 딸아이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3.31 11:32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딸로부터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벌써 하얗게 된 것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집으로 왔다.
3층에 위치한 아파트를 올라올 때마다
딸아이는 코앞에 있는 집으로 빨리 가고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뭐, 덕분에 딸아이이가 현관문을 열어주는 셈이다.

어제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3층에서 2층을 막 올라오는 아빠에게 한 마디 했다.

"아빠는 할아버지다!"
"왜? 네가 시집가야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지!"
"아니, 아빠가 할아버지처럼 힘없이 걸으니까!
아빠, 나처럼 운동 많이 해야 돼!"

학교에 갔다 숙제하고 TV 보고, 혼자 놀다가 심심할 무렵인 저녁이 되면
딸아이는 컴퓨터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아빠에게 와서 운동하자고 보챘다.

얼마 전 학교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한부터 요즈음은 줄넘기를 자주 한다.
때론 원불교 좌산 상사님이 지은 "건강관리의 요제" 책을 펴놓고 
그 안에 있는 몸동작을 따라 한다.
때론 딸아이가 주도하는 다양한 몸동작을 같이 한다.

일전에 딸아이는 앉아서 다리를 힘껏 벌리고
손으로 반대편 발가락 잡기 운동을 열 번하자고 했다.
동작 빠른 딸아이가 10번을 먼저 하고
나중에 마친 아빠에게 외친 말이 압권이었다.

"아빠, 창피하지도 않아? 내가 나이가 더 어린데
10번을 했으면, 아빠는 20번, 30번 더 해야지!"
"10번 하자고 해놓고서는 왜 아빠에게 창피를 주니?!"

거실에 있던 엄마 왈:
"맞다! 맞아! 7살 딸아이와 똑 같이 운동한다면, 효과가 어디 있겠나?"
 
비록 창피한 아빠가 되었지만,
이런 딸아이와 함께 살게 된 것에 대한 행복감이 온몸으로 전율되는 순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3.28 15: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곱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학교에 갔다와 숙제하고 TV보다가 지치면 프린터 종이통에
하얀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이럴 때엔 "종이 아껴라!" 말을 못한다.

최근에 그린 그림을 딸아이는 냉장고 문에 붙여농았다.
문을 열려고 그림을 보니 눈길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딸이 그린 TV였다.
4:3 TV 모형 그림에 익숙한 눈으로
16:9 와이드형 TV 모형 그림을 보자
세대차이를 실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 최근글: 2살 때 입은 옷, 8살에도 입는다
               대학교수들의 눈길 끄는 과외 광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3.27 10: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겨울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로
최근 여러 날을 고생하면서  
일곱살 딸아이에게 접근금지를 내리곤 했다.  
그래서 안기고 싶어하는 딸아이는
몇 차례 삐지기도 했다.

다행히 주초에 감기로부터 벗어났다. 
어제 저녁은 모처럼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그 동안 못한 말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었다.

"아빠,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
어린 아기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 데
왜 한국에는 아기들이 없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인근 공원이나 숲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언제라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것을 기억한 요가일래는 
지난 해 여름 한국에 한 달 있으면서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날씨가 더워서 아기들이 집에 있었는 것 같네."

"아빠, 한국 사람들이 빨리 결혼했었으면 좋겠다."
"왜?"
"그래야 내가 한국에 가면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빠, 아빠가 아기였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어?"
"아빠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 요가일래처럼 생겼을거야."
"아빠!!!!!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언니도 그렇게 말하고. 도대체 왜 그래?
좀 설명할 수 없어?!"
"그럼, 너가 상상해봐!"
"아빠 머리카락은 지금처럼 딱딱하지 않았고,
얼굴도 작았고, 피부도 부드럽고......"

"아빠, 알아?
우리가 옛날에 하늘에 있는 달에 살았는데, 우리가 죽었어.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태어났어.
달에서는 죽었지만, 여기에 다시 살아 있어.
아빠,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또 하늘 다른 곳에서 태어날 거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설명하라고
책상으로 주먹을 치며 호통하는 딸아이,
죽음과 삶을 공간이동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딸아이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모처럼 유쾌한 저녁을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3.24 12:18

아이를 키우다보면 때론 힘들지만
때론 그 힘듦을 상쇄시키는 장면들이 뜻하지 않게 나타난다.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어버린 딸아이가
만 4살 때 동전을 가지고 놀면서 말한다.

"아빠, 내 눈엔 돈 밖에 안 보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3.23 07:11

생일이 무려 3개나 된다. 그래서 늘 이맘 때가 되면 모두가 헷갈린다. 어느 날에 초대해야지? 어느 날에 방문해야지?

먼저 여권에 적힌 생일은 2월 16일이다. 음력생일이 없는 리투아니아인들에겐 바로 여권상 생일이 생일이다. 특히 이날은 1918년 리투아니아가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날이라, 사람들이 기억하기에도 좋다. 이날 멀리 떨어져 있는 현지 친구들로부터 생일축하 편지를 받았다.

두 번째 생일이다. 사실 2월 16일은 음력생일이다. 그러니 이 생일은 매년 바뀌게 된다. 한국에 살 때는 이 생일을 생일로 했지만, 리투아니아에 살다보니 매년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해의 2월 16일은 3월 21일이었다. 3월 21일은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그리고 이제 낮이 점점 더 길어지는 봄의 시작일이다. 이 날이 생일이라 의미도 좋다.

2월 초순 올해도 네 식구가 모두 모여 어느 생일을 아빠의 생일로 할 것인지 대화했다. 결론은 여권상 2월 16일도 아니고, 음력 2월 16일도 아닌 3월 21일로 하기로 했다. 일곱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달력 3월 21일에 아빠 생일이라고 적었다.

그래서 2월 16일은 그냥 지나갔고, 3월 12일(음력 2월 16일)도 그냥 지나갔다. 생일 며칠 전 아빠 생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 나머지 식구들이 궁리를 했다. 아뿔사, 생일이 든 주의 목요일에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콧물에 몸살......

결국 생일 전날 식구들에게 "몸이 아픈데, 올해는 아빠 생일이 없다. 필요하면 꽃피는 봄 5월 엄마 생일하고 같이 한다"고 선언했다. 매년 가까운 친척을 초대해 하던 생일 저녁식사는 감기로 무산되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미역국을 끓였고, 하트 모양의 부침개를 만들었다. 경제력이 없는 요가일래의 최고 선물은 바로 직접 그린 그림이다. 올해는 그림을 종이 양면 다 그렸다. 이 정도 큰 하트라면 생일이 3개임에도 생일 파티 없이 보낸 올해가 전혀 아쉽지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뒷면에 그린 그림 속에는 사랑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햇볕과 봄비가 내려 꽃이 피우는 장면이다. 춘분에 태어난 아빠에게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 마음에 쏙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관련글: 스타킹 출연 오디션 받았던 6살 딸아이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수영복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3.17 16:02

어제 저녁 언니와 엄마는 학교 연주회로 가고, 아빠와 딸아이 요가일래가 집에 남아있다.
어느 때처럼 컴퓨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와서 머리카락을 잡고 묻는다.

"아빠, 이게 한국말로 뭐지?"
"머리카락이잖아?!"
"맞다! 자주 안 쓰니까 잠깐 잊어버렸다."

그리고 요가일래는 자기 방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다시 나타난 요가일래는
아래 그림을 아빠에게 내밀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햇빛이 쨍쨍거리고,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HANGUK (한국)
MORIKARAK GOMONSEK (머리카락 검은색)

햇빛 + 사람 = 검은 머리카락 하나
그리고 현미경이 있다. 이 현미경으로 작은 머리카락을 확대해 검은 색임을 확인한다. 요가일래는 주위 한국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검은 이유는 바로 햇빛을 많이 받는 곳에 살기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람의 얼굴이나 피부, 머리카락은 태어나고 살고 있는 곳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구별되어진다. 그러므로 피부가 희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된다. 조금만 깊이 이해하면 세상에는 차별심으로 빚어지는 많은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이렇게 차별이 아니라 구별로 세상과 만물을 보는 법을 익혀서 우월감이나 열등감 없이 늘 살아가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3.07 07:44

벌써 3월 초순인데도 리투아니아 빌뉴스엔 눈이 내린다.
어제 금요일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는 길에
세찬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넓은 도로를 피해
좀 더 멀지만 주택가 좁은 길을 택해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봄인데 이렇게 눈이 내리네!"
"아빠, 내가 이 눈을 다 먹어야 진짜 봄이 온다."

이렇게 말한 딸아이는
어느 새 입을 활짝 열고, 혀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내리는 눈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 안 돼. 눈이 더럽잖아!"
"아니, 깨끗해!"

"저기 회색빛 하늘 한 번 봐!"
"하늘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니까 우리에게 깨끗한 눈을 주지."

딸아이는 사람이 돌아가면 하늘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존재를 말하면서 눈을 먹어야함의
당위성을 말하는 딸아이를 억지로 제재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 우리 빨리 진짜 봄이 오도록 같이 다 먹어보자!
그런데 혀를 내밀고 이렇게 눈을 먹으니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바보로 알겠다."
"아빠, 그럼 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까이 올 때는 눈을 먹지 않고,
사람들이 가까이 없을 때는 아빠와 딸이
혀를 내밀고 눈을 받아먹으면서 왔다.

집에 막 돌아오자 딸아이는
"하~~~~~!!!"
"왜, 웃니?"
"우리가 바보 같다고 아빠가 아까 말했지? 그 말이 정말 우스워."

그래, 바보 둘 덕분에 꽃 피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3.04 14:11

오늘 폴란드에 사는 친구로부터 메일 하나를 받았다.
열어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바로 그가 지은 주택의 방 하나를
내 이름을 지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방문 위에 참나무로 만든 "대석방" 현판 사진을 보내왔다.
그가 글씨를 쓰고 전문으로 조각하는 사람에게 맡겨서 만들었다고 한다.

아, 이렇게 유럽에서 내 이름을 걸린 현판을 보게 되다니......

1991년부터 알게 지내는 폴란드 친구가 친구를 잊지 않고
현판까지 붙여서 언제라로 환영한다고 하니
"좋은 친구는 정말 보배로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로 기억될까?
 오늘따라 좋은 친구가 되도록 매사에 노력할 것을 다짐해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3.03 16:15

지난 주 일요일 혼자 여러 놀이를 하다가 따분했는 지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는 물감통을 내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그리고 한 동안 살펴보지 않았다. 얼마 후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요가일래는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서 종이 위에 마치 밀가루 반죽하듯이 했다.

물감 낭비로 곧 찡그릴 듯한 아빠 얼굴을 본 요가일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 내 물감 장갑 어때? 예쁘지?"

혼나지 않는 방법은 이렇게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 상책이로다!
그래도 한 소리는 해야겠기에
"물감을 그렇게 낭비하면 더 오래 쓸 수가 없잖아!"

"하지만, 아빠, 붓으로도 그려보고, 손으로도 그려봐야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2.23 09:01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학교에서 받은 과제는 부모와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2쪽에 걸쳐 자기가족을 소개를 하는 사진앨범을 만드는 일이다. 시간은 한 달이다. 그 동안 요가일래가 빨리 하자고 졸랐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 주말에 가족 모두 모여 주제를 선정하고 사진을 선택했다.

주제는 가족여행으로 정했다. 몇 차례 한국을 갔다온지라 한국여행을 중심으로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사진을 열람하는 중 한바탕 웃음을 자아낸 사진이 있었다. 바로 제주도에서 찍은 바나나 사진이었다. 리투아니아는 북동유럽에 위치해 있어 바나나가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늘 수입 바나나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우리 가족은 직접 난 바나나를 마음껏 먹기로 했다. 그때 요가일래는 갑자기 바나나를 들었다.

"아빠, 내가 마술을 보여줄께!
이렇게 하면 수염이 되고, 이렇게 하면 왕관이 된다.
아빠는 수염을 먹을래? 아니면 왕관을 먹을래?"

아이를 기르면서 힘드는 일도 많지만, 종종 아이가 주는 이런 맛에 그 힘듦을 잊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2.22 17:1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아이 요가일래가 지난 해 9월 초등학교에 입학함으로써 학부모가 되었다. 그 동안 담임선생과 학부모간 모임이 두 차례 열렸다. 지난 두 번째 모임에서 담임선생은 폭탄 제안을 했다. 앞으로 학생들에 대해 학부모와 개별면담을 갖고자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담임과 학부모간 개별만남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잠시 학부모들은 웅성거렸다. 한 아버지가 "아, 이젠 빈손으로 올 수 없게 생겼네. 코냑이라도 한 병 들고 와야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담임선생은 "아이들과 씨름한 하루를 마치고 마시는 코냑 한 잔은 정말 맛있겠죠?!"라고 답했다.

드디어 지난 목요일 우리 차례가 왔다. 아침부터 무척 고민했다. 정말 코냑을 가져가, 아니면 초콜릿을 가져가...... 마침 집에 인삼차 한 상자가 있었다. 요가일래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이것을 주면 좋아할까...... 몸에 좋다고 하니 한 번 맛보지만, 약간 씁쓸한 맛 때문인지 주위 리투아니아 친구들 대부분은 양자를 택일하라고 하면 일상에 마시던 차를 선택한다.

빈손으로 가자니 허전할 것 같고, 봉투를 챙기자니 그런 예가 없고, 결국은 선물용 리투아니아 차 한 상자를 챙겼다. 학교 수업이 12시 30분 끝났고, 약속은 오후 1시였다. 요가일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우리 부부는 교실로 향했다. 혼자 멀쩡하게 서 있을 요가일래가 안쓰러웠다. 부모, 학생, 교사 다 같이 함께 대화를 나누어도 좋을 텐데 말이다. 교실에 가니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학생들이 앉는 책상은 놓고 마주 앉았다. 선생님 앞 책상 위에는 요가일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쓴 종이 하나가 놓여있다. 그리고 요가일래의 수학시험지 1장, 작문 한 장, 그림 한 장이 놓여있다.

먼저 선생님이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짧게 말하면, 러시아어 유치원을 졸업한 요가일래는 입학 당시 리투아니아어를 다른 아이들보다 못했기 때문에 늘 의기소침해 있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했다. 얼굴엔 웃음이 적었고, 노는 시간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리투아니아어 의사소통에 완전히 적응되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이끌고 노는 정도가 되었다. 친한 여자 친구들도 세 명이나 되고, 남자들이 요가일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인기 짱이다.

듣기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몇몇 철자를 아직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에 2학년 초에 언어교정 교사로부터 특별수업 제안을 해 동의를 구했다. 음 구별을 아주 잘 하는 아이로 통하는 요가일래가 언어교정 수업까지 받아야 하다니 속으로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릴 때 확실하게 리투아니아어 발음을 익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동의했다.

여러 언어를 하는 요가일래가 언어영역보다는 수리영역인 수학을 잘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상당히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유치원에서는 요가일래를 미술학교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평을 들었는데, 학교 선생님은 아직 요가일래가 그림으로 자기의 내적 표현을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수학을 앞으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한테 직접 보여주었다. 포커 치는 카드에서 숫자 카드만 뽑아서 두 사람이 공부한다. 각자 카드 두 장을 받아서 나온 숫자로 더하기, 빼기를 자연스럽게 공부한다. 그리고 숫자가 큰 사람이 카드를 가져간다. 일상소재로 자연스럽게 수학을 가르치려는 방법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빠가 외국인이라서 혹시 다른 아이들로부터 경계를 받지 않는 지 물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인 아이가 여러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다행스러웠다.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에 현재 아주 만족한다 말로 선생님은 면담 대화를 마쳤다. 가져온 차 상자를 주니, 선생님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면서 흔쾌히 받았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담임선생이 동일하다.
       
한 시간 수업 시간인 40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버렸다. 복도에서 기다리는 딸아이를 보면서 "선생님이 너 학교생활 잘 한다"라고 짤막하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식당에서 모처럼 외식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02.04 19:16

지난 금요일부터 다시 혹한이 시작되었다. 매일 밤 온도는 영하 18도경, 낮 온도는 영하 12도경이었다. 그래도 날씨는 오늘이 입춘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아침에 일어나 온도계를 보니 영하 8도였다.

그리고 밤새 하얀 눈이 내렸다. 어느 때처럼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학교로 데러다주었다.

"추워도 하얀 눈이 있으니 참 좋지?"
"아니. 걸어가는 데 미끄러워서 안 좋아!"

"하얀 눈이 있으니 세상이 더 밝아보이잖아!"
"맞지만, 겨울이 싫어. 아빠는 겨울이 좋아, 아니면 봄이 좋아?"

"봄이 좋아?"
"왜?"

"봄에는 꽃이 피니까."
"그래, 나도 봄이 좋아.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입춘일 딸아이의 바램처럼 따뜻한 봄이 빨리 와서 언 땅과 불황의 늪을 녹여주기를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2.03 08:31

오래 전부터 요가일래 언니 마르티나는《심즈(The Sims)》게임을 컴퓨터에 설치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사양이 맞지 않아서 그런 지 설치가 안됐다. 이 게임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특히 리투아니아 여학생들이 즐긴다.

언제부턴가 최신형 노트북을 작은 딸인 요가일래가 거의 전용으로 사용하다시피 한다. 주로 인터넷으로 한국어 교과과정을 공부한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공부한다. 브라질에 갔다 온 후 아빠의 마음이 누그러진 사이에 언니와 공모해서 그만 《심즈》를 설치해버렸다.

며칠을 두고 보니 온통 이 게임에만 빠져 있었다. 갖은 명분을 갖다 붙이고 용케 여러 날을 넘겼다. 하지만 길면 극에 달하는 이치대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순간이 왔다.

"봐라, 이 게임을 설치해서 노트북 디스크의 여유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아빠가 게임을 지울 거야!"
"할 수 없지 뭐! 아빠, 그럼 지워!"

설치제거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래서 지우지 못했다. 아니,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지우지 못하게 한 셈이다.

"아빠, 아직 이 게임 안 지웠네. 오늘 내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했는데 조금만 놀아도 되지?"
"그래......" 이런 상황이 며칠 더 지속되었다.

지난 일요일 드디어 상황이 악화되었다. 낮 12시부터 놀기 시작해 저녁 9시가 되었는 데도 그만둘 줄 몰랐다. 드디어 가족내 한 바탕 말전쟁이 일어났다. 요가일래는 눈물을 흘리고, 아빠는 당장 지워버리겠다고 큰 소리 치고, 언니는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데 우리 집만 안 되냐고 따졌다.

얼마 후 서먹한 상황이 종료되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빠가 왜 지워야하는 지 이유를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드디어 그날 밤 시스템 복원을 하고, 프로그램을 지워버렸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노트북을 켜자말자 한 마디 했다.

"아빠, 심즈 게임을 지워서 사랑해요!"
"아빠를 이해해줘 고마워!"

평소 이 게임이 없었을 때는 피아노, 하모니카 등으로 놀기도 하고, 모델 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리기도 하고 했는데 이 게임으로 이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01.29 08:10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22일까지 3주간 집을 아내와 함께 집을 떠나 브라질을 다녀왔다. 리투아니아엔 겨울방학이 없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

요가일래는 떠나기 전만 해도 아주 담담했다. 인터넷 화상 대화도 있고, 또 전화도 자주 할 것이라 말하고, 또한 듬뿍 선물을 사올 것이라고 양념까지 친 결과인 듯했다. 출발일이 새벽이라 고이 자는 딸아이를 깨우지 않고 살짝 볼에 입맞춤으로 안녕을 고했다.

브라질에 도착해 막상 시차도 있고, 또한 첫 주는 여기저기 이동하느라 전화로만 간헐적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이후 인터넷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곳에 머물렀다. 요가일래와 화상대화를 하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화상대화였지만 간간히 헤어지기 싫어 딸아이는 눈물을 뚝딱 흘리기도 했다. 서로 대화할 수 없는 날 요가일래는 부모에게 줄 선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오자 요가일래는 차곡차곡 쌓은 그림첩을 선물로 제일 먼저 건넸다. 집 떠난 부모를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을 보면서 딸아이를 집에 두고 둘만 떠난 것이 후회스러웠다. 역시 가족은 다 함께 살아야 그 가치를 발휘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다.

한편 부모가 집에 없는 동안 일일점검표를 작성하게 했다. 인터넷 학습 사이트 공부, 가정생활, 학교생활로 나누어 스스로 점검하도록 했다. 돌아와서 확인하고 잘 이행했으면 선물을 주겠다고 말했다.

"아빠 딸 정말 잘 했네!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
"아빠가 원하는 대로. 선물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결정하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엄마가 아주 그리웠어. 밤에 많이 울었어. 심지어 밤에 잘 수가 없었어. 많이 기도했어.
        엄마, 더 이상 떠나지 말아. 엄마와 아빠를 사랑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는 지금 에스페란토로 여름인 나라에서 여행 중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엄마를 사랑해.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엄마, 여기 꽃 선물이예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햇님아, 엄마와 아빠를 잘 돌봐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부모가 집에 없는 동안 요가일래 스스로 점검하도록 한 일일 점검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12.08 08:39

주말 장보고 온 아내와 딸아이가 여러 개의 봉투에 무엇인가 들고 왔다. 이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부엌 탁자에 사온 물건을 꺼내 보여주었다. 사온 것은 다름 아닌 초콜릿이었다.

“이 많은 초콜릿을 왜 샀지?”
“성탄절에 선생님에게 선물주려고.”
“건데 왜 이렇게 많아?”
“이건 담임 선생님, 이건 합창 선생님, 이건 피아노 선생님, 이건......”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있을까? 한마디로 한때 크게 사회문제가 된 한국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없다.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학교에 선생님을 찾아간다거나 돈봉투를 건네는 일은 없다.

1년에 2-4번 정도 학부모 회의가 열린다. 이때 보통 빈손으로 가서 담임 선생님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그렇다면 학교 선생님들은 언제 어떤 선물을 받을까?

9월 1일 학년이 시작할 때 학생들로부터 꽃다발 선물을 받는다. 성탄절에는 대개 부모들은 초콜릿 같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학년이 끝나는 날 선물을 받는다. 선물은 대개 꽃다발, 초콜릿, 커피이고, 아주 드물게 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음악학교 교사 20년차인 아내는 지금까지 학부모들로부터 자기 아이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따로 부탁을 받은 적도 없으니, 봉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가르치는 학생들의 연주회가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이나 초콜릿 선물을 받는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초콜릿 한 상자로 담임 선생님에게 답례하는 풍토로 내 아이만 잘 봐달라고 따로 부탁할 필요가 없으니 학부모들이 편하다. 학부모회의 때 교실에 구입해야 할 물건들이 있다면 공동으로 돈을 거둔다. 회계는 담임 선생님이 맡고, 나중에 학부모회의에서 보고한다.

어느 초콜릿을 어느 선생님에게 선물할까 고민하는 딸아이 요가일래를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학교로 찾아와 담임 선생님께 미역을 선물하시던 아버님 얼굴이 떠오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12.03 12:06

딸아이 요가일래의 바램대로 겨울이 사라진 것일까? 12월 초순에도 하얀 눈은 없고, 늘 영상의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겨울이 오면 주말에 얼음낚시 기대로 들떠 있던 친구는 울상이다.

두 해 전 영하 20여도로 추운 겨울날 요가일래는 밖에 나가지 못하자 집에서 일광욕 놀이를 즐겨했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겨울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딸아이는 이젠 겨울이 싫다고 말했다.

"아빠, 내가 이렇게 일광욕하면 겨울이 빨리 가고 여름이 올 거야~"

추운 겨울날 딸아이의 깜찍한 일광욕 놀이로 우리 가족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혼자 하기엔 심심했는가 이날 딸아이는 우리 집을 방문한 친척을 놀이 친구로 만들었다.

혹한에 폭염을 꿈꾸는 요가일래의 일광욕 놀이를 영상에 담아보아 추억해본다. 배경음악은 배경음악은 안드류스 마몬토바스 (Andrius Mamontovas)의 노래 "나를 자유롭게 해다오" (Išvaduok mane)의 앞부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11.27 10:11

수요일 아침 딸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고 집으로 데려오는 일은 내 몫이다. 엄마가 이날은 음악학교 직장에 가기 때문.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면서 눈 위로 걸어 학교에 가는 길은 비록 도심이지만 어린 시절 눈 덮인 시골마을로 생각을 옮기기엔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온 길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눈사람 만들기를 재촉했다. 다시 음악학교에 가야 하므로 큰 것은 도저히 만들 시간이 나지 않았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보았다. 만들다 보니 눈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흔한 표현대로 쌀눈(둥글지 않고 양 옆으로 쭉 찢어진 모양)이 되어버렸다. 쌀눈은 곧 동양인의 눈 모양을 말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11.19 20:15

어젯밤 눈이 내려 쌓였지만 영상 1도 날씨로 녹고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들여오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를 쳐다보면서 요가일래는
“아빠, 나무가 너무 춥겠다. 우리가 옷을 입혀주었으면 좋겠는데...”
“나무가 너무 커서 옷을 입히기 힘들겠다.”

“옷을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입히면 되지.”
“그럼, 우리 집에서 옷을 가지고 와 입힐까?”

“아.... 옷 너무 많이 필요해 힘들겠다. 아빠, 나무를 안아주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다. 그럼, 네가 안아 줘봐!”

“나는 작고, 아빠는 크니까 아빠가 안아줘!”

그래서 큰 나무를 아빠가 안아주고, 작은 나무를 요가일래가 안아주었다. 주위 사람들 보기에 부끄러워 많은 나무를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딸아이의 엉뚱한 제안에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7년 눈사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곰아이를 안듯이 겨울나무를 안은 요가일래 (그 순간 카메라가 없어 이 사진으로 대신함)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11.12 19:07

얼마 전 만 일곱 살이 된 딸아이 요가일래는 2주간의 방학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다시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방학 동안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제일 먼저 책상이 있지만 찻상에 앉아 아빠가 어릴 때 밥상에서처럼 숙제하기를 좋아한다.

오늘은 숙제를 마친 후 자기 방에서 문을 닫고 한 참 동안 인기척이 없었다. 하도 조용해서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종이 위에 무엇인가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아빠, 이건 비밀이야! 보면 안 돼!"라면서 종이를 얼른 감추었다.

도대체 무엇을 그리나 궁금했지만 비밀은 알고싶지 않아야 비밀이 된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그린 것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아빠, 내가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서 그 비법을 발명했어. 한 번 봐!"

물이 필요하다 -> 컵에 담는다 -> 냄비에 끓인다 -> 양치질 컵에 담는다 -> 그 물을 마신다 -> 투명인간이 된다 -> 벽을 통과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아이의 비법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우습기 짝이 없지만 그림도 그리고 설명까지 단 그 정성이 대단했다. 

"너, 왜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데?"
"그러니까, 빙 돌아서 학교 문으로 가지 않고 그대로 곧장 교실로 가고 싶으니까."

"건데, 왜 양치질 컵이 중요해?"
"그 컵에 세균이 있지? 세균 중에는 좋은 세균도 있잖아! 그것이 저 물과 함께 내 몸 속에 들어가면 내가 투명인간이 되는 거야."

많은 발명이 처음엔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듯 보이지만 궁리와 궁리, 실험과 실험 끝에 비로소 참다운 발명품이 나온다. 딸아이 요가일래의 황당한 발명 상상으로 웃음 가득 찬 날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11.10 06:17

누가 먼저 할 것인가, 누가 싫은 일을 할 것인가, 누가 심부름할 것인가 등을 결정지을 때 흔히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로 사용한다.

딸아이 요가일래도 아빠에게 심부름시키고 싶어 할 때, 예를 들면 부엌에 가서 음료수를 가져올 일이 있다든가, 혹은 아빠가 시키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 때라든가 곧잘 가위·바위·보 방법을 제안한다.

어젯밤 침대에 누운 요가일래는 잠이 쉽게 오지 않자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자고 했다. 늘 그렇듯이 딸아이와 놀이할 때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빠가 한참을 지고나면, 요가일래는 “이젠 아빠도 이겨봐!”라며 슬쩍 한 찰나 늦게 손을 내민다.

어젯밤엔 많이 이기고 싶어서 그런지 딸아이는 묘수를 찾아냈다. 아빠가 보를 내고, 요가일래는 주먹을 낸다. 당연 아빠가 이겼다. 그런데 요가일래는 엉뚱한 논리로 자신이 이겼다고 한다.

"왜?"
"아빠, 이 내 주먹 바위에 있는 구멍이 보이지?"

"그래 보인다."
"바로 이 구멍으로 아빠가 보를 낼 때 펼치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집어넣어봐!"

"그러면?"
"손가락이 부서지지. 그러니까 바위를 낸 내가 보를 낸 아빠를 이긴 거야!"

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크면 요가일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렇게 달리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처럼 바위가 보를 이기는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