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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2. 7. 23. 06:44

한국에서 오신 스승님 일행을 6월 25일 바르샤바에서 맞이했다. 스승님은 원불교 좌산 상사님이시다. 교단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를 두 차례 역임하셨다. 상사님을 1982년 대학생 시절 종로교당에서 처음 뵈었다. 지금 유럽에서 살 수 있게 한 계기를 마련해준 분이다. 에스페란토 공부와 원불교 교서 번역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셨다. 

7월 4일 떠나는 날까지 모시면서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스승님과 함께 한 시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었다. 스승님이 떠나신 날 저녁부터 잘 때까지 10살 딸아이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10일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딸아이 마음 속에 차지한 비중이 아주 컸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 라트비아 룬달레 궁전에서 스승님과 요가일래
▲ 짧은 한복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 해 동안 입을 수 있는 예쁜 한복을 선물해주셨다. 

스승님께서 계시는 동안 일어났던 여러 일화 중 하나를 소개한다. 주무시는 방에 12장 달력이 벽에 걸려 있었다. 마침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때였다. 월을 바꾸기 위해 벽에서 달력을 떼내는 순간 함께 걸려 있던 도자기 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것은 딸아이가 노래 공연에서 받았던 상품이었다. 방을 지나가는 데 스승님께서 부르셨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깨어진 새를 보여주시면 말씀하셨다.  

"내가 달력 월을 바꾸려다가 그만 새를 바닥으로 떨어뜨렸어요."
"괜찮아요. 원래부터 새가 견고하게 붙어있지 않았어요."   

이렇게 며칠이 지나가고 떠나시기 직전이었다. 다 함께 거실에 앉아서 감상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스승님께서는 벌써 쓰레기통으로 버리셨을 듯한데, 깨어진 새 조각을 챙겨서 앞에 놓아두셨다. 그리고 딸아이 요가일래를 부르셨다.   


"내가 요가일래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하나 있는데, 할아버지가 잘못해서 이 새를 그만 깨뜨렸어요."
"할아버지, 괜찮아요."

그래도 상품으로 받은 예쁜 새가 아까운 듯 딸아이 눈에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스승님 일행을 환송하기 위해 온 식구가 공항으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와자 딸아이는 무엇이 급한지 물었다.

"아빠, 그 깨어진 새가 어디 있어? 쓰레기통에 버렸어?"
"왜?"
"깨어졌지만 할아버지 기념으로 오랫동안 보관하려고."
"아빠가 벌써 잘 보관하고 있어. 그런데 새를 보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마음 속에 보관해야 돼."
"뭔데?"
"지위와 노소를 떠나서 누구나 실수했다면 직접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법이지."
"아빠 말이 어렵다. 할아버지라도 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라는 말이지?"
"그래. 아이라도 할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라는 말도 되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