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6. 12. 23. 09:24

오랜만에 호주에 살고 있는 큰딸에게 메신저 동영상 쪽지를 늦은 밤에 보냈다. 잠자기 전 침대에서 얼굴만 찍어 보냈다. 아침에 학교에 간 작은딸이 빗발치게 메신저 쪽지를 보내왔다.

"아빠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상을 올렸나? 빨리 지워라! 내 친구들이 다 보고 있단 말이야!"

자다가 날벼락 맞는 상황이었다. 호주 큰딸에게만 보냈는데 어떻게 리투아니아 빌뉴스 학교에 가 있는 작은딸 친구까지 이 동영상을 볼 수 있단 말인가!!!!

페이스북을 사용한 지 올해 꼭 만10년째다. 하지만 따로 앱을 받아 사용해야 하는 메신저는 불호감이다. 그래서 휴대전화로는 메신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모처럼 한번 사용했는데 이런 황당한 상황이 일어나게 될 줄이야... 

이유는 메신저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딸에게만 보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동영상이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등으로 서로 얽혀있는 페이스북에서 결국 불특정 다수도 볼 수 있게 되어버렸다. 

아빠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자 작은딸이 깜짝 놀라 "빨리 동영상을 지워라!"고 성화를 부렸다. 작은 휴대전화기 창을 뚫어지게 보면서 여기저기 가보았지만 지울 수 있는 곳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작은딸에게 페이스북 계정을 알려주고 지울 수 있게 되었다. 또 한 번 더 바보가 된 셈이다.   

왜 둘만의 대화에서 보낸 동영상이 공개되었을까?
작은딸의 도움으로 알게 되었다. 이유는 새로운 기능 My Day다. 메신저 앱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공개설정이 된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동영상을 찍어 My Day 기능의 공개를 모른 채로 받는 사람만 선택해 보냈던 것이다. 앞으로는 반드시 My Day 공개를 비공개로 전환한 후에 보내야겠다.


그러면 아차하는 순간에 My Day에 공개된 것을 어떻게 지우나?
먼저 메신저 초기 화면 제일 위에 My Day에 나타난 동영상이나 사진을 선택한다.


제일 하단에 수직으로 점 세 개를 누른다. 


그러면 하단 오른쪽에 창이 뜬다. Delete를 누르면 된다.


이렇게 어제 오전 내내 큰딸, 작은딸, 아내로부터 나의 신중하지 못한 메신저 동영상 쪽지 사용으로 바보멍청이로 취급받았다.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기에는 "내 동영상 얼굴"이 이들에게 감당되지 못한 듯하다. 내가 봐도 완전 할아버지 상이다. 영상 각도로 인해 안경이 얼굴보다 훨씬 커보였다. 

이 한바탕 덕분에 메신저 My Day 기능을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수확이다. 그리고 전화기에서 메시저 앱을 아예 지워버렸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5. 6. 05:13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허용 시간 에는 거의 대부분 페이스북에서 논다. 자신의 계정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공동으로 사이트 두 개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리투아니아어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이다. 재미난 사진이나 이야기를 만들거난 수집해서 올리는 곳이다. 리투아니아어는 리투아니아 친구들끼리 운영하고, 영어는 여러 나라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운영한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딸의 생각과 생활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접한다. 엊그제 요가일래는 청기(딸과 함께 우리는 이어폰을 이렇게 부른다)를 귀에 꽂고 발레을 추면서 방으로 복도로 돌아다녔다. 지난 해 1년 동안 발레 학교를 다닌 터라 그 습관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 갑다고 생각했다.

"참, 아쉽다. 발레는 허리와 다리 교정에 좋다고 하는데 다시 다니면 안될까?"라고 종종 제안하지만, 딸아이는 극구 사양이다.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어."라고 늘 답한다. 

그런데 딸아이 페이스북을 보고서야 왜 발레를 추었는 지를 알게 되었다.

"좋아하기가 3개 이상이면 내일 나의 바보스러운 작은 비밀을 알려줄게."
 

순식간에 좋아하기가 3을 넘었다. 

"좋아. 그럼 지금 이야기할게."


"내 비밀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놀리지 않는다고 약속해! 언니 전화기 노래를 보고 있는데 언니가 내려받은 레이디 가가(Lady Gaga) 파파라치(Paparazzi) 노래가 있었어. 그런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글쎄 발레를 추기 시작했어." 

발레와 레디 가가 노래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으니까 딸아이는 이를 바보짓의 비밀로 여긴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