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11. 6. 06:51

어제 11월 5일 딸아이가 만 12살이 되었다. 같은 띠를 만나는 뜻깊은 생일이라 다른 해와는 좀 다르게 축하해주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에 사는 일가 친척도 초대하기로 했다. 보통 생일 행사는 선물과 친구 초대였다. 


딸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아내는 역할 분담을 제안했다. 나는 12개의 풍선을 불어서 거실에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었다. 공기를 넣는 도구가 있어서 힘은 덜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학교에 돌아온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저 풍선 누가 매달었어?"
"내가."
"정말 고개 아파겠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쳐들면서 풍선 12개를 매다는 일이 딸아이에겐 아주 어려운 일로 비쳐졌다. 바닥에서 풍선을 실로 묶어서 걸기만 했는데 말이다. 진실은 말하지 않았다. ㅎㅎㅎ 

자, 그럼 아내의 일은 무엇이었을까?

딸아이의 침대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딸아이가 가지고 놀았던 인형들을 모두 올려놓았다. 딸아이는 자기가 애주중지 사용하던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인형들을 상자 세 개에 다 담아놓았다. 


아내는 딸아이가 이제 12살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더욱 인형하고 놀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상자에서 인형 모두를 꺼내 전시했다. 마치 인형들이 그 동안 놀아준 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에 생일을 축하케했다. 앞에는 긴 풍선을 놓았다. 풍선에는 한국어. 리투아니아어, 영어, 에스페란토 4개 언어로 "생일 축하해요"라고 썼다. 


학교에서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온 딸아이의 반응은 그야말로 환상적었다. 엄마의 깜짝 축하에 기분이 최고였다. 

풍선을 불어 매달고, 미역국을 끓이고, 여러 음식을 요리하고, 손님들을 접대하는 데 하루 종일을 보냈다. 특히 아내의 인형 축하 발상은 최고였다. 인형들이 축하하면서 "이젠 어린 시절은 안녕!"이라는 암시를 하는 듯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딸아이는 행복한 생일을 보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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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0. 8. 06:26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집으로 손님을 초대한다. 주로 생일이나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대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딸이 어렸을 때는 생일 때마다 일가 친척을 초대했다. 하지만 10살이 넘어서자 친척은 커녕 부모와도 함께 생일잔치를 하는 것을 꺼린다.


또한 나이가 드니 자기 생일 챙기려는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특히 50주년 생일은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마저도 생략하게 되었다. 

집에 잔치하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무슨 음식을 준비하지
설겆이는 어떻게 하지다.

보통 소규모는 10명 내외, 대규모는 20명 내외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허물없는 친구들을 초대할 경우는 '맥주 모임'을 열곤 한다. 이는 각자가 마실 술이나 먹을 간단한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는 커피나 차, 그리고 약간의 음식만 준비하면 된다.

* 현지인을 초대해 2012년 설을 함께 보냄 

집에서 큰 잔치를 한 지 오래되어서 그런가 최근 아내가 집으로 초대한 한국 손님과 유럽 손님간 차이를 기억하면서 한마디 했다. 우리 집에는 현지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한국 손님들도 더러 온다. 그렇다면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부엌일 협력이다.

유럽 손님들은 초대한 시각에 맞춰 온다. 그리고 끝나면 식탁에서 그대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간다.
한국 손님들은 잔치가 끝날 쯤 식탁에 있는 음식이나 그릇 등을 우리와 함께 정리한 후에 돌아간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다. 우리 가정이나 주변에서 겪은 경험일 뿐이다.

특별히 부탁하지 않은 이상 아주 가까운 친척 손님도 마찬가지이다. 음식 준비와 뒷정리는 초대한 집 주부가 혼자 다 한다. 왜 그럴까?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서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괜히 거들다가 남의 집 부엌을 오히려 어지럽힐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초대받아 갈 경우 우리도 조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시각에 가서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한국 손님이 좋아? 아니면 리투아니아 손님이 좋아?"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한국 손님들은 우리 부엌을 꼭 자기 부엌처럼 여겨서 음식을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는 것을 도와주니까 좋아. 마치 주인처럼."
"그럼, 요가일래(딸)는 어느 쪽을 더 닮으면 좋을까?"
"물론 한국 쪽이지."

부엌을 좀 어지럽히고, 잠시 주인 행세를 하더라도 음식 준비와 설겆이 등을 즐겁게 도와주는 한국 손님들이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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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4. 11. 07:14

리투아니아 어린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일년에 크게 두 번 있다. 하나는 성탄절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생일이다. 보통 생일은 집에서 아주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 보낸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의 친구들을 보면 생일잔치 장소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기엔 맥도날드 가게나 피자 가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요가일래 친구는 극장으로 친구들을 초대했다. 먼저 어린이용 만화 영화를 보고 피자 가게에서 식사 대접을 받았다. 생일잔치로 참 좋은 생각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난주 금요일 생일잔치 장소는 뜻밖이었다. 바로 가라데 도장에서 생일잔치가 열렸다. 초대장에 운동복 차림으로 오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가라데 도장에서 생일잔치라......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이날 가라데 도장에서 열린 생일잔치의 이모저모이다. 


아이들은 가라데 시범을 지켜보았고. 여러가지 기초체력 훈련동작을 직접 해보았다. 두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딸아이는 한마디로 색다른 생일잔치에 대만족이었다.

"아빠, 내 생일잔치는 태권도 도장에서 해줘!"
 
친구들에게 태권도도 알리고, 마음 놓고 푹신한 매트에서 뛰어놀 수 있으니까 참 좋을 것 같다. 아쉽게도 아직 빌뉴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은 없다.
 
* 최근글: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빌뉴스 한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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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1. 6. 09:17

11월 5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 아홉 살이 되는 날이었다. 벌써 일주일 전부터 생일준비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지난해까지 요가일래 생일잔치는 딸아이의 생일을 핑계삼아 일가친척 어른들의 술모임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올해는 한 마디로 어른은 찬밥 신세였다. 거실은 딸아이가 차지하고 어른은 부엌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이렇게 생일잔치가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된 이유는 딸아이가 생일잔치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데서 비롯되었다. 예년과는 달리 학교 반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처음이었다. 과거에는 부모가 주된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했다. 일주일 내내 생일잔치에 친구들과 무슨 놀이를 할까 종이에 목록을 적고, 놀이에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생일에 초대를 받아 온 친구들에게 하는 답례로 실내 수영장으로 갔다. 우리 부부는 사우나를 즐겼고, 아이들은 수영장 놀이기구를 즐겼다.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수영장에서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와 함께 아이들은 딸아이가 진행하는 놀이를 밤 11시까지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비록 내 딸이라는 것을 떠나서 아홉 살 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꼼꼼하게 준비했을까라는 의문과 감탄이 동시에 일어났다.  

한국 또래아이들의 생일잔치와 비교해볼 수 있도록 요가일래의 생일잔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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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아침에 우리 부부는 풍선 아홉 개를 불어서 만든 장식물로 요가일래를 깨웠다. 그리고 이 풍선 아홉 개는 생일잔치 내내 거실 천장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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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생일잔치를 스스로 주도적으로 기획한 이유는 바로 학교 반 친구 둘이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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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 놀이 목록이다. X를 치면서 한 놀이를 일일히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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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 숨겨진 작은 공을 찾는 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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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의 무릎에 손을 얹고 박자를 치는 놀이다. 박자가 틀린 사람은 놀이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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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 놀이의 절정, 십자퍼즐 맞히기다. (관련글: 생일잔치 놀이 위해 십자퍼즐 만든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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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이 쓴 십자퍼즐 (사진을 누르면, 확대가 되고 답을 볼 수 있습니다. 답 번역본은 관련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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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그림을 직접 그리면서 카드를 많이 만들었다. 놀이에서 이긴 사람에게 이 카드를 주었고, 나중에 결산해서 가장 많은 카드를 수집한 친구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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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아~~~ 태어난 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초가 아홉 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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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을 마음 속으로 빌고 촛불을 끄고 있다. 한 번에 촛불이 다 끄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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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만 아홉 살이 된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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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쓴 놀이 규칙이 인상적이었다.:
    !규칙!
   화내지 말 것
   비웃지 말 것
   책임감 있게 놀 것


리투아니아에도 어린이들의 생일잔치를 기획해주는 데가 많다. 일정액을 지불하면 식사와 놀이를 다 해결해준다. 이날 딸아이와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노는 것을 보면서 행사대행사에 의뢰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잘 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관련글: 생일잔치 놀이 위해 십자퍼즐 만든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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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31. 08:42

요즘 우리 집의 단연 화제는 이제 곧 만 아홉살이 될 딸아이의 생일이다.
"아빠는 봄의 왕이고, 나는 가을의 왕이다."
"왜?"
"아빠는 봄에 태어났고, 나는 가을에 때어났잖아."
"이제 내가 왕이니까, 내가 부탁하면 들어주어야 돼."

어제 토요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생일잔치에 친구들을 초대해 놀 여러 가지를 놀이를 공책에 적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십자퍼즐이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10가지 질문사항을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가 엑셀로 멋지게 네모칸들을 만들어주었다. 아빠의 도움 몫은 엑셀 화면을 캡쳐해 워드에서 문서를 만들어 인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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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질문과 답이다:
1.   요가일래가 태어난 년도: 2001
2.   요가일래가 태어난 도시: 빌뉴스
3.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색: 자주색
4.   요가일래의 행운의 숫자: 10
5.   요가일래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 피아노
6.   요가일래 아빠 이름: 대석
7.   요가일래가 속한 황도대 동물: 전갈
8.   요가일래가 수집하는 물건: 스티커
9.   요가일래는 몇살: 9
10.  요가일래 엄마 이름: 비다

이렇게 생일을 계기로 여러 가지 생각을 내고 이를 실현시키려고 노력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잖니 흐뭇한 마음이 일어난다. 물론 "왕"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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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5. 19. 07:15

3월 30일 큰 딸 마르티나가 만 18세가 되는 생일을 맞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성인이 된다. 이 날 마르티나는 가까운 친구 15명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면서 다음날 새벽까지 집에서 놀았다(관련글: 딸의 생일잔치로 부모가 외박하다).

주로 마르티나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준비했다. 성년일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없었다. 샌드위치와 과자, 약간의 채소 등을 마련했다. 술은 마시지 않았을? 물어보니 주로 남자들은 음료수를 탄 보드카, 여자들은 도수가 약한 맥주나 샴페인을 마셨다고 했다. 이 날 우리 부부는 보드카 두 병을 사주었다. 유럽 청소년들의 성년일 생일 음식은 어떨까? 마르티나 생일 음식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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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된 음식상 뒷편에 놓인 간식용 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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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을 굽어 생마늘을 발랐다. 흔히 맥주안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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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에 직접 튀겨 만든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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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튀김 스낵이다. 마르티나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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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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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소시지를 얹었다. 가장 일반적인 아침이나 저녁 음식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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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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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흔히 먹는 채소 중 하나인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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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흔히 먹는 채소 중 하나인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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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밥솥엔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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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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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제된 연어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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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장미 19송이 (18세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짝수로 꽃을 선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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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선물로 받은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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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모인 친구들. 화제는 바로 젓가락질이었다.


생일축하 분위기를 엿볼 수 동영상이다. 믿기지 않은 노트북 선물을 받고 기쁘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최근글: 현지인 아내 없이 방송촬영 간 곳에 생긴 일

  남친과 성년일 보내려는 딸, 어떻게 하나?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딸아이 남친이 없으니 가정이 더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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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4. 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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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리투아니아 거리는 학생들의 부활절 방학으로 한산하다. 3월 30일(화요일) 큰 딸 마르티나가 만 18세 성인이 되었다. 일가 친척들은 일요일에 모며 축하를 해주었다. 그래도 태어나서 성인을 맞는 생일이니 마르티나는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밤새도록 생일잔치를 하고자 했다.

"월요일 저녁 친구들을 초대해 잔치를 하려고 하니 부모님은 외박해주세요."
"이잉~~ 방도 많은 데 한 구석에 있으면 안 되나?"
"다른 친구 부모들도 다 외박을 하는데...... 설겆이와 집청소도 말끔히 해놓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내는 "만 16세 생일잔치 때 우리가 집을 비웠는데 별다른 일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음식을 준비해놓고 외박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었다. 옆에 있던 작은 딸 요가일래는 모처럼 다른 곳에서 잠을 잔다라는 말에 박수치며 환호를 했다.

그런데 어디에서 외박하지?

이런 일로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내에게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내는 호텔 하루 숙박비가 생일잔치 비용보다 더 비싸다고 손사래를 치며 반대했다. 리투아니아는 숙박료에도 부가가치세가 적용된다. 21%이다. 즉 일일 순수 숙박료가 10만이면 부가가치세 2만 1천원을 합쳐 고객이 내야 하는 비용은 12만 1천원이다.

그렇다면 누가 집에서 잘 것인지는 아내가 해결하라고 했다. 마침 출산으로 병원에 있는 머물고 있는 친척이 있었다. 월요일 아침에 방문해 태어난 아기도 볼겸 사정 이야기를 했다. 친척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교외에 있는 자신의 단독주택 열쇠를 선듯 내주었다. 이렇게 아내의 절약정신 덕분에 호텔 방 하나가 아니라 호텔의 독채 아파트를 빌린 셈이었다.

월요일 오후 친척 방문을 마친 후 아내는 딸의 생일잔치를 위해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했다. 닭고기를 오븐에서 요리를 하면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이날만큼은 마르티나도 많이 도와주었다. 친구들이 오기 전에 집을 나서는 것보다 생일선물 전달식에는 참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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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을 생일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마르티나

저녁 6시경 15명의 친구들이 찾아왔다. 친구들은 돈을 모아 선물을 사는 데 보탰다. 우리 부부는 마르티나 남자친구와 은밀하게 생일선물에 대해 상의했다. 마르티나는 데스크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에서도 편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노트북을 오래 전부터 갖고 싶어했다. 한 차례 노트북 구입 때문에 우리와 갈등을 빚었다. 모아놓은 자기 용돈으로 구입하겠다는 것을 낭비라는 이름으로 우리 부부가 반대했다.


그래도 성인이 되는 해인데 괜찮은 선물을 해야 하고, 그렇다면 원했던 노트북을 사주기로 했다. 영국에서 유학중인 마르티나 남자친구는 우리 부부가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약간의 돈을 모아 보태는 것을 제안했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비용을 우리 부부가 지불하고 영국에서 노트북을 사가지고 왔다.

이렇게 모인 친구들은 18-20세로 모두 16명이었다. 식탁에는 김치와 밥이 빠지지 않았다. 생일축하 노래와 선물 증정을 마치고 우리 부부와 작은 딸 요가일래는 집을 빠져나왔다. 마르티나는 초콜릿을 들고 이웃집을 방문해 이날 밤 소란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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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에 모인 마르티나 친구들. 한 친구가 젓가락질을 배우고 있다.

다음 날 낮에 집으로 돌아오니 마치 생일잔치가 없었는 듯 모두가 정리되어 있었다. 그릇이며 잔 등이 깨끗하게 씻어져 있었고, 쓰레기도 치워져 있었다. 빈 술병이 몇 개나 될까 궁금했는 데 흔적도 없었다. 믿고 집을 비워주기로 한 결정에 스스로 만족했다.

* 최근글: 유럽에선 이렇게 부활절 달걀을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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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1. 8. 06:19

11월 5일은 2001년 태어난 딸아이 요가일래의 생일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성대하게 생일잔치를 만끽하는 사람이 바로 요가일래다. 친척 중 또래 아이가 둘이나 있다. 이들을 초청하자면 자연히 이들 부모가 온다. 빌뉴스에서 사는 외삼촌 가족, 또 다른 친척, 그리고 시골에서 외조모, 외증조모님이 오시면 거뜬히 20여명은 넘는다.

요즈음은 이벤트성 식당이나 놀이장에서 생일잔치를 하는 리투아니아 어린이들도 늘고 있지만,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이 모여 잔치를 연다. 생일이 주중이더라도 주말에 모인다. 요가일래 생일은 11월 5일이지만, 어제 토요일에 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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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일 만 8살이 된 요가일래. 이 날은 가족만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였다.

생일상은 따로 차린다. 어른을 위한 상이 있고, 아이들을 위한 상이 있다. 이날은 딸아이 생일을 빙자하여 어른들이 한 잔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가급적 자제한다. 딸아이는 케이크 불을 끄는 재미로 생일을 기다린다. 어른들은 흥이 나면 기타, 피아노, 하모니카 등 반주로 노래하거나 춤을 춘다. 요가일래도 기분 좋으면 노래로 답례하기도 한다.  

생일잔치의 절정은 생일을 맞는 사람을 의자에 앉히고 그 사람의 나이만큼 의자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이 의식이 끝나면 생일축하 노래, 케이크 불끄기, 나눠먹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생일잔치는 파하게 된다. 리투어니아 어린이 생일잔치을 엿볼 수 있도록 요가일래 생일잔치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사진은 8살을 맞는 요가일래이고, 영상은 6살을 맞는 요가일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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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생일상(사진: 상)과 어른들 상(사진: 하)이 따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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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을 맞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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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만 8살. 촛불을 끄기 전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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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반주에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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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의 절정은 바로 나이만큼 의자를 위로 들어올리는 것이다.


8살 생일을 맞는 요가일래가 부모을 인상 깊게 한 것은 생일잔치 전날 밤 나눈 엄마와의 대화였다.
     "내일 생일잔치에 무슨 옷을 입을래?"
     "검은색 원피스를 입을 거야."
     "그 옷은 아우쉬리네(친척)가 오래 입다가 작아서 너에게 준 옷이잖아!"
     "뭐, 어때?! 우리가 그 옷을 훔친 것도 아닌데."
     "그래도 아우쉬리네가 와서 너 생일잔치에 자기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좀 부끄럽잖아."
     "괜찮아. 예쁜 옷이니 누가 입어도 괜찮아."


딸아이가 생일잔치에 헌옷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부모에게는 먼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생일에 새옷 하나 사 입히지 못하고 헌옷을 입히다니...... 손님들이 흉볼까 걱정이다. 하지만 딸아이 요가일래는 예쁜 옷이고 마음에 들면 되었지 그 옷이 헌옷이라고 못 입을 이유가 어디에 있나라고 생각한다. 하기야 자기 헌옷을 준 사람은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누군가 그 옷을 입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헌옷이라도 깨끗하고 좋으면 누가 어느 날에 입는 것이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라는 요가일래의 때묻지 않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진다.

* 관련글: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결가부좌로 학교에서 박수 받은 8살 딸아이
* 최근글: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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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7. 16:39

지난 8월 1일 모처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장에서 이날 곧장 장모님 도시로 향했다. 장모님은 7월 28일 65세를 맞이했다. 우리 부부가 이 에스페란토 행사때문에 참가못할 것 같아 8월 1일로 연기했다.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5와 10이 되는 해에 생일잔치를 크게 연다. 이날도 온 일가친척이 다 참가했다. 이번 생신잔치의 한 특징은 바로 장모님이 참나무 다섯 그루를 심는 것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고대부터 참나무를 성스럽고 기가 강한 나무로 여긴다. 생신을 맞아 참나무를 심는 일을 주창한 장모님이 이날따라 아주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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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가친척들이 물통을 들고 숲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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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나무를 정성스럽게 심고 있는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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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참나무 주변에 보호대를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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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어놓은 참나무 곁에서 기념촬영하시는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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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작업을 했으니 뒷풀이는 관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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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 들판,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사람들의 한가로움이 매력적이다.

이날 장모님이 다섯 그루를 심은 까닭은 다섯 명의 기념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다(1. 리투아니아 1000년 역사; 2. 장모님의 65세; 3. 처제의 35세; 4. 처조카의 25세; 5. 요가일래의 세례식). 이 다섯 그루 참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12. 9. 08:26

그 동안 딸아이 요가일래에 대한 글을 올릴 때마다 좋은 반응을 보여준 독자들에게 우선 감사한다. 블로거뉴스라 사적인 일에 대해 얘기하기가 꺼려진다. 더군다나,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딸아이의 사생활이 불필요하게 밖으로 누수 되지 않도록 호시탐탐 점검하려는 아내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요가일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나 친척, 지인들에게 근황을 알리는 데에는 사실 블로그가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각설하고, 오늘은 리투아니아 어린이들의 생일잔치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요즈음은 이벤트성 식당이나 놀이장에서 생일잔치를 하는 어린이들도 늘고 있지만,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이 모여 잔치를 한다. 생일이 주중이더라도 주말에 모인다.
 
아이 생일을 빙자하여 어른들이 한 잔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이날은 가급적 자제한다. 식사를 하고 케이크를 먹는다. 아이들은 케이크에 불 끄는 재미로 생일을 기다린다. 그리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바탕 춤으로 몸을 푼다.

밤 12시가 되면 생일잔치가 절정에 이르고 성스러운 의식을 치른다.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생일을 맞은 사람을 의자에 앉혀 그 사람의 나이만큼 의자를 들어올린다. 이 의식이 끝나면 비로소 한 살 더 먹게 된다. 밤 12시까지 기다라는 것을 보면서 제사를 자정에 지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렇게 사와 생은 밤 12시에 서로 만나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의자 들어올리기는 특히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것으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생일잔치의 상징이다. 딸아이 요가일래의 지난 해 여섯 살 생일잔치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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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